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세계가 지옥이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겠고! 승소진은 나직이 휘파람을 불어냈다. "휘... 유! 어쩐지 불쌍한 생각이 드는 사내로군." 주령령이 의아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승소진이 아깝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저렇게 엄청난 층계를 완성하려면 적어도 수억만금의 은자가 필 요했을 텐데!" "킥!" 주령령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면서 걸음을 옮겼다. "아! 저런!" 그 순간 북궁후의 안색이 흐려졌다. 앙증맞고 귀엽기 짝이 없는 그녀의 발은 거대한 계단 중앙에 음각(陰刻)된 지(地)자를 밟고 있었던 것이다. 우르릉! 요란한 굉음과 함께 사방이 차단되며 돌연 천정에서 무수한 철창 (鐵槍)들이 내리꽂히고 있었다. 북궁후는 재빨리 주령령의 허리를 안으며 소리쳤다. "소진! 오행미지환관(五行迷地幻關)이다! 지자(地字)가 음각된 곳 을 거꾸로 밟아가라!" 승소진의 몸이 비호같이 거대한 지(地)자의 획을 거꾸로 밟아가기 시작했다. 그의 동작은 기가 막히게 빨랐다. 그가 마지막 획을 밟 아간 순간이었다. 우르릉! 소리와 함께 계단이 멈추고 있었다.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세 사람은 번개같이 다음 계단으로 몸을 날렸 다. ■ 검 2권 제19장 천년강시(千年疆屍) 불사금부군(不死金斧君)! -6 ━━━━━━━━━━━━━━━━━━━━━━━━━━━━━━━━━━━ ⑥ 꽈지지직! 천장에서 비오듯이 쏟아지던 무수한 철창들은 그대로 계단에 쑤셔 박히고 있었다. 세 사람이 발을 딛고 있던 계단은 순식간에 고슴도치처럼 변해 버 리고 말았다. 세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리다가 흠칫하였다. 이번 계단의 주위는 지독하게도 어두웠다. 한 치 앞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여서 주령령은 북궁후의 손을 잡 고 있지 않았다면 비명을 질렀을지도 몰랐다. 북궁후의 얼굴조차 뿌옇게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그들은 분명 입구에서 계단의 모든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막상 계단에 내려서자 전혀 주위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필시 기이무쌍한 진법(陳法)을 인용해 만든 기관(機關)임이 분명 했다. 이때 주령령은 황급히 내공을 끌어올려 시력을 돋우었는데 비로소 자신의 주위에 있는 북궁후와 승소진의 모습이 보이자 안도의 숨 을 내쉬었다. 그녀는 조금의 여유를 되찾았는지 슬그머니 북궁후의 팔을 놓으면 서 말했다. "이곳은... 어두운 걸 보니 현관(玄關)이군요." 승소진이 기이한 미소를 터뜨렸다. "클클... 공주님, 오늘은 이 무식한 소진이 천자문을 다 배우는군 요." 북궁후가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소진, 이것을 알겠느냐?" 승소진이 득의한 코웃음을 날렸다. "후후, 이 정도야 기초지요. 칠흑같은 어둠 속에 일시적인 폭광 (暴光)을 쏟아내 시각을 흐리게 한 후, 흐흐... 습격해 올 겁니 다." 승소진은 자신만만하였다. 그는 도대체 천하에 모르는 것이 없단 말인가? "휴! 대형, 이번엔 마흔네번째 글자 수(水)자를 배울 차례군요!" 승소진은 식은땀에 젖은 얼굴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북궁후가 그 를 돌아보며 씩 웃었다. "후후후... 소진, 어쩌면 사마친구가 천자문을 가르쳐 준 대가로 은자를 요구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어느새 마흔네번째의 관문에 도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북궁후와 나란히 달리던 주령령이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호호, 대가! 걱정마세요! 제게 열아홉 개의 큰 은덩이가 있으니 까요." 그러자 승소진이 고개를 슬며시 꼬며 말했다. "ㅋ, 공주님께서 지니신 혈청비수가 은(銀)과 묵강철(墨剛鐵)을 배합해 만든 것이죠!" 주령령의 얼굴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능히 짐작되는 일이었다. '이 귀신같은 사람과 대가는 대체 언제부터 가까워진 것일까?' 한 줄기 전음이 그녀의 귓가에 전해졌다. (후후, 어릴 때부터였습니다. 공주님!) 주령령은 기절초풍할 정도로 놀랐다. '아니! 심계(心計)까지!' 북궁후가 한쪽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령매! 그를 건드렸다간 골치 아프게 될 거요. 귀신이니까." 주령령은 그만 멍청해졌다. '어마, 귀신은 한둘이 아니었어!' 순식간에 마흔네 개의 관문을 돌파해 온 그들은 다소 여유를 갖고 있었다. 헌데 제일 먼저 마흔다섯번째의 계단에 들어선 승소진의 입에서 놀란 외침이 터졌다. "대형! 독수(毒水)가 차오르고 있습니다." 이미 계단에 발을 들여놓은 북궁후는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수관(水關)이로군!" 계단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리석은 그저 반질거 리고 있을 뿐이었다. 허나 그들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마흔다섯번째의 관문은 수관으로서 무형무색무취(無形無色無臭)의 독관(毒關)이었던 것이다. ■ 검 2권 제19장 천년강시(千年疆屍) 불사금부군(不死金斧君)! -7 ━━━━━━━━━━━━━━━━━━━━━━━━━━━━━━━━━━━ ⑦ 북궁후는 재빨리 주령령을 쳐다봤다. 주령령의 일시 당황한듯한 얼굴이 푸르스름하게 변하고 있었다. "대, 대가!" 그녀도 역시 어느새 계단에 발을 들여놓았던 것이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은 공포에 질린 채 발 밑을 굽어보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녀의 발목부터 온몸의 의복이 시커멓게 변색되고 있었 다. 입고 있는 옷이 그 지경이 되었으니 속내는 어찌 됐을지 짐작 하고도 남음이 있지 않겠는가! 그녀가 제일 먼저 중독되었던 것이다. 그녀의 무공이 약해서가 아 니라 그녀는 북궁후를 믿고 방심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지불식간에 중독된 것이었다. 북궁후는 번개같이 자신의 입으로 그녀의 입술 을 눌렀다. "읍!" 동시에 심령전어(心靈傳語)의 수법으로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령매, 호흡을 멈추시오! 대신 내가 불어넣어 주는 기운을 흡입 (吸入)하시오!" 이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주령령의 얼굴은 묘하게 변했다. 아름다 운 옥용을 노을처럼 물들이면서 몸을 가늘게 떨고 있었다. 그녀는 황당하게도 위기일발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달콤한 기분 을 만끽하고 있었던 것이다. 허나 그것도 잠시 그녀는 곧 정신을 가다듬고 북궁후의 말대로 구 강을 통해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청아한 기운이 목구멍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곧 심 신이 상쾌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지끈거리던 머리 속이 맑아지면 서 온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벼워지고 있었다. 두 사람의 사랑의 행위(?)를 지켜보고 있던 승소진의 입술이 씰룩 이고 있었다. '제기랄, 이걸 보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ㅉ!' 그의 원숭이같은 얼굴은 또 한 번 일그러지고 있었다. ■ 검 2권 제19장 천년강시(千年疆屍) 불사금부군(不死金斧君)! -8 ━━━━━━━━━━━━━━━━━━━━━━━━━━━━━━━━━━━ ⑧ 용(龍)의 울음같은 굉음(轟音)과 함께 계단이 회전하면서 어둠 속 에서 세 개의 인영이 튀어나왔다. 북궁후 등이 수관을 빠져 나오 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약간 피로한 기색이었다. 옷은 군데군 데 찢기고 불탔으며 또한 검게 그을려 있었다. "후유, 천자문 배우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승소진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빌어먹을! 이래 갖고서야 중원제일뇌(中原第一腦)의 체면이 서겠 나!" 승소진은 허공에 주먹질을 하면서 투덜거렸다. 북궁후가 그를 힐 끗 쳐다보며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소진, 이제 두 글자만 더 배우면 된다!" 그들은 이제 두 개의 관문만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몸을 돌리며 앞을 보던 북궁후의 시선이 이채를 발했다. 몇 구의 시체가 눈앞에 흩어져 있었다. 섬뜩하게도 사지(四肢)가 분리된 채였다. 시체의 몸에는 찢겨져 나간 붉은 가사자락이 누더기처럼 붙어 있 었다. 주령령은 안색이 홱 변했다. "아, 소림사 청죽헌의 장로들이에요!" 북궁후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저렇게 잔인하게 죽이다니!" 그는 치솟는 노기를 참지 못하고 검미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그때 귀청을 찢을 듯한 날카로운 금속성이 요란하게 들려왔다. 세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향했다. 약 오십여 장 떨어진 곳이었는데 거대한 두 개의 그림자가 뒤엉켜 무서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격돌을 일으킬 때마다 우레와 같은 소리가 대리석 계단을 뒤흔들 면서 사방으로 번갯불이 번쩍이고 있었다. 한창 뒤엉켜 있는 그들을 보는 승소진의 작은 눈이 더욱 가늘어졌 다. "저... 자는 군산칠십이채의 총채주 영국광이 아닌가!" 그렇다. 두 개의 그림자 중 하나는 거대한 체구의 영국광이었다. 헌데 믿을 수 없게도 지금 그가 상대하고 있는 인물은 적어도 그 보다 머리통 하나는 더 커 보였다. 그는 번쩍이는 황금빛 갑주(甲胄)를 입고 금부(金斧)를 휘두르고 있었는데 마치 성난 나한(羅漢)을 보는 것 같았다. 한 번 도끼를 휘두를 때마다 번갯불이 번쩍이면서 태산같은 경기가 사방으로 회 오리치고 있었는데 그 위세는 실로 가공스러워 방원 백오십여 장 에 이르는 대리석 계단을 몽땅 날려 버릴 것 같았다. 승소진이 북궁후를 쳐다보며 심각한 음성으로 말했다. "대형! 영국광이 지닌 검이 귀검입니다!" 북궁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다, 소진." 승소진의 눈에 감탄의 빛이 떠올랐다. '역시 대형은 이미 천해만송죽림에 들어오기 전부터 모든 것을 파 악하고 있었구나.' 이때 북궁후는 영국광과 무자비한 대혈전을 벌이고 있는 인물을 눈여겨 주시하고 있었다. 영국광은 귀검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ㄷ걸 음질치고 있었다. 북궁후는 내심 피가 굳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놀라운 일이다. 전설의 명검을 지닌 자가 밀리다니, 대체 괴물같 이 생긴 저 자가 누구이기에?' 승소진이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대형, 저 자는 전설의 고루금마( 樓金魔) 불사금부군(不死金斧 君)입니다." "고루금마!" 북궁후는 아연실색하였다. "천년고루강시(千年 樓疆屍) 불사금부군이란 말인가?" 승소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오백 년 전 천기만통자(天機萬通子)가 지은 무림금비록(武林 禁秘錄)을 보면 일천 년 동안에도 썩지 않는 시신을 골라 만 관 (萬貫)의 동(銅)과 오천 관의 황금을 용광로에 끓인 후, 십오 년 동안 시체를 담그어 만든다고 합니다." 북궁후가 뒷말을 이었다. "천하의 어떤 병기로도 상처를 낼 수 없으며 급소도 없다는 불사 (不死)의 귀물(鬼物)로서.... 다만 한 가지 흠이라면 지혜가 없다 는 것이지." 승소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혜만 갖췄다면 영원히 존재할 천하최강의 고수지요. 누구든지 저 불사금부군에게 걸리면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합니다. 저자는 한 인물만 붙잡고 늘어지는 성질이 있습니다." 북궁후가 희미한 미소를 떠올렸다. "때문에 우리가 온 것을 알고도 저 자만 붙들고 죽도록 싸우고 있 단 말인가?" "훗, 영국광이 운이 나빴던 겁니다." 이때 주령령이 칠대장로의 시체를 힐끗 보며 말했다. "그럼 저들은 어떻게 된 거죠?" "의리가 깊은 그들 칠대장로들이 결국 불사금부군에게 차례차례로 죽어가고 말았을 겁니다." 주령령은 슬픈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군요." 북궁후는 말없이 영국광과 불사금부군의 싸움을 주시하고 있었다. 위이이잉! 번쩍! 불사금부군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금부를 휘두르며 짓쳐들었다. 순간 영국광은 뒷걸음질치던 자세를 홱 틀어 일검을 내뻗었지만 갑주에 닿는 순간 캉! 하는 쇳소리와 함께 귀검은 그대로 비껴나 가고 말았다. 일검이 빗나가자 영국광은 크게 당황한 빛을 띠었다. 그의 전신이 고스란히 노출되었던 것이다. 어린아이라도 그에게 칼질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때를 놓치지 않고 금부는 곧장 그의 가슴 늑골 을 장작 패듯이 후려쳐 왔는데 얼마나 다급했는지 영국광은 얼떨 결에 왼팔을 들어 막고 있었다. 서걱! 하는 끔찍한 소리가 들리며 영국광의 커다란 팔뚝은 순식간 에 피보라를 뿌리며 허공으로 튀어올랐다. 헌데 놀랍게도 영국광은 아무런 고통의 빛도 없이 그대로 귀검을 휘두르며 불사금부군의 앞가슴으로 달려들었다. "귀검파천황(鬼劍破天荒)!" 영국광의 입에서 대갈일성이 터지며 그의 귀검은 폭풍같은 회오리 를 동반하고 불사금부군의 가슴으로 짓쳐들어갔다. 정면으로 불사 금부군의 명치를 노리고 파고든 것이었다. 헌데 전율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따아아앙!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시퍼런 불꽃이 확 퍼지더니 경악스럽게도 귀검의 허리 부위가 뚝 부러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 검 2권 제19장 천년강시(千年疆屍) 불사금부군(不死金斧君)! -9 ━━━━━━━━━━━━━━━━━━━━━━━━━━━━━━━━━━━ ⑨ 영국광은 기겁해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헉! 이, 이럴 수가!" 그가 부르르 떨며 뒷걸음질치는 순간이었다. 불사금부군의 금부가 금광을 폭사하며 짓쳐들었다. 그 기세는 산악조차도 가루로 날려 버릴 것 같았다. 영국광은 안색이 잿빛으로 변하며 급급히 몸을 날려 피하려고 했 지만 그보다 한 발 앞서 번쩍이는 금부는 그대로 그의 이마를 갈 라 버렸다. "카악!" 영국광의 우람한 몸은 장작처럼 쪼개져 그 자리에서 널부러지고 말았다. 실로 처참한 죽음이었다. "크크크!" 불사금부군은 금부의 피를 손으로 쓱 닦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부리부리한 눈이 번쩍였다. 승소진이 다급히 부르짖었다. "저, 저 자가 우리를 봤습니다." 북궁후는 불사금부군을 응시한 채 침착하게 말했다. "소란떨 것 없다." 그는 자신의 손을 잡고 있던 주령령의 손을 가만히 놓았다. 그리 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이때 불사금부군은 시커먼 동굴같은 눈으로 한동안 북궁후를 바라 보더니 돌연 핏물이 흥건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금부 를 비스듬히 비껴안은 채 눈을 지그시 감는 것이 아닌가! 그의 태도에서 그의 의도를 명백하게 알 수 있었다. 그의 임무는 단지 이곳을 지키는 것에 불과했다. 북궁후가 그의 삼 장 앞에 멈 추어 서서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 "친구, 비켜 주게. 우리는 천자문을 마저 배워야 하니까." 불사금부군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그는 불꽃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한동안 북궁후를 노려보고 있었 다. 북궁후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내심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헌데 돌연 불사금부군은 번쩍 몸을 날려 북궁후가 아니라 승소진 에게 덮쳐가는 것이 아닌가! 이건 실로 북궁후조차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북궁후는 대경해 소리쳤다. "소진, 피해랏!" 그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승소진은 이미 최고의 경공을 발휘해 허 공을 날고 있었다. '제기랄! 아무리 내 인상이 좋지 않기로... 대형이 말을 건넸는데 왜 나를 공격하는 거야?' 불사금부군은 미친 듯이 그에게만 공격을 퍼부었다. '잘못 걸렸다!' 승소진은 발이 땅에 닿을 새도 없이 계속 허공을 날아야 했다. 그의 신법은 매우 신쾌무비했다. 하지만 불사금부군의 공격에는 식은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만큼 그의 공격은 파상적이었 고 위력적이었다. 삽시간에 두 사람의 주위에는 무시무시한 돌풍이 휘몰아치기 시작 했다. 이때 주령령이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깝게 소리쳤다. "어떡하죠? 대가!" 북궁후는 기이한 빛을 번뜩였다. "좀더 지켜보기로 합시다." 그는 지금 한 가지의 의문 속에 빠져 있었고 그 의문의 해답을 찾 고 있었다. 그 해답 속에 불사금부군을 제압할 묘수가 숨겨져 있 을 것 같았다. 이때 돌연 승소진을 쫓으며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붓던 불사금부군 이 우뚝 멈추어 섰다. 그의 시선은 뜻밖에도 주령령의 얼굴에 못박혀 있었다. 뿐만 아니었다. 흉폭하게 뿜어져 나오던 살광도 씻은 듯이 사라지 고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무표정하던 얼굴이 씰룩이면서 쉴새없 이 경련까지 일으키고 있었다. 이건 전혀 상상치도 못했던 일이라 주위에 있던 세 사람은 일시에 어안이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주령령은 약간 질린 듯한 얼굴로 뒷걸음을 치면서 북궁후에게 도 움을 청하는 눈짓을 보내고 있었다. 허나 북궁후는 마치 자신과는 무관한 일처럼 태연한 모습으로 뭔 가에 골몰해 있었다. 헌데 이때 불사금부군의 입술이 들썩이더니 더듬거리는 음성이 새 어나왔다. "으으... 너는... 바로... 남남( )이 아니냐? 네가 어떻게... 살아 있단 말이냐?" 그는 천천히 주령령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주령령은 공포에 질 려 불사금부군이 도대체 뭐라고 중얼거리는지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단지 그가 한 발 다가오면 두 발 물러서고 두 발 다가 오면 세 발 물러서고 있었다. 이때 눈치 빠른 승소진이 기광을 번뜩였다. '아항! 요 놈에게 뭔가 사연이 있는 모양이구나! 빠져나갈 기회는 바로 지금이다!' 그는 재빨리 북궁후를 보았다. 이때 한창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 던 북궁후가 돌연 탄성을 지르면서 무릎를 쳤다. "그렇다! 바로 금령조(金翎鳥)다!" 그는 돌연 품 속에서 한자루의 섭선을 꺼냈다. 천령동에서 얻었던 천령무황의 신물인 백옥선이었다. 헌데 그가 백옥선을 꺼내자 돌연 불사금부군이 홱 그에게 고개를 돌리더니 두려움에 젖은 눈으로 백옥선을 보면서 주춤 물러서는 것이 아닌가! ■ 검 2권 제20장 드러나는 마각(馬脚) ━━━━━━━━━━━━━━━━━━━━━━━━━━━━━━━━━━━ ① 북궁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나를 피하고 승소진을 공격한 것은 필시 이 금령조의 서기 때문임에 분명하다!' 금령조라면 바로 천하의 모든 악한 기운을 내쫓는다는 신령스러운 영물(靈物)이 아니던가! 북궁후는 그 의문의 해답을 찾아낸 것이었다. 헌데 이때 돌연 불 사금부군이 주령령에게 달려들었다. "앗! 위험...!" 승소진이 대경실색하여 소리치려는 순간 북궁후의 입에서 일진의 냉소성과 함께 그의 오른손에서 천뢰수가 가득 담긴 백옥선이 무 서운 속도로 폭사되었다. 꽈지직! 하는 둔탁한 기음이 터지면서 불사금부군의 거구가 기우 뚱하더니 삼 장 밖으로 날아가 곤두박질쳤다. 제아무리 불사무적의 천년고루강시라고 할지라도 이지(理智)를 상 실당한 상태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계단이 무너질 듯이 뒤흔들리면서 낙진이 자욱이 피어났다. 이때 주령령은 넋이라도 빠진 듯이 그 자리에 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대형! 빨리!" 승소진이 다음 계단으로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북궁후는 번개같이 주령령을 낚아채고는 승소진의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목적이 관문돌파에 있는 만큼 사소한 일로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위이잉! 상황이 바뀌면서 주변은 다시 적막을 되찾았다. 그들은 마지막 계 단 위에 내려서고 있었다. 승소진은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 저런 괴물이 관문을 지키고 있을 줄이야!" 주령령이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헌데, 그 자가 왜 동작을 멈췄을까요?" 북궁후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 "후후, 그 자가 천 년 동안이나 여인을 보지 못하다 령매같은 미 인을 보니 넋이 달아난 거요." "맙소사!" 주령령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승소진은 몸을 비틀며 괴이 하게 웃었다. "킬킬, 천년고루강시의 약점이 여자에게 있었을 줄이야!" 세 사람은 한동안 잠시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주령령은 내심 짙은 의혹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불사금부군이 자신에게 덤벼드는 순간, 그것이 자신을 해 치려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려고 했다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구나.' 주령령은 아련한 슬픔같은 것이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것 을 느끼고는 기분이 울적해졌다. 이때 그들은 어두운 계단을 전진하고 있었다. 오십여 장 전진했을까? 뜻밖에도 넓은 석실이 나타났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도 석실의 윤곽은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북궁후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리고 있었다. 단지 계단의 나 열에 불과했지만 그 속에 숨겨진 오묘불가사의한 기능은 인간의 상식을 초월하고 있었다. 참으로 경이로운 진법과 기관이 교묘하게 배합된 신비스러운 계단 이 아닐 수 없었다. 승소진이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아니, 아무도 없잖아? 어쩐지 속은 느낌이 드는군." 북궁후가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소진,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돌연 그들의 머리 위에서 확 하는 섬광이 일더니 석실 안이 대낮같이 밝아졌다. 동시에 호탕한 웃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핫핫핫! 기다리고 있었소. 북궁대협!" 북궁후는 담담한 기색으로 전면을 응시했다. 상대는 어둠 속에 있었다. 북궁후 일행 등은 머리 위에서 비치는 불빛 속에 환하게 드러나 있었고 상대는 희미한 어둠 속에 파묻혀 있었다. 그는 몹시 지모가 뛰어난 위인같았다. 자신의 몸은 숨기고 상대의 모습을 확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허나 이미 여타 무림인과는 차원이 다른 경지에 들어선 북궁후는 상대의 모습을 단번에 꿰뚫어볼 수 있었다. 약 십여 장 정도의 거리에 하나의 커다란 태사의가 팔선탁자를 앞 에 두고 놓여 있었으며, 태사의에는 한 명의 흑포인이 느긋한 자 세로 앉아 있었다. 다리를 비스듬히 꼰 채 홀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는 천마협 사마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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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모습을 살피던 북궁후는 내심 섬뜩 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변해 있었다. 그가 처음 태호의 귀래거에서 그를 보았을 때 그에게서는 호협한 기도가 풍기고 있었다. 단지 그 야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