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이름을 입에 올렸을 때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응, 석방이 됐지." 조지는 그 말밖에는 하지 않았다. 도미니크는 아버지가 그녀를 위하여 얼마나 애썼는가를 잘 알고 있었기에 새삼스럽게 조지가 거기에 관해 말한다고 해서 그에게 영광이 더할 일도 아니었다. "이제 넌 여한이 없겠구나. 계획대로 일이 풀렸으니까. 머리는 괜찮니?" "목언저리가 좀 쑤시지만, 대수롭지는 않아요. 그런데 해밀턴은 뭘로 저를 때린 건 가요?" "그게 보통 물건이 아니더라. 권총 탄환을 가득 채운 튜브 모양의 방망이지. 테드 단(불량 소년이라는 뜻) 애들이 사용하는 거." "그래요!" 도미니크가 아연실색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해밀턴은 그런 걸 어떻게 손에 넣었대요?" "짐작이 안 가지? 그녀가 관여하고 있는 무위탁소년협회의 한 아이가 갖고 있었던 거란다. 몇 주일 전에 그녀는 그 소년에게서 그걸 빼앗고서, 그런 흉기를 갖고 다니면 안된다고 설교를 했다더구나. 그런데 너는 어떻게 해서 그 여자를 범인으로 지목하게 됐지?" "솔직하게 말해, 그건 진의 덕택이었어요. 저는 먼저 이 사건을 둘러싼 사람들이 모두 아마이저 씨와 잘 알고 있는 사람들뿐이라는 것을 발판으로 해서, 왜 그중의 하나가 그날 밤 갑자기 그를 원수처럼 원망하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죠. 그리고 이 살인사건의 진정한 동기는 그날 밤에 일어난 어떤 일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 그리고 그것은 그 문제의 사람에게는 모든 것을 뿌리 채 뒤엎는 거나 다를 바 없는 일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다음에 키티가 전화한 것이 밝혀진 뒤에, 그녀가 전화를 건 상대가 그 사람일 거라는 가정과 더불어, 그 갑작스러운 살인동기는 아마도 그 전화의 내용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거기에서 머리를 짜낸 것이 셸레이 씨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레슬리와 진을 만나 그걸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진은 그런 건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 그녀의 주장은, 그러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키티는 남자에게 매달리지 않고 여자에게 하소연을 할 가능성이 절대적이라는 거예요. 아무리 노인이라도 이성에게는 못할 말이 있으니까요. 사실 키티는 그날 밤 욕심꾸러기 아마이저에게 청혼을 -- 아니, 타산적인 거래를 강요받은 것 외에 일종의 성폭행까지 받은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더더욱 어이없는 일은 -- " 그는 베개 위에서 머리를 돌려 벽을 바라보았다. 지금에 와서도 도미니크는 그것을 입 밖에 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변함없이 레슬리를 사랑하고 있었으므로, 바로 그의 아버지에게서 무리한 청혼이나 강요된 키스를 받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이었으리라는 이야기를. "아무튼 그런 상황에 놓여 누군가의 도움을 청한다면 키티는 여성 중 아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을 것이라는 것이 진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럴듯하군." 조지는 그날 밤 밴디 역시 비슷한 말로 그의 수사방향을 재고하라고 하고는, 도미니크의 그것보다 완만하고 전통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마찬가지로 같은 혐의자를 찾아보게 했던 것을 머리에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너는 키티보다 나이가 많고 그녀를 잘 알고 있으며, 더구나 그 사건이 있었던 밤 함께 있었던 여성이 누구일까 하고 생각해 본 거로구나." "그래요. 그리고 키티가 그녀에게 전화로 한 이야기 중에서 불현듯 아마이저 씨를 죽이고 싶어질 이야기가 있었다면, 과연 그것이 어떤 내용일까를 생각해 보았어요. 그리고 곧 짐작이 갔습니다." 그것은 그의 나이 또래의 청소년들이 일부러 탐구해야 할 정도로 필요한 지식은 아니지만, 그걸 모르는 소년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들은 자기들이 경멸하는 가십에조차도 왕성한 지식욕을 보여 주고 있었다. "하지만 저는 키티가 아마이저와 해밀턴 양과의 관계에 관해서 떠도는 소문조차 모르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해요. 그녀는 그런 종류의 일과는 전혀 거리가 먼 여성이니까요. 그런 걸 그녀에게 이야기한다고 해도 한쪽 귀에서 다른쪽 귀로 빠져 나갈 겁니다. 아나, 그녀는 흥미가 없는 이야기는 귀에 담으려 하지도 않습니다." 조지는 도미니크의 뒤를 따라 키티의 마음 깊은 곳에 감춰진 비경을 탐색할 생각은 없었다. 거기에 그들이 머무를 땅이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 우리가 그 장갑을 찾아내지 못한 것을 계기로, 너는 한바탕 연극을 꾸며 그걸 발견한 것처럼 설쳤다 이거로구나. 그건 어떤 생각에서지?" 도미니크는 마음의 짐을 더는 듯한 홀가분한 심정에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지금 이 정들고 안락한 장소에서 그때의 공포를 그대로 되살릴 수는 없었지만, 그런데도 가끔은 몸서리가 처졌다. "저는 셸레이 씨가 회사에서 나가는 것을 지켜보고 나서 그곳에 들어가 그분을 만나고 싶다고 수위를 못살게 굴다가, 자연스럽게 해밀턴 양을 붙잡고 이번 사건에 관해서 셸레이 씨와 상의할 일이 있다고 속을 떠보았어요. 그녀가 그 미끼에 달려들어 어떤 이야기인지 자기에게 하라고 말했을 때, 저는 비로소 그녀가 범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추리가 틀림없을 것 같다는 확신이 섰습니다. 그래서 저는 장갑을 발견했다는 것, 그것이 여자의 장갑인데 키티의 것이 틀림없어, 그걸 몰래 처분하고 싶다는 말을 한 겁니다. 그러자 그녀는 그런 짐을 덜어 주겠으니 장갑을 자기에게 넘겨 달라고 하더군요. 그걸 태워 없애겠다는 속마음이 엿보일 정도로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혐의가 한결 짙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일에 연관되는 것을 꺼려 할 텐데 -- 더구나 처음 만나는 상대에게 그런 것을 맡겠다고 나설 사람은 없을 겁니다. 여간한 관심사가 아니면 말이지요. 그녀는 제가 그것을 어디에서 발견했는지, 어떤 장갑인지 하는 것을 물었습니다. 그녀는 어느 정도 위험이 가까이까지 밀려왔는지를 알고 싶었던 거지요. 하지만 제가 천연덕스럽게 연극을 꾸며 울고짜고 하는 바람에 아무것도 알아낼 수가 없었어요. 제 이야기가 진짠지 가짠지조차도 캐볼 수가 없었던 거예요. 어쨌든 해밀턴 양은 내가 그녀에게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비록 1,000분의 1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무시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그 장갑을 자기에게 맡기자고 저를 구슬렀지요. 만일 거기에서 곧바로 그렇게 했다면 저는 그녀에게 어떤 위험을 당했을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그때 그녀는 제가 그 장갑과 마찬가지로 치명적인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둘 다 없애버릴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테니까요. 그도 그럴 것이, 제가 너무나 순진하게 연기했기 때문에 이 애송이의 입을 영원히 봉하지 않고는 언제고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할 것으로 생각한 거지요. 마침 회사 안에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그 자리에서 저를 해치워 차로 먼 곳으로 싣고 가 버리는 건 쉬운 일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반 친구들 중에 남의 소지품을 뒤지는 고약한 녀석들이 있어 갖고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날 밤의 피아노 레슨 때문에 다시 시내에 나오게 되니 그때 갖고 오겠다고 둘러댔습니다. 그녀는 두말없이 거기에 달라붙더군요. 아무도 모르게 만나는 거라면 그때 저를 없애버려도 자신에게 혐의가 걸릴 걱정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그녀는 클럽의 모임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 골목 입구에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에게도 이야기해서는 안된다고 못을 박고 말입니다. 그러저러해서 저는 흔들지 못할 확신을 가질 수가 있었습니다. 그녀가 아마이저를 살해했을 때 피묻은 장갑을 현장 부근 어디엔가 숨긴 것이 확실해진 거죠. 그렇지 않고는 그런 음모를 꾸밀 이유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왜 너는 그때 그런 사실을 아버지에게 알리지 않은 거지?" 조지는 조용히 물었다. "왜 혼자서 그런 위험을 무릅써야 했느냐 말이다. 나를 믿을 수 없었니?" 하지만 아들에 대한 그런 비난은 당위성이 부족했다. 조지는 급히 말을 돌렸다. "아냐, 알 만하다! 그런 것으로는 증거가 되지 않기에, 너는 확실한 증거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스스로를 희생양으로 바쳐 가며 증거를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저는 이미 뒤로 물러설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제가 아버지에게 그런 말을 한다면, 아버지는 그만두라고 호령하실 테니까요. 제가 나름대로 해낼 수 있는 일이지만, 아버지는 제게 그 일을 시킬 수 없다는 건 뻔하거든요. 저만 탓하실 게 아니잖아요." "아니, 아버지는 너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나무라는 거다. 너에게 좀더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아버지가 되었어야 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거기에도 잘못이 있었다. 자기비하는 도미니크 나이 또래의 소년에게는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니까. "뭐 그런 건 신경쓰지 말도록 하자." 조지는 부드럽게 다독거렸다. "너는 대단한 각오로 한 일이었겠지 -- 이제 와서 왈가왈부해 봤자 소용없는 일이고. 그런데 그 문제의 장갑이 어떤 종류라는 걸 어떻게 알았지? 그 점이 어려웠을 텐데. 만일 엉뚱한 장갑이었다면 한눈에 네가 연극을 꾸미고 있다는 것이 들통이 났을걸." "하긴 그녀는 제가 자기에게 의심을 품고서 자기를 덫으로 몰아넣으려 한다고 눈치챘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모처럼 만들어진 그 기회에 처치해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도 하지요. 그러니까 그 점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능한 한 신중히 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회사에서 나올 때 저는 그녀가 장갑을 끼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차가 떠날 때까지 유심히 지켜보니 그녀는 대시보드에서 검은 장갑을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그 장갑은 가죽으로 된 새 것인데, 손가락 관절 부분에 아직 주름도 생기지 않은 것이었어요. 그래서 그녀가 버린 장갑과 같은 것을 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급히 상점에 들러 비슷한 것을 산 거지요. 그걸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비틀어 구기기도 하고 흙에 문지르기도 해서 헌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애를 썼고, 그것을 포장할 때 한쪽 모서리로 조금 보일 수 있도록 해놓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뒤의 일은 아버지가 알고 있는 그대로고요." 도미니크는 천장을 마주보고 숨을 몰아쉬었다. "그런데 레슬리에게 보낸 편지가 뜻밖의 사정으로 그렇게 늦게 전해질 줄은 몰랐어요. 그럴 줄 알았다면 8시 반이 아니라 8시로 해두는 건데." "그랬군. 그때 나는 마침 그녀의 집 부근 차고를 조사하고 있었단다. 본서에서 연락을 받았을 때는 이미 9시가 넘어서였지. 그 길로 네가 알려 준 골목 모퉁이로 달려갔었지만, 그때는 네 모습이나 라일리의 모습도 보이지 않더라. 레슬리가 움직여 주지 않았더라면 -- " 그는 도미니크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자기를 위해서도 말끝을 흐렸다. "그런데, 아버지, 가령 그녀가 끝끝내 자백을 거부했을 경우 어떻게 되었을까요? 진짜 장갑 없이도 유죄를 증명할 수 있었을까요?" "아, 그 점은 문제없다. 그녀의 차에서 핏자국이 많이 검출되었으니까. 운전석 여러 군데에서 피묻은 흔적이 발견되었거든. 씻기야 잘 씻어냈겠지. 하지만 흔히 있는 실수로 더운 물을 썼더구나. 하기야 아무리 공을 들여도 섬유에서 완전히 피를 우려낼 수는 없지. 그녀가 그날 밤 입었던 스커트의 지퍼나 앞자락의 장식 단추, 그밖의 금속이 그녀의 아파트 벽난로 잿속에서 발견되었는데, 그건 그녀가 범행시의 피묻은 옷을 태웠다는 이야기가 되지. 더구나 그녀는 재킷에는 피가 튀지 않은 것으로 알고 교회의 자선 바자에 내놓았었는데, 거기에서도 미세한 핏방울이 발견되었고 -- 하여간 그녀의 스커트에는 태워 버리지 않으면 안될 만큼 많은 피가 묻어 있었던 거다. 그것이 키티의 드레스에 스쳤을 때 키티의 옷에 옮겨 묻었겠지." 도미니크는 손가락 끝으로 만지작거리던 시트 자락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물었다. "오늘 그녀 만나셨어요?" "그녀라니? 루스 해밀턴?" "아니, 키티 말입니다." 도미니크는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석방될 때 거기 계셨어요?" "물론이지." "무슨 말 없던가요? 그리고 어떤 모습이었죠?" "약간은 어리벙벙한 얼굴이더구나." 조지는 다시 자유의 몸이 되었다는데도, 그 자유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멍한 얼굴을 하던 그녀의 오랑캐꽃 빛깔의 눈을 머리에 떠올렸다. "2~3일 지나면 옛날의 그녀로 돌아가겠지. 사건의 진상을 들었을 때는 쇼크가 큰 것 같더라만, 석방절차가 끝났을 때는 기운을 차리더구나. 그 길로 시내에 가서 머리도 고치고 새 옷도 사야겠다고 하더라." 도미니크는 얼굴을 돌린 채 말이 없었다. 시트 자락을 매만지던 손길이 움직임을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말이다. 만일 네 상태가 손님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되었다면, 오늘 저녁 방문해서 너를 만나보고 싶다더구나." 도미니크가 덮은 것을 걷어차다시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눈이 금빛으로 타올랐다. "예? 정말요?" 그는 그 굉장한 말 한마디에 달려들어 혼신의 힘으로 끌어안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경계심이 그걸 가로막았다. "하지만 아직 안정이 필요하다고 거절해야 되는 것 아니었나요?" 하고 의심스러운 말투로 중얼거렸다. "천만에. 너는 머리에 혹이 생겼을 뿐, 아무렇지도 않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니 새삼스럽게 안정이니 뭐니 한다 해서 그녀가 곧이들을 것 같지가 않구나." 조지가 피식 웃었다. "여하튼 키티는 8시경에 오겠다고 하더라. 네가 그 참담한 모습을 매만지려면 15분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어." 도미니크는 침대에서 반은 기어나와 큰소리로 밴디를 불렀다. 조지는 그를 원래의 자리로 끌어들이고, 새로 산 진 녹색 실크 가운을 가지고 왔다. 그것은 지난번 생일 선물이었는데, 너무나 고급품이어서 특별한 경우에나 입게 하려고 아껴둔 것이었다. "자리에 가만히 있어야 한다. 모처럼 병문안 오는 거니까. 하지만 그 새둥지 같은 머리는 안되겠는걸." 그는 거울을 가져다가 침대맡에 세우고 빗을 손에 쥐어주고는 흥분한 도미니크를 남겨둔 채 방을 나갔다. 아버지가 막 문을 닫으려 했을 때, 도미니크가 소리질렀다. "잠깐만요!" 조지가 뒤돌아보자, "제가 뭘 어떻게 했는지, 누가 그녀에게 이야기를 했군요. 그렇지 않고는 그녀가 알리가 없는데 -- 일부러 찾아오다니 -- " 하고 말했다. "글쎄다. 경찰에 있는 누가 입을 놀렸는지도 모르지. 그게 누굴까?" 조지는 계단 중턱에서 밴디와 마주쳤다. 그녀는 자기 병아리의 흥분된 울음소리에 응답하기 위해 급히 계단을 올라오는 길이었다. 조지는 갑자기 양팔을 벌려 감사와 안도의 충동이 시키는 대로 그녀를 안아 올려 허공에서 키스를 하고는, 한 계단 위에 내려놓았다. 그녀는 다시 한 번 따사로운 키스를 남편에게 되돌려주고는 나는 듯이 계단을 올라갔다. 그녀는 남편과 아들, 어느 쪽이 더 소중한지 스스로도 분간이 가지 않았지만, 둘 다 치명상을 입지 않고 일이 끝난 것은 확실한 것 같았다. 한편, 조지의 마음은 생각했던 것보다 밝았다. 그는 지금까지 도미니크에 대해서 지나치게 자존심과 흥미를 가진 탓으로, 자기 스스로를 질투의 가시로 찌른 결과를 초래하고 만 것이다. 도미니크가 자기의 외모에 관해서 품고 있는 서툰, 그러면서도 열렬한 관심을 밴디는 조지보다 한결 존중했다. 그녀는 그것을 웃지 않고, 도미니크 자신과 마찬가지로 열의를 갖고 바라보았다. 하기야 그 결과로서 도미니크가 7살쯤은 더 나이를 먹은 감을 풍기는 것이 탐탁지는 않았지만......그녀는 남편의 페이즐리 무늬 스카프를 멋진 모양으로 아들의 목에 매주었다. 도미니크는 감격에 젖어, 어머니의 관심이 바람직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한 멋적게 보채지 않고, 앓고 일어난 아이처럼 다소곳이 얼굴을 솝으로 닦게 하기도 하고, 머리에 빗질을 하게 했다. "그 여자를 너무 흥분시키면 안돼요." 밴디는 익숙한 솜씨로 빗질을 하면서 말했다. "그 아가씨는 차마 겪지 못할 일을 막 겪고 나오는 판이니 사소한 일로 이성을 잃을지도 모르거든. 그러니 침착하고 곰살맞게 굴어야 한다." 그녀는 그 대답으로서, 긴장에 의한 그의 굳은 몸이 풀리고, 깊고 고른 호흡이 다리 끝까지 스며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키티는 약속된 시간에 찾아왔다. 도미니크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보다 상당히 수척해지고 안색도 좋지 않았으나, 그녀의 독특한 그 우수어린 작은 미소는 마치 오랫동안 잊었다가 다시 발견한 것처럼 일종의 경탄의 표정을 곁들여 조용히 감돌고 있었다. 새 옷은 벌꿀색과 호박색 중간쯤 되는 색상의 거친 실크로 만든 것이었고, 아름다운 머리의 가벼운 움직임은 새로운 헤어 스타일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사람이 손질한 것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주위에 흐르는 향기는 그에게도 옮겨 밸 만큼 진했다. 그녀는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아, 거의 눈으로는 식별이 가지 않을 만큼 얇은 나일론 스타킹을 신은 발을 가지런히 하고서 갸름한 구두코를 잠시 내려다보다가 도미니크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한 순간 부끄러움 같은 것이 붉은 거품처럼 두 사람을 감싸고, 그들은 침묵을 깨는 것이 겁나는 듯이 잠시 숨을 죽였다. 이윽고 그녀는 코 언저리에 잔주름을 잡으며 그에게 미소를 띠었다. 그걸로 된 것이다. 막은 아직 오르지 않았고, 그 미소는 진짜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될 때가 올 것이 틀림없다. 비록 그에 대한 미소가 아니더라도, 그의 선물에 대한 미소가 말이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네." 키티가 입을 열었다. "우연이라는 것을 깊이 생각해 봤어요. 만일 그때 내가 공교롭게도 1 파인트어치의 피를 헌혈하러 가지 않았다면 우리는 만나지도 않았겠고, 그럼 나는 지금쯤 지옥의 문턱을 서성거리고 있을 게 아니에요?" "아닙니다. 나 같은 사람이 없었더라도 경찰이 해결해 주었겠지요." 도미니크가 점잔을 뺐다. "알고 보니 아버지도 같은 범인을 쫓고 있었더군요. 그런 줄도 모르고 범인을 정확히 점찍은 것이 나뿐인 줄 알았죠. 나라는 녀석은 그런 인간이거든요-- 자만심이 강한." 조지가, 또는 밴디가 그가 지금 한 말을 들었으면 어떻게 생각할까? 키티에 대한 아첨에 가까운 마음이 그를 하인처럼 허리를 굽히게 하고, 그 자신은 결코 만족시킬 수 없을 고백을 하게 하고, 보다 더 적절히 행동하지 못한 일 때문에 용서를 빌고, 동시에 또한 그녀가 그런 그보다도 한결 멋진 그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내심 기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소리 해도 소용없어요. 난 다 알고 있으니까." 키티가 힘주어 말했다."몸은 좀 어때요? 아직 아파요?" "이젠 아무렇지도 않지만, 아버지나 엄마가 내일까지는 일어나면 안된다고 억지로......그런데 당신은?" "고마워요. 난 아무렇지도 않아요. 감옥에서 10파운드는 살이 빠졌지만." 그녀의 미소가 차차 자연스러운 빛을 더해 갔다. 그녀는 상체를 돌려 닭털 이불자락을 다독거리며 말했다. "실은 계획한 것이 있어요.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는 않았지만. 돈 얘기 말이에요. 지금도 난 그런 유산은 조금도 탐나지 않아요. 그래서 거절을 할 생각인데, 그전에 내가 포기하면 그 재산이 레슬리에게로 간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요. 그렇게 될 수 없다면, 일단 내가 받았다가 레슬리와 진에게 넘겨주는 방도를 찾아봐야겠고......하여튼 어떤 방법을 쓰든 나는 그 돈을 그들에게 쥐어줄 생각이에요. 내일 셸레이 씨를 만나, 그런 문제의 법률적인 것을 상의드릴 참이에요." "레슬리는 달가워하지 않을지도 모르잖아요?" 도미니크는 엉거주춤한 표정으로 말했다. 레슬리에 대해 아는 게 적은 그가 그녀에게 그런 의견을 말한 것이 약간 주제넘은 일 같아서였다. "그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받아줄 거예요. 왜냐하면, 나를 불행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그 말은 '지금보다 더 불행하게'라는 뜻으로까지 들렸다. 처음으로 사랑을 안 외곬 소년의 영혼은, 자신도 남몰래 마음을 앓고 있다는 것을 머리에 떠올리는 것이 괴로웠다. "진 역시 같은 이유에서 레슬리를 설득할 거예요......그리고 나서 난 멀리 갈까 해요. 만일 이번 사건에 증인으로서 재판에 참석해야 한다면 그때까지 이 도시에 머물러 있어야겠지만, 끝나면 곧 떠날 생각이에요. 더 이상은 이곳에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그녀는 얼굴을 들어 큰 오랑캐꽃 빛깔의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도미니크는 고독의 단단한 깍지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두고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 그녀에 대한 막중한 책임이 그의 양 어깨에 무겁게 찍어누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를 멀리 쫓아보내려 하고 있는 것은 그 자신을 빼고 누가 있단 말인가 ? 심장이 가슴속에 자리잡고 있을 수 없을 만큼 부풀어 오른 것을 느끼며 도미니크가 말했다. "네, 그 기분 이해가 갑니다. 그것이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내가 감옥에 들어갔다든가, 세상 사람들을 대하기가 겁이 난다든가 하는 이유에서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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