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장풍파랑 - 39편 (39/61)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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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장풍파랑 - 39편 (3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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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걱우걱... " 모삼풍의 눈빛이 다시 흐려져 갔다. " ...그리고 그 다음의 일은 말하고 싶지도 기억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호출을 어떻게 도망쳐 나온지 모르겠습니다.
수하들이 희생당하는 사이, 도망을 쳤겠지요." 모삼풍이 얼굴을 찌푸렸다. "총채로 달려올 여력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아니면 누가 담 대주의 변고를 알리겠습니까? 각 수채나 다른 강호인들이 이 사실을 알면 총채를 조롱 거리로 만들 뿐이라 생각했습니다.
태부인, 속히 조치를... " 모삼풍의 목소리가 잦아들고 있었다.
피로가 급속히 밀려오는 모양이었다. "집사당주 하빈이 보고 드리겠습니다." 하빈이 담청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정확한 날자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모(某) 일(日)에 호반영주께서 돌연 만로방을 침공 적의 중심부를 종횡으로 누비며 대채(大寨)를 불태웠다고 합니다.
숭무전은 완전 소실됐고 양인전, 영웅전은 뼈대만 남았다고 합니다." 하빈은 원래 위무일과의 관계가 껄끄러웠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일인 양 좋아했다. "이번의 일로 만로방은 남아 있던 투지도 모두 잃었을 것입니다.
조만간 있을 만로방과의 일전에 승리는 확실합니다." 하빈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음은 대강들로부터의 보고입니다.
상강을 필두로 진강, 가릉강이 사대행회를 상대로 싸움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금사강은 천 채주가 부재중이라 아직 진격을 하지 않고 있는 모양입니다.
조만간 그들이 허세(虛勢)로 싸우는지 아니면 전력으로 싸우는지는 보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빈이 가릉강, 진강, 상강의 진격로(進擊路)와 동원된 무사들의 수를 적은 보고서를 담청에게 건넸다. "마지막 보고입니다.
강남 각 수채로부터의 긴급 전언입니다.
근자에 호남을 중심으로 한 떼의 비적들이 날뛰고 있습니다.
몇 개의 분타가 괴멸되었다고 합니다.
피해는 만로방도 입었습니다.
아직 확인된 바는 아니나 이상한 것은 비적의 무리들 중 한수의 이만 공자와 유사하게 생긴 자가 있다는 보고입니다.
각 수채들이 만로방과의 일전으로 비적들의 동향에 귀를 곤두세울 수 없는 처지니 총채의 순무당이 나서 조사를 해 달라는 요구입니다." 하빈이 보고를 끝마쳤다. "담 대주가 그렇게까지 변하다니... " 주숙예가 미간을 좁혔다.
오라버니 때문이라서 그럴까? 주숙예는 무일 오라버니의 만로방 침공, 대강들의 사대행회에 대한 공격에 앞서 오라버니의 일을 먼저 거론하고 있었다. "모 당주의 말처럼 여기저기 떠들 수는 없는 일이라 아무나 보낼 수는 없습니다.
또한 그가 그렇게 변해 있는데 웬만한 자는 가 봐야 제 목숨만 잃을 것이고...
그렇다고 저렇게 내버려둘 수도 없는 일 아닙니까? " 주숙예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위 공자를 보내야겠군요.
담 대주와는 친구 사이라 말이 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위협으로부터도 상대가 가능하니... " "그만 두세요!" 태사의에 머리를 파묻고 있던 담청이 앙칼지게 소리쳤다. " ..... " 주숙예가 눈살을 찌푸렸다.
수룡채에 정적이 흘렀다.
담청이 한숨을 쉬며 바른 자세로 태사의에 앉았다. "이해해 주세요.
오라버니의 일로 신경이 과민하여... " 그녀가 사과의 말을 했다. "죄송합니다.
태부인의 마음을 잠시 잊었습니다." 주숙예도 사과했다. "주 전주, 지금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담청이 괴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주숙예가 읍을 하고 물러났다.
담청은 태사의에 몸을 기댔다.
신경은 칼날 같이 날카로웠고 마음은 불안했다.
미치광이가 된 담익! 그리고 위무일...
하빈은 위무일의 만로방 침공을 좋아라고 떠들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아니었다.
만로방을 단신으로 휘저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무엇인가 심경에 불만이 있다는 뜻! '좋지 않다.' 그녀가 아미를 찌푸렸다.
어딘지 모르게 자꾸 꼬여 간다는 느낌이었다. "기대고 싶다." 담청이 탄식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쉬고 싶다는 생각은 들어도 누군가에 기대고 싶은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그녀였다. "훗! 후후... " 담청이 돌연 실소를 터뜨렸다.
기대고 싶다는 그 순간에 떠오르는 사람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위무일 바로 그였다.
위무일을 떠올리자 담청은 왠지 몸과 마음이 들떴다.
이상한 흥분이었다.
견딜 수 없이 마음이 불안했기 때문일 것이다.
담청은 가랭이 사이에 두 손을 끼우고 다리를 가지런히 모았다.
그녀가 두 다리에 힘을 주며 몸을 경직시켰다.
국부로부터의 짜릿한 쾌감이 밀려들며 한순간의 긴장을 풀었다.
대강들과의 다툼, 눈앞에 다가온 만로방과의 일전, 미치광이가 된 담익, 춘절의 만회, 위무일은 겉돌고...
걱정할 일이 산더미였다.
담청은 침상을 질펀하게 뒹구는 묘한 상상으로 지금 자신의 불안을 잊고자 했다.
제 19 장.
일파만장(一波萬丈).
쨍그랑! 금의위의 부지휘(副指揮) 제갈원풍(諸葛元豊)은 호남의 안찰사(按察使)가 사인(私人)을 통해 기밀리에 보낸 서신을 본 순간, 들고 있던 찻잔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는 허겁지겁 금의위의 복장을 벗고 사복을 입었다.
그가 자금성의 동문으로 다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제갈원풍이 가는 곳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동창이었다.
그는 한달음에 동창에 이르렀다. "양 차보는 계시냐? 금의위의 제갈원풍이 좀 뵙자고 전해라." 그가 동창을 지키던 수졸(守卒)에게 말했다. "잠깐 기다리십시오." 수졸이 어슬렁거리며 내원으로 들어섰다.
금의위의 부지휘가 내린 명인데 어슬렁거리는 꼬락서니를 보면 당금 동창의 위세가 어떤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 "어서 오시오! 제갈 부지휘!" 잠시 후, 새파랗게 젊은 환관 한 명이 그를 맞았다.
양 차보를 보필하는 환관 중의 한 명이었다. "무슨 일로 통보도 없이... " 젊은 환관이 제갈원풍을 거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환관들은 대체로 위아래 없이 거드름을 피우기 좋아했다.
남자임을 굳이 과시하기 위해서인지... "중요한 일이오.
서둘러 양 차보를 만나야겠소." 제갈원풍이 금의위로 휙 들어섰다. "무슨 일인데 그렇게 바쁘시오?" 젊은 환관이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평소에는 유달리 몸을 조신하던 제갈원풍이었다.
제갈원풍은 무대꾸였다.
그가 저벅저벅 양 차보가 있는 내실로 걸어갔다. - 황제가 일반적으로 정무를 보는 곳은 건청궁(乾淸宮)이다.
그러나 겨울 동안에는 자금성의 날씨가 매우 추워 그 옆의 건물인 난각(煖閣)에서 정무를 본다.
따라서 모든 문서류는 각신(閣臣)의 표의가 기입된 다음에 난각으로 운반해 오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에 이미 서류가 정리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 서류를 정리하는 자들이 사례감태감들이다.
사례감태감의 우두머리를 장인태감(掌印太監)이라 부르며 수보(首輔)라고 한다.
그 아래에는 병필수당태감(秉筆隨堂太監)이 삼사 명에서 팔구 명까지 있다.
이 병필태감 중에서 황제가 가장 총애하는 자가 바로 동창의 장관(長官)이 되며 그를 차보라 부른다.
그 밖의 사람들은 삼보(三輔) 이하...
장인태감을 비롯한 병필수당태감들은 바로 작금 환관 정치에서 권력의 핵에 앉아 있는 자들이었다.
깡마른 얼굴, 수염 하나 찾을 길 없는 맨드라한 얼굴에는 주름살만이 가득했다.
그가 바로 동창을 책임진 환관으로 이름은 양전(梁田)! 서문중도 언급한 적이 있는 양 차보가 바로 그였다.
그의 앞에는 나이 젊은 환관 한 명이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양전의 명하로 있는 자였다. "그래서 놈이 관부의 입김을 동원 수로연맹인가 하는 작자들과의 싸움을 중지시켜 달라고?" 양전이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명하가 읍을 했다. "이기지도 못할 놈이 싸움을 벌이긴 왜 벌여? 별 일로 나를 다 귀찮게 하는구나." 양전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전할까요?" "어떻게 전하기는...
모른 척 하라." "모른 척 한다면 결국 만로방이 괴멸되는 것을 지켜보시겠다는 것입니까? 서문중이라는 작자가 보내 온 서신에 의하면 정황이 생각 이상으로 나쁜 듯 합니다.
수로연맹의 피습으로 얼만 전, 총단도 불탔다고 전했습니다." "그깟 놈이야 죽든 말든..." 양전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간...
만로방이 상납한 은자는 상당하고...
앞으로도 상당할 것입니다." 양전의 명하인 젊은 환관은 그간 만로방이 뿌린 은자 맛을 톡톡히 본 터라 계속 만로방을 두둔했다. "쯔쯔쯔...
네놈은 알아야 한다.
중원에는 만로방이 아니라도 은자를 보태 줄 자는 많음을...
만로방과는 밀월 관계를 너무 오래 지속했어.
뭐든지 오래 키우면 영물(靈物)이 되어 제 주인을 잡아먹으려 들지.
어차피 놈들을 갈아치울 생각이었는데 마침 제 풀에 자빠진다니 잘됐다." 양전이 뒷짐을 지며 말했다. "하지만 만로방은 아직 이용 가치가... " "그만! 버르장머리없는 놈이구나!" 양전이 화를 냈다.
명하가 코가 땅에 닿도록 머리를 조아렸다. "다른 소리 할 것 없다! 주황, 그놈에게는 알았다는 말만 전하라!" "알겠습니다." 명하가 읍을 한 후, 황급히 거실에서 물러났다. "이런 일까지 신경을 써야 하다니...
제대로 된 놈을 한 명 키워야 하는데... " 양전이 거실을 오가며 중얼거렸다.
그가 의자에 앉아 건작(乾炸)에 손을 댈 때였다. "노야, 금의위의 제갈 부지휘가 오셨습니다." 내당을 지키던 동창의 무사 한 명이 소리쳤다. "그 놈이 웬일로 여기까지?" "중요한 일인 듯 합니다." "알았다.
들어오게 하라!" 양전이 건작을 놓으며 말했다.
제갈원풍이 건넨 서신을 읽고 난 양전이 얼굴 가득 주름살을 더욱 늘였다.
탁! 탁! 양전이 서신을 말아 손바닥을 쳤다. "제갈 가(家)에서는 누가 그 일에 관련되어 있느냐?" 그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조부께서 조옥(詔獄)에서 일했습니다.
그리고 호남 안찰사도 조부가 당시 북진무사에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저의 집안 사정을 알기에 기밀리에 저에게 서신을 보낸 것이겠지요." 제갈원풍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조옥은 황제의 칙명에 의해 대신이라도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감금할 수 있는 곳이다.
영락제 당시 만들어졌으며 북진무사의 관할 아래 있다.
북진무사는 물론 동창의 지휘 아래 있었다. "곤란한 일이구나.
아무리 오랜 전, 선대황(先代皇)의 일이라 하나 황제를 능멸한 일이었으니... " 양전이 뒷짐을 지며 중얼거렸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금의위를 출동시켰으면 합니다." 제갈원풍이 말했다. "어리석은 놈! 금의위의 철모르는 아이들 중에서도 심중으로 우리를 탁류(濁流)라 부르며 깝죽대는 자들이 적지 않을 텐데 누구에게 일을 맡긴단 말이냐?" "그럼 동창에서 직접?" 제갈원풍이 물음에 양전이 못마땅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제갈원풍이 고개를 숙였다. "물러가라!" 양전이 손을 저었다.
제갈원풍이 읍을 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아무에게도 이 일을 발설하지 말고 쥐 죽은 듯이 있어라.
세 치 혀를 잘못 놀려 내가 죽인 자들만 수 십, 기 백명이다.
이번에는 세 치 혀 때문에 우리가 죽을 수도 있어." 양전이 중얼거렸다.
제갈원풍이 해쓱한 안색으로 더욱 깊게 머리를 숙였다.
양전은 동안문(東安門)을 지나, 태화문(太和門), 건청문(乾淸門)을 거쳐 건청궁으로 들어섰다.
건청궁은 대신들도 들어올 수 없는 황제와 내인(內人)들 만의 세상이다.
양전이 건청궁에서 찾는 자는 장인태감 왕수(王秀)였다. "양전이 태공(太公)을 뵈러 왔다." 그가 통인(通人)을 통해 왕수에게 자신이 왔음을 알렸다. "들어오십시오." 왕수의 명하인 젊은 환관이 그를 인도했다. "양 차보, 웬일이오.
근자에 동창의 일이 바쁜 듯 하던데..." 고희에 이른 듯한 환관이 카랑한 목소리로 양전을 맞았다. "동창의 일이야 태공께서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매양 그렇고 그런 일이지요." 양전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장인태감 왕수도 한 때 동창을 책임진 자였다. "그럼 무슨 일로?" 왕수가 자리를 권했다. "일이 있어야 태공을 뵙습니까?" 양전이 반문했다. "허허허!" 왕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양전이 자세를 고쳐 잡고 앉았다. "사실은 조금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가 금의위의 부지휘 제갈원풍이 내민 서신을 왕수에게 건넸다.
왕수가 흐릿해진 눈동자를 모아 서신을 천천히 읽어 나갔다.
서신을 읽던 그가 안색을 찌푸렸다. "끌끌끌! 이런 일이 있나?" 왕수가 혀를 찼다. "오래 전, 선대황의 일이라 하나 황제를 능멸한 죄는 두고두고 씻지 못할 죄.
그리고 만약 청류라 자처하는 놈들의 귀에 이 사실이 들어가면... " "황궁을 침입해 재보를 턴 놈들을 도망가게 한 죄도 크지만 무엇보다 책임을 피하기 위해 당시 황제에게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놈들을 죽였다고 까지 했으니...
문제가 되겠지.
비록 당시의 책임자들은 모두 죽고 없으나 이제 그 책임을 따진다면 결국 불똥은 우리에게 떨어질 테니." 왕수가 서신을 접으며 노안을 찌푸렸다. "소림, 무당에 재 추살령(追殺令)을 내려 은밀히 제거하라 했는데 결국 소식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종내 소식이 없어 어디서 까마귀밥이 된 줄 알았지요." 양전도 우려의 표정으로 말했다. "까마귀라? 그렇지.
아마 삼악오라는 놈들이었지요?" "맞습니다." "확실하게 확인을 하셨소?" "호남 안찰사의 보고입니다.
금의위까지 보낼 정도면 이미 확인은 끝냈겠지요." "오십 년 전의 일! 보통 사람이라면 벌써 죽었어야 할 나이인데 그 노물들은 명조차 질기군." 왕수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양전이 물었다. "허어! 나보고 대책을 물으면 어쩌자는 게요? 이제 나야 황상의 침전이나 살피는 한낱 늙은이...
작금의 일은 당연히 양 차보의 몫이 아니오? 내가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일을 미루는 것은 아니외다.
어차피 이 사실이 알려지면 벼락은 내가 먼저 맞을 것이라는 것을 양 차보도 알지 않소?" "알겠습니다.
저도 이 일이 제 일인 줄 알고 있습니다.
단지 속된 무리들의 귀에 이 사실이 들어가 황상의 귀를 어지럽게 할까 싶어 먼저 태공을 찾았습니다." 양전이 읍을 하며 말했다. "그 일이라면 걱정 마시오.
황상의 눈과 귀는 당분간 내가 가려 줄 테니.
그러나 당분간일 뿐이오.
나라도 황상에게 전해지는 모든 언로(言路)를 막을 길은 없소." "종적이 드러난 이상 오래 끌 일도 없을 것입니다.
조속히 일을 처리하겠습니다." "어떻게?" "동창과 금의위를 움직이면 반대파들이 눈총이 따를 것이고 결국 다시 소림에 일을 맡기는 도리밖에 더 있겠습니까?" "소림이라...
그들은 원래 우리를 좋지 않은 눈으로 보는 자들인데... " 왕수가 머뜩잖은 표정을 지었다. "예전에 삼악오를 처치해 달라고 했을 때도 소림은 강호의 일에 개입을 않겠다며 난색을 표했지요.
하지만 그들은 우리의 청을 들어주고 말았지요.
세외별부(世外別府)에 있는 것처럼 까불어도 그들이 있는 곳은 결국 대명의 영토! 그들도 국법이 녹녹치 않음은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이제껏 소림의 중들을 소홀히 대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삼악오야 누가 나서더라도 원래 제거해야 할 흉적이 아닙니까?" "맞는 말이오.
양 차보만 믿겠소.
일을 서둘러 주시오." 왕수가 느긋하게 몸을 기대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양전이 머리를 조아렸다.
그가 바쁜 걸음으로 내실을 걸어나갔다. * * * 원강의 채주 송완(宋完)은 자신의 애병, 연자당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버지의 대로부터 자신의 대에 이르기까지 충성을 받쳐온 병기.
이제 이 애병은 자신의 대에서 더 이상 주인을 찾지 못할 지 모를 일이었다.
아들들이 있었지만 변변한 자는 그 누구도 없었다.
한 놈은 풍류로 세상을 유람하고 있었고 다른 한 놈은 시답잖은 과거를 본다며 자금성에 가 있었다.
수채의 일을 나 몰라라 하는 아들들이 야속했지만 오늘 같은 날은 잘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괜히 수채에 얼쩡거리다 피를 보는 것 보다 나을 테니... "오늘의 일은 결국 내 욕심이 부른 화(禍)! 누구를 원망하겠느냐?" 그가 연자당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크악!" "카악!" 외당에서 들려 오는 비명은 더욱 요란했다.
적의 출현을 보고조차 하는 자가 없을 지경이니 싸움의 정황이야 보지 않아도 뻔했다. '당연한 일이다! 상대는 마타룡... ' 송완이 눈을 질끈 감았다.
장포를 벗고 호갑(護甲)을 걸치던 송완은 문득 실소를 흘렸다.
삶에 아직도 희망을 걸고 있는 자신이 우스웠기 때문이다.
그가 방문을 열고 내당을 나섰다.
활활 치솟는 불길! 어지럽게 뛰어 다니는 수하들이 보였다. "채주!" 비로소 수하 한 명이 달려왔다.
송완은 어쩌면 적의 침입을 고하는 보고가 늦지 않았는지도 모를 일이라 생각했다.
생각이란 섬전처럼 빠르므로...
송완에게는 긴 시각이었으나 다른 자에게는 일순간의 일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큰일 났습니다!" 송완의 앞에 달려와 호들갑을 떠는 각진 턱의 중년인은 총관을 맡고 있는 이달(李達)이라는 자였다. "비적들입니다! 바로 그 비적들!" "비적?" 송완이 눈을 크게 떴다. "토호, 수로연맹, 만로방 가리지 않고 좌충우돌로 날뛰는 그 비적들에 대해 듣지 못했습니까? 얼마 전, 저희 분의(分宜) 분타도 놈들에게 박살 나지 않았습니까?" 총관 이달이 다급히 소리쳤다. "뭣이?" 송완은 '아차'했다.
그는 침입자를 마타룡으로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일개 비적들이... " 송완이 한광을 쏟았다.
그가 연자당을 고쳐 잡고 급히 외당으로 달려나갔다. "크악!" "칵!" 외당은 아수라장이었다.
종횡으로 날뛰는 세 명의 늙은이와 한 명의 여자! 불행히도 송완은 마타룡에 대한 걱정이 앞서 주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한수의 이 채주도 자신의 일이 급해 삼악오의 등장을 널리 전하지 못한 상태였다.
더욱이 송완은 강호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없는 터라 지금 원강을 날뛰는 자들이 삼악오라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알았다면 물론 그도 한수의 이민처럼 도주라도 했을 것이다.
담장 곁에도 일남일녀가 수하들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자들이었다.
그들의 실력은 별반 뛰어나 보이지 않았다.
각기 두 명의 수하를 상대하고 있었는데 수하들은 두건을 쓴 자들을 쩔쩔매게 했다.
일남일녀는 물론 이만과 담향이다.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것은 이만의 고육지책이었다.
다행히 삼악오들은 이만과 담향이 얼굴을 가린 것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하지 않았다.
녹림의 의적(義賊)들이야 원래 두건으로 얼굴을 가려야 제격이니...
사실 그들의 실력이 어찌 수채의 수하 한둘 처리 못할 정도이겠는가만 그들이 쩔쩔매는 이유는 본신의 실력을 감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본신의 실력을 드러내 싸워야 할 이유도 없었고 실력을 드러내면 한수, 상강의 무공이 금방 드러나 정체가 노출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법 한 수 하는 놈들이군." 송완이 연자당을 들었다.
아쉽게도 그의 무공은 한수의 이민에게도 멀었고 엽광에게도 멀었다.
다른 수채의 채주들보다 뛰어난 것이 있다면 욕심 뿐! 따라서 그의 안목은 삼악오의 무위를 가늠할 정도에도 이르지 못했다.
묵빛 장영이 번뜩일 때마다 수하들이 쓰러지는 것을 보면 괴노들이 무공이 심상치 않게는 보였다.
하지만 비적은 비적! 그는 천하를 놀라게 하던 삼악오의 흑살장을 흑도(黑道)의 무리들이 사용하는 사술(邪術) 정도로 생각했다.
마타룡인 줄 알았는데 다른 자들이 나타나 긴장이 풀어져 그 같이 가벼운 판단을 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송완이 연자당을 길게 눕혀 황오를 찔러 가려 할 때였다.
파팟! 파란 협도가 그의 옆구리를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송완이 왼발을 뒤로 빼며 몸을 젖혔다.
연자당이 그의 신형을 따라 반원형을 그리며 협도를 내리쳤다.
쨍! 연자당과 협도과 어우러지며 공명음(共鳴音)을 냈다.
송완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협도에서 느껴지는 무게는 의외로 묵직했다.
하지만 협도를 든 상대는 어린 계집! 산고, 그녀였다. "솜털도 가시지 않은 것이! 비켜라!" 송완이 울화를 터뜨렸다. "채주, 이 계집은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총관 이달이 나섰다.
산고는 상대를 가리지 않았다.
협도의 상대는 그녀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이었다.
파파팟! 산고가 송완과 이달을 동시에 쓸어 갔다. "건방진!" 우-웅! 연자당이 바람을 가르며 산고의 정수리를 노렸다.
이달도 박도로 연자당을 응원했다.
타탕! 산고가 협도를 가볍게 놀리며 일 장여를 펄쩍 물러났다.
그녀가 다시 송완과 이달을 육박할 때였다.
송완이 황오를 향해 신형을 날렸고 이달은 산고의 협도를 맞서 나갔다.
챙! 챙! 챙! 협도와 박도가 이리저리 흩날리며 빠르기를 더해 갔다.
산고의 신형은 가벼웠고 협도도 바람처럼 가벼웠다.
하지만 그녀의 무위는 가볍지 않았다.
산고에게는 남만의 원숭이와도 같은 재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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