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장풍파랑 - 23편 (23/61)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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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장풍파랑 - 23편 (2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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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둑에 가까워질수록 질퍽한 뻘은 사라지고 갈대의 키도 낮아졌다.
먼 발치에 서 있는 철기(鐵騎)들은 피비린내 보다 초가을의 햇살이 견디기 힘든 모양이었다. "히히힝!" "히힝!" 말들이 발굽을 구르며 그늘을 찾아 주기를 주인에게 하소연 했다.
싸움은 단조롭기 그지 없었다.
공격하는 자나 공격을 받는 자나 짜여진 형 속에서 진퇴를 거듭했다.
그러나 그 상황이 오래가면 절대 불리한 쪽이 공격 받는 쪽임을 위무일은 잘 알고 있었다.
힘이 떨어지기 전에 어떤 형태로던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혼자라면 벌써 철기대를 육박해 갔을 것이다.
그러나 담청과 산고가 마음에 걸렸다.
담청의 무공은 의외로 그가 생각한 이상이었다.
처음 그는 담청의 신법에서 그녀가 당주 급 정도의 무공을 지니고 있음을 눈치챘다.
그리고 담청이 직접 비도를 번뜩일 때 그는 그녀의 칼솜씨가 당주들을 능가함을 확인했다.
백승명이 가르쳐 주었을까? 그렇게 보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있었다.
수룡왕의 도법은 그도 여러 차례 견식했다.
담청의 도법은 수룡왕의 도법으로 보기에는 이질적인 면이 너무 많았다.
당연히 상강의 도법은 아니다.
천출로 멸시 받던 터라 상강에서는 그 누구도 담청에게 무공을 가르쳐 주지 않았었다. '어떤 방법으로던 배웠겠지.' 위무일이 곧 자신의 의문을 접었다.
한가하게 담청의 무공을 논할 때가 아니었다. "컥!" 종우상이 비명을 질렀다.
그의 어깨를 장창이 후벼파고 있었다.
종우상이 이를 악물고 장창을 분질렀다.
그가 어깨에 장창을 달랑거리며 판관필을 휘둘렀다. "크악!" 장창을 날린 자가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었다.
담청과 산고의 호흡 소리가 점점 거칠게 위무일의 귀를 때렸다.
조금 덜한 자는 입에서 단내가 날 것이고 더한 자는 피비린내가 솟구칠 것이다. "으웩!" 목구멍을 치솟는 피로 조신환이 헛구역질을 해댔다.
챙! 챙! 위무일이 출렁이며 날아오는 겸도를 쳐내며 다시 한 발작 걸어나갈 때였다. "영주!" 엽광이 그를 불렀다. "이러다가 모두 죽겠습니다!" 그가 소리쳤다. "에잇!" 엽광이 보갑대주 유성에게 쾌도를 난무한 후, 돌연 앞으로 뛰쳐나와 위무일의 곁에 섰다. "태부인을 부탁합니다!" 그가 소리쳤다. "가자!" 엽광이 느닷없이 산고의 팔을 잡았다. "비켜라! 이놈들아!" 그가 산고를 붙들고 적양로를 공격했다.
엽광은 백전(百戰)의 무사! 그는 형세를 정확히 읽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모두 떼죽음을 면치 못할 판이었다.
그것은 위무일도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위무일이 돌파구를 찾지 않음은 그들 때문임을 엽광은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산고라는 이 남만의 여자! 두 명의 여자까지 끼고 달릴 능력은 아무리 영주라도 없을 것아라 엽광은 생각했다.
남만의 이 어린 계집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래서 그는 산고를 끌었었다.
종우상과 조신환이 엽광을 따랐다.
그들도 싸움판은 적지 않게 뛰어다닌 자들이라 엽광의 의도를 충분히 읽고 있었다.
챙! 챙! 챙! 엽광, 종우상, 조신환이 돌연 적양로를 몰아쳐가자 적양로에 소요가 생기며 길이 열렸다.
판단이 빠른 만큼 헹동도 빨랐다.
엽광이 산고를 끌고 그 길 사이를 냅다 달렸다.
위무일은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엽광에게 끌려가면서 산고는 그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무심하게 빛나는 까만 눈동자! 표정은 없었으나 그는 산고가 그에게 무엇을 하소연하는지 알고 있었다.
이 싸움에서 살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나마 살 수 있는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것은 위무일이 곁에 있을 때다.
위무일은 담청에게 눈을 돌렸다.
담청도 불시의 사태에 칼을 멈추고 서 있었다.
위무일과 담청, 산고의 눈빛이 무심하게 서로 엇갈렸다.
순간, 탕백기가 진형이 흐트러진 틈 사이로 파고들며 위무일과 담청, 그리고 엽광과 산고, 종우상, 조신환 사이를 갈랐다.
휘- 잉! 불어오는 강바람이 산고의 머리칼을 휘날려 그녀의 얼굴을 가렸다.
산고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위무일에게 시선을 뗐다.
그녀가 협도를 들었다.
챙! 챙! 챙! 산고가 엽광을 따라 협도를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위무일도 귀두도를 들었다.
담청은 그의 곁에 바짝 다가섰다. "크악!" "케엑!" 위무일의 귀두도에 삽시간에 서너 명의 수하들이 쓰러졌다. "달아나는 놈들은 적양로에게 맡기고 나머지는 모두 마타룡을 공격하라!" "마타룡! 마타룡을 공격하라!" 여맹이 소리치고 서문중도 소리쳤다. "가자!" 서문중이 몸을 떨며 수하들을 이끌었다.
상황은 엽광이 뜻한 바대로 흐르지 않았다.
만로방의 모든 공격이 위무일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붉은 그림자는 손에서만 피어오르지 않았다.
귀두도를 따라 휘날리는 붉은 기운! 철경에 실린 조양인의 또 하나의 비기(秘技)가 위무일의 손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홍운행파도법(紅雲行波刀法)! 조양인의 명성을 천하제일고수로 끌어올린 절기...
쐐액! 위무일이 근접을 시도하던 적들을 산산히 조각내고 있었다.
그를 공격하던 만로방의 수하들이 엄청난 경기에 놀라 주춤주춤 물러섰다.
여맹, 유성이 물러섰을 정도니 수하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위무일은 담청을 끌어 안았다.
단순간에 포위망을 벗어나야 했다.
홍운행파도법을 계속 펼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양인의 무공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속가의 모든 무공이 그러하듯이 조양인의 무공도 심법(心法)과 내력(內力)에 약점이 있었다.
홍무(紅霧)가 피어오를 정도니 내공 연마를 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다.
당연히 철경에는 단기내경(丹氣內經)이라는 내공 심법이 있다.
하지만 그 내공 심법은 수천 년을 내려온 현문의 내공 심법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현문의 내공 심법은 장기간 연마하면 산을 무너뜨리고 물결의 흐름을 바꾸는 초월적인 힘을 얻는다고 한다.
단기내경으로는 몇 백년을 연마해도 꿈을 꿀 수 없는 내용이다.
하지만 단기내경이 현문의 내공 심법에 비해 단점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순간까지는 현문의 내공 심법을 익히는 자와 비교해서 단기내경을 익힌자가 월등한 힘을 발휘한다.
현문의 내공 심법은 불철주야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그 성과가 한 두 해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같은 결과는 현문의 내공 심법과 단기내경을 수련하는 방법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현문의 내공 심법은 원정(元精)을 닦고 쌓아 일신의 공력을 높인다.
그러나 단기내경은 사람의 숨은 잠력(潛力)을 끌어내어 활용하는데 심법의 주안점이 놓여진다.
잠력까지 끌어내서 사용해야 하는 도법, 홍운행파도법! 따라서 홍운행파도법을 펼치기 위해서는 홍운산수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엄청난 힘의 소비가 필요했다.
그래서 그는 홍운행파도법을 처음부터 펼치지 않은 것이다.
휙! 담청을 안은 위무일이 신형을 날렸다.
쐐액! 경풍(勁風)이 먼저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포위망을 짓쳐갔다. "막아라!" 여맹이 허둥지둥 소리쳤다.
그러나 단칼에 동료들이 몇 명씩 동강나는 장면을 보는 수하들은 싸울 기분이 아니었다. "유 대주!" 여맹이 어쩔 수 없이 유성을 부르며 위무일의 앞을 가로막았다.
위무일이 도끼로 장작을 패듯 칼을 휘둘렀다.
귀두도의 붉은 기운이 여맹의 칼에 부딪히며 굉음을 냈다.
쩡! 여맹의 두 번째 칼도 얼음 조각처럼 부서져 내렸다. "우웩!" 그가 피를 토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위무일이 비틀거리는 여맹을 쓸어 갔다.
팟! 붉은 도영이 번뜩이는 것을 보고 여맹은 죽을 힘을 다해 굴렀다.
그러나 정작 위무일이 노리는 자는 여맹이 아니었다.
여맹을 향해가던 붉은 기운이 위무일이 회선류로 신형을 틀자 후미를 뻗어갔다. " .... " 보갑대주 유성이 미간을 꿈틀거렸다.
퓨! 퓨! 퓨! 그의 가슴에서 실낱 같은 피 안개가 치솟았다.
그와 동시에 그의 가슴이 쩍 벌어졌다.
유성의 몸이 휘청 기우는 순간, 위무일이 도약했다.
그가 여맹을 밟기 위해 천근추를 펼치며 앞으로 뛰쳐나갔다.
여맹이 체면도 잊고 떼굴떼굴 굴렀다.
쿵! 위무일이 여맹이 누워있던 자리에 선명한 족적(足跡)을 남기며 치달았다.
바람을 가르는 그의 안색은 창백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 "히히힝!" "히힝!" 한가롭게 그늘을 찾던 말들이 일제히 울음을 터뜨렸다.
파팍! 팍! 말들이 발굽으로 땅을 차며 흙먼지를 일으켰다.
우르르 떼거지로 몰려드는 사람들에 놀랐는지 아니면 전신을 살기로 무장한 채 달려오는 마타룡 때문에 놀랐는지 철기대주 이세명(李世明)은 알 수 없었다.
서문중이 수기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이세명이 말을 진정시키며 손을 들었다.
수하들이 연노에 쇠뇌를 먹였다. "뒤로 물러나며 쏜다!" 이세명이 고함을 쳤다.
그의 뒤로는 평탄한 초지(草地)였다.
마타룡은 급경사의 강둑을 뛰어 오르고 있었다. "쏴라!" 이세명이 말을 후퇴시키며 소리쳤다.
피피핑! 쇠뇌가 새카맣게 위무일을 덮치며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화신전이 불꽃을 끌며 날았다.
서문중은 위무일이 수하들과 간격이 벌어진 틈을 놓치지 않았다.
쾅! 쾅! 검은 흙이 치솟았다. "내버려 두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찰진 땅이군.
하긴 물이 넘치는 것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으니... " 이세명이 치솟는 흙을 바라보며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그가 말머리를 수하들을 향해 돌렸다.
마타룡은 '지(之)' 자로 달리며 용케 화신전을 피해 강둑을 오르고 있었다.
여인을 안은 그대로였다.
탁! 탁! 이세명이 쌍창(雙槍)으로 말안장을 쳤다.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을 것이다.
나도 몰랐다." 그가 수하들을 향해 씩 웃었다.
철기대 수하들의 얼굴에도 어색한 웃음이 맺혔다. "네 발로 달리는 자들이 두 발로 달리는 자들 보다 아래의 서열을 차지하는 경우는 우리 만로방밖에 없을 것이다." 만로방에서 철기대는 탕백기의 아래였다. "이 이상한 구조는 원래 호반영채라는 기이한 놈들 때문에 생긴 일.
호반영채로 인해 탕백기는 기형적으로 커졌고 그래서 우리 철기대는 탕백기의 아래에 놓이게 되었다." 이세명의 말에 철기대 수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주가 좀 멍청한 것을 제외하고 철기대가 탕백기의 아래에 있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지.
실력도 최고다." 그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웃자 수하들이 '와' 하며 웃었다.
이세명의 여유자적한 태도에 빳빳하게 굳어있던 철기대 수하들의 표정이 풀리고 있었다. "자! 호반영채에 의해 빼앗겼던 철기대의 명예를 이제 돌려 받도록 하자.
마침 저기 호반영채의 잔당이 오는군!" 그가 강둑을 올라서는 위무일을 가리켰다. "쇠뇌를 쏟아부으며 반원형으로 포진한다!" 이세명이 쌍창을 치켜들었다. "가자!" 그가 말머리를 돌렸다. "이랴!" "워!" 철기대가 기세등등하게 날개를 벌리며 쇠뇌를 날렸다.
타닥! 탁! 탁! 위무일은 쏟아지는 쇠뇌를 쳐내며 이세명을 육박했다.
이세명이 발로 말의 엉덩이를 툭툭 쳤다.
그가 날이 양쪽으로 달린 창인 쌍창을 멋지게 휘둘렀다. "합!" 이세명이 고함을 지르며 말에 박차를 가했다.
투두두두두! 이세명이 위무일과 교차하며 쌍창을 번뜩였다.
위무일이 바람을 가르며 달려드는 쌍창에 귀두도를 휘둘렀다.
챙! 이세명과 위무일이 한 합을 주고 받으며 서로를 스쳐 갔다. "히힝!" 이세명이 말머리를 돌리며 쌍창을 들었다.
쌍창을 든 그의 손이 충격으로 부들부들 떨렸다.
수하들의 기세를 살리기 위해 말이 달리는 힘에 더해 전력으로 휘두른 일 초식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끄덕없었고 그는 자칫 충격으로 말에서 떨어질 뻔했다.
그가 어깨의 통증을 참으며 쌍창을 내리그었다. "이랴!" 철기대가 두 명을 한 조로 좌우에서 위무일을 공격해 갔다.
선두를 육박해 오는 자는 창을 휘둘렀고 그 뒤를 바짝 따르는 자는 쇠뇌를 날렸다.
타탁! 위무일이 쇠뇌를 피해 신형을 틀었다.
순간, 두 필의 말이 스쳐 가며 그를 찔러왔다.
위무일이 왼발을 축으로 몸을 비틀며 귀두도를 휘둘렀다. "크악!" "히힝!" 말과 사람이 동시에 비명을 지르며 잠시 앞으로 내달았다.
사람이 먼저 떨어지고 말이 그 위를 덮쳤다. "푸르르!" 말이 일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써다 그대로 목을 꺾었다.
두 번째 공격을 가하던 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세명은 나뒹굴고 있는 두 필의 말을 쳐다보며 안색을 찌푸렸다. "밟아버려!" 그가 고함을 쳤다.
따각! 따각! 철기대가 말머리를 나란히 하며 경보(輕步)로 전진했다.
피핑! 핑! 그들이 쇠뇌를 날리며 위무일과의 거리를 좁혀왔다.
탕백기와 보갑대도 강둑을 뛰어올라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위무일은 쇠뇌를 피해 이리저리 달리며 이마에 땀을 닦았다.
그의 안색은 핏기 하나 없었다.
몸도 천근처럼 무거웠다.
그러나 무엇보다 무거운 것은 그의 마음이었다.
산고의 까만 눈동자! 힘없이 돌아서던 그녀의 어깨가 계속 위무일의 마음을 걸리게하고 있었다.
챙! 챙! 챙! 그가 칼 부딪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엽광과 조신환은 아직 죽지 않았었다.
그들은 한 떼의 패거리들과 뒤섞여 싸우며 강둑을 오르고 있었다.
상대하는 자들이 적양로와 보갑대의 몇몇 무사들 뿐인지라 포위망을 뚫고 나갈듯도 했다.
그러나 종우상과 산고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갈대 숲 어디에서 뒹굴고 있는 모양이었다.
위무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의 눈에 핏발이 섰다.
그와 동시에 쇠뇌의 공세가 뚝 끊겼다.
말의 건각(健脚)들이 장벽을 이루며 다가서고 있었다.
위무일이 고개를 푹 숙였다.
순간, "으핫!" 그가 풍진(風塵)을 일으키며 신형을 번뜩였다. "히히힝!" 말들이 앞발을 세우며 먼저 그를 짓눌러 왔다.
귀두도의 붉은 기운이 물결처럼 흔들렸다. "크악!" "히힝!" 자욱한 먼지 속에 말과 사람이 뒤엉켜 쓰러지며 비명을 질렀다.
위무일은 귀두도를 휘둘러가며 목에 비릿한 냄새를 느꼈다.
목구멍을 올라온 피가 그의 입가로 흘렀다.
기마를 상대하는 일은 몇 배나 힘든 일이었다.
과도하게 힘을 사용하느라 내상(內傷)을 입은 모양이었다.
위무일은 말을 탈취하려 했다.
그러나 철기대는 위무일이 말 잔등에 오르는 것을 녹녹히 허용하지 않았다.
사방에서 쑤셔대는 장창과 말발굽을 피하기에도 바빴다.
담청만 없었다면 무슨 수를 냈어도 냈을 것이다.
찌익! 장창이 그의 어깨를 가르고 스쳐 갔다.
그의 어깨를 타고 흐르는 피가 담청의 옷을 적셨다. "영주!" 엽광이 그를 지원하기 위해 달려오고 있었다. "물러나시오!" 위무일이 격양된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그가 이를 악물었다.
휙! 위무일이 허공으로 신형을 솟구쳤다.
창칼이 빽빽하게 늘어선 곳에서 공중으로 몸을 솟구친다는 것은 몸을 적에게 내놓는 것과 마찬가지의 위험한 동작이다.
하지만 위무일은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산고에 대한 죄책감은 그가 그녀를 생각했던 만큼 이상의 무게로 그를 괴롭혔다.
위무일은 사방에서 달려드는 창칼에 담청과 몇 군데의 요혈만 보호했다.
허벅지와 어깨, 등짝에서 뜨끔한 통증이 느껴졌다.
불침으로 그의 몸을 파고드는 창칼은 오히려 화끈해서 좋았다.
위무일이 회선풍으로 신형을 회전시키며 귀두도를 날렸다.
쐐액! 붉은 기운이 파도를 타듯 출렁거리며 사방의 적들을 쓸어갔다.
팟! 팟! 머리통이 하늘로 솟구치며 피가 햇발 속에 찬연하게 흩어졌다.
위무일이 비스듬히 떨어지며 무영각을 날렸다.
아버지의 절기로 엽광 등도 배운 바 있는 각법(脚法)이었다.
위무일의 도법에 질려 잠시 창을 번뜩일 생각을 잊은 철기대 수하의 머리통이 야릇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위무일이 작자를 말 아래로 떨구며 비로소 말등에 섰다.
하지만 철기대는 호락호락 그가 말안장에 앉을 틈을 주지 않았다.
위무일이 홍운행파도법으로 적의 창칼을 분지르며 다시 신형을 도약했다.
높이 치솟지도 않았다.
그의 두 발이 떨어지는 곳은 그를 마주보고 선 철기대였다.
우두둑! 위무일의 발에 밟힌 철기대 수하의 어깨뼈가 주저않았다.
그가 연속해서 신형을 날리며 말에 탄 자들의 어깨를 밟아 나갔다.
위무일의 발에 밟힌 서너 명의 적들이 어깨를 늘어뜨린 채 말 아래로 떨어질 때였다.
위무일은 비로소 말안장에 담청을 앉혔다.
그가 말에서 신형을 날리며 담청의 앞길을 막는 서너 명의 적들을 쳤다. "가라!" 그가 칼배로 담청이 탄 말의 엉덩이를 세차게 두들겼다. "히히힝!" 말이 앞발을 세우고 펄쩍 뛰었다.
투두두두두! 놀란 말이 질풍처럼 치달았다.
위무일이 일 장여를 말과 함께 뛰며 담청을 공격하는 자들을 쳤다.
담청의 말은 뽀얀 흙먼지를 일으키며 삽시간에 저 멀리로 달려갔다.
위무일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적들의 추적을 막았다.
그러나 원래 만로방이 노리는 자는 그였기 때문에 그는 적들의 추적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만로방에서는 담청을 처치해 줄 자들이 따로 기다리고 있는 터였다. "이 대주! 철기대를 뒤로 후퇴 시키시오!" 서문중이 강둑을 오르며 소리쳤다.
그는 위무일이 다시 말을 탈취해 달아날 것을 우려했다.
서문중이 탕백기와 보갑대에게 위무일의 주살을 명했다. "워! 워!" 철기대가 뒤로 빠지고 탕백기와 보갑대가 다시 밀려들었다.
위무일이 귀두도를 겨드랑이 사이에 끼웠다.
그가 귀두도를 쭉 빼며 칼에 묻은 피를 닦았다.
귀두도는 사람의 기름기를 먹을 만큼 먹은 지라 하얀 도신이 햇살에 더욱 번들거렸다.
탕백기와 보갑대 수하들의 발걸음은 자연 늦어졌다.
아직 살아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느껴지는 그들이었다.
그래서 목숨이 더욱 아까웠다.
위무일이 귀두도를 내렸다.
작열하는 태양! 다리는 휘청거리고 서 있기도 힘들었다.
조만간 단기내경으로 끌어올렸던 힘도 모래알처럼 흩어져 내릴 것이다.
우스웠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나던 그 여자! 주문(呪文)에 걸린 것처럼 그 여자를 그리워하고 그 여자를 위해 싸웠다.
그러나 지금은 혼자였다. "영주!" 그를 위로해 줄 생각인가? 때 맞추어 엽광이 달려오고 있었다.
조신환은 보이지 않았다. "미련한... " 제 죽을 줄도 모르고 달려드는 저 노예 근성! 위무일은 돌연 엽광에게 맹렬한 적개심을 느꼈다.
아버지에게 느끼던 바로 그 적개심이었고 지금 스스로에게 느끼는 적개심이었다. "후후후... " 위무일이 실소를 흘렸다.
그가 탕백기주 여맹을 향해 쏜살 같이 달려들었다.
만로방의 수하들이 우르르 그의 앞길을 막았다.
챙! 챙! 챙! "악!" "크악!" 지리한 싸움은 계속되었다. '총채의 일에 영주를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었다.' 엽광은 뼈저린 후회에 가슴을 쳤다. '영주가 죽으면 복수는...
대부인과 호반영채를 불사른 흉수는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눈 앞이 캄캄했다.
어떻게 하던 영주만은 살려야 했다.
그가 덜렁거리는 팔의 통증을 참으며 일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갈대 숲에서 돌연 그들과 떨어진 산고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
조신환은 적양로의 부대주라는 자와 동귀어진을 택했다.
남은 자는 이제 그 뿐이었다.
그가 삼 장여 발걸음을 옮길 때였다. "푸르르... " 말들이 투레질을 하며 말머리를 돌렸다.
투투투투투! 철기대의 대주 이세명이 십여 명의 수하들을 이끌고 달려왔다.
엽광이 합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엽광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귀두도에서 일어나는 붉은 기운은 확연할 정도로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에잇!" 엽광이 쌍수도로 땅을 후려쳤다.
속수무책이었다.
영주를 돕기는커녕 달려드는 철기대를 감당하기에도 자신이 없었다. "이렇게 어이없이 끝날 줄이야! 영주! 내가 어찌 영주의 얼굴을 볼 낯이 있겠습니까?" 아득한 절망감에 엽광이 하늘을 우러러며 이미 죽은 단심호를 불렀다.
그가 처연한 표정으로 달려드는 철기대에 맞서 쌍수도를 들 때였다.
그의 눈빛이 돌연 빛을 뿌렸다.
엽광을 치기 위해 출동한 철기대를 제외한 나머지 기마는 강둑에 도열해 있었다.
그 강둑 아래 갈대 숲이 갈라지며 작은 인영 하나가 재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죽은 줄 알았던 산고였다.
만로방 모든 수하들의 이목은 위무일에게 쏠려 있었으므로 그들은 산고의 출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엽광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나마 작은 희망이라도 생긴 것이다. "오라! 이 버러지 같은 놈들!" 엽광이 주위의 시선을 그에게 끌기 위해 벼락 같이 소리쳤다. "다 죽어가는 주제에 큰 소리는!" 이세명이 달려가는 말에서 쌍창을 번뜩였다.
엽광이 이세명의 창을 피해 땅을 굴렀다.
투두두! 이세명의 수하들이 엽광을 짓밟아 버릴 요량으로 말에 박차를 더했다.
엽광이 말발굽을 피해 이리저리 뒹굴 때였다.
쥐를 노리는 고양이처럼 강둑에 몸을 낮추고 있던 산고가 펄쩍 뛰어나왔다. "어! 어!" 철기대의 수하 한 명이 불시에 닥쳐오는 산고의 모습에 허둥거렸다. "커악!" 협도의 파란 빛이 작자의 목을 잘랐다.
산고는 나머지 자들이 그녀를 향해 말머리를 돌릴 틈을 주지 않았다.
그녀는 쓰러진 자의 말안장에 몸을 붙이고 협도로 말의 엉덩이를 때렸다. "히히힝!" 말이 펄쩍 뛰며 쏜살같이 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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