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소설]천중행 - 검 - 42편 (42/46)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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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천중행 - 검 - 42편 (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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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⑨ "하하하, 반갑소." 북궁후가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순간 백리천악은 자신의 허리가 저절로 펴짐을 느끼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잠시 후, 북궁후가 몸을 돌려 호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은 본좌가 세 개의 묵옥악마상을 모두 모았다는 것을 소 문으로 들어서 알 것이오." 기침소리 하나 내는 사람이 없었다.
북궁후의 전신에서 풍기는 자 연스러운 위엄은 이같이 상대의 마음을 억누르는 것이었다. "나는 그 세 개의 악마상을 갖고 대설산으로 떠날 것이오." 북궁후가 다시 몸을 돌렸다.
그가 돌아서자 마치 태양을 보는 듯 해 모두들 눈이 부셨다.
동정호를 등진 채 입을 여는 북궁후의 기 세는 실로 대자연의 그것이었다. "대설산으로 이르는 길은 험난하기 이를데 없소이다.
모든 무림인 이 그것을 탈취하기 위해 곳곳에서 노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 오." 이때 천해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헌데 그 일을 비밀로 하시지 않고 당당히 대설산으로 가심을 공 포하신 것입니까? 어떤 의도가 있는지요?" "후후, 잘 보셨소.
내가 천외선부로 들어간다고 공포한 데에는 나 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소.
허나 그대들은 그것까지는 알 필요 없 고." 북궁후의 눈이 천천히 그들의 얼굴을 쓸었다. "여러분들은 묵옥악마상을 탈취하고자 덤벼드는 무림인들을 상대 해 주시면 되오."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이었다. "대설산에 이르기까지 나는 여러분들의 활약을 믿겠소.
자, 삼일 후 나는 길을 떠날 것이오.
그만 그렇게 알고 물러가시오." "천명(天命)!" 그들은 많은 의혹을 안고 있었으나 북궁후가 굳이 이야기하지 않 으니 무어라 입을 열 수 없었다.
다음 순간 그들은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호면을 밟으며 사라지 고 있었다.
허나 그들의 표정에 하나 가득 떠올라 있는 것을 북궁후는 분명히 볼 수 있었다.
그것은 환한 기쁨과 설레임이었다.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북궁후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후후, 이제 모험은 시작되었다!" 그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그는 결국 나타날 것이다! 나의 예상이 맞는다면 대설산에서 이 미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고...." 바람이 불고 있었다.
피의 폭풍을 몰고 올 중원의 바람이. ■ 검 3권 제29장 만리대장정(萬里大長征), 혈전(血戰)! ━━━━━━━━━━━━━━━━━━━━━━━━━━━━━━━━━━━ ① 만리대야평(萬里大野坪).
드넓은 황야(荒野)였다.
이 황량한 평원은 감숙성(甘肅省)에서 멀 리 청해성(靑海省)으로 이어져 있다.
칠흑같은 먹구름이 밀려오더니 이내 굵은 빗방울이 메마른 대지 (大地)를 때리기 시작했다.
자욱한 황토먼지가 풀풀 일어났다.
빗방울은 순식간에 억수같은 장대 빗살로 변했다.
엄청난 폭우(暴雨)였다.
붉은 황토가 빗물에 쓸려 콸콸 흐르기 시작했다.
간간이 뇌성벽력 이 암천을 갈랐다.
헌데 이때 폭우 속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시커먼 물체가 어두운 황야 저 끝에서 나타났다.
여덟 마리의 흑마가 이끌고 있는 화려한 팔기마차(八騎馬車)였다.
마차는 미친 듯이 폭우와 어둠을 뚫고 질주해오고 있었다.
마차는 바랜 황금빛깔의 가죽으로 뒤덮였다.
여덟 마리의 흑마는 탄탄한 근육이 불거진 다리로 힘껏 대지를 차 면서 나는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마부석에는 울퉁불퉁하게 생긴 마부(馬夫)가 채찍을 휘두르고 있 었다.
전신 피부가 먹물을 들인 듯 새카맣다.
대머리조차 흑광(黑光)을 발하듯 검게 번쩍이고 있었는데 가늘게 째진 두 눈은 연신 섬광같은 안광을 내뿜고 있었다.
여덟 마리의 흑마와 그는 아주 기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마차 안에는 푹신한 호피가 사방벽은 물론 바닥까지 깔려 있었다.
화려하고도 위엄을 느끼게 하는 치장이었다.
북궁후와 천예궁이 나란히 호피의(虎皮椅)에 몸을 묻고 있었다.
북궁후의 기색은 매우 담담했다.
미간에 한 가닥 기이한 의지의 빛이 서려 있을 뿐이었다.
허나 천예궁의 아름다운 옥용에는 수심 이 가득하였다. "대가!" 북궁후가 말없이 그녀를 쳐다봤다. "아무래도 수하들을...." 허나 그녀의 조심스런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북궁후의 부드러운 음 성이 들렸다. "걱정마시오, 예궁.
이번 대장정(大長征)에 대비해 모든 준비를 해놓았소." 천예궁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 가닥 근심을 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북궁후는 그녀의 얼굴을 당겨 부드럽게 흑발을 쓰다듬으며 말했 다. "예궁, 잊었소? 내가 북궁후라는 것을?" 그 한마디는 진실로 확신에 차 있었다.
천예궁의 근심어린 얼굴은 격렬히 기쁜 빛을 떠올렸다.
그것은 신뢰의 사랑과도 통하는 것이 리라! "믿어요.
믿어요, 대가!" 그녀는 북궁후의 가슴 깊숙이 얼굴을 파묻었다.
그녀는 마치 대자 연의 품에 안긴 듯 심신이 평온해짐을 느꼈다.
북궁후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대설산(大雪山)까지는 일만 리(一萬里), 이 대장정에 무림의 사 활이 걸려 있다!' 그의 상념은 이어졌다. '그동안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던 어둠 속의 인물...
그 자가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죽을 것이다! 내 손에....' 천예궁의 부드러운 흑발을 쓰다듬던 손에 갑자기 힘이 들어갔다.
천예궁이 흠칫하였으나 그녀는 이내 북궁후가 지금 몹시 격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마치 그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는 듯이 더욱 깊이 품안으로 파고 들었다.
바로 이때 마차 밖에서 거칠고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크크! 주군(主君)! 서서히...
하루살이들이 꿈틀거립니다." 북궁후의 입술에 희미한 냉소가 걸쳐졌다. "후후, 독불(毒佛), 신경쓰지 말고 계속 마차를 모시오!" "크크, 손이 근질거리지만 주군의 명이니 참겠습니다." "고맙군." 북궁후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헌데 이때 멀리 또다른 말발굽소리 가 들려오는 것이 고막을 때렸다.
꽤 많은 인마(人馬)들이 몰려오는 듯 말발굽소리는 요란하게 지축 을 뒤흔들고 있었다.
더불어 대갈일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멈춰라! 늙은 대머리!" 허나 북궁후는 지극히 태연했다. '후후, 드디어...
왔는가?' 백리천악의 음성이 들려왔다. "크크, 하나, 둘, 셋...
주군, 꼭 구십팔 명의 하루살이들입니 다!" 북궁후는 주저없이 말했다. "접근하면 죽이시오!" 천예궁이 그의 품에서 벗어나며 긴장된 음성으로 말했다. "드디어 시작이군요.
대가!" 북궁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저들 상대는 또 따로 있을 것이오." 마차 밖에는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마부석에 앉아 있던 시커먼 괴인이 허리에 차고 있던 시뻘건 선장 (禪杖)을 꺼내고 있었다. "크크, 나 독불(毒佛) 백리천악(百里天嶽)! 드디어 홍살마선장(紅 殺魔禪杖)을 쓸 때가 왔군!" 그는 바로 독불 백리천악이었다.
백리천악의 눈에 폭우를 뚫고 오 는 백여 기(騎)의 인마가 보였다. ■ 검 3권 제29장 만리대장정(萬里大長征), 혈전(血戰)! -2 ━━━━━━━━━━━━━━━━━━━━━━━━━━━━━━━━━━━ ② 그들은 이미 사방에서 마차를 포위해 오고 있었다.
모두 흑포를 나부끼며 검은 초립(草笠)을 눌러 썼다.
전신에서는 음산한 기운을 내뿜고 있어 이제 막 유명도(幽冥道)에 서 나온 악령의 기사(騎士)들 같았다.
한 기의 인마가 유유히 마차 앞으로 다가왔다.
우람한 거구에 초 립 대신 검은 영웅건(英雄巾)을 두르고 있었다. "흐흐흐, 대머리가 마차를 모는 것은 처음 보는군!" 백리천악은 서서히 마차를 세웠다.
헌데 뜻밖에도 그는 고삐를 움 켜쥔 채 마차 지붕 위로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크크, 비켜라! 덤벼들면 이 대머리 마부의 솜씨를 보기도 전에 죽으리라!" 그는 그대로 마차를 몰아갔다.
그 순간 영웅건을 두른 인물이 허 공에 대갈성을 터뜨렸다. "흐흐흐, 흑풍혈류대(黑風血流隊)의 맛을 보여줘라!" 사방에서 십여 줄기의 인영들이 검날을 번뜩이며 쏘아왔다.
그 신법은 기쾌무비했다. "흥!" 백리천악이 코웃음을 치더니 선장과 고삐를 허공에 뒤얽을 듯 교 묘히 펼쳐냈다. "크아악!" 처절한 비명이 어둠을 찢으면서 시뻘건 피보라가 확 뿌려졌다.
십여 명의 흑의인들이 사지가 절단된 채 흙탕물 속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었다.
백리천악은 채찍을 감아쥐며 흑포인들을 노려봤다. "크크크, 너희들은 대머리 마부를 처음 본다지? 나도 말고삐에 채 여 죽은 놈들을 처음 본다." 영웅건을 두른 사내의 우락부락한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빌어먹을!" 백리천악이 고삐를 흔들자 흑마들은 맹렬한 기세로 땅을 박차면서 달려나갔다.
마차는 계속 전진했다.
팔십여 기의 인마들이 계속 거리를 유지해가며 공격을 가해왔지만 그들은 마차에 흠집조차 낼 수 없었다.
헌데 그때 돌연 빗속을 뚫고 쏘아오는 백여 명의 인영들이 있었 다.
그들은 그대로 마차의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인마들을 덮쳐가 고 있었다.
하나같이 백의를 입고 역시 새하얀 피풍을 걸치고 있었는데 예사 롭지 않은 무예를 지니고 있는 듯 그들은 순식간에 인마들의 공세 를 차단하면서 장세를 역전시키고 있었다.
숨 한모금 들이킬 시간도 지나지 않아 포위망이 뚫리면서 진로(進 路)가 확 열리고 있었다.
그들중에 한 사내가 백리천악을 돌아보면서 입술을 달삭이자 한 줄기 전음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장내를 관망하고 있던 백리천악 에게 전해졌다.
(대사! 어서 주군을 모시고 전진하시오! 이곳은 저희 철기령 휘하 들이 맡겠습니다.) 백리천악의 거무튀튀한 입가에 괴소가 머금어졌다. "크크, 고맙군." "이럇!" 천지를 가를 듯한 기합성이 그의 입술을 비집고 튀어나왔다.
마차는 질풍처럼 포위망을 뚫고 달려나갔다. "앗! 막아랏!" "추격하라!" 흑의인들은 일제히 말을 몰아 마차를 집중 공격해갔다. "서라! 너희 잡졸들은 우리가 맡는다!" 백의인들이 분분히 몸을 날려 그들의 앞길을 가로 막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철기령의 휘하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일부는 흑의 인들의 진로를 차단하고 일부는 마차가 안전하게 공격권을 빠져나 갈 수 있도록 후미(後尾)를 지키고 있었다. "크크크, 잘 있거라! 만류교 잡졸들아!" 백리천악은 기세 좋게 채찍을 휘둘렀다.
헌데 그때 번뜩! 하면서 거의 기듯이 바닥을 스쳐 날으면서 네 줄 기의 흑영이 마차 밑으로 그림자처럼 파고드는 것이 아닌가! 그들의 행동은 너무나 신속하여 백리천악조차 미처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아비규환이 벌어지고 있는 바깥 세상과는 달리 마차 안에는 포근 하고 안락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북궁후는 중간어림에 놓여 있는 탁자에 두 발을 올려놓고 편안한 자세로 호피의에 몸을 묻고 앉아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고 천 예궁은 다리를 비스듬히 모은 채 북궁후의 품 안에 상체를 묻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여로(旅路)를 떠나는 한 쌍의 연인 (戀人)같았다.
헌데 이때 눈을 지그시 감고 품 안의 천예궁의 어깨를 쓰다듬고 있던 북궁후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그는 문득 천예궁의 머리에 끼 여 있는 비녀를 꺼내었다.
천예궁이 의아한 시선으로 그를 보았 다.
북궁후가 빙긋이 웃더니 입을 열었다. "내...
이번 일이 끝나면 이보다 더 좋은 옥차(玉叉)를 선물해 주 겠소." 다음 순간 비녀가 쫙! 하면서 네 조각으로 갈라지는 것이 아닌가! 천예궁의 눈에 아쉬움의 빛이 떠올랐다.
쉭! 하는 소성과 함께 네 조각으로 갈라진 비녀가 손가락에서 회 전하더니 그대로 바닥을 향해 폭사되는 것이 아닌가! ■ 검 3권 제29장 만리대장정(萬里大長征), 혈전(血戰)! -3 ━━━━━━━━━━━━━━━━━━━━━━━━━━━━━━━━━━━ ③ 파팍! 나직한 소음과 함께 갈라진 비녀는 호피바닥으로 파고 들었다.
동시에, 크악! 하는 섬칫한 소리가 바로 마차 바닥에서 터지는 것 이 아닌가! 천예궁의 안색이 핼쑥하게 변했다.
푹! 하면서 비녀가 뚫고 들어 가고 생겨난 구멍에서 시뻘건 피분수가 솟아올랐다.
마차 안에는 순식간에 역한 피비린내가 맴돌았다.
뭔가 마차 바닥에서 떨어져 나가는 둔중한 소리가 천예궁의 귓가 에 들려왔다.
마차 바닥에 누군가 달라붙어 있었음이 분명했다.
천예궁은 허옇게 질린 표정으로 호피를 적시고 있는 핏물을 바라 보고 있었다.
피는 순식간에 주위의 호피를 적시며 마차 안에 역한 피비린내를 발산시켰다.
천예궁은 북궁후를 보았다.
북궁후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한 표정으로 다시 눈을 지그시 감으며 호피의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천예궁의 안색이 흐려졌다. '아...
이 분의 곁에서 피보라가 일지 않을 날은 언제일까?' 그녀는 나른했던 온몸이 차갑게 식어오는 기분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우르르릉! 마치 이 세상의 종말이라도 온 듯이 천지는 칠흑같이 어두웠고 그 사이로 장대같은 빗줄기는 은은한 뇌성을 동반하고 미친 듯이 쏟 아지고 있었다.
그 사이를 팔기마차는 맹렬하게 달려가고 있었다.
이때 마차를 몰 고 있던 백리천악의 눈에 기광이 번뜩였다. "저...
저것은!"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이쪽을 향해 날아오는 하나의 발광체가 있 었다.
언뜻 반딧불같던 발광체는 순식간에 호롱불처럼 커지더니 이내 보름달처럼 휘황한 빛을 뿜으면서 일직선으로 이쪽을 향해서 날아오고 있었다.
백리천악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안력을 힘껏 돋구어 다시 한 번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의 시커먼 낯빛이 하얗게 변했다. "아니! 저것은 사람이 아닌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발광체는 바로 사람이었는데 얼마나 빨리 날아오고 있는지 대기와 마찰을 일으켜 한 덩어리의 빛으로 보이 고 있었던 것이다.
백리천악은 가슴이 섬뜩하였다.
장대처럼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저 정도의 속도로 날아온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내공을 필요로 하 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리천악이 놀람을 가라앉히기도 전에 상대는 이미 십여 장 앞에 내려서고 있었다.
은은히 핏빛을 발하는 적포를 입고 품에는 한 자루 붉은 검을 안 고 있었다.
두 눈에서 내뻗치는 기광은 소름이 오싹 끼칠 정도였다.
장대같은 빗줄기는 그의 몸 삼 장 주위에서 퉁겨나가고 있었다.
백리천악은 일순 벼락같이 고함쳤다. "비켜라! 미친 중생아!" 그는 달려오는 속도 그대로 적포괴인을 짓밟으려는 듯 말잔등을 향해 채찍을 후려치려고 했는데, 돌연 그의 눈이 부릅떠졌다.
소리도 없이 여덟 개의 말머리(馬頭)가 피보라를 뿌리며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머리가 잘린 말들이 계속 달리고 있다 는 것은 실로 섬칫한 일이었다.
흑마들은 오 장여를 더 달리다가 그 자리에 폭삭 주저앉고 있었다.
쿠르릉! 마차는 굉음을 토하며 기우뚱하더니 한쪽에 멈추어 섰다.
백리천악의 안색은 허옇게 질려 있었다. '아무 것도...
아무 것도 보지 못했는데....' 그는 메마른 침을 삼켰다. '당금 천하에 어느 검수가 내 눈을 속이고...
저토록 절묘한 검초 를 펼칠 수 있단 말인가?' 그의 경악은 실로 극에 달했다.
이때 적포괴인의 얄팍한 입술사이 로 음산한 냉소가 흘러나왔다. "땡초, 비켜라!" 백리천악의 검은 눈썹이 꿈틀하였다.
적포괴인이 차가운 눈으로 마차를 노려보았다. "본존은 검마존(劍魔尊)! 마차 안의 애송이를 만나겠다!" "거, 검마존!" 백리천악의 눈에 비로소 공포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때 덜컥! 마차문이 열리더니 북궁후가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그는 침착한 표정으로 마치 산보라도 나온 듯이 뒷짐을 지고는 앞 으로 걸어나왔다.
그는 잔잔한 시선으로 검마존을 바라보더니 입가에 미소를 떠올렸 다. "후후, 검마존! 잘 만났다.
그렇잖아도 내 빚을 갚으려 수소문하 던 중이었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가소롭다!" 소름끼치는 일갈과 함께 검마존의 신형이 번쩍! 하는 순간 그의 품안에서 붉은 빛이 확 뿌려졌다. "섬광(閃光) 마류(魔流)!" 쐐애액! 그의 일갈이 터지는 순간 이미 한가닥의 검기는 북궁후의 가슴 한 치 앞으로 쇄도해 있었다.
지독하게 빠른 쾌검(快劍)이었다.
바로 이 일초에 북궁후는 가슴이 관통당했던 적이 있지 않은가! 그때 북궁후의 대갈일성이 터졌다. "비류신검(飛流神劍)!" 순간 검마존은 경악스러운 장면을 보고 말았다.
자신의 검기가 양쪽으로 쫘악 갈라지면서 그 사이로 새하얀 검기 가 일직선으로 쏘아오고 있지 않은가! '이럴 수가!' 검마존은 앞 이마에 뜨끔하는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뭔가 주루룩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끝이었다. ■ 검 3권 제29장 만리대장정(萬里大長征), 혈전(血戰)! -4 ━━━━━━━━━━━━━━━━━━━━━━━━━━━━━━━━━━━ ④ "크아아악!" 그는 엄청난 고통이 온몸을 엄습해 오는 것을 느끼면서 처절한 비 명을 질렀다.
푸확! 하는 소음과 함께 그의 머리가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시뻘건 피보라가 솟아올랐다.
연이어 가슴이 갈라지면서 뜨거운 내장이 피분수와 함께 튀어나왔 고 이윽고 그는 사타구니까지 양단된 채 쿵! 소리와 함께 땅에 떨 어졌다.
그의 두 쪽으로 갈라진 동체는 한동안 꿈틀거리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마부석에 앉아 있던 백리천악은 경악으로 휩뜨여진 눈으로 망연하 게 검마존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그는 정신이 들었는지 한 차례 몸을 부르르 떨더니 두려움에 가득한 시선으로 북궁후를 보았다. '무, 무서운 검술이다! 어찌 저것이 사람의 손에서 펼쳐졌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의 눈에는 북궁후가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이때 북 궁후 역시 내심 은은히 놀라고 있었다. '과연 천혜검경이다! 단지 삼성의 공력으로 시전한 것이거늘....' 그는 천혜검경 속에 수록되어 있던 구초검예(九招劍藝) 중 제일초 인 비류신검을 펼친 것이었다. '만일 내가 십이성 전력으로 펼쳤다면...
그는 어쩌면 시체조차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북궁후는 침음을 흘렸다.
천혜검경의 그 가공할 위력에 내심 한기 가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
허나 이내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 럼 마차를 향해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 "예궁! 나오시오.
이제부턴 걸어가야겠소." 마차 문이 열리며 천예궁이 나왔다.
북궁후는 자신의 겉옷을 벗어 그녀의 어깨에 걸쳐 주었다.
천예궁은 애써 담담한 눈으로 그를 바라본 후 암울한 하늘을 쳐다보았다.
지금 그녀의 심정은 어떤 것일까? "갑시다." 두 사람은 나란히 폭우 속을 걸어갔다.
무림의 운명을 짊어진 젊은 남녀는 마치 그들의 장래처럼 어두운 빗줄기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이때 문득 정신을 차린 백리천악이 훌쩍 마부석에서 뛰어내리더니 검마존의 시신을 툭 걷어차며 중얼거렸다. "에잉, 나쁜 중생! 끝내 주군을 고생시키는구나!" 그는 휘적휘적 뒤를 따랐다.
뇌성벽력은 폭우와 함께 도무지 그칠 기색이 없었다.
하늘은 더욱 낮게 가라앉았다. ■ 검 3권 제29장 만리대장정(萬里大長征), 혈전(血戰)! -5 ━━━━━━━━━━━━━━━━━━━━━━━━━━━━━━━━━━━ ⑤ 어느새 폭우는 그친 것일까? 따가운 햇살이 중천에서 쏟아지고 있 었다.
그 가운데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니 날씨는 참으로 쾌청했 다.
청해성(靑海省)의 허리를 가로 질러 도도히 흐르는 황하(黃河)의 지류(枝流)였다.
한 차례 폭우가 쏟아진 후 강물은 더욱 불어나 있었다.
마치 육지 가 떠밀려 내려가는 것처럼 흘러가고 있는 황하의 누런 흙탕물을 강변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이남일녀(二南一女)가 있었다.
바로 북궁후와 천예궁, 그리고 백리천악이었다.
세 사람은 격탕노 도와 같이 굽이쳐 흐르는 강물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때 천예궁이 입을 열었다. "대가, 저 넓은 강을 어떻게 건너죠?" 북궁후는 담담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후후, 벌써 기다리고 있잖소?" 강변의 저편에서 한 척의 범선이 이쪽으로 미끄러져 오고 있었다.
뱃머리에는 약 육순 가량 되어 보이는 노인이 소매를 걷어 붙이고 노를 젓고 있었다.
범선은 어느덧 북궁후 앞에 이르렀다.
노인이 강변에 배를 정박시키더니 북궁후를 향해 깊숙이 허리를 굽히면서 입을 열었다. "주군! 어서 오르십시오." 북궁후는 노인을 바라보며 호쾌히 웃었다. "하하하, 천해신께서 이곳까지 오셨구료." "허허, 뿐이겠습니까? 총군사의 명으로 어부(魚父)도 함께 왔습니 다." 북궁후가 훈훈한 미소를 떠올렸다. "흠, 동정어옹도?" 그때 한 줄기 컬컬한 음성이 선실 안에서 울려나왔다. "주군, 어서 오십시오." 북궁후와 천예궁은 소리난 쪽을 쳐다보았다.
헐렁한 갈삼을 입은 한 명의 노인이 낚싯대를 메고 선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동정어옹 이었다.
이때 백리천악이 포권하며 말했다. "주군! 소불(小佛)의 임무는 여기서 끝난 것 같습니다." 북궁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소.
돌아가서 중원의 일을 맡아주기 바라오." "예, 주군." 독불 백리천악의 모습은 곧 강변에서 사라졌다.
범선은 하나의 흑점(黑點)인 양 거대한 황야 속으로 미끄러져 들 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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