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장풍파랑 - 28편 (28/61)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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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장풍파랑 - 28편 (2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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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함이 꼬리를 틀자 상강의 배들이 길을 열었다.
자수, 수강, 한수 등의 배들도 투함의 좌우, 후미에 날개 모양으로 포진 투함을 따랐다. '오랜만에 태부인의 대우를 받아 보는군.' 담청은 실소를 흘렸다.
십팔로 물길의 채주들의 그녀를 위해 이렇게 부산을 떤 적은 그녀의 기억으로는 그녀가 총채의 안주인으로 입성할 때를 제외하고 처음이었다.
그녀는 강바람에 머리칼을 쓸었다.
오랜만에 받는 대우인 만큼 오랜만에 기분도 좋았다.
사실 이 같은 대우를 받기 위해 그동안 그렇게 바쁘게 움직였던 것이 아닌가? 담청은 그녀를 둘러싸고 항진하는 배들을 바라보며 뿌듯한 감회에 휩싸였다.
그때였다. "태부인!" 주숙예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이제 만로방과의 싸움은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생각한 바가 있나요?" "쌍십절에 전 채주들을 군산으로 불러들였으면 합니다." "만로방과 싸울 생각 인가요?" "싸움은 이미 벌어졌습니다.
피할 수 없지요.
이번에는 우리가 선공(先攻)을 가할 것입니다." 죽숙예가 안광을 빛냈다. "쌍십절...
선공을 가할 시기로는 너무 늦군요." "물론입니다.
쌍십절의 모임은 만로방 놈들의 마지막 숨통을 끊기 위한 모임이 될 것입니다.
공격은 지금부터지요." "지금부터? 주 전주, 마음은 알겠지만 너무 무리한 계획이에요.
파양호에서 황룡당, 적룡당, 화룡대의 무사들을 태반이나 잃었어요.
결국 묵룡당과 청룡당으로 놈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말인데... " "아닙니다.
만로방에게 선공을 가할 자들은 우리 총채가 아닙니다.
육대강주! 그들로 하여금 각기 만로방 사대행회 중 하나씩을 맡겨 쌍십절 이전에 만로방의 꼬리를 모두 끊어 버릴 생각입니다." " .... " 담청이 뱃전을 잡았다. "육대강주들로 사대행회를? 육대강주들이 총채의 명을 따르겠습니까?" 그녀가 주숙예의 말에 회의를 표했다. "아마 따르는 수채도 있을 것이고 따르지 않는 수채도 있을 것입니다.
왜 우리만 사대행회를 공격해야 하는가 하는 수채도 있을 것이고 사대행회를 치는 시늉만 내는 곳도 있을 것입니다." "사대행회도 만만찮은 자들이니 총채의 명을 따른다면 대강의 수채들도 적지 않은 출혈을 감수해야 할 터...
대강의 힘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당연히 약해지겠죠.
하지만 명을 따르지 않을 확률이 아마 더욱 높겠지요.
대강주들이 총채의 명을 거부하던가 형식적으로만 답한다면 총채의 권위는 더욱 추락할 것입니다." 담청이 우려의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태부인께서도 감지 하셨겠습니다만 이미 장강 내부의 대립은 총채와 가까워지려는 소채들과 반 총채를 내세우는 대채들의 구도로 선이 그어져 있습니다.
만약 대채들이 총채의 명을 거부하면 총채에서는 그들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장강 내부에서는 대채라 큰 소리 치며 만로방과 같은 적들을 상대로는 꼬리를 숨기기에 바쁜 자들! 쌍십절의 만회는 그 같은 이야기로 소강들이 대강의 채주들을 성토하는 장이 될 것입니다!" 주숙예가 학인선을 흔들며 말했다. " ...만로방과 싸우기도 바쁜 순간인데 소채와 대채로 판가름을 하며 다투어야 하다니... " 담청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주숙예는 알고 있었다.
그 같은 구도는 담청이 더 바란다는 것을... "이전의 상황을 생각해 보십시오.
솔직히 저도 소주인이 총채주의 자리에 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위 공자로 인해 어렵게 얻은 기회입니다.
기회를 놓칠 수 없습니다.
춘절의 만회가 멀지 않았습니다!" 주숙예가 주지시키듯 말했다.
담청이 가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총채가 할 일은 간단합니다.
대채들에게는 지금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위세조차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을 심어 주는 것! 지금의 자리라도 지키기 위해 총채의 눈치를 보게 만들어야 합니다.
소채들에게는 장강에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소강도 대강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지시키는 일입니다.
당연히 소채의 배후는 총채가 돌봐야겠지요." "그러나...
대강주들이 합심해서 총채에 저항한다면...
소채들은 그들의 힘을 막을 여력이 없습니다.
총채에 계신 분들은 나서서 채주들과 싸울 입장이 아니고..." 담청은 아직 대강주들을 상대로 힘 겨루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다. "위 공자가 있습니다! 위 공자로 인해 대강주들은 더 두려워 할 것입니다.
장강에 힘의 논리가 관철되는 것을... " " .... " 담청이 산 그림자가 흔들리는 수심으로 시선을 돌렸다. "주 전주의 말을 따르겠어요.
대강주들에게 사대행회를 공격하라는 명을 내려 주세요.
그리고 쌍십절에 만회를 연다는 것도... " 그녀가 무심히 말했다. "알겠습니다." 주숙예가 머리를 숙였다. * * * "천 채주의 말만 믿고 있다가 더 모난 돌이 되었소.
태부인을 마중 나가지 않은 수채는 우리뿐이란 말이오!" 울상을 지으며 고함을 지르는 자는 원강의 송 채주였다.
천태림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가 화난 표정으로 쏘아보자 송 채주도 지지 않고 눈을 부라렸다.
이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행동이었다.
사실 송 채주는 이판사판의 심정이었다.
무하 채주의 목이 댕깡 날아갔지 않는가? "군산으로 가겠소! 무릎을 꿇고서라도 그 간의 잘못를 빌 것이오!" 송 채주가 소리쳤다.
천태림의 인상이 더욱 일그러졌다.
그가 치솟는 울분을 참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소강의 채주들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가릉강, 상강 등 이미 그와 언질이 있었던 대강의 채주들까지 태부인이라는 여자를 호위하러 나올 줄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다.
총채의 눈치,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대강들도 이제 마타룡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는 뜻! 뇌벽쌍불...
그들도 연락이 뚝 끊겨진 상태였다. "대세는 결정 났소.
이제 장강은 마타룡의 것이오.
나는 그를 거스를 용기가 없소." 송 채주가 쥐어짜듯이 말했다.
대세가 결정 났다니? 단 한 번, 파양호의 싸움으로 모든 것이? "닥쳐라!" 천태림이 결국 노화를 터뜨렸다.
송 채주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그의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그는 자신이 자랑하는 연자당(燕子 )을 빼 들까 말까 망설이는 모양이었다.
천태림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미안하오." 그가 노화를 삼키며 말했다.
탕백기, 철기대, 보갑대, 사대행회...
그것을 뚫고 귀환한 마타룡이다.
생각하니 대세가 결정났다는 송 채주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장강에 있어 누가 그만한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천 채주께서는 마타룡과의 싸움에 총채주 자리를 걸고 있을 것이오.
맞습니까?" 송 채주가 물었다. " .... " 대답할 필요가 없는 물음이었다.
그 일이 아니라면 동정호 수계의 하찮은 수채까지 찾아와 이 난리를 벌인단 말인가? "장강은 질서는 이제 마타룡의 힘! 나는 목숨이 걸려 있소.
무하의 일이 잊혀지지 않소이다." 휙! 송 채주가 등을 돌렸다. '그렇군.
문제는 마타룡의 힘! 방법이 없나?' 천태림이 우두커니 서 생각에 잠겼다.
마타룡을 힘으로 상대할 자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천화인, 자랑스런 그의 아들...
하지만 정면 충돌의 경우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만약 패배한다면 총채주의 자리는 영원히 넘볼 수 없을 것이므로... '결국 힘의 대결로는 마타룡을 이길 수 없단 말인가? 그렇다면 남은 것은 장강의 율법을 따르는 것 뿐!' 대강의 채주들은 대부분 마타룡에 대한 저항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을 통해 소강의 채주들을 설득, 춘절의 만회 때 거수로 총채주의 자리를 얻어내는 방법...
그 방법으로 춘절의 만회에서 승리를 얻어낼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소강 채주들의 마음이 급격히 총채로 기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태림이 지금 희망을 가질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그렇게라도 이기려면 앞 뒤 가리지 않는 힘의 시위를 막아야 한다.
마타룡이 벌일 힘의 시위를...
누가 그를 묶어 둘 수 있을 것인가? 놈을 묶어야 대강 채주들이 눈치를 살피는 행보를 않을 것이고 소강 채주들의 기세도 꺾을 수 있는데... ' 천태림은 다시 생각에 골몰했다.
먼저 생각난 자는 마타룡의 외숙인 민강의 마 채주였다.
그러나 천태림은 마 채주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도대체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쩌면 욱일승천 위명을 떨치고 있는 그의 조카에게 박수를 치고 있을 지도 모르지.' 천태림은 쓴맛을 다셨다. '장강에는...
아무도... ' 순간, 천태림의 눈이 번쩍 빛을 뿌렸다.
장강을 힘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으려는 마타룡의 행보를 막을 자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추운객! 장강 내부의 화합과 수룡왕이 남긴 율법을 누구보다 중하게 생각하던 분.
후계자 문제로 시끄러울 때에도 추운객은 율법에 모든 것은 맡겼었다.
그로서는 당연히 친구인 수룡왕의 손자가 후계자가 되었으면 했겠지만 고작 후견인만을 자처한 정도...
율법을 지나치게 강조했으므로 천태림은 오히려 추운객을 멀리했었다.
그 때는 힘의 중심 축이 그였으므로...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추운객 어른께서 무하 채주의 목을 함부로 자른 네놈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건방진 놈! 네놈의 오만을 내가 모두 고하리다!" 그가 이를 갈며 소리쳤다. * * * 서문중은 혀가 바짝바짝 탔다.
배를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였다.
아마 수로연맹에서 장강의 사공들에게 특별한 명을 내린 모양이었다.
장강의 낮은 평상시와 다름없었다.
파양호에서 사용한 신화전 때문에 관부인들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다닌다는 것만 제외하면...
그러나 밤이 되면 달랐다.
수로연맹의 배들이 그들을 찾기 위해 파양호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탕백기 삼십 여명, 보갑대 이십 여명, 사대행회는 모두 합쳐 이십 여명...
칠팔 십 여명의 인원이 살아남은 자의 전부였다. '마타룡을 잡는데 동원된 인원이 몇 명이었던가?' 생각하기도 싫었다. "총사!" 탕백기주 여맹이 갈대를 헤치며 그에게로 다가왔다.
여맹의 얼굴도 지친 표정이었다.
반나절을 넘게 끌었던 싸움, 그 싸움이 끝난 후에도 모두들 제대로 먹지도 쉬지도 못했었다.
부상자를 치료할 여력도 없었다.
수하들의 상처에는 쾨쾨한 냄새와 함께 쇠파리가 끓었다. "무슨 일이오?" 서문중이 가라앉는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서 마냥 배만 찾아다닐 수는 없는 게고...
남뇌로로 후퇴합시다.
그곳에서 문 회주의 도움을 받아 장강을 건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여맹이 부러진 칼을 땅에 꽂으며 말했다.
서문중은 고개를 저었다. "지치고 부상당한 칠 십 여명의 인원은 남들의 눈에 딱 들기 좋을 것이오.
조금만 더 이곳에서 참읍시다.
놈들이 우리를 찾는 요량을 보면 건성에 가깝소.
곧 관부인도 수로연맹 놈들도 물러갈 것이오." "이렇게 쥐새끼처럼 숨어 있기는 처음이오!" 여맹이 울분을 터뜨렸다. "쥐새끼처럼 숨어 있기 싫으면 차라리 투항을 하는 것이 어떻겠소? 우리 수로연맹은 물론 포획된 자들에 대한 대우를 당신들 보다 잘해 주지." 누군가가 조잘댔다.
흙투성이로 뒹굴고 있는 자는 이만이었다.
만로방의 수하들은 이만의 입이 스스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반사적으로 조잘댐을 알기에 더 이상 주먹질을 하지 않았다.
때리려고 해도 때릴 힘도 없었다.
이만의 옆에는 담향이 지친 표정으로 쪼그려 앉아 있었고 산고는 들것에 누워 있었다. " .... " 서문중은 시선을 먼발치로 돌렸다.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말할 체면도 없었다.
서문중이 참담한 마음으로 장강을 굽어보고 있을 때였다.
장강의 어둠이 갑자기 환해졌다.
배에서 일제히 등불을 켠 것이다.
펄럭이는 깃발, 화려한 채색 불빛, 엄청나게 큰 유선이었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유선에는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모두 선실에서 음희(淫戱)를 즐기는지... "팔자 좋은 놈들이군." 여맹이 투덜댔다.
순간, 서문중의 가느다란 눈이 빛을 뿌렸다.
중앙 돛에 커다랗게 새겨진 글! - 고월최선시(孤月最先示).
외로운 달에게 제일 먼저 알린다.
그리고 그 밑에는 매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본 방의 배요!" 서문중이 소리쳤다. "본 방의 배라니요?" 여맹이 무슨 소리냐는 듯이 물었다. "고월은 나의 호외다.
그리고 매는 흑사회의 회주로 있을 때 방주가 즐겨 사용하던 문양!" 서문중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휙! 휙! 그가 휘파람을 불렀다.
유선의 불빛 속에 왜소한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그가 서문중이 있는 곳을 향해 유유자적한 태도로 손을 흔들었다.
등불에 비쳤던 왜소한 그림자, 그는 바로 방주 주황이었다. '그때 밀어붙여야 했다.' 거지꼴을 한 체 배에 기어오르는 서문중과 수하들을 보니 단도의 여세를 몰아 수로연맹의 숨통을 끊지 못한 것이 뼈저린 상처로 다가왔다.
그가 화해를 제기했을 때 놀란 자들은 수로연맹 뿐만 아니었다.
방도들도 모두 놀랬었다.
원래 그는 일을 벌이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었으므로...
관부의 눈치, 양패구상.
그런 문제는 주황에게는 이후의 문제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그가 수로연맹에 화해를 청했던 이유는 해손왕 때문이었다.
다른 자들은 아무도 모르는 일! 해손왕도 화해를 권했다는 것을 밝히고 싶어하지 않았고 그 역시 해손왕의 강권에 못 이겨 수로연맹에 화해를 청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솥발 같은 형국이 깨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아닐 것이다.
원래 해손왕은 중원의 일을 나 몰라라 하던 자! 어쨌든 해손왕은 그가 화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수로연맹과 손을 잡을 것이라고까지 말했었다.
서문중의 화해에 대한 요구, 해손왕의 압박, 관부의 입김! 다른 것은 견딜 수 있었으나 해손왕의 압박은 견디기 힘들었다.
결국 그는 수로연맹에 화해를 청하고 말았었다. '해손왕! 그 미친 놈 때문에!' 해손왕에 대한 분노가 더욱 들끓었다.
주황은 그가 왜 갑자기 중원의 일에 끼여들어 화해를 강요하고 나섰는지 아직도 알 수 없었다.
그 일 이후, 중원의 일에 관심을 보인 것도 아니었다. '지금은 연맹과의 싸움 때문에 일부러 네놈을 모른 척 하고 있을 뿐! 해손왕! 대가를 톡톡히 치러 줄 날이 있을 것이다.' 주황은 모든 화를 해손왕에게 돌리며 마음의 평정을 찾으려 했다. "끌끌끌! 꼬락서니들 하고... " 주황이 혀를 찼다.
서문중을 비롯한 수하들이 고개를 떨구었다. "서문중, 기분이 어떠냐?" "면목없습니다." 서문중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네놈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매양 계획대로 일이 척척 풀어진다면 나는 네놈 덕에 벌써 황제라도 되었을 것이다." " .... " "실수는 네놈만이 한 것이 아니다! 장강의 귀재라는 주숙예! 오히려 실수는 놈이 더 했지.
놈은 네가 마타룡을 칠 계획이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명색이 장강의 두뇌라는 자가 말이야.
껄껄껄!" 주황이 호탕하게 웃었다.
원래 머리가 발달된 자들은 감정에는 무딘 법이다.
그러나 주황이 이렇게까지 그를 위로하자 서문중은 코끝이 찡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수하들이 느끼는 감동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졌다고 생각하지 마라.
언제나 이겼다는 쪽으로 생각을 하라.
보아라! 우리는 탕백기, 보갑대, 적양로를 뺀 사대행회가 돌아왔다.
그러나 놈들은 모두 몰사했어.
황룡당, 적룡당, 화룡대...
살아난 자는 고작 두 명이라던가?" "엽광이라는 자도 살았다고 들었습니다!" 주황의 뒤에 서 있던 수하 한 명이 소리쳤다. "어쨌든 이겼다.
이겼으니 오늘 거나하게 한 잔 해야지." 주황이 서문중과 여맹을 끌었다.
주황을 따라가던 서문중과 여맹이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뱃전 구석구석과 선실에는 촘촘히 수하들로 가득했다. "방주, 저들은 어떻게?" 서문중이 백 여명은 족히 될 듯한 수하들을 가리켰다. "서문중, 방주라 해서 놀고먹을 수야 있나? 네놈이 마타룡을 처치하면 곧장 군산으로 달려가 수로연맹의 총채를 불질러 버릴 생각이었지.
그러나 네놈의 마음이 후해 마타룡을 놓아주었으니...
서둘러 개봉 총단이나 지키려 가야겠지?" 주황이 웃으며 말했다.
서문중과 여맹이 서로를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을 벌이면 폭풍처럼 밀어붙이는 방주의 성격을 또 한 번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리 오너라!" 주황이 갑판에 세워진 누각에 올랐다.
누각에는 이미 술판이 벌어져 있었다.
주황이 난간을 잡고 서 누각 아래에 도열한 수하들을 바라보았다.
살아남은 수하들은 모두 거지꼴에 지치고 지친 표정들이었다. "수고들 했다.
마타룡과 싸우고 살아 돌아올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네놈들은 큰 공을 세운 것이야.
실컷 먹고, 마시고 푹 쉬도록 하라.
우 총관이 모든 준비를 해 두었을 것이다." 그가 살아 남은 수하들을 독려했다.
주황이 서문중과 여맹의 손을 잡고 술상을 향해 등을 돌릴 때였다.
그가 문득 다시 수하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저놈들은 누구냐?" 주황이 한 곳을 가리켰다. "붙잡은 놈들입니다.
애송이 놈은 한수의 소채주 이만이라는 놈이고 서 있는 계집은 상강 채주의 여동생 담향, 그리고 들것에 누워 있는 계집은...
이름은 모르고 마타룡을 따르던 계집입니다." 여맹이 말했다. "흐흠! 의외의 물건들이군." 주황이 턱을 만지며 눈빛을 빛냈다. "마타룡! 어떠하더냐? 무서운 놈이었겠지?" " .... " 서문중과 여맹이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어떻게 하던 놈을 처치해야 하는데...
저놈들로 마타룡을 꾈 수 있을 것 같으냐?" 주황이 이만 등을 가리켰다. "사실 저도 놈들을 붙잡을 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만과 담향, 저 두 놈들로는 마타룡을 함정에 끌어들이지 못할 것입니다.
이만, 저 놈 스스로 한 말이기도 하고, 실상 마타룡은 저들이 포로가 되었어도 아무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기 들것에 누워 있는 계집은 달랐습니다.
마타룡이 상당히 중히 생각하는 계집 같았는데... " "그럼 됐다." 주황이 서문중을 말을 잘랐다. "어차피 손해 볼 일도 아니니 저놈들을 그분들에게 맡겨 보도록 하지." "그분들에게 맡긴다니요?" 여맹이 물었다. "그런 곳이 있다.
저놈들의 일은 나에게 맡기고 이제 술이나 마시자!" 주황이 술자리를 찾았다. * * * 투둑! 투두두! 빗줄기와 포말에 뒤섞여 바다는 뿌옇게 흐렸다.
장풍이 불려는지 파도도 점차 높아졌다.
해손왕은 군마(群馬)처럼 달려드는 파도를 바라보며 바위에 서 있었다.
쾅! 콰르르...
파도가 바위를 때려부술 듯 으르렁거렸다.
처벅! 처벅! 누군가가 해변을 따라 걸어왔다.
유백이었다.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밖에서 무엇을 하십니까? 그만 들어가시지요.
도주." 그가 바위 아래 서며 말했다. "유 노야, 노야께서 여기까지 온 것을 보면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군요." "허허! 특별히 바쁜 일이 무엇 있겠습니까? 비 맞는 것을 좋아라 한다면 젊은 것들이 주책이라 할 것이고...
도주를 뵌 다는 핑계로 실컷 비를 맞아 볼 생각이었지요." "유 노야에게 아직 그런 정취가 남아 있을 줄은 몰랐군요.
껄껄껄!" 해손왕이 호쾌하게 웃었다.
콰르르르...
웃음소리에 맞추어 파도가 그가 선 바위를 쓸고 지나갔다. "모든 것이 새로워 보이는 것을 보니 죽을 때가 다 된 모양입니다.
기실 이렇게 비를 맞는 것도 오늘이 끝일 지도 모르지요.
허허허." 유백의 웃음이 빗줄기 속에 공허하게 울렸다. "죽는 것은 별 두렵지 않으나 생전에 도주께서 천하를 호령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죽을까 그것이 두려울 따름입니다." "강호를 제패하는 것이 무엇 대단하다고... " 해손왕이 의수를 만지며 실소를 흘렸다. "강호를 제패하는 것이 중요치 않으면 지금 도주께서 하시고자 하는 일은 도대체...
일전에 내가 도주께서 갑자기 강호 제패에 꿈을 둔 이유를 물은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오늘 또 그 같이 말씀하시면 노부는 일전의 질문을 다시... " "유 노야!" 해손왕이 유백의 말을 잘랐다. "근자에 몇 몇 호법들이 보이지 않는 것 같소." 그가 말을 돌렸다. "마타룡에 대한 소식을 들었습니까?" 유백이 물었다.
해손왕은 고개를 저었다. "파양호에서 만로방 놈들을 단번에 쓸어버렸다고 합니다.
놈이 사용한 무공은 역시 철경이었다고 합니다." "철경 때문에 모두들 난리겠군." "물론입니다.
아마 없어진 호법들은 모두 철경을 찾고자 떠났을 것입니다.
강호인들에게 쥐새끼처럼 쫓겨다니던 것을 도주께서 거두어 준 공로도 모르고... " 유백이 백미를 꿈틀댔다. "파양호에서 만로방이 칼을 뽑았으니 만로방과 수로연맹의 화해는 이제 끝이겠군요." "그렇습니다.
곧 대란이 있겠지요.
타수들의 외부 출입을 금했습니다.
불시의 사태에 대비를 해야 하니...
그런데 정작 공자들이 아무도 없으니... " 유백이 미간을 좁혔다. "영은 내가 일이 있어서 보냈소.
그리고 화는 낙도에 있을 게고.
그런데 우, 이놈은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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