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소설]천중행 - 검 - 26편 (26/46)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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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천중행 - 검 - 26편 (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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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삼천불의 출현은 무림을 뒤덮고 있던 먹구름을 일시에 걷어주 는 것이었다.
정도무림은 그들을 중심으로 은연중 대동단결하였 고, 사마외도(邪魔外道)에서도 암암리에 동참하는 무리가 생겨나 고 있었다.
그들의 목적이 오직 하나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 으리라.
금명철의 보고가 끝나자 북궁후는 미간에 신기(神氣)를 모으며 물 었다. "대별산의 역사? 그 내막은 아직 알아내지 못했소?" 금명철의 고개가 수그러졌다. "아직...
워낙 철저한지라 공사를 하고 있는 자들조차 누가, 무슨 목적으로 세우는 것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북궁후가 희미한 냉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곧 밝혀지겠지.
헌데 본궁(本宮)의 공사는 어느 정도나 진전되고 있소?" 본궁의 공사라니? 그럼 황산에 건립되고 있는 거대한 성채는 바로 북궁후의 계획이란 말인가? 금명철의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가 떠 올랐다. "기대하소서.
이미 육 할 가량 완공되었습니다." 천예궁이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빨리 완공한 모습을 보고 싶군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북궁후는 승소진을 향해 뭔가를 물으려 했다.
헌데 그때 한 명의 무사가 소리없이 다가와 그에게 무슨 말인가를 전했다.
순간 북궁 후의 얼굴은 반가움과 함께 짙은 당혹감에 물들었다. "아랑과 투령신옹이?" 그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들게 하오." "예!" 북궁후는 승소진과 천낭중을 쳐다보며 물었다. "알 수 없군.
오랫동안 보이지 않던 아랑이 투령신옹과 함께 오다 니?" 승소진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 동안 아랑은 놀라운 기연(奇緣)과 인연(因緣)을 만났습니다.
신비의 무공을 얻고 투령신옹과는 의부녀(義父女)를 맺은 겁니 다." 북궁후의 표정이 기이하게 변했다. "알 수 없군.
투령신옹을 의부로 맺다니!" 천낭중이 특유의 괴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흐흐, 투령신옹이 개심했답니다.
아랑에게 듣자니 그는 대형을 돕고 싶어한답니다." 북궁후는 아연해졌다. "투령신옹이 개심을?" 이것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에게 불길한 예감을 주었던 투령신옹이 마음을 바꾸어 자신을 돕겠다면 이거야말로 천군만마를 얻는 격이었지만 북궁후는 왠지 뒤가 켕기는 기분이었다.
그는 복잡한 표정으로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때 내청 입구에 한 명의 인영이 나타났다.
추린이었다.
그는 다 소 멋쩍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뒤를 이어 또 한 명의 인영이 들어왔다.
그가 들어오자 입구가 환해지는 것 같았다. "소야!" 한 소리 떨리는 옥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랑이었다.
그녀는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북궁후에게 달려가 품 안에 안기려다가 멈 칫하였다.
그녀의 몸은 대리석처럼 굳어지고 말았다.
북궁후의 옆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앉아 있는 한 명의 화려한 미녀를 발견한 것이다.
아랑은 천예궁에게서 볼 수 있었다.
자신은 도저히 쫓아갈 수 없 는 고아한 아름다움, 그리고 행복에 겨워 짓는 달콤한 미소를! '아아, 저 여인은....' 아랑은 굳어진 채 미미하게 몸을 떨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실망감보다 더욱 빠르게 슬픈 빛이 떠올랐다.
자신은 그 앞에 너무나 초라했다.
그녀에 비하면 자신의 미모는 흙탕물에 젖은 들꽃보다 더욱 볼품없이 느껴졌다.
묘한 슬픔이 격 랑보다 거세게 그녀의 작은 가슴을 뒤흔들었다.
이때 천예궁의 입가에 머금어졌던 우아한 미소가 소리없이 걷혔 다.
여인(女人)의 민감함으로 그녀는 벌써 저 생기발랄해 보이는 소녀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이때 북궁후는 태연히 예의 매력적인 웃음을 지으며 호쾌히 말했다. "하하, 아랑, 오랜만이군." 아랑은 어색하게 웃었다. "오랜만이에요."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존대어를 쓰고 있었다.
뿐인가? 손가락만 대도 무너질 것처럼 휘청이며 뒷걸음질치고 있 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승소진과 천낭중의 얼굴이 약간 흐려졌다.
그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아랑, 오르지 못할 나무야.
이제 우리는 단지 그의 곁에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게 여겨야 돼!' '안 돼, 결코 그를 좋아해선 안 돼!' 이들의 안타까움을 북궁후는 모르는 것일까? 그는 너무나 태연해 보여 어찌 보면 뻔뻔스러울 정도였다. "하하! 신옹, 반갑소!" 추린은 부르르 몸을 떨더니 얼굴을 씰룩였다. "클클, 오랜만이오." 그는 주춤주춤 대청 안으로 들어섰다.
늙은 원숭이처럼 보이는 그 는 어쩐지 혼이 빠져 버린 듯한 눈이었다. ■ 검 2권 제18장 천마전(天魔殿) 백십팔관문! -5 ━━━━━━━━━━━━━━━━━━━━━━━━━━━━━━━━━━━ ⑤ 텅 빈 내청에는 북궁후와 추린만이 남아 있었다.
추린은 북궁후와 의 독대를 요구하였고 북궁후는 흔쾌히 허락하였다.
두 사람은 깊은 밀담을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
어둠이 깔리기 시 작했건만 그들은 불도 밝히지 않고 있었다.
추린의 음울한 음성만 이 어둠 속을 흐르고 있었다. "사마기, 그 아이는 무섭소.
나는 호랑이 새끼를 키우고 있었던 것이오." 북궁후는 태사의에 몸을 묻은 채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마기가...
드디어 마검(魔劍)을 얻었단 말인가!' 그건 실로 가슴 서늘한 일이었다.
일전에 사마기가 마검을 얻었다 는 소문은 있었지만 그것은 대막유유궁의 음모로 밝혀지지 않았던 가.
허나 대막유유궁이 퇴각한 지금 더욱 무서운 현실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추린이 입을 열었다. "그 아이는 노부가 평생 키워 온 은령궁도 접수했소." 처음으로 북궁후가 가벼운 의문을 떠올렸다. "은령궁?" "투령문의 존재는 알고 있으나 그 실체인 은령궁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 진정 천하에서 아무도 없소.
때문에 더욱 무서운 것 이오.
만일 강호에 정체를 드러내면 구파일방을 능가할 것이오.
헌데...
더욱 무서운 것은...
사마기의 등 뒤에 또 다른 배후 세 력이 있다는 점이오!" 북궁후의 고요하던 눈이 갑자기 극렬한 섬광을 뿌렸다.
동시에 입 가에 번지는 냉소가 있었다. '그랬었군.
사마기! 천도모모가 말했었지.
광령천양지체와 태음한 령지체가 만나는 날...
서천에 하나의 혈성(血星)이 떠오르리라 고, 결국...
우리는 운명의 만남인가?' 북궁후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감히 헤아릴 수 없이 신묘한 빛 이 날카롭고도 부드럽게 쏟아져 나왔다.
추린의 입가에 쓴웃음이 이지러진 조각달처럼 걸쳐졌다. "그 아이는 나를 배신했소.
그때 아랑을 만나 이 늙은이는 다시 삶의 낙(樂)을 찾았다오." 북궁후의 얼굴에 처음으로 부드럽고 훈훈한 미소가 떠올랐다. "신옹, 아마 두 사람은 다정한 부녀가 될 것이오." 은근히 북궁후의 허락을 기다리던 추린은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 졌다. "암, 암!" "만일 신옹이 그녀에게 수염만 몽땅 뽑히지 않을 수 있다면 말이 오." "허허허!" 북궁후는 담담히 내뱉으며 내청을 떠났다. "신옹, 아랑과 본좌는...
어려서부터...
친구였다오." 금린대전장 후원의 별채였다.
달빛이 영롱히 부서지는 창가에 한 소녀가 턱을 괴고 나직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별빛보다 더 아름다운 탄식음이 달빛 속에 흩어지고 있었다. "소...
야...." 그녀는 쓸쓸히 뇌까렸다. "아랑은...
영원히 당신의 마음만은 훔칠 수 없는 건가요?" 여심(女心)은 물결처럼 파랑쳤다.
달빛은 상처받은 여심을 감싸려는 듯 부드럽게 그녀의 흑발 위에 부서졌다. ■ 검 2권 제18장 천마전(天魔殿) 백십팔관문! -6 ━━━━━━━━━━━━━━━━━━━━━━━━━━━━━━━━━━━ ⑥ 옥문관(玉門關).
변방으로 통하는 중원의 관문이었다.
천 년 무림사(武林史)에 무 수한 피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 옥문관의 을 씨년스러운 광야가 펼쳐져 있다.
헌데 이 광막한 대지 위에 한 그루 거대한 천년거목(千年巨木)이 고독하게 서 있었다.
천년풍상(千年風霜)을 굳건히 견뎌온 거무튀 튀한 침묵의 거목이었다.
헌데 언제부터인가 이 고목에는 피묻은 짐승가죽이 내걸린 채 바 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가죽 겉면에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그것은 대자보였다.
이 황량 한 땅에서 중원을 향해 일성을 보내고 있었다. <사해팔황(四海八荒)의 무림동도(武林同道)들에게 고(告)함.
본 천마전(天魔殿)에서는 십 년 전 한 개의 묵옥악마상(墨玉惡魔 像)을 취득했다.
본전에서는 지난 십 년간 이 악마상의 비밀을 풀 려고 노력했으나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본전에선 중원천하 (中原天下) 무림인들의 도움을 청(請)하고자 한다.
중원무림인들이여! 호북성(湖北省)의 대별산(大別山)으로 오라! 대동단결하여 절고기보(絶古奇寶)의 신비를 풀어보자! 허나 본전에선 많은 번거로움을 피하고 참된 영재(英才)를 구하고 자 일백십팔(一百十八) 개의 관문(關門)을 설치한다.
관문을 뚫고 오는 자! 천고기물 묵옥악마상을 얻으리라! ...광무십구년(廣武十九年) 유월(六月) 초하루 천마대전주(天魔大 殿主) 천마협(天魔俠) 사마기(司馬奇) 배(拜).> 피묻은 짐승가죽의 대자보에 적혀 있는 내용은 강호를 발칵 뒤집 어 놓았다.
아아! 묵옥악마상이라면 중원무림인들이 꿈 속에서라도 찾기를 갈 망하던 천고기물이 아닌가? 대자보의 내용은 구파일방, 흑백양도, 녹림의 군산칠십이채(君山 七十二寨), 남해(南海), 동해(東海) 등 천하 구석구석의 수만 방 파의 지존(至尊)들에게 전달되었다.
천하는 미치기 시작했다.
묵옥악마상을 찾아라! 허나 모든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마전(魔殿)의 문(門)이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유월이...
다가오고 있다.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빗방울은 순식간에 장대비같은 빗줄기로 변했다.
시커먼 먹장구름이 북쪽으로부터 밀려오고 있었 다.
황량한 대지(大地)가 축축이 비에 젖었다.
마른 황토(黃土)가 뿌연 먼지구름을 피워올리고 있다.
금린대전장에도 비는 쏟아지고 있었다.
후원에 자리한 정원에서 한 명의 사내가 쏟아지는 빗속에서 연못 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충분히 비를 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 구하고 고스란히 장대같은 비를 맞고 있었다.
북궁후였다.
그는 지금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때 그의 상념을 깨는 일성이 있었다. "금기령주님!" 휙! 하면서 금명철이 그의 옆에 내려서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한 장의 서찰이 들려 있었다.
북궁후가 돌아섰다. "무슨 일이오?" 금명철은 한 차례 포권을 하더니 서찰을 공손하게 내밀었다. "사마기가 드디어 일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사마기?" 북궁후의 손에 대자보가 쥐어졌다.
고요하던 그의 눈이 번갯불같 은 신광을 퉁겨냈다. "훗! 사마기, 드디어 무림에 거보를 내디뎠군." 그의 입가에 냉소가 묻어났다. '사마기!' 지금 그의 뇌리엔 호쾌한 남아의 기상을 물씬 풍기던 사마기의 모 습이 떠오르고 있었다. "후후..., 그대의 초대에 나, 북궁후가 빠질 수는 없지" 그의 손에 들려 있던 대자보가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백팔십 개의 관문이라, 그 친구의 의도를 알 수 없군.
수만 무림 인들의 목숨을 놓고 도박을 벌이다니!" 그는 눈을 들어 폭우를 퍼붓는 천공을 응시했다. "도박이라면...
나, 북궁후를 능가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후후 후!"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폭우는 더욱 굵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무림의 미래를 예고하는 것 같았다. ■ 검 2권 제18장 천마전(天魔殿) 백십팔관문! -7 ━━━━━━━━━━━━━━━━━━━━━━━━━━━━━━━━━━━ ⑦ 호북성(湖北省) 대별산(大別山).
찬란한 태양의 광휘가 대별산을 감싸고 있었다.
며칠째 계속 내린 임우( 雨-장마)로 탁기가 씻은 듯이 사라져 버린 하늘은 눈부시게 청명하였다.
헌데 언제부터인 가 이 대별산으로 무림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별산 중턱이었다.
눈부신 햇살 속에 대별산을 오르는 수많은 군 웅(群雄)들의 모습이 보였다.
승(僧), 속(俗), 도(道) 등 각양각 색의 인물들이었다.
마치 천하의 모든 무림인들이 몽땅 이곳에 몰 려온 것 같았다.
대별산으로 오르는 산길에는 아직도 끊임없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 었다.
그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대별산으로 오르고 있단 말인가? 그것은 바로 천마전에서 공포한 날이 밝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많은 군웅들이 모두 천마전이 설치한 백팔십 개 관문 을 뚫고 묵옥악마상을 얻으려는 것이란 말인가? 군웅들은 대별산의 무성한 수목이 우거진 입구에 있는 한 개의 석 비(石碑) 앞에 구름처럼 몰려 있었다.
단단한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석비의 평면에는 칼끝으로 새긴 듯 간략한 방문(榜文)이 새겨져 있었다. <천자백십팔관문(千字百十八關門) 중 제일관문(第一關門) 천해만 송죽림(天海萬松竹林).> 드디어 이곳부터 관문이 시작되고 있었다.
주위에 몰려 있던 군웅 들의 얼굴에 긴장의 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 긴장 속에서 탐욕 의 빛이 번뜩이고 있었다.
이때 도대체가 나이를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파뿌리처럼 새하얀 수염을 가지고 있는 일곱 명의 승인(僧人)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 다.
하나같이 머리에는 여덟 개의 계인이 찍혀 있었고 목에는 염 주를 걸고 있었으며 손에는 목탁을 들고 있었다.
더구나 눈을 끔벅일 때마다 번쩍이는 안광은 저마다 극상승의 심 후한 공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이마에 붉은 점이 있는 노승이 방문을 보며 무거운 탄식을 터뜨렸 다. "아미타불...
난세(亂世)로다." 그의 불호는 주위 사람들의 심신을 매우 청량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들은 모두 답답한 신색으로 서로를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노송과 죽림(竹林) 사이로 천천히 사라져 갔다.
몰려 있던 군웅들 속에서 한마디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헉! 저들은 소림 천죽헌(靑竹軒)의 칠대장로(七大長老)들이 아닌 가?" 그 말에 군웅들 사이에서 일대 소란이 일어났다.
당연한 것이 천 죽헌의 칠대장로들이라면 바로 소림최고의 배분인 소림삼천불의 바로 아래 배분이 아닌가? 그들은 소림삼천불이 백 년 폐관에 든 이후 지난 백 년간 거의 강 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헌데 그들이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득불(得佛)의 경지에 이르렀 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들까지 이곳에 나타났으니 군웅들의 놀 람도 무리는 아니었다.
군웅들이 웅성거리며 놀라움을 나타낼 때였다.
돌연 울창한 노송 림의 한 거목이 박살나며 세 개의 붉은 인영들이 나타났다.
번쩍! 하는 순간 이미 석비 쪽에 내려선 그들은 모두 사십대의 중 년인(中年人)들이었다.
헌데 놀랍게도 그들의 용모는 하나같이 똑 같았다.
그들의 입에서 음산한 귀소가 흘러나왔다. "흐흐흐, 묵옥악마상! 그것만은 우리 혈해삼천패(血海三天覇)의 것이지!" 그들은 순식간에 송림 속으로 사라졌다. - 혈해삼천패.
남해(南海)에서 가장 악명이 높은 혈해도(血海島), 그 혈해도가 사백 년만에 키워낸 사상 최강의 삼대고수가 바로 혈 해삼천패였다.
그들의 위명은 익히 화중이남(和中以南) 지역을 진 동시킨 바 있었다.
헌데 그 남해의 혈해도에서도 묵옥악마상을 찾 기 위해 중원으로 나온 것인가? 군웅들은 혀를 내둘렀다.
이때 나직한 도호가 들리면서 후루룩! 하는 장삼자락 날리는 소리 와 함께 다섯 명의 인영이 내려섰다. "무량수불!" "천하인이 다 모인 것 같구려." 누런 도포를 입은 다섯 명의 도장(道長)들이었다.
누구의 입에선 가 신음이 새어나왔다. "아니, 무당오신로(武當五神老)가 아닌가?" 무당오신로는 무당파(武當波)의 오대관주(五大官主)들이었다.
이들의 득무(得武)는 개파조사인 장삼봉 이래 최고의 경지에 이르 러 있었다.
도가(道家)의 청학(靑鶴)같은 존재들이기도 했다.
이들뿐이 아니었다.
당금 무림의 기라성같은 존재들은 물론 천하 구석구석에 은거해 있던 무수한 기인이사(奇人異士)들이 속속 나 타나고 있었다.
그야말로 전후양대 기웅(奇雄)들의 대운집이었다. ■ 검 2권 제18장 천마전(天魔殿) 백십팔관문! -8 ━━━━━━━━━━━━━━━━━━━━━━━━━━━━━━━━━━━ ⑧ 이때 이곳에서 십여 장쯤 떨어진 으슥한 노송나무 가지 위였다.
작달막한 체구의 사내가 두 눈을 반짝이면서 가지 위에 걸터 앉아 있었다.
마치 잔재주를 부리다가 잠시 멈추어 선 원숭이를 보는 것 같은 얼굴의 그는 바로 승소진이었다.
그는 다리를 흔들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한데, 왜 대형이 오시지 않지? 세상의 모든 괴물들이 다 모 여들고 있는데." 그때 문득 그의 조그만 쥐눈이 튀어나올 듯 꺼풀이 훌떡 뒤집혔 다. "아니, 저, 저 자는?" 어찌나 놀랐는지 그는 하마터면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뻔했으나 간 신히 한 손으로 가지를 잡고 매달려 있었는데 안색이 창백하게 변 하고 입술은 새파랗게 물들어 있었다.
그의 시선이 굳어진 곳은 군웅들 속의 어느 한쪽이었는데 한 명 의 청의를 입은 중년문사가 음침하게 서 있었다.
그는 섭선을 가 볍게 부치며 담담한 눈길로 주위를 훑어보고 있었다.
일견 평범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허나 어떻게 숨길 수 있단 말인가! 단아한 풍도 가운데 성난 대해(大海)도 잠재울 듯한 무서운 기도 가 뻗쳐나오는 것을! 입가의 담담한 미소 속에 칼끝 같은 계교가 번뜩이는 것을! 더구나 승소진의 눈은 속일 수 없는 것이었다. "서, 서문유허!" 그는 바로 만류교의 군사인 신기선생 서문유허인 것이다.
서문유허는 기묘히 눈을 빛내며 유유히 죽림 속으로 사라졌다.
승소진은 바싹 목을 움츠렸다. "으음, 여기서 한판 승부가 벌어지겠군." 심각한 중얼거림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문득 그의 쥐눈이 이 채를 발했다. "저...
사람은?" 군웅들과 다소 떨어진 한적한 곳이었다.
서생차림의 백의인이 단 아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의 용모는 죽립을 눌러쓰 고 있어서 전혀 알아볼 수 없었지만 은연중에 발산되는 뛰어난 기 개는 숨길 수가 없었다.
구름같은 군웅들 속에 군계일학(群鷄一 鶴) 격으로 두드러져 보였던 것이다.
약간 허약해 보이는 것이 흠이랄까? 백의인은 죽림 사이로 열심히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승소진은 주르륵 나무를 내려가 그 의 곁으로 다가갔다. "형장도 묵옥악마상을 얻으러 왔소?" 순간 백의인은 흠칫하더니 죽립을 더욱 깊이 내리며 설레설레 고 개를 저었다. "아니오.
난 사람을 찾으러 왔소." 그의 음성은 외모와는 달리 뜻밖에도 다소 투박하게 들려왔다.
허나 승소진의 예리한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요게 변성을 하고 있구나.' 그는 백의인과 가까운 거리로 다가섰다. '헤헤, 무슨 놈이 꼭 여자같이 나긋나긋한 몸을 가지고 있나?' 그는 야릇한 미소를 머금었다.
백의인은 꽤 당황한 듯 주춤 물러 서고 있었다.
승소진은 문득 짓궂은 생각이 들었다. '보아하니 강호초출인 풋내기인 모양인데, 헤헤...
좀 골려 줄 까?' 헌데 이때였다. "크악!" "피해라! 독죽창(毒竹槍)이닷!" 죽림에서 아우성과 함께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승소진이 그쪽을 힐끔 보더니 백의인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던졌다. "ㅋㅋ, 형장! 한심해 보이지 않소? 어린애 장난같은 함정에 사람 들이 죽어가고 있다니!" 백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구려." 이때 승소진의 눈에 기광이 번뜩였다.
백의인의 손은 허리춤부위 에 머물러 있었는데 가냘퍼 보이는 허리에는 뜻밖에도 푸른 비수 가 여러 개 꽂혀 있었다. '어쭈, 요게 제법 나를 경계하고 있구나.' 비수를 보면서 히죽거리던 승소진의 얼굴이 돌연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그의 크게 떠진 눈에는 놀람의 빛이 떠올라 있었다. '앗! 혈청비(血靑匕)!' 그 속에는 공포의 빛도 섞여 있었다. '이 서생이 전설의 혈청마류비(血靑魔流飛)를 익혔단 말인가!' 그는 마치 무슨 큰 비밀이라도 발견한 듯이 가슴이 쿵쾅거렸다. '혈청마류비를 창안해 낸 혈청비자(血靑匕子)는 황궁의 고수였는 데...!' ■ 검 2권 제18장 천마전(天魔殿) 백십팔관문! -9 ━━━━━━━━━━━━━━━━━━━━━━━━━━━━━━━━━━━ ⑨ - 혈청비자.
그는 오백 년 전 중원무림을 경악 속에 몰아넣었던 황궁의 고수였 다.
그는 늘 열아홉 개의 비수를 갖고 다녔다.
그는 황제를 보필하는 무사로 당시 황궁을 전복하려는 일만 명의 적도(敵徒)들을 열아홉 개의 청비로 죽였다는 가공할 전설을 남긴 인물이었다.
그가 창안해 낸 혈청마류비는 무림에서도 한 수 접어 주는 무적의 절세 비술(匕術)로 전해지고 있었다.
승소진은 백의인을 힐끔 보며 내심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이 사람도 황궁과 무관하진 않겠군.
흐흐, 묵옥악마 상...
과연 유혹이 크군.
황궁의 고수들까지 출현하다니!' 이때 백의인이 약간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저어...
형장, 이 천마전의 관문에 대해 알고 있소?" 승소진의 입가에 금방 득의의 미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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