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궁후의 가슴 속에는 뜨거운 격동의 소용돌이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렇다! 북궁후! 이제 때가 왔다! 하늘은 네 운명을 시험했지만 너는 이제 하늘을 우롱하는 거다. 일어서라, 북궁후!' 그는 자신도 놀랄 정도로 퉁기듯 일어섰다. 그는 천도모모를 굽어보았다. "그녀는... 어디 있습니까?" 그의 이 한마디에는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었다. 천외선부의 절 망, 극마문의 희망, 그리고 북궁후의 찬란한 웅비(雄飛)가! 중원 천하의 거대한 운명이! 기대에 찬 눈으로 북궁후의 반응을 기다리던 천도모모는 앙천광소 를 터뜨렸다. "와하핫핫, 드디어 본부의 천년지한(千年之恨)이 풀리겠구나, 하 하하!" 도저히 여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억센 웃음이었다. 그러 나 지독한 한이 맺혀 있는 그런 웃음이기도 했다. 그 웃음소리가 지하광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 웃음은 광장의 석 주(石柱)를 휘감으며 메아리치고 있었다. 북궁후는 자신의 운명이 백팔십 도 바뀌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인간의 운명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 검 2권 제16장 극마문(極魔門) 입성(入城)! -5 ━━━━━━━━━━━━━━━━━━━━━━━━━━━━━━━━━━━ ⑤ 천장에는 일곱 개의 야명주가 박혀 있었다. 북두성좌의 위치에서 일곱 가지의 빛을 내뿜고 있는 칠채보주(七彩寶主)였다. 색다른 보광(寶光)이 내리비추고 있는 이곳은 하나의 거대한 석부 (石府)였다. 네모 반듯한 사면의 벽은 백옥강석(白玉鋼石)으로 만 들어져 있어 눈부신 광택이 흐르고 있었다. 중앙에는 일종의 제단(祭壇)으로 보이는 높이 두 척의 석단(石壇) 이 있었는데, 석단 위에는 청옥(靑玉)으로 만들어진 한 개의 관 이 놓여 있었다. 청옥관은 자체적으로 발산하는 광채와 천장에서 내리비추는 칠채 보주의 역광(逆光)에 의해 말할 수 없이 신비로워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간이 감히 접할 수 없는 미지(未知)의 금역 (禁域)을 보는 것처럼 요사스럽기도 했다. 석부 안을 흐르는 기류는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면 서 청옥관의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요람을 지키는 사귀(邪鬼)의 유혼(幽魂)같았다. 이때 우르릉! 하는 음향과 함께 오른쪽 석벽이 좌우로 천천히 갈 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기다란 그림자가 석부 안으로 드리워졌다. 그림자는 이내 청옥관 위에 드리워졌으며 한 명의 사내가 일정한 보폭으로 들어 왔다. 그가 들어오자 석벽은 이내 예의 굉음을 흘리면서 굳게 닫 혔다. 석부는 즉각 밀폐되었다. 석부 안으로 들어온 사내는 북궁후였다. 그는 잠시 그 자리에서 호흡을 조절하더니 탁기(濁氣)를 토해내고는 이내 걸음을 ㅇ겨 청 옥관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청옥관을 내려다보았다. 청옥관 속에 희뿌연 사람의 형체가 보이고 있었다. 북궁후는 안력을 돋우어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한 명의 여인이 전라의 모습으로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마치 잠 이 든 듯 편안한 표정이었는데 그녀는 진정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 운 미녀였다. 그 자태는 실로 필설의 형용을 거부할 정도였다. 고고한 여인의 신비로움을 한껏 간직한 순결무구(純潔無垢)한 나신은 가슴이 떨 리도록 아름다웠다. 그 어떤 철담석장(鐵膽石腸)의 사내라도 이 앞에선 심혼(心魂)을 떨며 무릎을 꿇고 말리라. 더구나 청옥으로 빛나는 관 속에 누워 있는 백옥의 나신은 정녕 신비로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북궁후의 안색은 지 극히 담담해 보였다. 허나 그는 지금 가슴을 베는 듯한 뭉클한 전율을 억누르며 자신에 게 이르고 있었다. '북궁후! 너는 이제 만나는 거다. 너를 백 년이나 기다려 온 운명 지체(運命之體)인 이 소녀와...!' 그의 손이 천천히 청옥관으로 내려왔다. 그는 장심에 진력을 운기 해 가볍게 청옥관의 뚜껑을 열었다. 잠시 후 뚜껑은 완전히 열렸고 내부가 개방되었다. 그 순간 화려 한 금빛 비단 위에 누운 소녀의 모습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 다. 그 누구든 한 번만 보면 시각에 혼란을 일으킬 것이다. 저 수려청 청(秀麗淸淸)하고 아름다운 미녀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약 십오륙 세 가량의 앳된 소녀였다. 윤기 흐르는 흑발은 해초(海 草)처럼 청옥관 바닥에 흘러내렸다. 먼 산의 능선처럼 유연하고 흰 아미, 살포시 내리감은 두 눈은 포 근하게 잠들어 있다. 섬세한 콧날과 거문고 현을 닮은 입술, 그 입술에선 지금이라도 청아하고도 감미로운 향기가 새어나올 듯했 다.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화사한 미소와 함께 깨어날 듯, 너무도 생생한 옥용(玉容)이었다. 하얀 분가루가 묻어날 듯한 우윳빛 목덜미 아래, 싱그러운 두 알 의 농익은 과실(果實)처럼 솟은 탄력 있는 가슴, 알맞게 살찐 매 끄러운 복부와 한 줌 허리의 곡선을 지나 갑자기 확산된 탐스러운 둔부, 그리고 그 다리 사이에 숨겨진 태고(太古)의 신비림(神秘 林), 희고 매끈하게 뻗어내린 두 다리는 맑은 계류(溪流)를 차고 오른 신선한 은어(銀魚)를 보는 듯하였다. 북궁후는 눈이 황홀해짐을 느꼈다. '진정... 완벽한 아름다움이다! 천하의 누구라도 한 번만 보면 반 하고 말 뛰어난 용모가 아닌가.' 아름다움을 탐하고자 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공통된 심리(心理)였 다. 허나 지금 그의 가슴을 태우는 불꽃은 뭇 사내들의 속된 욕념 (欲念)과는 다른 것이었다. 운명(運命)의 느낌을 타고 흐르는 진 하디 진한 애정(愛情), 바로 그것이었다. 그것은 두 사람이 서로 만나야 할 운명지체이기 때문일까? 헌데 이때 놀라운 현상이 나타났다. 소녀의 몸에 덮였던 냉기(冷 氣)가 머리부터 순식간에 아래로 내려가면서 소리없이 걷혀지며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닌가! 기다렸다는 듯이 소녀의 두 볼은 하늘 구석을 조용히 적셔오는 노 을처럼 홍조를 띠기 시작했다. 북궁후의 두 눈에 기이한 열기(熱 氣)가 피어올랐다. 그는 곧 자신의 옷을 벗었다. 이미 정해진 운명이므로 더 이상 망 설일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북궁후는 청옥관 안으로 들어와 소녀의 나신 위에 자신의 몸을 조 심스럽게 뉘었다. 탄력 있는 젖가슴이 가슴에 짓눌리며 뭉클한 촉 감을 불러일으켰다. 북궁후는 수미금강반야대능력(須 金剛般若大能力)의 유자결(柔字 訣)과 마유축융광염기를 조심스럽게 운기했다. 마유축융광염기는 절대 양강(陽 )의 무공으로 속성의 이점이 있 는 반면 극히 패도적인 것이다. 그는 이 패도적 기운을 배제하기 위해 탄자결(彈字訣)을 운용했 다. 순식간에 그의 전신은 불덩이같은 극렬한 열기(熱氣)에 휩싸 였다. 북궁후는 소녀의 나신을 끌어안은 채 다른 한 손으로 소녀 의 명문혈(命門穴)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 검 2권 제16장 극마문(極魔門) 입성(入城)! -6 ━━━━━━━━━━━━━━━━━━━━━━━━━━━━━━━━━━━ ⑥ 일종의 추궁과열이었다. 약 반각 후에 소녀의 싸늘하던 나신은 서 서히 따뜻한 체온(體溫)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이제 더 지체할 필요가 없었다. 북궁후는 곧 다음 동작에 돌진했 다. 그는 여인의 성(城)을 향해 자신의 몸을 거세게 밀어붙였다. 순간 죽은 듯 누워 있던 소녀의 부드러운 교구가 한 차례 심한 떨 림을 일으켰다. 여인의 신비(神秘)가 파열되는 아픔 때문이리라. 소녀의 하얀 미간이 가볍게 찌푸려진다 싶은 순간 부드럽고 나긋 나긋한 여체가 활처럼 휘어졌다. 허나 그것은 순간적인 것일 뿐 소녀는 다시 사지를 축 늘어뜨렸다. 그러나 여체(女體)는 깨어나고 있었다. 섬세하고 예민한 감각 속에서 여체는 아기 새(鳥)의 솜털처럼 파 닥이며 깨어나고 있었다. 살과 살이 부딪치는 뜨거운 소리, 영(靈)과 육(肉)이 혼합하는 숨 가쁜 소리, 불타는 정열의 파도가 뜨겁게 일어났다. 마침내 소녀는 고통 섞인 희열의 교성(嬌聲)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아아...." 그녀의 허리가 크게 휘더니 돌연 눈을 떴다. 북궁후는 흠칫 동작 을 멈추고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는데 그녀의 눈은 마치 백치의 그 것처럼 공허하였다. 그녀는 단지 바라보고만 있었을 뿐 거기에는 아무런 감정도 섞여 있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의 백자같은 눈망 울 같기도 했다. 한동안 멍하니 북궁후를 바라보고 있던 그녀의 아미가 찌푸려지고 있었다. 북궁후가 재차 몸을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표정이 점차 황홀하게 변했다. 급기야 그녀는 북궁후를 부 둥켜안으면서 휘감겨 왔다. "으음!" "아!" 불꽃은 더욱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길게, 그리고 뜨겁고 깊게 항해는 계속되었다. 사내는 온힘을 쏟았다. 여인은 고통 섞인 아득한 희열의 나락으로 굴러떨어졌다. 열풍(熱風)이 몰아치고 두 나신은 점점 뜨겁게 뒤 엉켰다. 구슬같은 땀방울이 맺혔다. 가쁜 호흡이 땀방울 위에 뒤 얽혔다. 헌데 놀라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두 남녀의 이마 신극(神極) 에서 미심혈(眉心穴) 사이에 각기 푸르고 붉은 서기가 짙게 솟아 나지 않는가! 동시에 그 서기는 안개처럼 뻗어나와 순식간에 두 사람의 몸을 휘 어감고 있었다. 바로 광령천양지체와 태음한령지체의 교합에서 나 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서기가 점차 엷어지고 있었다. 때맞추어 두 사람의 동작도 정점을 향해 치달리고 있었다. 서기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싶은 순간 작렬하는 폭약처럼 쾌락 의 희열이 두 사람을 뒤덮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쾌락과 목타는 열정의 감미로운 잔정(殘情)을 느끼며 두 나신은 서로 떨어졌다. 그들의 몸은 흠뻑 땀에 젖어 있었다. 소녀는 흑요석(黑曜石)같은 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비로소 백 년의 깊은 잠에서 깨어난 그녀였다. 그녀는 도대체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자신이 누운 이곳은 어디이며 자신을 안고 있는 이 낯선 사내는 또 누구란 말인가? 왜? 어째서 이런 일이? 그녀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때 그녀를 묵묵히 응시하던 북궁후가 그녀의 가냘픈 어깨를 지 그시 눌렀다. 소녀는 힘없이 다시 눕혀지고 말았다.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백 년 침묵에서 깨어난 그녀의 음성은 듣는 이의 심신을 절로 상 쾌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북궁후는 대답했다. "내 이름은 북궁후요." "북궁후?" 그녀는 잠시 기억을 되살리려는 듯이 이름을 되뇌이면서 아미를 찌푸렸다. 북궁후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소저의 이름은?" 그녀의 시선이 북궁후에게 향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는 것 같더 니 곧 입을 열었다. "천예궁(天藝宮)." 북궁후는 천예궁을 내려다 보았다. "예궁, 당신은 내 얼굴이 기억나지 않소?" "기억... 이라고요?" 그녀는 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며 붉은 입술을 달싹거렸다. "전혀... 조금도 생각나지 않아요. 하지만 어쩐지 낯설지 않은 느 낌이에요." 그녀는 아직도 미몽(迷宮)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 천진한 눈망울에 가득 당혹의 빛을 떠올리고 있었다. 북궁후는 한 손으로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빙긋이 웃었다. "그럴 것이오. 그것은 바로... 내가 광령천양지체이기 때문이오." 천예궁의 눈이 크게 떠졌다. "아! 당신이...!" 그 휘둥그래진 눈에는 경악과 불신의 빛이 가득 떠올랐다. 허나 그것도 잠시 이내 천천히 감격과 기쁨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 다. 그녀는 환희가 넘치는 눈망울로 북궁후를 올려다보았다. "그럼... 벌써 백 년이!" 그녀의 음성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북궁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예궁. 그리고... 우린 만난 것이오." 천예궁의 눈에 감동의 물결이 회오리치고 있었다. 천예궁은 비로 소 모든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말이 필요없었다. 천예궁은 아기처 럼 북궁후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그녀의 가슴은 이 순간 터질 듯이 부풀어올라 있었다. 자신의 알몸을 쓰다듬고 있는 이 사내, 운명적으로 백 년만에 만난 정랑(情郞)이 절세의 기남자라는 사실 이 그녀를 흥분과 기쁨에 사로잡히게 만들고 있었다. ■ 검 2권 제16장 극마문(極魔門) 입성(入城)! -7 ━━━━━━━━━━━━━━━━━━━━━━━━━━━━━━━━━━━ ⑦ 그녀는 갑자기 말할 수 없는 포만감이 들어 더욱 깊숙이 북궁후의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북궁후가 입을 열었다. "예궁,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소. 그대는 만약 내가 사악(邪惡) 한 성품의 인물이라 해도 광령천양지체라는 이유만으로 나를 부군 으로 맞아드릴 것이오?" 천예궁은 흠칫 나신을 떨었다. 허나 곧 그의 품 속에서 싸늘하고 도 달콤한 교성이 흘러나왔다. "흥! 그렇다면 곧 그를 죽여 버렸을 거예요." 그것은 곧 북궁후를 믿는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하하, 하마터면 아내의 손에 죽을 뻔했군!" 천예궁은 말없이 고개를 들어 북궁후를 바라보았다. 그 까만 동공은 불타는 듯 뜨거운 애정의 갈망을 담고 있었다. 조각처럼 준미한 북궁후의 얼굴에 봄바람같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의 눈에도 애정의 열풍이 불어왔다. 그는 곧 천예궁의 봉긋한 가슴을 움켜쥐었다. 천예궁은 움찔했으나 거부하지 않았다. 북궁후는 부드럽고 뜨겁게 그녀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대가...." 천예궁은 뜨겁게 그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마치 그의 가슴 속으로 영원히 들어가 버릴 것처럼. "예궁!" 두 사람은 굳게 서로를 포옹했다. 남(男)과 여(女). 그들의 타오 르는 육체 사이엔 아무것도 없었다. 빈틈없이 밀착된 두 남녀의 육체에서 돌연 피가 빠르게 흐르고 급 격하게 체온이 달아올랐다. 북궁후는 사나운 기세로 그녀의 입술을 정복했다. 단내 일렁이는 목덜미를 지나 봉긋 솟아오른 육봉까지 단숨에 파고들었다. "아아!" 천예궁은 고혹적인 신음을 터뜨리며 그의 넓은 등을 끌어안았다. 축축하게 습기 오른 여체가 무거운 동체 아래 미묘하게 꿈틀거리 기 시작했다. 그 꿈틀거림은 북궁후의 입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올 때마다 그 농도를 더해갔다. "흐윽! 대가... 사랑해요." 부드럽고 매끄러운 살결에선 열락의 내음과 함께 땀이 축축하게 배어 올랐다. 한순간 그녀는 자신의 몸 깊숙한 곳에서 갑작스레 피어오르는 뜨거운 느낌에 바르르 몸을 떨었다. "으음!" 그녀의 매끄러운 나신은 사내의 율동에 따라 출렁거림을 계속했 다. 붉디 붉은 입술에서 새어 나오는 신음은 달착지근하고 끈끈하 기조차 했다. 그녀의 몸도 마음도, 영혼(靈魂)도 모두 다 활짝 열었다. 그리하 여 전력을 다해 사랑하는 정인(情人)이 그녀의 몸 속에서 마음껏 뛰놀아 주기를 간절히 빌었다. 그 자그마한 몸 속에서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폭죽(暴竹)같은 희열 에 그녀는 몸을 떨었다. 그녀의 발가락은 잔뜩 오므라든 채 희열 의 떨림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동그랗고 예쁜 조각배가 되었다. 드세게 몰아치는 파도였 다. 배의 속살은 파도의 거친 동작에 사정없이 휘말렸다. 조각배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동반한 쾌락에 몸을 떨며 파도가 몰아치는 대로 몸을 내맡겼다. "아!" 오색(五色)의 폭죽이 가뭄에 비 쏟아지듯, 그녀의 혈관을 타고 온 몸으로 무섭게 치달렸다. 북궁후도 부르르 몸을 떨었다. 두 남녀 의 영혼은 아득한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운명의 줄을 탄 남녀의 사랑이 시작되고 있었다. ■ 검 2권 제16장 극마문(極魔門) 입성(入城)! -8 ━━━━━━━━━━━━━━━━━━━━━━━━━━━━━━━━━━━ ⑧ "아이... 가가, 숨이 차요. 이제 그만 저를 놓아주세요." 온갖 화수림(花樹林)이 우거진 아름다운 화원 속이었다. 기화이초가 만개한 화림(花林) 사이로 언뜻언뜻 화려한 분홍빛 나 삼이 보였다. 이따금 행복에 겨운 아름다운 교성이 터져나오고 있 었다. "호호호!" 천예궁이었다. 그녀가 봄바람에 날리는 꽃잎처럼 화림 사이를 날 아다니고 있었다. 나비처럼 그녀의 뒤를 쫓는 그림자가 있었다. 북궁후였다. "하하하!" 그들은 행복했다. 아름다운 지하궁전에서 두 사람은 마치 무릉도 원의 선남선녀처럼 황홀한 행복을 맛보고 있었다. 백 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그들은 맺어졌다. 부부지연을 맺은 것이다. 천하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녀는 천하에 서 가장 현숙한 아내가 되기를 맹세했다. 두 사람은 시간의 흐름도 잊고 있었다. 낮에는 사랑의 밀어를 속 삭였고 밤에는 젊음을 불태웠다. 마치 백 년의 세월을 몽땅 보상 받으려는 듯이 두 사람은 끊임없이 서로를 갈구하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사랑은 더욱 뜨겁게 불타올랐다. 아무도 그들의 사랑을 막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을 안고 있는 운명과 그들의 몸 속에 흐르고 있는 무 인의 피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문득 하나의 잿빛 그림자가 이 아름다운 화원 한구석에 어른거리 는가 싶은 순간. "북궁대인(北宮大人)!" 한 소리 위엄 섞인 칼칼한 음성이 화원의 평화로움을 산산이 깨어 버렸다. 천도모모였다. 그녀는 화원과 이어지는 긴 낭하(廊下) 끝에 서서 화원을 향해 깊숙이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에선 매우 엄중한 기색이 엿보였다. "모모, 무슨 일입니까?" "모모, 왜?" 두 남녀의 모습이 도화림(桃花林) 사이에서 나타났다. 북궁후와 천예궁이었다. 그들은 천도모모에게 다가오면서도 서로 를 마주보면서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그들에게서는 달콤한 향기 가 절로 느껴지고 있었다. 그들은 아직도 행복의 기운에 도취되어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는 천도모모의 얄팍한 입술가에 희미한 미소가 맺혔 지만 그것은 나타날 때보다 더욱 빠르게 사라졌다. 그녀의 얼굴은 예의 모습대로 무표정하고 딱딱하게 굳어갔다. 천예궁이 눈을 반짝이며 천도모모를 바라보았다. "모모!" 천도모모의 허리가 더욱 깊숙이 숙여졌다. "소부주님, 시간이 없습니다." 천도모모는 갈대꽃 눈썹을 세우며 북궁후를 바라보았다. "북궁대인, 혈륜십마존을 기억하십니까?" 순간 북궁후의 얼굴에 한 줄기 극렬한 격동의 빛이 파도처럼 스쳐 갔다. "그들은 더 이상 묵옥악마상을 찾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것 입니다." "혈륜마성은... 이제 자신들의 힘으로 금제를 깨고 천하를 독패 (獨覇)하려 들 것입니다." - 혈륜십마존. 북궁후의 나른하던 표정이 순식간에 창백하게 변하면서 눈가에 차 가운 한광이 번뜩였다. 호남성의 청항에 있는 화진루에서 당했던 그 처절한 패퇴(敗退)의 수모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더구나 검마존에게 피를 뿌리며 차례로 죽어간 천외칠채봉을 어찌 기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검 2권 제16장 극마문(極魔門) 입성(入城)! -9 ━━━━━━━━━━━━━━━━━━━━━━━━━━━━━━━━━━━ ⑨ '검마존! 그 빚은 반드시 갚는다!' 그의 주먹은 자신도 불끈 쥐어져 있었다. 천도모모의 음성이 이어 지고 있었다. "대인께선 본부의 진재절학을 익히셔야 합니다. 강호의 일반무학 으로는 마전(魔殿)을 상대할 수 없습니다." "마전?" 천도모모의 잿빛 얼굴은 점점 무표정하게 굳어갔다. "그렇습니다. 기실 혈륜마성은... 전설 속의 마전에서 비롯된 것 입니다." - 마전(魔殿), 염왕(閻王)의 마신(魔神)을 숭배하는 마의 집단, 마전이 언제부터 어디에 존재해 왔는지 아무도 모른다. 단지 전설(傳說)만이 전해질 뿐이었다. <...마전의 문이 열리는 날, 천하는 태초(太初)의 혼암(混暗) 속 으로 굴러 떨어진다.> 마전의 무공은 가공무쌍이며 잔인악독함은 귀부(鬼府)의 혼백마저 끌어낸다고 했다. 천예궁이 아름다운 얼굴에 한 줄기 차가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 "모모, 나는 마전이 본부와 과거 수천 년간 격돌해 왔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렇사옵니다. 천이백 년 전 신강성(新彊省) 기련산(祁蓮山)에서 하란(賀蘭)에 걸쳐 일백 주야(一百晝夜)간 싸웠던 것이 세번째이 자 마지막 격돌이었습니다." 강호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비사(秘事)가 밝혀지고 있었다. 북궁후는 긴장한 채 천도모모와 천예궁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마전과 본 천외선부는 천적(天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마공(魔功)과 본부의 절예는 지난 수천 년간 우열을 가리지 못했 습니다. 허나 이것은 본부의 엄청난 진재절학을 완전히 연성한 인 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본부를 건립한 조사(租師) 이래로 그 누 구도 그 분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던 것입니다." 북궁후는 경외지심(驚畏之心)을 느끼며 물었다. "조사가 어느 분이십니까?" 천도모모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노신(老臣)은 태상장로에 불과합니다. 역대로 조사전(祖師殿)에 드신 분은 부주(府主)뿐입니다. 오직 부주만이 조사를 뵈올 수 있 습니다." "부주?" 북궁후가 천예궁을 바라보며 의아한 기색으로 반문했다. 천예궁은 그를 마주보며 상큼하게 미소지었다. "소녀와 혼인지약(婚姻之約)을 맺은 대가께서 바로 부주가 되실 거예요." "아!" 북궁후는 놀람을 금치 못하며 두 사람을 번갈아보았다. 이것도 운명인가? 천외선부의 부주라면 바로 천하의 앞날을 짊어 질 막중한 자리가 아닌가? 천도모모는 북궁후의 수려하고 정기에 찬 얼굴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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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벽안엔 짙은 신뢰와 기대감이 담겨 있었다. "노신이 확신컨데 대인께선 반드시 조사 이래 본부의 광세기예(廣 世奇藝)를 완벽히 연마하신 최초의 부주가 되실 것입니다." 그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