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소설]숙의 추억 - 4편 (4/5)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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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소설]숙의 추억 - 4편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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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숙의 추억 #2◀ 첫경험, 하혈, 그리고 M.T. ③ 숙은 처음에 란의 눈초리가 수상하지 않았다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 나 여자의 직감으로, 그녀는 그 남자의 뒷모습을 보고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신입생 환영회 날의 술집 화장실, 그리고 택시 안에서 란 그녀와 서있던...
바로 그 남학생이었다.
사실이었다.
일전 까페에서 란의 고맙다는 인사, 그것이 뜻한 의미, 바로 저 사 람인 것이다.
같은 과의 두 남자와 동시에 염문을 뿌리는 여자, 란! -뭐야, 안 마실거니? 순간 석의 말에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아, 아뇨...
주, 주세요! 건네받은 캔맥주를 마시는둥 마는둥, 숙의 머리 속에선 이 복잡한 여행의 의미를 파악하느라 분주해지고 있었다.
석이를 속이고 있는 란, 란을 속이고 있는 석, 그리고 그 둘의 비밀을 가지고 시치미를 떼야만 하는 숙...
모든 상황이 지금 한 열차를 타고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뒷모습의 사내가 지나각지 얼마 후에 란이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나 잠깐 화장실! 맥주 마시니까 금방 마렵네...? 그러나 숙은 알고 있었다.
이 열차의 화장실은 그 사내가 사라진 쪽, 그리고 란 이 쫓아간 쪽과 반대편에 있었다.
물론 한칸 건너의 화장실이 있을 수도 있지만, 단순한 볼일을 위해 반대편 다른 칸으로 가야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숙은 재삼 확인할 수 있었다.
화장실에 다녀오기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란은 돌아오고 있었고, 또 얼마 뒤, 그 남학생 - 차마 얼굴을 쳐다볼 엄두는 내 지 못했다 - 역시 란이 온 방향에서 돌아와 뒤편의 자기 일행에 합류하고 있었 다.
주변 사람들은 다시금 어울리고 있었다.
심지어 낯빛을 속인 석과 란도 포함하여 모두는, 물론 그녀의 이 혼잡한 기분을 알지 못했다.
오히려 더 어색함을 떨치기 위함인지, 석과 란은 서로의 친밀함까지 과시하고 있었다.
란, 란이 언니.
저 언 니와 그 남자는 도대체 무슨 관계일까? 그리고 저 석이 선배는? 그런 꼬리를 무는 의문 속에서, 숙은 겉으로는 사람들과 어울렸지만, 마음 속이 무거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런 기분은 그날 저녁 목적지에 도착한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었다.
서해안의 한 해수욕장에 도착한 일행은, 바닷가에 연한 제법 큰 민박집에 여장을 풀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민박집은 그들을 위해 꽤 널찍한 방 여러 개를 마련해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방들 중 한방에 가방과 짐 따위를 몰아놓고, 그들은 곧 조를 짠다 식사를 준비한다 법석을 떨기 시작했다.
한편, 여학생들이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남학생들은 밖으로 나가 무언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식사시간과 자유시간이 끝나자, 숙과 엠티 일행은 우르르 해변으로 몰려 나갔다.
듣기로는 아까 남학생들이 캠프 파이어를 준비했다는 모양이었다.
이미 초저녁은 훌쩍 지나있었고, 아직 비수기인 해수욕장의 민박촌은 퍽 한산했다.
곧이어 미리 준비해둔 모닥불이 지펴지자, 어두워진 모래사장의 군데군데에서 사람들이 모여 들고 있었다.
기타가 등장하고, 자기소개, 노래자랑, 그리고 으레 끼워지기 마련인 술까지 마 련되자 - 그제서야 모래 위에 쪼그려 앉은 숙은 자기가 여행을 떠나온 기분을 약 간이나마 되찾을 수 있었다.
이 자유감, 얼마만에 느끼는 것인가.
그녀는 조금씩 젖어드는 이 기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막걸리니 소주니 술이 한순배씩 돌며 지펴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볼 때까지는. -저...
숙아.
등뒤로 다가온 누군가가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문득 돌아본 숙의 뒤에 캠프 파 이어 불빛에 불그레해진 석이 허리를 굽히고 서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입에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했다. -나좀 잠깐 보자.
뭐지? 숙은 망설여졌다.
뭔가 반갑지 않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했다.
지난 주에 옷까지 찢겨지며 봉변을 당했던 그녀 아닌가. -저...
왜요...? 사람들 다 모여 있는데... -어...
잠깐 얘기 좀 하려구...
얘기? 그녀는 흠칫 놀랐다.
사람들이 모인 장소를 피해서 얘기를 하자니? -괜찮아.
다른 사람들 많으니까...
잠시 빠져도 돼.
석은 그녀의 대답도 듣지 않고, 앞장 서서 해변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자는 건지, 숙으로서도 잠자코 그의 뒤를 쫓을 수 밖에 없었다.
해변가엔 커다란 바위 하나가 있었다.
석은 그 뒤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 쪽이라 면, 모닥불을 피운 일행에게서 멀리 떨어져 보이지 않는 위치였다.
왠지 겁이 나 는 숙이었지만, 뭔가 짐작되는 것이 있기에, 그녀는 다가갔다.
바위는 해변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주한 파도소리가 코앞에서 들려오고 있 었다.
이것이 데이트라면, 꽤 분위기를 낼만한 으슥한 장소였다. -앉아라...! 석은 그 앞 바위턱에 주저앉아 있었다.
잔뜩 긴장한 숙이 주저하며 그의 옆에 자 리를 잡자, 그는 잠바 주머니에서 주섬거리며 뭔가를 끄집어냈다.
소주병과 안주 거리였다. -마실래? 매너 없게 그는 병째로 그녀에게 소주를 건네고 있었다.
그리고는 자기가 먼저 다른 병을 이빨로 뜯고는 마치 맥주를 마시듯 벌컥벌컥 들이켰다. -크으...
왠지 술이라도 없으면 쑥스러울 것 같아서 말야...
쑥스럽다고? 숙은 석의 말에 내심 긴장하고 있었다. -선배님, 저...
무슨 말을 하시려고... -으응...
그게...
석 역시 나름대로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는 다시 한번 병나발을 불고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야, 선배님이라고 하지 마라.
그냥...
오빠라고 불러...! 숙은 어색했다.
집에서도 친오빠가 없는 그녀 아닌가.
그런데 오빠라고 부르라 니...
란이 언니도 형이라고 부르는데... -사실은...
이것 때문에...
그는 바지 춤에서 뭔가를 꺼내어 숙에게 흔들어 보이고 있었다. -그, 그게 뭔데요...
오...
오빠...
조심스레 벌린 그녀의 손바닥에 떨어진 것은, 다름아닌 단추였다.
단추 - 숙은 어스름한 불빛에 그것을 비춰 보았다.
아뿔사 이건! 바로 여관방에서 석의 손에 의해 무참히 뜯겨나간 그녀 정장 옷의 단추였던 것이 다.
단추를 쥔 숙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이, 이걸 이 사람이 갖고 있다니. -그것...
니꺼 맞지? 당혹스러웠다.
그럼 석은 이걸 그 여관방에서 발견해 주워왔단 말인가. -맞을 거야...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나 혼자 자고 있었구...
그것 하나만 떨어 져 있었으니까.
분명 남자 옷 단추는 아니구 말야. -사실, 난 그날 많이 취해서 거의 필름이 끊겼었다.
누군가와 같이 여관에 들어 간 것은 기억이 나는데...
난 틀림없이 그게 란이인줄 알았는데...
정신을 잃었 지.
다음 날 란이가 전화해서야 알았어.
날 데리고 간 게 숙이 너란 걸 말야.
푸 훗, 하마터면 너랑 여관 갔다는 걸 들킬 뻔했지만.
숙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이 단추로 인해, 석은 그날 밤 같이 있던 것이 나라는 것을 알게 된 것 아닌가.
단추만 아니었으면, 필름이 끊겼다는 이 선배, 아니 자칭 오빠라는 남자는 모를 수도 있었는데. -그래서 말이지...
내가 물어볼 게 있는데...
참, 쑥스럽구만...
다 지나서 이런 일을 물어보려니...
그렇기는 해도, 저어...
오해는 말고...
숙은 눈을 감았다.
낯뜨거운 것은 그녀였다.
뭘 묻겠다는 것인가.
이렇게까지 된 이상, 자기가 란이 언니인줄 오해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뭘 더 말하려는 것일까.
주저하듯 낮은 목소리로, 그의 말이 이어졌다. -그날...
말이야, 내가 너랑...
어디까지 갔냐...? 어디까지 가다니? 오빠는 여관방, 난 집으로 갔잖아요...
그러나 석의 의미는 숙 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내가...
너 건드렸냐...? 뭐야! 숙은 그제서야 그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계속... ▶숙의 추억 #2◀ 첫경험, 하혈, 그리고 M.T. ④ 숙은 어이가 없어, 다물었던 입이 떡 벌어질 판국이었다. -숙이 너랑...
잤냐, 내가...? -무, 무슨 말씀 하시는 거에요...! 기가 막혔다.
그럼 아무 것도 모르면서 자기 옷을 벗기려 했단 말인가. -아니 난 그저...
그, 그걸 했니...? 그것...
숙은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황당함에,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나왔다.
이럴 수가, 내가 술 취한 남자를 끌고 들어가 유혹이라도 했단 말인가 '그것'이라니.. .
목놓아 통곡이라도 하고픈 심정이었다. -어, 수, 숙아...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음보를 터뜨리는 그녀를 보고, 석은 당황한 모양이 었다.
그는 재빨리 그녀 곁으로 다가가 어깨를 감싸고 다독거리기 시작했다. -흑, 어, 어떻게 그, 그런 말을...! -미,미안...
내, 내 말은 그게 아니고...
미웠다.
이 석이라는 선배가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다.
어찌 그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술 취한 놈을 여관까지 데려다 주고도 봉변까지 당한게 누군데...
몸서리가 쳐지는 그녀였다. -아녜요, 아니란 말이에요! 흐흑, 절 뭘로 보고... -아, 알아...
나도 일어나보니까 아닌 건 알았지만, 그, 그래도 혹시나 해서...
이젠 석이 다급한 차례였다.
이 인적 드문 바닷가 모래사장에 여자 울음소리가 들리고, 그 곁에 자기가 있었다...
상황만으로도 낭패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허둥대며 숙의 등을 어루만지고 달래기 시작했다. -숙아, 우, 울지 마라...
오빠가 잘못했어, 응...? 그러나 숙의 눈물은 쉽게 그칠 수 없었다.
정말로 억울했던 것이다.
그렇게 그날 밤 철면피같은 행동을 벌이고도 자기를 의심하다니, 도저히 용서가 안되는 노릇 이었다. -야, 미안하다, 정말...
그 놈의 술만 아니었어도...
거의 그는 숙을 얼싸 안다시피 하고 있었다.
마치 그녀의 울음소리가 새어나오지 못하게 막기라도 하려는 듯.
그렇게 한참 동안을 달랜 후에야, 간신히 숙의 눈물 이 잦아들고 있었다. -우, 우리 없던 일로 하자, 응? 숙아, 오빠도 아무 말 안할께...
맹세해...! 손이 발이 되도록 빈 후에야, 숙은 어색한 자세로 감싼 석을 짐짓 밀쳐내었다. -알...
았어요...
그만...
하세요...
그제서야 석도 한숨을 돌렸는지, 물러나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후우...
사실...
너도 아는지 모르겠지만...
요즘 란이랑...
사이가 안좋거든.. .
알고 있니? 나랑 란이랑 사귀던 거...
숙은 대답대신 수그린 고개를 끄떡였다. -그래...
너희 과에도 소문이 났을 테니까...
근데...
요즘 그 기집애가 딴 놈을 마나는 것 같애...
그래서...
아직 완전히 눈물이 사그러든 것은 아니지만, 그녀에게는 속이 뜨끔한 말이었다.
아마도 그...
같은 과 남자를 두고 하는 말인가 보구나. -물론 란이는 겉으로는 멀쩡하게 굴지만...
아무래도 양다리를 걸친 것 같아서 말야, 술만 마시면 속이 상해 퍼붓게 되고...
또...
이 사람은 알까? 그 짐작하고 있는 다른 남자가 자기 과의, 어저면 자기 친구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게다가 그 남자와 란 언니는 이미 그렇고 그런 - 여관방 까지 들락거리는 - 사이라는 걸. -그렇기 땜에...
내가 널 란이로 착각했다면...
사고라도 쳤을까봐...
사고? 숙은 미뤄 생각할 수 있었다.
만약 그렇다면 석, 이 사람은 란 그녀를 억 지로라도 점령하려 했을 것이다.
그래서...
강제로 옷을 벗기며 죽이겠다고 한 거로구나.
숙은 이제 다소나마 그날 밤의 사건이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다.
결국 이 남자는 의심스런 행동 - 사실이라는 것은 숙이만 안다 - 을 하는 란을 다급한 마음에 강 제로라도 가지려했던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 대상이 취중에 숙이가 된 사 실을 몰랐던 것이다. -푸후후...
별 얘기를 다하는구나.
숙이 너한테...
이제야 비로소 숙은 가지런해진 기분이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석은 소주병을 들 어 다시 벌컥거리며 들이키고 있었다. -씹X, 망할 기집애...! 빈병을 바닷가로 집어 던지는 석은, 꽤 기분이 착잡한 모양이었다.
착한 숙은, 이제 오히려 그가 더 불쌍해 보였다.
그리고 덩달아 자기 마음이 울적해지고 있 었다. -안 마실 거니? 그럼 이리 줘.
석은 그녀에게 주었던 술병마저 비워낼 심산인 모양이었다. -잠깐만요...
숙은 그에게 소주병을 건네기 전에 자기가 먼저 병나발로 한모금을 들이켰다.
그 녀의 마음처럼 쓰라린 알콜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그 모습을 보던 석은 취기어 린 웃음을 터뜨렸다. -푸후, 녀석...
제법인걸...
어쨌든 미안하다, 너한테...
그는 건네받은 병으로 나발을 불고, 숙도 다시 그 병을 건네받아 마셨다.
그렇게 너댓번을 돌자마자, 나머지 한병의 소주병도 바닥을 드러냈다. -젠장, 내 꼴이 뭔지...! -일어나요, 석이 오빠...
다들 기다릴텐데...
숙은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레 오빠란 호칭을 그에게 붙여주고 있었다.
아쉬운 듯, 엉거주춤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는 석은 체념한 듯 한숨을 쉬었다. -그래, 가서 술이나 마시자.
젠장할...! 이미 캠프 파이어의 모닥불은 꺼져 있었다.
모두들 민박집으로 돌아간 모양이었 다.
아마도 일행들은 방안에서 본격적인 술판을 벌이고 있으리라.
그곳으로 향하 는 석의 발길은 어느새 비척거리고 있었다.
병째 물 마시듯 들이킨 술이 이제 올 라오는 것일 터였고, 숙도 한바탕 울고 난 후에 마신 술이라 그런지 알딸딸한 기 분이 들고 있었다. -란이 그 년, 들키면 가만 안둘꺼야...! 나 좋다고 쫓아다닐 땐 언제고...
방들은 이미 남학생과 여학생이 가득가득 뒤엉켜 있었다.
구석구석 모여앉은 그 들은 게임이다, 술이다, 정신없이 어울리고 있었다.
석을 먼저 들여보내고 나서, 숙은 잠시 쉼호흡을 하고 얼굴을 매만졌다.
혹시라도 아까의 눈물자국을 사람들 에게 보일 수는 없었다.
방안에 들어서니, 란이 구석에서 부르고 있었다. -숙아, 이리 와! 어디 가 있었니? 아까부터 안보이던데... -아 예, 저, 잠깐 바람좀...
사람들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고들 있었다.
벌써 몇몇은 남녀 구분 없이 쓰러 져 자고있는 것도 보였다. -자, 이것 마셔.
란은 호탕하게 잔을 건네고 있었다.
그러나 숙은 선뜻 그 잔을 받기가 어려웠다.
바깥에서 마신 술도 있거니와, 그도 난생 처음 병나발을 불어본 탓으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저...
머리가 아파서... -그래? 그럼 일찍 잘래...? 차라리 그게 나을 성 싶었다.
아까 석의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왠지 흥이 날 것 같지도 않거니와, 밤새워 술을 마셔본 경험도 없는 그녀였다. -예...
좀 잤으면... -그럼 어쩌지...? 아프다는데 여긴 너무 시끄럽네...
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석이란 남자의 가슴에 상처를 입히고 있는 여자인 이 란이 언니가, 자기에게는 더없이 자상한 얼굴로 걱정을 해주고 있다니.
그녀는 왠지 모를 비애감을 느끼며 란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그 때였다.
숙을 위해 방안을 둘러보던 란은 조금 전에 들어온 석을 발견한 모양 이었다. -석이 형, 언제 들어온 거니? 숙은 흠칫 속으로 놀랐지만, 겉으로는 무관심한 척 했다. -바, 방금 들어오던데요... -그래? 란의 눈썹이 꿈틀, 야릇한 표정을 지었다. -나가자, 숙아.
너 잘 곳 마련해줄께.
그녀는 서두르며 숙을 잡아 끌었다.
숙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란 언니는 뭣 땜에 석의 눈치를 보는 걸까? 그 해답은, 민박집 밖에 있었다.
민박집 마당 건너편에, 시커먼 그림자가 서있었 다.
란은 재빨리 그 쪽을 향해 눈짓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렇구나.
저 어둠 속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 미지의 남자인 모양이었다.
아마도 아까부터 석이 선배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석이 돌아왔으니, 란이와 저 남자는 이제 어두운 해변가로 사라질 게다.
란은 숙을 옆 방으로 안내했다.
아까 일행들의 짐과 가방 따위가 들어찬 방이었 다. -여기서 자면 될 꺼야.
필요한 짐은 다 큰방들로 옮겨놨으니까, 누가 들어오지도 않을 거구...
이렇게 되면 숙이 란에게 그 모두들 모여있는 방에서 빠져나올 빌미를 제공한 셈 이었다.
누가 란을 찾는다 하여도, 그들을 본 사람은 숙이랑 자러갔다고 내지는 숙을 재워주러 갔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저 마당 건너편의 사내, 못 이기는 척 여관까지 따라가준 사내와 밀회를 즐길 것이다. -참, 누가 나 찾으면, 여기서 자다가 방금 나갔다고 해줘, 알았지? 쪽방에 숙을 혼자 남겨두고 사라지는, 란의 신신당부였다.
석이 오빠 때문에 그 렇겠지...
그 오빠가 찾으면, 방안 사람들은 나랑 나갔다고 해줄테고, 나를 찾으 면, 난 자다가 방금 어디 갔다고 할테고, 그렇게 끝끝내 찾다가 발견해도, 그녀 는 그저 잠깐 바람좀 쐬고 왔다 - 이러면 그만인 것이다.
영악했다.
방바닥에 엉거주춤 누우며, 숙은 비록 선배고 언니지만 정말 당찬 여 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어울려 나온 엠티에서까지 저런 기회를 만들어 아 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하다니...
아무렇게나 놓인 가방 하나를 머리맡에 괸 숙은, 피곤한 머리 속에 여러가지 상 념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럼 저 남자, 란 언니를 기다리고 있던 남자는 언니와 석이 선배의 일을 알면서도 관계를 맺는단 걸까.
아니면 석이 선배는 정신적 관 계, 그 남학생은 육체적 관계? 숙은 정말 우연찮게 끼어든 남의 일들로 자기 머 리 속마저 혼란스러운 느낌이었다.
아냐, 신경쓰지 말자.
그건 그 사람들 일이야...
석이 오빠가 불상하기는 해도.. .
그러다 깜빡 잠이 든 걸까, 비몽사몽 간에 말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계속... ▶숙의 추억 #2◀ 첫경험, 하혈, 그리고 M.T. ⑤ 불도 켜지 않은 방안에,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어디, 여긴 아무도 없지? -응, 가방만 있으니까, 여기다 눕혀. -에이 참, 형, 정신차려요...! 워낙 피곤한 탓일까.
숙은 그 소리를 듣고도 잠에 취해 채 눈도 뜨지 못했다.
그 때였다.
무거운 짐 하나가 바닥에 털썩, 놓이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곧 방문도 닫히고 그 목소리들의 주인공도 사라져 갔다.
그렇게 비몽사몽 간의 잠결인 숙에게, 갑자기 들려온 것은, 누군가의 말소리였 다. -죽이겠어...
죽여 버릴 꺼야...! 감았던 숙의 눈이, 비벼지며 떠졌다.
아아...
누구지...? 누가 또 잠자러 들어왔 나? 그 때였다.
어두운 방 안에 익숙하지 못한 그녀의 시야에, 뭔가 덩치 큰 그림자 가 불쑥 튀어나온 것이다. -너...
넌 내 꺼야! 내 꺼란 말이야! 뭐야, 누구야? 그러나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와락, 그 그림자가 그녀를 덮치고 있었다.
그 갑작스런 돌출에, 숙은 너무나 놀라 숨이 멎는 것만 같아, 잠결에 비 명도 지르지 못하고 있었다. -널 갖겠어, 널 가질 꺼야! 너무나 갑작스런 기습이었다.
그 육중한 덩치는 사람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숙을 덮쳐 누르는 그 힘은, 결코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어멋, 누, 누구... ! 철썩! 순간적으로 그녀의 눈가에 불똥이 튀었다.
엉거주춤, 몸을 일으키려다 방 바닥에 나뒹굴 정도로 엎어진 숙은, 그제야 자기의 한쪽 뺨이 고통으로 떨어져나 갈 정도였다. -반항하지마, 죽여 버릴꺼야! 제일 먼저 그녀의 입이 억센 손아귀에 의해 틀어막히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 시에, 그녀의 티셔츠가 부욱, 찢겨져 나가고 있었다. -소리치면 죽어, 알았어! 공포와 고통에 질려 숨이 넘어가기 일보 직전인 그녀의 귓가에, 더운 입김과 함 께 훅, 하고 역겨운 술냄새가 끼쳐왔다.
숙의 온몸에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낮게 윽박지르는 음성이었다.
사람살려, 살려 주세요! 이런 다급한 비명이 목구멍까지 밀고 나왔지만, 솥뚜껑 같은 덩치의 손아귀는 그 모두를 막고 있었다. -넌 내꺼라구...
뺏기지 않을 꺼야...
그 그림자의 손아귀가, 이번에는 숙의 청바지 앞섶마저 잡아채고 있었다.
그녀는 꽉낀 청바지를 입는 통에 허리띠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숙은 최대한 몸을 틀며 저항했다. -조용히 해...
씨X, 안그러면 정말 죽여버릴 거니까...! 이 목소리, 이 목소리는! 석이였다.
바로 얼마전 여관방 안에서 들었던 그 무서운 목소리, 석이였던 것이 다 - -란이, 란이 널 이번엔 꼭 가질꺼야, 이번엔 꼭! 아, 안돼, 안돼요, 오빠! 전, 숙이란 말여요! 숙은 최대한 고개를 돌려대며 소리 를 지르려 했다.
그러나 그의 힘에 눌려, 방안에 울려 퍼지는 것은 그의 거친 숨 소리 뿐이었다.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그의 억센 손이 거칠게 찢겨진 옷자락을 헤치며 숙의 맨살을 다루고 있었다.
숙 은 두 팔로 온힘을 다해 석을 밀어내려 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엉망으로 취한 모양이었다.
그녀의 뇌리 속에 술 취한 사람의 힘이 더 세진다는 기억이 스쳐 지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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