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강에서는 비묘를 백수(백수)중의 왕(왕)으로 꼽고 있는데 특히 그중에서도 묘강백독채의 비묘는 억만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영물(영물)중의 영물로 손꼽히고 있었다. 백랑비묘는 체구가 작아 털이 하얀 것일수록 더욱 진귀하고 혈통이 좋은 것으로 치는데 이 백전아는 체구가 조그마한 강아 지만하고 털이 눈처럼 새하얀 것으로 보아 백랑비묘중에서도 최상품임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소인은 이 백전아에게 곡주님을 살해한 자의 냄새를 기억하 게 했읍니다. 대왕마마께서 백전아의 뒤를 쫑기만 한다면 어렵 지 않게 그 자가 있는 곳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파금왕은 묵묵히 요불의의 말을 듣고 있다가 별반 표정없는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이제보니 너는 이미 본왕이 네 청을 승락할 것을 짐작하고 만반의 준비를 해 온 모양이구나." 요불의는 움찔하다가 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그럴리가 있겠읍니까? 다만 소인은 매사에 만전을 기하는 성미인지라 미리 대비를 했을뿐입니다." 파금왕은 더 이상 그를 추궁하지 않고 잠시 무언가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백전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시 물었다. "그 자를 찾은 후에는 이 놈을 어떻게 돌려주면 되겠느냐?" "그것은 소인이 대왕마마께 드리는 예물이오니 돌려주실 필 요가 없습니다." 파금왕은 백전아를 안아든 채로 다시 황금마차 안으로 들어 갔다. 요불의는 몸을 일으켰고 다른 잡상인들도 하나 둘씩 자리에 서 일어나 떠날 준비를 했다. 그들은 비록 장사도구를 모두 바쳤지만 그로인해 목적한 바 를 달성했으므로 모두들 기쁘고 만족한 표정들이었다. 떠나기 에 앞서 그들은 다시 파금왕의 황금마차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했으며 자기네끼리 서로 인사를 교환했다. 서로 작별을 교환하는 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들리는 것 같았 는데 그들은 이미 한 명도 남지 않고 어디론가 떠나가 버렸다. 조자건도 서서히 떠날 준비를 했다. 구경거리가 끝났으므로 그들도 더 이상 차가운 종루바닥에 앉아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허나 사마결은 싱글벙글 웃은 채 꼼짝도 않고 앉아 있었다. 조자건이 그를 쳐다보자 그는 조자건에게 물었다. "저들이 재미있다고 생각되지 않소?" 조자건은 시인을 했다. "저 사람들이야 재미 있지만 아직 재미있는 일을 보지 못했 소. 장사도구를 맡기고 일을 청부하는것이 재미있는 일이라곤 할 수 없지 않겠소?" 사마결은 다시 히죽 웃는다. "당신은 곧 재미있는 일을 보게 될거요." 장내에는 이미 잡상인들이 모두 떠나고 황금마차와 마차를 호위하는 팔대사자, 그리고 마차를 모는 두 명의 아리따운 여 인들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헌데 어찌된 일인지 용무가 모두 끝났는데도 그들은 떠날 기 색을 보이지 않았다. 조자건은 그들이 다른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생각은 곧 적중되었다. 과연 누군가가 마차가 있는 공지앞으로 날아내려오며 낭랑한 대소를 터뜨렸던 것이다. "하하...올해도 어김없이 당신과 한 판 벌일 수 있게 되었구 려." 자신의 짐작이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조자건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황금마차앞으로 떨어져 내려온 인물은 다름아닌 그 의 옆에 앉아 있던 사마결이었기 때문이다. 조자건은 설마 파 금왕이 끝까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사마결일 줄은 미처 생각 치 못했었다. 조자건은 사마결이 벌떡 일어나 바람처럼 황금마차 앞으로 떨어져 내리는 광경을 우두커니 보고 있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사마결의 뒤를 따라 공지에 내려섰다. 황금마차의 주렴이 열리며 다시 파금왕의 위엄어린 모습이 나타났다. 모든 사람이 존경하는 파금왕에 대해 사마결은 별로 존경하 는 태도가 없었다. 그는 파금왕의 모습을 보고도 절을 하거나 무릎을 꿇지 않은 채 간단히 고개만을 까닥거렸을 뿐이었다. "우리가 얼마만에 다시 만난거요?" 그러나 파금왕은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담담한 음성으로 말 했다. "정확히 일 년만이다. 그동안 너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구 나?" 사마결은 무엇이 그리도 유쾌한지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건 인간의 본성 (본성)이라고 했는데 어찌 일 년만에 나의 본성이 변할 수 있 겠소? 내가 보기엔 당신도 별로 변한 것 같지 않은데..." 파금왕은 이런 일로 그와 논쟁을 벌이고 싶지 않은 듯 말문 을 돌렸다. "너는 오늘도 본왕과 내기를 하려고 하느냐?" 사마결은 서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요. 그렇지 않다면 나는 중도 아닌데 캄캄한 밤중에 무엇때문에 이런 외진 사당까지 찾아왔겠소? 당신의 생각은 어 떻소?" "본왕도 그렇다. 네가 오지 않았다면 본왕은 무척 실망했을 것이다. 올해는 무슨 내기를 하겠느냐?" "그 전에 무엇을 걸고 내기를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게 순서 가 아니겠소?" "좋다. 너는 이번에는 무엇을 걸겠느냐?" 사마결은 품속에서 손을 집어 넣어 하나의 작은 비취상(비취 상)을 꺼내 들었다. 그 비취상은 한 치쯤 되었는데 배를 두드리며 웃고 있는 환 희불(환희불)의 모습이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사마결은 그 조각상을 손바닥위에 올려놓고 파금왕을 바라보 았다. "나는 이것으로 오늘 당신과 한 판 벌려볼 생각이오." 파금왕의 눈빛이 어둠속에서도 훤히 알아볼 수 있을만큼 번 뜩거렸다. 그는 사마결의 손바닥이에 놓여져 있는 비취상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비취환희불(비취환희불)은 당금무림에서 오대기보(오대 기보)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것이니 충분히 내기로 걸만하다. 그렇다면 본왕은 이곳에 있는 담자를 모두 걸겠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조자건은 내심 어이가 없었다. 비취환희물은 진귀한 청비취(청비취)로 만들어져서 비단 값 어치가 엄청날 뿐 아니라 몸에 지니고 있으면 백독(백독)이 불 침(불침)해서 무림인들이면 누구나가 눈에 불을 켜고 얻으려 하는 무가지보(무가지보)였다. 그런데 겨우 잡상인들이 남겨준 담자를 갖고 그 귀중한 비취 환희불을 내기하자는 것이 아닌가? 상대가 파금왕이 아니었다면 조자건은 그가 미친 사람이 아 닐까 의심했을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사마결은 그보다 더 미쳐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언제나 내기는 어디까지나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솔직히 담자를 전부 건다면 당신이 너무 밑지는 것이 아니오?" 누구라 할지라도 비취환희불이 스무 개 남짓되는 담자보다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두사람은 조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럼 몇 개를 걸면 되겠느냐?" "열 개라면 적당하오." 파금왕은 이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렇다면 나는 열 개를 걸겠다. 내기는 무엇으로 하 겠느냐?" 사마결을 이미 마음을 결정한 듯 지체하지 않고 되물었다. "작년에 나는 당신의 수하인 금사자의 쇄심마전(쇄심마전)을 두 발을 움직이지 않고 피할 수 있다는 내기를 했었는데 기억 나시오?" 파금왕의 입가에 처음으로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물론이다. 그때 너는 십 초동안 두 발을 떼지 않고 피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다가 결국 칠 초만에 오른 발을 움직이고 말 았지. 덕분에 본왕은 네게서 일곱 알의 보원신주(보원신주)를 얻었는데 그 일을 잊을 수 있겠느냐?" 사마결의 입가에도 씁쓸한 고소가 떠올랐다. "그 칠채보원신주(칠채보원신주)는 아직도 잘 보관하고 있 소?" "본왕은 그것을 왕후(왕후)에게 생일선물로 주었는데 왕후는 그후에 그것을 목에서 떼어 낸 적이 없다." "칠채보원신주가 황금황후의 목걸이가 되었다니 그나마 다행 이오. 하지만 언젠가는 황후의 목에서 그 목걸이를 되찾을 날 이 있을거요." 파금왕은 별로 화를 내지 않고 담담하게 대꾸했다. "하지만 그 날이 오늘은 아니다." 사마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오늘은 열 개의 담자를 얻는 것으로 만족을 하겠소." 파금왕의 눈빛이 다시 번뜩거렸다. "그럼 너는 올해도 작년과 같은 내기를 하겠다는 말이냐?" 사마결은 서슴없이 대답했다. "그렇소." 파금왕은 뜻밖에도 심사숙고를 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너는 지난 일 년동안 금사자의 쇄심마전을 피할 수 있는 놀라운 절학이라도 익혔단 말이냐?" 사마결은 조금 풀이 죽은 모습으로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동안 죽을 힘을 다해 천하에 이름난 신법(신법)이란 신법은 모조리 섭렵했지만 두 발을 움직이지 않고 금사자의 쇄 심마전을 열 번이나 피할 수 있는 신법은 아직 찾지 못했소." 파금왕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입가에 득의의 미소를 떠올 렸다. "그렇다면 올해의 내기도 볼 것없이 본왕의 승리이겠구나." 사마결은 힘차게 부인했다. "그렇지만도 않을거요." 파금왕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냐?" 사마결은 별반 표정없는 얼굴로 대답했다. "올해 내기에 나서는 사람은 내가 아니오. 그러니 내가 쇄심 마전을 피하지 못한다고 해서 반드시 내기에서 지라는 법은 없 소." 파금왕의 안광이 갑자기 날카로운 칼날처럼 바뀌었다. "누가 네 대신 나선단 말이냐?" 사마결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조자건을 가리켰다. "바로 이 사람이오." 조자건은 사마결이 파금왕에게 내기를 제안할 때부터 사마결 이 자신을 이곳으로 데리고 온것이 결코 단순한 심심풀이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가 내기에 나설 사람으로 자신을 지목했을 때도 별 로 놀라지는 않았다. 하지만 입맛이 씁쓸한 것도 사실이었다. 사마결은 그의 마음을 짐작한 듯 약간 미안한 표정을 떠올렸 다. "미리 말하지 못해 미안하오. 하지만 조형이 정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절해도 좋소." 조자건은 주저하지 않고 승락했다. "나는 좋소." 그는 거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는 일은 언제나 속시원하 게 승락했다. 그리고 그는 남의 부탁을 거절하는 예가 드물었다. 파금왕의 시선은 벌써부터 조자건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 는 조자건이 승락을 하자 그를 빤히 쳐다보다가 다시 사마결에 게 고개를 돌렸다. "이 자가 금사자의 쇄심마전을 피할 수 있단 말이냐?" 사마결은 자신있게 대답했다. "그렇소." 파금왕은 냉소를 쳤다. "무얼 믿고 그렇게 자신하느냐?" 사마결은 빙긋이 웃었다. 그는 일전에 조자건이 평범한 용협십이로로 자신의 칠성연주 의 수법을 피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용협십이로로 칠성연주를 피한 사람이라면 금사자의 쇄심마전 또한 충분히 감당할 수 있 을것이다. "그건 잠시후면 알게 될거요." 파금왕의 눈꼬리가 살짝 찌푸려졌다. 그는 돌연 조자건을 응 시하며 불쑥 물었다. "너는 쇄심마전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느냐?" 조자건은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모르오." 파금왕은 그를 뚫어지게 주시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쇄심마전은 천하무림에 산재한 수많은 암기(암기)중에서 가 장 무서운 열 종(종)의 암기중 하나이다. 그것은 전문적으로 내가(내가)의 강기( 기)를 뚫고 들어오기 때문에 일단 격중되 면 대라신선이라 해도 견뎌낼 수 없다." 조자건은 묵묵히 파금왕의 말을 듣고 서 있었다. "뿐만아니라 본왕의 수석사자인 금사자의 암기솜씨는 당금 무림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꼽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라 해도 제 자리에 서서 그의 쇄심마전을 피할 수 없다. 이제 알겠느냐?" 조자건은 고개를 끄떡였다. "잘 알았소." "그런데도 너는 쇄심마전을 받아 보겠느냐?" 조자건은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돌연 반문했다. "당신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소?" 파금왕은 눈쌀을 조금 찌푸리며 그를 쏘아보다가 고개를 흔 들었다. "모른다." 조자건은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 "나는 버릇이 없고 고집불통에 남들이 하지 말라는 일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나쁜 습관이 있소. 게다가 내가 직접 보거 나 겪은 일이 아니면 도통 믿지를 못하는 선천적인 회의론자 (회의론자)요." 파금왕의 눈에서 번갯불보다 더 찬란한 안광이 폭사되었다. 누구라 해도 이와같이 무시무시한 눈빛을 대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오금이 저릴 것이다. 그러나 조자건은 안색이 조금도 변하지 않고 태연하게 그 눈 을 마주보았다. 파금왕은 그를 노려보며 냉랭하게 말했다. "정말 버르장머리가 없는 자로군. 이제까지 감히 본왕앞에서 너처럼 무례하게 구는 자가 없었다." 조자건이 오히려 피식 웃었다. "그건 아마도 당신이 너무 돌아다니지를 않아서 사람다운 사 람을 못만났거나 시종들에게 둘러 싸여 있어서 눈과 귀가 어두 어졌기 때문일거요." 그의 말이 갓 떨어지지마자 파금왕은 돌연 오른손을 앞으로 쭈욱 내뻗었다. 다음 순간, 꽈르르릉! 그의 손에서 한 줄기의 무지막지한 경기(경기)가 구름처럼 일어나 십 여장 밖의 담벼락을 향해 휘몰아쳐 갔다. 쾅! 귀청이 떨어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오 장 길이의 담벽이 통 째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주위에서 이것을 지켜보고 있던 사마결의 안색이 시퍼렇게 변했다. 조자건 또한 가슴 한 구석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러한 엄청 난 장력(장력)을 보고 전혀 두려워 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인 것 이다. 다만 조자건을 제아무리 놀라거나 두려워 한다해도 절대 움 츠리거나 꽁무니를 빼지 않는다. 파금왕은 다시 그에게 물었다. "본왕에게 무례한 자가 어떠한 꼴을 당할지 짐작이 가느냐?" 조자건은 꾸물대지 않고 대답했다. "그렇소." 파금왕은 번쩍거리는 눈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네가 조금전 본왕에게 무어라고 했는지 다시 한 번 말해보 아라." 조자건의 음성은 변함이 없었다. "당신은 아직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지 못했거나 이미 눈과 귀가 멀어버린게 분명하오." 사마결은 파금왕이 금시라도 그를 향해 손을 쓰지 않을까 불 안하여 등줄기로 식은 땀이 주르르 흘렀다. 허나 파금왕은 무 서운 눈으로 조자건을 노려보고 있다가 휑하니 몸을 돌려 마차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대신 마차옆에 서 있던 팔대사자중의 금빛 장포를 걸친 한 인영이 어느 사이엔가 조자건의 앞에 우뚝 서 있었다. 이, 회 선 사마결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는 조자건을 향해 소 근거렸다. "저 자가 팔대사자중의 우두머리인 금사자요. 저 자의 암기 수법은 마교(마교)의 전설적인 수법인 귀전관홍(귀전관홍)이 오. 그러니 단단히 조심해야 할거요." 조자건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금사자는 키가 육 척으로 후리후리하고 앙상하게 마른 인물 이었다. 다만 얼굴만큼은 금빛 복면에 가려 있어 알아볼 수가 없었 다.. 그러나 뻥뚫린 구멍사이로 번뜩이는 두 개의 안광은 마치 굶 주린 늑대의 그것처럼 진한 살광(살광)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사마결이 뒤로 물러나자 금사자는 불문곡직하고 말없이 오른 손을 휘둘렀다. 쾌액! 그러자 그의 소매속에서 무언가 번쩍거리는 것이 빛살같은 속도로 조자건의 미간을 향해 폭사되어 왔다. 그 속도는 가히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을만큼 가공스러운 것이었다. 허나 그때 이미 조자건의 고개는 반 치쯤 옆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팟! 금사자가 발출한 쇄심마전은 아슬아슬하게 조자건의 관자놀 이를 스치고 지나가 버렸다. 복면속으로 드러난 금사자의 눈빛에 의외라는 표정이 떠올랐 다. 그는 설마 조자건이 이토록 간단한 동작으로 자신의 쇄심마 전을 피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의 쇄심마전은 비단 당금 무림의 열 가지 무서운 암기중의 하나일 뿐 아니라 그의 귀전관홍 수법 또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뛰어난 암기수법이었다. 그는 아직 자신의 쇄심마전을 이토록 수월하게 피하는 사람 을 본 적이 없었다. 허나 생각은 길지만 행동은 짧았다. 그의 손은 어느 새 다시 두 개의 쇄심마전을 발출하고 있었 다. 팟! 팟! 두 가닥의 뇌전같은 섬광이 조자건의 목과 아랫배를 향해 쏘 아져 왔다. 목줄기는 겨냥하기도 어렵지만 피하기는 더욱 어려운 부위였 다. 더구나 그중 하나는 교묘하게 단전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자 칫 목을 피하는데만 신경을 썼다가는 그대로 아랫배를 꿰뚫리 기 십상이었다. 조자건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슬쩍 상체를 비틀며 뒤로 비 스듬하게 누웠다. 허나 두 발은 여전히 땅에 박힌 듯 꿈쩍도 않고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두 개의 쇄심마전은 헛되이 허공을 가르고 지 나갔다. 허나 그의 몸이 채 다시 일어나기도 전, "이 놈! 마지막이다!" 금사자가 벼락같은 호통을 지르며 번개같이 날아들며 양손을 휘둘렀다. 파파팟! 순간 여섯 가닥의 쇄심마전이 그물처럼 허공을 빽빽히 뒤덮 으며 조자건의 전신을 향해 폭사되어 왔다. 그것들은 각기 그의 양쪽 어깨와 양쪽 무릎, 그리고 이마와 심장이 있는 좌측 가슴을 노리고 짓쳐들었다. 그 속도와 방위 의 완벽함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터뜨리게 할 만한 것이었다. 지켜보고 서 있던 사마결의 양 손이 식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었다. 금사자가 지금 시전한 수법은 귀전관홍중의 육합석권(육합석 권)이라는 것으로 일 년전에 사마결도 이 수법을 피하지 못하 고 패했던 것이다. 이 초식의 무서운 점은 몸의 각 부위를 동시에 노리고 들어 오기 때문에 발을 지면에서 떼지 않고 피하기란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것이었다. 과연 조자건도 일시지간 피할 엄두가 나지 않는지 그 자리에 꼼짝도 않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앗? 저런..." 사마결은 자신도 모르게 다급한 외침을 토해냈다. 바로 그 순간, 조자건은 불쑥 양손을 앞으로 내밀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여섯 개의 쇄심마전을 움켜잡으려 했다. 금사자의 눈에 어이없어 하는 빛이 떠올랐다. (미친 놈....이 쇄심마전이 어떤 것인데 감히 맨 손으로... 헛!) 짙은 조소가 떠올랐던 금사자의 눈이 경악으로 부릅떠졌다. 놀랍게도 닿기만 해도 호신강기를 뚫고 금석을 꿰뚫는다는 여섯 개의 쇄심마전이 조자건의 아무렇게나 휘두른 양손아귀에 그대로 빨려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토록 가공스런 속도로 쏘아져 가던 쇄심마전이 마치 자석 에 끌리듯 조자건의 손에 들어간 것도 기이하지만 의당 갈기갈 기 찢겨져야할 그의 손이 쇄심마전을 움켜잡고도 멀쩡한 것이 더욱더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금사자는 무엇에라도 홀린 사람처럼 멍하니 조자건을 쳐다보 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사마결을 비롯한 모든 중인들도 경악과 불신의 빛이 서린 눈으로 조자건을 응시하고 있었다. 사실을 알고보면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조자건은 심등대법을 이용해 제각기 다른 방위로 날아오는 쇄심마전의 위치와 속도를 정확히 예견하고 하나씩 차례로 손 으로 잡아 버린 것이다. 단지 그의 동작이 너무 신속했기 때문 에 중인들의 눈에는 그가 여섯 개의 쇄심마전을 동시에 잡은 것처럼, 아니 쇄심마전이 그의 손으로 빨려들어간 것 처럼 보 였을 뿐이었다. 쇄심마전을 맨 손으로 잡고도 그의 손이 멀쩡한 더욱 간단해 서 그가 연마한 고금절세의 불괴연혼강기때문이었다. 쇄심마전이 제아무리 무서운 위력을 지닌 암기라 해도 천하 최강(천하최강)을 호신강기인 불괴연혼강기를 뚫을 수는 없다. 하지만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 모든 일들이 마 치 신화(신화)속의 일처럼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 었다. 특히 쇄심마전의 위력을 누구보다도 자세히 알고 있는 금사 자의 놀라움은 더욱 컸다. 그는 더 이상 손을 쓸 생각도 하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조자건은 여섯 개의 쇄심마전을 손아귀에 쥔 채로 불쑥 입을 열었다. "내 계산으론 아직 하나의 쇄심마전이 더 남은 걸로 아는 데..." 그 말에 금사자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조자건의 말대로 그는 이미 아홉 개의 쇄심마전을 사용했다. 그들의 내기는 도합 열 개의 쇄심마전을 피하는 것이었으니 아직 한 개를 더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허나 아홉 개의 쇄심 마전으로도 그의 털끝하나 건드리지 못했는데 하나가 남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금사자가 머뭇거리고 있을 때였다. "본왕이 한 가지 제안을 하겠다." 묵직한 음성과 함께 다시 주렴이 열리며 파금왕의 모습이 나 타났다. 조자건은 그가 나설 것을 예측이라도 한 듯 담담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제안이오?" 파금왕은 그를 주시하며 눈에선 횃불같은 광채가 폭사되었 다. "네 무공은 확실히 본왕의 예상외였다. 그래서 말인데 너는 본왕의 일수(일수)를 받아볼 의향이 있느냐?" 조자건은 그의 말뜻을 알아들은 듯 나직히 되물었다. "마지막 하나의 쇄심마전은 당신이 던지겠단 말이오?" "바로 그렇다." 사마결이 눈쌀을 잔뜩 찡그리며 무어라 입을 열려 했다. 그러나 조자건은 빙긋 웃으며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 다. "그것 참 좋은 생각이구료. 나도 마침 상대가 바뀌었으면 했 었소." 금사자는 수치심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다행히 복 면으로 가리워졌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의 얼굴이 붉게 상기된 것이 그대로 드러났을 것이다. 파금왕은 그에게 물러가라고 손짓한 후 조자건을 향해 입을 열었다. "과연 너는 큰소리칠 자격이 있다. 무공 뿐만 아니라 성격마 저 시원시원해서 본왕의 젊은 시절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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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금사자에게서 하나의 쇄심마전을 받아 들었다. 그때 돌연 사마결이 불쑥 소리쳤다. "이것은 너무나 불공평하오." 파금왕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무엇이 불공평하단 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