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 하나 차리면 되지 뭐 " " 피이~ 거짓말 하지 말아요" " 하하 거짓말? 난 여태껏 여자한테 거짓말한 적이 없는걸 정이 의심이 가면 나한테 전화 달라고 아예 내가 목좋은 자리까지 잡아서 설비까지 해놓을테니까 "
사내와 나눴던 대화가 생각났다. 미혜는 머리를 흔들며 생각을 떨구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사내는 자신을 위해 백만원이 넘는 호텔 비용을 사용했다. 그것도 처음 보는 자신한테. . .
미혜는 전화기를 바라봤다. 전화를 한번 해볼까? 아냐. . . 그래도 혹시 나한테 정말 반했다면. . . 아냐 아냐 그게 얼만데. . . 최소한 오천만원은 있어야 자리얻고 차릴텐데, 후후 아무리 여자가 좋다고 하더라도 오천만원을 투자하기는. . .
미혜는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 올리며 거울을 쳐다봤다. 갸름한 얼굴에 운동으로 인해 홍조띤 모습이 자신이 봐도 참으로 이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울을 향해 미혜는 살짝 미소지으며 마치 모델처럼 포즈를 취했다.
[ 삐삐삐. . .삐삐삐 . . . ]
환상의 나래를 깨는 전화벨 소리를 듣고 미혜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전화를 받았다. 남편이었다.
[ 여보 사무실로 내 윗도리에 지갑좀 갔다줄수 있어? 지갑안에 계약서 영수증이 있는데 깜빡했네 미안해 ]
[ 알았어요 지금 갈께요 ]
미혜는 땀에 젖은 몸을 딱으러 욕실로 향했다 가벼운 샤워를 끝마치고 뿌연 연기 사이로 다시금 자신의 육체를 보았다. 탐스런 가슴을 두손으로 감아쥐며 도전적인 시선으로 거울을 보았다. 분홍빛 유두를 건드리자 짜릿한 느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순간 미혜는 흠칫했다. 사내의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신.종.우. 호텔건으로 인해 각인되어버린 이름이었다. 벌써 보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잊혀지지 않았다. 그가 만졌던 자신의 힢을 만지며 미소지었다. . .
남편의 사무실로 향하는 미혜는 짜증부터 났다. 여의도의 집에서 남편의 사무실인 부천은 너무도 멀게만 느껴졌다. 차라도 하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남편의 사업이 그리 탄탄하지 않기에 말도 꺼내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 죄. .죄송합니다. ]
[ 아가씨 조심하세요 ]
딴 생각을 하느라 미혜는 그만 옆 사내의 발을 밟았다.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미혜는 이럴 때면 더욱 차생각이 간절했다.
지금의 수입으로는 딱히 어떠한 차를 살 형편이 아니었다. 그나마 미혜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에어로빅 센터에서 인원 감축으로 인해 자리에서 밀려난 지금은 더욱 그랬다.
[ 어! 왔어 ]
반갑게 맞이할 줄 알았던 남편은 근심이 있는지 그리 밝지 못했다. 미혜는 남편의 지갑을 전해주곤 쓸쓸히 밖으로 나왔다. 동네는 온통 공장 단지라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남편의 주물 공장은 그래도 나은 형편이었다. 그 많던 공장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많다는 사실이 이곳에 오면 한눈에 보였다.
어음 부도와 계약 딜레이로 인해 하나둘씩 사라지는 중소기업에서 그래도 남편은 인간미와 성실성으로 버팀을 미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고정 수입이 되지 않는 사업은 항시 미혜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친구에게 전화나 걸어볼까?" 라는 생각을 하며 미혜는 지갑속 전화 수첩을 꺼냈다. 순간 지갑 사이로 비춰지는 명함한장을 보았다. 신종우라는 사내의 명함이 보이자 미혜는 괜시리 얼굴이 붉어졌다. "전화 해볼까?" 문득 이 사내라면 우울한 이기분을 풀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여보세요 ]
[ 네 종우물산입니다. ]
어여쁜 목소리의 아가씨가 받았다. 미혜는 잠시 그대로 수화기를 들고 있다가 아가씨의 재차 여보세요 라는 소리에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저. . . 신종우씨 자리에 계신가요? ]
[ 네 사장님요 어디시라고 전해 드릴까요 ]
미혜는 잠시 생각했다. 도대체 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 미혜라고 전해주시겠어요 ]
[ 네 그러죠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
마치 면접시험을 통과한 듯 한숨이 나왔다 그도 잠시 수화기에서는 특유의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하하. 너무 늦게 전화한거 아냐? 어디야 지금 ]
미혜는 사내의 뻔뻔함에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한번본 여자의 전화에 마치 애인을 맞는 듯 하니 . . .
[ 여기 부천이에요 ]
[ 그래? 내가 갈까? ]
[ 아. . . 아니에요 그냥 전화한 것 뿐이에요 ]
[ 그냥 전화한거라구? 사업은 언제 시작하려고? 사장 없는 에어로빅센터을 언제까지 그냥 놔둘거야? ]
미혜는 강한 충격으로 인해 말을 할 수 없었다. 사업? 에어로빅센터? 그. . 그렇다면. . . 사내의 말이 진실이었단 말인가?
[ 듣고 있는거야? 하여간 이쪽으로 오지 대방동에 자리하고 있으니까 나도 대방동으로 갈게 거기서 만나자고 ]
신종우의 자세한 위치 설명을 듣고 미혜는 또다시 혼란으로 인해 멍해졌다. 이미 다리는 풀려져 후들거리고 있었고 어디라도 기댈 곳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전봇대를 부여잡고 숨을 몰아쉈다.
" 뭘까? 나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이. . . 이 육체? " 미혜는 순간 자신의 옷차림이 신경쓰였다. 남편의 심부름 때문에 나왔기에 정성스런 옷차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미혜는 순간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한가계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속옷나라] 라는 간판이 동공에 쏟아지듯 들어왔다. 순간 미혜는 입술을 질근 씹으며 무언가를 결심한 듯 가계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