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화군악은 조금이라도 헛점이 들어난다면 조립산의 예 리한 일초는 결코 용서가 없음을 뻔히 알았기 때문이다. 조립산 또한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가 약간이라도 몸을 이동시킨다면 화군악의 철검은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역습 을 가해올 것이다. 두 사람의 몸은 마치 석상과도 같이 불어오는 바람속에서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주위에는 온통 바람소리와 옷자락 날리는 소리만이 들릴 뿐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바로 이 때였다.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어옴과 동시에 일련의 검광(검광)이 번뜩였다. 그 순간에 조립산과 화군악의 검이 삼십 여 차례 부딪혔다. 파파파팟! 군웅들은 번쩍이는 빛만 보았을 뿐 검세는 전혀 분간할 수가 없었다. 월광과 검기가 서로 어울리자 마치 칠보연지(칠보련지)에서 반사되는 빛과도 같았다. 칼날같이 날카로운 빛이 공중에서 무 수히 번뜩이자 군웅들은 눈앞이 어지러워 더 이상 쳐다보지를 못했다. 군웅들은 일시에 호흡을 정지시켰으며 세상에서 모든 만물도 사라진 듯 했다. 그때 갑자기 노도처럼 휘몰아치던 검광이 거짓말처럼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다. 그와 함께 두 사람의 모습이 다시 드러났다. 그들은 여전히 검을 든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의 자세는 처음과 똑같았다. 아무 것도 변한 것은 없었다. 변한 것이라고는 오직 화군악 이 들고 있던 철검의 끝이 조립산을 가리키고 있는 것 뿐이었 다. 그러나...... 철검 끝에서 한 방울 두 방울씩 진한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 었다. 문득 조립산의 입이 느릿느릿 열렸다. "이 초식의 이름은?" 화군악의 시선은 자신의 검끝에서 떨어져 내리는 선혈에 고 정되어 있었다. "연환벽뢰(연환벽뢰)" 조립산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연환벽뢰...... 정말 멋진 초식이었소......" 미소가 채 사라지기도 전, 쿵! 그의 몸은 돌연 썩은 고목이 벼락을 맞은 듯 맥없이 땅에 쓰 러졌다. 월광 아래 볼 수 있는 것은 조립산의 양미간 사이와 코, 그리고 인후(인후)와 가슴까지 직선으로 그어져 내려온 검 흔이었다. 그러나 상처의 깊이가 똑같이 두 치 가량 된다는 것은 누구 도 알아보지 못했다. 군웅들은 모두 아연실색하여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 다. 그들은 지금 눈앞에 벌어진 일을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 다. -조립산이 쓰러졌다......! 절대로 쓰러지지 않을 것으로만 여겼던 신주대검협이 쓰러진 것이다. 주위에 구름처럼 운집해 있던 군웅들은 갑자기 거대한 바윗 돌에 짓눌린 듯 가슴이 답답해졌다. 조립산은 그동안의 무림을 지탱해온 정신적인 지주(지주)였 다. 무림의 모든 질서는 그로부터 비롯되었으며 그로인해 구축 되었다. 그는 말하자면 무림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십 년이 넘는 세월동안 무림인들은 알게 모르게 그를 의지하 고 그를 뒤따랐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벌어져도 그가 나서면 해결되리라고 믿었으며, 그는 단 한번도 그들의 믿음을 저버린 적이 없었다. 억울한 일이 있을 때면 그를 찾아가 하소연했고 그는 그들의 억울함을 해소시켜 주었다. 그는 모든 무림인들의 우상(우상)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우상(우상)이 무너진 것이다. 자신들의 눈으로 그들의 우상이 무너지는 광경을 지켜본 군 웅들은 모두들 말못할 분위기에 고개를 깊숙히 숙였다. 마침내 신화는 깨어졌다. 이제 강호의 역사는 다시 씌여질 것이다. 우내십대고수란 이름은 더 이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을 것이며 신주대검협 조립산도 점차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 혀질 것이다. 그리고 모두들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할 것이며 그 이름을 칭 송할 것이다. -무적초자(무적초자) 화군악(화군악)! 이제부터는 이 이름이 천하제일인(천하제일인)의 상징이며, 천하무인(천하무인)들의 대명사가 될 것이다. 그리고 무림의 모든 질서는 그에 의해 다시 정립(정립)될 것 이다.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일은 그렇게 진행될 것이다. 제5장 태 극 문 하 일, 제 자 활짝 개인 날이었다. 번우량(번우량)은 힘껏 기지개를 켰다. "아......정말 좋은 날이로군." 그는 몸을 몇 번 움직인 후 천천히 방문을 열었다. 방을 나온 후에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뒤꼍으로 가서 커다 란 지게를 짊어지는 것이었다. 지게는 모두 네개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의 것을 제외하고 두 개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는 누구의 것이 없어졌는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보다 빨리 일어나는 사람은 한 사람 밖에는 없으니까. (위지혼(위지혼)일 것이다. 그는 항상 남이 자기보다 앞서는 것을 싫어하지.) 번우량은 씁쓸하게 웃으며 지게를 진 채 낙안봉(낙안봉)을 올라갔다. 화산에는 모두 세 개의 커다란 봉우리가 우뚝 서 있다. 산 동쪽에는 선인봉이 있고, 서쪽에는 연화봉(연화봉), 남쪽 에는 낙안봉이 있어 모두가 구름을 뚫고 하늘에 닿을 듯이 우 람하게 솟아 있었다. 이중 화산제일봉은 선인봉이며, 연화봉 은 무림의 구대문파(구대문파)중 하나인 화산파(화산파)가 자 리하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낙안봉에는 천하에 이름난 도교(도교)의 사대동천(사 대동천)이 있었다. 이 사대동천은 서현동(서현동), 노군동(노 군동), 왕자동(왕자동), 그리고 태극동(태극동)이며 이중 제일 유명한 곳은 태극동이었다. 태극동이 유명하게 된 이유는 이곳이 바로 신비(신비)의 문 파(문파)로 알려진 태극문(태극문)의 근원지였기 때문이었다. 태극문의 창시자는 칠십 년전의 천하제일고수였던 태극천자 (태극천자) 위지독고(위지독고)였다. 위지독고는 이름처럼 고독(고독)한 사나이였다. 그는 평생 적수를 만나지 못했고, 후계자 또한 갖지 못했다. 그가 처음으로 무림에서 이름을 날리게 된 것은 당시 천하제 일가(천하제일가)로 명성을 떨쳤던 화씨세가(화씨세가)에서 벌 어진 혈겁에서 였다. 당시 화씨세가는 천하일통(천하일통)의 야망을 품었다는 이 유때문에 전 무림인들의 협공을 받게 되었다. 허나 화씨세가의 저력은 실로 막강해서 정사양도(정사양도) 를 포함한 천 여명의 고수들이 합세를 했는데도 그들을 무너뜨 릴 수가 없었다. 특히 화씨세가의 가주였던 절대검왕(절대검 왕) 화무극(화무극)의 무공은 아무도 당해내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나타난 사람이 위지독고였다. 위지독고는 당시 약관을 막 벗어난 청년이었다. 그는 단 십 초만에 화무극의 양 팔을 잘라 무림사상 전무후무(전무후무)한 명성을 얻게 되었다. 화무극이 쓰러지자 화씨세가는 곧 무너졌고, 위지독고는 천 하제일인으로 추앙되었다. 그는 항상 태극도(태극도)가 그려진 장포를 입고 다녔고, 검 왕 화무극을꺾었기 때문에 왕(왕)을 능가하는 천자(천자)라 하 여 태극천자라 불리웠다. 위지독고의 무공은 정말로 대단해서 당시 무림에서는 아무도 그의 손에서 십 초 이상을 받아낸 사람이 없었다. 그는 출도 (출도)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천하무적(천하무적)이었고, 평생 적수를 만나지 못했다. 출도한 지 삼십 년후에 그는 태극문을 창립했다.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자신의 절학(절학)을 익힐만한 후계 자를 찾기 위해서였다. 천하제일인인 위지독고가 문파를 창립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수많은 젊은 인재들이 그의 무공을 배우기 위해서 태극문으로 몰려 들었다. 무공을 처음으로 배우려는 어린 소년들은 물론이 고 무림에서 상당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고수들까지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 찾아왔다. 위지독고는 자신의 절학을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은 단 한 명도 거절하지 않았다. 때문에 한때 태극문의 문하제자는 거의 천문학적인 숫자를 기록할 정도였다. 허나 시일이 흐를수록 태극문을 탈퇴하는 사람들이 늘어갔 다. 위지독고의 수련방법이 너무도 엉뚱했기 때문이었다. 일 년동안 그가 제자들에게 시킨 일이라고는 뜀박질과 장작 을 패는 일뿐이었다. 하루종일 태극문의 제자들은 험준한 산봉 우리를 뛰어다니고 미친 듯이 도끼질을 해야만 했다. 일 년만에 제자들 중 반이 떨어져 나갔다. 다음 일 년동안 그들은 좌공(좌공)을 한답시고 하루의 반을 태양을 마주보며 꿇어앉아 있어야 했다. 해가 떨어지면 캄캄한 숲속을 백 리나 달려 물을 길어왔다. 그 일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계속되었다. 차츰 사람들은 이런 일에 대해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내리쬐는 태양빛 아래 반나절동안이나 무릎꿇고 있는 태극문 의 제자들을 보고 뒤에서 수근거리며 웃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어두운 밤에 숲속으로 물을 길러 가서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 는 제자들도 많았다. 다시 일 년이 지나자 그 많던 태극문의 제자들은 채 백 명도 남지 않았다. 허나 그들은 나름대로 강호무림에서 어디에 내놓아도 뒤떨어 지지 않는 기재들이었다. 삼 년째 되는 날, 위지독고는 그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 이제부터는 정식으로 무공을 수련하겠다. 백 명의 제자들은 이 년동안의 고생이 이제야 보답을 받게 되었다며 뛸듯이 기뻐했다. 그날 저녁에 과연 위지독고는 그들 을 모아놓고 몸소 시범을 보이며 그들이 앞으로 익힐 무공을 선보였다. 백 명의 제자들은 눈을 부릅뜨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뚫어지게 주시했다. 허나 이내 그들은 크나큰 실망을 맛보아야만 했다. 태극천자 위지독고가 정성스런 동작으로 시전해 보인 것은 시시하기 그지없는 육합권(육합권)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무 림의 삼류 무사들이라도 배우기를 꺼려하는 최하류무공이었다. 위지독고는 아침 저녁으로 하루에 백 번씩 이 육합권을 반복 해서 수련하라고 말했다. 그날 밤에 백 명의 제자들중 반이 도망갔다. 한 달이 지나기 도 전에 제자들은 채 열 명도 남지 않았다. 일 년 후 위지독고가 제자들을 소집했을 때 그의 앞에 나타 난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그 제자의 이름은 냉북두(냉북두)라고 했다. 위지독고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물끄러미 냉북두를 바라보다 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 이제는 장법(장법)을 가르쳐 주겠다. 그는 마치 수 천명의 제자들이 보고 있는 것 처럼 정성을 다 해 장법을 시전했다. 그것은 육합권과 마찬가지로 장법중에서 도 가장 처지는 종류인 복호장법(복호장법)이었다. 냉북두는 아무 불평도 없이 정성을 다해 복호장을 연마했다. 그는 비록 복호장이 무공을 아직 모르는 어린 아이들조차 비 웃을 정도로 형편없는 무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사부인 위지독고를 신(신)처럼 믿고 있었던 것이다. 냉북두는 꼬박 일 년동안 복호장을 연마했다. 다시 일 년후 위지독고는 그에게 산화수(산화수)를 전수했 고, 그 다음해에는 원앙각(원앙각)을, 다음해에는 비응십팔조 (비응십팔조)를 가르쳐 주었다. 그 무공들은 하나같이 천하에 산재한 무공들 중에서도 바닥을 기는 것들이었다. 십 년동안 냉북두는 일 년에 한 가지씩 모두 열 가지의 무공 을 전수 받았다. 제일 마지막으로 그가 배운 것은 복마검법(복 마검법)이었는데 그것은 검을 익히는 사람들이 가장 처음에 배 우는 무공이었다. 복마검법의 수련을 일 년동안 마치자 위지독고는 냉북두를 불렀다. - 이제 너는 내 무공을 모두 배웠다. 내가 너에게 가르칠 것은 없다. 이제부터는 네가 태극문의 문주(문주)이다. 냉북두는 처음에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허나 이내 곧 그 는 바닥에 오체복지하고 엎드렸다. -제......제가 어찌 감히 일문(일문)의 주인이 될 수 있겠읍 니까? - 본문(본문)을 이을 사람은 너밖에는 없다. 나는 이제 곧 이승을 떠날 것이다. - 사......사부님! 냉북두는 비통한 외침을 토하며 눈물을 떨구었다. 위지독고는 냉북두를 온화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돌연 나직한 탄식을 토해냈다. - 아......! 북두야, 북두! 네 재질이 조금만 더 뛰어났더라 면 너는 진정 무림의 북두(북두:우두머리)가 될 수 있었을 텐 데...... 그 말을 끝으로 위지독고는 눈을 감았다. 냉북두는 삼 년동안 위지독고의 무덤을 지켰다. 삼 년이 지 나자 그는 정식으로 태극문주가 되었다. 물론 문하제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그 혼자만이 유일한 태극문의 제자였고, 문주였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그를 비웃으며 손가락질했다. 또 다른 사람들은 그가 위지독고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허나 냉북두는 그들의 조롱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는 한시라도 자신이 태극문의 제자임을 잊지 않았고, 또한 문주임도 잊지 않았다. 위지독고의 제자라는 것은 더더욱 잊지 않았다. 그는 화산 낙안봉의 동쪽 기슭에 있는 오래된 동굴에 거처를 정했다. 그가 이 동굴에 거처를 정한 이유는 이곳이 위지독고 의 무덤과 가깝기 때문이었다. 그는 항상 의복을 청결히 했고, 단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의 거처를 먼지 한 점 없이 깨끗하게 청소를 했다. 남들이 뭐라고 하던 냉북두는 위지독고의 제일(제일)을 제외하고는 그 동굴에 서 단 한 발짝도 밖으로 나간 적이 없었다. 자연히 그 동굴은 태극문의 본거지가 되었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다. 냉북두의 머리에도 하얀 서리가 내리기 시작했고, 그는 점차 늙어갔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이 동굴을 태극동(태 극동)이라 부르게 되었다. 그의 이름앞에도 동곽선생(동곽선생)이란 외호가 붙었다. 그가 화산의 동쪽 외곽에 살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 다. 나중에는 냉북두라는 이름보다는 누구나가 그를 동곽선생 이라고 불렀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손자들의 성화에 못이기는 할아버지들이 손자녀석들을 무릎팍에 올려놓고 옛날의 신화(신화)같은 고사 (고사)들을 전해줄때 가끔 등장하곤 했다. 간혹 무림의 전대명숙(전대명숙)들에게 태극문의 신화같은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을 느껴 태극동을 찾아오는 젊은이들이 있기는 했다. 허나 그들이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초라 한 동굴 하나와 그 동굴속에서 살고 있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 뿐이었다. 그럴때면 젊은 고수들은 실망에 가득찬 얼굴로 주위를 두리 번거리다 돌아서는 것이었다. 그들은 '역시 늙은이들의 말은 믿을게 못된단 말이야. 이곳 에 천하제일고수가 세운 문파가 있다고 하더니......' 하고 투 덜거리며 떠나갔다. 허나 그들은 동굴속의 노인이 주름진 눈으 로 그들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언제까지고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알지 못했다. 노인은 젊은이들이 왔다 갈때면 늘 동굴 입구에 서서 그들을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했다. 그리고는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중얼거 리는 것이었다. "저들은 아니야......본문의 무공을 익힐 수 있는 사람은 아 직도 오지 않았군." 헌데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노인은 태극동의 입구에 단정히 앉아 햇살을 쬐고 있 을 때 한 사람이 불쑥 찾아왔다. 그 사람은 노인의 팔십 평생 처음보는 미인이었다. 그 미녀는 영롱하게 반짝이는 눈으로 노인을 빤히 바라보았 다. "노인께서 동곽선생이세요?"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녀는 살짝 웃었다. 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당장 숨이 막히고 말았을 정 도로 황홀한 미소였다. "저를 제자로 받아 주시겠어요?" 노인은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 "아가씨는 누군가?" 미녀는 짤막하게 대답했다. "저는 섭보옥(섭보옥)이에요." 섭보옥의 모든 것은 동곽선생의 마음에 꼭 들었다. 단 한 가 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녀가 여자라는 점이었다. 허나 동곽선생은 그것을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즉석에서 그 녀의 부탁을 승락했다. 며칠 후 다시 한 사람이 태극동으로 왔다. 그는 노인이 처음보는 준수한 미남(미남)이었다. "저는 모용수(모용수)라고 합니다. 저를 제자로 받아 주시지 않겠읍니까?" 그 절세의 미남자는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동곽선생은 그와 몇 마디 대화를 해보고 자신이 사상최고의 천재(천재)를 만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용수의 모든 것 은 완벽했다. 허나 동곽선생은 그가 너무 똑똑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위지혼(위지혼)이 온 것은 그로부터 열 흘 뒤였다. 그는 하늘이 피처럼 붉은 노을로 물들었을 때 불타는 듯한 시뻘건 석양(석양)을 등지고 나타났다.그는 동곽선생을 앞에 두고 단 한 마디만을 했을 뿐이었다. "배우러 왔소." 동곽선생은 그의 입이 무거운 것에 내심 흡족했다. 야수의 본능을 나타내는 듯한 차가운 눈매와 잘 다듬어진 몸 도 마음에 들었다. 허나 그가 너무 냉혹하고 편집광(편집광)적인 기질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아무 말없이 그를 받아주었다. 번우량(번우량)은 제일 마지막으로 왔다. 그는 네모진 턱에 믿음직한 미소를 떠올리며 동곽선생을 향 해 정중하게 포권을 했다. "저는 번우량이라고 합니다. 사부님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동곽선생은 한 눈에 그에게서 대인(대인)의 풍모가 난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또한 그의 포용력있는 눈빛과 부드러운 미소 가 무척이나 믿음직스러웠다. 동곽선생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아이는 너무 정직하고 공명정대하구나. 그것은 좋은 일 이긴 하지만 ......) 동곽선생은 자신을 찾아온 네 사람을 모두 태극문의 제자로 삼았다. 원래 태극문의 전통에는 제자가 되겠다고 찾아온 사람 을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네 명의 천하기재(천하기재)들은 태극문의 제자가 되 었다. 동곽선생이 그들에게 시키는 훈련은 자신이 위지독고에게서 배웠던 것과 똑같았다. 그들은 매일매일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커다란 지게를 등에 지고 화산에서 제일 험준한 낙안봉을 올라가야 했다. 아침 나 절동안 내내 그들은 낙안봉을 뛰어다니며 한 짐 가득 나무를 베었고, 그 다음에는 그 나무들을 땔감으로 만들기 위해 수 천 번씩 도끼질을 해야 했다. 아침 식사는 도끼질이 모두 끝난 뒤에야 할 수 있었다. 아침 식사후 그들은 다시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해와야 했다. 그 일은 저녁때까지 계속되었다. 이 일과(일과)는 누구라도 예외가 없으며 유일한 여자인 섭 보옥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지게를 진채 험한 산봉우리 를 뛰어다녀야 했다. 누구나가 부러워마지 않는 천하절색의 미녀가 지게를 가득 지고 땀을 뻘뻘 흘린 채 산등성을 뚱어다니는 광경은 누가 보 기에도 기이할 것이었다. 허나 그들중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섭보옥은 동곽선생이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대우해 주기를 원했으며 자신도 똑같이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그녀가 그들과 같이 행동하지 않을 때는 목욕할 때 뿐이었다. 그외에 는 그들과 똑같이 먹고, 똑같이 뛰었고, 똑같이 잠을 잤다. 아마 다른 곳이었다면 그들 사이에는 여러가지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허나 그들에게는 각기 반드시 해야할 일이 있었고, 갚아야 할 빚이 있었다. 때문에 그들은 다른 일에 정신을 쏟을 수가 없었다. 번우량이 등에 한 짐 가득 나무를 지고 땀을 뻘뻘 흘리며 태 극동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위지혼은 웃통을 벗어붙인 채 도끼 질을 하고 있었다. 위지혼의 몸은 한 마리의 야수처럼 강인해 보였다. 그리 커다란 체구는 아니었으나 전신이 한 점의 군살도 없이 단단한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어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 올 것 같지 않았다. 쫙! 쫙! 위지혼의 장작을 패는 수법은 빠르고 정확했다. 그의 손에서 도끼날이 떨어지고 그것이 다시 올라갔다가 떨어져 내릴 때까 지 한 치도 머뭇거리거나 지체하는 법이 없었다. 그를 보고 있 자니 마치 정교하게 제작된 기계가 움직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번우량은 문득 일전에 모용수가 위지혼을 두고 한 말이 떠올 랐다. "위지혼은 한 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결코 두 번째 칼 질을 하지 않을 것이다." 번우량은 그 말이 위지혼을 무척 정확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위지혼은 자신의 진력(진력)을 조금이라도 낭비하는 법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진력이 다른 사람에 비해 귀중하다 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용수가 자기에 대해 평한 것도 물론 기억하고 있었다. "누가 자신의 오른쪽 뺨을 때리면 번우량은 웃으면서 왼쪽 뺨을 내민다. 왼쪽 뺨마저 때리면 다시 빙그레 웃으며 턱을 내 민다. 그의 턱마저 때릴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용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고금절세(고금절세)의 기재이니 만치 보는 눈이 남들보다 예리하고 정확했다. 가까운 동문(동 문)에 대해선 물론 더욱 정확한 평을 내렸다. 모용수는 섭보옥에 대해서도 말한 적이 있다. "그녀가 웃으면 세상의 어떤 남자라도 그녀를 해칠 수 없 다." 섭보옥 자신은 그의 이 말에 못마땅해 했지만 번우량은 그의 평이 정확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확실히 그녀는 남자로 하여금 거역할 수 없도록 만드는 마력 (마력)적인 미모의 소유자였다. 심지어 냉혹하고 말이 없는 위 지혼 마저 가끔 그녀의 미모를 멍하니 쳐다볼 때가 있었다. 다 행히 섭보옥은 좀처럼 웃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은 마음이 심란(심란)해져서 아무 일도 못했을 것이다. 모용수가 유일하게 평하지 않은 사람은 자기 자신이었다. 그 래서 번우량이 대신 평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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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어느 날 자네가 나를 찾아와 싸움을 건다면 나는 자네 가 오는 즉시 달아날 것이네." 모용수는 담담하게 물었다. "어째서 그렇소?" 번우량은 단호하게 대꾸했다. "자네는 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