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장풍파랑 - 1편 (1/61)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본문 바로가기

[무협] 장풍파랑 - 1편 (1/61)

💬 0 👁 18
☰ 목록
책갈피와 음성 읽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목: 장풍파랑 제1권 (전4권) 지은이: 장경 - 차례 - 序.
제 1 장.
산 공(山 公).
제 2 장.
귀 향(歸 鄕).
제 3 장.
동정호(洞定湖).
제 4 장.
통천하(通天河).
제 5 장.
회유시(會有時).
제 6 장.
해륭도(海隆島).
제 7 장.
염왕석(念往昔). 序.
장강(長江)의 수심 깊은 곳에는 몸을 철갑(鐵甲) 비늘로 두른 악어(鰐魚)처럼 생긴 용이 있다.
타룡( 龍)! 천 년(千年), 만 년(萬年), 세월을 보내도 절대 여의주(如意珠)를 얻을 수 없는 이무기.
나는 흉악(凶惡)했던 모양이다.
타룡으로도 모자라 군웅(群雄)들은 그 이름 앞에 '마(魔)' 자를 덧붙였다.
마타룡(魔 龍)! 단 몇 개월 사이에 얻은 별호(別號).
나에게 어울리는 별호라 생각했다.
칼날은 무뎌지고 장포에는 더 이상 핏자국을 새길 자리가 없었다.
끝없는 부유(浮游)...
혈풍(血風) 속을 소요(逍遙)하며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이었던가? 악양루(岳陽樓)에는 한 그루 나무가 있다.
일부러 지나쳐 가던 나무다.
어느 날, 나는 그 나무 아래 칼을 놓고 호흡을 골랐다.
용류(龍流)로 솟구치며 흐르는 장강의 푸른 물길! 그 고집스럽게 흐르는 긴 물길은 결코 나의 자유를 허락할 심산(心算)을 보이지 않았다.
새삼스럽게 느낀 일도 아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떠나야 했다.
오래 전에 떠났던 마음을 따라 몸도 떠났다. - 삼 년(三年)! 떠다니기는 어디나 마찬가지다.
단지 이곳은 나의 부유를 확인해 줄 사람이 없을 뿐! 그것으로 만족했다.
장강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살아 있는 동안 우리가 장담할 수 있는 말은 '언젠가 죽는다.'라는 말밖에 없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결심을 한다는 것은 아직 그 일에 미련이 있다는 것.
나는 좀 더 멀리 떠났거나 떠났다는 사실을 잊었어야 했다.
장풍(長風:큰바람)이 쉴새 없이 몰아치는 계절이었다.
제 1 장.
산 공(山 公).
칵! 카르르르르...
밀림(密林) 저편에서 들려 오는 괴성(怪聲)에 포쾌(捕快) 안명(安明)은 얼굴을 찌푸렸다.
관아(官衙)가 있으니 이곳은 대명(大明) 황제(皇帝)의 영토가 분명할 것이다.
하나 국법(國法)이 미치는 곳은 관아를 주변으로 형성된 작은 성시(城市)뿐...
끝없이 이어진 숲 속에는 중원에서 도망 온 흉악범(凶惡犯)들과 반 벌거숭이로 살아가는 야인(野人)들로 득실거렸고 해안(海岸)에는 해적(海賊)들까지 들끓었다.
낯선 풍물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짐승, 끈끈한 더위까지...
포쾌 안명은 그 모든 것이 짜증스러웠다. '젠장! 군졸(軍卒)로 뒹굴다 말 것을... ' 그가 목을 주르르 흐르는 땀을 손으로 훔쳤다.
장풍이 스쳐 간 후라 더위는 한결 심했다.
관문(官門)을 마주보고 서 있는 넓적한 얼굴의 포쾌는 그의 동료 최구(崔具)다.
최구는 그 더위 속에서도 선 자세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안명이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이곳은 규율(規律)이니 뭐니 하는 것으로 시비를 거는 자가 없다는 것! 그리고 서서 자는 일은 군문(軍門)에서 이미 배운 일이다.
안명도 관문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두고 온 고향, 주둔지(駐屯地)에서 만난 여인...
그 더위는 사람을 무척 피곤하게 했나 보다.
잠깐 사이에 잠이 밀려왔다.
그러나 안명은 더 이상 오수(午睡)를 즐길 수 없었다.
툭! 둔중한 소리가 그의 귀를 울렸다.
툭! 툭! 툭! 연이어 들리는 소리...
안명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가 험악한 인상으로 눈을 떴다.
떼구르르르...
그의 발 밑을 구르는 다섯 개의 목! 불쑥한 광대뼈, 치솟은 머리칼,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는 수급은 왜구(倭寇)의 목이 분명했다.
안명의 잠은 일순간에 달아났다.
그가 포쾌가 된 것은 근자의 일이다.
하나 왜구의 목 정도에 놀랄 그는 아니었다.
포쾌가 되기 전 그는 군졸이었다.
영남<嶺南:광동(廣東), 광서(廣西)>을 들쑤시고 다니던 왜구들과 수 차례 격전을 치른 경험도 있었다.
수급을 정신없이 바라보던 안명의 시선이 목을 불쑥 던진 자의 발끝에 머물렀다.
그의 시선이 작자의 다리를 타고 올랐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쭉 뻗은 다리, 상어 껍질로 만든 듯한 어갑피(魚甲皮)는 길이가 짧아 허벅지는 물론 내고(內袴:속옷)까지 보일 정도였다.
그의 눈이 잘못된 것은 분명 아니었다.
여인이 맞았다.
안명이 놀란 것은 왜구의 수급을 들고 나타난 자가 여인, 그것도 지독하게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가느다란 아미에 붉은 입술, 열 여덟이나 되었을까? 아직 앳된 얼굴과 달리 여인의 몸매는 이미 완숙할 대로 익어 타인(他人)으로 하여 나이를 짐작조차 어렵게 했다.
물에 전신이 흠뻑 젖은 여인의 허리에는 석 자 길이의 대나무가 달랑거렸다. "꿀꺽!" 안명이 침을 삼켰다.
그가 어색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도대체 누구... " "안명!" 장창(長槍)을 지팡이 삼아 꾸벅꾸벅 졸고 있던 최구라는 포쾌가 그를 불렀다.
안명이 퍼뜩 최구를 바라보았다. "국포두(國捕頭)나 데려오게." 최구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국포두나 동료 포쾌, 최구는 이곳 영남의 오지(奧地)에서 벌써 십 여년을 구른 자들이다.
안명이 여인과 최구를 흘깃 쳐다본 후, 후다닥 내원(內院)으로 뛰어갔다.
잠시 후, 안명은 몸이 비대한 중년 사내를 데리고 허겁지겁 나타났다.
몸이 비대한 중년 사내는 국선충(國善充)이라는 포두였다. "아이고! 산고(山姑)! 폭풍(暴風)이 지난지 얼마 되지 않아 물길이 아직도 거셀 텐데... " 포두 국선충이 딸 정도의 나이밖에 되지 않을 여인에게 손을 들며 호들갑을 떨었다.
여인은 국포두의 반색(斑色)에도 불구하고 냉랭하게 서 있기만 했다.
국포두가 머쓱한 표정으로 관문에 나뒹굴고 있는 수급을 발로 찼다. "바로 이놈들이었군.
폭풍으로 배가 난파(難破)를 당해 오도 가도 못한 채 해안을 들쑤시고 다닌다던 놈들이... " 그가 이마에 줄줄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여인이 아미(蛾眉)를 찌푸렸다.
국포두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해해해! 물론! 물론...
가만있자.
목이 다섯이니...
여기 있소.
다섯 냥."" 그가 은자를 내밀었다.
여인이 은자를 낚아챘다.
그녀는 은자를 쥐자마자 총총히 사라졌다. "겔겔겔! 보면 볼수록 괜찮은 계집이야.
이제 남자를 그리워 할 나이가 된 것 같은데...
그런데도 저렇게 냉랭하니..." 국포두가 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 괴물(怪物)이 밤일 하나는 끝내 주는 모양이오.
다른 남자들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것을 보니... " 최포쾌가 넓적한 얼굴을 씰룩거리며 말했다. "아닐 것이다.
아무렴! 남자를 아는 여자의 눈빛은 저렇지가 않지." 국포두의 눈빛이 음흉하게 빛났다. "험!" 그가 헛기침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왜구의 수급을 들었다. "어쨌든 조마(照磨)께서 좋아하시겠군.
근자에 왜구들의 발호(跋扈)를 막지 못한다고 상부로부터 연일 닦달인데...
이놈들의 목이면 한동안은 조용하겠지?" 국포두가 왜구의 수급을 들고 좋아라 했다.
그가 수급을 끌고 내원으로 향했다.
안명은 그제야 자신의 궁금증을 물을 수 있었다. "도대체 누구입니까?" "산고!" 최구가 짤막하게 말했다. " .... " "아하! 자네는 이곳에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산소(山 )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겠군." 산소는 영남의 속인(俗人)들이 입으로 전해 오는 이매( 魅)로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귀신이다.
안명도 그 정도는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입을 닫았다.
물음은 궁금증만 늘일 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산소라는 놈은 산중(山中) 깊숙한 곳에 살지.
수놈은 산공(山公)이라 부르고 암놈은 산고(山姑)라 부른다.
사람을 만나면 수놈은 무조건 돈을 달라 하고 암놈은 분과 연지를 달라고 한다.
만약 주지 않는다면... " 최구가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쩝쩝거리는 시늉을 했다.
안명이 인상을 그렸다. "이야기를 그만 돌리시오." 최구가 정색을 했다.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중원의 계집 같지는 않던데... " "마오난족(毛南族)! 그 외는 나도 몰라.
이 년 전, 목에 은자께나 걸린 흉악범의 목을 들고 돌연 나타났지.
그 후로 은자에 맛을 들였는지 종종 왜구와 서국(西國) 노예 사냥꾼들의 목을 들고 나타나더군.
우리야 나쁠 것이 없지.
손 하나 까딱 않고 상부에 공훈(功勳)을 자랑할 수 있으니...
산고에게 지불하는 은자야 여기 놈들에게 추렴하면 되는 일이고..." "모남족의 여자였군요." 안명이 중얼거렸다.
모남족은 환강(環江) 유역에 사는 남만의 한 부족이다. "사는 곳은 어딥니까?" "산소가 사는 곳은 당연히 산중이지.
그건 그렇고 이제 보니 자네... " 최구가 음침한 눈빛으로 누른 이를 드러냈다. "안 포쾌, 나리께서 산고에게 홀딱 빠졌군!" "아니 저는... " 안명이 허둥대며 얼굴을 붉혔다. "낄낄낄! 모든 남자들이 저 계집과 정(情)을 통해 보고 싶어하지.
하지만 그런 꿈은 일찍 버리게.
내가 이야기하지 않았나.
산고 곁에는 산공(山公)이라는 귀신이 있다고... " "산공?" "나도 본 적이 없다.
듣기로는 아주 추악한 놈이라던데...
하지만 그는 일파(一波)로 만파(萬波)를 일으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자네 장강명(張剛明)이라는 자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는가?" "해남파(海南派)의 반도(叛徒)로 한때 이곳을 떠들썩하게 하던 비적의 수괴 말입니까?" "그렇네.
놈을 처치하기 위해 백호장(百戶長)까지 나섰지.
그런데도 놈을 잡지 못했다.
그런 놈을 처치한 자가 누구인줄 아는가? ...바로 산공일세.
장강명이라는 놈은 산고를 납치해 제 첩으로 삼으려 했어.
그런데 그 일이 놈의 명을 재촉하는 일이 될 줄이야.... " 최구가 혀를 찼다. " ... " 안명의 표정이 해쓱해졌다. "가까이도 가지 말게.
특히 장풍이 불 때는...
이곳의 산공은 돈을 달라고도 않아.
그가 원하는 것은 무조건 목숨일세." 최구가 조소를 흘리며 안명의 귓가에 대고 중얼거렸다. * * * 여인은 손목에 두른 팔찌를 달랑거렸다.
산고!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그녀의 목과 팔, 허리에도 값싼 패물들이 주렁주렁했다.
그녀는 관아(官衙)에서 받는 반 이상의 은자를 항상 그런 물건들을 사는데 사용했다.
나머지는 술...
그녀의 얼굴은 붉었다.
시전(市廛)에서 벌써 한 잔의 술을 들이킨 후였다.
그녀의 뒤에는 점소이가 술동이를 들고 뒤따르고 있었다.
그녀는 나루터로 향했다.
나루터에서 하릴없이 술을 들이키던 파락호들이 그녀가 나타나자 주춤주춤 발걸음을 뺐다.
그녀에게 수작을 걸다 한 번쯤 혼이 난 작자들이었다.
그녀가 나루터에 매어 둔 뗏목을 풀었다.
술동이를 뗏목에 실은 그녀는 노를 잡았다.
ㅊ! ㅊ! 뗏목은 강물을 따라 하구(河口)로 향했다.
짭짤한 바람이 그녀의 머리칼을 날렸다.
그녀는 오랜만에 마신 술로 기분이 좋았다.
그녀의 입에서 시가(詩歌)가 절로 흘러 나왔다.
그녀가 유일하게 들었고 유일하게 알고 있는 노래...
행로난(行路難) 행로난(行路難) 다기로(多岐路) 금안재(今安在) 장풍파랑회유시(長風破浪會有時) 직괘운범제창해(直掛雲帆濟滄海) - 인생길 어려워라.
인생길 어려워라.
갈림길도 많으니 지금 어디 계신가.
큰바람 물결쳐도 님을 만날 수 있다면 구름에 돛을 달고 곧장 창해를 건너가리.
만 장의 심해(深海)에서 들려 오는 듯한 낮고 가는 목소리...
백구(白鷗)가 훨훨 날아 그녀의 뗏목 위를 맴돌았다.
피냄새 때문인지 모를 일이었다. "행로난, 행로난... " 그녀는 같은 노래를 반복하며 하류(下流)로 노를 저었다.
하구(河口)가 가까워지자 물살이 거세졌다.
파도가 세차게 쳐 강물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역류(逆流)했기 때문이다.
ㅊ! ㅊ! 그녀가 힘차게 물살을 갈랐다.
바닷물과 강물이 뒤섞이는 하구는 갈대 숲이다.
그녀는 갈대 숲에 이르러 뗏목을 강안(江岸)에 댔다.
그녀가 뗏목을 갈 대숲에 묶고 술동이를 들었다.
갈대 숲을 지나 작은 백사장(白沙場)이 펼쳐진 협만(峽灣)을 지나던 그녀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바다는 큰바람이 스쳐 간 후라 아직 거칠었다.
반 장여에 이르는 파도가 포말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곳에는 석양(夕陽)에 비쳐 불에 타는 듯한 거대한 배가 한 척 정박(碇泊)해 있었다.
삼본장선(三本檣船:캐랙선)! 파사인(波斯人:페르시아인)과 서국인(西國人)들이 대양(大洋)을 왕래하는 배.
그녀가 무심한 눈빛으로 삼본장선을 바라보았다.
삼본장선은 당연히 교역을 했지만 벌이가 시원치 않을 경우 노예 사냥도 했다.
삼본장선이 거래하는 술탄과 무굴 제국의 왕들은 흑백(黑白)의 노예 외에 다종(多種)의 이족(異族) 노예들을 거느리기를 좋아했다.
특히 남만족들은 환관(宦官)으로 인기가 높아 금냥이나 받을 수 있는 고가(高價)의 물건이었다.
남만족들은 중원에서도 당대(唐代)부터 환관으로 다수 채용됐다.
한때 당조(唐朝)를 좌지우지하던 고력사(高力士)도 바로 이곳 출신으로 환관이 된 자였다.
남만족을 환관으로 다수 뽑아 들이기는 작금의 왕조인(王朝) 명조(明朝)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도 남만족이다.
삼본장선을 바라보며 허리춤의 대나무를 만지작거리던 그녀가 휙 등을 돌렸다.
그녀의 발걸음이 쫓기듯 바빠졌다.
총총한 걸음으로 백사장을 지나던 그녀가 흠칫 발길을 멈추었다.
그녀의 눈빛이 이채로 반짝였다.
낯선 발자국! 이곳에 외부인의 발길이 닿는 적은 없다.
산소가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술을 놓고 자신의 발을 낯선 발자국 위에 올렸다.
그때였다.
쉬쉭! 쉭! 날카로운 파공음이 그녀의 귀를 울렸다.
그녀가 고양이처럼 재빠르게 몸을 웅크렸다.
촤르르...
간발의 차로 그녀의 머리칼을 스치고 지나간 것은 쇠사슬에 매달린 겸도(鎌刀)였다.
쉬쉭! 쉭! 겸도의 파공음이 연이어 그녀를 덮쳤다.
그녀가 겸도를 흘려 보내며 깊게 몸을 웅크렸다.
습관처럼 배운 자세였다.
그녀가 대나무의 끝을 잡았다.
팟! 그녀의 허리춤에서 푸른 예기가 번뜩였다.
대나무에는 남해(南海)의 바닷물 보다 더 파란 협도(陜刀)가 숨어 있었다.
쨍! 쨍! 겸도가 협도에 퉁겨 방향을 잃고 허공을 날았다.
타타타탁! 그녀가 겸도가 날아 온 방향을 향해 비호(飛虎)처럼 달려들었다.
그녀의 협도가 갈대를 사정없이 갈랐다. "크악!" 누른 갈대가 쫙 갈라지며 핏물이 튀었다.
카까까까! 갈대 숲에 숨어 있던 새들이 비명에 놀라 하늘로 솟구쳤다.
그와 동시에 네 자루의 겸도가 다시 좌우, 전방에서 그녀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챙! 챙! 챙! 겸도가 협도에 부딪혀 쇠사슬을 출렁이며 허공으로 산개(散開)했다.
윙! 윙! 윙! 갈대 숲에 숨어 그녀를 습격하던 자들이 겸도를 돌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어깨 살이 드러나는 상의, 긴치마...
암습인(暗襲人)은 왜인(倭人)들이었다.
그녀가 정면에서 겸도를 날리던 왜구를 향해 협도를 번쩍였다.
정면에 선 자가 협도의 파공음에 놀라 겸도를 내던지고 허리춤의 칼을 다급히 찾았다. "컥!" 그러나 협도는 이미 그의 머리통을 동강내고 흐르며 혈흔(血痕)을 반짝였다.
겸도를 든 왜인들이 그녀의 무위(武威)에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산고의 눈빛에 가는 웃음이 맺혔다.
귀기(鬼氣)가 느껴질 정도의 요사(妖邪)스런 미소였다.
파팟! 협도가 다시 남만의 붉은 석양과 어우러져 빛을 뿌렸다.
그녀의 칼이 좌측에 선 왜인의 목을 막 쳐 나갈 때였다.
핑! 날카로운 굉음(轟音)이 세찬 경기를 일으키며 쏘아 왔다.
그녀의 협도가 황급히 방향을 선회(旋回)했다.
채챙! 협도와 겸도가 허공에서 엉키며 불꽃을 튀겼다.
산고가 아미를 찌푸렸다.
그녀의 손바닥에는 견딜 수 없는 통증이 찾아 들었다.
손바닥은 찢어져 가는 혈흔까지 보였다.
촤르르르...
쇠사슬을 끌어당기며 겸도를 날린 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훤한 이마, 독사(毒蛇)처럼 번들거리는 눈, 가는 턱수염을 바람에 부들거리고 나타난 자는 오십 가량의 왜인이었다.
승복(僧服) 같은 긴 장포에 두 자루의 칼을 엇비스듬하게 찬 왜인의 옷은 석양빛 보다 붉었다.
그리고 그의 가슴에는 유영(遊泳)하는 바다뱀 한 마리가 검은 수실로 새겨져 있었다.
머리가 두 개인 바다뱀이었다.
산고의 눈빛이 반짝였다.
거친 파랑에 몸을 맡기고 물길을 오간지 삼 년여...
그녀도 해풍(海風)에 적잖은 바다의 풍문을 주워 들었었다.
팽호열도(澎湖列島)에는 적갈색 해초(海草)로 바닷물이 온통 붉게 보이는 섬 하나가 있다.
적해도(赤海島)! 뱃길에 나선 어부들이 물을 구하기 위해 잠시 머무는 곳...
그러나 지금 그곳은 왜구들의 소굴로 변해 있었다.
중원을 보다 지척에서 노략질하기 위해 오래 전에 왜구들이 그곳을 자신들의 소굴로 만든 것이다.
눈앞에 나타난 왜인들은 적해도에서 온 자가 분명했다.
그것도 수괴(首魁)! 붉은 옷에 바다뱀의 문양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적해도주(赤海島主) 아니면 부도주(副島主)...
산고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해적의 수괴들은 노략질을 할 때에도 내지(內地)에는 발을 잘 디디지 않았다.
그녀는 협도를 곧추세우며 눈앞의 자가 홀연 나타난 이유를 생각했다.
그러나 적해도에서 온 중늙은이는 그녀로 하여금 더 이상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철렁! 철렁! 적해도의 중늙은이가 쇠사슬을 출렁거렸다.
무전해랑(武田海郞)! 그는 적해도주가 맞았다.
겸도가 쇠사슬의 출렁거림을 따라 영사(靈蛇)처럼 꿈틀거렸다.
파팟! 겸도가 땅을 박차고 솟아오르며 그녀의 하반신을 찍어 왔다.
그녀가 신형을 날렸다.
그녀가 허공에서 신형을 날렵하게 비틀며 쾌도난마(快刀亂麻)로 적해도주를 쏘아 갔다. "건방진!" 적해도주가 좌우에 서 있던 수하들의 겸도를 뺏어 들었다.
그가 양손의 겸도를 날렸다.
피핑! 핑! 겸도가 십(十) 자로 엇갈리며 허공을 날았다.
그와 동시에 적해도주의 허리에서 두 자루의 칼이 번뜩였다.
그가 한 발을 뒤로 빼며 몸을 튀겼다.
그의 신형이 겸도 보다 더 빠르게 산고를 노려 갔다.
쨍! 쨍! 쨍! 허공에서 어지러운 빛이 난무했다.
왜인들이 허공에서 번쩍이는 빛에 눈을 가릴 때였다.
털썩! 산고의 신형이 둔중하게 백사장에 떨어졌다.
그녀가 이마를 좁히며 손등으로 입가를 닦았다.
그녀의 입에서는 가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가 칼을 세웠다.
몸을 웅크리며 적을 재차 육박하려던 그녀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의 허리에는 어느 틈에 겸도가 요대(腰帶)처럼 칭칭 감겨 있었다.
겸도의 날은 그녀의 옆구리에 낚시 바늘처럼 박혀 떨어지지 않았다.
철컹! 적해도주가 겸도에 달린 쇠사슬을 발로 세차게 눌렀다.
그가 발을 휘휘 저으며 발목에 쇠사슬을 감았다.
옆구리에 박힌 겸도가 생살을 가르며 산고의 상처를 점점 크게 했다.
그녀의 입이 고통으로 벌어졌다.
적해도주의 각력(脚力)은 엄청났다.
그녀는 백사장에 다리를 질질 끌며 끌려가지 않을 수 없었다.
버티려고 해도 옆구리의 통증 때문에 버틸 수도 없었다.
철컹! 적해도주가 발을 들어 쇠사슬을 다시 감았다.
산고의 눈빛이 빛났다. "캇!" 그녀가 괴성을 지르며 신형을 회전했다.
쇠사슬이 빙글 그녀의 허리에 감겼다.
그녀가 몸을 앞으로 불쑥 내밀며 적해도주의 미간을 찔러 갔다.
돌연한 출수라 적해도의 수하들은 손을 쓸 틈도 없었다.
적해도주가 쇠사슬을 놓았다.
챙! 산고가 몸을 비틀거리는 찰나에 적해도주의 장도(長刀)는 산고의 협도를 누르고 있었다.
협도가 장도에 눌려 점차 지면을 가리켰다. "핫!" 적해도주가 엄청난 힘으로 산고의 협도를 누른 후, 산고의 코앞으로 육박했다.
그의 좌수(左手)가 산고의 손목을 득날 같이 낚아챘다.
우드득! 적해도주가 어깨뼈가 부서질 정도로 그녀의 팔을 비틀었다. "악!"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퍽! 퍽! 적해도주가 그녀의 종아리를 걷어찼다.
그녀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적해도의 수하들이 우르르 몰려와 그녀의 목과 어깨에 겸도를 걸고 쇠사슬을 감았다. "어이!" 그들이 손을 들었다.
삐꺽! 삐꺽! 갈대 숲 사이에서 한 척의 쾌선(快船)이 모습을 드러냈다.
적해도의 수하들이 그녀를 끌고 우르르 쾌선에 올랐다.
철컹! 적해도주가 칼을 꽂고 그 뒤를 천천히 따랐다.
ㅊ! ㅊ! 쾌선은 거친 파도에 밀려 심하게 요동쳤다.
배가 흔들릴 때마다 산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허리에 찍힌 겸도는 아직도 그대로였다.
바다는 어스름이 내려 이제는 완전 묵빛이었다.
그리고 커다랗게 떠 있는 검은 물체...
쾌선이 나아가는 곳은 삼본장선이었다.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별반 두려워 할 일도 없었다.
몇 십 년을 산 것도 아니지만 그녀는 살아가며 맛보아야 할 새로운 고해(苦海)가 더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삼본장선은 달랐다.
그녀는 삼본장선에 본능적인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입술을 달싹거렸다.
💬 한 줄 댓글 0
비회원 · 이 글에 하루 1개만 등록 가능
HTML/스크립트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댓글은 최대 120자이며 페이지를 이동하지 않고 바로 등록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

Copyright © webstoryboard.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