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곽을 열어제치고 날계란 네 개를 깨뜨려 넣고는 벌컥벌컥 마셔대며 아침식사를 대신하곤 가방을 들고는 부랴부랴 등교 길을 서둘러본다.
집에서 십여분거리에 위치했지만 한참 내리막길을 걸쳐서 다시 오르막길 끝에 있는 학교는 한달음에 달음박질치기엔 조금 애매했다.
약간 서늘한 아침공기는 가쁜숨을 몰아쉬며 뜀박질하는 성진의 폐에 상쾌한 공기를 잔뜩 밀어 넣어 주었다.
"어이... 여기야 여기......"
정문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에 다다르자 서서히 늘어나는 지각생들 틈으로 느긋하게 걸어가던 철민의 대책없는 목소리다.
"야 늦었는데 안뛰냐?"
"어차피 뛰어봤자 늦었다구... 차라리 몇분 늦어 문앞에서 치도곤을 당하느니 한 이십여분 확 늦어버리는게 훨씬 더 낫다구... 생각해봐.... 이삼분 늦어서 십분정도 체력 단련 하면서 뒤에 오는 애들 기다리느니 차라리 뒤에 천천히 가서 한번에 혼나고 가는게 낫다구....크크"
아직 평준화가 되지않은 인근 시와 읍을 통털어 최고 명문으로 통하는 이곳 S고 였지만 아무리 또래들에 비해 한발짝 정도는 앞섰다지만 아직 아이들은 아이들 이었다.
나른한 오후 수업시간.
학기초의 서로간에 대한 경쟁심들은 어디론가 사라진지 오래였고 대부분은 고개를 책상에 떨군채 나른한 햇살의 공세에 항복한지 오래였다.
하지만 6교시가 되면서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젊은 윤리선생이 들어오자 대부분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채 서른도 안된 이 윤리선생은 공립인 이 학교에 보기드문 젊은 여선생이었고 결정적으로 훤칠한 키에 얼굴까지 미인이었다.
하지만 워낙 깐깐한 성격에 아이들을 들들 볶아 대는 통에 아이들 사이에 인기는 예상외로 저조했다.
워낙 회초리를 들고 설쳐대는 통에.... 그것도 암기위주로 수업을 진행했기에 보통 수학과 영어에 집중하기 마련인 공부패턴에서도 일주일에 두 번들은 윤리시간 전날은 알아서들 과제물을 외우고 준비를 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성진으로서는 별 불만이 없는 것이 어쩔수없이 외워대는 아이들보다는 처음에 미모의 여선생에 대한 환상때문이었는지 수업시간에 집중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과목자체가 좋아져선지 그나마 수월하게 수업을 들을수 있었기 때문에 제법 만족하기 까지도 했던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기계적으로 와서 수업시간을 때우는 선생들보다는 비록 의욕이 넘치다보니 회초리질을 자주하는 단점이 있다손 치더라도 이 선생처럼 수업시간에 활력이 있는게 좋았다.
오죽했으면 저번달 치러진 전국 모의 고사에서... 보통은 국영수 세과목만 보기 마련인데 그때따라 전국 과목별 학습능력 테스트를 겸한다고 전과목을 치르게된 그 시험에서..... S고 일학년 윤리 평균이 95점을 넘게 기록해서 전국 최고로 나오기 까지 했을까마는..............
덕분에 요즈음은 한결 나아진 환경에서 수업을 받을수가 있었지만 감히 다른 시간처럼 대놓고 자는 학생은 없었다.
흰색 블라우스에 무릎까지 겨우 오는 스커트를 입은 윤리선생은 미혼의 아가씨답게 항상 옷을 깔끔하게 입는다.
물론 가끔 실수할때도 있지만.....
학기초 아직 과목별 선생님들에 대한 상세한 파악이 안되서 감히 졸수도 없던 그시간때에 이 교실을 잠시간 웅성거리게 만드는 사건이 바로 이 윤리시간에 있었었다.
오후 뜨거운 햇살이 창문을 관통해서 교탁까지 점령했을 때 그 햇살에 투영된 치마 사이로 윤리선생의 팬티라인이 고스란이 비쳐났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