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소설]천중행 - 검 - 18편 (18/46)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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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천중행 - 검 - 18편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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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성난 멧돼지처럼 그를 덮쳐 가려던 회색장포인들과 흑의복면 인들은 돌연 동작을 멈추었다.
그리고 핏발이 곤두선 눈으로 잠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이 멈춘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들이 덮쳤다가는 또다시 그의 행적을 놓칠 것이므로. ■ 검 2권 제13장 사당 속의 신기백출(神技百出)! -2 ━━━━━━━━━━━━━━━━━━━━━━━━━━━━━━━━━━━ ② 그들은 일단 염비를 눈앞에 놔두고 잡을 궁리를 하려는 심산인 것 같았다.
역시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들은 입술을 달싹이면 서 전음을 주고받고 있었다.
헌데 이때 점입가경인 것은 구양하금이었다. "예, 사부님." 그녀는 상큼하게 대답하면서 돌연 북궁후의 품 속에서 벗어나 아 래로 훌쩍 뛰어내리는 것이 아닌가? 북궁후의 입가에 절로 웃음이 걸리고 있었다. '후후, 그 사부에 그 제자로군! 참으로 맹랑한 사제지간이로구 나.' 혈륜마성과 만류교의 인물들은 들끓는 울화에 가슴이 터질 지경이 었다.
그들은 염비와 구양하금, 그리고 대들보에 앉아 있는 북궁 후의 존재를 확인했으면서도 감히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 었다.
해봤자 그들은 또다시 교묘한 진식이나 기관을 이용하여 눈앞에서 사라질 것이므로 별수없이 울화를 억누르면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 다.
헌데 그들이 조금만 더 냉정했더라면 모든 상황을 한눈에 파악하 고 즉시 이곳을 떠나 훗날을 기약했을 것이다.
그들은 북궁후가 산비탈에서 흑의복면인 한 명의 허리를 반으로 동강내고 감쪽같이 구양하금을 구출해 간 그 신비의 고인이라는 것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하긴 설사 짐작했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 그들의 눈에 보인 북궁후의 모습은 닭모가지 비틀 힘조차 없을 정도로 연약해 보이 는 백면서생이지만.
자신과 염비 사제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는 그들을 내려다 보면서 북궁후는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볼만한 구경거리다.
강호란 정말 재미있는 곳이군.' 천기신궁에서 수많은 기인이사(奇人異士)를 대면하며 그들의 신기 막측한 강호경험담을 듣는 것을 취미로 여겨온 북궁후에게는 대단 한 흥미 거리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이때 구양하금이 서까래 위의 북궁후를 가리키면서 낭랑한 목소리 로 입을 열고 있었다. "사부님! 저를 구해 준 은인(恩人)도 집으로 초대할까요?" 염비는 궁둥이를 툭툭 털며 서까래 위를 힐끗 쳐다보았다.
헌데 서까래 위에 앉아 있는 북궁후를 발견한 염비의 두 눈이 돌 연 휘둥그래졌다.
그는 느닷없이 등장한 북궁후의 존재에 언뜻 의 아한 표정이었으나 이내 희열에 가득 찬 눈으로 기쁨의 광채를 뿜 어내고 있었다.
그는 내심 쾌재를 불러야 할 처지였지만 겉으로는 퉁명스럽게 내 뱉았다. "벌써 녀석의 반반한 낯짝에 반한 건가?" 그는 질렸다는 듯이 혀를 끌끌 차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려므나!" 그들의 대화는 너무나 천연덕스러워 삼 장 앞에서 듣고 있던 흑의 복면인들과 회색장포인들은 울화통이 치밀어 환장할 지경이었다.
서까래 위의 북궁후를 일별한 그들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띠고 있었다. '뭐, 뭐라고? 저런 애송이 놈이 구했다고!' '저것들이 우리를 희롱하고 있구나.' 여기저기서 이빨 가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들이 조금만 더 신중했더라면 진실을 알 수도 있었으나 그들은 치솟는 노화로 인 해 이미 이성을 상실하고 있었다.
그들은 언뜻 서로 눈짓을 교환하는 것 같더니 돌연 소리도 없이 구양하금이 있는 쪽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신출귀몰하면서 자신들을 골탕먹이는 염비를 상대하기보다는 만만 해 보이는 구양하금을 인질로 잡아 위협할 심산인 것 같았다.
(팔위(八位)의 퇴로(退路) 차단!) (우(右) 공격!) 그들 사이에 긴박한 전음이 오고 갔다.
마치 새앙쥐 한 마리를 두고 사방팔방에서 낮게 기면서 접근해오 는 열두 마리의 고양이처럼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완벽한 진세(陣 勢)를 만들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었는데....
이때 그들의 행동을 미소를 띠며 지켜보고 있던 북궁후의 미간이 찌푸려지고 있었다. "츳, 또 귀찮게 생겼군." 북궁후는 서까래 아래의 구양하금에게 전음을 보냈다.
(한 번만 더 번거롭게 하면 볼기를 치겠소!) 순간 구양하금의 낯빛이 홱 변하면서 벌겋게 상기되는가 싶더니 그녀는 펄쩍 뛰어올랐다. "뭐, 뭐라구요?" 바로 그때였다.
꽈르르릉! 마치 새앙쥐를 노리는 열두 마리의 고양이처럼 그들은 일제히 구 양하금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 예기치 못했던 공격에 한쪽에 있던 염비의 안색이 홱 변해 뛰 어들려고 했으나 이미 늦고 말았다.
헌데 이때 전혀 상상치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 검 2권 제13장 사당 속의 신기백출(神技百出)! -3 ━━━━━━━━━━━━━━━━━━━━━━━━━━━━━━━━━━━ ③ 구양하금에게 덮쳐들던 그들이 돌연 쫘악 갈라지면서 일곱 명은 서까래 위의 북궁후에게 쏘아가고 나머지 다섯 명 중에 네 명은 한쪽에 있는 염비를 향해 덮쳐가고 있었다.
그리고 중앙에서 앞으로 한 명이 튀어나가더니 그대로 구양하금에 게 달려드는 것이 아닌가! 그는 바로 청룡단주였다.
실로 절묘한 분산공격이었다.
이때 북궁후의 전음에 발끈했던 구양하금은 비로소 상황을 눈치채 고는 황급히 등 뒤로 몸을 빼내려고 했으나 이미 청룡단주의 갈고 리 같은 손아귀가 코앞에 들이닥치고 있었으니.
그녀는 눈앞이 캄캄해지자 그만 두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염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충분히 피할 수 있었으나 구양 하금이 위기에 처한 것을 알고 주춤하는 순간 흑의복면인들의 폭 풍같은 공세가 바로 코앞에 밀려들고 있었으므로 재차 기관을 작 동시키기에는 이미 늦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럴 틈을 줄 정 도로 상대의 무공이 호락호락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신기막측한 무공을 소유한 고수들로서 조금만 빈 틈이 생겨도 상대에게 방비할 시간을 주지 않고 단숨에 숨통을 끊 어 버릴 정도로 무서운 상대들인 것이다.
일촉즉발의 위기의 순간이었다.
이때 서까래 위의 북궁후의 입가에 싸늘한 냉소가 스치는가 싶더 니 그는 돌연 염비의 뒤쪽에 있는 토신불(兎神佛)의 눈알을 향해 일지(一指)를 퉁겼다.
그리고 곧바로 몸을 빙글 아래로 돌려 자신 을 향해 덮쳐오는 일곱 명의 고수들의 공세를 가볍게 피하면서 쏜 살같이 구양하금의 등 뒤로 떨어져 내렸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빨랐던지 열두 명의 고수들이 달려들기 전부터 이미 행동을 시작한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막 구양하금의 앞가슴을 움켜쥐려던 청룡단주는 눈앞에 뭔가 희끗 하면서 서까래 위에 있던 북궁후의 얼굴이 불쑥 나타나자 대경실 색하고 말았다. '맙소사!' 그가 경악으로 두 눈을 부릅뜨는 순간, 우르릉! 하면서 한쪽에 있 던 토신불이 빙글 한 바퀴 돌더니 퍽! 하는 음향과 함께 염비의 신형이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이때 구양하금의 앞을 막아선 북궁후의 두 손이 합장을 하는 것 같더니 느닷없이 손바닥이 뒤집어졌다.
순간 빠지직! 하는 뇌성과 함께 그의 양 손바닥에서 엄청난 섬광 (閃光)이 폭발하듯이 치뻗었다.
도가(道家)의 이대현공 중의 하나인 호천무량신공(護天無量神功) 이었다.
사당의 지붕과 벽 틈 사이로 수백 줄기의 섬전(閃電)이 부챗살처 럼 어두운 밤하늘로 치솟았다.
동시에 지축이 뒤흔들리는 듯한 일진의 폭음과 함께 사당이 부풀 린 고무공처럼 통째로 터지고 있었다. ■ 검 2권 제13장 사당 속의 신기백출(神技百出)! -4 ━━━━━━━━━━━━━━━━━━━━━━━━━━━━━━━━━━━ ④ 꽈지직! 거대한 사당이 풍비박산이 나면서 천지간에는 온통 부서진 기왓장 과 담벼락의 잔재들이 폭풍처럼 휘몰아치고 있었다. "크윽!" "음!" 둔탁한 신음성이 터지면서 시커먼 그림자들이 흙먼지 속에서 사방 으로 퉁겨져 나가고 있었다.
순식간에 폐허가 되어 버린 사당의 집터에서 서너 장 떨어진 곳에 낭패한 몰골로 비틀거리고 있는 그들은 바로 회색장포인들과 흑의 복면인들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적지 않은 내상을 입은 듯 안색이 백지장처럼 창 백하였으며 피를 토한 듯 앞가슴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장대줄기처럼 쏟아지는 빗줄기에 의해 휘날리던 흙먼지는 모조리 씻겨져 내리고 장내의 상황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폐허가 된 사당터의 중앙에 북궁후가 구양하금을 뒤에 두고 우뚝 서 있었다.
그는 마치 유람 나온 서생처럼 한가로이 뒷짐을 쥐고 담담한 표정으로 그들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도저히 이 사태를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들의 합공을 일 시에 봉쇄하고, 더구나 격퇴까지 시킬 수 있는 고수가 중원천하에 존재한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갑자기 오한이 들어 자신들도 모르게 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떨었다.
주위는 삽시간에 무덤 속 같은 괴괴한 침묵에 뒤덮였다.
빗줄기만 이 사나운 소리를 내면서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바람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모두들 멍청해 있는 순간 구 양하금이 북궁후의 손을 잡아 끌며 나긋나긋한 음성으로 속삭였 다. "사부님께선 벌써 집으로 들어가셨어요.
우리도 이제 그만 돌아가 야 하지 않겠어요?" 그녀의 음성은 마치 지아비에게 속삭이는 아낙처럼 달콤하였다. "이쪽으로 오세요." 한 마리 들쥐라한들 그녀보다 날렵하고 빠를 수 있을까? 구양하금 은 한 점 기척도 없이 한 곳으로 맵시있게 몸을 날렸다.
먼지에 뒤덮인 채 비스듬히 기울어 있는 낡은 토신상 앞이었다.
조금 전에 북궁후가 지풍을 날려 기관을 작동시켜 염비를 도와주 었던 바로 그 토신상이었다.
토신상 앞에는 경사를 타고 작은 구 멍이 아래로 뻥 뚫려 있었다.
염비는 바로 그곳을 통해 연기처럼 사라졌던 것일까? 헌데 구멍은 어린아이 몸통 하나가 간신히 드나들 수 있을 것 같 은 좁은 굴이었다. "이곳이에요." 그녀는 북궁후를 보면서 생긋 웃더니 돌연 퍽! 하면서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북궁후의 눈에 이채가 번뜩였다. '놀랍다.
그녀 역시 축골공(縮骨功)을 익히고 있었단 말인가?' 번쩍! 하는 순간 허공중에 우두둑! 뼈마디가 뒤바뀌는 소리가 들 리더니 북궁후도 짧은 순간에 축골공을 펼쳐 몸을 동자(童子)처럼 축소시키면서 구멍 속으로 푹! 꺼져 들어갔다.
구멍 안으로 들어오자 지하 특유의 쾨쾨한 냄새가 후각을 찌르면 서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아오고 있었는데, 좁은 것이 마치 항아리 안에 들어온 듯한 기분도 들었다.
그의 옆에는 역시 동녀(童女)처럼 작게 변한 구양하금이 생글거리 면서 웃고 있었다.
평소의 체구보다 절반 정도 작아진 그녀의 모 습은 놀라울 정도로 귀여웠다.
북궁후는 자신도 모르게 빙그레 웃 고 말았다.
이때 갑자기 생글거리던 구양하금이 표독스러운 음성으로 위를 보 면서 입을 열었다. "흥! 그냥 갈 수야 없지." 그녀는 품 속에서 하나의 작은 물건을 꺼냈다.
그것을 머리 위 구 멍으로 홱 던졌다.
그리고 앙증맞을 정도로 작게 변한 전족으로 한쪽에 돌출되어 있는 시커먼 돌을 걷어찼다.
순간 덜컥! 하는 쇳소리와 함께 느닷없이 솥뚜껑 같은 쇳덩이가 벽 쪽에서 일어나더니 위쪽의 구멍을 막아 버리는 것이 아닌가! 동시에 북궁후는 지축이 흔들리는 느낌과 함께 지상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폭발음을 들었다.
구양하금은 북궁후를 돌아보며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호호호, 진천뢰(震天雷)예요.
적어도 그들 중 반 이상은 사상(死 傷) 당했을 거예요." 북궁후의 눈가에 기광이 스쳤다. "진천뢰는 남해(南海) 벽력문(霹靂門)의 독문화기(獨門火器)가 아 니오?" 구양하금은 배시시 웃었다. "맞아요.
소녀는 며칠 전 그것을 몇 개 빌려 두었어요." '빌려 두었다고?' 북궁후는 아연해져 내심 중얼거렸다. '진천뢰는 벽력문의 삼대보물(三大寶物) 중 하나이다.
그것을 벽 력문에서 빌려 주었을 리는 없고.' 문득 그는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훗, 훔친 것을 빌렸다고?' 그는 어이없어 혼자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실로 깜찍한 소녀로군!' 이때 동녀로 변한 구양하금은 앞장서서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아장거리면서 걷는 것 같아 북궁후는 문득문득 껴안아 주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했다. ■ 검 2권 제13장 사당 속의 신기백출(神技百出)! -5 ━━━━━━━━━━━━━━━━━━━━━━━━━━━━━━━━━━━ ⑤ 지하 통로는 끝이 없었다.
마치 토끼굴처럼 꾸불꾸불하게 이어져 있었는데 어느 정도의 거리를 통과하자 갑자기 전방이 넓어지면서 천장도 높아졌다.
우두둑! 잠시 걸음을 멈추고 몸을 흔들자 구양하금은 다시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갑자기 성숙한 소녀로 변해 버린 구양하금의 모습에 북 궁후는 다소 섭섭했으나 그도 역시 축골공을 풀고 본래의 체구를 되찾았다. '여기가 이들의 집이란 말인가?' 북궁후가 내심 중얼거리고 있을 때 그들의 앞길에는 하나의 거대 한 석실(石室)이 나타났다.
구양하금과 북궁후가 그 앞에 이르자, "낄낄, 어서 오게." 어디선가 다비삼각 염비의 음성이 들리면서 오른쪽에 있는 석벽이 그르릉! 소리와 함께 열렸다.
그것은 일종의 석문(石文)이었는데 석문이 열리자 구양하금은 지체없이 들어갔다. "아니!" 석실 안에 들어온 북궁후의 입이 쩍 벌어졌다.
석실 안에는 한마 디로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석실의 넓이는 거의 광장을 방불케 하였는데 사방의 벽에는 수십 개의 진열대가 미로(迷路)처럼 이어져 있었다.
헌데 그 진열대 위에는 놀랍게도 수많은 양의 귀물(貴物)들이 휘 황찬란한 광채를 뿜으면서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어릴 때부터 적지 않은 금은보화(金銀寶貨)를 접해 본 북궁후조차 도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천하의 온갖 희귀한 보물(寶物), 귀화(貴貨)들이 몽땅 이곳에 있 는 것 같았다.
값진 골동품(骨董品), 시서화(詩書 )는 물론, 묘안석(猫眼石), 칠채보주(七彩寶珠), 값비싼 장신구(裝身具) 외에도 천하 보검(寶 劍)과 명기(名器)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마치 자금성(紫禁 城)의 만보창(萬寶倉)을 옮겨다 놓은 것 같았다.
북궁후는 내심 혀를 내둘렀다. '지독하군! 희세에 드문 신투라고는 들었지만 엄청난 보물들을 수 집해 놓았다니!' "낄낄, 놀라운가?" 북궁후는 소리난 쪽을 쳐다보았다.
염비는 오른쪽 삼 장 거리에 있는 진열대의 중간어림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있었다. ■ 검 2권 제13장 사당 속의 신기백출(神技百出)! -6 ━━━━━━━━━━━━━━━━━━━━━━━━━━━━━━━━━━━ ⑥ 그는 어울리지 않게 옆에 놓여 있던 화려한 화관(花冠)을 집어 머 리에 쓰면서 그를 향해 히죽 웃어 보였다. "놀랍군요." 북궁후는 솔직하게 인정했다.
염비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대는 이 많은 물건들의 출처가 궁금한가?" 북궁후는 뭉툭하고 무디어 보이는 한 자루 도(刀)의 날을 손 끝으 로 쓸어보며 대답했다. "궁금하지 않을 바보는 없겠지요." 염비는 진열대 위에서 늙은 원숭이처럼 사뿐히 뛰어내렸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이 많은 물건들 중에 가난한 자나 정의(正義)로운 자들의 것은 하나도 없다네." 북궁후는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모두 욕심 많은 자들의 것을 잠시 빌렸단 말씀이죠?" 빌렸다는 말은 구양하금의 말을 흉내낸 것이었다.
구양하금은 눈 치챈 듯 새초롬한 눈으로 그를 흘겨봤다. "당신은 사부님의 말씀을 믿지 않는 건가요?" 북궁후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나는 다만 놀라고 있을 뿐이오, 소저." 이때 염비는 그의 전신을 위아래로 살펴보며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아직 약관도 못 된 청년인데, 일신 무공이 신인(神人)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과연 천하에 어떤 인물이 있어 이런 제자를 길러냈단 말인가?' 그는 뒷짐을 쥐고 북궁후의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내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 자네는 아까 토신상의 안구(眼 球)에 기관이 장치되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나?" 그는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 준 은혜보다도 그것이 더욱 궁금한 것 같았다.
북궁후가 싱긋이 웃었다. "그것은 아주 간단하오.
당시의 상황에서 누구나 조금만 당신에게 관심을 기울인다면 당신의 시선이 그곳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대 뜸 알 수 있었을 것이오." 염비는 언뜻 감탄의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한 관찰력을 가진 청년이로구나.
인간은 누구나 위기에 처하 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활로(活路)에 본능적으로 시선이 가게 마련, 나는 그때 분명히 토신불의 안구를 보고 있었다.' 염비는 또다시 북궁후의 주위를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문득 그 는 북궁후의 앞으로 다가와 몇 가닥 안 남은 수염을 비비 꼬아대 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그대가 노부는 물론 애제자(愛弟子)의 목숨까지 구해 주었으니, 이 은혜를 무엇으로 갚아야 할지 모르겠네." 이때 그의 손이 번개같이 북궁후의 앞가슴을 스치는 것을 제사부 를 능가하는 신투술을 가지고 있다는 구양하금조차 보지 못했다.
헌데 중얼거리며 돌아서던 염비의 안색이 돌연 창백하게 질려 버 렸다. '어, 없다!' 갑자기 당황한 표정을 띠고 있는 염비를 바라보면서 북궁후가 신 비한 미소를 흘렸다. "뭐가 없다는 말씀이시오?" "그, 그것이, 사실은...
억!" 염비는 갑자기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 놈이 독심술을 익혔나?' 염비는 의혹에 가득한 눈으로 북궁후를 바라보더니 이윽고 체념한 듯이 고개를 흔들면서 더듬거렸다. "사실 노부가 자네 품 속에...
한 가지 물건을 넣어 두었는 데...." "물건을?" 북궁후는 태연히 반문했다. "언제 말입니까?" "조금 전, 낮에!" "어떤 물건입니까?" "그, 그것이...
손바닥만한 크기의...." "아, 이것 말이오?" 북궁후는 품 속에서 하나의 물건을 꺼냈다.
그것은 바로 묵옥악마 상이 아닌가? 그것을 본 염비의 쥐눈은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으왁! 아까 내가 뒤질 때는 없었는데?" 북궁후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후후, 그때는 잠시 노선배의 품 속을 빌렸었소." "무엇이라고?" 염비는 경악에 펄쩍! 뛰며 부르짖었다.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천하제일의 신투인 자신의 눈을 속이고 자신의 품 속을 귀신같이 들락거렸다니 말이다.
염비는 멍 청해졌다. ■ 검 2권 제13장 사당 속의 신기백출(神技百出)! -7 ━━━━━━━━━━━━━━━━━━━━━━━━━━━━━━━━━━━ ⑦ 북궁후는 그를 쳐다보며 짐짓 짓궂게 물었다. "헌데 내게 준 것을 이제 와서 왜 찾으시오?" 염비는 할 말을 잊었다. "그, 그것은...." 북궁후는 묵옥악마상을 손아귀에서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이것을 돌려 드리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오.
허나 그 전에 알고 싶은 게 있소." 그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 "이 묵옥악마상은 무엇이며, 조금 전 나타났던 그들은 누구요? 나 도 무림사(武林事)에 별로 어둡지 않은 편인데 도저히 모르겠소." 염비는 쥐눈을 더욱 가늘게 떴다.
이어 나직하고 빠른 어조로 반 문했다. "그렇다면 소협의 정체는 뭔가?" 북궁후는 태연히 대답했다. "북궁후!" "북궁후?" 염비의 눈이 점차 커졌다.
이때 구양하금이 끼여 들었다. "아! 들은 적이 있어요.
천기신궁에 천하제일의 소야란 악동이 있 단 소문이 자자했었죠! 그의 이름이 북궁후였어요." 북궁후는 씨익! 웃으며 그들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내가 어디로 보아 악동 같단 말이오?" 구양하금은 북궁후의 반문에 샐쭉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 다.
염비의 작은 눈이 기이하게 번뜩였다. '진정 북궁후라면....' 그의 표정에 굳은 결의의 빛이 스쳐가고 있었다.
이때 구양하금이 문득 생각난 듯 붉은 입술을 달싹거리며 물었다. "참, 천기신궁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하던데, 당신은 어떻게 살아났죠?" 천기신궁이란 말을 듣는 순간 북궁후의 안색은 약간 흐려졌다. "소문은 언제나 반푼의 과장을 안고 있게 마련이오." 그의 입가엔 어느새 의미심장한 미소가 머금어졌다.
그는 다시 화 제를 돌려 염비를 직시하며 물었다. "자, 제 질문에 대답해 주시지 않겠소?" 염비는 잠시 침묵하더니 마침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묵옥악마상, 이것은 천년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傳說)을 안 고 있네." "전설?" "바로 혈륜마성과 천외선부의 금제에 관한 전설이네." 북궁후는 천기신군이 남겼던 서찰에서 읽었던 전설을 떠올리고 고 개를 끄덕였다. "묵옥악마상은 바로 혈륜마성을 여는 금약(禁約)이네.
그것은 본 래 세 개가 있는데 그것이 한데 모아야 혈륜마성을 열 수 있다 네." 염비의 마지막 한마디는 묵직한 여운을 끌었다. "천하인들이 이것을 알고 있네! 혈륜마성을 여는 자(者), 천하(天 下)의 주인(主人)이 되리라!" 북궁후는 내심 흠칫하였다. '혈륜마성이 그토록 엄청난 신비의 힘을 갖고 있단 말인가?' 그가 놀람을 감추지 못하는 것을 힐끗 본 염비는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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