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장풍파랑 - 12편 (12/61)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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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장풍파랑 - 12편 (1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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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대머리가 파도에 씻겨 떼굴떼굴 굴렀다.
매부리코가 그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그가 작살로 물고기를 잡듯 단극으로 민대머리를 쑤셨다.
민대머리 청년이 단극을 피해 해변을 굴렀다.
바닷물이 그의 코와 입을 파고들며 헛구역질을 일으키게 했다.
하지만 그는 정신을 잃지 않았다. '하나, 둘... ' 파도가 민대머리의 청년의 몸을 세차게 밀었다.
그는 파도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파도의 힘을 이용 천퇴각(千腿脚)으로 매부리코의 종아리를 걷어찼다.
철퍽! 매부리코 중년인도 파도를 굴렀다.
매부리코 중년인과 민대머리 청년이 파도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서로를 향해 권, 장, 도를 난무했다. "으얍!" "핫!" 몇 번 얼싸안고 구르자 단극도 기형도도 파도에 씻겨 가고 없었다.
그들이 서로를 얽어매고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였다.
파도는 그들의 몸을 끊임없이 날라 해변에서 일 장여를 떨어뜨렸다. "어푸! 헉! 헉!" 수중전(水中戰)이었다.
두 개의 머리통이 물 속을 들락날락 하더니 종내 하나의 머리통이 떠오르지 않았다.
기예(技藝)는 매부리코가 한 수 위였지만 완력은 민대머리 청년을 따를 수 없었다.
그리고 매부리코는 한 팔을 제대로 쓰지 못하던 처지였다.
부글! 부글! 민대머리 청년에게 머리칼을 잡힌 매부리코가 바닷 속을 허우적대며 거품을 토해 냈다.
잠시 후, 물속을 허우적거리던 매부리코의 몸이 축 늘어졌다.
민대머리 청년이 그를 물속에서 꺼냈다.
민대머리가 매부리코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해변으로 걸어나왔다.
그가 눈을 까뒤집고 있는 매부리코를 백사장에 내던졌다.
털썩! 민대머리도 백사장에 '대(大)' 자로 드러누웠다. "우웩! 웩!" 그가 바닷물을 토해 내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짝! 짝! 짝! 여기 저기서 박수와 휘파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숨을 고르던 민대머리가 오만상을 지으며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그가 비칠거리며 한 곳을 걸어갔다.
차양이 쳐진 곳에는 적삼(赤衫)을 입은 약관의 청년이 앉아 있었다.
우뚝 선 콧날,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눈, 장난기가 총총하게 느껴지는 이십 대 초반의 청년이었다.
민대머리가 청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수고했다." 휙! 차양에 앉은 청년이 민대머리에게 몇 냥의 은자를 던졌다.
민대머리가 이마가 모래에 닿도록 고개를 숙였다. "이름이 무엇이냐?" "장립(張立)이라 합니다." "장립...
좋은 이름이군.
감동적인 싸움이었다.
네 이름을 기억하마." "감사합니다.
삼공자(三公子)!" 민대머리가 모래 바닥에 머리를 연이어 세 번 찍었다.
차양에 앉은 청년이 일어났다. "이제부터 칠십이(七十二) 타수의 자리는 장립이다!" 그가 주변을 향해 소리쳤다. "와!" "와!" 함성이 해변을 흔들었다.
장강의 모래가 쌓여 형성된 섬, 해륭도는 물길에도 잘 나타나지 않는 작은 섬이다.
울긋불긋한 전각, 대리석으로 깔린 길...
비록 작은 섬이지만 해륭도는 섬 전체가 화려한 궁전(宮殿)이었다.
해륭도에는 삼사백 여명의 식솔들이 있다.
도주와 도주의 식솔, 열 여덟 명의 호법(護法), 삼백 여명의 타수들...
해륭도에는 도주와 도주의 식솔, 호법을 제외하고는 직책이 없다.
있다면 '타수'라는 서열(序列) 뿐...
타수 중에서 가장 서열이 높은 자는 삼십육(三十六) 타수다.
앞의 서른 다섯 자리는 도주의 식솔들과 새로 들어올 호법을 위해 임의로 비워 놓은 자리다.
그리고 그 자리는 도주를 제외하고는 서열이 없었다.
해륭도의 직책이 간단한 것은 해륭도가 하는 일이 간단했기 때문이다.
해륭도는 그들이 '협조자(協助者)'라 부르는 자들의 상납(上納)으로 운영된다.
협조자들의 대부분은 작은 섬에서 제왕(帝王)으로 행세(行勢)하는 자나 해적들이다.
그들 중 은자를 자진해서 바친 자는 아무도 없었다.
해륭도에 일거리가 생기는 경우다.
먼저 상납을 권유하는 통첩 한 장! 굴복하면 그 뿐이고 굴복하지 않으면 타수들이 동원된다.
오로지 칼만 갈며 소일(消日)하던 그들을 누가 당할 수 있으랴? 반항하던 자의 목은 댕강 날아가고 투항했던 자 중 해륭도의 마음에 드는 자가 새로운 주인이 된다.
그리고 상납금이 들어오면 끝.
통첩을 보내고 상납금을 배분하는 것은 도주의 일이다.
해륭도의 일은 그 일이 전부였다.
특별한 직책이 없으므로 중요한 것은 타수의 서열이다.
서열에 따라 배분되는 은자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타수의 서열은 오로지 힘에 의해 결정된다.
처음 해룡도에 발을 들이는 자는 무조건 말석이다.
자신의 서열이 불만이면 서열이 높은 자에게 도전, 그 자리를 차지하면 된다.
도전을 받는 자의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자신의 자리를 내어놓고 도전한 자의 자리로 내려가던가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던가.
싸움이 결정되면 승부를 가려 줄 자가 필요하다.
그 일은 주로 도주의 아들들이 맡았다.
심우(沈祐)는 나한전(羅漢錢)을 짤랑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그는 기분이 좋았다.
잘 키우면 한 팔로 쓸 만한 자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장립! 오늘 매부리코와 일전을 벌이던 민대머리 청년의 이름이다.
민대머리는 해륭도에 들어온지 불과 일 년만에 칠십이 타수의 자리까지 올라와 있었다.
그런 자를 충복(忠僕)으로 거두었으니 기쁠 도리밖에... '그놈의 전력(前歷)을 뒤져봐야겠군.' 휘! 휘! 심우가 휘파람을 불렀다.
두세 달 사이에 그의 곁에는 벌써 네댓 명의 수하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대부분 그에게 승부를 가려 줄 것을 부탁했던 자들이다.
위의 두 형들을 두고 자신에게 승부를 가려 줄 것을 부탁했다는 것은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는 이야기! 심우는 놓치지 않고 그들을 자신의 충복(忠僕)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오늘 충복으로 삼은 장립도 그렇게 끌어들인 자였다. '수하들이 모이고 있다는 것은 수하들도 나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 심우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하니 그를 바라보는 호법들의 눈빛도 다른 듯했다.
그에게는 위로 두 명의 형이 있다.
싸움으로 따지면 지금 적해도를 박살내고 있을 첫째 형이 역시 최고다.
하지만 첫째 형은 싸움만을 좋아했으므로 따르는 수하들이 적었다.
수하들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기로는 둘째 형이다.
놀기를 좋아하고 잡기에 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둘째 형의 수하들 중에는 변변한 자들이 드물었다.
잡기와 놀이만 즐기는 자들이니 뻔할 밖에... '뒤늦게 출발했지만 형들은 나를 이기기 힘들 것이다.' 심우가 짤랑 나한전을 흔들었다.
해륭도주인 아버지는 수하들인 타수들에게 주인을 자유로이 선택할 권리를 준 것과 마찬가지로 아들들에게도 능력 있는 자가 해륭도주가 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고 있었다.
심우가 충복들을 잡기 위해 열을 올리는 이유였다.
그는 자신이 해륭도의 후계자가 될 것을 자신하고 있었다.
자신할 만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우가 자신의 머리를 툭툭 쳤다. '형들은 머리가 없지.' 그가 아버지를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아버지는 모든 일에 강제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그는 적지 않은 이득을 보고 있었다.
세 형제 중 글줄이나 읽는 자는 그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아버님이 중원에 뜻을 가지고 있었음을 진작 알았어야지.
해륭도에서 해초(海草)만 캐 먹고 살 생각을 했으니 당연하다.' 심우가 뒤늦게 지용겸전(智勇兼全)을 외치며 서적에 하품을 쏟는 형들에게 고소를 보냈다.
그가 나한전을 짤랑이며 거소로 들어갈 때였다. "삼공자!" 누군가가 그를 불렀다. "아! 벌써 왔소?" 심우가 손을 들었다.
그를 부른 자는 사십칠 타수, 임학(林學)이라는 자로 아버지가 심복으로 부리는 자 중의 한 명이었다. "물건은 잘 전해 주었소?" "그것이... " 사십칠 타수, 임학이 미간을 좁혔다. "무슨 문제가 있었습니까?" "제가 사도(蛇島)에서 데려간 놈들은 피떡이 되었고 흑진주는 박살이 났습니다." 임학이 안색을 찌푸리며 말했다.
사도에도 해륭도의 협조 세력이 있다. "뭐야? 흑진주를 박살냈다고? 그 계집이 미쳤구나! 그 계집은 수로연맹이 무서워 우리가 선물을 보낸 줄 아는 모양이군! 가랑이를 찢어 죽일 계집!" 심우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담청이 벌인 일이 아닙니다." "담청, 그 계집의 짓이 아니라고? 누구요? 그 계집에게 주는 선물을 박살낼 정도라면 예사로운 놈이 아니겠군!" 심우가 눈을 치켜 떴다. "담익! 기억하실 것입니다.
총채의 화룡대주를 맡고 있는 자로 담청의 오라비지요." 임학이 말했다. "담익?" "그렇습니다." 임학이 머리를 조아렸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번 더 그 같은 짓을 하면...
해륭도 의 문도들이 장강 근처에만 얼쩡거려도 죽여 버리겠다고 했습니다." "뭐야! 천방지축을 모르는 놈!" 심우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가 쿵쾅거리며 첨각(尖閣)으로 뛰어갔다.
누가 그를 오십 줄의 나이로 볼 것인가? 까만 머리칼, 홍조띤 얼굴, 얼굴에는 주름살 하나 없었다.
코는 준령(峻嶺)을 방불케 했고 이마는 단아했다.
살짝 꺼풀진 눈은 그가 젊었을 때 여자께나 울리고 다녔음을 확연히 증명하고 있었다.
해륭도주 심외(沈巍)! 강호인들이 해손왕으로 부르는 그의 이름이었다.
첨각은 그가 도주로서 해륭도의 일을 보는 곳이다.
그러나 해륭도는 원래 일을 찾기가 어려운 곳이라 언제나 한산했다.
딱! 딱! 일정하게 울리는 소리가 첨각의 한산함을 대변했다.
해손왕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과 반상(盤床)을 마주 대하고 있었다.
딱! 반상에 내려꽂히는 흰 돌은 백발 노인의 것이었다.
해손왕이 반상에 시선을 꽂고 묘수(妙手)에 골몰했다.
그가 검은 돌을 번쩍 들었다.
툭! 검은 돌이 반상에 떨어지며 떼굴떼굴 굴렀다. "졌소! 백전백승이 다 무용지물이군.
좌상귀의 백(白) 집에도 못 미치니...
바둑은 수성(守城)의 철학인가? 평생을 가도 유(劉) 노야(老爺)를 이기지 못하겠군." 해손왕이 승부의 결과를 애석해 했다. "시(詩), 서(書), 금(琴), 화(畵)...
온갖 기예를 다 자랑하지 않습니까? 바둑까지 나를 이긴다면 노부는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가 부끄러울 것입니다." 백발 노인이 미소를 지었다.
그는 해륭도의 최고 원로(元老) 유백(劉柏)이었다.
촤르르...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해손왕이 바둑돌을 담으며 문득 물었다.
은빛으로 빛나는 손...
장포 속에 감춰져 있던 그의 왼손은 의수(義手)였다. "되었지요.
수로연맹뿐만 아니라 만로방도 터지기 일보직전이고...
작은 불씨라도 던져지면 중원은 불구덩이로 타오를 것입니다." "호반영채의 후계자라는 아이는 어떻습니까? 그 아이가 불씨가 되겠습니까?" "글쎄요.
다른 일도 걸려 있으니 조금 더 지켜봅시다.
그 이전에 도주께서는 호법들의 동향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그들을 내가 어떻게 간섭할 수 있겠소? 내가 그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혈통(血統)뿐인데... " 해손왕이 고소를 흘렸다. "왜 그런 나약한 말씀을 하십니까? 직전무공(直傳武功)도 지니고 있지 않습니까?" "몇 수 배우기는 했지요.
하지만 유노야도 알다시피 나의 실력은 그들을 완전 굴복시키기에는 아직 멀었소." "안타까운 일이군요.
태상(太上)께서는 어찌 혈손(血孫)을 제쳐 두고 외인(外人)에게... " 유백이 혀를 찼다. "이미 지난 일이오.
더 이상 거론하지 맙시다." 해손왕이 손을 휘 저었다. "그런데 도주, 나는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일이 있소." 유백이 안색을 바꾸며 말했다. "무슨 일입니까?" "원래 도주께서는 후계자의 자리에 당당히 오르기 전까지 중원 일에는 간섭하지 않기로 하지 않으셨소?" "그랬었지요." "중원 경략(經略)은 저도 싫어하는 일이 아니라 도주를 돕고 있습니다만 그 같은 판단을 갑자기 왜?" 유백이 알고 있기로 해손왕은 강호 제패(制覇) 같은 것에 그렇게 재미를 느끼는 사람은 아니었다.
오로지 무(武)에 더 뜻이 있을 뿐! 그것은 해륭도의 활동만 보아도 명확했다.
강호 제패에 뜻이 있었다면 분타, 분회를 꾸리고 수하들을 키웠을 텐데 해륭도가 점령한 적에게 요구하는 것은 오로지 은자 뿐이었다. "껄껄껄! 저라고 언제까지 이곳 해륭도에서 지내라는 법이 있습니까? 후계자 운운하다가 머리칼이 백발로 변해 버리면 그 일을 누구에게 한탄한다는 말입니까?" 해손왕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야 그렇지만... " 유백은 해손왕의 말을 완전 수긍 못했다.
암중(暗中)에 강호 제패를 선언한 작금에도 해손왕이 보여주는 행보(行步)는 강호 제패와 거리가 먼 것이었기 때문이다.
해륭도의 활동이 달라진 것도 없었다.
고작해야 수로연맹과 물밑 교섭을 벌이고 만로방의 행적을 염탐하는 정도...
유백이 해손왕의 강호 제패 선언에 무슨 내막이 있나를 의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지난 세월이 헛되고 남은 세월이 아까운 것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느끼는 마음! 유노야, 더 늦기 전에 나도 이름을 남길 만한 그 무엇을 이루어야 하지 않겠소.
내 마음을 그렇게 이해해 주시오." 해손왕이 탄식처럼 중얼거렸다. "허허! 그러고 보니 도주께서도 벌써 오 십을 넘기셨군요.
이해를 하오.
이해를 해... " 유백이 수염을 쓸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월에 아쉬움을 느끼기는 그가 더했기 때문이다.
군자(君子)는 자신의 생각을 쉽게 얼굴에 나타내지 않는다.
첨각에 이른 심우가 호흡을 가다듬었다. '종사(宗師)의 기도란 바로 이런 것이지.' 심우가 옷깃을 바로잡고 첨각에 들어섰다. "어서 오시오.
삼공자." 유백이 먼저 그를 맞았다.
심우가 유백에게 공손히 포권을 하고 해손왕의 앞에 섰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뭐냐?" 해손왕이 자애로운 얼굴로 심우를 바라보았다. "수로연맹, 그놈들이 미쳤습니다!" 불쑥 튀어나온 고함...
그 형제들의 괄괄한 성격은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백 번 왼다고 해서 바뀌어질 리 없었다.
사람은 착각 속에서 산다.
심우의 경우는 그 착각이 남들 보다 특별났다.
그는 타수들이 그에게 모이는 이유를 다른 형제들 보다 지력(智力)이 뛰어나서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책 몇 권 더 읽었다고 지력이 특별해 지는가? 대체로 그의 주위에 모여드는 무사들은 단순했다.
단순한 자는 단순한 자를 좋아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심우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수로연맹이 미쳤다니요?" 유백이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투로 물었다. "아버님께서는 기억하실 것입니다.
얼마 전에 총채의 소주인이라는 그 핏덩이에게 흑진주를 선물하신 것을...
그런데 그 흑진주가 박살났습니다!" "뭣이!" 해손왕과 유백의 안색이 동시에 변했다. "담청이 그랬다는 말이냐?" 해손왕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담익이라는 놈이 그랬다고 합니다.
놈이 그같은 행동을 한 것은 평소에 수로연맹이 우리를 깔본다는 증거! 놈을 죽여 우리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할 것입니다." "담익이라면 담청이라는 여자의 오라비로 수로연맹 총채의 화룡대주를 맡고 있는 자가 아니오?" 유백이 물었다. "맞습니다! 놈이 그렇게 나온 이상 내가 직접 놈을 찾아가 죄를 물을 것입니다!" 심우가 기세 좋게 소리쳤다. "수로연맹과 만로방은 일촉즉발(一觸卽發)로 대립하고 있는 상태.
그런 마당에 우리의 호의를 거절할 이유는 없을 텐데.
그들이 손을 내밀어도 우리가 귀찮다 할 판인데 이해하기 힘들군.
이유 없이 난동을 부렸을 리는 없고... " 해손왕의 눈빛이 희미하게 빛났다."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놈들은 우리를 깔보고 있다고! 담익이라는 놈은 해륭도의 문도들은 만나면 무조건 죽이겠다고 했습니다." 심우가 담익의 말을 과장했다.
원래 한 사람 건너 전해지는 말의 차이란 그렇게 다른 것이다. "그런 말까지... " 유백이 노안을 찌푸렸다.
어떤 사태에 처하더라도 던지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담익의 말은 해륭도에 대한 선전포고(宣戰布告)였다.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이 일을 묵과하면 장강의 미꾸라지들이 우리 해륭도를 우습게 볼 것입니다." 유백까지 나서자 심우의 기세는 더욱 등등했다. "왜 갑자기 그런 말을...
담익이라는 아이는 사리(事理)에 밝다고 들었는데... " 해손왕이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아버님, 저에게 몇 명의 타수만 붙여 주십시오.
우리가 당한 만큼 수채 놈들의 목을 베고 오겠습니다.
담익의 목은 물론 담청, 그 계집의 가랑이도 찢어 놓고 오겠습니다." "시끄럽다!" 해손왕이 고함을 질렀다.
심우는 물론 유백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항상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는 해손왕이었다.
해손왕이 노여움에 찬 눈으로 심우를 노려보았다.
그가 손을 휙 저었다.
나가라는 신호였다.
심우가 당황된 표정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그가 첨각을 쏜살같이 빠져나갔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툭! 툭! 툭! 그 침묵을 깨기 위해 유백이 손가락으로 탁자를 쳤다.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소도주께 왜 그렇게 화를 내셨습니까?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 듯 한데... " " .... " 해손왕은 입을 열지 않았다. "애초에 저는 장강 총채에 흑진주를 선물하는 일을 반대했습니다.
만로방을 자극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도주께서는... " "유노야!" 해손왕이 유백의 말을 잘랐다. "임학을 좀 불러 주시겠습니까?" " .... " 유백이 노안을 찌푸렸다.
굳이 그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것은 나가 달라는 부탁! "알았소!" 유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나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십칠 타수, 임학이 해손왕의 앞에 부복했다. "담청이라는 여자에게 흑진주를 주라고 했다.
흑진주를 담청이라는 여자에게 전해 주지 않았느냐?" "분부하신 대로 그 여자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담익이라는 자가... " "담청이 진주를 받았느냐?" 해손왕이 임학의 말을 재빨리 자르며 물었다. "받았습니다.
그런데.. " "알았다." 해손왕이 손을 저었다.
임학이 주저하며 첨각을 물러났다.
해손왕은 눈을 감으며 가슴에 손을 얹었다. "음... " 그가 가슴을 움켜쥐며 고통에 찬 표정을 지었다. * * * 사천을 완만하게 흘러온 장강은 봉절(奉節) 백제성(白帝城)에서 최대의 장애를 만나게 된다.
달빛이 취병(翠屛)과 취학(翠鶴)을 내리비치고 등룡(登龍)이 창궁(蒼穹)을 차고 오른다는 곳, 무산(巫山).
장강은 산자락을 내어 주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무산에 수 만년을 맞서 마침내 협강(峽江)을 얻어냈다. - 검각천하웅(劍閣天下雄) 아미천하수(峨眉天下秀) 삼협천하기(三峽天下奇)! 검각의 웅장함, 아미산(峨眉山)의 수려함, 삼협의 기이함! 중원인들이 촉도의 검각, 아미산과 함께 천하삼절(天下三絶) 중의 하나로 뽑는 삼협이 바로 그곳이다.
산과 물이 만나 이루어 낸 기암괴석(奇巖怪石)들은 풍류 문사들의 혼을 빼기에 족했다.
하지만 그 같은 흥취는 팔자 좋은 한량들이나 느낄 수 있는 감정! 장강을 오가는 사공들에게는 삼협의 물길은 복마전(伏魔殿)과 같았다.
유로(流路)는 구불구불하고 바닥에는 암초와 모래판이 산재해 있었다.
물길에 이골이 난 사공들도 배를 젓기보다는 끌어서 올려야 하는 곳 삼협! 오죽했으면 삼협의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하늘 사닥다리를 오르는 것과 같다고 했을까. "어기여차! 어기여차!" 여름날의 불어난 물살이 사공들의 이마에 더욱 땀을 맺히게 하는 때였다.
콰르르! 콰콱! 운무(雲霧)는 자욱하고 바위에 부딪힌 물살은 천 장 높이로 치솟아 시야를 가렸다.
우르르르...
한 떼의 구름이 몰려와 장대비를 뿌릴 징조였다.
ㅊ! ㅊ! 험한 물살과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나룻배 한 척이 서릉협(西陵峽)을 거슬러 오르고 있었다.
나룻배는 서릉협의 물길 속에 가을바람의 가랑잎 보다 더 흔들렸다.
당장 포말 속에 흔적을 감추고 말 것 같은 나룻배에는 일남일녀가 타고 있었다.
노를 굳게 잡고 서릉협의 물살을 차고 오르는 청년과 지분(脂粉)을 덕지덕지 바른 여인이었다.
한 자루의 노로 서릉협의 물살과 싸우고 있는 청년은 담익이었고 여인은 그와 함께 유람에 나선 앵앵이었다.
앵앵의 안색은 창백했다.
그녀는 미친 듯이 흔들리는 배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몸을 거북이처럼 낮추고 죽을힘을 다해 배를 붙잡고 있었다.
후두두둑! 천지가 어두워지더니 광풍(狂風)과 함께 마침내 빗줄기가 서릉협을 뽀얗게 덮었다. "담(譚) 랑(郞)!" 앵앵이 겁 먹은 표정으로 담익을 불렀다.
그러나 담익은 노를 잡은 손에 힘을 더할 뿐이었다.
우르르릉! 장대비가 쏟아지자 서릉협의 물살은 놀랄 정도로 빨리 불어났다.
담익은 분주히 노를 움직였으나 나룻배는 앞으로 나아가는지 뒤로 밀려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우지직! 암초에 부딪혀 배의 한 귀퉁이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앵앵이 오줌을 찔끔거렸다. "담 랑!" 그녀가 애원조로 소리쳤다.
지분이 빗물에 녹고 눈물에 녹아 그녀의 얼굴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담익은 서릉협을 거슬러 오르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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