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인의 눈동자는 완전히 죽어 있기 때문 이다. 앞을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이런 눈동자를 지니고 있을 리 없다. 설사 흉내를 내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괴인은 홀연 입을 열었다. "자네는 내 눈동자를 보고 싶나?" 조자건은 깜짝 놀랄 뻔 했다. 이 사람은 비록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한 쌍의 신비스럽 고 이상한 눈을 지니고 있는 듯 했다. 몸 어딘가 은밀한 곳에 감추어진 눈으로 어느 누구의 일거일동도 놓치지 않고 보는 것 같았다. 괴인은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는 좀 더 자세히 보고 싶나?" 사실 조자건은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었다. 괴인은 그의 마음 까지 꿰뚫어 보는 모양이었다. "자. 갖고 가서 자세히 살펴보게." 그는 손가락으로 한쪽 눈을 뽑았다. 그러자 그의 눈은 즉시 검은 구멍으로 변했다. 잿빛 눈동자. 유리로 만들었는지 수정으로 만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의 손바닥에서 굴러다니는 눈동자는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설사 그것이 가짜 눈이라는 것을 빤히 안다해도 상대방은 역시 가슴이 철렁할 것이다. 괴인은 넌지시 물었다. "이젠 똑똑히 보았나?" 조자건은 끝내 길게 숨을 불어냈다. "그렇소." "될 수 있는 한 자세히 보게. 이것은 내가 한 가지 실수를 범한 댓가이기 때문일세." 괴인의 창백한 얼굴에 홀연 한 줄기 비통한 기색이 떠올랐 다. "십일 년 전에 한 사람을 잘못 본 탓으로 비록 눈을 잃었지 만 그를 조금도 원망하지 않네. 잘못을 범하면 거기에 대한 댓 가를 받아야 하며 누구를 막론하고 예외일 수는 없기 때문이 지." 조자건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라면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자건은 괴인이 어떨게 해서 두 눈을 잃었는 지 알고 싶었으나 묻지 않았다. 그 일이 괴인으로서는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쓰라린 기억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 기 때문이다. 괴인의 음성은 눈동자와 같이 죽어 있었다. "눈이 먼 후에 나는 내 눈을 대신할 무언가가 필요했지. 그 래서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심등대법일세. 이것을 익힌 후 나는 내가 두 눈을 잃어버린 것이 오히려더 잘된 일이 라고 생각하 게 되었네." "그건 무엇때문이오?" 괴인은 계속 손바닥에 있는 눈동자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는은 비록 많은 것을 볼 수 있지만 반면에 더 많은 것을 보 지 못하네. 하지만 심등대법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눈으로 볼 수 없는 것까지도 볼 수 있네. 지금 나는 눈을 잃기 전보다 훨씬 더 모든 사물을 객관적으로 주시할 수 있게 되었 네. 내가 두 눈을 잃지않았다면 어찌 이런 오묘한 세계를 알 수 있었겠나?" 조자건은 내심 그의 말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확실히 인간의 눈이란 사물의 겉을 보여줄 수는 있어도 그 내면의 진실한 모습은 보여줄 수가 없는 것이다. 괴인은 천천히 들고 있던 눈동자를 눈에 박았다. 한 쌍의 잿 빛 눈동자는 조자건을 응시하는 것만 같았다. 한 쌍의 가짜 눈동자. 그것은 과연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조자건은 잠시 그의 죽어 있는 눈동자를 주시하면서 입을 열 었다. "하지만 나는 두 눈이 멀쩡한데 그것을 익힐 수 있겠소?" "한 가지 방법을 쓰면 가능하네." "그게 무엇이오?" "바로 이것일세." 돌연 괴인은 번개같이 조자건을 향해 양 손을 휘둘렀다. 파파파파팍! 그 속도와 역량은 너무도 가공스러워서 조자건이 아니라 천 하의 어느 누구라 해도 피해내지 못할 것이다. 물론 조자건은 피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괴인의 양 손이 번뜩인 순간, 조자건의 발끝 소양혈(소양혈) 부터 찍히기 시작해 눈깜박할 사이에 정면 예순 네 군데의 크 고 작은 혈도가 전부 찍혔다. 그러더니 괴인은 오른 손을 살짝 떨쳐 조자건을 가볍게 허공으로 날렸다. 그리고 이번엔 그의 등 뒤 예순네 군데의 혈도를 전광석화처럼 찍었다. 그 수법의 기묘함과 속도의 빠름은 불가사의할 정도였다. 괴인이 눈이 안보이는 장님인 것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정말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사람 몸에는 서른여섯 군데의 대혈과 일흔두 군데의 소혈이 있으며 절반 이상이 치명적인 급소였다. 그런데 조자건은 모든 혈도를 찍히고 만 것이다. 그러나 조자건은 죽지 않았다. 오히려 몸만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을 뿐 정신은 도리어 더 욱 맑아졌다. 순식간에 조자건의 전신혈도를 찍고 난 후에야 비로소 괴인 은 손을 멈추었다. 괴인은 숨결조차 가빠지지 않은 채로 바닥 에 쓰러진 조자건에게 얼굴을 돌렸다. "기분이 어떤가?" 놀랍게도 조자건은 말을 할 수가 있었다. "나쁘지는 않소." 괴인은 그런 상황을 예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는 더욱 좋아질걸세." 조자건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어 동굴천정을 응시한 채 다시 물었다. "나는 언제쯤 움직일 수 있소?" "하루, 혹은 며칠이 걸릴 지도 모르지. 자네의 체질이 어떠 냐에 달려 있네." "이게 심등대법이오?" 괴인은 그 말에는 대꾸도 없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익숙해지면 그 기간이 더 단축될 수도 있네. 그래서 모든 혈도를 찍히고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을 때 자네는 이곳을 나갈 수 있네." "몹시 이상한 방법이구요." "앞으로 자네는 더욱 이상한 일들을 경험하게 될걸세." 괴인의 말은 사실이었다. 다음 날 정오가 되어서야 조자건은 겨우 몸을 움직일 수 있 었다. 꼬박 반나절 동안이나 그는 혈도가 찍힌 채 석상처럼 차 디 찬 동굴바닥에 누워 있었던 것이다. 조자건은 알지 못했지만 그것은 괴인이 예상했던 것보다 배 이상 빠른 시간이었다. 괴인은 그의 재질이 제 아무리 좋다해 도 몸을 움직이려면 적어도 이틀은 걸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 던 것이다. 그가 굳어진 몸을 주물며 바닥에서 일어나려하자 괴인은 그 가 피할 사이도 없이 다시 백스물네 군데의 혈도를 모두 짚어 버렸다. 조자건은 다시 반나절 동안을 꼼짝도 않고 누워 있어 야만 했다. 그가 다시 움직일 기미를 보이자 어떻게 알았는지 괴인은 재 차 그의 혈도를 찍었다. 이러기를 몇 차례나 거듭했는지 모른 다. 식사는 커녕 물도 마시지 못한 채로 조자건은 계속 괴인에게 혈도를 찍힌 채 차가운 동굴바닥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 눈깜박할 사이에 칠일이 흘렀다. 그 동안에 조자건이 먹은 것이라고는 이삼 일에 한 번씩 괴 인이 복용해주는 우유같이 뿌연 액체가 전부였다. 그 액체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을 먹으면 며칠을 굶어도 별다른 허 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에 조자건은 문득 자신의 몸에 이상한 변화가 일 어나고 있음을 깨달았다. 눈, 코, 잎을 비롯한 칠공과 전신의 모공으로 체내의 배설물 들이 모조리 빠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의 전신은 마치 땀같 기도 하고 진흙같기도 한 시커멓고 끈적끈적한 오물들이 배출 되어 악취를 풍겼다. 헌데 그 배설물들이 몸밖으로 빠져나감에 따라 그는 전신이 날아갈 듯 개운해지고 신비한 힘이 솟아오르 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말로만 듣던 전설상의 환골탈태(환골탈태)나 벌 모세수(벌모세수)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 현상은 보름 간이나 계속되었다. 그 다음 벌어진 변화는 조자건 자신도 믿을 수 없을 정도였 다. 체내의 혼탁한 기운들이 체외로 배출되자 그의 신경조직과 피부세포는 더할 나위없이 민감해져서 주위의 공기가 파동치는 것까지 감지할 수 있을 정도였다. 뿐만아니라 머리 속이 명경지수(명경지수)와 같이 맑아지며 칠흑같이 어두웠던 동굴의 내부가 구석구석까지 아주 일목요연 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동굴 벽에 벌레가 기어가는 소 리조차 천둥치듯 귓속으로 세세하게 들려왔다. 그제서야 비로 소 조자건은 괴인이 말한 오묘한 세계가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심등대법은 하늘을 가르고 바다를 뒤엎는 신공절학(신공절학 )은 아니었으나, 천하의 그 어떤 무공심법도 따를 수 없는 절 묘함을 지니고 있었다. 이 심등대법은 괴인이 천축(천축) 황교(황교)의 비전(비전) 인 마등심법(마등심법)과 마교(마교)의 유마환영대법(유마환영 대법)을 융합하여 십 여년의 각고끝에 완성해 낸 초상승의 내 가심법(내가심법)이었다. 이것은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던 여러가지 감각등을 개발해 서 극대화(극대화)하는 고도의 수법이었다. 인간의 감각능력이란 원래 무한(무한)한 것이다. 허나 그 능력을 사용하지 않으므로해서 점차로 능력이 쇠퇴 해지고 결국에는 단순히 보고, 듣고, 느끼는 지극히 원초(원 초)적인 감각만이 남게 되었던 것이다. 이 퇴보해 버린 감각능력에 자극을 주어 격발시킴으로써 사 물을 감지하는 능력을 최고한도로 끌어올리는 것이 심등대법의 요체(요체)였다. 그것은 불문(불문)에서 말하는 천이통(천이통)이나 천안통 (천안통) 등, 소위 불가육통(불가육통)을 훨씬 뛰어 넘는 경지 이다. 심등이란 이름 그대로 마음(심) 속에 등불(등)을 켠 듯 주위 의 모든 사물을 환하게 통찰할 수 있다고 한 데서 붙여진 것이 었다. 이 심등대법을 만들기 위해서 괴인은 무려 십 년이 넘는 세 월을 인간세계와 완전히 격리한 채 지내야만 했다. 무림인이란 원래 자신의 절기를 목숨보다도 아끼는 부류들이 었다. 그런데 괴인은 자신이 오랜 세월 동안 고심참담한 끝에 완성한 심등대법을 선뜻 조자건에게 전수해 주다니 놀라운 일 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은 물론 괴인이 조자건의 형인 조립산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서 였다. 대체 괴인과 조립산 사이에는 어떤 은원이 있는 것일까? 제3장 무 적 기 일, 철 벽 조립산이 온 것은 정확히 한 달 후 였다. 처음 올때와 마찬가지로 그는 주위가 칠흑같이 어두운 이경 무렵에 불쑥 동굴 속으로 들어왔다. 조자건은 괴인과 나란히 선 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립산은 조자건의 몸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조자건은 한 달 전과 별로 달라진 곳이 없었다. 다만 입고 있던 의복이 몹 시 남루해지고 전신에서 악취가 풍긴다는 것 외에는...... 허나 조립산은 조자건의 피부에 기이한 윤기가 흐르고 그의 눈에서 신기(신기)가 흐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심등대법은 어느 정도 수준이오?" 조립산이 불쑥 묻자 괴인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앞으로 일 년 내에 나와 비슷한 경지에 도달하게 될거요." 조립산은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으로 당신과 나는 서로 아무 것도 빚진 게 없게 되었 소." "그렇소." 조립산은 조자건에게 고개를 까닥거리며 몸을 돌렸다. "가자." 조자건은 묵묵히 괴인을 바라보았다. 괴인도 조자건을 응시하고 있었다. 괴인의 잿빛 눈동자에는 아무런 표정도 담겨 있지 않았지만 조자건은 한 줄기 감정의 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니면 그것은 그의 착각이었을까? 조자건은 한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언젠가 꼭 이 빚을 갚겠소." 괴인은 고개를 저었다. "빚은 모두 청산되었네." "당신과 형님과의 빚은 청산되었는지 모르지만 당신과 나 사 이의 빚은 아직 청산되지 않았소." "자네는 내게 빚진 게 없네. 내가 심등대법을 전수해 준 것 은 자네 형님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서 였네." 조자건은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그걸 말하는 게 아니오." 괴인은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그럼 내게 무슨 빚을 졌다는 건가?" "나는 당신에게 모두 열 두 방울의 종령석유(종령석유)를 빚 졌소." 그 말을 듣자 괴인의 얼굴에 씁쓸한 고소가 떠올랐다. "자네는 알고 있었군." "그렇소. 나는 이미 알고 있었소." 괴인은 지난 한 달 동안 이삼일에 한 번씩 조자건에게 우유 빛 액체를 복용시켰다. 그 액체는 바로 천하에 보기 드문 영약 인 종령석유였다. 그것은 인세(인세)에서는 좀처럼 구경할 수 없는 진귀한 것 으로써, 무림인이라면 누구나가 단 한 방울이라도 얻기를 갈망 하는 성약이었다. 심등대법을 익히기 위해서는 체내의 모든 혼탁한 기운을 체 외로 배출해야 한다. 허나 음식을 먹게 되면 아무리 혼탁한 기운을 배출해도 소용 이 없다. 그것은 어떤 음식이든 그 속에는 인간의 정(정)과 기 (기)를 감퇴시키는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종령석유를 마심으로 해서 조자건은 아무 것도 먹지 않고도 견딜 수가 있었고, 특히 내공(내공)방면에 말할 수 없는 효험 을 보았다. 괴인은 조자건에게 심등대법을 전수해 주겠다고 했지 종령석 유까지 복용시켜 주겠다고 하지는 않았었다. 조자건이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열두 방울의 종령석유는 이 미 그의 몸 속에서 완전히 용해되어 몸 구석구석까지 퍼져 있 었다. 따라서 조자건은 엄연히 괴인에게 열 두 방울의 종령석유를 신세지게 된 것이다. 빚을 졌으면 당연히 갚아야 한다. 이것은 조자건의 철칙(철 칙)이고 신조(신조)였다. 누구도 그의 신조를 깨뜨릴 권리가 없고, 그럴 능력도 없다. 조자건은 떠나갔다. 그는 비록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나갔지만 괴인은 그가 언제고 반드시 자신을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가 누구인지 아느냐?" 산을 내려오면서 조립산은 불쑥 조자건을 돌아보며 물었다. 조자건은 고개를 저었다. "모릅니다." "그의 이름은 독고붕(독고붕)이다. 십 여년전만 해도 그는 강북에서는 다섯 손가락안에 꼽히는 수공(수공)의 고수였다. 하지만 십 일년전에 그는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해 두 눈을 실명(실명)했지." "그 자가 누굽니까?" "사천당문(사천당문)의 고수인 천수비호(천수비호) 당력(당 역)이다. 내가 독고붕을 처음 보았을 때 그는 당력의 육혼망 (육혼망)을 두 눈에 맞은 채 사경(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 " "나는 그를 약성(약성) 난자림(난자림)에게 데리고 갔다. 독 고붕은 꼬박 이십 일동안 혼수상태를 헤매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그 뒤로 그는 쭉 이곳에서 지내왔다." "그는 당력을 찾아가지 않았읍니까?" "독고붕은 당력에게 복수하려 했으나 그럼 몸으로는 당력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가 심등대법을 만들게 된 것도 당문의 암기(암기)에 대항하기 위해서였지. 허나 오 년전에 당력은 당 문의 가주(가주)가 되었고, 독고붕은 복수를 포기해야만 했다. 그는 아마 저 안에서 평생을 마칠 것이다." 사천당문은 오랫동안 강호무림에 혁혁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무림세가(무림세가)였다. 그들의 암기와 독술(독술)은 무림인 들에게는 공포(공포)의 대상이었고, 당문이라는 말만 들어도 안색이 변하게 했다. 당문의 가주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당문 전체를 상대하지 않 으면 안된다. 그리고 천하의 어느 누구라 해도 단신(단신)으로 당문 전체 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조자건은 묵묵히 허공을 응시했다. 허나 그의 눈빛은 어둠속에서도 유난히 번쩍거리고 있었다. 그는 열 두 방울의 종령석유에 대한 빚을 갚을 방법이 떠올랐 던 것이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는 오직 그 자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강호에는 기인이사(기인이사)들이 장강의 모래알처럼 많이 있다. 허나 그들중에서 철벽무적(철벽무적) 악교(악교)처럼 기이한 사람은 없었다. 그는 적어도 한 가지 방면에서는 천하무적이라 할 수 있었 다. 그의 무공은 사실 그리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었다. 허나 그 는 이십 여년동안 셀 수도 없을 만큼 수많은 싸움을 했으나 아 직 심각한 상처를 입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가 상대한 자들이 약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 중 태반은 당금 강호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절정고수들이었다. 그런데도 악교가 별다른 부상 한 번 당하지 않는 것은 순전 히 그의 외문무공(외문무공)이 상상을 불허하는 경지에 이르러 있기 때문이었다. 웬만한 도검으로는 그의 피부에 흠집조차 낼 수가 없었다. 제아무리 가공할 장력에 격중당해도 악교는 오뚜기처럼 벌떡벌 떡 일어나고는 했다. 그가 그 방면에 더욱 노력을 기울인 결과, 그의 외문무공은 철포삼(철포삼)에서 육신갑(육신갑)을 넘어 나한가공(나한기 공)을 지나 전설적인 강기일식( 기일식)의 경지에 까지 이르 게 되었다. 그러니 어느 누가 그와 겨루려고 하겠는가? 나중에는 그가 아무리 시비를 걸어도 그와 싸우려는 사람이 없었다. 기고만장해진 악교는 어느 날 한 사람에게 도전을 했다. 그 의 도전을 받은 상대는 한 마디로 거절을 했다. - 당신은 내 적수가 아니오. 허나 악교는 아랑곳하지 않고 거의 강제적으로 상대에게 덤 벼들어 싸움을 걸어왔다. 마침내 그 인물은 악교의 도전을 받 아들여 비무를 했다. 결과는 참담한 것이었다. 악교는 단 일 초만에 갈비뼈 다섯 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 고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상대가 손속에 사정을 보지 않았 다면 악교는 즉사했을 것이다. 악교는 간신히 석 달만에 부러진 갈비뼈를 다시 이어 붙일 수 있었다. 허나 한 번 무너진 그의 자존심은 영영 되돌릴 수 가 없었다. 악교는 그 길로 폐관(폐관)에 들어가 침식을 잊고 무공에 전 념을 했다. 목표는 오직 한 가지였다. - 어떠한 무공에도 깨어지지 않는 천하최강(천하최강)의 외 문무공을 만들고야 말겠다! 그것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리라 결심했다. 삼 년이 지나자 악교는 어떤 한 가지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오 년이 지나자 마침내 악교는 한 가지 무공을 창안할 수 있었다. 그것은 무림역사상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절대무쌍(절대무쌍) 한 위력을 지닌 외문무공이었다. 그것은 기존의 외문무공의 단 계를 넘어선 전혀 세로운 차원의 무공이었다. 허나 악교는 이내 절망하고 말았다. 비록 창안은 했으나 그 는 그것을 익힐 수가 없었던 것이다. 첫째는 그의 나이가 너무 많았고, 둘째로는 그는 이미 여러 가지 외문무공을 익히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그 외문무공에 적 응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절망에 빠져 폭음(폭음)을 했고, 점차 폐인(폐인)이 되 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악교는 대낮부터 술에 취해 길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때 그의 앞으로 한 쌍의 발이 나타났다. 악교는 고개를 쳐 들고 발의 임자를 올려 보다가 얼굴을 흉하게 일그려 뜨렸다. 발의 임자는 그에게 난생 처음 패배의 치욕을 안겨주었던 바 로 그 인물이었던 것이다. 솟구치는 분노와 절망감으로 몸을 떠는 악교의 귓전으로 그 인물의 묵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일어나시오, 악교. 당신은 이렇게 쓰러져서는 안되오." 악교는 멀거니 그 인물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인물은 묵묵 히 그를 내려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은 아직 할 일이 있소." 악교는 주독(주독)으로 부들부들 떨리는 양 손을 들어 보이 며 실성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소......" "당신이 피땀을 흘려 만들어낸 그 기적의 무공을 이대로 묻 혀 버릴 셈이오?" 악교의 낮빛이 딱딱하게 굳어지며 몸에서 경련이 일어났다. 그 인물은 한 자 한 자 힘주어 말을 내뱉었다. "당신은 절대 그럴 수 없소. 당신이 이대로 사라져 버리면 강호무림에는 결코 제 이의 철벽무적이 나타나지 않을거요." 악교의 몸에서 땀이 흘러 나왔다. 그것은 결코 더워서 흘리 는 땀이 아니었다. 그 인물은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이 그를 내 려다 보고 있었다. 그 때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아났는지 악교는 스스로의 힘으로 바닥 에서 일어났다. 덜덜 떨리는 손을 허공에 허우적거리면서도 필 사적으로 일어나서 어깨를 쭉 폈다. 항상 술기운때문에 흐릿했던 악교의 눈에서는 횃불같은 안광 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악교는 그런 눈으로 눈앞의 인물을 뚫 어지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한 사람을 구해 오시오. 나이는 이십 세 미만, 아직 정식으 로 어떤 무공도 익히지 않았고, 어떤 고통에도 견딜 수 있으 며, 낙타처럼 끈질긴 지구력을 가진 남자를...... 그에게 나의 불괴연혼강기(불괴연혼 기)를 전해 주겠소." 그 인물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라졌다. 그와 헤어진 후 악교는 제일 먼저 뜨거운 물을 한 솥 가득 준비한 후 그 안으로 들어갔다. 칠주야(칠주야)를 꼬박 그는 장작불이 활활 불타오르는 가마 솥에 들어가 있었다. 몇 년동안 그의 몸을 갉아먹었던 주독은 그로 인해 몽땅 빠져 버렸다. 그런 다음 악교는 근처의 산야(산야)를 뛰어 다니며 허약해 진 체력을 가다듬었다. 틈틈히 영양가 있는 음식과 보약을 복 용하여 이전의 자신으로 되돌아 오려고 애를 썼다. 그동안에 그는 몇 가지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했다. 우선 그는 근처 시장에서 질좋은 대나무들을 닥치는대로 긁 어 모았다. 그가 모은 대나무는 무려 수 천개에 달했다. 사람들은 그가 무엇때문에 그렇게 많은 대나무를 사모으는지 몰라 궁금해 했으나 그는 입을 굳게 다문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두 번째로 그는 몇 가지의 약재 (약재)를 있는대로 사들였 다. 그 약재들은 합기(합기), 취수정(취수정), 재생조(재생조), 속단수유(속단수유), 견혼수(견혼수) 등 주로 부러진 뼈와 근 육을 잇는데 사용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 한 줄 댓글
0
비회원 · 이 글에 하루 1개만 등록 가능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
🔗 비슷한 글
현재 4편 →
5편부터
5편
[무협지]태극문 - 5편 (5/87)
그가 사들인 양은 수 백명의 환자들을 치료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세 번째로 그가 사들인 것은 수 백개의 징과 꾕과리, 북, 피 리, 그리고 거울이었다. 악교는 이것들을 사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