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태극문 - 16편 (16/87)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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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태극문 - 16편 (1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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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결 은 눈빛을 번뜩이며 물었다. "내가 왜 당신에게 술을 더 갖다 주어야 한단 말이오?" 조자건은 아무 꺼리낌도 없이 말했다. "이런 술을 마시지 않고 그냥 썩혀둔다는 것은 일종의 죄악 (죄악)이오.
그러니 담궈논 술을 몽땅 가져오시오.
안주는 시 금치를 아무런 간도 하지 않고 끓는 물에 살짝 데친 것이 좋 소." 과자옥은 조자건의 어처구니없는 요구에 내심 아연해 졌다.
그는 필시 사마결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당장 조자건을 내쫓 던지 아니면 그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기 위해 손을 쓰리라고 생각했다.
허난 사마결은 조자건을 뚫어지게 노려보더니 그냥 몸을 돌 려 누각을 내려가는 것이었다.
잠시 후 다시 올라온 그의 양 손에는 커다란 술동아리 세 개 와 살짝 데친 시금치를 담은 접시 하나가 들려 있었다.
술동아리의 밀폐된 뚜껑을 뜯자 냉혼빙심옥골일품향 특유의 달콤하면서도 청량감을 느끼게 하는 향기가 진하게 풍겨나왔 다.
과자옥은 그 세동아리의 냉혼빙심옥골일품향이 사마결이 담 궈놓은 양의 전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자건은 고맙다는 말은 커녕 그런 기색도 없이 술을 따라 다시 한 잔을 마셨다.
그런다음에야 비로소 자신이 마신 술잔 을 사마결에게 내밀었다. "이 술은 그런데로 쓸만하니 당신도 맛을 보시오." 아마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조자건이 이곳의 주인이고 사 마결이 손님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마결은 아무 말없이 술 잔을 받아들였다.
조자건이 술을 따르자 그는 그 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조자 건은 서슴없이 술잔을 받았다.
그들은 한 마듸도 입을 열지 않고 권커니 자커니 두 동아리 의 술을 단숨에 마셔버렸다.
그동안에 조자건 두 번, 사마결이 한 번씩 데친 시금치를 집 어 먹었을 뿐이었다.
냉혼빙심옥골일품향은 그 향기만큼이나 독한 술이어서 웬만 한 사람은 몇 잔만 마셔도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 하기 일쑤였다.
헌데 그들은 커다란 항아리로 두 동을 마셨는데도 취하기는 커녕 갈수록 눈빛이 또렷해지는 것이 오히려 정신이 더욱 맑아 진 것 같았다.
과자옥과 여소쌍은 그저 그들의 술마시는 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과자옥도 술로는 누구에게 뒤진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지금은 이들 두 사람이 자신보다 주량이 월등하다는 것을 인정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마결이 마지막 세 번째 항아리를 뜯으려 하자 조자건이 그 를 제지했다. "이것은 마지막 술이니 함께 마시는 것이 어떻겠소?" 사마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 사마결은 네 개의 잔에 각기 술을 따랐다.
그중 두 개는 사마결과 조자건의 것이었고 한 개는 과자옥의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하나는 당연히 여소쌍의 것일 것이 다.
허나 여소쌍은 자신의 잔을 다시 앞을 내밀었다.
사마결은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느냐? 나는 이걸 먹고 싶다고 일부러 이곳까지 찾아 오지 않았느냐?" 여소쌍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런데 왜..." 사마결이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녀는 돌연 그의 품에 있 던 술동이를 빼았았다.
그리고는 조자건이 했던 것처럼 술동이에 입을 대고 벌컥벌 컥 마시는 것이 아닌가? 세 사람의 남자는 그녀의 돌연한 행동에 놀라 입만 쩍 벌리 고 있었다.
아름다운 여인이 술항아리를 통째로 들고 술을 마시는 광경 이란 정말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광경일 것이다.
그런데도 그 녀가 추해 보이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발랄하고 사랑스러워 보 였다.
그녀는 한 번도 입을 떼지 않고 술 한 항아리를 모두 마셨 다.
그런다음 시금치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아까부터 이 시금치가 먹고 싶었단 말이에요." 그녀는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세명의 남자들을 돌아보며 방 긋 웃었다.
그녀의 음성이나 태도로 보아 조금도 취한 것 같지가 않았 다.
사마결은 어처구니 없다는 듯 쓴웃음을 떠올렸다. "네 주량이 대단한 줄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 다.
그나저나 아직 반도 차지 않았는데 술이 떨어졌으니 어떻 게 하지?" "호호...오라버니와 저 분도 한동이씩 드셨쟎아요? 이건 아 주 공평한 거라고요." 과자옥이 담담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나는 아직 술을 입에 대보지도 못했는데 너무 손해본게 아 니오?" 그녀는 까르르 웃었다. "호호...그건 과소협(과소협)의 동작이 굼뜬걸 탓해야지요.
누가 남 마시는걸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으라고 했나요?" 과자옥은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었 다.
그는 쓴웃음을 머금은 채 사마결을 돌아보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여소저는 주량만 대단한 것이 아니라 말솜씨도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겠구료." 사마결은 메마른 웃음을 떠올렸다. "그녀의 별호에 왜 여우 호(호)자가 붙었는지 아나? 겉만 보 고 그녀를 우습게 여겼다가 호되게 당한 사람은 자네 생각보다 훨씬 많을걸세." 확실히 화호 여소쌍은 당금무림에서 상대하기 어려운 여인으 로 알려져 있었다.
그녀는 비단 재지가 뛰어날 뿐 아니라 무공 또한 측량할 수 없을 정도로 고강하여 강호의 여인들 중에서는 항상 다섯 손가락안에 꼽히는 고수였다.
허나 조자건이 보는 견지에서는 그녀는 아주 귀엽고 재미있 는 아가씨였다.
그녀는 절세의 미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명랑하고 생기에 넘쳐 흡사 갓 나무에서 떨어진 배처럼 감칠 맛이 있어 보였다.
조자건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때 마침 그녀의 시선도 그에게 향해 있었다.
순간 아름다운 눈동자는 실처럼 접어졌다.
그 실은 조자건의 마음을 묶어 놓으려는 것 같기도 했다.
사마결 또한 조자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조자건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소쌍과는 약간 달랐다.
그 의 눈빛에는 상대방에 대한 숨길 수 없는 호기심이 담겨 있었 다.
마침내 사마결은 더 이상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귀하의 이름은 무엇이오?" 조자건은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 "내 이름은 조자건이요." "조자건..." 사마결은 그의 이름을 나직히 뇌까리며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눈빛을 반짝 빛내며 조자건을 뚫어지게 응시 했다. "내가 알기로는 천하에서 조자건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은 오 직 한 사람 뿐이오.
그는 신주대검협 조립산의 유일한 동생이 며 사 년전에 섬전도 서귀를 죽여 하남성을 떠들썩하게 했었 소.
당신이 바로 그 사람이오?" 조자건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바로 그 조자건이오." 그는 설마 사마결이 자신에 대해 이토록 상세하게 알고 있는 줄은 몰랐다.
그는 정식으로 무림에서 활동을 한 적도 없었고, 뚜렷하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만한일을 한 적도 없었다.
있다면 단 한 번, 진표 대신 섬전도 서귀와 싸운 것 뿐일 것 이다.
허나 그 일은 이미 사 년전에 벌어진 일이었고, 그 뒤로 조 자건은 단 한번도 무림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었다.
그런데도 사마결은 당시의 일을 기억했고, 그가 조립산의 동 생임을 알아 보았던 것이다.
이제서야 조자건은 무림인들이 사 마결을 무림제일통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 다.
사마결을 유심히 조자건의 안색을 살피며 다시 물었다. "당신은 지난 사 년동안 신비스럽게 사라졌었는데 그 동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소?" 조자건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마결은 재차 물었다. "당신은 당신의 형인 조립산이 화군악과의 비무에서 패해 죽 었다는 것을 알고 있소?" 조자건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결의 질문은 다시 이어졌다. "당신이 그동안 잠적했던 이유는 혹시 형의 복수를 하기 위 해 화군악을 상대할 무공을 익히고 있었던게 아니오?" 그제서야 조자건은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당신은 쓸데없는걸 물어보는군.
그런건 모두 당신과는 상관 없는 것이오." 사마결은 돌연 히죽 웃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나는 남의 일에 참견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미요." 옆에 있던 과자옥이 조자건을 쳐다보며 웃었다. "그러길래 내가 뭐랬소? 그가 성질이 못되고 아무 일에나 불 쑥불쑥 끼어드는 골치덩이라고 하지 않았소? 그의 평지풍파라 는 외호가 괜히 붙은줄 아시오?" 사마결은 눈이 쭉 찢어지게 그를 째려보았다. "자네는 가만히 있게.
자꾸 그렇게 내 신경을 긁는다면 자네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자네의 비리를 속속들이 파헤치고 말겠 네." 과자옥은 움찔하여 그를 쳐다보았다. "비리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허나 사마결을 아무 대꾸도 없이 기이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 다.
과자옥은 공연히 머쓱해져서 쓴입맛을 다셨다.
그때 갑자기 조자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과자옥은 깜짝 놀라 물었다. "아니 왜 그러시오?" "이제 그만 가야겠소.' "어디를 간단 말이요." "목욕을 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좋소." 사마결이 불쑥 일어나며 말했다. "그렇다면 굳이 다른 곳으로 갈 필요없소.
이곳에도 아주 좋 은 목욕탕이 있으니까." 조자건은 사양하지 않고 사마결을 따라 누각을 내려갔다.
과자옥과 여소쌍은 묵묵히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 었다.
그러다 과자옥이 여소쌍을 돌아보며 불쑥 입을 열었다. "저 두 사람은 모두 괴인이오.
그렇지 않소?" 여소쌍은 둥그런 눈에 기이한 빛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 다. "그래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중얼거렸다. "단지 여자들의 눈에는 조금 다르게 보일거예요.
특히 그중 한 사람은." 그녀의 시선은 줄곧 조자건의 뒷모습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 요 여 곽회는 가쁜숨을 몰아쉬며 침상위에 벌렁 드러누었다.
여인은 만족한 한숨을 내쉬며 뼈마디가 없는 듯한 부드러운 손으로 그의 가슴에 흐르는 땀을 닦아 주었다. "당신은 정말 대단한 남자예요." 그녀의 음성은 달콤했으며 끈적끈적했다.
그녀의 손은 다시 아래로 미끄러져 갔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더 하군요.
조금전 나는 죽는 줄만 알 았어요." 곽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사실 피곤했다.
일종의 격정적인 환희를 겪은 뒤에는 피곤이 몰려오기 마련 이다.
그러나 그녀의 음성을 듣고 손길을 의식하자 다시 흥분 이 되었다.
그는 삼십 대 중반의 한창 나이로 아직도 젊고 건강했다.
더 구나 이 여인은 특이한 여인이었다.
비단 신분이 특이할 뿐 아니라 사람 자체도 아주 특이했다.
그는 항상 이 여인을 품에 안기를 원했으며, 소원을 이룬 뒤 에도 끊임없이 그녀의 몸을 탐닉했다.
그녀 또한 그의 요구를 거절한 적이 없었다.
허나 지금 그는 갑자기 여인의 손길을 뿌 리쳤다.
여인은 화를 내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다만 속삭이듯 물었을 뿐이다. "기분이 안 좋은가요?" 곽회는 묵묵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다 돌연 그녀를 쳐다보 며 불쑥 입을 열었다. "한 가지 물어볼 말이 있소." 그녀는 그에게 묻는 시선을 던졌다.
그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일전에 한 가지 특수한 임무를 띄고 맹(맹)을 벗어났 소.
그런데 내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 영원노인(영원노인) 의 집에 가보니 그는 이미 시체로 변해 있었고 조사결과 흉수 는 집마부(집마부)의 천지이흉(천지이흉)인 것으로 밝혀졌소." 여인은 조용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영원노인은 신공원(신공원)의 팔대신공(팔대신공)중 한 사 람으로 맹에서 그의 거처를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맹주(맹주) 뿐이었소.
나는 맹주의 특명을 받고 영원노인에게 전할 서신을 가지고 그에게 갔던 거요.
맹주와 나외에는 아무도 그의 거처 를 알고 있는 사람이 없으니 내가 의심을 피할 수 없는 것은 자명(자명)한 일이요." 곽회는 무거운 탄식을 토해냈다. "그 때문에 나는 꼼짝없이 집마부의 첩자라는 오명(오명)을 쓰고 쫑기는 신세가 되었소.
맹내(맹내)에서 아무도 나의 결백 을 믿어주는 사람이 없었소.
심지어 나 자신도 내가 배반자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소.
허나 나는 그동안 곰곰히 생각한 끝에 맹주나 나 외에 그의 거처를 알고 있는 사람이 또 한 사 람 있다는걸 깨닫게 되었소." 여인은 부드러운 음성으로 물었다. "그가 누군가요?" 곽회는 돌연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바로 당신이오." 여인이 배시시 웃었다. "나라고요?" "그렇소.
임무를 받고 떠나기 전에 나는 당신과 하룻밤을 지 내다 우연히 내 임무를 발설하고 말았소.
그러니 당신도 영원 노인의 거처를 알게 된거요." 여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런 일이 있었지요." 곽회의 눈에서 횃불같은 빛이 뿜어나왔다. "그럼 이제 말해주시요.
영원노인의 거처를 집마부에게 알린 것은 바로 당신이오?" 여인은 서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곽회의 얼굴에 고통스러운 빛이 떠올랐다. "과연 당신이었군.
당신이 왜 그런 짓을 ..." 그녀는 화사하게 웃었다. "아직도 그걸 모르세요?" "그렇소.
그걸 알기전에는 아마 나는 죽어도 눈을 감을 수 없을 거요." "그럼 알려드리지요." 여인은 그에게 나직히 무어라고 소근거렸다.
순간 곽회는 눈 이 찢어질 듯 부릅떴다.. "뭐라고? 그렇다면 당신이 바로..." 바로 그때였다.
여인은 별안간 손가락 세 개를 뻗어 그의 목줄기를 살짝 찍 었다.
곽회는 아직까지 인간의 손이 이토록 빠를 수 있다고는 절대 로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뚝! 목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곽회의 눈이 흰자위만 남은채 그대로 까뒤집혔다.
숨이 끊어지기 직전, 그는 여인의 요사한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호호...
이제 사실을 알았으니 죽어도 눈을 감을 수 있겠 지?" 이것이 분양쾌검 곽회의 최후(최후)였다.
x x 뜨거운 물에 한 시진 가량 몸을 담근 다음에야 조자건은 겨 우 몸에 배인 악취를 제거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의 피부는 오랜동안 야인(야인)생활로 거무틱틱하게 그을 려 있었고, 눈은 신경을 너무 많이 쓰고 수면이 부족했던 탓으 로 움푹 파들어 있었다.
머리카락과 수염은 상당히 길게 자라 얼굴을 거의 가리다시피 했다.
수염을 모두 깎은 후에 다시 보니 양쪽 뺨도 홀쪽하게 들어 가 얼굴에 음영(음영)을 드리우고 있었다.
이상한 것은 그의 두 눈으로, 눈빛만은 예전보다 오히려 더 욱 차갑고 맑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눈은 마치 수정(수정)으 로 만든 것처럼 정지되어 있어서 무슨 일이 닥쳐도 조금도 흔 들릴 것 같지 않았다.
그를 처음 보는 사람이면 그가 무척이나 냉혹하고 비정한 사 람이라는 인상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 그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예전보다 한 층 침착해지고 냉정해 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허나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조자건 자신은 별로 개의치 않 았다.
외모야 어떻게 변했건 그의 목적과 결심은 조금도 변하지 않 았다.
그리고 그가 목표로 삼았던 인물 또한 여전히 건재해 있 었다.
그렇다면 결국 아무 것도 달라진게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밤하늘엔 별이 깔려 있었다.
창문은 반쯤 열려 있어 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조자건은 열려진 창문 너머로 반짝이는 별빛을 바라보고 있 었다.
그때 방문이 소리없이 열리며 한 사람이 조용히 안으로 들어왔다.
들어온 인영은 매우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녀는 조자건을 보며 방긋이 웃었다. "뜻밖인가요?" 웃을때 그녀의 아름다운 눈은 닫히면서 가느다란 선을 형성 했다.
그녀의 이런 모습은 어떠한 남성의 마음이라도 능히 사로 잡 을 수 있는 마력(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여소쌍.
그녀는 바로 사마결의 외사촌누이인 화호 여소쌍이었다.
야심한 시각에 젊은 여자가 남자의 침실로 몰래 들어온다는 것은 여간 낯짝이 두껍지 않고서는 힘든 일이다.
그런데도 그 녀는 조금도 부끄럽거나 수줍어 하는 기색도 없이 선녀와 같이 웃고 있었다.
조자건은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세상에는 겉으로 보기엔 선녀와 같이 착 하고 아름답지만 사실은 남자를 지옥으로 끌어들이는 여자의 수가 적지 않다는 것을.
다행히 조자건은 스스로의 감정을 조정하는 능력이 아주 탁 월한 사람이었다.
그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소." 그녀의 눈이 아주 영롱하게 반짝였다. "그런데도 별로 놀란 것 같지는 않군요." "놀랄 일이 아니니까." 그녀는 시종일관 천사와 같은 웃음을 잃지 않고 말을 받았 다. "아주 여유만만하시군요.
전에도 여자들이 찾아온 적이 있었 나 보지요?" "당신이 처음이요." 그녀는 미묘하고 복잡한 시선을 조자건에게 던졌다. "그런가요? 여자들이 모두 눈이 삐었군요.
당신같은 사람을 몰라보다니." 조자건은 그녀의 이런 시선이 무엇을 뜻하는지 직감적으로 알 수가 있었다.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세상 여자들이 모두 당신같지는 않소." 그의 말 또한 미묘하고 복잡한 뜻이 담겨져 있었다.
어떻게 들으면 그녀를 추켜 세우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들으면 비꼬는 것 같기도 했다.
순간 여소쌍의 얼굴이 갑자기 얼음장과 같이 차갑게 변했다. "무례한 사람이군요.
당신은 내가 먼저 당신을 찾아왔다고 나를 마음대로 희롱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조자건은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나는 내가 느낀 것을 말했을 뿐이오.
당신은 확실히 다른 여자들과는 약간 다르오." 그녀는 급히 다그쳤다. "어떻게 다른가요?" 조자건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면서 태연하게 말했다. "내가 꼭 얘기를 해야만 하겠소?" 여소쌍은 고개를 끄덕이며 냉랭히 말을 받았다, "어서 얘기해 보세요." 조자건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당신은 마음속의 욕망(욕망)을 숨기거나 억제하지 못하는 여자요." "......!" 여소쌍은 잠시 대꾸할 말을 잊고 멍청히 서 있다가 갑자기 조자건에게 덮쳐가면서 그의 뺨을 후려쳤다.
그녀의 동작은 전광석화와 같았다.
하지만 조자건의 동작은 더욱 신속했다.
여소쌍이 팔을 뻗어내는 순간 그는 이미 그녀의 팔을 낚아채 고 등뒤로 꺾었다.
순간 여소쌍의 몸은 김빠진 풍선과 같이 그의 품속으로 축 늘어졌다.
동시에 입을 약간 벌린 채 가뿐 숨을 가볍게 몰아쉬 었다.
그녀는 조자건의 다음 행동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 는 것 같았다.
조자건은 자신의 얼굴을 천천히 그녀의 얼굴 가까이에 거져 갔다.
그녀의 길다란 속눈썹이 흥분과 기대로 가늘게 떨리며 벌어 진 입술에서 달콤한 향내가 풍겨나왔다.
조자건은 입술을 그녀 의 도톰한 입술에 살짝 대었다.
그리고는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밖에 있는 당신의 사촌오빠가 이 광경을 보면 뭐라고 하겠 소?" 그녀의 몸의 부르르 떨리며 싸늘하게 굳어졌다.
그 순간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거요.
그녀가 어떻게 행동하든 그 녀 자신의 문제일 뿐이니까." 방문이 열리며 사마결이 안으로 들어왔다.
조자건은 잡고있 던 여소쌍의 팔을 놓아주었다.
동시에 여소쌍은 자리를 떠났다.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리 얼굴이 두꺼운 여소쌍이라 할지라도 인간인 이상 부 끄러움이 없을 수 없었다.
기쁜 일이 있을 때 기뻐하고, 슬픈 일이 있을 때 슬퍼하고, 부끄러울 때 부끄러워 하는 것이 인간 의 본질(본질)이 아닐까? 사마결은 잠시 멍하니 서있더니 탄식을 터뜨리며 입을 열었 다. "저 여자는 탕녀(탕녀)요." 조자건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애기하는게 아니요." 사마결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의혹에 찬 어조로 말했다. "어째서 그렇다는 것이오?" "그녀는 당신의 외사촌누이이기 때문이오." 조자건의 대답을 들은 사마결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소.
내가 말을 잘못한 것 같구려.
그렇다면 정정을 하 겠소.
나의 외사촌누이는 탕녀요.
이젠 되었소?" 조자건은 내심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 했다.
하지만 웃지를 않았다.
사마결의 안색이 보기에 미망스러웠 기 때문이다.
사마결은 조자건이 아무 말도 없자 이그러진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남자들을 좋아했소.
괜챦게 생기고 신체가 건장한 남자만 있으면 그녀는 모두 시험해볼 생각을 가 지고 있소." 조자건은 씁쓸히 웃으며 말을 받았다. "나는 얼굴도 그런데로 쓸만하고 몸도 허약한 편은 아니니 그녀가 시험할 상대로는 제격이었군." 사마결은 고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나는 굳이 당신의 좋은 일을 방해할 뜻은 없었소.
다만..." 조자건이 중도에서 그의 말을 가로챘다. "다만 마침 당신이 옆에 있었고 그녀는 당신의 외사촌누이이 기 때문이요?" 사마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당신의 말이 정확하오.
하하하...!" 얘기를 끝내고 잠시 앙천대소를 터뜨린 사마결은 갑자기 정 색을 하면서 나직히 말을 이었다. "나는 당신에게 한 가지 얘기할 것이 있어서 왔는데 설마 이 런 광경을 보게 되리라곤 정말 생각도 못했소." 조자건이 즉시 물었다. "무슨 얘기를 하려고 했소?" 사마결은 정색을 한 채 조자건을 똑바로 주시했다. "당신은 과자옥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소?" 조자건은 뜻밖의 물음에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나 지체하 지 않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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