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1_4편.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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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1_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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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끄아아악!...
우우우!...
"

피투성이가 된 아란 린베일이 고문용 의자 위에서 몸을 뒤틀다가 축 늘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샤이라는 몸서리를 치며 고개를 돌렸다.

" 으음, 뭐 이쯤 할까 오늘은.
"

슈발츠는 손을 털고 일어섰다.
두르나가 손씻을 물을 대야에 받아 들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일행은 지금 슈발츠의 칼라디나의 성에 와 있었다.
성의 지하에는 누가 갇히더라도 절대 벗어날 수 없도록 고안된 지하 감옥과, 고문을 위한 풀세트가 갖춰진 슈발츠의 전용 고문실이 있었기 때문이다.
엠의 새도우시프 길드의 길드마스터 쯤 되면 알고 있는 정보도 많고 중요할 것이니, 섣불리 엠에서 취조하는 시늉을 할게 아니라 본격적으로 고문을 할 필요가 있었다.

아란의 뼈가 부러지고 살이 찢기는 모습 말고 또 슈발츠를 웃겼던 일 중 하나는, 움벌리의 클레릭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샤이라가 고문이 계속되는 동안 통쾌해 하기는 커녕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냉정하게 독으로 상대를 익사시키던 움벌리 여신의 사도가 이런 가벼운(?) 고문 정도에 비위가 상할 정도라니 재미있는 일이 아닌가 말이다.

" 자자 올라가지.
두르나는 샤이라를 손님 방에 모시고.
"

슈발츠는 샤이라를 올려보낸 후 아란 린베일을 내려다 보았다.
재수가 참 더럽게 없는 친구지만, 그동안 저지른 짓거리를 줄줄이 불어내는 것을 듣고 있자면 고문하는 손에 의욕이 들어갈 정도로 한심하고 비열한 작자이기도 했다.
호텔에서 변장을 하고 샤이라를 위한 함정을 판 것도 그런 교활한 짓거리 중의 하나였지만, 그의 행운은 슈발츠가 옆방에 투숙하고 있던 일로 끝장이 났다.

아란은 무척 [협조적]이었다.
슈발츠의 고문이 시작되자 마자 그의 입에서는 슈발츠가 좋아할 만한 정보들이 술술 흘러나왔고, 젤로나(수정구 관측 주문)를 통해 그 정보의 진위는 거의 동시적으로 가려졌기 때문에 특히 더했다(그리고 원래 슈발츠의 취조실은 진실만을 말하도록 강제가 걸어진 곳이기도 했고).

결과적으로, 슈발츠는 아란의 입을 통해 엠의 새도우 시프 조직에 대해 소상히 알게 되었으며, 엠의 6인 평의회의 정체까지 모두 다 파악한 상태였다.
이것으로 슌 7세를 꾀어낼 미끼를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 새도우 시프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문제였다.

세간에서는 새도우 시프의 두령이 아란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엠에 세명 존재하는 길드마스터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아란 린베일의 직속 상급자이자 엠의 [새도우 마스터(Shadow master)]이고, 6인 평의회의 의원 중 하나인 리놈 다이히(Rhinnom Dannihyr 무질서 악 인간 남성 위4/로20)야 말로 진정한 엠에서의 새도우 시프의 흑막이었다.
그는 아란이 자기 정체를 간파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는데(최소한 아란의 자백에 따르면), 슈발츠는 이 사실을 최대한 이용해 볼 요량이었다.

새도우 시프는 단순한 범죄자들의 모임인 도둑 길드가 아니다.
검의 해안에서 가장 강성하고 비밀스러운 지하조직이기도 하다.
워터딥을 제외하고, 어떤 정치 단체도 이 길드를 암묵적으로든 공개적으로든 허락하고 있다는 것이 그 반증이다.

슈발츠는 되도록이면 모든 일은 공식적으로 처리하는 스타일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들과 원래부터 그다지 관계가 원활한 편은 아니었다.
몆번 용역을 주고 받은 정도.
하지만 이제 슈발츠쪽이 정보를 잡았으니, 상황에는 조금 변화가 있을 것이었다.

헬베티아 문제, 젤라노라 문제, 그리고 거기에 새로이 생긴 새도우 시프 문제까지, 슈발츠를 둘러싼 사건은 상당히 큰 케이스로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슈발츠는 되도록이면 한번이 이 복잡한 상황을 처리하고자 했다.
유니콘의 서를 이용한 미끼 작전으로 말이다.

.
.
.

한편, 샤이라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녀는 슈발츠가 이렇게 대단한(?)존재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초대받은 칼라디나의 거성의 시설과 방어 태세에 놀라고, 두번째로 슈발츠 상단의 부와 영향력을 가까이서 목도한데다, 마지막으로 사악하고 드세기로 유명한 드로우 여자를 노예로 부리는 것이나 아란을 고문하는 것 등 여러가지로 그녀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처음에 그녀는 두르나가 무슨 마법적인 금제라도 당한 것인가 했지만, 그가 부리는 노예가 두르나 뿐만이 아니었던 데다 하나같이 그녀의 입이 딱벌어질 정도로 아름답고 유능한 여성들이었다.
게다가 확실하고 완전히 아무런 강제도 없이 슈발츠를 자기 의지로 따르고 있었다.

" 음, 무슨 고민을 그리 골똘이 하고 있나요? "

그녀가 쓸데없는 고민으로 심기를 어지럽히는 동안, 샤이라의 말상대가 되어 주라는 명령을 받은 플로라가 다과를 가져왔다.
그녀의 아름다움과 특이한 용모(특히 그녀 자신도 자랑스러워 하는 체모의 색)덕에, 그녀는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을 때 자주 슈발츠에 의해 불려 오는 편이었고, 이번에도 그랬다.

" 아, 아네요.
감사합니다.
"/샤이라

" 편히 지내세요.
우리 주인님은 미인에겐 관대하니까요.
"/플로라

플로라가 윙크를 하며 건네는 과자를 받아든 샤이라도 어색한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과자를 먹으면서, 샤이라는 플로라의 눈치를 살폈다.

" 음?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플로라

" 아, 아니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가네요.
저기, 화내지 말아주시면 좋겠지만...
왜 플로라 씨 같은 분이 슈발츠씨 같은 분을 주인으로 섬기고 있는 건가요? "/샤이라

플로라는 화내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그지없이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 그야 슈발츠님의 노예니까요.
"/플로라

" 하지만 노예라니...
"/샤이라

플로라는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처음 슈발츠에게 안겼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녀의 금발이 그녀의 마음의 파동을 반영하듯이 깜박거렸다.

" 아, 그래요, 전 그분의 노예에요.
그리고 그 사실이 자랑스럽죠.
"/플로라

" 뭔가 말이 안돼요, 그 설명...
"/샤이라

슈발츠의 노예.
그것은 확실히 태이나 다른 노예가 합법적인 지방에서의 중노동에 찌들고 수시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데다 성적인 학대에 시달리는 노예는 아니었다.
샤이라도 그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지하는 것과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달랐다.
샤이라가 보기에 플로라는 그 혈통 만으로도 엘프들 사이에서 콧대를 세우고 대접받으며 살 수 있을 터였다.
헌데 무엇이 부족해서 슈발츠 같은 무시무시한 폭군(?)의 노예를 자처하느냐.
그것이 그녀의 의문이었다.

" 음, [말이 안된다]라...
하지만 사실인걸 어째요? 슈발츠님을 실제로 모셔보기 전까진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요.
원래 저도 그랬으니까요.
"/플로라

" 하지만 당신같은 분은 좀 더 고귀한 대접을 받아야...
"/샤이라.

플로라는 고개를 저으며 손바닥을 펴서 내밀었다.

" 그만~ 전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니랍니다.
그저 머리색깔이 약간 다르다고 훌륭한건 아네요.
무엇보다 주인님은 위대한 분이시고, 전 그분의 노예가 된 것이 자랑스러워요.
샤이라씨가 이해하긴 어렵겠지만, 저도 다른 노예들도 쇠줄에 묶인 노예가 아니라 스스로 좋아서 기꺼이 섬기는 거랍니다.
"/플로라

샤이라는 궁금증을 해결할수는 없었지만, 플로라는 더 이상 그 화제를 논하는 것을 금지했다.
결국 샤이라는 그 문제를 논하는 것은 그만두었다.
두명의 다과는 그렇게 끝까지 우호적인 분위기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불편하게 끝났다.

.
.
.

며칠 후, 엠의 [새도우시프 길드]의 지하 접견실에는 리놈 다이히가 와 있었다.
평상시에는 거의 보고서와 지령서만 오가는 관계였지만, 이번 일은 그가 직접 와서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의 매력적인 사안이었다.
바로 저 유니콘의 서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리놈은 흥분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었지만 슈발츠는 베일 너머로 그의 입가의 근육이 씰룩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럼 그렇지, 이게 보통 발견인가 말이다.
아란으로 변해 있는 그는 테이블 위에 올려둔 유니콘의 서를 향해 예의바르게 길을 비켜 주었다.
살짝 떨리는 손끝으로 그 책을 건드려 본 리놈.
그도 마법사다.
물건이 진품인지 어떤지는 풍기는 오라만 감정해 보고도 대충 안다.

" 으음...
진품이군.
정말이야! 그 [유니콘의 서]로군.
잘해 주었다, 아란! "

" 모든것이 새도우 마스터님의 복이지요...
"

슈발츠는 공손하게 예의를 갖추어 허리를 숙였다.
명백한 아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리놈은 만족스럽게 웃음을 지었다.
곧이어 그는 책을 발견하게 된 경위를 따져 물었다.
그는 엠의 인근의 고대 유적을 탐험하고 돌아온 자들로부터 책을 [구입한]경위에 대해 적당히 둘러댔다.
슈발츠는 원래의 유니콘의 서가 있던 던전의 위치는 숨김없이 밝혔는데, 굳이 꾸며댈 필요도 없었던데다 본디 진실이 포함되어 있는 거짓이 더 속이기 쉬운 법이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리놈은 남은 보물의 회수를 위해 부하들을 개인적으로 파견할지도 몰랐고, 그것으로 그의 전력은 약해질 것이다.
그러면 슈발츠가 바라는 것보다 일이 더 쉽게 풀리는 셈이 된다.

카울드 위저드와 새도우 시프는 서로의 영역이 다르다.
그래서 정보의 교환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하지만 같은 곳에 비밀주의 단체가 둘 이상 존재하면 알력이 생기기 마련이다.
수면 아래 잠겨 있던 이 알력은 [보디히 길드 사건(DR 1731년과 2년에 걸쳐, 뱀파이어라 알려진 보디히라는 엘프 여성이 세운 새로운 길드에 의해 엠의 새도우시프들의 세력과 권위가 크게 약화된 사건.
바알의 아들이자 고라이언의 양자의 모험과 크게 관련이 있다.
보디히 자신은 1372년 최종적으로 파괴된 것으로 알려진다)]을 통해 표면화되었다.
줄어든 세력을 보충하기 위해 새도우 시프들이 카울드 위저드 측의 인원을 포섭해 간 것을 기점으로 6인 평의회의 눈이 닿지 않는곳에서 서로를 방해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야심이 있는 인물인 아란은 자신의 길드에 카울드 위저드들의 첩자를 [일부러]남겨 두고 있었다.
그리고 슈발츠가 할 일은 그 첩자를 통해 [유니콘의 서]의 행방과 리놈 다이히의 존재가 카울드 위저드들 측에 알려지도록 만드는 것 뿐이었다.
그를 위해 일부러 카울드 위저드의 스파이를 리놈을 접대하는 인원 중 한명으로 삼았다.
리놈이 애지중지 하며 곱게 포장한 유니콘의 서를 가지고 나가는 동안, 슈발츠는 그를 정중히 배웅했다.

그후 며칠간은 폭풍 전야의 고요와 같았다.
이 일을 벌이기 전에, 유니콘의 서에 남아 있는 [추적 장치]를 해석한 젤로나는 슈발츠도 그 책을 [추적]할 수 있도록 작은 팬던트를 만들었는데, 슈발츠는 망토 장식으로 달린 그 팬던트를 만지작거리는 것 만으로 유니콘의 서 근처에서 일어나는 일을 옅들을 수 있었고, 당연하지만 그 책의 소재 역시도 감지할 수 있었다.
리놈도 그 책을 추적할 수 없도록 여러가지로 신경을 쓰긴 했지만, 그의 마법사로써의 능력은 슌7세는 물론 슈발츠에게 비해도 크게 손색이 있는 것이었다.
물론 탐지를 막기 위해 납으로 차폐벽을 치고 결계를 친 비밀 금고로 옮겨진 후에는 슈발츠도 더이상 유니콘의 서를 추적할 수 없었지만, 옮기는 동안의 정보와 최종적인 위치만으로도 슈발츠에겐 충분했다.

유니콘의 서를 리놈 다이히가 연구해 마지않는 며칠 동안, 슈발츠는 그를 감시하면서 또 다른 한가지 문제를 처리했다.
바로 아란 린베일의 조직에 관해서였다.
보통 새도우 시프의 조직은 직속 상하간의 연결만 있는 점조직 형태인데 반하여, 아란의 조직은 그가 하부 조직을 모두 간파하고 관리하고 있었다.
그 덕에 대단히 효율적인 상황 대처가 가능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지금같이 조직의 우두머리가 바뀌었을 때는 일망타진 당하기도 훨씬 쉬운 것이다.
그리고 슈발츠는 엠 일대의 다른 새도우 시프 조직들의 재정적인 뒷받침이 되어 주고 있는 아란의 밀무역 조직을 그냥 둘 이유가 없었다.

아란의 조직에 대한 모든 정보들은 잘 기록된 서류가 되어 숨겨졌다.
그리고 때가 되면 슈발츠는 그것을 하퍼와 6인 평의회에 보낼 것이었다.
그것이 치명타는 되기 어렵겠지만, 통렬한 타격 정도는 줄 수 있을 것이고, 이후 새도우시프가 엠에서 세력을 회복하는 것을 힘들게 만들 것이었다.

슈발츠가 그 책을 리놈 다이히에게 넘겼을 때, 슌7세도 자신의 책의 마력을 느꼈다.
거의 순간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보물의 익숙한 느낌을 놓칠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유니콘의 서의 파동은 가까이서 흘러나왔기 때문에, 슌 7세는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정보망을 가동시켰다.
이 시점에서 슌 7세의 정보망은 크게 3가지였는데 첫째는 마법으로 현혹하거나 지배하에 둔 카울드 위저드나 다른 [후원자]들이 첫째였고, 두번째는 협박하거나 매수한 프로의 정보원들(엠에는 새도우 시프 말고도 이런 프리랜서들이 제법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그 자신의 마법적인 탐지 능력이었다.

그리고 아스카틀라에 있는 카울드 위저드의 연장자들은 리놈이 전설적인(그리고 악명높은) 아티팩트를 얻은 것에 경악했고, 그것의 소유권을 [되찾기]위해 몆가지 계획을 세웠다.
원래라면 젤라노라는 그것을 몰라야 하지만, 슌7세는 카울드 위저드의 조직 상당히 깊숙히 자신의 비밀 연결망을 갖추고 있었고(지배는 하기 힘들지만,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있을 정도로) 때문에 그 계획에 편승할 만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난관의 연속이었다.
원래는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일도 몰래 하려면 엄청나게 불편해지는 경우가 있다.
슌 7세의 불행은 거기에서 출발했다.
그의 비할 바 없는 주문실력(현존하는 필멸자중에서는 몆손가락 안에 드는)에도 불구하고, 그는 젤라노라의 정체가 탄로라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조악한 장비 정도만을 사용하고, 자신의 마법의 흔적이 남지 않도록(혹은 좀 더 저레벨의 마법인 것 처럼) 신경을 써야 했으며, 아는 정보라도 우연히 새로 얻은 것 마냥 가장해야 했다.
카울드 위저드들은 서로간에 엄격하게 감시하는 꽉막힌 조직은 아니었지만, 이 조직을 자신의 손에 넣고자 부단하게 노력하는 중인 그에게 있어서 그것은 조직력과 상관없는 문제였다.

게다가 신변 안전에 민감한 것은 슌7세 뿐 아니라 리놈 역시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그는 2개의 신분을 따로 운영하는 모사꾼이기도 했으니 정보보장과 신분안전에 대한 중요도는 더 커지는 것이다.
그의 마법 실력 자체는 대단할 것이 없었지만, 그는 자신의 마법적인 재능과, 자신의 신분으로 구할 수 잇는 자원을 호신술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었다.
그리고 물론 그는 탐지되거나 지배되지 않았다.
달리 비밀리에 처리할 수단이 없다면 남은것은 강행돌파 뿐이다.
며칠동안 이것저것 애써 보던 슌7세는 결국 후자를 선택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그의 위저드 상급자가 개입하기 전에, 그가 모르게 모든 일을 신속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난관과 시간 낭비를 거친 슌 7세의 반응은 그리 빠르지 않았다.
그가 유니콘의 서를 되찾으러 행동한 시점은 슈발츠가 자기 할일을 끝낸 시점과 거의 일치했다.

이 세계에서는 어떤 종류의 일을 하건 결국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때를 대비한 [어께]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
심지어 싸움보다는 평화적인 해결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교리를 가진 몆몆 신들의 교단들(이를테면 기쁨의 숙녀인 리리아)조차 교단의 적들에 대한 보복부대를 운용할 정도였다.
순수한 힘으로 대변되는 자위력을 갖지 못하면 멸망하는 냉엄하기 그지없는 세상인 것이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그런 종류의 용역을 제공하는 사업 역시 활발했다.
그것은 국가의 경계나 종교, 혹은 차원의 경계까지 왕왕 무시되는 경우까지 있었다.

이런 세상이기 때무에 더더욱 그러하지만, 원래 악당들은 자신의 안전을 굉장히 신경쓰고 위험하고 불편한 일은 남의 손을 빌어 해결하려는 경향이 크다.
때문에 큰 대악당들 주변엔 그의 손발을 대신할 야심 있는 소악당들이나 멍청한 끄나풀들이 모이게 되는데, 슌 7세의 경우엔 그런 소악당들을 공개 모집할 여건이 되지 않아서 아직 탄탄한 세력이 없었다.
거기에 잠재적인 그의 세력이라 할만한 자들은 거의 모두가 슌 7세가 아니라 카울드 위저드의 젤라노라 아트렌시스를 총애하거나 따르는 자들일 뿐이었다.

슈발츠와 맞서게 된 시점에서, 이것은 슌 7세의 불운이었다.
슈발츠는 일을 은밀하게 추구해도 불편이 없을 만한 조직을 갖추고, 게다가 그 자신이 직접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 행동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엠 외곽 전원지대의 경치좋은 저택을 일종의 [안전가옥]으로 삼고 있던 리놈 다이히가 경보와 비명소리를 듣고 깨어났을 때는 슌 7세와 그의 두명의 강력한 언데드 수하들이 저택의 방어를 뚫고 들어와 학살을 저지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리놈의 동향을 거의 24시간 내내 감시하고 있던 슈발츠도 경보를 듣자 마자 미리 설정해 둔 저택과 가까운 나무로 이동(그것은 플로라가 잠시 손을 쓴 임시 이동 수단이었지만, 꽤 유용하고 은닉에도 적절했다)해서 저택의 방어자들이 언데드들과 혈전을 개시하는 동안 저택의 담을 뛰어넘어 은밀하게 침입했다.

대적하기 힘든 강력한 적을 만날 땐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은 간단한 질문이다.
도망치면 된다.
수정구를 통해 침입자에 대적하기 힘들다는 것을 순식간에 깨달은 리놈은 달아나기 위해 미리 주문 제작해 둔 포탈 문을 열었지만, 그것은 작동하지 않았다.
슈발츠가 장원의 벽을 타넘었을 무렵, 리놈이나 목격자가 저택에서 도주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 슌 7세가 강력한 결계 마법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순간적으로 역장의 파동이 저택 내부에 있는 모든 것들을 감싸고 지나갔고, 곧바로 그 저택은 외부와 격리된 다른 공간으로 바뀌었다.
그 강력한 힘은 슈발츠가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
한명의 매력적인 뱀파이어와 특이하게 생긴 리치 하나가 목격자겸 잔적들을 소탕하는 동안, 슌 7세는 리놈을 찾아 저택을 종횡무진으로 누비고 다녔다.
슈발츠도 리놈을 찾기 위해 움직엿지만, 그는 은밀하고 조용하게 그 일을 처리하려 했다.

리놈의 호위병들도 꽤 열심히 싸웠지만, 상대는 한때 세계를 지배하려던 마법사과 그가 부하로 선택한 초월적인 경지의 언데드들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죽음 뿐이었다.
슈발츠는 언데드들을 보고 혼비백산 해 도망치던 저택의 하녀 하나를 붙잡아 그림자 속으로 끌어들여 제압했다.

" 쉿, 살고싶으면 조용히 하도록...
"

여자는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차원이동을 막는 결계 때문에 슈발츠는 에테르 계로 숨을 수 없었지만, 그자신이 이미 그림자에 더 가까울 정도의 초인적인 은신 실력을 자랑한다.
불이 꺼진 복도의 어둠 속에서 여자 하나를 추가로 숨기는 일 쯤은 간단했다.
그리고 그가 정적을 확실하게 유지하는 동안, 그들의 바로 코앞으로 창백한 얼굴의 미인이 지나갔다.
보통 인간의 눈으로 보면 잘 분간할 수 없겠지만, 마력을 볼 수 있는 슈발츠의 시선으로 보면 금새 그 정체가 드러나는 존재, 뱀파이어였다.

" 으아악!...
"

도망치던 하인 하나가 그녀가 날린 붉은 광선에 맞고 처참하게 쓰러졌다.
피를 뿜으며 나뒹구는 희생자를 발 아래 내려다보며 입술을 고혹적으로 핥아올려 보인 그 뱀파이어는 복도 건너편으로 사라졌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비명이 이어졌고, 결국 저택이 조용해진 것은 한참 후였다.

리놈 자신은 자신의 보물고를 최후의 보루로 삼았다.
그와 그의 측근 부하들은 그 튼튼한 금고의 비밀문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안으로 잠가버렸고, 당연하지만 슌 7세는 그것을 찾느라 제법 상당히 애를 먹었다.
하녀를 계속해서 제압해 둔 상태로(하지만 그녀는 목격자로 남겨둬야 했기 때문에 의식은 붙여놓은채로)슈발츠는 그 일당들이 벌이는 수색을 피해 조심스럽게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했다.

꽤 시간이 흐른 후, 결국 슌 7세는 리놈이 숨어있는 금고의 입구를 찾아 내었고, 그 금고의 입구를 열기 위해 마법을 동원하고 정령을 소환했다.
그 금고는 단순한 금고가 아니라 갖가지 마법적인 보호가 베풀어진 물건이어서, 쇠도 녹이는 정령의 화염에도 끄떡하지 않았다.
찾는 시간 보다 더 오랜 시간을 소모한 끝에 결국 그 금고의 벽을 파괴하고 들어간 슌 7세는 그 시간 낭비에 대한 화풀이를 했다.
리놈 일행이 지르는 처참한 비명과 사방으로 흩날리는 선혈과 살점을 보면서 슈발츠는 다만 고요히 기다릴 뿐이었다.
그의 품에 안겨 있던 하녀는 너무나 참혹한 광경에 부들부들 떨다가, 마침내 그 금고의 바깥으로 던져지는 피투성이의 팔다리를 보고 기절하고 말았다.

모든 뒤처리가 끝난 후, 유니콘의 서를 되찾은 슌 7세 일행이 결계를 풀고 저택을 유유히 나갈 때 까지 기다린 슈발츠는 그림자에서 나와서 주변을 점검햇다.

그의 계획보다 약간 더 유혈이 낭자한 것을 제외하고, 문제는 없었다.
하녀가 기절한 틈에 추가로 슈발츠는 보고에 남은 리놈 다이히의 금화와 마법 물건들을 챙겼다.
슌 7세는 워낙 부자(?)라 그런것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슈발츠는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옛 격언을 실천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축이었다.
그리고 사실 이렇게 해 두면 그 여죄도 전부 슌 7세의 것이 될 터였다.

.
.
.

전 뭔가 하고 있을 때 주변에서 떠들면 보통은 무시합니다.
그런데 무시할 수 없는 사람이 그렇게 하면 그건 참으로 스트레스가 되죠.
지금 제가 처한 상황이 딱 그렇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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