[무협] 장풍파랑 - 53편 (53/61)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본문 바로가기

[무협] 장풍파랑 - 53편 (53/61)

💬 0 👁 11
☰ 목록
책갈피와 음성 읽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각 수채들도 역공을 당할까 불안해 하고……" "그렇게 하세요." 담청은 문제를 주숙예에게 맡겼다.
문제를 느꼈다면 준비를 해두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대강들은 개봉으로 나아가게 하고 소강들은 연합해서 사대행회의 각 요로를 지키라고 하겠습니다." 역시 주숙예는 준비해 둔 바가 있었다.
그가 읍을 하며 말했다. "대강들만으로 총단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얻을 수 있을는지?" "가능합니다.
수로연맹에는 좌우 쌍룡이 있습니다." 주숙예가 눈빛을 빛냈다. "그렇군요.
좌우 쌍룡……" 담청이 희미한 미소를 흘렸다. "주 전주……" 그녀가 태사의에 몸을 기대며 잠시 말을 끊었다. "만약 만로방과의 싸움에…… 외인을 부른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녀가 느릿하게 물었다. "외인을 부를 만큼 수로연맹은 어렵지 않습니다." "수로연맹은 어렵지 않지만 저는 어려워요." "……" 주숙예는 미간을 좁혔다. "외인이라…… 누군지 밝혀 줄 수 있습니까?" "때가 되면 알게 될 거예요." "그렇습니까?" 주숙예는 생각에 잠겼다.
그는 태부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단번에 짐작했다. '자신이 어려워 외인을 초빙한다……' 그 말은 곧 총채주 자리를 두고 벌이는 암투(暗鬪)에 외인까지 끌어들여 힘을 얻겠다는 뜻! 쌍십절의 만회 이후, 금사강의 위세는 욱일승천하고 있었고 반대로 총채는 추락을 거듭했다.
이대로 간다면 총채의 패배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 새로운 승부수가 필요하기는 했다.
하지만 외인을 끌어들여 판세를 뒤집어 보리라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었다.
외인에 대한 수로연맹 동도들의 본능적인 거부감! 주숙예도 마찬가지로 가지고 있었다. "정 필요하다면 끌어들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얻는 것만큼 잃는 것도 많을 것입니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말의 전부였다. "잃는다…… 이제 내가 더 이상 잃을 것이 있나요?" "……" "제가 주 전주에게 묻고 싶은 말은 외인을 끌어들였을 때 총채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까 하는 거예요.
다른 것은 잃어도 총채 사람들의 지지는 잃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들은 소주인께 충성을 바치기로 맹세한 사람들입니다.
소주인이 총채주 자리에 오를 수 있다면 어떤 일도 할 수 있지요.
하지만 그 일은 수로연맹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외인을 끌어들여 일을 벌이는 데 대해서는…… 저는 자신할 수 없습니다.
장 전주조차도……" "따지고 보면 추운객, 단심호 어른도 외인들…… 수룡왕, 백 랑은 그분들의 도움으로 총채주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외인이 아닙니다.
그분들에게 외인 운운하는 것은 그분들을 모독하는 말입니다." 주숙예가 안색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무리 태부인의 충복을 자처하는 그였지만 담청의 그 말만은 용인하기 힘든 모양이었다. "제가 잠시 억지를 부렸군요." 담청은 주숙예의 반발을 예상한 듯했다.
그녀는 순순히 자신의 말을 철회했다. "제가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은 우리 아이도 제 할아버지, 아버지처럼 자신을 든든하게 밀어 줄 우군(友軍)을 둘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 우군은 지금 우리 아이를 돕지 못해 안달이에요." "강호에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까? 금시초문이군요." 주숙예가 무감한 어투로 말했다. "그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총채를 단숨에 일으키고 각 수채들에 위협적인 압력을 가할 수 있는……" "……" 주숙예가 눈을 번쩍 떴다.
외인! 태부인이 갑갑해서 언급한 말이 아니었다. "그자는 우리 아이를 위해 모든 일을 다할 수 있어요.
그렇게 하고도 대가를 바라지 않을 거예요.
자신의 공을 들먹이며 총채와 수로연맹에 입김을 넣는 일은 더욱……" "그런 자가 있다니 놀랍군요." 주숙예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실제로 그는 놀라고 있었다.
규방의 여자로만 알고 있었던 태부인…… 주숙예는 가면 갈수록 그 여자에게 놀라고 있었고 이제는 신비감(神秘感)마저 느꼈다.
그 신비감은 그런 우군이 분명 있다는 확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 자는 분명 있습니다.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라고 했지요? 조만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주 전주, 내가 주 전주에게 미리 그 사람 이야기를 하는 것은……" "태부인께서는 선무(宣撫) 공작을 통해 그 사람이 지닌 외인으로서의 표상이 최대한 불식되기를 바라시는군요." "맞습니다.
해줄 수 있겠습니까?" "그 정도의 사람이라면…… 하지만 나는 그 사람에 대해 전혀 모릅니다.
총채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 사람을 이야기해야 할지……" "주 전주가 그 사람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해도 됩니까?" 담청의 물음에 주숙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됐습니다.
그 정도의 말에 주 전주가 그 사람을 받아들였다면 다른 사람들도 그 정도의 말에 그 사람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리고 주 전주는 저보다 말솜씨가 더 뛰어난 분이 아닌가요.
호호호!" 담청이 입을 가리며 웃었다.
주숙예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알겠습니다.
총채 사람들을 설득해 보지요." 그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자신보다 못하다고 했으나 주숙예가 보기에 말솜씨도 태부인 한 수 위인 듯했다. "조만간 화룡대, 묵룡당, 청룡당을 이끌고 개봉으로 갈 것입니다.
그 전에 모두에게 운을 띄워 주세요.
제가 이끌고 가는 사람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남은 사람들은 주 전주에게 맡기겠어요." "알겠습니다." 주숙예가 머리를 숙였다.
그는 머리를 숙인 채 생각했다. '장강의 지자'라는 자리도 이제 태부인에게 양보할 때가 되었다고…… 담청은 시비가 가져 온 전서구에 서신을 묶었다.
푸드득! 전서구가 시린 하늘로 치솟았다.
그 전서구는 이제껏 총채의 전서구들이 날아가던 방향과 달랐다.
특별한 날에 특별한 소식이 있으면 전해 달라고 선물로 받은 전서구였다.
담청은 처음으로 그 전서구를 날리고 있었다. "무일 오라버니, 고마워요.
누군가를 의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다시 가르쳐 주어서……" 그녀가 창공 속으로 훌쩍 사라지는 전서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위무일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기다림에 지친 담청의 어느 날이었다. * * * 주황은 총사 서문중, 탕백기주 여맹, 철기대주 이세명과 함께 담장을 따라 만로방을 쭉 둘러보고 있었다.
잡풀들은 바싹 말라 들어갔고 황하를 넘어 불어오는 바람은 확연히 찼다 계절은 변해 가고 있었다. "서문중, 지금 오는 이 겨울을 찬양할 만한 시는 없느냐?" 오장하의 물결을 굽어보며 주황이 물었다. "죄송합니다.
생각이 잘……" 서문중이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 "쯧쯔…… 글줄이나 읽은 줄 알고 총사로 앉혔더니…… 하남(河南)의 와룡이라는 항간의 소문은 거짓이었구나." "갑자기 물으시니…… 그리고 원래 제 미천한 이름은 글재주로 얻은게 아니라는 것은 방주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서문중이 얼굴을 붉혔다. "껄껄걸! 알고 있다.
괜한 시비를 걸고 싶어 해본 말이야." 주황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오장하의 물결 앞에 가슴을 폈다.
오장하의 물결도 눈부시게 시렸다. "여맹,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오장하를 무심히 바라보고 있던 주황이 돌연 물었다. "맨손으로 시작해 이만한 자리까지 오른 분은 강호에 방주 외에는 없습니다." 여맹이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맨손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비열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
나를 대신해 죽으라고 한 수하들도 많았었지.
네놈들은 나를 좋게 보고 있다만…… 그것은 내가 만로방주가 된 후, 여유를 찾았기 때문이야.
이전처럼 칼끝에서만 놀던 상황이었다면 네놈들은 결코 나를 좋게 보지 않았을 것이다.
문희에게 물어봐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주황은 빙그레 웃었다. "문 희주께서는 방주를 가장 높이 보고 있습니다.
물어 볼 말이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죽이고 죽는 곳이 강호! 죽음을 두려워하면 어찌 강호에 발을 디딘단 말입니까!" 철기대주 이세명일 말했다. "껄껄걸! 여맹, 이세명…… 네놈들은 모두 같은 놈들이다.
네놈들은 아직 죽음을 몰라.
죽음이 얼마나 공허한 일인지.
나는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래서 죽음이 어떻다는 것을 조금 알지.
죽으면 아무것도 없다." 주황의 작은 체구가 오장하를 부는 바람에 표표히 휘날렸다.
서문중은 미간을 좁혔다.
느닷없이 불러들여 순시(巡視)를 명했었다.
담장을 돌며 방주는 만로방의 풀 한 포기, 돌 조각 하나 놓치지 않고 유심히 살폈다.
그 모든 것을 자신의 기억 속에 굳게 붙잡아 놓으려는 듯…… 그리고 이제는 죽음을 논하고 있다. '수로연맹과의 싸움에 그토록 자신이 없단 말인가? 그런 왜?' 서문중은 흘깃 고개를 돌렸다.
뚝딱! 뚝딱! 마타룡에 의해 잿더미가 된 전각들이 목수들의 분주한 손에 다시 세워지고 있었다.
패배를 예상한다면 증축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 "사대행회를 정말부르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서문중은 자신의 궁금증을 사대행회를 거론하며 풀려 했다. "부르지 않는다." 주황은 짤막하게 대답했다. "물론 배후 공격을 염려해서 수로연맹도 힘을 분산시킬 것입니다.
하지만 그 힘의 분산은 최소한에 그칠 것입니다.
수채 몇 개 불타는 정도의 희생은 각오하고 있겠지요.
수로연맹 놈들도 모르지는 않을 테니까요.
총단만 와해시키면 사대행회를 처리하는 것은 별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저도 사대행회를 부르지 않은 데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많았습니다.
방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회주들을 불러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에 대비해야 합니다." 여맹이 말했다. "너희들만으로는 이길 자신이 없단 말이냐?" 주황이 눈웃음일 지으며 여맹과 이세명을 바라보았다.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길 수 있습니다!" 여맹은 머리를 긁적였고 이세명은 가슴을 폈다. "이세명! 네놈은 정말 큰소리만 치는 놈이구나.
얼마 전, 총단이 불탄 것을 잊었느냐? 그 일을 벌인 자는 마타룡, 단 한 놈이었지.
그 한 놈도 당해 내지 못했는데 무슨 수로 수로연맹을 이긴다고 장담하는 게냐? 더해서 이번에는 황사로를 박살낸 곤룡이라는 놈도 함께 오는데……" 주황은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 "총단에 마타룡이 난입했을 때는 제가 없었습니다.
대황산에서도 마찬가지였죠." 이세명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쯧쯔……" 주황은 이세명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유일하게 네놈이 잘하는 것이 있다면 그 큰소리치는 버릇일 게다.
그 버릇에 속아 네놈을 철기대주에 앉혔지만…… 철기대가 변변하게 한 일이 있다면 말해 보아라." "변변하게 한 일이 없을 수밖에 없지요.
저는 처음에 방주께서 철기대주를 맡아라 하시기에 철기대주가 대단한 자리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철기대라는 것을 보니 기가 차던군요.
조랑말에 철갑만 달랑 걸쳐 놓고 철기대라니…… 한혈마(汗血馬)는 못 되더라도 몽고마(蒙古馬) 정도는 주실줄 알았죠." 방주의 우울한 기분을 눈치챘을까? 이세명은 주황과 느닷없는 입씨름을 벌이고 있었다. "높은 이마에 작은 귀, 곧은 앞다리에 한구(汗溝)까지 깊숙하다.
그렇게 어렵게 구한 말들이 조랑말이라니……" "아하! 원래 그렇게 구한 말들이었군요.
당장 소삼(小三)이라는 놈을 불러 치도곤을 쳐야겠습니다.
말을 어떻게 먹였기에 그 좋은 말들이 조랑말이 되었는지……" 이세명은 짐짓 눈살을 찌푸렸다.
원래 '꿩 잡는 매'라고, 입씨름에 있어서 언제나 주황은 이세명에게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 판 입씨름이 끝나자 서문중이 입을 열었다. "방주, 사대행회에……" "됐다!" 주황이 손을 들어 서문중의 말을 잘랐다. "내가 이미 생각해 둔 바가 있다." 그는 오장하에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생각한 바가 있다니…… 결국 혹사회를 끌어들이기로 하셨나?' 서문중은 머리를 굴렸다. "서문중,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라.
이번 일은 나에게 맡겨 두려무나.
가끔은 나도 머리를 사용해야 녹슬지 않지." 주황이 예의 그 웃음으로 말했다. "일전에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느냐?" "무슨 말을……" "신화전…… 마타룡이란 놈과 싸울 때 내가 불리하면 신화전으로 같이 날려 버리라고 하지 않았느냐?" "아! 하나 어찌 제가……" 서문중은 황망히 고개를 숙였다. "신화전을 사용하지 마라.
생각하니 수로연맹 중 가장 말이 통할 놈은 그놈뿐인 듯하구나." "말이 통하다니요?" "귀로 사람의 말을 듣는 사람이 있고 가슴으로 듣는 사람도 있다.
나는 사람의 말을 칼끝으로 듣는다.
내가 그놈의 칼 끝에 호감을 가진 만큼 그놈도 나의 칼 끝에 호감을 가졌으리라 믿는다." "협상을 하실 생각입니까? 마타룡과?" "협상? 껄껄걸!" 주황은 오장하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웃었다. "서문중!" 그가 서문중을 불렀다.
서문중이 주황의 곁에 시립했다. "따뜻한 술이 생각나는구나." 주황이 말했다.
그는 팔짱을 끼고 머리를 숙였다.
오장하의 물은 주황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상관 않고 끝없이 흘렀다. * * * 잠에서 깨었을 때 천화인의 전신은 식은땀투성이었다.
천화인은 목덜미에 끈끈하게 묻은 땀을 손으로 훔치며 좌정을 취했다.
쉬-잉! 바람은 예사롭지 않고 방은 눅눅했다.
그는 봉창을 열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 탁! 천화인은 봉창을 닫고 이불을 걷었다.
그가 하룻밤을 거한 곳은 남양(南陽) 근처의 작은 촌락이었다.
천화인은 방 가운데 앉아 생각에 잠겼다.
연 삼 일째 같은 꿈! 그는 어린아이처럼 죽어라 쫓겨 다니는 꿈을 꾸고 있었다.
꿈의 끝은 만장절애(萬丈絶崖)…… 아버지, 사부의 우울한 얼굴도 보였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다.
무슨 일이 있으려나?' 천화인은 이상한 불안감에 가슴을 졸였다.
그러나 그는 곧 자신의 불안을 털었다. '큰일을 앞둔 탓이라 지나치게 긴장을 했기 때문이겠지.' 천화인은 옷을 갖추고 검을 허리에 찼다.
투닥탁탁! 촌락 여기저기에서 잠을 자던 수하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새벽이 되려면 아직 한 시진은 족히 더 있어야 했다.
그러나 비로 인해 이왕 설친 잠, 아버지는 수하들의 출발을 서두르려는 모양이었다. "공자님! 대공자님!" 문밖에서 누군가를 그를 찾았다.
외당당주 황평이었다. "전의(氈衣:비옷)입니다." 황평은 방문을 나서는 천화인에게 잘 손질된 전의를 건넸다. "이 정도의 비에 무슨…… 앞으로 한동안은 비 구경도 하기 힘들 터이니 그냥 이대로 가겠소." 천화인은 전의를 도로 내밀었다. "다른 수채들은 어디까지 왔다고 하오?" 그가 물었다. "소강들이 총채의 영을 받아 사대행회를 방어하기 위해 행로를 바꾸었다는 말은 들었을 것입니다.
한수와 가릉강은 얼마 전에 노하구(老河口)를 지났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금쯤은 신야(新野)에 이르렀겠죠.
진강은 대운하(大運河)를 지나 황하에 접어든 모양입니다.
민강은 역으로 황하의 상류에서 내려오고 있습니다." "총채는?" "신양(信陽)을 지난다고 했으니…… 가장 늦지요.
가장 멀리 있는 우리가 가장 빠른 셈입니다." "그렇군요.
출발은 언제쯤 하실 생각입니까?" "금방 그칠 비가 아니군요.
가랑비가 길을 가는 데도 무리는 없을 듯하고…… 조반(朝飯)을 마친 후 바로 떠날 생각입니다." 황평이 말했다.
천화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조반을 준비하기 분주한 수하들을 지나 작은 야산으로 향했다.
시야가 넓게 트인 곳에서 하루를 시작함은 그의 오랜 버릇이었다.
천화인은 느린 걸음으로 마을 우편에 있는 산을 올랐다.
그가 야산에 올랐을 때는 운무와 가는 빗줄기를 뚫고 동쪽이 희뿌옇게 밝아 오고 있었다.
천화인은 팔짱을 끼고 숨을 길게 들이쉬었다.
뒤숭숭했던 꿈자리, 어수선한 마음을 그는 긴 호흡으로 모두 지우려 했다.
그가 청정한 새벽 공기를 들이쉬며 호연지기를 키워 갈 때였다. "화인……" 바짝 메마른 목소리…… 천화인은 급히 시선을 돌렸다.
가는 빗줄기 속에 한 사내가 서 있었다.
퀭한 눈, 마른 입술, 피로에 지친 표정…… 놀랄 틈도 없이 다가오는 사대는 위무일이었다. "자네가 웬일인가?" 천화인이 놀라 물었다. "자네를 만나러 왔지." 위무일은 넋 나간 사람처럼 말했다. "무슨 일로?" "술을 마시고 싶어서…… 자네가 별로 마음에 들진 않지만 이제 잔을 권할 친구는 자네밖에 없으니 어떡하겠나? 자네를 찾아 무산에서 이곳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네.
후후후……" "나와 술을 마시기 위해 무산에서 이곳까지?" 천화인은 안색을 찌푸렸다.
그는 위무일의 지친 표정과 말투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꿈자리가 어수선한 것은 그 때문일지도…… 천화인의 가슴은 긴장으로 두근거렸다. "여기서 잠깐 기다리게!" 그가 휙 신형을 날렸다.
아버지에게 잠시 대열에서 떨어지겠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꿀꺽! 꿀꺽!" 위무일은 술에 걸신들린 사람 같았다.
술병을 가져다 주는 점소이는 아침부터 땀을 흘려야 했다.
점소이의 수고를 덜어 주려는 듯 위무일은 종내 술독을 껴안았다.
점소이는 신기했다.
사람의 몸에 저토록 많은 술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한쪽이 미치도록 술을 탐닉하면 다른 한쪽은 술맛이 없는 법이다.
천화인은 주귀(酒鬼)처럼 술을 밝히는 위무일을 바라보며 소채(蔬菜)만 깨죽거렸다.
그러나 위무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은 것으로 보일 뿐 천화인도 제법 몇 잔의 술을 들이킨 후였다.
이른 아침, 객잔의 문을 강제로 열게 하고 술독을 비워 갈 때까지 위무일은 한마디의 말도 없었다.
천화인도 입을 열지 않았다.
가능하면 술 상대가 되어 주려고 노력할 뿐…… 위무일은 바닥이 달랑거리는 술독을 통째로 잡았다.
그가 술독을 들고 술을 들이켰다.
콸! 콸! 술의 반은 입으로 들어가고 반은 입술을 적시며 흘렀다. "커으……" 위무일이 술독을 놓으며 입을 닦았다.
전혀 그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그는 의자에 비스듬히 몸을 기댔다.
그가 눈을 감았다.
삐걱! 삐걱! 위무일은 의자에 기대 몸을 흔들었다.
취기가 오르기를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그 독한 화주(火酒)는 자신의 이름 값을 했다.
위무일의 얼굴이 불타고 있었다.
위무일은 그 취기에 적이 만족한 표정이었다.
그가 눈을 떴다.
술기운에 젖은 촉촉한 눈이었다.
천화인은 비로소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후후후…… 우스운 일이 있었지." 위무일은 턱을 쓰다듬으며 실소를 흘렸다.
뚝! 뚝! 뚝! 그가 죽통에 꽂힌 젓가락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 하나하나 분질렀다.
마직막 한 개의 젓가락이 남았을 때, 위무일은 그 젓가락을 손가락 사이에 끼우며 손을 들었다.
휙! 젓가락이 그의 손가락 사이에서 빙글 돌며 허공을 갈랐다.
팍! 젓가락은 객잔 중앙의 나무기둥에 꼬리만 남기고 박혔다. "하하하!" 위무일은 통쾌하게 웃었다. "화인……" 그가 은근한 목소리로 천화인을 불렀다.
천화인은 안색을 찌푸렸다.
별스럽게 구는 것도 도를 넘고 있었다.
그가 자신의 잔을 잡아 갔다.
순간, 취기로 흔들리던 위무일의 눈빛이 갑자기 빛을 뿌렸다. "화인, 백부님이 돌아가셨네." 위무일은 재빠르게 말했다.
뚜렷한 목소리였다.
술잔을 기울이던 천화인의 손이 흠칫했다. "무슨 소린가? 추운객! 추운객 어르신이 돌아가셨다는 말인가?" 팍! 천화인의 손에 들렸던 술잔은 조각조각 부서져 내렸다. "그 정도의 일로 놀라는가? 껄껄걸!" 위무일은 의자를 거세게 흔들며 웃었다. "무일!" 천화인이 벌떡 일어나며 고함은 질렀다.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아무것도……" 위무일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맺혔다. "백부님은 그가 가장 아끼던 제자에 의해 피살당했어.
그 개 같은 자식은 고양이처럼 백부 곁으로 다가가 비수를 쑤셔 박은 게야.
제 놈을 친자식 이상으로 아껴 주던 분을 말일세.
껄껄걸!" "익? 설마 익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맞았어.
바로 그놈이야.
술!" 위무일이 점소이를 향해 소리쳤다.
천화인의 표정은 오만가지 생각을 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점점 험악하게 변해 갔다. "확실한가? 술을 핑계로 나를 놀리려는 것은 아니겠지?" "핫하하!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지.
술을 먹고 헛소리나 늘어 놓는……" 점소이가 주춤거리며 가져다 주는 술을 받으며 위무일이 말했다.
털썩! 천화인은 무너지듯 의자에 앉았다. "무엇 때문에?" 그가 쥐어짜는 목소리로 물었다. "……" 위무일은 침묵을 지켰다.
그의 얼굴은 어느 틈에 본래의 무심한 표정 그대로였다. "괜찮군." 위무일은 술을 개봉하며 주향(酒香)을 음미했다. "익은 어디 있는가?" 위무일의 유유자적한 태도에 천화인은 악에 받친 고함을 질렀다.
콸! 콸! 위무일은 술독을 잡고 입에 들이부었다. "내가 죽였어" 그가 술독을 놓으며 말했다. "……" 천화인의 입은 바짝 말라 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타는 듯한 갈증에 침을 삼키기 위해 애썼다. "죽여 달라고 하더군.
죽음보다 더한 고통의 세월이었다고…… 그래서 죽여 주었지.
목을 댕강 잘라……" 위무일은 씨익 웃었다.
💬 한 줄 댓글 0
비회원 · 이 글에 하루 1개만 등록 가능
HTML/스크립트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댓글은 최대 120자이며 페이지를 이동하지 않고 바로 등록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

Copyright © webstoryboard.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