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파금왕은 먹는 일을 그리 달가워 하지 않는 사람이 오." 조자건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나직하게 물었다. "그런데 왜 저런 일을 하는거요?" 사마결의 대답은 조자건을 더욱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건 파금왕의 부인인 황금왕후의 사치가 아주 심해서 파금 궁의 재력(재력)만으로는 그녀의 씀씀이를 감당할 수 없기 때 문이오." 조자건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저런 잡동사니가 얼마나 돈이 나가겠소? 혹시 파금왕은 녹 두활어 장사로 탈바꿈할 생각이란 말이오?" 사마결은 단지 빙굿 웃을 뿐 더 이상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 았다. 왜냐하면 그때 마지막 장삿꾼이 황금마차의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이, 낙 일 장삿꾼은 양념을 가미해 기름에 튀긴 땅콩을 파는 노인이었 다. 그 노인을 보자 사마결의 얼굴에 의아하고 놀람에 가득찬 표 정이 떠올랐다. 조자건은 사마결의 이런 표정을 처음 보기 때문에 진한 호기 심을 느끼고 즉시 물었다. "저 노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소?" 사마결은 심각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히 되물었 다. "당신은 혹시 여량산(여량산) 깊숙한 곳에 하나의 괴이한 곡 (곡)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소?" 조자건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눈을 반짝 빛냈다. "당신이 말하는 곳이 무회곡(무회곡)이 아니오?" "그렇소. 한 번 들어가면 누구도 다시 살아나올 수 없다는 바로 그 무회곡이오." 무회곡에 대한 소문은 조자건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알려진 바로는 그 곡의 주인은 성격이 괴팍하고 사람들을 싫 어하여 자신을 물론이고 수하들도 절대 곡 밖으로 내보낸 적도 없고 남들이 곡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한 다. 몇 년전에는 열 두 명의 무림고수들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무리를 지어 무회곡으로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한 지방을 주름잡는 무시못할 실력을 지닌 일류 고수들이었다. 허나 그들은 두 번 다시 무회곡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런데 사마결은 왜 갑자기 무회곡의 이름을 들먹거리는 것 일까?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다. 사마결은 진지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저 노인은 무회곡의 총관(총관)인 병무상(병무상) 요불의 (요불의)요." 뜻밖에도 땅콩을 파는 노인은 무회곡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무회곡의 인물들은 여간해서는 곡밖으로 나오는 법이 없었 다. 그런데 무회곡의 총관이 땅콩장사가 되어 이곳에 나타나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병무상 요불의가 파금왕에게 바친 것은 오향땅콩이 가득든 커다란 통과 땅콩을 담은 조그마한 삽, 됫박 등 장사도구 일체 였다. 부용은 그것들은 눈으로 훑어보고는 요불의를 향해 물었다. "당신은 무슨 일로 왔나요?" 요불의는 얼굴이 주름살 투성이이고 허리가 구부정하며 얼굴 에는 병색(병색)이 완연한 볼품없는 늙은이였다. 허나 그의 두 눈만은 번갯불같은 광채가 번뜩이고 있었다. 요불의는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어떤 사람의 무공을 파해(파해) 할 수 있는지 없는지 그걸 알고 싶소." 부용은 고운 아미를 살짝 찌푸렸다. "그가 누군데요?" 요불의는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름은 모르오. 하지만 나이가 아직 서른을 넘지 않은 자임 은 분명하오." "물론 무공이 상당히 고강한 인물이겠지요?" "상당한 정도가 아니라 노부가 보기에는 그의 무공이 천하제 일이 아닌가 생각하오." 부용은 냉랭하게 코웃음을 쳤다. "흥! 함부로 천하제일이라 말하다니 당신은 간덩이가 부었군 요." "노부는 느낀대로 말한 것 뿐이요." 부용은 황금마차를 힐끗 돌아보다 파금왕이 아무런 말도 없 자 요불의를 쳐다보며 다시 물었다. "그 자는 무슨 무공을 사용하나요?" "도법(도법)이오." "그 자는 무슨 도법을 사용하나요? 그리고 또 얼마나 고명하 나요?" 요불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 자의 도법이 도데체 얼마나 고명한지는 도저히 말로 표 현할 수가 없소." 부용은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곤란하군요. 대왕마마께서 그 자의 무공을 보신 적이 없는데 어떻게 파해할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요불의는 얼른 말을 받았다. "그래서 노부가 한 가지 증거품을 가지고 왔는데 대왕마마께 서 보시기만 하면 그의 도법이 얼마나 고명한가를 아실 것이 오." "그러면 어서 가지고 오세요!" 요불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번쩍 펴들었다. 그러자 어둠속에서 돌연 네 명의 인부들이 하나의 시꺼먼 관 (관)을 들고 공지안으로 들어왔다. 관은 통나무로 만든 것으로 보기만 해도 가장 질이 좋은 것 임을 알 수 있었다. 네 명의 인부들은 관을 황금마차의 앞에 내려놓고 곧 물러갔 다. 시커먼 관은 등및에 비쳐지자 반짝반짝 광이 났다. 주위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사람들은 그가 무슨 물건을 가져 왔는가 잔뜩 기대하고 있다가 난데없이 관을 든 인부들이 나타 나자 모두 의혹의 빛을 감추지 못했다. 부용은 눈쌀을 잔뜩 찌 푸리며 날카로운 음성으로 물었다. "이게 뭔가요?" 요불의는 아무 말없이 관뚜껑을 열었다. 그 속에서 두 손을 가슴에 교차시켜 얹은 시체가 누워 있었 다. 먼지 하나 찾아볼 수 없는 희디 힌 옷이며 창백한 얼굴엔 더 욱 혈기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보아하니 죽은지 상당한 시간 이 경과한 것 같았다. 시커먼 관목(관목), 하얀 시체, 어슴푸레한 등빛 아래 그것 은 한층 더 신비스럽고 공포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중인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 눈을 찌푸리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시체를 자세히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여인치고 시체를 구경하고 싶은 사람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부용이 제아무리 담이 크다 해도 역시 여인(여인)은 여인이 었다. 그녀는 고운 얼굴에 한 줄기 두려움과 의혹의 빛을 떠올린 채 급히 시선을 돌리며 앙칼지게 소리쳤다. "빨리 뚜껑을 닫으세요!" 요불의는 단호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이 시체에 나있는 상흔(상흔)을 보지 않고서는 그 자의 도 법이 얼마나 가공스러운 것인지 알 수 없소. 절대로 알 수 없 소." 부용은 몸을 움찔하며 자신도 모르게 불쑥 물었다. "그럼 그 시체는 그 자가 죽인 거란 말이예요?" "그렇소," 부용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 "그 시체는 누군가요?" 홀연 요불의의 얼굴에 비통에 가득찬 표정이 떠올랐다. "바로 무회곡주(무회곡주)요." 부용은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뾰쪽한 경악상을 토해냈다. "뭐라고요? 그럼 이 시체가 무익효(무익효) 만대균(만대균) 이란 말인가요?" 요불의는 침통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부영은 한참동안이나 입술을 반쯤 벌린 채 시체를 내려다 보 았다. 무익효 만대균은 비단 무회곡주일 뿐 아니라 당금 무림에서 검법(검법)으로 따진다면 언제나 열 손가락안에 꼽히는 무서운 인물이었다. 그런 절세의 고수가 차디찬 시신이 되어 관속에 누워 있는 것을 본다면 누구나가 한번쯤은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닐까 생 각할 것이다. 부용은 한참동안이나 만대균의 시체를 내려보다가 그녀답지 않게 돌연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강호의 소문은 믿을게 못되는군요. 무익효는 절대로 쓰러지지 않는 불사신같은 인물이라고 들었는데...." 요불의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한 달전에 여량산에 있는 본 곡(본곡)으로 한 사람이 불쑥 찾아왔었소. 본곡에서는 당연히 그를 제지하기 위해서 고수들 을 보냈는데 아무도 살아돌아오지 못했소. 마침내 그 자는 본 곡의 중심지까지 쳐들어와 불문곡직하고 곡주께 비무(비무)를 청했소." 부용이 얄밉도록 쌀쌀맞은 미소를 띄며 말을 받았다. "그래서 만곡주(만곡주)는 그 자와 비무를 했나요?" "그렇소. 그 당시 상황으로는 그 자가 비무를 청했든 하지 않았든 곡주께서 나서지 않을 수 없었소. 그때 그 자는 이미 본곡의 정예(정예)고수들을 스물 두 명이나 쓰려뜨렸던 것이 오." 부용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만곡주는 그 자와의 비무에서 패했군요?" 요불의는 침울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렇소. 곡주께선 그 자의 일도(일도)에 맥없이 쓰러지고 말았소." 부용은 흠칫 놀랐다. "일도라고요?" 요불의는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단 일도요. 그 자는 결코 한 번 이상 칼을 휘두르 지 않았소. 그런데도 곡주님 이하 스물 두명의 고수중 누구도 그 일도를 견듸지 못했소." 부용은 믿어지지 않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 세상에서 그렇게 뛰어난 도법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요?" 이것은 그녀 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의문이었다. 무익효 만대균을 단 일도에 쓰러뜨릴 수 있는 고수가 있으리 라고는 아무도 믿지 못할 것이다. "상흔은 어디에 있지요?" 부용의 물음에 요불의는 가슴에 교차시킨 시체의 두 손을 옆으로 제쳤다. 그러자 시체의 가슴팍에 가로로 그어진 가느다란 한 줄기 혈 선(혈선)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 혈선은 너무도 가느다래서 안력이 뛰어난 인물이 아니면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부용은 열심히 그 혈선을 들여다 보았으나 그것에서 아무 것 도 알아낼 수가 없었다. 요불의의 말로는 이 흔적은 도법에 의한 것이라고 했는데 아 무리 살펴보아도 도흔(도흔)이라기 보다는 누군가 장난으로 줄 을 그어놓은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촤르르.... 황금마차의 수정주렴이 두 갈래로 갈라지며 그 안에서 한 사 람이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는 전신에 금빛 찬란한 곤 룡포(곤룡포)를 걸치고 머리에는 호화로운 보석이 가득 박힌 왕관을 쓴 인물이었다. 금빛 요대, 금빛 신발, 심지어는 곤룡포 아래로 살짝 드러난 옷까지 몽땅 금빛 일색이었다. 그야말로 광적(광적)으로 금빛을 좋아하는 인물임에 틀림없 을 것이다. 금포인의 나이는 대략 사십 대 후반쯤 되어 보였는데 체구가 무척 우람했고, 턱밑으로는 세 가닥으로 꼰 수염이 나 있어 위 엄을 느끼게 했다. 의외로 이목구비는 윤곽이 뚜렷했고, 두 눈에서는 횃불같은 광망이 이글거려 웬만하 담력을 가진 사람은 감히 정면으로 쳐 다보지도 못할 정도였다. 그가 주렴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부용과 요불의는 물론이고 주위에 서 있던 모든 인물들이 땅바닥에 넙죽 엎드린 채 절을 했다. "대왕마마를 뵈옵니다!" 그들은 일제히 내지르는 소리가 사당을 뒤흔들었다. 금포인, 파금왕은 조금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손을 내저 었다. "그만 일어나거라." 그의 음성은 그리 크지 않았으나 그의 말이 떨어지자 사람들 은 공손하게 머리를 조아리며 바닥에서 일어났다. 부용과 다른 한 명의 시비는 감히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마차의 한쪽 옆으로 가서 시립했다. 파금왕은 느릿느릿 요불의의 앞에 있는 관으로 걸어갔다. 그의 관속에 있는 만대균의 시신을 들여다 보았다. 그의 시 선은 시체의 가슴팍에 나 있는 상흔에 고정된 채 움직일 줄을 몰랐다. 무려 한 식경이나 그는 꼼짝도 않은 채 서서 시체의 상흔을 내려보고 있었다. 중인들은 왠지모를 긴장감을 느끼고 숨조차 죽인 채 그의 일 거일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돌연 파금왕은 고개를 쳐들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녕 뛰어난 도법이다. 정말 빠른 도법, 무서운 도법이 다..." 파금왕은 비단 오행신궁중 하나인 파금궁의 주인일 뿐만 아 니라 자타가 공인하는 불가일세(불가일세)의 고수였다. 이런 그가 연속으로 세 마듸씩이나 칭찬을 하니 만대균을 죽 인 사람의 도법이 어느 정도인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이때 부용이 궁금함을 참을 길이 없어 조심스럽게 침묵을 깨 뜨렸다. "대왕마마께서는 그 상흔만 보아서도 그의 도법이 높다는 것 을 아십니까?" 파금왕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부용은 믿을 수가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를 봐서 그것을 알 수가 있읍니까?" 파금왕은 위엄어린 음성으로 말했다. "만약 너의 무공이 본왕과 비등한 위치에 있다면 이 시체의 도흔만 보아도 곧 알 수가 있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본왕이 네게 사흘 밤낮을 설명해 줘도 너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부용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렇다면 저는 평생을 두고도 이해를 못하겠군요." 파금왕은 즉시 신광(신광)을 빛내며 요불의에게 물었다. "그 자가 도법을 펼칠 때 그 자리에 있었느냐?" 요불의는 공손하게 머리를 조아렸다. "그렇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말해 보아라." 요불의는 잠시 눈을 감고 당시의 일을 회상하더니 천천히 입 을 열었다. "그때는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가는 저녁무렵이었읍니다. 그 자와 곡주님은 여량산의 정상에서 서로 삼 장을 마주한 채 서 있었읍니다. 그는 칼집도 없는 낡은 칼 한 자루를 차고 있었는 데 칼자루에는 손을 대지 않은 채 양 손을 축 늘어뜨리고 있었 습니다. 먼저 손을 쓴 사람은 곡주님이었읍니다. 곡주님은 그 자의 도법이 가공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그 분의 최고 무공인 육혼검법(육혼검법)중의 절초를 펼쳐냈읍 니다." 요불의는 당시의 광경이 아직도 뇌리에서 생생하게 떠오르는 듯 실감나는 어조로 말을 계속했다. "그 자는 곡주님의 검이 자신의 코앞으로 올때까지도 여전히 그 자세대로 서 있었읍니다. 그러다가 돌연 그 자의 몸이 빙글 한 바퀴 돌더니 하나의 섬광이 피어 올랐읍니다...." 요불의의 얼굴에 공포에 가득찬 표정이 떠올랐다. 중인들도 터질 듯한 긴장감을 느끼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 다. "그 섬광은 모든 것을 잘라 버렸읍니다. 나무도, 바위도, 심 지어는 떨어지는 붉은 태양까지도 섬광에 의해 두 개로 잘라져 버렸읍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 자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바닥에는 곡주님만이 차디찬 시체가 되어 쓰러져 있 었읍니다." 파금왕은 눈썹을 찌푸린 채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 러다 고개를 쳐들며 다시 불쑥 물었다. "네가 원하는 것은 그 자에 대한 복수냐? 아니면 단순히 그 자의 무공을 파해할 방법을 알고 싶으냐?" 이 질문은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요불의는 미련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을 굴 린 후 말했다. "먼저 대왕마마께서 그 자의 무공을 파해하실 수 있는지를 알고 싶습니다." 파금왕은 즉시 되물었다. "만약 알고 있다면?" "그렇다면 소인을 대왕마마께 그 방법을 하달받고자 합니 다." 파금왕은 냉랭하게 웃으며 다시 물었다. "만약 본왕도 그 자의 무공을 파해하지 못한다면?" 요불의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럼 소인은 아무 말씀도 드리지 않고 그냥 물러겠읍니다." 파금왕의 눈빛이 무섭도록 강렬하게 번득였다. 파금왕은 한참동안 무서운 눈으로 요불의를 쳐다보다가 갑자 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과연 무회곡의 늙은 여우답게 수단이 보통이 아니 군. 하지만 본왕 앞에서는 그런 얕은 수작을 부릴 필요가 없 다." 요불의는 약삭빠른 늙은이답게 즉시 정중하게 바닥에 엎드려 절을 했다. "소인이 감히 대왕마마께 서툰 격장지계를 쓴 것을 용서해 주십시요." 파금왕은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본왕이 그런 소소한 일에 까지 신경을 썼다면 아마 벌써 홧 병이 나서 죽었을 것이다. 그보다 그 자는 지금 어디 있느냐?" 요불의는 마음속으로 들끓는 기쁨을 간신히 억누르며 급히 물었다. "대왕마마께서는 그 자의 도법을 파해하실 수 있으십니까?" "그렇지 않다면 본왕이 무엇때문에 물어 보겠느냐?" 파금왕은 묵직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이 도흔(도흔)을 보니 그 자는 오랫동안 전설로만 전해 내 려오던 낙일도(낙일도)를 익힌 것 같다." "낙일도?" 요불의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낙일도는 말 그대로 떨어지는 해를 베어 버리는 가동할 도법 (도법)이었다. 이 도법의 원류(원류)는 멀리 동영(동영)이라고 알려져 있으 며 지난 세월동안 이 도법에 대한 여러 가지 믿을 수 없는 소 문들이 강호를 떠돌고 있었다. 그중 가장 널리 퍼진 소문은 낙일도를 익힌 자는 천하제일도 (천하제일도)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 전설의 낙일도가 강호무 림에 나타났으니 한 차례 소란스런 일들이 벌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파금왕은 뒷짐을 진 채 위엄어린 음성으로 말했다. "낙일도가 비록 본왕이 처음보는 빠르고 무서운 것이지만 천 하무적(천하무적)은 아니다. 본왕이 알기로는 천하에서 그 도 법에 필적(필적)하거나 능가하는 무공이 적어도 네 가지가 있 다." 이 말을 듣자 요불의는 깜짝 놀랐다. "네 가지나 된단 말입니까?" "그렇다. 우선 첫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화군악의 무적검 (무적검)이다." 요불의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라도 이 말에는 동의를 할 것이다. 아직까지 무림에서 무적초자 화군악의 무적검을 받아낸 사람 은 없었다. 그는 무(무)의 신(신)이었고 무적의 초인(초인)이었다. 그의 무적검은 영원히 꺾이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모든 무림인들의 한결같은 의견이었다. 파금왕은 다시 말을 계속했다. "그 다음으로는 천기일환(천기일환)을 꼽을 수 있다." 요불의는 다시 시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천기일환은 우내의 열 가지 기문병기중에서 가장 위력이 강 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천기일환은 천하에서 가장 교묘하고도 변화무쌍한 병기라고 한다. 이 한 쌍의 갈쿠리같은 강환(강환)에는 모두 아흔 아홉 가지 의 변화가 숨겨 있는데 아무리 무공이 고강한 고수라도 그중 반 이상을 피하지 못한다고 한다. "세 번째로는 이화궁(이화궁)의 복마수인지(복마수인지)를 들 수 있다." 이화궁은 파금궁과 함께 오행신구에 속하는 문파였다. 오행신궁은 파금궁과 이화궁외에 하토궁(하토궁), 철목궁(철 목궁), 신수궁(신수궁)을 말하는 것으로 이들 다섯 개의 궁은 각기 아무도 모방할 수 없는 독특한 절예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 이화궁의 복마수인지는 다른 네 개의 문파에서 감히 넘 볼 수 없는 천하무쌍의 무서운 지공(지공)이었다. 파금왕은 세 가지 무공만을 말해주고는 입을 다물었다. 요불의는 의아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나머지 한 가지 무공은 무엇입니까?" 파금왕의 입가에 자신에 가득찬 미소가 떠올랐다. "바로 본왕의 금마인(금마인)이다." "아!" 요불의는 비로소 탄성을 터뜨렸다. 파금왕의 금마인 수법에 대해서는 요불의도 진작부터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금마인은 천하무림에 산재한 수많은 장공(장공)중에서도 최 고봉에 위치한 무공이었다. 이것은 단순히 스치기만 해도 마치 예리한 칼날에 잘린 것처 럼 살이 잘려 나가고, 장력이 격중당한 부위는 금빛으로 변해 버리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제11장 회 선 무 궁 일, 도 박 파금왕은 냉엄한 눈으로 요불의를 바라보았다. "본왕의 금마인은 대대로 파금궁의 궁주(궁주)만이 익힐 수 있는 절학이므로 네게 가르쳐 줄수는 없다. 그러니 네가 그 자 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어 본왕에게 알려준다면 본왕이 네 대신 그 자를 쓰러뜨리겠다." 요불의는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하게 절을 했다. "돌아가신 곡주님을 대신해서 소인이 감사를 올립니다." 이어 그는 품속에서 하나의 작은 상자를 꺼내들었다. 상자는 한 자 정도되었는데 요불의가 뚜껑을 열자 느끼한 짐 승의 노린내같은 것이 풍겨나왔다. 순간, 캬아오! 날카로운 짐승의 울음소리와 함께 무언가 새하얀 것이 섬전 처럼 상자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앗?" 부용을 비롯한 중인들은 깜짝놀라 자신들도 모르게 짤막한 경호성을 터뜨리며 뒤로 주춤 물러섰다. 허나 파금왕은 태연한 표정으로 오른손을 앞으로 슬쩍 내뻗 었다. 그러자 흰색 섬광은 마치 빨려들 듯이 그의 소매위로 날라가 서 찰싹 달라 붙었다. 중인들은 자세히 보고서야 그것이 하나의 작고 하얀 동물이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동물은 무척 기이하게 생긴 것이었다. 크기는 어른의 주먹보다 조금 클 정도였는데 전신에 눈같이 희고 보드라운 털이 덮혀 있었고, 빨간 눈알에 길다란 코, 그 리고 날카로운 이빨이 달린 입을 가지고 있었다. 어찌보면 고 양이 같기도 하고 또 어찌보면 개같기도 했다. 허나 조자건은 그것이 꼭 작게 축소된 하얀 늑대같다는 생 각이 들었다. 파금왕은 자신의 팔뚝에 올라선 채 새빨간 혓바닥을 낼름 거 리고 있는 그놈의 머리를 주물렀다. "이 놈은 백랑비묘(백랑비묘)로군." 요불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이 놈은 백랑비묘중에서도 가장 혈통이 좋은 묘강백독채(묘강백독채)의 비묘입니다. 이름은 백전아(백전아) 라고 하는데 하루에 능히 천 리를 달릴 수 있읍니다." "하얀 번개라... 좋은 이름이군." 백랑비묘는 원래 늑대중의 왕(왕)이라는 설랑(설랑)과 고양 이과에서도 가장 사나운 묘강의 표묘(표묘)가 결합한 일종으로 체격은 비록 작지만 성격이 사납고 흉폭해서 모든 동물들이 두 려워 했다. 특히 몸이 빠르고 한 번 냄새를 맡으면 몇 백리 떨어진 것에 서도 그 흔적을 추적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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