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황(卍皇) 1 - 48편 (48/50)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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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황(卍皇) 1 - 48편 (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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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에서 만지작거리던 장미꽃의 화편이 수만 가닥으로 갈라지며 그 화편들은 일시에 얼굴만 드러나 있는 젊은 방주의 안면에 틀어 박혔다. "카아악!" 젊은 방주는 두 눈을 파르르 떨더니 이내 고개를 푹 꺾고 말았다.
그런 그의 미간에는 유난히도 빨간 장미꽃의 화편이 섬칫한 피를 머금은 채 피어 있었다.
죽음이 있던 이곳은 십팔만사천백와마루로 가는 대곤륜산의 입구였다. ② 여기는 칠흑의 어둠이 감싸고 새하얀 눈이 덮인 대곤륜산맥의 가장 높은 봉우리 곤마첨봉(崑魔尖峯).
그 정상에 서 있는 자천릉은 말이 없었다.
다만 망연한 시선으로 산봉 아래만을 직시한 채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 었다.
그리고 그 뒤의 한 바위 위에 앉은 흑나비의 입도 굳게 닫혀 있었 다.
얼마의 침묵의 시간이 지났을까? 바윗돌 같은 침묵을 깨치고 자천릉의 입에서 독백처럼 나직한 음성이 흘 러나왔다. "완벽하게 무너졌다.
너무도 처참하게, 그리고...
빨리." 문득 조용히 앉아 있던 흑나비의 입꼬리에 묘한 미소가 걸쳐졌다. "ㅋ! 당신이 그토록 바랬던 결과가 아니었소?" "하지만 안타깝다.
왠지 가슴이 너무도 허전하다.
저 불타고 있는 십팔만 사천백와마루를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무섭도록 어둡던 곤륜의 장엄한 웅 지가 서서히 밝아지고 있지 않은가? 그와 함께 너무도 거센 불길들이 악마의 붉은 혓바닥처럼 날름거리며 산 맥의 정상을 향해 천천히 번져오고 있었다.
아니 그 정상을 넘어 하늘로 하늘로 별빛마저 사를 듯 치솟고 있었다.
십팔만사천개의 흰 기와로 뒤덮여 있던 그 웅대하고 장엄하던 삼천 년의 건축이 송두리째 불길에 타오르고 대곤륜산맥의 동맥이요, 십팔만사천백 와마루의 산 역사로써 그 칠대불가사의 중의 하나이던 십만철로가 모조 리 끊겨나가 있었으며 그 끊겨진 자취조차 그나마 거센 불길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고 있었다.
흡사 자신의 살을 태워 억겁 대곤륜산맥을 밝히기라도 할 듯이....
자천릉의 입에서 의혹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누군가? 도대체 어떤 인물이 계획을 세웠기에 이토록 철저하게 십팔만 사천백와마루를 파괴할 수 있었는가." "당신은 잊었소? 낙양 백마사에서 초왕사성의 성주라는 자가 하던 말 을?" 흑나비의 말은 계속되었다. "자신은 그저 당신의 앞길을 막는 것으로 족하고 그것도 되지 않는다면 약간의 시간을 빼앗으면 된다고.
그 말은 곧 십왕의 전쟁 때문에 십왕과 백마를 비롯한 모든 고수들이 빠져나왔을 때 십팔만사천백와마루를 파괴 시킨다는 뜻이 아니겠소?" 흑나비의 냉철한 분석이 이어졌다. "거기에 우리의 앞길을 총정과 연사의 인물들이 막아섰던 것으로 보아 총정과 연사의 합작품일 가능성이 높소." 자천릉이 강하게 부정하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지 않아.
그들은 그렇게 쉽게 십팔만사천백와마루를 파괴시킬 수 없다.
더욱이 십왕들의 전쟁은 아주 오래 전 이미 한 번의 경험이 있지 않은가?" "크ㅋ, 거기에 당신이 무차별하게 십왕과 백마를 죽여 왔으니 그들은 결 정적인 타격을 입은 것이 아니겠소?" 흑나비의 반발을 다시 자천릉이 무뚝뚝한 음성으로 잘랐다. "허나 그대는 한 가지를 잊고 있어.
당금에는 곤오풍우가 있지 않았는 가." 흑나비의 얼굴이 흠칫하였다. "곤오풍우의 힘은 이미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곤오풍우가 이 십팔만사 천백와마루를 지키고 있는 이상 그 어느 누구도 이토록 철저히 불태울 수 는 없는 일이다." "곤오풍우 스스로가 불타기를 바라지 않은 이상은 말이오?" 흑나비가 나직하게 뇌까리다 말고 문득 괴소를 터뜨렸다. "크ㅋ, 그래서 당신은 곤오풍우를 죽이러 가지 않겠다는 것이오? 이곳에 서 하루종일 왜 불타고 있는지를 분석하면서?" "그렇군.
나는 잊고 있었군.
이곳이 불타든 천하가 불타든 나하고 상관이 없는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했군." 불현듯 자천릉의 안색이 원래의 싸늘하고 무심한 표정으로 돌아가고 있 었다. "ㅋ, 헌데 어떻게 하면 좋겠소? 오로지 보이는 것은 불뿐인데 어느 곳에 서 곤오풍우를 찾는단 말이오." 흑나비의 입에서 비꼬는 듯한 음성이 흘러나오는 순간이었다. "카카카! 아우야, 저 불길을 보아라.
우리는 육천마을의 술예벌이라는 무 섭도록 비천한 곳에서 태어나 중원무림인들의 하늘이라는 십팔만사천백 와마루를 불태웠다!" 대곤륜산맥을 떠나 보낼 듯 날카롭고도 커다란 광소가 그들의 귀청을 찢 어 놓을 듯이 울렸다. "이제 이 칠층탑만 없애 버린다면 우리는 천하 모든 무인들의 선망과 존 경, 그리고 명예를 얻을 것이다.
우리들이 그토록 바라던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 아니 최대한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으카 카카!" 광소는 미친 인간의 절규처럼 어찌 보면 한 맺히도록 처절한 아픔을 담 은 채 광란하며 커다랗게 확성되어 오고 있었다.
광소가 터져나오는 방향을 쳐다보던 흑나비의 눈빛이 낮게 빛났다. "ㅋ! 저 발악하는 음성이 들리오?" "들린다.
저 소리는 아마 저자가 지옥에 갈 때 지르는 비명소리와 음폭 이 같을 것이다." 자천릉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너무나도 짙은 살기가 빨간 핏빛으로 어른 거리는 듯한 착각이 느껴졌다.
흑나비가 입을 열었다. "허면, 보이오? 저 난장이 앞에 서 있는 유일하게 불타고 있지 않은 거 대한 칠층의 탑, 아니 산이?" "보인다.
너무도 선명히, 저곳이 바로 곤륜칠층봉소석탑이다.
가자!" 자천릉이 씹어뱉듯 한 마디를 내뱉음과 동시에 그대로 산 아래로 몸을 던졌다.
그 뒤를 흑나비의 신형이 뒤따라 내리꽂히고 있었다.
헌데 지금 광소가 들리고 자천릉과 흑나비가 쏘아내린 곳에는 단 한 개 의 건축만이 불길에 타고 있지 않았다.
바로 사 년 전에 자천릉이 십만철로를 타고 이르러 처음으로 발을 들여 놓았던 곤륜칠층봉소석탑이었다.
하나의 산처럼만 보이는 거대한 곤륜칠층봉소석탑의 앞에는 두 사내가 서 있었다.
지독히도 왜소한 난장이와 지독히도 육중한 거인이었다.
지금 난장이의 조그만 얼굴과 그 위에 음모와 비밀을 감춘 듯 끈끈한 빛 깔로 음산하게 엉켜 있는 두 개의 동공이 환한 미소를 뿌려내고 있었다. "자, 아우야! 어서 이곳마저 불태우고 떠나자." "형, 형님.
그것은 너무 엄청난 죄를 짓는 것이 아닐까요?" 거구의 사내가 왠지 불안한 기색으로 당황하듯 난장이 사내를 쳐다보았 다. "카카, 아우야! 우리는 죄를 짓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죄를 지은 자를 응징하는 것이다! 천하에 보란 듯이!" "하, 하지만 그래도 그 웅장했던 건축들이 죄 불타 없어졌으니 이것 하나 쯤은 놔두는 것이?" 난장이 사내의 얼굴에 얼음을 엷게 드리운 듯 차디찬 살기가 화살 끝처 럼 예리하게 번져 올랐다. "너는 한 가닥의 뿌리에 불과하던 나무가 얼마나 크고 웅장하게 자라는 지를 알고 있느냐?" "...?" "거목을 자를 때는 항상 뿌리를 캐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언젠가 우리 가 자금성에서 뿌리를 캐다가 천의문자를 발견한 것처럼 뿌리는 꼭 뽑아 야만 한다!" 언젠가 북경의 자금성이 지어지던 그날의 안개 속에서 흙을 파다 무엇인 가를 발견하고는 바로 오늘처럼 광소를 터뜨리던 두 사내, 초왕사성의 제 삼인자인 망월적과 그의 동생 망우, 바로 그들이었던 것이다.
그때 허 공에서 싸늘한 음성이 들려왔다.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십팔만사천백와마루의 뿌리는 그렇게 짧지도 약하지도 않다." 고개를 돌리는 망월적과 망우의 시선 속에서 한 혈포인영이 소리없이 지 면에 내려서고 있었다. "카카, 아직도 살아 있는 놈이 있었다니 반갑군." 망월적이 괴소를 터뜨리며 나타난 인물을 보았다.
그는 자천릉이었고 뒤 이어 흑나비가 내려섰다.
망월적의 눈에 살기가 번들거렸다. "카카, 마지막 불꽃놀이에 구경꾼이 없어 심심하더니 좋군.
그대들을 동 반하게 해주지." 스팟! 망월적의 손에서 새까만 독비 하나가 반짝 섬ㅉ한 빛을 뿌림과 동시에 흡사 날름거리는 뱀의 혓바닥처럼 바람소리를 내며 독비가 그대로 자천 릉을 향해 덮쳐가고 있었다. "훗! 역시 철모르는 원숭이새끼로군.
감히 대곤륜산맥의 십팔만사천백와 마루에까지 와서 재주를 넘다니 말이다." 자천릉의 눈에서 섬광이 번쩍인 순간 쏘아들던 망월적의 독비가 놀랍게 도 항거할 수 없는 힘에 의해 왼쪽으로 방향을 바꿈과 동시였다.
꽈직! 하면서 독비를 쥔 망월적의 손목이 그대로 자천릉의 손아귀에 족쇄를 채 운 듯 쥐어졌다. "가거라! 너의 고향 지옥의 동물원으로!" 우드득! "컥!" 망월적의 손목뼈가 으스러지는 기음이 울리면서 그의 손에 들린 독비는 그대로 자신의 미간에 쑤셔박히고 있었다.
망월적의 두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너는...
바로, 만, 만황 자천릉...
결국 네가 여기까지..." 망월적은 천천히 지면으로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이 시대의 난세지난세가 탄생시킨 한 사람의 위대한 신화가 그의 뇌를 번갯불처럼 관통하며 지나간 것이다.
만황 자천릉.
삼천 년 무림의 거인 십팔만사천백와마루는 백마보다도, 또 십왕보다도 우선하는 괴인 만황 자천릉을 낳았다.
오천 년 무림사를 통틀어 이 사람 같은 괴인은 없었다.
이 사람 같은 강 자도 없었다.
십팔만사천백와마루의 백마회의 석상에서 북해빙면을 만들어 그의 요리 솜씨를 천하에 드날렸으며, 미친 듯이 술을 좋아하면서도 사계포도농원 의 수천 년 포도주창고에 저장됐던 술통들을 모조리 박살내 놓았고, 다 도를 즐기는 자에게는 차를, 바둑을 즐기는 자에게는 바둑을, 반드시 상 대를 죽이기 전에 상대의 최고의 취미를 이용해서 살해했다는 잡기의 달 인.
헌데 이 사람이 더욱 유명해진 것은 십팔만사천백와마루에 복수하기 위 해 그곳에 충성하면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싸움을 통해 백마 중의 절반, 십왕 중의 다섯 명을 홀로 살해해 버렸다는 그 믿지 못할 엄청난 사실 때문이었다.
그러나 만황의 신화는 아직도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었으니....
쿵! 망월적의 왜소한 동체가 둔탁하게 바닥에 허물어졌다. "형님!" 이제껏 한 옆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하던 거인 망우의 입에서 영혼을 빼앗 긴 자의 절규와도 같은 처절한 부르짖음이 터졌다. "이, 이놈! 용서하지 않겠다!" 위이잉! 허리에 매고 있던 철뢰가 빠르게 손으로 옮겨지며 그대로 자천릉의 정수 리를 으스러뜨릴 듯 휘둘러지고 있었다.
허나 그때 자천릉이 발 밑에 있던 누군가의 칼날을 가볍게 차올리자 칼 날이 용수철에 퉁겨지기라도 한 듯 지면을 솟구치며 막 위에서 아래로 철퇴를 내리 꽂으려던 망우의 어깨를 그대로 내리쳐 버리는 것이 아닌 가. "크흑!" 망우가 짧은 비명을 터뜨리며 철뢰를 떨어뜨리고 주춤 한 걸음 물러섰 다. "너의 심성이 보기 드물게 착해 목숨은 남겨둔다." 자천릉이 망우를 쳐다보지도 않고 등을 돌리고 있었다.
무방비 상태로 하얗게 비어 있는 자천릉의 등이다.
한 번만, 다시 한 번 만 철퇴로 찍어 버린다면 아무리 만황 아니라 만황의 할아버지라고 해도 결코 무사하지는 못하리라.
허나 망우는 철퇴를 향해 손을 뻗지 못한 채 그대로 수없이 표정을 변화 시키며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할 뿐이었다.
제30장 아버지와 아들 ① 그그그긍! 대지가 진동할 것만 같은 둔중한 굉음이 울리며 곤륜칠층봉소석탑의 문 이 다시금 열리고 있었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곳에 인간의 무한한 힘이 더하여 벌구멍처럼 많은 동굴들이 거미줄처럼 엉켜 있는 이 곳에 자천릉 은 사 년만에 다시금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훗, 이제 대곤륜의 동맥이요, 십팔만사천백와마루의 역사라는 십만전륜 도 무너졌고 또한 그것을 잇는 십만철로도 모조리 끊어졌으니, 태대천각 으로 들어가는 길은 오직 이곳 뿐이다." 내심 감회가 끓어오르는 바가 없지 않았다. "이곳이던가? 쌍월견이 남겨 놓은 순오월지를 열었던 곳이? 그리고 이곳 은 필혜슬이라는 이상한 여자를 만난 곳이지." 그의 발걸음은 마지막 일을 처리하러 가는 사람답지 않게 느긋하기 그지 없었다.
헌데 그때 하나의 단조롭고도 일정한 발걸음 소리가 귀에 파고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자천릉은 입꼬리를 미묘하게 말아올렸다. "누군가 나보다 먼저 이 곳에 들어온 사람이 있다는 말인데, 내가 조금 늦었다는 것이 마음을 걸리게 만드는데?" 자천릉은 소리없이 질주하며 번개처럼 동굴을 꼬부라져 이층으로 올라섰 다.
바로 그 순간에 삼층으로 올라가는 첫 계단을 마악 밟고 있는 자포 사내가 있었다. "훗, 누군가 했더니 주희빈이었군." 주희빈은 다른 한 발을 두 번째 계단에 내려 놓으며 고개를 돌리며 미소 를 지었다. "하하! 자부방주, 조금 늦었군." 허나 웃고 있는 그의 눈에는 은은히 놀라움이 어려 있었으며 이내 그것 을 스스로 지워갔다. "늦게 온 것이 아니라 그대가 조금 빨랐다고 해야 할 것이오.
나는 미련 한 곰처럼 숱한 거목과 잡초들을 제거하였고 그대는 그 사이를 빌어 여 우처럼 빠져나와 먼저 이른 것에 지나지 않을 뿐이오." 주희빈은 무엇이 재미있는지 가가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그대의 말투는 이제 십팔만사천백와마루가 무너졌다고 해서 하 극상을 벌이고자 하는 말투로군." "하극상이라...
그랬다면 미안하지만 지금 이 시각에는 어울리지 않는 구 태의연한 말이라고 생각되지 않소?" "그렇군.
내가 쓰잘데없이 말을 늘어놓았군.
허면 이제 단 한 사람의 궁 둥이에 딱 들어맞게 만들어진 태대각의 자리를 놓고 싸울 텐가?" 자천릉은 어깨를 으쓱하였다. "나는 수천 년 동안이나 마흔 한 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이 마르고 닳 도록 앉아 있었던 그런 고물의자에 앉아 볼 생각은 전혀 없소." 주희빈은 뜻밖인 듯 수려한 눈을 거슴츠레하게 좁혔다.
그 모습은 흡사 여인이 남자를 유혹하는 듯한 극치의 소름마저 주는 모습이었다. "호, 그럼 그대는 본루의 태대각이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단 말인가?" "나의 목적은 처음부터 곤오풍우를 죽이는 것이었으니까, 당연한 것이 아 니겠소?" 주희빈은 자못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 그래.
이제야 기억나는군.
언젠가 그대의 뒷조사를 해보니 나 타나더군.
그대가 천세관부의 제일고수라는 그 신비인의 아들이었다는 것이." "후후, 제법이오.
그대가 밤고양이처럼 나의 뒷조사를 할 때 나는 우연히 그대의 정체를 알 수 있었지.
알고 보니 그대는 황실의 황자였더군.
헌데 왜 그토록 십팔만사천백와마루의 태대각 자리를 향해 야심을 태우고 있 는 것이오? 황궁에서 만든 황자의 자리는 그대의 궁둥이에 맞지 않게 만 들어졌나?" 주희빈은 자천릉의 말이 무척이나 재미있다는 듯이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자부방주, 큰 착각을 하고 있군.
나는 분명히 만화무대의 대주 인 만화예사 사희빈에 지나지 않을 뿐일세." "그런가? 그러면 그분이 비어를 전해 준 것이로군.
그렇다면 그대를 죽 이는데 조금도 망설일 필요가 없지.
나의 외사촌에는 사씨가 없고 십팔 만사천백와마루의 십왕 중에는 더더구나 없으니까." 다시금 주희빈의 눈매에 놀라움이 빠르게 스쳐갔다. "외사촌? 그대가." 확실히 그에게는 한 번도 받지 못했던 놀라움이 아닐 수 없었다.
허나 그것도 순식간에 지워지며 다시금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자부방주, 너무 오랜 싸움에 지쳤는가? 자자 이제 쓰잘데없는 소리들은 지껄일 필요 없으니까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지 않겠는 가?" "그런가? 그러니까 그대 말대로 대명의 황제께서 많이 지치셨다는 말이 되는군." "아버님께서!" 주희빈은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라는 말을 내뱉었다.
순간 자천릉은 자신 의 화술에 말려 들어온 주희빈의 모습에 입 가를 말아올렸다. "후후, 당금 황제가 그대의 아버님이 확실한 모양이군.
그렇다면 나에게 는 외사촌일 확률도 없지않아 있겠군." 주희빈의 눈가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자천릉이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 황제께서도 무척이나 불쌍하신 분이군.
황자이기를 거부하 는 불효자를 아들로 두었기 때문에 나어린 일개백성인 나에게 포권까지 하시며 부탁한다고 말하지 않으면 안되었으니까." 일순 주희빈의 얼굴이 망연자실해졌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처럼 충 격적인 말을 들어보지 못한 표정이 있다면 바로 그러하리라. '그, 그분이 왜? 다섯 살 때 단 한 번 안아주고 말았던 그 분이 왜? 이제 는 제황이 되신 분인데 왜 그런 부탁을 하셨단 말인가?' 의혹이 그의 심중에서 회오리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의혹보다 더 깊은 망연자실함에 빠져 들어간 주희빈이었다.
돌연 주희빈이 자천릉을 돌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천릉, 그대가 나의 외사촌이 된다고 말했던가?" "훗, 확인된 바는 없지만 그럴 확률은 있다고 말했소." "그렇다면 형제끼리니 나의 아픔을 한 번쯤 호소할 수 있겠군.
더욱이 그대는 나보다 그릇이 크니.
하하하, 쑥스러운 말이기는 하지만 나의 자 그마한 아픔을 감싸 줄 수 있을 것이 아닌가?" "훗! 형님을 아우가 말이오?" 자천릉은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주희빈은 담담한 얼굴로 장포 소매를 걷어붙여 자천릉의 앞으로 내밀었 다.
자천릉의 미간이 미미하게 찌푸려졌다. "이 자국은?" "후후, 황실에서 살아남고자...
그리고 죽음의 감시에서 벗어나고자 여장 까지 해 가면서...
가슴 속에서 사나이의 불같은 야망이 솟구칠 때마다...
어쩔 수 없는 숙명이란 올가미를 생각했기에 그때마다 억지로나마 인내 를 발휘하고자 취했던 바늘자국일세." 피부가 참혹하게 일그러지리만큼 빽빽하게 난 바늘자국은 바로 인간이 욕망이란 것을 스스로 누르기에는 얼마나 많은 고통이 따르는지를 말해 주는 것이리라.
헌데 그 순간 자천릉은 입가에 오히려 조소를 띄는 것이 아닌가? "후후, 고통이 그대의 아버지보다는 심하지 않았던 모양이군.
바늘자국이 머리카락수 보다 적으니." 주희빈의 얼굴이 흠칫 굳어졌다.
자천릉은 그런 주희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대의 아버지는 이제 겨우 오순을 넘긴 것 같던데, 그 고귀한 신분으로 도 검은 머리라고는 단 한 올도 없더군.
모조리 설백같은 백발이었어.
이 제 나이 오순에." "아버님께서 백발이라고? 분명 십 삼 년 전까지만 해도 그토록 윤이 나 던 검은 머리칼이셨는데!" 주희빈은 망연하게 중얼거리며 멍청히 서 있었다.
문득 그는 한차례 전 율을 일으키더니 천천히 돌아서기 시작했다. "내 비록 황실, 그 자체를 저주해 왔지만 아버님을 결코 단 한 번도 원망 해 본 적은 없었다.
그것은 미우나 고우나 나를 낳아주신 분이었기에, 해 서 나는 돌아가겠다.
아버님이 계신 자금성으로 돌아가겠다." "그래야만 될 것이오.
이 아우를 떳떳하게 보려면 당연한 것이 아니겠 소?" 그 말은 자천릉 그가 스스로 형제임을 선언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주희 빈의 몸이 다시 빙글 돌아섰다. "릉아우!" "후훗! 무어 그리 감격할 것은 없소.
그러나 당신이 나의 외사촌이기 전 에 당신은 십왕의 하나요.
또한 아버님이 곤오풍우의 손에 타계하실 때 당신은 백마의 일원이었소.
그렇기에 나는 당신을 그저 보낼 수는 없소." 문득 자천릉의 목에 걸었던 금사슬이 허공에 튀어올랐다가 그의 손에 휘 감겼다.
소소미미술예환이었다.
인간의 집요한 노력과 위대한 창조력이 하나로 융합되어 만들어진 금세의 가장 불가사의한 악기의 하나였다.
신의 음악이 창랑하게 울려나오되 오직 만황만이 그 진정한 음의 가치를 알 수 있는 신비의 소소미미술예환이 드러난 것이다.
주희빈은 소소미미술예환을 보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대단하군.
대단해! 하하, 자네는 한림사가 가운데 하나인 소소가의 소소 류까지 잇고 있었군.
이 우형은 물의 가문인 수류전을 잇고 있네.
이제 우열을 가릴 때가 왔군." 주희빈이 마지막 말을 내뱉었을 때 자천릉의 손이 번뜩 허공을 휘저었 다.
순간 소소미미술예환이 자천릉의 손에서 떠나며 수십 줄기의 금사광 선을 만들어냈고 그것은 그대로 주희빈을 향해 섬광처럼 쏘아나갔다.
주희빈은 상대의 너무도 빠른 공세에 미처 응수를 하지도 못한 채 멍하 니 그 금사광선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휘황한 소소미미술예환만을 응시 할 뿐이었다.
타타탕! 심신이 환몽 중에 빨려 들어갈 듯한 아름답고 청아한 소리가 울리는가 싶자 소소미미술예환은 방향을 홱 꺾으며 주희빈의 등뒤에 있는 벽을 때 렸다.
꽝! 엄청난 굉음이 터지며 벽이 한꺼번에 무너져 버렸다.
주희빈의 몸이 그 파괴되는 엄청난 힘의 반탄력에 허공으로 튀어오르며 이층 아래로 떨어져 나갔다.
헌데 자천릉의 시선은 그런 주희빈의 몸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아니고 여전히 무너져 내린 벽을 응시하며 싸늘하게 입꼬리를 말아올리는 것이 아닌가? "꽃바람! 너무 오랫동안 숨어 있었다고 생각되지 않느냐?" 자천릉의 음성이 끝남과 동시에 어디서 날아 온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송이의 매화가 무너지는 동굴벽사이로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
헌데 그 매화는 기이하게도 한순간 방향을 바꾸어 오히려 위로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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