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태극문 - 11편 (11/87)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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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태극문 - 11편 (1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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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그는 친했던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떠나가는 것이 아쉬 울 뿐이었다.
어쨌든 이제 태극문의 제자는 위지혼과 그, 둘만이 남게 되 었다.
두 사람중 누가 최후까지 태극문에 남아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둘 다 떠날지 모르고 어쩌면 둘 다 남을지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한 사람만이 끝까지 남아 태극문을 이어갈지 도 모르는 일이었다.
삼, 유 자 가을이 되자 동곽선생은 그들을 불렀다. "이제는 더 이상 좌공을 익히지 않아도 된다.
이제부터는 본 문(본문)의 무공을 전수해 주겠다." 지난 일 년동안 동곽선생은 부쩍 늙어 버렸다.
그의 백발이 성성했던 머리는 거의 빠져 있었고 얼굴에는 여 기저기 검버섯이 피었다.
허리도 구부정했고 눈빛도 탁하게 흐 려져 있었다.
허나 그는 지금도 아침 일찍 일어나 손수 태극동을 깨끗하게 청소했고, 매일 목욕을 했으며, 항상 의관을 단정히 했다.
그는 비록 늙었지만 그의 생활은 전과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아마 죽을 때까지도 동곽선생은 지금의 모습을 흐트리지 않 을 것이다.
조자건은 스승의 이런 점을 존경했다.
동곽선생은 비록 천기 노인같은 현자(현자)나 화군악같은 무예의 달인(달인) 은 아닐 지라도 초지일관하고 항상 자기의 본분을 잊지 않는다는 점에 서는 남들의 숭앙(숭앙)을 받을만 했다.
심지어는 항상 오만하고 자신을 남보다 우월하게 생각하는 모용수도 동곽선생의 이런 면에는 경의를 느끼고 있었다. - 곰처럼 우직하고 개처럼 맹종(맹종)한다.
앞만 보고 걸어 다니며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세상에 이렇게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은 한 사람 밖에 없을 것 이다.
그러니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것은 어느 날 모용수가 스승인 동곽선생을 두고 평한 말이 었다.
스승을 개나 곰에게 비유했지만 결코 불경(불경)의 뜻은 없 었다.
다만 모용수는 자신이 느낀 바를 그대로 표현했을 뿐이 었다.
그의 표현이 비록 적절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그 안에 내포되 어 있는 의미만은 모두들 수긍을 했다.
한 사람이 평생을 두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꾸준히 실 천해 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자건과 위지혼은 단정한 자세로 앉은 채 동곽선생이 자리 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응시하고 있었다.
동곽선생은 느릿느릿 몸을 일으켜 구부정한 허리를 쭉 폈다.
순간 늙고 초라한 노인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의 몸 은 다시 젊어지고 활력에 넘치는 것 같았다.
동곽선생은 신중 한 동작으로 하나하나 무공을 시전했다.
그것은 무림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육합권(육합권)이 었다.
허나 동곽선생은 마치 그것이 천하에 둘도 없는 절학이 라도 되는 양 정성을 다해 한 동작 한 동작을 정확하게 펼쳐 보였다.
그 모습은 진지함을 넘어 차라리 장엄해 보였다.
조자건과 위지혼은 육합권이라면 눈을 감고도 훤히 알고 있 었으나 시선도 돌리지 않고 뚫어지게 동곽선생의 동작을 주시 했다.
동곽선생은 육합권을 모두 전개했다.
그러자 그는 다시 늙고 허리가 구부정한 볼품없는 노인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오늘부터 아침 저녁으로 이것을 백 번씩 반복해서 연습해 라.
동작은 정확해야 되며 빨라지지 않도록 주의해라." 조자건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위지혼이 불쑥 입을 열었다. "한 가지 알고 싶은게 있읍니다." 동곽선생의 주름지고 흐릿한 눈이 그에게 향했다. "무엇을 알고 싶으냐?" 위지혼은 무표정한 음성으로 물었다. "육합권 외에 본 문의 무공은 무엇이 있읍니까?" 동곽선생은 그를 응시하다가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본 문의 무공은 모두 열 가지다.
그것은 육합권 외에 복호 장(복호장)과 산화수(산화수), 원앙각(원앙각), 비응십팔조(비 응십팔조), 유운지(유운지), 포천삼(포천삼), 용협십이로(용협 십이로), 대좌골(대좌골), 그리고 복마검법(복마검법)이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이 말을 들었다면 모두 배꼽을 잡고 웃 었을 것이다.
동곽선생이 말한 열 가지의 무공들은 천하에서 모르는 사람 이 없을만큼 널리 알려진 것들이었다.
그 무공들은 무공을 처 음 배우는 사람이면 누구나가 익히는 것들로 절학이라고 하기 에는 너무도 낮간지러운 수준이었다.
헌데 그런 흔해빠진 무공들을 일파(일파)의 무공이랍시고 내 세웠으니 어찌 우습지 않겠는가? 허나 위지혼은 웃지 않았다.
그는 단지 이렇게 물었을 뿐이 다. "그 무공외에 다른 것은 없읍니까?" 동곽선생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없다." 위지혼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허나 조자건은 내일부터는 그의 모습을 이곳에서 볼 수 없다 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날 오후, 조자건이 뒷뜰에서 혼자 육합권을 연습하고 있을 때 위지혼이 불쑥 그를 찾아왔다.
조자건은 그가 온 것을 알았으나 멈추지 않고 연습을 계속했 다.
위지혼은 한동안 묵묵히 그가 정성스런 동작으로 육합권을 연마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서 있었다.
조자건이 육합권을 시전하는 자세는 동곽선생과 흡사했다.
동작 하나 하나가 아주 정확했고, 펼치는 속도도 몹시 느렸 다.
원래 초식이란 빠르게 펼치는 것보다 느리게 펼치는 것이 훨 씬 어려운 법이다.
왜냐하면 무공 자체가 원래 속도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어떤 무공초식이라도 빠르게 펼치기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 이다.
그 무공에 익숙할수록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
허나 조자건은 육합권에 아주 익숙해져 있는데도 그것을 펼 치는 속도는 결코 빠르지 않았다.
아니, 이 세상에서 육합권을 그처럼 익숙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동곽선생을 제외하고는 아 무도 없을 것이다.
그는 조립산의 지시로 이미 오래전부터 육합권을 익혀왔던 것이다.
그가 육합권을 정성껏 백 번 반복했을 때는 해가 이미 서산 마루로 기울어 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타는 듯한 저녁놀이 땀에 젖은 조자건의 얼굴을 붉게 비추고 있었다.
그제서야 조자건은 손을 멈추고 위지혼을 돌아보았다.
위지 혼은 그때까지도 그 자리에 꼼짝도 않고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떠나려오?" 조자건이 담담한 음성으로 묻자 위지혼은 묵묵히 고개를 끄 덕였다.
갑자기 위지혼은 불쑥 입을 열었다. "육합권으로 겨룬다면 당신을 이길 자가 없겠군." 조자건은 빙긋 웃었다. "하지만 다른 무공으로는 그렇지 않을거요." "그거야 상관없지.
한 방면으로 천하무적(천하무적)을 이룬 다면 그만큼 그 자는 천하제일고수에 근접할 수 있는거요." "내가 천하제일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오?" 위지혼의 눈빛이 붉은 노을을 받아 유난히 번쩍거렸다. "당신 아니면 내가 되겠지.
하지만 번우량이나 모용수는 절 대 아니오." "섭보옥은 왜 빼는거요?" 위지혼의 음성은 그의 눈빛처럼 차가웠다. "여자는 선천적인 결함 때문에 결코 천하제일고수가 될 수 없소." 조자건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그는 다시 물었다. "하지만 누구든지 천하제일고수가 되려면 먼저 화군악을 꺾 어야 하지 않소?" 화군악의 이름이 나오자 위지혼의 눈빛이 한층 강렬해졌다. "그래서 나는 이곳에 왔던 거요.
태극문의 전설(전설)을 믿 고......하지만 전설은 역시 전설뿐이라는 것을 알았소." 위지혼은 세상을 온통 핏빛으로 물들이는 석양(석양)을 바라 보며 감정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 이 년간의 수련은 내게 무척 도움이 되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곳에서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없소.
태극문의 열 가지 무공으로는 제아무리 열심히 수련한다 해도 절정고수가 될 수 없소.
설사 절정고수가 될 수 있다 해도 천하제일고수 는 결코 될 수 없소.
그래서 나는 떠나려는거요." 조자건은 아직 위지혼이 이렇게 많은 말을 하는 것을 본 적 이 없었다.
위지혼은 거의 말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루종일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지낼 때도 많았다.
조자건은 위지혼이 무엇때문에 자기에게 이런 말을 할까하고 생각했다.
위지혼의 시선이 천천 히 그에게로 향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당신에게도 이곳을 떠나라고 권 하고 싶기 때문이오." "왜 그렇소?" "나는 당신을 화군악과 함께 나의 가장 큰 적으로 보았소.
하지만 당신이 계속 이곳에 머물러 있는다면 당신은 내 상대가 되지 못할거요." 조자건은 담담하게 대꾸했다. "나를 그렇게 높이 봐주었다니 고맙소.
하지만 내가 당신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면 당신에겐 더 잘된 일이 아니오?" 위지혼은 무뚝뚝한 음성으로 말했다. "적수가 없는 세상은 사막과 같소.
당신이 성장하면 할수록 나는 당신을 꺾고 더욱 강해질 수 있는거요." 그렇다.
위지혼에게 있어 상대가 없다는 것은 삶의 의미가 없다는 것 과 똑같았다.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는 더욱 투지(투지)를 불태우게 되고 그런 상대를 꺾음으로써 사는 보람을 느끼게 되 는 것이다.
강자(강자)와의 승부(승부)는 그에게 인생(인생), 그 자체였 다.
조자건은 한동안 위지혼의 냉막하고 무표정한 얼굴을 바라보 다가 조용히 웃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이곳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없소." 위지혼은 묵묵히 그를 쳐다보았다.
조자건은 담담한 음성으 로 다시 말했다. "이곳의 생활은 나에게 아주 맞소.
나는 죽어서도 태극문의 귀신이 될 작정이오." 위지혼은 한참동안이나 아무 말없이 그를 응시하다가 거의 느낄 수 없을만큼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에 하나 태극문의 전설이 사실이라면 그 전설을 이을 수 있는 사람은 당신 뿐일 것이오.
당신이 꼭 그 전설을 잇게 되 길 바라겠소.
그래야 내 적수가 될 수 있을테니까." 위지혼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조자건은 그의 야수같이 강인 한 뒷등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이제 어디로 갈 생각이오?" 위지혼은 몸을 돌리지도 않고 말했다. "동쪽.
저 떨어지는 석양을 벨 수 있을 때 나는 다시 돌아올 것이오." 위지혼은 떠나갔다.
그는 올 때 처럼 붉은 노을이 온 세상을 핏빛으로 물들일 때 석양을 등지고 떠난 것이다.
황혼의 긴 그림자를 밟으며 걸어 가는 그의 모습은 마치 한 마리 굶주린 야수가 움직이는 것 같 았다.
조자건은 우두커니 서서 언제까지고 위지혼이 사라져 간 곳 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7장 태 극 무 공 일, 무 맹 화산 선인봉에서 무림의 역사(역사)를 바꿀만한 대격투가 벌 어진지도 벌써 일 년이 지났다.
그 일 년동안에 강호무림에는 커다란 격변이 일어났다.
가장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무림판도의 변화였다.
일협쌍마삼기사절의 우내십대고수로 대변되던 강호 최고고수 의 서열은 송두리째 무너지고 오직 한 명의 초인(초인)만이 존 재하게 되었다. - 무적초자 화군악! 그는 이미 무림의 전설적인 인물이 되어 버렸다.
모든 무림 인들이 그를 선망했고, 우상으로 떠받들었다.
게중에는 그를 신격화(신격화)해서 추종하는 무리들까지 생 겨났다.
그 무리들의 수효는 급격히 증대되어 나중에는 하나의 커다 란 세력으로 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세력을 하나의 맹(맹)으로 규합했고, 그것은 곧 당금 무림의 최강집단 (최강집단)이 되어 버렸다. - 무적검수맹(무적검수맹)! 그들의 목적은 오직 한 가지였다.
무적초자 화군악을 맹종(맹종)하고 그를 어느 누구로부터도 보호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화군악은 절 대신(절대신)이었고, 그를 흠모하는 것은 하나의 신앙(신앙)과 도 같았다.
모든 무림인들이 무적검수맹에 가입하기를 원했으나 그들중 소원을 이룬 사람은 극히 적었다.
허나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선발된 인물들은 무적검수맹의 상징인 백색 두건(백건)과 철검(철검)을 소지할 수 있었고 그 것은 일생일대의 영광이었다.
백색 두건과 철검은 모두 화군악을 기리기 위해서 만든 것이 었다.
그들은 자신들끼리 수 백번의 논의와 비무를 거쳐 맹주(맹 주)를 정하고 맹내(맹내)의 서열을 정했다.
서열은 엄격하게 정해졌으며, 각 서열마다 특유의 권위와 의무가 있어 누구도 이를 어길 수가 없었다.
창건(창건)한지 채 일 년도 되지 않아 무적검수맹은 곧 무림 맹(무림맹), 그 자체가 되어 버렸다.
무적검수맹의 맹주는 한 달에 한 번씩 화군악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영광이 주어졌으며, 무적검수맹의 모든 사람들을 마음 대로 부릴 수 있는 무상(무상)의 권위도 갖게 되었다.
무적검수맹의 맹주가 다섯 번 째로 화군악을 배알했을 때 그 는 화군악으로부터 한 가지 지시를 전해 듣고 크게 흥분했다.
그는 즉시 무적검수맹으로 돌아와 천하각지에 방(방)을 내걸 었다. - 삼 년후에 무적검수맹에서 무림대회(무림대회)를 개최한 다.
무림대회의 출전자격은 아무런 제한도 없으며 남녀노소 누구 를 막론하 고 무림인이면 누구나가 참가할 수 있다.
그 대회의 우승자에게는 무적초자 화군악에게 도전할 수 있 는 자격이 주어질 것이다.
그 소식이 일으킨 반향(반향)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모든 무림인들은 흥분과 열정(열정)에 몸을 떨었으며, 무림 은 금새 열광의 도가니로 변해 버렸다.
신(신)에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구대문파(구대문파)를 포함한 천하의 이름난 문파(문파)에서 는 제각기 무공에 재질이 있는 기재들을 찾기 위해서 혈안이 되었으며, 강호에 이름난 절정고수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새로 운 절학을 만들기 위해서 미친 듯이 무공에 열중했다.
그야말로 무림은 하나의 거대한 연무장(연무장)이 되어 버린 느낌이었다.
무적검수맹은 치밀한 계획하에 삼 년후에 벌어질 무림대회의 준비를 시작했으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화군악의 주위에 철통같은 호위망을 펼쳐 놓았다.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암습자의 습격을 막기 위해서 였 다.
야심(야심)을 가진 사람은 가진 사람대로, 야심이 없는 사람 은 없는 사람대로 어서 빨리 삼 년이 흘러가기를 손꼽아 기다 렸다.
이 모든 소동의 와중에 초연한 사람은 오직 화군악, 자신 뿐 이었다.
그는 주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던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았 다.
그저 자신의 거처에 칩거(칩거)한 채 조용하고 한적한 은 둔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집 주변에 있 는 커다란 화원을 손질하거나 가끔 천하에 이름난 명승(명승) 을 찾아 유람을 하는 것 뿐이었다.
허나 그가 무엇을 하던 세인들의 관심은 늘 그에게 집중되어 있었으며, 그에 대한 온갖 종류의 소문이 하루도 끊이지 않고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져갔다.
그 무성한 소문들은 떠들기 좋아하는 몇몇 사람들이 지어낸 것들이 대부분이었으나 무림인들은 그런 것을 알면서도 화군악 에 대한 이야기라면 눈에 불을 켜고 들으려고 했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에 세월은 조금씩 흘러가고 있었다.
무림이 온통 뜨겁게 끓고 있는 주전자 뚜껑처럼 소란스러운 가운데도 조용하고 고요한 곳이 있었다.
화산의 낙안봉 동쪽 기슭에 있는 태극동이었다.
위지혼마저 떠나간 후 태극동은 더욱 적막에 휩싸이게 되었 다.
동곽선생은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졌고 조자건은 그를 볼때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어느 날은 동곽선생이 객혈(객혈)을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 란 적도 있었다.
오랜 동안의 동굴생활로 동곽선생의 폐(폐)는 심하게 손상되었던 것이다.
조자건이 육합권을 수련한 지 삼 개월째 되는 날, 동곽선생 은 조용히 그를 불렀다. "내 앞에서 육합권을 펼쳐 보아라." 조자건은 자리에서 일어나 육합권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동곽선생은 그가 움직이는 모습을 진물이 뚝뚝 떨어지는 눈 으로 바라보고 있다가 그가 동작을 모두 마치자 나직한 음성으 로 말했다. "이제 됐다.
내일부터는 복호장을 연습해라." 조자건은 숨결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은 채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읍니다." 동곽선생은 흐릿한 눈으로 물끄러미 그를 응시하다가 그가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려 하자 문득 그를 불러 세웠다. "자건아." 조자건은 그를 돌아보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동곽선생은 깊은 동굴 아래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음성으로 물었다. "너는 왜 아직 이곳에 남아 있느냐?" 조자건은 동곽선생의 뜻밖의 물음에 몸을 움찔했다.
허나 이 내 그는 태연하게 말했다. "이곳의 생활이 저에게 맞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너라면 어딜 가든 이곳에서보다 몇 배 더 뛰어난 무 공을 배울 수가 있을 것이다." 조자건은 한동안 동곽선생을 바라보다가 차분한 음성으로 말 했다. "제 생각은 약간 다릅니다.
뛰어난 무공을 배운다는 것과 뛰 어난 고수가 된다는 것은 서로 별개의 일이니까요." 절학을 익힌다고 해서 반드시 절정고수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자신이 익힌 무공을 얼마나 잘 소화해 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동곽선생은 끝모를 심연처럼 깊은 눈으로 한참동안이나 조자 건을 응시하고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럼 너는 본문의 무공으로 절정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 하느냐?" 조자건은 잠시 침음하다가 솔직하게 말했다. "확실히 모르겠읍니다." "그렇다면 내가 사실대로 말해주겠다.
본문의 무공으로는 도 저히 절정 고수가 될 수 없다." 조자건은 그 말을 믿었다.
동곽선생은 아직 단 한 번도 허튼 소리를 해 본 적이 없었 다.
허나 조자건은 조금도 실망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
그는 설사 태극문의 무공이 아무런 쓸모도 없는 것이라 할지 라도 개의치않을 것이다.
그가 태극문에 들어온 것은 스스로가 원해서 한 일이며 어느 누구도 탓하거나 원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지금까지의 수련이 마음에 들었다.
적어도 그 수련들은 그의 신체를 강인하게 해 주었고, 완력을 길러 주었 으며, 몸을 빠르게 해 주었다.
동곽선생은 조자건이 아무 대답 도 없자 다시 물었다. "그래도 너는 계속 본 문의 무공을 익히겠느냐?" 조자건은 서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의 음성은 확고하고 단호한 그의 결심을 그대로 나타내 주 고 있었다.
동곽선생은 결연한 의지(의지)가 엿보이는 그의 얼굴을 가만 히 바라보고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쳐들어 허공을 응시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냐?" 조자건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제가 태극문의 제자이기 때문입니다." 이보다 더 확실한 대답은 없었다.
동곽선생은 돌연 나직한 탄식을 토해냈다. "그렇다면 나도 한 가지 더 말해주지.
본문의 무공으로는 비 록 절정고수가 될 수 없지만 천하제일의 고수는 될 수가 있 다." 이, 완 벽 이 말은 기이하기 이를데 없었다.
절정고수는 될 수 없다고 하면서 천하제일의 고수가 될 수는 있다고 하니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 아닌가? 그리고 진심으로 천하제일의 고수가 될 수 있다면 동곽선생 은 무엇때문에 탄식을 하는 것일까? "앉거라.
내가 자세한 이야기를 해 주마." 조자건은 묵묵히 동곽선생의 앞으로 가서 단정한 자세로 앉 았다.
동곽선생은 흐릿한 눈으로 천정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노부는 사십 년동안이나 태극문의 무공을 익혔다.
그러나 재질이 미천 해서 결코 대성(대성)할 수가 없었다.
노부가 그 것을 깨달은 것은 삼십 년전이었다." 삼십 년전, 동곽선생 냉북두는 태극문의 제 이대(제이대) 문 주(문주)가 되었다.
그때 이미 냉북두는 자신이 결코 태극천자 위지독고의 진정 한 후계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위지독고는 죽기 전 그것을 예견(예견)했었다.
그래도 위지독고는 그를 태극문의 차기문주로 삼았고, 냉북두는 삼 십년동안이나 홀로 태극문을 지켜왔다.
이유는 한 가지 뿐이었다.
위지독고의 무공을 계승할 진정한 후계자를 얻기 위해서였 다.
냉북두는 삼십 년동안이나 태극문의 무공을 대성할 수 있 는 사람을 기다려 왔던 것이다.
허나 그는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태극문의 무공은, 아니 위지독고의 무공은 단순히 두뇌가 뛰 어나거나 재질이 탁월하다고 해서 익힐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오성(오성)과 체력, 인내(인내), 끈기, 승부욕(승부 욕), 집념(집념), 그리고 냉정한 이성(이성)을 모두 갖춰야만 이룩될 수 있는 것이다.
오성이 뛰어난 인재는 적지 않았다.
강인한 체력을 지닌 인 물도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낙타처럼 끈질긴 지구력을 가진 사람들도 아주 없는 것은 아 니다.
허나 이 모든 것을 갖춘 인물은 천하가 아무리 넓다 해도 결 코 흔하지 않았다.
더구나 그런 완벽(완벽)한 인재가 태극문에 선뜻 들어오겠느 냐는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냉북두는 끈기 있게 기다렸다.
그에게 만일 뛰어난 오성(오성)만 있었다면 그 자신이 진정 한 태극문의 후계자가 되었을 것이다.
십 년이 지나고 이십 년이 지나도 그런 인재는 발견되지 않 았다.
그래도 냉북두는 포기하지 않고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 내 삼십 년만에 다섯 명의 인재들이 거의 동시 에 그에게 찾아왔다.
그들은 모두 완벽에 가까운 인재들이었다. "제일 처음 나를 찾아온 사람은 섭보옥이었다.
그 아이는 내 마음에 꼭 들었다.
허나 나는 그 아이가 결코 태극문의 후계자 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처음 본 순간에 알았다." 동곽선생의 음성은 적막한 동굴안을 잔잔하게 울리고 있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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