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장풍파랑 - 60편 (60/61)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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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장풍파랑 - 60편 (6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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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황급히 밖으로 달려나갔다.
타룡은 원래 무적(無敵)이다.
더해서 아이까지 인질로 잡혀 있으니 총채의 수하들은 속절없이 밀리고 있었다.
각 수채의 채주들은 방관만 했다.
나서 봐야 어쩔 도리가 없었다.
누가 저 미친 타룡을 상대한단 말인가? 담청은 눈앞의 광경에 아연(啞然) 실색(失色)했다. "태부인!" 주숙예와 하빈이 황망한 표정으로 달려왔다. "호반 영주가 미쳤습니다!" 하빈이 소리쳤다.
그가 하는 말은 미쳤다는 소리뿐이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담청이 주숙예에게 다급히 물었다.
주숙예는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필이면 흥악을 인질로……' 담청은 급히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자신의 아이가 잡혀 있는 판국이라 태연하게 머리가 굴려질 리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방금까지만 해도 승리의 희열에 도취되어 단잠에 빠졌던 그녀였다.
꿈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분명 꿈은 아니었다. '…… 미치지 않았다면…… 무엇인가 있다.' 그녀는 초조함과 함께 백척간두에 선 위기감을 느꼈다.
그리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사람은 자신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주 전주! 장 전주에게 말해 수하들을 모두 물려 주세요." 그녀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안 됩니다.
호반 영주는 미쳤습니다!" 하빈이 말렸다. "어서요!" 담청은 신경질적인 고함을 터뜨렸다.
주숙예는 한숨을 쉬며 장능에게 달려갔다.
위무일의 눈빛은 여전히 무심하게 번들거렸다.
단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입가에 서린 옅은 미소…… 담청은 그 미소가 견딜 수 없이 두려웠다.
위무일의 손에 잡혀 울고 있는 아이만 아니라면 벌써 뒷걸음질이라도 쳤을 것이다.
아이 울음만 들릴 뿐 사위는 조용했다.
담청의 명에 따라 총채의 무사들은 모두 내원에서 물러난 후였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위무일의 입가에 서린 미소가 짙어졌다.
그의 칼끝이 아이의 가슴으로 향했다.
담청은 호흡을 멈추었다.
그녀의 전신이 빳빳하게 굳었다. "아이의 아버지는?" 위무일이 씨익 웃으며 물었다.
위무일의 한소리가 떨어진 순간, 담청의 신경이란 신경은 모두 일어서 그녀의 몸을 떨게 했다. "무일 오라버니, 무슨 말을……" 그녀가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며 되물었다.
위무일의 눈빛이 번쩍 빛났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그가 한광을 번뜩이며 소리쳤다.
칼을 쥔 그의 손에 불끈 힘이 들어갔다.
당장이라도 아이를 두 동강낼 기세였다.
담청은 위무일의 표정에서 그가 그러고도 남음이 있으리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눈빛은 절망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너무 어이없는 반전(反轉)이었다.
담청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당당한 표정이었다. "해손왕!" 담청이 독기 서린 눈으로 위무일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순간, 위무일의 주먹이 날았다.
짝! 담청이 뺨을 맞고 나뒹굴었다.
싸움의 양상은 변하지 않고 있었다.
단지 바뀐 것은 인질이 소주인에게서 태부인으로 바뀌고 일전이 벌어지는 장소가 육상(陸上)에서 수상(水上)으로 바뀐 것뿐…… 위무일은 담청을 끌고 쾌선에 몸을 싣고 있었다.
겁먹은 사공이 급히 닻줄을 올렸다.
장능은 쾌선을 ㅉ기 위해 화룡대를 이끌고 투함에 올랐다.
파양호에서 세 척이 수장을 당한 후, 마지막으로 남은 투함이었다.
주숙예도 묵룡당 무사들과 함께 투함에 몸을 실었다.
하빈과 청룡당, 황룡당의 무사들은 남겨 두었다.
주숙예는 주황의 마음을 절절이 느끼고 있었다. '위 공자의 무위에 얼마나 놀랐으며…… 만로방의 전권까지 맡길 생각을 했을까?' 각 채주들도 질린 표정들이었다.
도와 주는 척이라도 하련만 그들은 움직일 생각조차 않았다.
그나마 주숙예가 다행으로 생각하는 일이 있다면 위무일이 그래도 한 가닥 정신이 있다는 것! 위무일은 총채의 수하들을 난도질하지는 않았다.
칼로 치더라도 칼등으로 후려칠 뿐…… 그래도 수하들은 사지 하나가 부러지는 중상을 면할 수 없었다.
총채 여기저기는 신음을 흘리는 부상자투성이였다.
장능이 투함에 탄 수하들을 정렬시켰다.
위무일은 닻줄을 끌어올리고 있는 사공에게 다가갔다.
그는 사공을 밀치고 자신의 닻을 올렸다.
뚝! 위무일이 닻줄을 반으로 끊었다.
그가 담청을 강제로 일으켰다. "아!" 그녀는 위무일의 주먹에 복부를 얻어맞고 혼절해 쓰러졌다. "무슨 짓이오?" 장능이 흉광을 쏟으며 소리쳤다.
위무일이 투함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의 눈이 새파랗게 빛났다.
휙! 그가 신형을 날렸다.
투함과 쾌선의 거리는 삼사 장여에 이르렀다.
하지만 위무일은 그 무거운 닻을 들고 투함으로 단번에 뛰어들었다.
장능을 비롯한 총채의 수하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위무일은 그들을 냉랭하게 바라보며 닻을 들었다.
그가 닻을 돌렸다.
윙! 윙! 윙! 닻이 회선풍을 일으키며 반경을 넓혀 갔다.
일순간, 닻이 이리저리 날았다.
쾅! 콰직! 콰쾅! 나무판자가 이리저리 튀며 갑판과 뱃전이 갈가리 뜯겨 나갔다.
콰르르르르…… 돛도 닻에 찍혀 굉음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투함은 순식간에 난파선으로 변했다.
주숙예와 장능은 발을 굴렀다.
그저 날아오는 닻을 피해 선미로 주춤주춤 물러날 뿐이었다.
그들은 회선풍을 일으키며 나는 닻을 뚫고 위무일의 손속을 멈추게 할 능력이 없었다.
쾅! 우직! 콰쾅! 위무일은 닥치는 대로 배를 부셨다.
그때였다. "영주!" 누군가가 투함 위로 뛰어오르며 위무일을 불렀다.
주숙예는 눈을 크게 떴다.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투함으로 뛰어드는 자는 엽광이었다.
그는 이제야 군산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영주, 도대체 왜 이러십니까?" 엽광이 안타까움에 발을 굴렀다.
위무일은 닻을 선수로 날렸다.
쾅! 닻이 용두를 박살내며 꽂혔다.
위무일은 어깨를 펴고 우뚝 섰다. "엽 선주, 간섭하지 마시오! 간섭하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모두 죽게 될 것이오." 그의 눈동자에서 파란 섬광이 번뜩였다.
간담이 크기로 유명한 엽광의 안색도 해쓱하게 변했다.
위무일은 등을 돌렸다.
그가 쾌선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주숙예와 장능이 황급히 엽광에게 달려왔다. "엽 선주, 어떻게 된 일이오?" 주숙예가 물었다. "난들 어떻게 알겠소?" 엽광이 망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의 단초가 견혼수의 서신에 있다는 것을 짐작하는 그였다.
하지만 전후 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그는 입을 닫았다. "어떻게 좀 해보시오, 엽 선주." 주숙예의 기대는 이제 엽광뿐이었다.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말이오?" 엽광은 눈썹을 꿈틀댔다. "주 전주는 아직도 영주를 모르시오?" "……" 주숙예는 입을 닫았다.
어찌 모르겠는가.
장강에 폭풍으로 드리워진 이름, 마타룡! "태부인을 원한다면 그냥 내버려두시오.
영주의 분노가 풀릴 때까지…… 계속 화를 돋 워 만약 영주가 그나마 남아 있던 이성까지 잃게 된다면…… 나는 장담하지 못하오.
여기 있는 사람들의 목숨은 물론 태부인의 목숨까지…… 아마 그 사실은 장 전주께서 더 잘 아실 것이오.
어릴 때부터 영주를 봐왔을 테니." 엽광이 내뱉듯이 말했다.
장능은 눈을 질끈 감았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설마 미친 것은 아니겠지요?" 어느 틈에 하빈이 투함에 올라와 있었다.
엽광이 냉랭하게 하빈을 쏘아보았다.
하비은 고개를 떨구었다.
그사이 쾌선은 수심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장 전주, 어떻게 하시겠소?" 주숙예가 물었다.
장능은 눈을 감은 채 칼자루만 매만졌다.
그라고 특별한 대안이 있을 리 없었다.
그저 오늘의 일이 꿈만 같고 또한 오늘의 일을 꿈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뿐…… "엽 선주의 말을 인정하겠소.
우리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구려.
그래서 부탁을 하고자 하오.
그나마 말이 통할 사람은 엽 선주밖에 없는 것 같기 때문이오.
위 공자의 일을 맡기겠소.
위 공자로부터 태부인을 지켜 주시오." 주숙예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가능하다면……" 엽광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 30 장.
대파랑(大波浪).
산고는 피자를 벗고 속옷까지 모두 벗었다.
그녀는 알몸으로 거울 앞에 섰다.
까무잡잡한 피부, 군살 하나 없는 몸매였다.
그녀는 어깨를 바라보았다.
왼쪽 어깨에는 화인처럼 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산공이 칼집으로 때려 생긴 자국이었다.
산고는 지리한 통증을 느꼈다. '남만의 비천한 계집……' 산공의 한소리는 그녀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였다.
하지만 산공은 틀린 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가슴에 찍힌 낙인은 자신의 신분이 비천했음을 말해 주고 있었고, 까무잡잡한 피부는 영락없이 남만의 계집임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산고는 구겨진 채 떨어져 있는 피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웃었다.
피자를 걸치면 새침한 중원의 계집이 될 줄 알았던 자신에게 보내는 웃음이었다.
결국 남만의 계집은 남만의 계집일 뿐이었다.
그녀는 어갑피로 짠 옷을 찾았다.
버릴까 하다가 예정이 생각나서 감추어 둔 옷이었다.
그녀는 살갗에 달라붙는 어갑피의 감촉에 기분이 좋아졌다.
자신을 찾은 듯했다.
방문을 나섰다.
산공은 산공의 길을, 자신은 자신의 길을…… '환강으로 돌아가리라.' 그녀는 스스로에게 맹세했다.
삼악오가 기다리고 있었다.
산고는 그들과 동행할 생각이었다.
성진 대사와의 약속도 있었고 이전에 흘렸던 피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중원에 남겨 둘 수 없었다.
어쨌든 삼악오는 그녀가 책임져야 했다.
허리에는 협도가 걸렸다.
산고는 미련없이 호반 영채를 나섰다. "어디를 가세요?" 연홍이 따라오며 물었다.
산고는 연홍에게 고개를 돌렸다. "엽 선주를 좋은 사람이라 이야기하려니 좀 이상하군요.
하지만 분명 외로움은 느끼고 있는 듯하니 잘해 보세요."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연홍은 얼굴을 붉혔다.
산고가 걸음을 빨리 했다.
뜻밖의 외유에 신이 난 삼악오들이 졸랑거리며 그녀를 따랐다.
산고는 배를 한 척 빌렸다.
그녀는 장강의 물결을 따라 배를 띄웠다.
산공을 쫓는 길이었다.
산공에게 특별한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이미 산고의 마음은 산공이 칼집을 어깨에 휘두르는 순간 끝나 있었다.
그녀는 총채에서 산공이 난동을 부리고 담청이라는 여자를 납치했음을 들었다.
결국 산공이 자신을 후려친 이유도 담청이라는 여자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다.
산공과 담청! 산고는 그들의 긴 만남이 종국을 치닫고 있음을 직감했다.
남만으로 돌아가기 전, 산고는 그들의 긴 파랑의 끝을 보고 싶었다.
산공에 대한 특별한 마음이 없었으므로 그 끝을 보아야 할 특별한 이유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산공을 쫓는 것은, 산공과 담청의 끝을 보는 것이 또한 산공과 자신에 얽힌 이야기의 대단원(大團圓)을 보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산고는 그 대단원이 어떻게 펼쳐지든 그것을 넉넉히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 * * 배는 바람을 거스르지도 않았고 물결을 거스르지도 않았다.
돛대를 조절하고 조타를 맞추는 사공의 솜씨 또한 절묘했다.
벌써 동정호는 아득했다.
담청은 뱃전 한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위무일도 뱃전에 몸을 기댄 자세였다.
며칠이 지난 듯했다.
그러나 위무일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잿빛 산하, 푸른 하늘, 눈을 시리게 하는 찬 물결만 가끔 바라볼 뿐…… 처음에는 불안했었다.
위무일의 분노가 어떻게 떨어질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끝내 위무일은 분노를 표출하지 않았다.
자신이 왜 해손왕의 아이를 배었는지 물어 주길 바랬었다.
몇 마디 변명할 말도 생각해 두었다.
하지만 위무일은 그 또한 묻지 않았다.
그사이, 담청은 자신이 변명할 말을 잊었다.
이제는 갑갑하기만 했다.
마타룡의 장기인 노도(怒濤) 같은 분노가 오히려 기다려졌다.
위무일이 분노를 터뜨리면 그녀는 조소로 대항할 생각이었다.
얼마나 통쾌한 일인가! 그러나 위무일은 그럴 기회도 주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며칠이 흘렀다.
그녀는 미칠 지경이었다.
비좁은 갑판, 망망대해로 펼쳐진 물결.
실컷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그녀는 그 고함을 참느라 연신 마른침을 삼켰다.
아이가 보고 싶었다.
눈물이 났다. * * * 철썩! 철썩! 배 한 척이 다가왔다.
배 안에 실린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면 엽광이 보낸 배는 아니었다.
엽광은 가끔 사공들 편으로 물과 음식을 보내고 있는 터였다.
그녀를 향해 다가오는 배에는 긴 낚싯대가 드리워져 있었다.
노를 젓는 자는 죽립을 눌러쓰고 있었다.
아마 좋은 자리를 찾아 장강을 오가며 낚시로 세월을 보내는 한량인 모양이었다.
담청은 노를 젓는 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녀는 고립무원(孤立無援)이나 다를 바 없는 곳에 앉아 있었다.
가까이서 외인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녀에게는 큰 위안이었다.
배를 저어 오던 죽립인은 문득 노질을 멈추었다.
죽립인은 죽립을 치켜 들며 담청이 탄 배를 유심히 살폈다.
잠깐 사이, 담청과 죽립인의 눈빛 얽혔다.
담청의 가슴은 쿵 내려앉았다.
그녀는 죽립인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챘다.
마음이 조급했다.
그녀는 위무일의 눈치를 살폈다.
위무일은 죽립인에게서 등을 돌린 자세였다.
삐걱! 삐걱! 죽립인은 다시 노질을하여 그녀가 탄 배로 다가왔다.
담청은 침착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다시는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듯했다.
장강이 물귀신으로 우글거린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달아날 생각이었다.
철썩! 철썩! 죽립인의 노질이 점점 빨라졌다.
심영은 세차게 노를 저었다.
배는 빠른 속도로 마타룡이 탄 배에 달라붙고 있었다.
엉덩이를 주춤거리고 있는 담청의 행동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자신의 존재를 마타룡에게 알리지 않는 것을 보면 자신의 일을 방해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촤촤악! 심영은 마지막으로 물을 노로 거세게 찼다.
그가 노를 물속에서 빼냈다.
탄력을 얻은 배는 노를 젓지 않아도 빠른 속도로 마타룡이 탄 배를 향해 달려들었다.
마타룡은 아직도 등을 돌리고 앉아 있었다.
주위의 변화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듯했다.
그는 상노의 말을 떠올렸다.
등뒤에서 일격을 가하는 행위는 살수에게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살수의 최고선(最高善)은 청부를 해결하는 일! 심영은 노를 불끈 쥐었다.
노 속에는 빼기만 하면 당장 뇌전으로 번뜩일 칼이 숨겨져 있었다.
그가 탄 배는 마타룡이 탄 배와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갔다.
배가 부딪쳐 흔들리는 그 순간, 심영은 벽해발산식으로 마타룡을 토막낼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담청이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장강의 수심으로 몸을 던지려 하고 있었다.
마타룡이 움직였다.
그는 재빨리 담청을 잡았다.
쿵! 배가 부딪치며 세차게 흔들렸다.
마타룡과 담청이 뒤엉켰다.
심영의 노는 벽해발산식을 펼치기에 딱 좋은 위치에 놓여 있었으므로 노를 빼는 것과 동시에 협도가 마타룡을 향해 날아가게 되어 있었다.
노에서 강물보다 푸른 협도가 도신을 드러냈다.
그 협도에 벽해발산식이 담기면 마타룡은 장강에 자신의 이름을 묻어야 했다.
팟! 협도는 자신의 의중대로 뇌전같이 마타룡을 노리고 날아갔다.
그러나 짧은 순간, 심영이 협도는 주춤했다.
벽해발산식은 말 그대로 칼 그림자 안에 있는 모든 것을 토막내는 초식이다.
그리고 지금 그와 칼 그림자 안에는 마타룡 뿐만 아니라 담청이라는 여자도 뒤엉켜 있었다.
담청! 아버지가 가장 아끼는 여인…… 정말 짧은 순간, 심영은 은형문주로서의 책임감과 아버지 사이에서 갈등했다.
위무일에게도 그 순간은 무척이나 짧았다.
정신을 내놓고 있었다.
배가 빠른 속도로 달라붙고 있을 때에서야 그는 위기를 느꼈다.
칼을 잡았으나 등을 돌리고 상대하기에는 이미 늦었음을 직감했다.
상대에게서 느껴지는 기파가 그렇게 적을 가볍게 상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자신의 방심을 후회했다.
담청이 움직였다.
담청을 따라 움직인 것은 담청의 도주를 막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등뒤로부터 쏟아질 공격의 집중점을 최대한 흐리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도 공격을 막아 내지 못한다면…… 가능한 일이 될지는 모르나 담청을 저승길의 길동무로 삼을 생각이었다.
어쨌든 위무일은 폭사탄기를 끌어올리며 상대의 칼에 맞섰다.
쐐액! 삼전도법의 위력은 언제 보아도 대단했다.
그러나 지금은 역시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잘해야 양패구상…… 순간, 기괴한 일이 벌어졌다.
잘 날아오던 상대의 칼이 주춤한 것이다.
실수이든 어쨌든, 위무일의 칼이 상대의 방심을 놓칠 리 없었다.
푹! 손에 뭉클한 촉감이 느껴졌다.
도신을 타고 적의 피가 주르르 흘렀다.
피는 콸콸 쏟아지며 장강의 물을 붉게 물들였다.
살수의 칼은 언제나 무정(無情)해야 한다.
심영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하지만 자신의 칼이 주춤거린 것은 정말 짧은 순간이었다.
그는 해손왕인 아버지가 홍운행파도법을 펼치는 것도 보았고 홍운행파도법을 배운 바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홍운행파도법은 잘 안다고 자부하는 편이었다.
홍운행파도법으로는 그 짧은 순간에 자신의 벽해발산식을 당해 낼 수 없었다. "무엇인가, 이 도법은……? 아버지가 알아야 하는데" 아버지에 대한 걱정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그의 눈은 점점 빛을 잃어 갔다.
어느 순간, 그는 가슴에 화끈한 통증을 느꼈다.
마타룡이 자신의 가슴에서 칼을 빼고 있었다.
풍덩! 심영은 장강의 물속으로 떨어졌다.
그 물은 기이할 정도로 차고 깊었다.
끝이 없는 낙하였다.
무저갱(無底坑)! 그의 의식도 그만한 깊이로 추락했다. * * * 중원에서 돌아와 첨각에 앉는 순간, 해손왕은 자신의 주변에 많은 일이 일어났고 계속해서 많은 일이 일어날 것임을 알아챘다.
가장 충격적인 소식은 유백의 죽음이었다.
사실 그는 할아버지, 아버지, 숙부에 대한 정이 거의 없었다.
정을 느낀다면 유백이 더했다.
그런 유백이 죽었으니…… 해손왕은 통한에 휩싸였다.
유백과 여덟 명의 득검이면 호반 영채에 마타룡이 있다고 하더라도 싸워 볼 만하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밀직으로 갔던 등요는 여덟 명의 득검에 든 타수들이 모두 죽었다는 소식을 가져 왔다.
유백을 처치한 자는 세 명의 괴인들이라 했다.
어둠 속이고 그들이 너무나 빨라, 등요는 괴인들의 정체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세 명의 괴인…… 해손왕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강호인들을 떠올렸으나 결국 괴인들의 정체를 알아 내는 데 실패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생각이 오십여 년 전의 노물들에게까지 미친다는 것에는 무리가 있었다.
만약 등요가 낮에 유백과 삼악오가 싸우는 장면을 보았다면 해손왕은 괴인들이 삼악오임을 단번에 알아챘을 것이다.
묵빛장영, 흑살장! 흑살장이 삼악오의 성명절학임은 해손왕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깜깜한 밤이라 불행히도 등요는 묵빛 장영을 전혀 볼 수 없었다. '호반 영채, 단심호가 있을 때보다 더 강해졌군.' 이전에 그의 호반 영채를 한 번 쓸어 버린 적이 있었다.
이번에 만약 호반 영채를 치게 된다면 그는 유백의 복수를 위해서도 영채의 뿌리를 완전히 뽑아 버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기회는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두 번째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마타룡이 미쳤다고 한다.
미쳐 버린 마타룡은 총채를 박살내고 총채의 태부인까지 납치했다.
그리고 장강을 항행(航行) 중…… 해손왕에게 수하들이 전한 강호의 소문은 유백의 죽음 이상으로 충격적이었다.
마음이 급했다.
당장 담청을 구하려 했다.
그러나 그는 생각을 바꾸었다.
정주 부근에서 만났을 때만 해도 멀쩡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미치다니…… 해손왕은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느꼈다.
흥분을 억제하고 냉정을 찾아야 했다.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항로(航路)를 보건대 서두르지 않아도 마타룡은 그의 앞에 조만간 나타나게 되어 있었다.
담청의 일은 가슴 아프지만 이왕 납치된 것 조금만 더 참으라고 할 도리밖에 없었다.
정말 마타룡이 미쳐서 그 같은 행동을 저질렀다면 그는 마타룡의 목을 쳐 담청이 받았던 고통과 유백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한꺼번에 할 생각이었다.
담청은 해손왕이 아낀다는 말을 백 번 이상 써도 모자랄 정도로 아끼는 여자다.
그런데 그녀를 구하는 일을 뒤로 미루다니…… 담청에 대한 해손왕의 절절한 사랑이 의심 갈 만한 대목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유가 있었다.
만약 담청을 구하는 일이 개인적인 일이라면 해손왕은 도산검림이라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담청의 납치와 마타룡의 항행에는 어쩌면 해륭도 전체의 사활(死活)이 걸린 엄청난 일이 숨겨져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수하들에 의한 또 다른 보고가 있었다.
근자에 해륭도에 인접한 해안과 섬을 중심으로 부쩍 개방 거지들의 발길이 잦다고…… 개방의 거지들은 야효를 비롯한 해륭도 몇 명 호법들의 종적을 찾고 있었다.
해손왕은 생각했다.
해륭도가 벽부의 잔당임이 강호인에게 드러났거나 의심받고 있는 경우를…… 생각하니 근자에 호법들이 너무 중원을 자주 들락거린 듯했다.
철경 때문이었을 것이다.
해손왕은 그들에 대한 통제를 게을리 한 자신의 실책을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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