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장풍파랑 - 16편 (16/61)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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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장풍파랑 - 16편 (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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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광이 산고의 젖가슴 아래의 화인(火印)을 가리켰다.
남창 주 대인의 집에서 시비로 있을 때 찍힌 낙인이었다.
산고가 눈을 질끈 감았다. "네년이 남만족 출신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디서 시비 아니면 노류장화(路柳墻花)로 구른 계집이... " 엽광이 산고의 배 위에서 일어났다. "네년과 싸우기 싫다.
그러나 분수를 모르고 날뛴다면 내 칼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그가 옷을 추스르며 영빈각을 걸어나갔다.
산고는 멍한 얼굴로 천장만 바라보았다.
남만족이 왜 비천한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시비도 그녀가 원해서 한 일이 아니었다.
설움이 북받쳤다. "엉! 엉! 엉!" 그녀가 대성통곡(大聲痛哭)으로 눈물을 떨구었다. * * * 새벽부터 총채의 수하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서둘러라!" 하빈이 고함을 지르며 수하들을 독려했다.
무하로의 출행이 바로 오늘이었다.
와룡전주 장능은 무하로 출행하는 화룡대, 황룡당, 적룡당의 무사들을 점고 하고 있었고 주숙예는 비쩍 마른 초로인과 무슨 이야기를 열심히 주고받는 중이었다.
비쩍 마른 초로인은 집법당주 종우상(鍾右相)이었다.
종우상은 집법당주로서 무하의 잘못을 가려낼 책임이 있었다.
그는 주숙예와 함께 무하 채주의 변명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말을 맞추는 중이었다. "태부인께서 나오신다!" 묵룡당주의 고함이 쩌렁하게 울렸다.
호변에 도열한 수하들이 영기를 휘날렸다.
총채가 마주 보이는 호반에는 세 척의 투함이 떠 있었다.
깃발이 올라가자 투함의 선원들도 바쁘게 움직였다.
닻이 올라가고 돛이 바람에 펄럭였다. "타라!" 장릉이 출행 하는 수하들을 나룻배에 태웠다.
그들이 투함을 향해 나룻배를 저었다.
노 젓는 소리, 분주한 발자국 소리, 찢어질 듯 펄럭이는 깃발...
모두가 바빴고 오랜만의 출행으로 아래, 위 없이 흥분된 표정들이었다.
투두두두두! 한 떼의 기마가 어둠을 질주하고 있었다.
그들은 서문중의 명을 쫓는 북풍로의 정예들이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장강! 탕백기는 진(陳)을 쳤고 남뇌로, 황사로, 적양로의 정예들은 무창분회에서 이미 말안장을 풀고 있었다.
남은 것은 장강에 치솟을 주황의 명! 서문중이 그 명을 들고 장강을 향했다.
총채의 출행에 정작 가장 바쁜 자들은 원강과 무하의 채주였다.
그들은 같은 수계의 채주들을 미리 초빙하느라 바빴다.
자신들의 입장을 변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들은 채주들을 초빙하는데 굳이 애 쓸 필요가 없었다.
같은 수계의 채주들 뿐만 아니라 모든 채주들이 원강과 무하에 눈과 귀를 쏟고 있었다.
소집령을 받은 채주들은 당연히 원강과 무하로 향했다.
나머지 채주들은 수족들을 보내 원강과 무하에서 일어나는 일을 일일이 보고토록 했다.
그 일을 맡은 대부분의 자들은 각 수채의 소채주들이었다.
그들이 일을 자청한 이유는 위무일 때문이다.
마타룡의 귀향!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사실 소채주들 뿐만 아니라 채주들도 가장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은 마타룡의 행보였다.
그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삼 년 전, 장강에 피바람으로 몰아쳤던 장풍을...
군산을 떠난 세 척의 투함에는 그 장풍의 풍혈(風穴)이 실려 있었다.
제2권으로 이어집니다. *************************TxtMerge [2.TXT]*********************************************************** 제목: 장풍파랑 제2권 (전4권) 지은이: 장경 - 차례 - 제 8 장.
운 선(雲 船).
제 9 장.
무 하(撫 河).
제 10 장.
파양호( 陽湖).
제 11 장.
홍운행파(紅雲行波).
제 12 장.
임수보(臨水步).
제 13 장.
다기로(多岐路).
제 14 장.
산 귀(山 鬼).
제 8 장.
운 선(雲 船). "온다!" 해변을 얼쩡거리던 자 중의 한 명이 손을 들었다.
바다에는 두 척의 배가 파도를 가르고 있었다. "맞는가?" "맞소! 대공자입니다." 십 여명의 무사들이 우르르 선착장으로 달려갔다.
그들이 선착장에 시립해 배가 닿기를 기다렸다.
배를 젓는 자들은 왜인들이었다.
적해도의 해적! 그들의 물질은 능숙해 잠깐 사이에 배는 선착장에 도착했다.
선수에는 까칠한 수염의 청년이 서 있었다.
심영(沈榮)! 해륭도주의 장자(長子)로 적해도를 간단히 복속시키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가교(架橋)가 선착장에 걸쳐지자 심영은 비로소 선수를 내려왔다.
그의 뒤에는 총박일랑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수고했다." 심영이 섭선으로 총박일랑의 어깨를 내리쳤다.
총박일랑이 움칠하며 더욱 고개를 숙였다. "맡은 일을 잘 하리라 믿는다." "물론입니다!" 총박일랑이 소리쳤다. "우리를 분주하게 하지 마라.
적해도까지는 길이 너무 멀다." 심영이 섭선으로 총박일랑의 이마를 몇 번 두들긴 후, 배에서 내렸다.
적해도의 해적들은 뱃전에 시립 했고 해륭도의 수하들은 그를 따라 내렸다.
배에서 내린 심영이 총박일랑을 바라보며 섭선을 ㅊ 펼쳤다.
총박일랑이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 "노를 저어라!" 그가 수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적해도의 해적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그들은 선착장을 나서기도 전에 돛을 편다고 소란을 피웠다. "왜놈들은 대쪽같은 성품이라 저항이 만만치 않았을 것입니다." 심영을 기다리고 있던 해륭도의 수하들 중 한 명이 말했다.
턱이 긴 사내는 등요(鄧曜)라는 자로 삼십대 초반에 벌써 사십일(四十一) 타수의 자리에 오른 자였다.
원래 삼십육 타수에서 오십(五十) 타수 사이에 있는 자들은 득검(得劍)이라 하여 도주를 제외하고 누구의 간섭을 불허한다.
따라서 그들의 대부분은 도주의 심복으로 활동할 뿐 공자들의 밑에 들어가는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등요는 심영의 수하를 자처했다.
등요가 심영이 후계자가 되는 훗일을 생각했기 때문에 수하를 자처했다고 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심영은 떠돌며 싸우기만 좋아할 뿐 도주니 무엇이니 하는 것은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해륭도의 수하들은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호법들이나 다른 타수들이 등요에게 심영을 따르는 이유를 물으며 등요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한다. "대공자는 무사다!" 속마음이야 어떻든 등요가 심영을 따르는 이유의 전부였다.
사실 심영을 따르는 타수들은 대체로 등요와 같은 이유 때문에 그를 따랐다.
따라서 심영을 추종하는 자들은 수는 적으나 대부분 용맹하고 무공이 높았다. "싱겁게 끝나 버렸어." 심영이 자신의 칼을 치며 씩 웃었다. "그러고 보니 부상자도 한 명 없군요." 등요가 심영을 따라 적해도가 갔던 타수들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원래 대쪽은 부러지기도 잘 부러지지.
왜놈들은 자기 보다 강하다 싶은 자면 철저하게 무릎을 꿇는다고 하더군.
우리처럼 뒤에서 이를 가는 짓은 하지 않아.
귀여운 구석이 있는 놈들이지.
호쾌한 놈들이야.
핫하하!" 흉중(胸中)의 투명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심영의 짜랑짜랑한 웃음이었다. "그런데 해륭도가 너무 조용한 것 같구나." "이공자께서는 낙도(落島)로 사냥을 갔습니다.
타수들도 오륙 십명 동행했습니다." 등요가 말했다.
낙도도 해륭도의 지배하에 있는 곳이다. "그랬었군.
낙도가 시끄럽겠구나.
우(祐)는?" "삼공자께서는 근자에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어디 외유를 떠난 모양입니다.
삼공자를 따르던 몇몇 타수들도 보이지 않던데... " "외유? 그놈은 원래 제 수족들을 늘이느라 해륭도를 잘 벗어날 생각을 않았는데.
이상한 일이군." 심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말이 나온 김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근자에 삼공자께서는 후계자 문제로 너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공자도 계시고 이공자도 계신데.
삼공자를 따르는 몇몇 타수 놈들이 삼공자의 마음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놈들 중의 몇 놈을 제가 손 볼 생각입니다." 등요가 안광을 번뜩였다. "핫하하! 그만두어라.
우는 한참 야심을 가질 나이다.
그 야심은 곧 바닥을 보이게 되어 있어.
등요, 나는 내 동생이 일찍 현실의 차가운 바닥을 걷는 것을 원치 않는다." 심영이 웃으며 말했다. "아버님을 뵙고 오겠다.
여기서 기다려라.
오늘 거나하게 한 잔 마셔보자구나.
어디서 노략질했는지 적해도 놈들이 굉장한 술을 가지고 있더군." 그가 등요에게 눈을 찡긋거린 후, 첨각을 향해 걸어갔다.
첨각은 언제나 처럼 한산했다.
심영은 적해도의 일을 아버지인 해손왕에게 간단히 보고한 후, 의자에 앉았다. "수고했다.
다음에는 어디냐?" 해손왕이 물었다. "충영량부도(沖永良部島) 쪽으로 진출했으면 합니다." "너무 멀다." " .... " "화(華)와 우는 중원으로 한 발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난리인데 너는 왜 자꾸 벗어나려고만 하느냐?" " .... " 해손왕의 물음에 심영이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네가 자꾸 나에게서 멀어지는 것만 같구나." 해손왕이 한숨을 쉬었다. " .... " 심영은 고개를 숙인 체 코끝만 만졌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겐가?" "아닙니다.
제가 불충(不忠)해서... " 심영이 황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의지할 놈은 네놈뿐이다." 해손왕이 태사의에 몸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심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해손왕에게 읍을 한 후, 첨각을 나설 때였다. "영아." 해손왕이 낮은 소리로 심영을 불렀다.
심영이 해손왕을 마주보고 섰다. "산인(散人)들이 전하기를 만로방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하더구나.
그런데도 수로연맹은 전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으니... " "대란(大亂)입니까?"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총채에 있던 그 여자가 무하와 원강을 향해 움직였다는 구나." "주황은 그 여자를 노리는군요." "아니다.
마타룡! 주황이 처치할 자가 있다면 그놈이겠지." 해손왕이 눈을 뜨며 말했다.
심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생각도 해륭도주인 아버지나 주황의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마타룡이 적이라면 먼저 마타룡을 죽이려 들었을 것이다.
단지 주황과는 달리 일대일(一對一) 격검(擊劍)을 선택했겠지만...
해손왕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주황이 어떤 자인지는 잘 알고 있다.
저번에 만로방의 총단이 어이없이 불탄 후, 그는 이를 갈았다.
또 다시 그런 치욕을 겪지 않기 위해 주황은 삼중, 사중의 포위망으로 마타룡의 주살에 나설 것이야.
목표가 그렇게 정해진 이상 거치적거리는 모든 것을 쓸어버리겠지." 그가 태사의를 손끝으로 치며 말했다. " .... " 심영이 머리를 긁적였다.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기기가 어렵구나." 해손왕이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제가 가겠습니다." 심영이 가슴을 펴며 말했다. "이 아비가 미몽(迷夢)에 빠진 게야.
네놈에게 그 일을 맡기려 하다니...
이 아비를 누추하다고 생각지 마라." 해손왕이 쓴웃음을 흘렸다. "아닙니다.
소자는 아버님이 그 일을 맡겨 준 데에 대해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심영이 소리쳤다. "이 일을 아는 사람은 너 말고는 없겠지?" "저 말고는 없는 것으로 압니다." "다행이구나.
그때는 보이는 것이 없어 주위의 이목도 생각 못했다.
허허허!" 해손왕이 공허한 웃음을 터뜨렸다. "만로방이 눈치채기 않게 도와주어라.
타수들도 입이 무거운 자만 데려가고.
그리고 마타룡에 대한 소문은 들었을 것이다." "들었습니다." "행여 그와 조우(遭遇)하더라도 싸우지 마라.
욕심을 내지 않으리라 믿는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심영이 재차 포권으로 읍을 했다. * * * 통천하를 무너뜨린 일이 어디 작은 일인가? 그러나 통천하에서 일어난 일을 놓고 떠벌리는 강호인은 눈을 씻고 찾을 정도였다.
천화인은 금사강 수채로 들어서며 쓴웃음을 삼켰다.
위무일의 행로! 장강의 동도들은 물론 강호인들의 이목은 오직 마타룡이 일으킬 폭풍에만 쏠려 있었다.
황평, 성 총관, 수채의 수하들은 통천하를 집어삼킨대 대해 의기양양 수채로 발을 들이고 있었지만 천화인의 마음은 멋쩍기만 했다.
아무도 보아 준 사람이 없는데 혼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춤을 춘 기분이란... "형님, 고생하셨습니다." 천화인의 아우, 천화의(千和義)가 수채로 들어서는 그를 반갑게 맞았다. "아버님은?" 천화인이 검을 풀며 물었다. "가릉강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내당당주(內堂堂主)가 보내 온 전갈에 의하면 중경(重慶)에 가셨다가 바로 원강으로 향할 것이라 합니다.
무일, 형님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할 것이고 채주들의 동향도 살펴봐야겠지요." "중경에는 무슨 일로?" "만날 사람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일전에 연통(聯通)을 한 자들로... " "뇌벽쌍불(雷霹雙佛)?" 천화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맞습니다.
결국 아버님께서는 그들을 호법(護法)으로 초빙하기로 결심한 모양입니다." "호법? 명색은 그럴 듯 하구나.
하지만 외인까지 초빙하여 총채주 자리에 연연하는 우리를 장강 동도들이 어떻게 볼지? 그리고 뇌벽쌍불, 그놈들이 어디 중인가?" 천화인이 머뜩잖은 표정을 지었다.
승려(僧侶) 중에는 왕왕 수행(修行) 보다 불상(佛像)에 금칠을 하고 가람(伽藍)을 크게 조성함으로써 교세(敎勢)가 확장된다고 생각하는 자들이 있다.
뇌벽쌍불이 바로 그런 부류였다.
그들은 홍교(紅敎)에 의해 점차 설자리를 잃어 가고 있는 황교(黃敎)의 라마승으로 황교의 재건을 위해 은자를 모으는데 주력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마 그들의 그런 사정을 알고 상당한 은자로 그들을 초빙했을 것이다. "긴박한 시기입니다.
장강 동도들의 평에 일일이 귀를 기울일 때가 아닙니다.
그리고 어차피 우리와 손을 잡지 않은 자들은 다른 이유를 들어서라도 우리를 헐뜯을 것입니다.
그럴 바에야 한 팔의 힘이라도 더 가져 그들이 함부로 나불거리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낫지요."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 뇌벽쌍불 같은 자까지 초빙한다는 것은 아버지가 아직 그의 실력을 믿지 못한다는 것! 천화인의 얼굴은 짜증스런 표정으로 역력했다. "장강의 사정이 의외로 좋지 않습니다.
무일, 형님의 출현에 채주들의 마음이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런 마당에 화룡대주까지 돌아온다면...
좌우 두 마리의 용이 토해 내는 기염(氣焰)을 감당하기는 그렇게 쉽지 않죠." " .... " "장강의 질서는 힘에 의해 유지됩니다.
뇌벽쌍불 뿐만 아니라..." "그만두어라! 우리 청성파는 속가의 무문(武門)들과 비교되는 것을 이제까지 거부해 왔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천화인이 냉랭하게 소리쳤다.
그가 풀었던 검을 다시 찼다. "위무일, 강한 친구지.
독보건곤(獨步乾坤)으로 장강을 휘젓고 다녔다고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없을 때의 이야기!" 천화인이 나루터로 걸어갔다. "어디로 가십니까?" 천화의가 뒤따르며 물었다. "황평, 쾌선을 움직이시오!" 천화인이 먼저 배에 발을 디디며 황평에게 소리쳤다.
멀찍이 서 있던 황평이 날렵한 수하 십 여명을 이끌고 급히 쾌선의 출항을 준비했다. "아버님께서는 형님으로 하여금 수채를 지키고 있도록 명했습니다." 천화의가 천화인의 발길을 잡았다. "뇌벽쌍불을 돌려보내고 오겠다.
아버님이 스스로 그놈들을 돌려보낼 것이다!" 천화인이 팔짱을 끼며 냉랭하게 말했다. * * * '젠장!' 탁! 엽광은 쌍수도로 뱃전을 내리쳤다.
주먹으로 위협해도 통하지 않는 계집이었다. '독한 년!' 엽광이 위무일의 곁에 앉아 술을 홀짝거리고 있는 산고를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영빈각에서 한바탕 뒤엉킨 뒤로 또 한 번의 싸움이 있었다.
그때 산고는 느닷없이 상의를 훌훌 벗어 던지며 단도를 잡았다.
그리고 엽광이 보는 앞에서 그녀는 낙인이 찍힌 자리를 단도로 도려냈다.
생살을 도려내면서도 산고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었다. '무서운 계집!' 엽광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가 산고를 다시 쏘아보았다.
천연덕스러운 미소, 흑요석처럼 반짝이는 눈...
엽광은 알 수 없었다.
저 어린 계집의 가슴 어디에 그런 독기가 숨어 있는지...
죽이기 전에는 절대 소영주 곁을 떠날 계집이 아니었다. '그깟 일로 죽일 수는 없는 일이고... ' 죽인다고 말은 했으나 죽일 수도 없었다.
아무리 노류장화로 떠돈 계집이라 하나 산고는 소영주의 정을 받은 여자다.
그리고 삼 년이나 같이 뒹굴었는데 정이야 없을 리 없을 것이다. '쓸데 없이 일을 벌여 체면만 상했군.' 엽광이 실소를 흘렸다.
영주와 대부인이 돌아가신 후, 소영주를 책임질 사람은 그밖에 없다는 생각 때문에 산고를 윽박질렀었다.
하지만 역시 산고의 처리는 소영주의 몫이다. '설마 소영주께서 저 계집을 호반영채의 안주인으로 앉힐까?' 엽광은 자신의 지나친 노파심에 자조의 웃음을 흘렸다. '요즘은 체면 구겨지는 일만 늘여 놓고 다니는군.
호반영채가 빨리 서야 안정이 될텐데.' 꿀꺽! 엽광이 호로병의 술을 들이키며 한숨을 쉬었다.
그가 뱃전에 팔을 기대고 호로병의 술을 축낼 때였다.
꼴깍! 꼴깍! 엽광은 그와 같이 술을 들이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와 나란히 서 술을 마시고 있는 자는 산고였다.
꿀꺽! 엽광이 흉안을 빛내며 한 모금의 술을 들이켰다.
꼴깍! 산고도 술병을 기울였다. "허! 이런 맹랑한 계집을 보았나?" 엽광이 노호를 터뜨렸다.
산고가 엽광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녀가 술병의 술을 단숨에 들이킨 후, 장강에 술병을 떠내려보냈다.
산고가 뱃전에 몸을 기대고 다리를 까딱거렸다. "행로난, 행로난, 다기로, 금안재... "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위무일은 투함에 오른 후, 일절 술을 마시지 않았다.
혼자 술을 마신 까닭에 산고는 무척 취하는 모양이었다.
그녀가 비틀거리며 히죽댔다. "엽광... " 산고가 엽광을 불렀다.
엽광이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게슴츠레한 산고의 눈빛에 번쩍 한기가 흘렀다. "죽인다." 산고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감히! 낮술에 취하면 어미, 아비도 몰라본다더니... " 엽광이 칼을 잡으며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히히히... " 산고가 실없는 웃음을 흘리며 뱃전에 다시 가슴을 기댔다. "웩! 웩!" 흔들리는 배에서 과음을 한 탓인지 그녀가 뱃전에 기대 토악질을 했다.
쫙! 쫙! 산고의 입에서 쏟아지는 것은 술뿐이었다. "웩! 웩!" 그녀는 연신 주전(酒箭)을 쏘아 댔다.
엽광이 미간을 좁혔다. "ㅉ... " 그가 쓴맛을 다시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무하가 지척이라 모두 제 일만 분주할 뿐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 주는 자는 없었다.
엽광이 산고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년아! 그래서 사람은 자신의 분수를 알고 살아야 하는 게야." 엽광이 산고의 뒤에 서서 말했다.
그라고 젊은 날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한 때의 불같은 사랑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네 팔자도 기구하군.
계집의 술 뒤치다꺼리까지 하다니... " 생각하니 싸우기에도 멋쩍은 딸 같은 나이였다.
그리고 싸움은 싸움이고 위로는 위로다.
그가 산고의 등을 두드렸다.
산고가 입을 닦으며 거칠게 엽광의 손을 뿌리쳤다. "히히히... " 그녀가 실없는 웃음을 연신 터뜨리며 선실로 걸어갔다. "쯧쯧...
다정(多情)이 참으로 병이구나." 엽광이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어이! 어이!" 한 척의 배가 총채의 선단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휘날리는 깃발은 무하 수채의 깃발이었다.
총채 선단을 영접하려 나온 배임이 분명했다.
수채에서 영접을 않고 강 위까지 영접을 나온다는 것은 무하 수채가 총채의 예우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 "배를 멈추고 사닥다리를 내려라!" 집법당주가 소리쳤다.
끼익! 배가 선수를 삐꺽거리며 포말을 일으켰다.
총채의 수하들이 배를 멈추고 사닥다리를 내렸다.
무하 수채의 수하들이 사닥다리를 밟고 총채의 투함으로 올라왔다. "어서오시오! 최(崔) 당주(堂主)!" 집법당주, 종우상이 배 위를 오르는 파리한 안색의 중년인을 맞았다.
그는 무하 수채의 내당당주 최안(崔安)이라는 자였다.
그가 종우상에게 포권을 한 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종 당주, 우리도 왔소! 우리도!" 최안에 뒤이어 이남 일녀가 뱃전을 오르고 있었다. "호오! 소채주들께서도 오셨군요." 종우상이 짐짓 놀란 척을 했다.
배에 오르는 이남일녀는 한수의 소채주 이만, 상강 채주의 여동생 담향, 그리고 둥근 얼굴에 관후한 인상의 청년은 민강의 소채주 마원(馬元)이었다.
배에 오르며 고함을 지른 자는 이만이다. "핫하하! 형님을 먼저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최 당주를 따라 냅다 달려왔소." 이만이 호들갑을 떨었다. "그렇게 위 공자를 만나고 싶었던 분이 소주인의 생신 때는 왜 그냥 갔습니까? 기다렸으면 위 공자를 만날 수 있었을 텐데요." 종우상이 웃으며 말했다. "해해해! 그때는 조금 불안했지.
삼사 년, 보이지 않는 동안 어디에서 사람 고기를 먹는 법을 배워 왔을 줄 누가 알아? 다행히 사람 고기는 먹지 않는다고 하니...
아이고! 그래도 역시 무일, 형님을 만나는 건 불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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