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 자를 제거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그 다음에 결 정될 것이다. 삼, 모 약 그는 전통적인 명문세가(명문세가)의 자손이었다. 광동(광동)의 응가(응가)는 대대로 무림의 내노라하는 명문 일 뿐 아니라 그 부귀와 권세가 막강하여 지난 삼백 여년동안 어느 누구도 넘보지 못할 혁혁한 명성을 구축하고 있었다. 칠십 년전, 광동응가는 사상 유래없는 대 성세(성세)를 이루 었다. 당시의 가주였던 편신(편신) 응구유(응구유)는 무림사상 편 법(편법)의 제일인자로 공인된 절세의 고수였고, 자타가 공인 하는 강남무림계(강남무림계)의 제일고수였다. 게중에는, 응씨세가의 인물들은 물론이고 응구유 자신도 포 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를 천하제일고수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응구유의 자신감은 한 사람의 등장으로 너무도 허망 하게 깨어지고 말았다. 한 사람의 무림사상 전무후무(전무후무)한 무학(무학)의 천 재(천재)가 나타났던 것이다. 그가 바로 태극문의 창시자인 태 극천자 위지독고였다. 당시 위지독고는 혜성처럼 나타나 절대검왕 화무극을 제압하 고 무림을 거의 석권하고 있었다. 응구유는 떠오르는 태양처럼 찬란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위지독고를 꺾고 천하제일의 보좌 를 차지하기 위해 그에게 도전을 했다. 그는 내심으로 자신에게 육, 칠의 승산(승산)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하나 결과는 너무도 참담한 것이었다. 절대무적을 자랑하던 응구유의 대라혈편(대라혈편)은 위지독 고의 손에 의해 썩은 새끼줄마냥 가닥가닥 끊어졌고, 응구유 자신은 단 오초도 버티지 못하고 피를 뿌리며 쓰러지고 말았 다. 간신히 광동으로 돌아온 응구유는 한 달동안 피를 토하며 병 상에 누워 앓다가 숨을 거두었다. 죽기 전, 그는 자신의 아들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위지독고의 무공을 꺾을 절학을 익힐 때까지는 누구도 무림 에 나가지 마라.... 구천(구천)에서 내가 너희들을 지켜볼 것이다....! 응구유의 열 두 아들은 피눈물을 뿌리며 고개를 수그렸다. 그 뒤로 광동응가의 모습은 무림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들은 나부산(나부산)의 깊숙한 산중에 칩거한 채 단 한 사람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런 세월이 육십 여년을 계속되었다. 광동응가의 찬란했던 명성은 점차 사람들의 뇌리에서 희미해 져 갔고, 그들의 눈부셨던 채찍솜씨는 몇몇 노강호들의 입으로 이따끔 전해질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나부산의 깊숙한 골짜기에서 한 명 의 사나이가 밖으로 나왔다. 전신을 칠흑같은 흑포로 감싼 사나이의 왼쪽 팔에는 아홉 매 듭으로 이루어진 기이한 채찍이 칭칭 감겨져 있었다. 흑의사나이는 제일 먼저 광동의 제일고수인 용호도(용호도) 고원(고원)을 찾아갔다. 고원의 용호십삼도(용호십삼도)는 천 하무림에서 가장 무서운 열 가지 도법(도법)중 하나였다. 허나 흑의사나이의 왼팔에서 아홉 매듭의 채찍이 풀려지는 순간 고원은 어느 새 머리통이 박살난 채로 바닥에 쓰러지고 있었다. 흑의사나이가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강서(강서)의 명숙(명 숙)인 번천장(번천장) 유월천(유월천)의 유가장(유가장)이었 다. 유월천은 삼 초만에 양 팔이 부러진 채로 무릎을 꿇고 말 았다. 그때부터 그의 명성은 강호를 진동하기 시작했다. 두 달사이에 그는 무려 스물 다섯 명의 절정고수들을 구절편 (구절편)아래 쓰러뜨려 확고한 명성을 구축했다. 사람들은 그를 칠십 년전의 편신 응구유를 능가하는 무림사 상 최강의 편법(편법)의 고수라고 칭송했고, 그의 아홉 매듭이 지어진 채찍은 강호에서 가장 무서운 열 가지 기문병기(기문병 기)중 하나로 손꼽히게 되었다. 그제서야 그는 자신이 응구유의 친손자이며 광동응가의 제 이십 칠대 가주(가주)임을 천하무림에 밝혔다. 구룡편(구룡편) 응천성(응천성)! 이 이름은 삽시간에 강호무림의 살아있는 신화(신화)중 하나 가 되었다. 그의 구룡편에는 마디마디마다 하나씩의 무서운 절초들이 숨 겨져 있고 그 구룡편이 모두 펼쳐지면 천지(천지)가 번복(번 복)하고 풍운(풍운)이 변색(변색)한다는 말이 천하인들을 공포 에 떨게 했다. 그의 휘하로는 구름같은 고수들이 모여 들었고, 엄청난 부귀 (부귀)와 권세가 구축되었다. 과거의 영화(영화)를 되찾은 강남제일의 명문세가(명문세가) 인 광동응가의 가주. 무림사상 편법의 최강고수. 그리고 우내십대기문병기중의 하나인 구룡편의 주인. 숱한 찬사가 그에게 쏟아졌고, 그의 명성은 조부였던 편신 응구유를 능가하여 그야말로 중천에 떠오른 태양처럼 혁혁한 것이 되었다. 그는 단시일내에 무림인으로서 얻을 수 있는 것을 모두 얻은 것이다. 허나 그런 그에게도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조부인 응구유의 피맺힌 원한을 아직 갚지 못했 다는 것이었다. 응구유를 비통속에 죽게 한 태극천자 위지독고의 태극문은 지리멸렬하여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고 위지독고의 무공을 익혔다는 인물 또한 전무(전무)했다. 응천성은 수하들 을 풀어 위지독고의 후예들에 대한 행방을 탐문했으나 위지독 고의 태극문은 동곽선생 냉북두를 끝으로 그 명맥이 끊긴 것 같았다. 그것이 못내 응천성을 아쉽고 억울하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은 유난히도 화창하고 맑은 아침이었 다. 응천성이 잠자리에서 눈을 뜬 순간 그는 자신의 침대 머리맡 에 하나의 서신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서신의 겉봉에는 누가 보낸 것인지에 대한 어떤 서명도 없었 다. 하나 응천성은 엄밀하기 짝이 없는 광동응가의 호위망을 뚫 고 자신의 침상위에 서신을 남긴 인물의 능력을 존중해서 서신 을 펼쳐 보았다. 서신의 첫부분을 읽었을 때 그는 살짝 눈쌀을 찌푸렸다. 하 나 다음 순간 그는 안색이 대변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는 눈빛을 번뜩이며 단숨에 서신을 다 읽어 버렸다. 그리 고는 한참동안이나 허공을 노려보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러 다가 안색이 딱딱하게 굳은 채로 몸을 날려 밖으로 달려나갔 다. 그가 떠난 침상위에는 서명도 없는 편지 한 장만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응대협(응대협) 친전(친전). 본인은 평소 응대협의 신기(신기)에 가까운 채찍솜씨를 흠모 해 온 사람중의 하나요. 그런데 얼마전에 나는 우연히 길을 걷다가 누군가에게서 몹 시 괴이한 말을 듣게 되었소. 그 자는 응대협의 구룡편이 비 록 대단하지만 자신에게만은 상대가 되지 않을거라며 큰 소리 를 치는 것이오. 나를 비롯해 당시 그 자의 곁을 지나던 몇몇 사람들이 자신 의 말을 믿지 않자 그 자는 광동응가의 대라편은 이미 칠 십년 전에 그의 사문(사문)에 의해 처참히 깨어진 절기이기 때문에 응가의 채찍으로는 결코 자신을 당해낼 수 없다고 주장했소. 나는 몹시 화가 나서 그 말을 어떻게 믿느냐고 물었소. 그랬더니 그 자는 자신은 태극문의 유일한 전인(전인)인데 지금이라도 응대협이 눈앞에 있다면 십 초내에 무찔러 버리겠 다고 큰 소리를 치는게 아니오? 나는 비록 광동응가의 식솔은 아니지만 평소 응대협을 존경 하고 있었기 때문에 울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었소. 그래서 이렇게 나마 서신을 띄우게 된 거요. 알고보니 그 자는 요즘 일수풍운이란 이름으로 제법 명성을 떨치고 있는 조자건이란 인물이었소. 내가 그 자를 만난 것은 안휘성(안휘성) 근처였는데 아마 금 릉에서 열리는 무적검수맹의 무림대회에 참가할 예정인 듯 하 오. 부디 응대협께서는 그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에게 따끔한 맛 을 보여주어 정통무림세가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나타내 주시기 바라오. 대협의 무운(무운)을 빌겠소. 제20장 무 임 대 회 일, 군 웅 드디어 오늘이다!!! 사람들은 누구나가 소리쳤다. 그렇다. 드디어 오늘이다. 드디어 오늘이 닥친 것이다. - 천하무림영웅대회(천하무림영웅대회)! 처음 화군악의 지시로 무림대회가 열린다는 선포가 있은지 정확히 삼 년째 되는 날이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삼 년동안에 강호에는 많은 일 들이 벌어졌다. 무림대회로 인해 여러 가지 파란들이 일어났 고, 새로운 인물들이 속속 등장을 했다. 야망을 가진 사람들은 가진 사람들대로, 야망이 없는 사람들 은 없는 사람들대로 누구나가 오늘을 기다려 왔다. 그동안의 무림은 오직 이 날을 위해 존재한 것 처럼 모든 무 림인들은 가슴 벅찬 심정으로 이 날을 맞이했다. 아직 동이 채 뜨기도 전인 이른 새벽부터 무림인들은 옷을 깨끗이 차려 입고 종산으로, 종산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 들은 엄청난 광경을 목격했다. 대(대)의 너비는 무려 십 여장에 달했다. 길이도 그 정도였 고 높이는 삼 장이나 되었다. 아마 무림역사상 이렇게 크고 웅장한 비무대(비무대)는 일찌 기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종산의 앞에 설치된 어마어마한 비무대를 보고 모 두들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왠만한 경공실력으로는 비무대 위로 올라가지도 못할 정도였다. 비무대가 설치된 공터는 거의 팔천 평에 달했는데도 그 웅장 한 크기의 비무대가 중앙에 놓이자 꽉 찬 느낌이 들었다. 아직 무림대회가 시작되는 오시(오시)가 되려면 멀었는데도 공터는 몰려드는 인파로 인해 발디딜 틈 조차 없었다. 그들은 몰려든 군웅들의 수에 놀랐고, 설치된 비무대의 웅대 함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조자건일행도 그 엄청난 인파의 행렬에 섞여 있었다. 정각은 입을 딱 벌린채 그저 (야...야...)소리를 연발하며 멍청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사마결은 그보다는 조금 침착했 다. 그는 비무대보다는 몰려든 군웅들에게 더 많은 시선을 집중 시키고 있었다. 문득 그는 조자건을 돌아보며 손을 들어 한쪽 을 가리켰다. "저기 저 자를 잘 보시오. 저 자가 바로 동정십팔채(동정십 팔채)의 총채주(총채주)인 건곤수(건곤수) 노극량(노극량)이 오." 조자건은 사마결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노란 피풍을 두른 십 여명의 인물들이 우뚝 서 있 었다. 그들의 중앙에는 머리에 황색 두건을 하고 황포(황포)를 걸친 우람한 체구의 중년인이 안광을 번뜩이고 있었다. 황포중년인의 전신에서는 무시무시한 기운이 뻗쳐나와 근처 에 있던 사람들은 감히 그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채 슬금슬 금 피해 달아나기 바빴다. 사마결은 조자건의 귓전에 대고 나직하게 소근거렸다. "저 자는 비록 동정호 수적(수적)들의 우두머리이지만 그래 도 제법 사내다운 구석이 있는 자요. 무공도 상당히 고강해서 장력(장력)으로만 따진다면 강호무림에서 열 손가락안에 꼽히 는 실력자이기도 하오." 조자건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결의 시선은 어느 새 다른 곳으로 향해 있었다. "아! 저 자는 하북팽가(하북팽가)의 고수인 오호단문도(오호 단문도) 팽립(팽립)이군.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배불뚝이는 그 와 절친한 사이인 미륵태세(미륵태세) 반우성(반우성)이고..." 그는 마치 자신의 무림제일통(무림제일통)이라는 별명을 자 랑이라도 하는 듯 주위에 있는 고수들의 이름을 주절주절 내뱉 었다. 정각은 그가 사람들을 가리킬 때 마다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 다가 또 다른 쪽을 보고 그가 말을 하면 또 그쪽을 봤다가 저 쪽을 보고 쉴새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려 보는 사람이 다 정신없 을 정도였다. 사마결은 그런 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고수들을 지적해 주었다. "저쪽에 호화로운 금의를 입고 뻐기는 자세로 있는 작자가 재수없기로 유명한 장안호(장안호) 양중산(양중산)이고 그 왼 쪽의 비쩍 마른 인물은 망산귀초(망산귀초) 요광(요광)이오. 그리고...." 그의 말이 갑자기 멈추었다. 조자건은 이상해서 슬쩍 그를 쳐다보았다. 사마결은 시선이 한 곳에 집중된 채 움직일 줄 몰랐다. 조자건의 시선도 그곳으 로 향했다. 그곳에는 진한 회색 유삼(유삼)을 걸친 뚱뚱한 체구의 청년 이 서 있었다. 회색유삼의 청년은 키가 제법 컸는데도 워낙 몸이 뚱뚱해서 별로 커 보이지 않았다. 하나 살이 찐 것을 제외한다면 이목구 비는 제법 반듯한 편이었다. 한 가지 기이한 것은 회삼청년의 옷소매인데 다른 사람들 것 보다 훨씬 커서 어린 아이 한 명쯤 은 충분히 들락날락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뚱뚱한 체구의 인물이 소매자락마저 그처럼 넓으니 보는 사 람으로 하여금 웃음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회삼청년을 보는 사마결의 눈가에는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전신이 팽팽하게 긴장된 채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 었다. 조자건은 그가 이처럼 긴장하는 것을 아직 본 적이 없기 때 문에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자가 누구요?" 사마결은 한동안 심각한 안색으로 회삼청년을 바라보더니 오 히려 나직히 되물었다. "당신은 혹시 강호무림에서 가장 괴이무쌍한 병기에 대해 들 어본 일이 있소?" 조자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괴이한 병기?" "그렇소.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지만 한 번 발출되면 반 드시 피를 보고야 만다는 무적의 살인병기(살인병기)." 조자건은 잠시 침음하다가 눈을 반짝 빛냈다. "당신이 말하는 것은 혹시 우내십대기문병기중에서도 가장 괴이하다는 무형륜(무형륜)이 아니오?" 사마결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바로 무형륜이오." 무형륜에 대해서는 조자건도 들은 바가 있었다. 무형륜은 천하에서 가장 괴이하고도 위력적인 병기라고 했 다. 이것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크 기가 얼만한지 또 사용방법은 어떠한지도 철저한 비밀에 쌓여 있었다. 허나 일단 이 무형륜이 발출되면 상대는 반드시 피를 뿌리며 쓰러진다는 것은 누구나가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 무형륜이 우내십대기문병기중에서 가장 무서운 병 기중 하나일거라고 말했다. 그런데 사마결은 왜 난데없이 이 무형륜의 이야기를 꺼낸 것 일까? 이유는 한 가지 밖에 없다. "저 자가 바로 무형륜의 주인인 위불군(위불군)이오." 사마결의 말에 조자건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그 회삼청년을 주시했다. 이 뚱뚱하고 둔해 보이는 회삼청년이 그 유명한 무형륜의 주 인이라고는 아무도 생각치 못할 것이다. 조자건은 문득 한 가지 궁금한 것이 떠올라서 사마결을 돌아 보며 물었다. "저 자의 무형륜을 아직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게 사실이오?" 사마결은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분명하오. 그의 무형륜을 본 사람은 모두 죽었으니 산 사람중에서는 아무도 본 사람이 없소." "그렇다면 이상하지 않소?" 사마결은 조자건이 묻는 의도를 알지 못해서 어리둥절한 얼 굴로 물었다. "뭐가 말이오?" "아무도 보지 못했다면서 그의 병기가 륜(윤)이라는 것은 어 떻게 안단 말이오?" 그제서야 사마결은 그가 묻는 말뜻을 알아차렸다. "사실 그가 사용하는 병기가 륜인지 아닌지는 나도 잘 모르 오. 아마 아무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을거요." "그런데 어떻게 그에게 무형륜이란 별호가 붙게 되었소?" 사마결은 쓴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그건 말이오. 과거 위불군이 관락삼패(관락삼패)를 살해할 때 마침 멀지 않은 숲속에서 그 광경을 지켜본 사람이 있었소. 그는 하충(하충)이란 자인데 하충의 말인즉 그때 위불군의 손 에서 륜같이 생긴 작고 동그란 물체가 번뜩이더니 관락삼패가 갑자기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는 것이었소. 그래서 사람들은 위불군의 병기가 륜이라고 짐작한 것이오." "그럼 그것도 확실한 것은 아니겠구료?" "그렇소." "그럼 왜 하충에게 가서 보다 더 자세한 것을 알아보지 않았 소?" 사마결은 다시 씁쓸하게 웃었다. "하충은 그후 얼마되지 않아 실종되었소. 그래서 아무도 더 이상 자세한 진상은 알지 못하게 되었소." 조자건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일이 있었구료. 그런데 하충이 실종된 것에는...." "물론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위불군이 하충을 해쳤을거라고 생각했지만 누구도 감히 위불군에게 가서 정면으로 그 사실을 물어볼 담량을 가진 사람은 없었소. 그래서 그 일은 흐지부지 되고 말았소." 조자건은 새삼 호기심이 일었다. 위불군이 사용하는 병기는 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무엇때문 에 위불군은 자신이 사용하는 병기의 정체를 밝히지 않으려고 하는 것일까? 조자건은 아무리 살펴보았으나 위불군의 뚱뚱한 몸 어디에도 병기를 숨길 만한 곳은 찾을 수가 없었다. 의심스러운 데라고 는 유난히 넓은 소맷자락뿐인데 오히려 지나치게 넓어서 사람 들의 시선을 끄는 것이 이상했다. 그때였다. "앗?" 그들 옆에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던 정각이 누구를 발 견했는지 갑자기 안색이 변하며 급히 사마결의 뒤로 숨으려 했 다. 허나 그때 이미 그 사람은 정각을 보고 회심의 미소지으며 그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정형(정형)! 이곳에 있었구료. 그런줄도 모르고 엉뚱한 곳 만 헤매고 있었지 뭐요." 정각은 떫떠름한 얼굴에 억지 미소를 지으며 사마결의 뒤에 서 엉거주춤 앞으로 나왔다. "헤...헤헤...곽형(곽형)도 왔구려. 바...반갑소."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완전히 벌레씹은 표정이 완연하게 배어 있었다. 사마결은 나타난 인물이 누구길래 정각이 이토록 사색이 될 까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화려한 청포(청포)를 걸친 이십 대 후반의 청년이었다. 청포청년은 호화로운 금대(금대)를 두르고 비단 옥단화(옥단 화)를 신고 있어서 몹시 부유해 보였다. 얼굴은 제법 준수했는데 피부가 유난히 하얗고 입꼬리가 얄 팍해서 사마결은 오히려 거부감이 잔뜩 들었다. 특히 코끝이 매부리코처럼 날카롭게 꼬부라져서 더욱 신경에 거슬렸다. 청포청년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정각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정형. 그때 오궁집회(오궁집회)에서 헤어진 뒤로 정형의 소 식을 듣지 못해 무척 궁금했는데 벌써 여기에 와 있었구료. 그 동안 정형의 신수가 훤해진 것으로 보아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거 아니오?" 오궁집회라는 말에 사마결은 내심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오궁집회는 오행신궁(오행신궁)의 다섯 개 궁들이 일 년에 한 번씩 모이는 집회인데 그렇다면 이 자는 혹시...?) 정각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좋은 일은 무슨...오히려 엉뚱한 데 끌려가서 혼날뻔 했는 데..." 청포청년은 짐짓 낭랑한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그러게 내 뭐랬소? 정형은 나하고 같이 다녀야 아무 도 괄시하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소? 정형과 나는 같은 오행신 궁의 후계자들이니 남들과는 다른 특수한 신분이오. 그러니 우 리는 앞으로 떨어지지 말고 함께 다닙시다." 정각은 머뭇거리는 표정이었다. "하지만...그때처럼 궂은 일만 시키려고..." "그 일을 아직까지 마음에 두고 있었소? 정형이 그렇게 옹졸 한 생각만 하니까 남들이 정형을 무시하는거요." 청포청년은 호탕하게 말하며 정각의 어깨를 탁 쳤다. "자. 갑시다. 오늘은 내가 아주 멋지게 한 턱 내겠소." "저...나는 일행이 있는데..." 정각이 움찔해서 말하자 청포청년은 사마결과 조자건을 쓰윽 흙어 보았다. 그의 입가에 냉랭한 미소가 떠올랐다. "흐흐...당당한 파금궁의 소궁주가 어찌 아무하고나 어울릴 수 있겠소? 그러지 말고 갑시다. 내가 아주 유명한 분들을 소 개해 주겠소." "하...하지만...." 정각은 어찌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표정으로 조자건과 사 마결의 눈치를 살폈다. 사마결은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 신경은 쓰지 말고 자네가 하고 싶은데로 하게. 그를 따라 가고 싶으면 따라 가고 남고 싶으면 남아 있게." 정각은 우물쭈물 하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저...그럼 나는 남...." 그때 청포청년이 정각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의 귓전에다 대고 뭐라고 소근거렸다. 그러자 정각의 눈이 갑자기 커지며 절로 입이 벌어졌다. "과...곽형! 그게 정말이오?" 청포청년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무엇때문에 정형을 속이겠소? 어떻소? 이래도 나를 따 라 오지 않겠소?" "저...정말 그녀를....." "그렇다니까. 정형이 오지 않아도 일은 계획대로 진행될텐데 굳이 정형을 데려가려는건 내가 정형을 끔찍히 생각하기 때문 이오. 아직도 모르겠소?" 정각은 다시 망설이는 표정이었다. 그러다가 결심을 굳힌 듯 그답지 않게 큰 소리로 말했다. "좋소. 그럼 난 곽형을 따라 가겠소." 이어 그는 미안한 표정으로 사마결과 조자건을 바라보았다. "저...나는..." 사마결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괜찮으니 자네는 어서 가보게." "조...조형. 미안하오." 정각은 조자건과 사마결을 향해 몇 번이고 머리를 조아린 후 청포청년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청포청년은 사마결과 조자건 을 힐끗 쳐다보다가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를 매달며 정각을 데 리고 군웅들 속으로 사라졌다. 조자건은 청포청년의 손에 이끌려 가는 정각의 모습이 마치 늑대소굴로 끌려가는 양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왜 사마결이 정각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사마결은 그의 생각을 알아차린 듯 입가에 고졸한 미소를 머 금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정각은 아마 놀림을 당할지 모르지 만 흉험한 꼴은 당하지 않을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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