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소설]천중행 - 검 - 36편 (36/46)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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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천중행 - 검 - 36편 (3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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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마는 경악과 불신으로 가득찬 눈을 부릅뜨고서 석상처럼 멈추어 있었다.
문득 환마의 얼굴 근육이 꿈틀하였다.
순간, 쩌쩌쩍! 하는 음향과 함께 그의 온몸에 거미줄같은 균열이 일어나더니 그 사이로 수백 줄기의 피분수가 뿜어지는 것이 아닌가! 동시에 그의 몸통은 산산조각나면서 그 자리에 폭삭 주저앉고 말 았다.
실로 전율스러운 일이었다.
한동안 차가운 표정으로 걸레처럼 변한 환마를 내려다 보던 북궁 후가 돌연 휘청하면서 울컥! 한모금의 핏덩이를 토해냈다.
그는 너무 무리하게 진기를 운용했던 것이다.
그는 비틀거리면서 백의서생을 내려놓은 곳으로 걸어갔다.
그의 두 다리가 후둘거리면서 떨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한수에 그가 얼마나 많은 진력을 쏟아부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백의서생의 옆에 오더니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잠시 가쁜숨을 몰아쉬더니 백의서생의 맥을 짚어 보았다.
그의 안색이 급변했다. "맥이 흩어지고 있다! 큰일이다.
이 근처에 어디 은밀한 곳이 없 을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살폈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북궁후의 얼굴이 흑빛으로 변하더니 그는 돌 연 고개를 뒤로 홱 돌렸다.
쐐애애액! 그를 향해 북서쪽에서 시퍼런 검기가 쏘아져 오고 있었다. '헛! 누가?' 북궁후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그는 백의서생을 안고는 벼 락같이 우측으로 몸을 날렸다.
빠지직! 검기는 그대로 그와 백의서생이 있던 자리에 쑤셔 박히면서 폭발 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그곳에는 방원 삼 장여의 웅덩이가 생기면서 시커먼 연 기가 안에서 피어올랐다.
북궁후는 허옇게 질린 얼굴로 웅덩이를 보다가 검기가 날아온 북 서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그때 비로소 그곳이 환마가 죽어 있던 곳이라는 것을 느꼈는 데, 의혹으로 가득 찼던 그의 눈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숨막히는 듯한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환마가 우뚝 서 있지 않은가! "크크크!" 북궁후는 간담이 서늘해져왔다. '들은 적이 있다.
전신에 한 모금의 진기나 온기(溫氣)만 남아 있 어도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사중생(死中生)의 밀공(密功)이 존재한 다고!' 그의 얼굴에 낭패한 기색이 떠올랐다. "크크크, 애송이! 사령불사환혼밀공(死靈不死還魂密功)을 알고 있 느냐?" "사, 사령불사환혼밀공!" - 사령불사환혼밀공.
천축밀교(天竺密敎)의 대법왕(大法王)이 수미산(須彌山)의 한 동 굴에서 우연히 발견한 연대불명의 고서(古書) 속에 기록되어 있던 마공(魔功)으로서 불심이 깊은 대법왕조차 두려움을 느끼고 만년 흑강(萬年黑剛)으로 만들어진 묵궤에 봉인(封印)하여 밀교의 십만 장 지하갱도에 은닉해 놓았다는 그 전설속의 기마악서(奇魔惡書) 가 바로 사령불사환혼밀공이었다.
수백 년 전부터 그 악마적인 위력은 새외는 물론 중원에까지 익히 알려져 오고 있었다.
전신에 한 모금의 진기나 온기(溫氣)만 남아 있어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사중생(死中生)의 역천마공(逆天魔功)! 그것이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검 3권 제25장 대왕릉(大王陵)! ━━━━━━━━━━━━━━━━━━━━━━━━━━━━━━━━━━━ ① 북궁후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그는 지금 거의 모든 기력을 소모한 상태였다.
더구나 중상을 입 은 백의서생까지 안고 있지 않은가.
그는 환마를 경계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문득 그의 눈에 이채가 번뜩였다.
백여 장 정도의 산능선 부근이 었다.
뜻밖에도 그곳에는 수많은 석상군(石像群)들이 여명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돌연 그의 신형이 번쩍 하더니 화살처럼 산능선쪽으로 쏘아져 갔 다.
이때 이 돌연한 행동에 환마가 흠칫하는 것 같더니, 이내 음 침한 괴소를 흘리면서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뿌우연 안개로 화해 흩어졌다.
북궁후는 전력으로 천령영허무기보를 펼쳤는지라 그는 한걸음에 이백삼십육 번의 변화를 일으키면서 삽시간에 산능선으로 이동하 였다.
유령처럼 산능선에 내려선 그의 입에서 갑자기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름모를 잡초들이 갈대처럼 길게 자라 주위를 온통 뒤덮고 있었 는데 그 사이로 십 척이 넘을 것 같은 크기의 무수한 석상들이 도 열해 있었다.
오랜 풍상을 겪은 듯 부서지고, 시퍼런 이끼와 갈퀴같은 넝쿨이 감싸고 있어 언뜻 보면 무질서한 듯 했지만 그것들은 일정한 진열 을 갖추고 있어, 마치 열병식(閱兵式)을 하는 무사(武士)들처럼 위엄을 가지고 있었다.
이때 쉭! 하는 미세한 파공음이 북궁후의 고막을 때렸다. '환마다!' 다음 순간 북궁후의 신형은 석상군 사이로 뛰어들었다.
그는 뛰어 들기가 무섭게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북궁후가 있던 자리에 붉은 안개가 나타났다.
안개 속에서 이상한 물기에 젖은 한 쌍의 눈동자가 흉광을 번뜩이 고 있었다.
문득 눈동자 아래로 허연 이빨이 드러나며 웃는 것 같더니 붉은 안개가 소리없이 석상군으로 스며들었다.
이때 북궁후는 석상군 깊숙이 스며들어 한 개의 석상 뒤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 석상은 의외로 석상군에서 다소 벗어난 곳에 있었는데, 위엄어 린 표정을 가지고 거대한 돌칼을 허리에 차고 있는 장군상(將軍 像)이었다.
아마도 이 병열(兵列)을 지휘하는 수령(首領)인 것 같 았다.
그는 백의서생을 안고 슬쩍 몸을 날려 장군상의 머리 뒤에 내려 앉았다.
장군상의 머리는 두 사람이 몸을 숨기고도 남을 정도로 넉넉한 크 기였다.
헌데 그가 이곳에서 석상군을 내려다 보자 놀랍게도 석상들의 도 열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이 석상군의 위치는 예사 진열이 아니구나.
일종의 진세에 근거 하여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다.' 그의 판단은 현명한 것이었다.
그가 은신하고 있는 장소는 장군이 병사들의 전열(戰列)을 지휘하는 왕좌(王座)였던 것이다.
북궁후는 내심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곳이라면 환마에게 발각될 염려없이 얼마간의 내력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그의 얼굴에 다시 감탄의 빛이 떠올랐다.
석상군들 사이로 뿌우연 안개가 번뜩이고 있는 것이 한눈에 들어 왔던 것이다. '과연...
이곳이 천하의 명당이로구나!' 그는 조심스럽게 백의서생을 한쪽에 내려놓았다.
백의서생의 안색 은 흑빛이 되어 있었으며 온몸을 가늘게 떨고 있었다. '내가 일시 혈도를 봉쇄하여 상세가 악화되는 것을 막았지만 그것 은 단지 일각의 시간뿐, 그 안에 치료를 하지 않으면 대라신선이 온다고 해도 그를 살리지는 못하리라.
그전에 나의 진기를 회복해 야 한다.' 그는 즉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행공을 시작하였다.
헌데 그때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으으음." 돌연 백의서생이 나직한 신음을 토하는 것이 아닌가! 북궁후의 안색이 홱 변했다. '아차! 그의 아혈을 짚지 않았구나!' 그는 황급히 행공을 중단하고 백의서생의 혈도를 짚었으나 이미 때가 늦고 말았다. "흐흐흐흐, 쥐새끼같은 놈!" 음침한 소성이 귓가에 벼락처럼 들려왔다.
북궁후는 낭패한 표정으로 다급하게 백의서생을 옆구리에 끼고는 몸을 날리려고 하였다.
그때 쉬! 하는 미세한 음향이 들리더니 장군상의 머리통이 산산조 각이 나고 있었다.
조각난 파편들이 두 사람의 살속으로 암기처럼 파고들었다.
북궁후는 장군상의 어깨부위에서 몸을 휘청하였다.
정신이 아뜩하였다.
헌데 그때 도저히 믿지 못할 현상이 벌어졌다. ■ 검 3권 제25장 대왕릉(大王陵)! -2 ━━━━━━━━━━━━━━━━━━━━━━━━━━━━━━━━━━━ ② 우르르릉! 돌연 지축이 뒤흔들리면서 장군상이 기우뚱하더니 그대로 땅 밑으 로 폭삭 꺼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북궁후는 발밑이 허전하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꽈르르릉! 장군상은 숨 한 번 들이킬 사이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그 자리에 는 시커먼 구멍이 휑하니 드러나 있었다.
북궁후는 재빨리 자신의 발등을 차면서 몸을 날리려고 하였다.
헌 데 그때 엄청난 흡입력이 구멍 속에서 강력하게 뻗쳐오고 있었다.
거의 내력을 소모한 북궁후로서는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무서운 힘이었다.
그는 실로 눈 깜짝할 순간에 시커먼 구멍속으로 빨려들 어가고 말았다.
암흑(暗黑) 속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깊은지 떨어지는 도중에 북 궁후는 귓가를 스치는 세찬 바람소리를 듣고 의식이 들었다.
그는 찰라간에 의식을 잃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떨어져 갔을 까? 북궁후는 직감적으로 마주쳐 오는 압력이 거세어지는 것을 느 꼈다. '바닥이다.
그대로 떨어지면 즉사를 면치 못한다!' 그는 순간 혼신의 힘을 다해 몸을 맹렬하게 회전시키며 속도를 줄 였다.
이윽고 그는 천천히 낙하하면서 깃털처럼 가볍게 지면에 내 려설 수 있었다.
허나 그는 몸을 휘청이면서 재차 한모금의 선혈을 토해냈다.
그리 고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백의서생이 옆으로 나뒹굴었다.
그는 백의서생을 보면서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남아 있지 않다!' 그는 잠시 호흡을 조절하더니 자신이 떨어진 허공을 올려다 보았 다. '도대체 얼마나 깊이 떨어진 건가?' 시커먼 어둠 속에서는 세찬 바람소리만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는 이내 체념을 하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도 역시 칠흑같이 어 두었다. '내가 몸을 숨기고 있던 장군상은 기관발동의 장치였음에 분명하 다.
그럼 과연 이곳은 어디일까?' 다소 의혹이 들었으나 그는 일단 환마의 살수를 벗어난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었다.
그는 주위에 별다른 위험이 없다는 판단이 들자 즉시 가부좌를 틀 고 앉아 운기행공에 들어갔다.
무엇보다 선결과제는 내공을 회복 하는 것이었다.
휘이이이.
어둠 속에서 바람은 귀곡성을 토하며 휘몰아치고 있었다.
한치 앞도 구분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북궁후는 운기행공에 심취 해 가고 있었다.
그의 단아한 얼굴이 창백하게 변하더니 이윽고 불그레하게 변하면서 머리 위로 가느다란 기류가 솟아오르기 시작 했다.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기류는 둥글게 말리며 다섯 개의 환 (還)을 만들었다.
북궁후는 이미 오기조원(五氣造原)의 경지를 넘어가고 있었다.
한 동안 머리 위에서 머물던 오색환(五色還)이 돌연 그의 코속으로 빨리듯이 스며들어가고 있었다.
잠시 후 그의 안색이 마치 잠이라도 든 듯이 잔잔하게 변하면서 이윽고 천천히 그의 눈이 떠지고 있었다.
그의 눈은 명경지수처럼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눈가 에 푸르스름한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것으로 보아 본신의 공력을 십이 성 되찾지는 못한 것 같았다.
그는 속히 백의서생을 치료하기 위해 중도에서 운기행공을 중단한 것이었다.
그는 문득 나직한 한숨을 내뱉더니 천천히 일어나 한쪽에 나뒹굴 고 있는 백의서생에게 다가갔다.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아 백의서생의 기태를 살폈다.
백의서생은 죽은 듯이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앞가슴은 온통 피범벅 이 되어있다.
북궁후는 내심 안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는 혀를 끌끌 차면서 그의 옆에 편안한 자세로 앉았다.
그리고 일단 봉쇄시켰던 혈도를 풀어주었다.
순간, 으억! 하면서 백의서생은 시커먼 핏덩이를 한모금 토해내더 니 온몸을 미친 듯이 떨기 시작했다.
그의 가슴은 피범벅이 되어 있었고, 말라붙은 피로 앞섶이 뒤엉킨 채 달라붙어 있었다.
북궁후는 어쩔 수 없이 그의 앞섶을 찢었다. "아악!" 백의서생이 비명을 질렀다.
상처와 뒤엉켜 있는 옷자락을 찢어내 자 그 부위에 통증을 느낀 것 같았다.
북궁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백의서생의 비명이 마치 여인의 그 것처럼 뾰족하게 들렸던 것이다. '내가 잘못 들었나?' 그는 이번에는 억세게 옷자락을 찢어 앞섶을 좌우로 벌렸다. "아니!"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뜻밖에도 앞섶이 벌어지고 드러난 백의 서생의 가슴은 불룩하게 솟아 있었다.
그리고 여인의 젖가리개가 칭칭 감겨 있지 않은가. ■ 검 3권 제25장 대왕릉(大王陵)! -3 ━━━━━━━━━━━━━━━━━━━━━━━━━━━━━━━━━━━ ③ 북궁후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남장여인(男裝女人)이었단 말인가?" 그의 입가에 쓴웃음이 피어 올랐다. '천하만사무불통지를 자처하는 내가 남장여인에 속다니!' 그는 그녀의 두건을 벗겼다.
그러자 폭포수같은 머리칼이 쏟아져 내렸다. '아!' 북궁후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리고 말았다.
풍성한 머리칼 이 드러난 그녀의 얼굴은 백팔십도 변해버렸던 것이다.
수많은 절세의 미녀들을 보아온 북궁후조차도 그녀의 용모에는 감 탄을 금치 못하였다.
그녀는 천예궁과는 또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특히 그녀의 싸늘한 듯한 용태는 마치 고전소설에 나오는 왕녀(王 女)를 보는 것 같았다.
한동안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던 북궁후 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 그는 혀를 끌끌 차면서 젖가리개를 풀었다.
불쑥! 하면서 아기속살같은 젖가슴이 튀어나왔다.
헌데 그 오른쪽 젖가슴 아래에 끔찍한 상처가 입을 벌리고 있었 다.
한뼘 정도 길게 찢어진 채 속살을 벌리고 있었는데 피는 이미 말라붙어 있었지만 갈비뼈를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북궁후의 얼굴이 흐려졌다. '이런 상처엔 금창약(金瘡藥)이 있어야 하는데....' 그때 소녀의 품 속에서 한 개의 작은 옥갑(玉匣)이 굴러나왔다.
북궁후는 의혹을 느끼며 옥갑을 집어 열어 보았다.
청아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옥갑에는 붉고 푸른 두 개의 환약이 투명한 밀납에 싸인 채 들어 있었다.
환약을 살피는 북궁후의 입가에 만족한 웃음이 떠올랐다. "이 환약의 성분은 실로 복잡하나 틀림없이 절세영약(絶世靈藥)이 다!" 북궁후는 의술(醫術)에도 박통(博通)한 기재가 아니던가. '우선 이것으로 진기(眞氣)를 회복시킨 후에....' 그는 푸른 환약을 소녀의 입에 넣어 주었다.
이어 오른손을 소녀 의 등밑으로 넣어 명문혈에 진기를 주입하였다.
장강대하와 같은 진기가 명문혈을 통해 그녀의 체내로 노도와 같 이 밀려들어갔다.
그녀가 나직한 침음을 토하더니 몸을 부르르 떨 었다.
그녀의 가슴에서 놀라운 현상이 일어났는데,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살결이 꿈틀거리더니 점차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녀의 상처는 급속하게 아물고 있었다.
채 일각도 지나지 않아 그녀의 상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윤기가 흐르는 뽀오얀 살결 만이 남았다. '대단한 효능을 가진 영약이다!' 북궁후는 감탄의 빛을 흘렸다.
소녀의 창백하던 얼굴에 홍조가 떠오르고 있었다.
얼마후 북궁후 는 비로소 긴 호흡과 함께 손을 떼었다.
그의 얼굴은 과도한 진기 를 소모한 듯 몹시 지쳐 있었다.
그는 남아 있는 붉은 색의 환약을 아쉬운 듯 바라보더니 돌연 싱 긋 웃으면서 집어 들었다. '나도 살아야 할 게 아닌가?' 그는 망설이지 않고 즉시 환약을 복용한 후 그 자리에서 운기행공 에 들었다.
환약이 녹으면서 내부에서 강력한 열기가 사방으로 확 산되었다.
북궁후는 급히 단전에서 진기를 끌어들여 열기를 제압 하고는 대동하여 일주천하기 시작했다.
과연 천하에 보기드문 영약인지 그 효능이 북궁후를 놀라게 하였 다.
환약의 기운은 급류처럼 혈맥을 타고 돌면서 강력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는데, 그것을 흡수하는 혈도는 야생마처럼 날뛰고 있었던 것이다.
북궁후는 점차 무아지경으로 빠져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북궁후의 옆에 누워있던 소녀의 몸이 꿈틀거렸다.
그녀의 눈이 천 천히 떠지고 있었다.
그녀는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누워있더니 돌 연 기억을 떠올렸는지 흠칫하면서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헌데 자신의 행색을 본 그녀는 그만 대경실색하고 말았다.
두건은 벗겨져 기다란 머리칼은 어깨를 뒤덮고 있고 더구나 앞가 슴이 벌어져 여인의 부끄러운 젖가슴이 고스란히 드러나있지 않은 가.
그녀는 당황하여 급히 옷매무새를 추스리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때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사내가 있었다.
그는 단정한 자세로 어둠 속에 앉아 있었는데 주위가 너무 어두워 그녀는 안력을 돋구 어서야 그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북궁후!' 북궁후는 눈을 지그시 감고 무아지경에 빠져 있는 듯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던 그녀의 눈이 반짝 였다.
그녀는 영리한 여인이었다.
그녀는 비로소 모든 사태를 짐 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그녀는 얼굴이 새빨개지며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들키고 말았구나!' 은근히 호감을 가지고 있던 사내에게 치부를 보인 기분이었던 것 이다.
헌데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던 그녀의 시야에 바닥에 뒹굴고 있는 한 개의 옥갑이 들어왔다. ■ 검 3권 제25장 대왕릉(大王陵)! -4 ━━━━━━━━━━━━━━━━━━━━━━━━━━━━━━━━━━━ ④ '아니, 이, 이것은!' 그녀의 눈이 크게 떠졌다. '하, 한빙염홍단(寒氷炎紅丹)이 없어졌다!' 그녀는 그때서야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다.
가슴의 검상은 말끔히 아물고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을 뿐더러 새로운 진력이 몸 속에 용 솟음치고 있었다. '한 알은 내가 복용한 것 같다.
그렇다면 나머지 한 알은?' 그녀는 북궁후를 쳐다보았다. '혹시, 저 공자가?' 그녀의 얼굴에 일순 당황한 빛이 떠올랐다. '저 공자는 한빙염홍단의 내력을 알고 복용한 것일까?' 잠시 골똘하게 북궁후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그녀는 드디 어 해답을 얻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일신내력으로 보아...
모른다면 먹을 수가 없었겠지.' 갑자기 그녀의 얼굴이 발그레하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몹시 부끄 러운 듯이 고개를 떨구는 것이었다. '그럼 저 공자가 나의...?' 그녀는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이때 가벼운 탄성과 함께 북궁후가 깨어났다.
그는 소녀가 일어난 것을 보고는 반가운 표정을 떠올렸는데, 그녀 가 고개를 숙인 채 몸을 가늘게 떨고 있는 것을 보자 입가에 짓궂 은 미소를 떠올리면서 입을 열었다. "형장! 미안하오.
형장의 허락도 없이 영약을 소비했소이다." 소녀의 볼이 홍시처럼 달아올랐다. '능청맞기는, 다 알면서!' 그녀는 내심 입을 삐죽거렸다.
하지만 어쩐지 북궁후를 마주볼 용 기가 나지 않아 시선을 외면하며 말했다. "아, 아니요.
도리어 내가 미안하오.
불가피한 사정으로 남장을 했던 터라...." 그녀는 애꿎은 손가락만을 비틀고 있었다.
그녀의 그런 모습에 북 궁후는 문득 가슴이 떨려왔다.
사내처럼 말하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이 묘하게 사내를 자극하고 있었던 것이다.
허나 그는 이내 정색을 하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자, 어서 서두릅시다.
이곳은 더 지체할 곳이 못되오." 허나 백의소녀는 무슨 할 말이 있는 듯 머뭇거렸다. "저...." 북궁후가 의아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 시선에 부딪힌 순간 백의소 녀는 입이 얼어붙고 말았다.
그녀의 얼굴은 귓볼까지 붉어져 있었 다. "내게 무슨 할 말이 있소?" "아, 아녜요." 백의소녀는 살래살래 고개를 저었다. "그럼 우선 여기를 빠져 나가고 봅시다." 두 사람은 한쪽 방향을 정해놓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북궁후가 앞 장을 섰고 백의소녀는 마치 죄라도 지은 듯이 고개를 숙 인채 뒤 따르고 있었다.
헌데 그곳은 막다른 석벽이었다.
북궁후는 석벽을 타고 움직였는 데 거의 반 바퀴를 돌았을까, 갑자기 손길이 허전해졌다.
북궁후는 안력을 돋구었다.
시커먼 암도(暗道)가 이어져 있었다.
두 사람은 암도 안으로 접어들었다.
암도 안 역시 칠흑같은 어둠 에 파묻혀 있었다.
이때 북궁후는 자신의 옷자락을 잡고 있는 손길을 뒤에서 느꼈다.
백의소녀가 그의 옷자락을 잡고 따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잘 보이지 않아서...." 그녀의 가느다란 음성이 들려왔다.
묻지도 않았는데 잘도 대답하 고 있었다.
북궁후는 실소를 흘리고 말았다.
휘이이잉.
앞쪽에서 음습한 귀풍이 불어왔다.
약 삼 장여를 갔을까? 점차 괴 이한 음향이 귀에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들의 발자국 소리 같았는데 그것은 점점 커지며 어두운 동굴 속에 메아리치기 시작 했다. "우흐흐흐!" 악마의 호곡성(號哭聲)인가? 유부귀혼(幽府鬼魂)의 절규인가? 이 괴음향은 점점 증폭되고 있었다.
북궁후의 안색이 변했다.
그 는 급히 백의소녀에게 나직하게 말했다. "공력을 운기해 막으시오.
이것은 일종의 음공(音功)이오." 동시에 그 자신도 내공을 끌어올려 소리에 저항했다.
헌데 돌연 백의소녀가 양쪽 귀를 막으며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북궁 후의 음성이 메아리가 되어 돌연 벽력처럼 동굴 안을 후려친 것이 었다. '아차!' 그 순간 북궁후는 확연히 깨닫는 것이 있었지만 그때는 이미 늦어 백의소녀의 비명이 메아리가 되어 또다시 귀청을 파열시킬듯한 굉 음을 토하고 있었다.
백의소녀가 꽤 큰 충격을 받은 듯 휘청거리더니 또다시 비명을 지 르려고 하였다.
그때 북궁후는 재빨리 그녀를 끌어안으면서 입을 틀어막았다.
북궁후의 눈에 파랑이 일고 있었다. '이 암도의 벽면은 마치 호로병처럼 소리를 집음(集音)하는 능력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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