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장풍파랑 - 7편 (7/61)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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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장풍파랑 - 7편 (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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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채로부터의 자유 운운이나 방명첩에 이름을 적도록 요구한 행위는 월권(越權)이 분명했다.
따지고 들면 이제 호반영채의 영주는 마타룡! 마타룡이라는 이름이 주는 중압감과 그가 벌일 피의 행로(行路)에 대한 걱정, 그것에 대한 지나친 우려가 잠시 하빈의 판단을 극단(極端)으로 흐리게 했던 것이다.
한 번도 없던 실수였다.
하빈의 판단은 원래 세심하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하지만 너무 세심했기에 그는 마타룡의 등장을 대범하게 볼 수 없었다. '시간을 두고 지켜보았어야 했다.' 하빈이 참괴한 심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애송이라 평했지만 결국 마타룡에 대한 지나친 경외(敬畏)가 부른 결과였다.
챙! 챙! 챙! 그 사이, 엽광의 칼은 쾌도난마로 치닫고 있었다.
엽광의 도막(刀幕)에 갇힌 묵룡당주가 신형을 비틀거렸다.
그의 어깨에는 한줄기 피가 흐르고 있었다.
위무일이 그들 사이를 묵묵히 걸어갔다.
엽광은 분노로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고 묵룡당주는 엽광의 칼을 받아 내느라 손손에 사정을 둘 틈이 없었다.
위무일이 칼의 장막 속으로 성큼 들어갔다. "앗!" 총채의 수하들이 비명을 질렀다.
위무일의 전신은 당장에 어육이 될 듯 했다.
그러나...
침묵(沈默)! 총채의 수하들은 입을 딱 벌렸고 엽광과 묵룡당주, 하빈은 어의가 없는 표정이었다.
엽광과 묵룡당주의 칼은 위무일의 손끝에 자석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위무일이 그들의 칼을 누르고 등을 돌렸다.
그가 엽광이 내던진 붓을 주워 흙을 털었다.
그가 방명첩을 적는 곳으로 걸어갔다.
총채의 수하들이 물결 갈라지듯 길을 열었다.
위무일이 궤안으로 다가가 소매를 걷고 붓을 들었다.
방명첩은 사문(師門)과 출신 내력을 묻고 있었다.
그는 사문은 공란(空欄)으로 비워 두고 출신 내력을 밝혔다.
호반영채를 열어 장강 총채의 권능(權能)을 배로 늘린 분. - 호반영주, 단심호 위호연.
또박또박한 필체였다.
궤안을 지키고 있던 문사 차림의 사내는 집사당의 향주(香主)다.
그가 고개를 뚝 떨구었다.
위무일을 방명첩에 올리게 한 미안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아들을 방명첩에 서명하게 한데 대해 단심호께 미안한 마음을 금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위무일은 잠시 붓끝을 멈추었다.
그가 장강 총채의 전각들을 우러러보았다.
아버지의 영욕(榮辱)과 그의 영욕이 난마(亂麻)처럼 뒤섞여 그를 엄습했다. '이제 모두 끝난 일이다.' 그가 가벼운 한숨을 쉬며 붓에 먹을 먹였다.
장강에 파랑을 일으키던 그 이름! - 마타룡 위무일! 산고는 불학무식(不學無識)이다.
위무일이 자신의 이름을 적고 산고의 이름을 적기 위해 방명첩에 다시 붓을 들이댈 때였다.
붓에 먹을 너무 많이 먹였던지 방명첩에 한 방울의 먹물이 뚝 떨어졌다.
먹물은 '타룡'이라는 글자에 떨어져 그 글자를 꺼멓게 지웠다.
제 4 장.
통천하(通天河).
탁! 탁! 탁! 새벽을 울리는 맑은 소리.
황의 경장에 '금(金)' 자를 새긴 오십 여명의 무사들.
경쾌한 소리는 빠른 발놀림으로 달려가는 무사들의 칼잡이가 허리띠에 부딪혀 나는 소리였다.
무사들의 선두에는 각진 얼굴, 다부진 눈매, 흉중(胸中)의 웅대한 포부가 한눈에 느껴지는 청년이 새벽길을 밟고 있었다.
금사강 소채주, 곤룡 천화인! 그의 발은 물기로 촉촉했다.
아직 이슬이 총총한 새벽이었다. "젊은 사람이 어찌 그렇게 잠이 없소?" 황평(黃平)이 아직 졸린 눈을 비비며 투덜댔다.
그는 금사강 수채의 외당당주(外堂堂主)를 맡고 있는 자였다.
천화인과 황평은 수하들을 이끌고 오흉(烏洶)을 향해 가는 길이었다. "수행자(修行者)에게 식욕(食慾)과 수면(睡眠), 색(色)은 가장 큰 적이오.
황당주는 잠이 많은 것을 보니 아무래도 소음마(消音魔)를 지켜야 할 것 같소." 천화인이 엄숙하게 말했다.
그 엄숙함이 수미산(須彌山)의 무게로 느껴지는 것은 황평만의 착각일까? '마타룡, 그 미친놈과 소채주를 비교하는 자들을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무공의 우위를 논하기에 앞서 종사(宗師)가 되려면 최소한 이 정도의 기도(氣度)는 가지고 있어야지.' 황평은 소채주, 천화인에 대한 흐뭇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가 놓칠세라 천화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계속 말을 걸었다. "소음마를 지키면 잠이 없어집니까?" "그렇소." "잠을 자지 않고 어떻게 삽니까? 잠이 부족하면 하루 종일 정신이 혼란하고... " "길들이기 나름이요.
나는 사부의 지시로 백 일을 뜬눈으로 지낸 적이 있소.
죽을 정도는 아니더군." "백 일이나?" "그 정도로 뭘 놀라시오.
전진교의 구장춘(丘長春) 진인(眞人)께서는 칠 년간이나 잠을 자지 않으셨는데... " 구장춘은 전진교를 창시한 왕중양의 일곱 제자 중 막내로 용문산(龍門山)에서 도를 터득 전진교의 세력을 널리 떨친 선인(仙人)이다. "칠 년이나 잠을 자지 않았다고요? 구장춘이라는 분은 그런 고초를 자청해서 무엇을 얻었답니까?" 황평이 실소를 흘리며 물었다. "나도 모르겠소.
용맹정진(勇猛精進)의 결과를 안다면 어찌 지금 내가 강호를 떠돌겠소." 천화인이 실소를 흘렸다.
새벽의 청정한 기운은 현현(玄玄)한 마음과 그의 사문 청성산에 대한 그리움을 일으키고 있었다.
금사강의 채주인 아버지가 그를 청성파에 입문시킨 것은 물론 도인(道人)이 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천외(天外)의 무공을 익혀 금사강의 위용을 더욱 빛내려 함! 하지만 사실 그는 금사강으로 돌아갈 마음이 별반 없었다.
검선(劍仙)의 매력이 너무도 컸고 돌아가 봐야 그에게 보장되는 것은 고작 금사강의 채주뿐.
삼 년으로 계획했던 수학(修學)이 오 년으로 늘어났다.
그 사이 그는 내심 선도(仙道)를 걷기를 마음먹었고 사형제들도 그가 청성산에 남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천화인은 뒤늦게 출발한 시간을 보상받기 위해 더욱 수행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마(魔)'는 수행자는 가장 친근한 벗! 금사강으로부터 한 통의 서신이 날아왔다.
아버지가 보낸 서신이었다. - 돌아 오라.
돌아와서 나와 금사강의 오랜 숙원을 풀어라.
장강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린다.
총채주의 죽음! 천화인의 마음은 사정없이 흔들렸다.
총채주...
너무도 소원하던 자리였다.
몇 날 밤을 고심하던 그는 결국 총채주라는 자리의 유혹을 견디지 못했다. "반드시 떠나야겠느냐?" " .... " 사부의 물음에 천화인은 할 말이 없었다. '반드시'를 넣어 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에 몇이나 될지. "네놈은 세상의 탁기(濁氣)를 너무 오래 마셨다.
할 수 없구나.
떠나도록 하라.
청성산에서 보낸 일은 모두 주강(酒江)의 꿈! 한순간의 꿈이니 기억할 일도 없을 것이다.
절연(絶緣)!" 사부가 완고하게 등을 돌렸다.
귀향(歸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오 년만의 하산! 아버지는 그를 위해 적절한 준비를 해 두고 있었고 수채는 더욱 강성해져 있었다.
모든 일이 순조로웠다.
그에게 남은 일은 은연자중(隱然自重) 하며 종사의 기도를 선보이는 일! 하지만 세상에 걸림돌 없이 해치울 수 있는 일이 어디 있으랴? 어릴 때의 친구인 위무일이 장강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위무일은 등장과 더불어 단순간에 장강에 그의 이름을 지우고 있었다.
천화인은 더 이상 은연자중 하며 아버지께 모든 일을 맡길 처지가 아니었다.
자신의 신위(神威)를 장강에 명확히 각인 시키는 것! 위무일이 몰고 올 폭풍 속에 자신의 이름을 지킬 유일한 길이었다. '이왕 하산을 한 것! 마음먹었던 뜻은 반드시 이룬다.' 천화인이 사문에 대한 생각을 잊기 위해 검미를 꿈틀거렸다. "통천하의 늙은 원숭이에 대한 소문은 들었겠지요?" 황평이 물었다. "통천하의 늙은 원숭이라니? 양웅(梁雄)을 말하는 것이오?" "당연히 양웅을 말한 것이지요.
촉도에 있었다면서 그 자에 대한 소문도 못 들었나요?" "나는 파촉(巴蜀)의 산중(山中)만 헤집고 다닌 지라...
그자에 대한 이야기는 저번에 식인랑(食人狼)을 처치하러 가며 들은 것이 고작이오." "그랬었군요.
양웅, 그놈은 곽원이라는 별호를 부르면 당장 찢어 죽이고 말죠." "나라도 그 같은 별호를 부르면 화를 내겠소.
어쨌든 양웅이라는 자는 팔이 긴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황평이 씩 웃었다.
가국(假國), 마화(馬化)로 불려지기도 하는 곽원은 촉도의 서남쪽에 산다는 원숭이 형상의 이매다. "소채주의 신위는 내가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어쨌든 조심해야 할 놈입니다.
곽원이 거느린 강족(羌族)의 수하들은 날렵하고 죽음을 모르는 자들이죠.
그리고 곽원이 그 긴팔로 휘두르는 염왕도(閻王刀)는 웬만한 수채의 채주들도 모두 두려워합니다.
경계를 풀지 마십시오." "물론이오! 첫 상대인데." "첫 상대는 이미 식인랑으로 처치하지 않았습니까?" "식인랑은 칼을 든 자라고 할 수 없지." 천화인이 실소를 흘렸다.
식인랑 우대량(禹大糧)! 통천하와 금사강을 낀 곡마채(曲麻菜)를 주변으로 종횡 하던 녹림(綠林)의 수괴였다. "그런데 곽원, 그놈도 어지간히 소채주가 신경 쓰였던 모양입니다.
아직 조용한 것을 보니... " "그게 무슨 말이오?" "소채주께서 처치한 식인랑은 곽원이 애지중지 아끼는 애첩(愛妾)의 오라비입니다.
그 계집이 소채주에 대해 이를 갈고 있다는데 아직 곽원이 조용한 것을 보면..." "그것 참... " 천화인이 쓴맛을 다셨다.
강호에 흐른 피는 그 대가를 찾아 돌고 돈다는 말을 그는 실감했다.
사부가 그의 강호행을 막은 이유의 하나였다. "자! 서두릅시다! 성(成) 총관(總官)이 출발했겠소." 천화인이 발걸음을 빨리 했다. * * * "빨리 저어라! 빨리!" 고함 소리가 초원(草原)을 울렸다.
ㅊ! ㅊ! ㅊ! 통천하의 협로를 거슬러 오르는 배는 이십 여척의 피벌(皮筏)이었다.
피벌은 유목민(遊牧民)들이 사용하는 양가죽으로 만든 배다.
날렵한 몸매, 흉흉한 눈빛, 피벌에 탄 자들은 초원을 누비는 강족의 용사들이었다.
피벌의 크기는 사오 명이 앉기도 비좁았다.
그러나 피벌의 선두를 항행(航行)하는 배는 목재에 양가죽을 이은 제법 커다란 배였다.
선수(船首)에는 초로의 사내가 서 있었다.
팔척 장신에 면사포(面紗布) 아래로 휘날리는 긴 수염, 촉한(蜀漢)의 맹장(猛將) 익덕공(益德公)을 연상시키는 사내는 유난히 팔이 길어 무릎까지 내려올 정도였다.
그의 긴팔에는 다섯 자 길이의 염왕도가 들려 있었다.
곽원 양웅! 통천하를 지배하고 있는 괴력(怪力)의 사내. "이러다가 해가 저물겠다.
이놈들아!" 그가 쉬지 않고 고함을 질러 댔다. "그만 잡치시오.
죽으러 가는 길이 될지도 모르는데 누가 빨리 노를 젖겠소?" "잉?" 양웅이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돌렸다.
좁다란 이마, 뾰족한 입, 수염까지 가늘어 단번에 쥐를 연상시키는 사내가 그의 뒤에 서 있었다. "오! 서황(鼠皇)!" 양웅이 사내의 어깨를 쳤다.
엄영(嚴永)이라는 자였다.
서황(鼠皇), 쥐들의 왕...
재주가 아무리 출중해도 엄영은 천성적으로 타고난 상판 때문에 '쥐'라는 별호를 뗄 수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하는 것은 별호에 '황'이 붙었다는 것...
엄영의 별호를 서황으로 붙여 준 자는 양웅이다.
양웅은 스스로의 무식함을 아는 자였다.
따라서 그는 지자(智者)를 존중했다.
엄영이 천하의 곽원에게 막된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사실 엄영은 스스로를 지자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그는 지자가 아니었다.
우격다짐밖에 모르는 양웅과 강족의 수하들보다 조금 머리가 잘 돌아가는 것 뿐.
하지만...
스스로를 통찰할 수 있는 자는 자신의 자리도 모르고 날뛰는 백 가지 재주를 가진 자보다 나은 법이다.
그렇게 본다면 양웅도, 엄영도 괜찮은 자임이 분명했다.
통천하가 중원인들이 보기에 야만스럽게 삐거덕거려도 그런 데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양웅과 엄영이 그런 겸양(謙讓)의 미덕(美德)들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황, 죽으러 가는 길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내가 그깟 금사강 놈들 하나 어쩌지 못할 듯 싶으냐?" 쿵! 양웅이 염왕도로 뱃머리를 후려쳤다.
그는 느닷없이 오흉으로 쳐들어와 그의 분타를 박살낸 금사강의 수하들과 일전을 벌이기 위해 물살을 가르는 중이었다.
금사강의 수졸(水卒)들은 지금 자신의 분타를 박살내고 그곳에 금사강의 분타를 세우는 중이었다. "분타를 세우고 있다는 것은 통천하를 집어삼키겠다는 의지의 표현! 이미 금사강 놈들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쳐들어왔을 것입니다.
오흉에는 지금 금사강 놈들로 득실거리겠지요." "그것을 왜 이제야 이야기하느냐?" 양웅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언제 이야기하던 그것이 무슨 상관입니까? 놈들이 싸움을 원하는데...
오흉에서 싸우나 수채에서 싸우나 싸우기는 마찬가지지요.
이왕 싸울 것, 빨리 싸우는 것이 낫고... " 엄영이 쥐꼬리 수염을 매만지며 말했다. "젠장!" 쾅!쾅! 양웅이 뱃머리가 부서질 정도로 염왕도를 후려쳤다. "모두 덤비라고 하라! 금사강 놈들 쯤이야.
만로방, 놈들이 이 물길을 원할 때에도 나는 눈 하나 깜빡 하지 않았다." 그가 어깨를 펴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한 편으로 이는 걱정은 어쩔 수가 없었다. "금사강 놈들이 오흉을 왜 갑자기 쳐들어왔을까?" "그것이 의문입니다.
사실 우리 통천하는 탐낼만한 특별한 것이 없지 않습니까? 수로연맹이 우리를 방관하고 만로방이 잠시 집적거리다 떠난 이유도 그 때문... " "서황!" 양웅이 화를 내며 엄영의 말을 막았다. "우리 통천하에 먹을 것이 없다니? 초원에는 보이는 것이 양(羊)이고...
그리고... " 양웅이 머리를 긁적였다. "생각하니 한두 가지의 이유는 있는데... " "무엇이냐?" 양웅이 급히 물었다. "첫째는 장강 총채주의 자리가 지금 공석이 아닙니까? 금사강의 소채주라는 자가 총채주 자리를 넘본다고 하니 그들이 자신의 세를 과시하기 위해 통천하를 쳐들어왔을 경우고... " "소채주라면 천화인이라는 애송이를 말함이냐?" 양웅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엄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둘째는 만로방 놈들과의 일전을 대비하기 위해 통천하를 거슬러 온 경우지요.
만약 만로방 놈들이 우리를 꿀꺽한다면 제일 골치 아픈 놈들이 금사강 놈들일 테니까요.
저희 놈들 머리 위에 만로방이 앉은 격이 아닙니까?" "만로방 놈들과 수로연맹 놈들이 다시 싸운 다더냐?" "싸움은 필연입니다.
그깟 마차 몇대로 실어 나를 물건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장강을 얻지 못한다면 만로방 놈들은 은자 몇 냥으로 만족하고 살던가 아니면 지금처럼 밀염에 의지하고 살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언제 싸움이 벌어지느냐가 문제지요.
마타룡까지 나타났으니... " "놈들이 싸움을 벌이던 말던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왜 하필 우리 통천하를 걸고넘어지느냐 이 말이다." 양웅이 어깨를 들썩였다. "예전에는 중원을 중심으로 싸움이 벌어졌지요.
하지만 다시 벌어지는 싸움은 다를 것입니다.
피차 관부의 눈을 의식해 서둘러 싸움을 끝내려 할 테니까요.
따라서 변경, 중원 가리지 않고 싸움은 일시에 곳곳에서 벌어질 것입니다.
통천하도 당연히 놈들의 피가 튀겠지요." "음... " 양웅이 긴 수염을 쓸었다. "호랑이가 싸우면 늑대가 설자리가 없는 법인데...
오늘 일이 무사히 넘어간다 하더라도 다음 번의 일은 장담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엄영이 수염을 꼬며 눈을 깜짝였다.
쾅! "누가 늑대라는 말이냐?" 양웅의 갑판을 쳤다. "놈들이 무슨 생각을 가졌던 나는 상관하지 않겠다! 죽음을 원하는 자는 통천하에 오라고 하라! 배를 저어라! 서둘러라! 서둘러!" 양웅이 수하들에게 소리쳤다. "휴 - " 엄영이 한숨을 쉬었다.
마음 같아서는 양웅에게 통천하를 조용히 내어 주고 서역(西域)의 다른 곳에 자리를 잡자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저놈의 성깔에 그같은 소리를 듣고 가만히 있겠는가? "채주!" 그가 양웅을 불렀다. "뭐냐?" 양웅이 엄영을 향해 등을 돌렸다. "볼 상 사납게 이게 뭡니까?" 엄영이 양웅의 얼굴을 가린 면사포를 휙 뜯었다. "이놈아! 이게 무슨 짓이냐?" 양웅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 채 허둥댔다. "내 얼굴 보아 달라고 자랑하려는 것입니까? 면사포를 쓰고 있으니 수하들의 시선이 오히려 더 모여들지 않습니까? 그리고 뻔히 알고 있는 일, 숨기기는 왜 숨깁니까?" "그러냐?" 양웅이 겸연쩍은 표정으로 얼굴을 가렸던 손을 뗐다.
그의 얼굴에는 선명한 손톱 자국이 서너 개 그어져 있었다. "킥! 킥!" 수하들이 키득댔다. "이놈들아! 배나 저어라!" 양웅이 수하들에게 노화를 터뜨렸다. "또 그 일 때문입니까?" "죽을 맛일세.
사실 금사강, 놈들과의 싸움보다 그 일이 더 걱정되네.
모처럼 마음에 드는 계집을 얻었다고 했더니...
서황, 나는 평생 혼자 살 팔자인가 보다." 양웅이 탄식을 터뜨렸다.
그는 일 년 전, 어린 계집을 아내로 맞았다.
식인랑의 누이로 연홍(蓮紅)이라는 여자였다.
연홍은 교태가 이만 저만이 아니라 양웅은 그녀에게 푹 빠져 있었다.
그러나 근자에 양웅은 연홍으로 인해 편할 날이 없었다.
얼굴에 손톱 자국을 남기는 일은 예사고 무엇보다 잠자리를 거부하니 미칠 노릇이었다.
연홍이 앙칼지게 날뛰는 이유는 그가 제 오라비의 원수를 모른 척 했기 때문이다. "이제 금사강 놈들과 한 판 벌이게 되었으니 걱정할 일이 없겠군요." "걱정할 일이 없기는? 천화인이라는 놈이 어디 '저를 잡수어 주십시오'하고 내 앞에 나타난 다더냐?" "이왕 벌어진 싸움 오흉에서 놈들의 목을 치고 금사강으로 몰려가면 될 일 아닙니까?" 서황이 고소를 흘리며 말했다. "금사강의 물길을 밟을 수 있었다면 벌써 그랬겠다.
천화인이라는 놈의 목은 못 베었어도 최소한 체면은 세웠겠지.
하지만 나는 통천하를 벗어날 수 없는 몸... " 양웅이 한숨을 쉬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나는 이전에 대식국(大食國) 놈들과 대판 싸운 적이 있다.
대식국 놈들이야 허우대만 큰놈들 아닌가? 하지만 그렇게 얕보고 달려들었다가 함정에 걸려 곧 죽을 판이었지.
그런데 그때 나를 구해 준 자가 있었어.
마타룡! 마타룡에게 도움을 받은 후, 나는 약속했었다.
장강에 도움을 주는 일을 아니라면 절대 장강의 물결을 넘지 않겠다고... " "아하! 그런 일이 있었군요.
언제쯤의 일입니까? 저는 금시초문인데... " "칠팔 년 전쯤 되었을까?" 양웅이 햇수를 세느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칠팔 년 전이라...
그때라면 마타룡이 아직 약관에도 이르지 못했을 나이 아닙니까? 그가 그때도 그렇게 강했나요?" 엄영이 놀라 물었다. "강했구 말구.
손 그림자가 한 번 번뜩할 때마다 대식국인의 머리통이 펑펑 터지더군.
거짓말 같은 무공이었지." 양웅이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 ...어쨌든 장강을 넘보지 않겠다는 약속은 정말 잘 한 약속이었군요." 엄영이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아내의 청을 들어주느냐 은인(恩人)과의 약속을 지키느냐? 서황, 너라면 이런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 양웅이 다시 한숨을 쉬었다. "정말 어려운 일이군요.
저라면...
먼저 부부유별(夫婦有別)을 말하겠습니다.
네 원수는 네가 알아서 처리하라는 거죠.
그래도 말이 먹히지 않는다면 삼종지도(三從之道)를 논하겠습니다." "그래도 듣지 않는다면?" "두들겨 패는 거죠.
약속을 어겼다고 마타룡에게 맞아 죽는 것보다 낫지 않겠습니까?" 서황이 재빠르게 말했다. "이놈이!" 양웅의 눈초리가 찢어졌다. "그 전에 내가 연홍에게 맞아 죽을 것이다." 양웅이 엄영의 쥐꼬리 수염을 쥐고 흔들었다. "아얏! 아얏!" 엄영은 비명을 지르고 강족의 수하들은 왁자지껄 웃음을 터뜨렸다.
양웅도 수하들도 도대체 싸움을 하러 가는 자들이 아니었다.
죽음을 일상(日常)의 숙명(宿命)으로 요구하는 대자연(大自然), 통천하! 그 속에서 호기(浩氣)를 키운 자들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행동들이었다. * * * 오흉은 수심에 검은 돌이 쫙 깔려 물빛이 검게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뚝딱! 뚝딱! 분주한 목수들의 손놀림 손에 한 채의 전각이 올라가고 있었다.
뼈대만 갖춘 전각에는 벌써 오흉분타라는 현판이 붙어 있었다.
양웅은 선수에 서 눈살을 찌푸렸다.
물가로 모여드는 무사들은 오십 여명에 불과했다.
그리고 선두에 선 자는 이제 약관의 애송이.
파팟! 약관의 청년이 검으로 사선(斜線)을 긋자 금사강 수채의 수하들이 물가에서 우르르 물러났다.
통천하의 수하들이 상륙(上陸)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 것이다. "건방진 놈!" 양웅이 장포를 휙 젖혔다. "배를 가까이 대라!" 양웅의 목선이 앞서고 피벌이 뒤따랐다. "도대체 저놈은 누구냐?" 배를 물가에 대며 양웅이 엄영에게 물었다. "검을 차고 있군요." 엄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흥! 칼을 든 이상 항상 목숨을 생각해야 하는 곳이 강호지.
강호는 살기 위해 독물(毒物)을 쓴다고 해도 비난하지 않는 곳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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