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소설]천중행 - 검 - 17편 (17/46)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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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천중행 - 검 - 17편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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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무슨 수작이냐?" 청룡단주가 번뜩! 몸을 날려 쌍장을 휘두르며 뱀눈을 가로막았다.
펑! 하는 요란한 벽공장소리와 함께 비바람이 사방으로 회오리치 는 가운데 두 사람은 쿵쿵거리며 뒤로 한 걸음씩 물러난 채 멈추 어 섰다.
지켜보고 있던 회색장포인들은 뜻밖이라는 듯이 기광을 번뜩였다.
허나 직접 청룡단주를 상대한 뱀눈의 놀람은 이만저만이 아니었 다. ■ 검 2권 제12장 폭우(暴雨) 속의 대혈투(大血鬪) -5 ━━━━━━━━━━━━━━━━━━━━━━━━━━━━━━━━━━━ ⑤ '내가 이 놈을 너무 경시했구나.' 그의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
청룡단주 역시 내심 크게 놀라고 있었지만 그는 상대와 막상막하 의 일장을 교환하자 크게 호승심이 일어났다. "그 물건은 본교의 것인데 어디서 개뼈다귀같은 놈들이 나타나서 킁킁거리느냐?" 순간 그와 한수를 겨뤘던 뱀눈이 흉폭한 안광을 쏟아내기 시작했 다. "흣흣흣, 너희 것이라고? 가소롭다!" 그 싸늘한 일갈엔 묘한 여운이 깔리고 있었다. "묵옥악마상이 본성(本城)의 금제(禁制)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열 쇠임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순간 한쪽 옆에서 그들의 싸움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던 염비가 그 말을 듣더니 급살을 맞은 듯 몸을 떨면서 경악성을 터뜨리는 것이 아닌가! "혈륜...
마성!" 순간 청룡단주는 복면 사이로 드러난 두 눈을 찢어질 듯이 부릅뜨 면서 자신도 모르게 주춤 한 걸음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저들이 혈륜마성의 인물들이란 말인가!' 주위에 있던 흑의복면인들의 몸은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다.
그들 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하였다.
그들의 반응을 마치 음미하듯이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던 회색장포 인들이 입을 열었다. "흐흐흐!" "이제야 물건의 주인을 알아보았느냐?" 그들의 태도는 순식간에 바뀌어 먹이를 잡아놓고 포식할 시간을 기다리는 늑대들처럼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이때 잠시 놀람을 진정한 염비의 눈동자가 재빠르게 움직이더니 문득 그는 깡마른 얼굴에 낙심한 듯한 표정을 떠올리면서 길게 한 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것 참 일이 난처하게 되어 버렸군."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하소연하듯이 말했다. "물건은 하나인데 달라는 사람은 사방에 있으니, 허참!" 그의 속셈은 너무나 뻔했다. "무슨 개수작이냐? 교활한 늙은이야!" 뱀눈이 흉광을 번뜩였다.
단숨에 염비의 가슴을 파헤칠 듯한 기세 였으나 염비는 태연하게 회색빛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흑의복면 인들을 가리켰다. "우선 저들에게 좀 물어봐 주시겠소? 내가 물건을 당신에게 넘겨 줘도 이 늙은 몸이 무사할 수 있을지!" 청룡단주는 대뜸 염비의 속셈을 알아채고는 내심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여우같은 놈! 결국 우리를 싸움 붙이려고 수작을 부리다니!' 그는 당장에라도 잡아먹을 듯이 염비를 노려보며 말했다. "염비! 당장 물건을 내놓지 않으면 네놈의 눈알을 파헤쳐 까마귀 에게 주겠다!" 허나 염비는 눈 하나 꿈쩍 않고 회색장포인들을 향해 죽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아아...
저들은 필시 이 말라빠진 몸뚱이까지 북어처럼 구어 먹 을 것 같구려!" 뱀눈이 홱 고개를 돌려 청룡단주를 노려보며 냉막한 음성을 내뱉 았다. "결국 본성에 대항하겠단 말이냐?" 위협적인 뱀눈의 공갈에 청룡단주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천하의 청룡단주라고 해도 흉폭하게 변해 버린 뱀눈의 살기 어린 눈빛에는 섬뜩하여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허나 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혈륜마성의 마인(魔人)들이라는 곳 에 있었다.
자신의 임무도 중요하지만 혈륜마성과 적대관계가 된다는 것은 진 정 공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그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갈등을 일으키고 있을 때 돌연 지척지 간에서 처절한 비명이 튀어나왔다.
그 비명이 어찌나 처참했던지 장내의 인물들은 무공의 고하를 떠 나 모두들 머리털이 쭈뼛하는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황급히 비명이 터진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놀랍게도 염비의 제자를 옆구리에 끼고 있던 고무공같은 흑의복면 인이 허리가 반쯤 잘린 채 수풀더미 위에 비스듬히 누워 있지 않 은가! 염비의 제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수풀에 거꾸로 머리를 처박 고 있는 흑의복면인의 부릅떠진 허연 눈자위가 보는 이로 하여금 모골을 송연케 하였다.
장내는 일순 질식할 것 같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모두들 불신과 놀람에 가득 찬 눈으로 입을 다물고 흑의복면인의 반으로 동강난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강호에 나가면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막강한 무공수위를 가진 이 많은 고수들의 틈에서 도대체 누가, 언제, 어떻게, 흑의복면인을 깜쪽같이 반으로 동강내 버리고 염비의 제자를 데려갔단 말인가? 장내의 인물들은 온몸의 피가 싸늘하게 식어오는 공포감을 맛보고 있었다.
진정 두려운 일이 아닌가? 소리도 없이 바로 옆 일 장 가까이에 있던 동료가 흔적도 남기지 않은 살수에 의해 동강난 시체가 되어 눈을 부릅뜨고 누워 있는 것이다.
이때 가장 빨리 현실을 깨달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바로 염비였 다.
그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쉴새없이 빠져나갈 궁리만을 하는 염비로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엄청난 고인(高人)이 나타났다! 그가 나를 돕고 있구나!' 그의 눈은 희열에 번뜩였다.
번뜩였다 싶은 순간 번쩍! 하면서 그 는 쏜살같이 몸을 날렸는데 뜻밖에도 그곳은 조금 전에 자신이 기 습을 당했던 사당 쪽이었다. ■ 검 2권 제12장 폭우(暴雨) 속의 대혈투(大血鬪) -6 ━━━━━━━━━━━━━━━━━━━━━━━━━━━━━━━━━━━ ⑥ 염비가 희끗하면서 몸을 날리는 순간, 아차! 하는 소리와 함께 장 내의 인물들은 황급히 현실로 돌아와 염비가 도주한 방향으로 일 제히 몸을 날렸다.
허나 죽지 않기 위해 뛰는 사람과 목적만을 위해 뛰는 사람의 속 도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무공의 고하를 떠나 어떤 때는 쌍방의 운명은 물론 생 사까지 뒤바꿔 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어딜!" "멈춰라!" 이 상황에서 멈추어 설 바보는 없다.
염비는 연기처럼 사당 안으 로 숨어들었고 뒤따라 회색장포인들과 흑의복면인들이 분분히 뛰 어들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실로 기쾌무비하게 빨랐다.
헌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사당 밖으로 시커먼 연기가 확 뿜어져 나왔다. "헉! 흑연뢰(黑煙雷)!" "쿨럭, 쿨럭!" "빌어먹을 생쥐 늙은이! 어둠 속을 뚫어보지 못하게 하려고!" 사방에서 욕설이 터져나왔다.
흑연뢰라면 무림의 일대기보(?)가 아닌가? 이것을 터뜨리면 검은 연막이 형성되어 한 치 앞도 꿰뚫 어볼 수가 없다.
하오문의 잡배들이 만든 것이지만 그 성능은 실로 놀라워 제아무 리 초절정의 고수라 해도 흑연뢰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눈뜬 장 님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잖아도 어두운 밤에 사당 안은 칠흑같은 흑연에 휩싸여 자신 의 손가락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일순간 짙은 흑암(黑暗) 속은 숨막히는 정적에 짓눌렸다.
헌데 바로 이때였다.
도대체 그 방향을 알 수 없는 기기묘묘한 방 위에서 한 가닥의 암경(暗輕)이 강맹무비한 기세로 청룡단주에게 쏘아왔다. "흥!" 청룡단주는 대뜸 염비가 공격한 것으로 짐작하고는 싸늘한 냉소와 함께 힘껏 일장을 쳐냈다. "이 놈이 감히 누구에게!" 버럭 노갈과 함께 이번에는 방향이 확실한 오른쪽 어둠 속에서 한 줄기 경풍이 청룡단주에게 휘몰아쳐 왔다.
순간 청룡단주는 자신이 엉뚱한 인물을 공격했음을 뒤늦게 깨달았 지만 피하기에도 이미 늦었으므로 어쩔수 없이 맞받아칠 수밖에 없었다.
칠흑같은 흑암 속에서 엄청난 진동이 일어났다. '허억!' 충돌의 반탄력으로 청룡단주는 비틀거리며 세 걸음이나 물러나서 야 간신히 버티고 섰다.
불가피한 충돌이었지만 회색장포인들의 막강한 공력에 내심의 충 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지금 부딪친 회색장포인은 누군지 모르지만 조금 전 일장을 교환 한 뱀눈보다 한 수 높아 보였던 것이다. '혈륜마성의 무리라더니, 과연 대단하구나!' 그는 출구를 찾기 위해 몸을 우측으로 움직이려고 하다가 갑자기 멈칫하였다.
목구멍으로 뭔가 치밀어오르고 있는 느낌이었다.
우욱! 하면서 그 는 느닷없이 한 줌의 핏물을 토해냈다.
단전의 기혈이 경미하게 들끓고 있었다.
조금 전의 일합으로 약간의 내상을 입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그는 울화가 치밀었다.
다음 순간 그는 분노의 일성과 함께 팔성의 공력으로 벽력장공(霹 靂掌功)을 밀어냈다.
꾸르르릉! 사당은 무너질 듯 엄청난 폭음과 진동에 뒤흔들렸다. "어떤 놈이냐?" 돌연 어둠 속에서 또 다른 누군가의 고함이 터지며 다시 무시무시 한 장력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어떤 미친 놈이냐? 노부가 혈륜마성을 두려워할 줄 알았느냐?" "헉! 이 놈아, 잘못 쳤다!" "으잉? 대체 어떻게 된 거냐?" 대혼란(大混亂)이었다.
낡은 사당 속에선 일대 치열한 격전(激戰) 이 벌어지고 있었다.
상대가 누군지 알 수도 없었고, 알 바도 아 니었다.
다만 죽지 않기 위해선 미친 듯이 사방으로 공격을 퍼부 어야만 했다. "끼끼끼! 잘한다.
잘해!" 이 아우성 속에서 염비의 여유만만한 괴소성(怪笑聲)이 터졌다.
그러자 사방(四方)에서 그의 목소리가 난 곳을 향해 빗발치듯 장 풍이 날아왔다. "이크!" 그는 재빨리 흑연 속으로 몸을 파묻었다.
상대가 그의 기척을 눈 치채고 공격을 퍼부으려는 순간 그의 자취는 이미 그곳에서 사라 지고 난 후였다. ■ 검 2권 제12장 폭우(暴雨) 속의 대혈투(大血鬪) -7 ━━━━━━━━━━━━━━━━━━━━━━━━━━━━━━━━━━━ ⑦ 사실 이 사당 속은 그의 천하(天下)나 다름없었다.
그가 만들어 놓은 서른아홉 군데의 은신처 중 최대의 심혈을 기울 여 만든 이곳은 겉으로는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허술해 보였지만 기실 천하의 그 어떤 철옹성보다 더욱 견고한 기관과 토목장치로 무장되어 있는 것이다.
창졸간에 사당 속은 또다시 아수라장이 되었다.
누구든 신음 한마 디라도 내뱉으면 처참무비하게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바로 이때 누군가 벽력같이 고함쳤다. "불을 밝혀라!" "앗! 화섭자가 없어졌다!" "내 것도 없어졌다!" 사방의 어둠 속에서 당황성이 터져 나왔다. "끼끼끼, 불을 밝히라고? 누구 마음대로?" 염비의 득의양양한 음성이 허공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염비는 어느새 신출귀몰하는 투술로 그들의 품 속에서 물건을 슬 쩍한 것이다.
구양하금은 염비의 유일한 제자였다.
공문일봉(空門一鳳)으로 불리는 천하제일의 말괄량이 미녀(美女) 이기도 했다.
더구나 그녀는 재치와 두뇌가 뛰어나 이미 투술일도 (偸術一道)에서 사부인 염비를 능가한다고 할 정도였다.
지금 그녀는 따뜻하고 포근한 기분을 느끼면서 서서히 정신이 들 고 있었다.
그 기분은 마치 모친의 품안에 안겨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안락한 부친의 품 속에서 잠이 들었다 깨어나는 것 같아 일 어나기 싫었지만 정신이 맑아져 오는 것을 느끼면서 깨어나지 않 을 수 없었다.
정신이 드는 순간 그녀는 기겁을 하고 말았다.
뜻밖에도 자신이 누군가의 우람한 품 속에 고스란히 안겨 있지 않은가? '치한!' 그녀의 안색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그녀는 나이답지 않게 강호의 경험이 많아 무림의 구렁이라는 염비조차 한수 접어줄 정도로 영 악한 소녀였다.
그녀는 강호를 주유하며 수많은 야담기사(野談奇 事)를 들었는데 특히 음약(淫藥)이나 몽혼약(夢魂藥)을 사용하여 규중처자들을 농락하는 녹림의 색마(色魔)들에 대해서는 귀가 따 갑도록 들어왔다.
그녀는 대뜸 모든 상황을 판단할 수 있었다.
그녀는 숨을 죽이고 온몸의 신경을 바짝 곤두세워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였다.
상대가 단지 그녀를 부드럽게 안고 있을 뿐임을 확인한 그녀는 지 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하였다.
아직 일(?)을 시작하기 전임이 분명했다.
이럴 때에는 상대가 미처 방비할 틈도 없이 기습적으로 치명적인 살수를 전개해야 한다는 것을 그녀는 누구보다도 잘 알 고 있었다.
그녀는 어금니를 지그시 물더니 돌연 사내의 가슴을 향해 벼락처 럼 섬섬옥수를 후려쳤다.
혼신의 힘을 다한 그녀의 수도(手刀)은 예리한 비수보다 더욱 날카로웠다.
기척도 없이 대뜸 상대에게 일 격을 가하는 그녀의 기지(奇智)는 실로 일품이었다.
헌데 그녀의 나약한 옥수(玉手)가 상대의 가슴 늑골에 이르기도 전에 그녀는 대경실색하고 말았다.
상대의 손이 느긋하게 자신의 손을 낚아채지 않는가!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더구나 그 손의 완력은 강 철처럼 세어 아무리 재간이 뛰어난 그녀라 해도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상대의 품 속에 안겨 있으니 이거야말로 범아가리 속의 토끼꼴이 아니겠는가! 허나 구양하금은 그리 호락호락한 소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두번 째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돌연 그녀는 몸 부림치며 발악하듯 앙칼지게 고함쳤다. "웬 놈이냐?" 그녀의 고함은 사내도 미처 예상치 못한 듯 아무런 제지없이 온천 지가 떠나갈 듯이 퍼져나갔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바로 그곳이었군!" "흐흐, 이제야 알았다!" 돌연 사방의 어둠 속에서 득의의 괴소가 터지더니 여기저기에서 일제히 강맹한 장풍이 미친 듯이 밀려오고 있었다. "하하하, 그 거친 입 때문에 일이 번거롭게 됐군!" 돌연 낭랑하고 청아한 웃음소리가 사당 안에 메아리쳤다.
이제껏 들어보지 못했던 낯선 음성이었는데 듣는 이의 심신(心身) 을 상쾌하게 하는 싱그럽고 매력적인 음성이었다.
일순간 사당 안의 인물들은 멈칫했다.
사당 안에 자신들과 염비 말고도 제삼의 인물들이 있다는 사실에 뭔가 이상한 사태를 느낀 듯하였다.
허나 그것도 잠시 강맹무비한 경력이 어둠을 뚫고 노도처럼 구양하금을 향해 쏟아져 왔다. "이건 또 뭐야?" 상황을 알 수 없었던 구양하금이었지만 본능적으로 위험을 직감하 고는 쏟아져 오는 경력을 향해 쌍장을 후려치면서 허공으로 몸을 날리려고 했다.
허나 그녀는 잠시 자신의 처지를 잊고 있었던 듯 했다. '아차! 나는 지금 치한에게 잡혀 있었지.' 그녀는 갑자기 울화가 치밀어 온몸으로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그 때 손하나가 그녀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으며 예의 청아한 음성이 속삭이듯이 전음으로 들려왔다.
(쉿! 지금 우리는 적들에게 포위당해 있소.) 허나 이미 꼭지가 돌아 버린 구양하금에게 그 말이 제대로 먹힐 리도 없었고 난생 처음 치한으로 생각되는 사내의 품안에 안겨 있 게 된 소녀가 제아무리 규범과 격식을 따지지 않는다는 무림의 여 걸이라고 해도 제정신으로 있을 수 있겠는가. ■ 검 2권 제12장 폭우(暴雨) 속의 대혈투(大血鬪) -8 ━━━━━━━━━━━━━━━━━━━━━━━━━━━━━━━━━━━ ⑧ "금아야, 어디 있느냐?" 어둠 속에서 염비의 다급한 음성이 울렸다.
순간 우당탕 하는 소 리와 함께 일진의 어지러운 공격이 그 소리난 쪽으로 퍼부어지고 있었다. "아, 사부님! 금아는 여기 있어요!" 헌데 점입가경인 것이 구양하금이 반가운 음성으로 손짓까지 해가 며 소리치지 않는가.
또다시 미친 듯한 공세가 격탕노도처럼 이쪽으로 밀려들었다.
일순 그녀를 안고 있던 신비한 사내의 난처한 일성이 울렸다. "허! 갈수록 태산이군!" 이어 그가 어떻게 손을 썼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는데, 마치 모래 에 물이 스며들 듯 엄청난 경풍과 암경의 회오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어둠 속 여기저기서 경탄의 소리가 터져나왔다 싶은 순간 순식간 에 사당 안은 무서운 정적에 빠져들었다.
이때서야 비로소 구양하 금은 상황을 눈치챈 듯 고양이처럼 얌전해지면서 자신을 안고 있 는 신비인(神秘人)에게 전음으로 물었다.
(당신은 누구죠?) 과연 그녀는 영리한 소녀였다.
얌전하게 질문을 하면서도 암중으 로는 전신의 내공을 몽땅 끌어올리고 있었다.
여차하면 방심할 것 이 분명한 상대를 단숨에 제압해 버리기 위해서였다.
이때 신비인의 넉살스럽고도 태연한 음성이 들려왔다.
(내공은 필요없소.
당신은 손쓸 기회가 없을 테니까.) 구양하금의 얼굴은 금세 도화빛으로 물들고 말았다.
(대, 대체 당신은 누구죠?) 그녀는 돌연 앙칼지게 물었다.
(후후, 당신을 구한 사람이오.) (정말로 당신, 당신의 정체를 말하지 않을 건가요?) 신비인은 느긋하게 웃었다.
(그러는 당신 역시 당신의 내력을 말하지 않았잖소?) '맙소사!' 구양하금은 그만 실소를 흘리고 말았다.
그녀는 가만히 머리를 굴 려보았다.
이 사내는 그녀에게 악의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 았다.
일단 그렇게 판단을 내리자 불현듯 상대에 대한 호기심이 스멀거리면서 기어올랐다. ■ 검 2권 제13장 사당 속의 신기백출(神技百出)! ━━━━━━━━━━━━━━━━━━━━━━━━━━━━━━━━━━━ ① 그녀는 상대의 정체를 알고 싶어 질문을 하려고 입을 열려다가 이 상한 체취에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구양하금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 깊숙이 체취를 들이마셨다.
그러 자 싱그러운 내음이 폐부 깊숙이 파고들면서 그녀의 가슴을 두근 거리게 하였다. '이것이 사내의 냄새?' 문득 그녀는 어둠 속에서 얼굴을 붉혔다.
헌데 이때 그녀는 자신 의 허리를 감은 상대의 두 팔에 힘이 가해지는 것을 느끼고는 번 쩍 정신이 들었다. "이 파렴치한!" 그녀는 고함을 지르며 상대의 얼굴을 노려봤다.
그때 벽력소리가 귀청을 찢으면서 한 줄기의 뇌전이 가까운 곳에 떨어졌는지 순간적으로 사당 안이 대낮같이 환하게 밝아졌다.
염비가 터뜨린 흑연뢰는 이미 꽤 많은 시각이 흘렀는지라 그 기능 을 거의 상실하고 있었다.
짧은 순간 구양하금은 자신을 안고 있는 상대의 준미수려한 용모 를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가슴이 떨리도록 뛰어난 용모의 미청 년(美靑年)은 바로 북궁후였다.
북궁후는 그 경황중에도 자신을 바라보는 구양하금을 향해 한쪽 눈을 찡긋해 보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심혼(心魂)이 떨리도록 매력적이었다. '아아, 이 사람은!' 눈웃음 한 번에 그녀의 여린 가슴은 주체할 수 없는 파문(波紋)을 일으키고 말았다.
헌데 이때였다. "저기다!" "놓치지 마라!" 번갯불 속에 염비의 모습이 노출되어 버린 것이다.
그는 한쪽의 낡은 기둥에 뱀처럼 거꾸로 몸을 꼬아 세우고 있었 다.
그의 그런 모습은 대단히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그는 이미 자 신의 상처를 모두 치료했는지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마저 흘리고 있었다.
회색장포인들과 흑의복면인들은 성난 맹수처럼 그를 향해 덮쳐가 고 있었다.
그들 중 절세고수가 아닌 자가 없었는지라 이번에야말 로 염비의 몸은 가루가 되어 버리고 말 듯했다. "히히, 어림없는 수작!" 헌데 염비는 징글맞은 웃음을 흘리더니 돌연 그 자리에서 번쩍 사 라지고 말았다.
회색장포인들과 흑의복면인들은 망연자실한 표정 으로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듯이 기둥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 고 있었다.
이때 그들은 뭔가를 떠올렸는지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들 은 조금 전에 자신들의 귀를 때렸던 낯선 목소리의 주인공들을 찾 으려는 것이었다.
허나 사당 안에는 흉물스러운 제기와 제물들만 이 여기저기에서 나뒹굴고 있을 뿐 사람의 기척이라고는 조금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가 자신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마치 귀신에게라도 홀린 듯이 모든 상황은 그들을 농락하는 쪽으로 유도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두려움에 젖어 공포에 떨고 있던 다비삼각 염 비가 아니었던가.
도대체 이 사당에 그 어떤 장치가 되어 있기에 자신들을 마치 어린아이처럼 가지고 놀고 있단 말인가.
그들은 강호에 떠도는 한 가지의 불문율을 잊고 있었다. - 다비삼각의 은신처에서는 결코 다비삼각을 상대하지 마라! 이것이 다비삼각을 아는 자들의 한숨소리였던 것이다.
허나 천하의 곳곳에 산재한 것이 다비삼각의 은신처이거늘, 도대 체 그 어디가 그의 은신처임을 알아내어 상대하지 않을 수 있겠는 가.
그래서 누구나 싫어하면서도 감히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괴걸(怪 傑)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회색장포인들과 흑의복면인들은 이빨을 뿌드득 갈고 있었다.
그들 은 너무나 분노가 치밀어 자신들의 본분을 망각하고 있는 듯하였 다.
그들은 다비삼각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날뛰기 시작했다.
이때 북궁후는 다 썩어빠진 대들보 위에 앉아 장내를 관망하고 있 었다. '훗, 볼 만하다.' 쥐 한 마리 무게도 감당 못할 것 같은 낡고 썩은 대들보에 북궁후 는 구양하금까지 안고 깃털처럼 앉아 있었다.
북궁후는 염비의 기지에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후후, 그가 이곳으로 뛰어든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군!' 잠시 후, 계속 허탕만 친 흑의복면인들과 회색장포인들은 체념했 는지 손을 멈췄다.
헌데 이때 장내를 뒤덮고 있던 흑연뢰가 씻은 듯이 사라지면서 염 비의 음성이 들려왔다. "금아야, 그만 놀고 집으로 가자!" 놀랍게도 염비가 북쪽 구석의 거대한 토신상(土神像) 위에서 주르 륵 내려오며 태연히 말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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