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의대한은 이어,그 주먹을 허공에 두어번 붕붕 휘둘러 보인 다음에 백리운의 면전에 들이대는 것이었다. 그것은 만일 순순히 말을 듣지 않으면 백리운의 머리를 탁자와 똑같이 만들겠 다는 말이었다. 백리운의 머리가 제아무리 단단하다고 해도 일단 흑의대한의 주먹에 맞는다면 결코 무사하기만을 바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백리운은 설사 죽더라도 이런 자에게 굴복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는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에서 허리의 반동을 이용하여 최대한 빠르 게 발끝으로 그 흑의대한의 아랫배를 걷어찼다. 헌데, 분명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발끝이 흑의대한의 아랫배에 느낌도 둔중하게 들어맞았건만,흑의대한은 그저 멀뚱하니 그를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마치 그는 상대가 이러한 수를 느닷없이 쓸줄은 몰랐을뿐만 아니라,그것이 전 혀 아프지도 않고 간지러운 것이 매우 싱겁다는 표정인 것이다. 그러다가, 한순간 그는 상대가 감히 자신에게 대항했다는 사실에 매우 격분을 느낀 듯 소 리치며 들고 있던 주먹을 그대로 후려쳐가기 시작했다. [이 쥐방울만한 새끼가!] 순간, 백리운은 거의 본능적으로 고개를 아래로 틀며 있는 힘을 다해서 그자의 좌수 를 물어뜯었다. 그것은 효과가 있었다. 흑의대한은 주먹을 후려쳐가다가 뜻밖에도 상대가 그렇게 물어올 줄은 몰랐던 듯 미처 주먹으로 치지도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멱살을 놓고 말았다. [으악!] 백리운의 몸은 다소 유연한 편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그는 인단 둔탁하게 지면에 떨어지자마자 빙글빙글 굴러서 다급하게 한쪽 옆 으로 피해나갔다. 이쯤이면 혹시 보보가 달아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고 몸을 일으켜서 그쪽 을 보았을 때,일순 그의 안색은 가볍게 일그러지고 말았다. -보보, 그녀는 비단 한 발자국도 달아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또 한명의 흑의대한에 게 거의 손목이 잡히려는 상황이 아닌가? #6215 안두헌 (myyaj ) [백상] 소림화상 제2권 제13장 07/11 06:25 383 line 제 13 장. 극한의 분노. 백리운은 더 이상 두고볼 마음도 없어,즉시 몸을 바닥으로 굴리며 그자에게 다 가가 발로 아랫도리를 후려쳤다. 그 흑의대한은 이미 다른 흑의대한의 힘이면 백리운정도는 넉넉히 요리할 것으 로 믿고 있다가 엉겁결에 아랫도리를 얻어맞고 다리가 휘청거렸다. 그러나, 오히려 심한 통증을 느낀 사람은 상대인 흑의대한이 아니라 백리운 자신이었 다. 흑의대한은 백리운이 잠시 주춤하는 틈을 타서 허리의 날이 시퍼런 칼을 뽑아 들어 그의 목을 후려치려고 했다. 그것은 본 백리운은 황급히 몸을 뒤집어 발끝으로 그자의 낭심을 한 번 후려찰 수가 있었다. [억!] 흑의대한은 의외에도 빠른 백리운의 몸놀림에 놀라며 비명과 함께 앞쪽으로 나동그라졌다. 백리운은 이것이 호기이기 때문에 결코 놓칠 수가 없어서 즉시 몸을 일으켜서 넘어진 흑의대한의 앞으로 달려들어 그자의 손에 들려있는 칼을 빼앗으려고 했다. 헌데 그때, 갑자기 등뒤에서 억센 힘이 느껴지면 그의 몸이 다시 허공으로 둥실 들려지는 것이 아닌가? 백리운은 안색이 급변하여 고객를 돌려보니,어느새 자신의 등줄기를 한손으로 움켜잡고 들어올린 사람은 바로 처음의 그 흑의대한이었다. 그자는 이번에는 오른주먹으로 백리운을 들어올린 후에 흉흉한 광망이 폭사되 는 시선으로 살벌하게 소리치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후레자식!어디 이번에도 내손을 물어봐라!] 확실히 이번에는 결코 그자의 손을 물수가 없게 되어있었다. 백리운은 자신이 그만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되자 절로 어이가 없고 괴로운 심정이 되어서 돌연 껄걸 웃고 말았다. 그것을 보고, 뒤늦게 일어난 흑의대한이 주먹으로 백리운의 가슴을 후려치며 물었다. [이 육실헐 자식,왜 웃느냐?] 백리운은 그자의 주먹이 실로 쇠뭉치로 후려치는 것과 같아서 고통스럽기 그 지 없었지만 역시 웃음을 멈추지 않고 대답했다. [나는 지금 나 자신을 비웃고 있는 것이다.그러니 너는 상관이 없다.] 다른 흑의대한이 눈알을 부릅뜨며 다시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백리운은 웃으며 대꾸했다. [내가 어리석어서 너희와 같은 자들에게 당하게 되었으니,어찌 우습지 않을 수 가 있겠느냐?] 등줄기를 움켜잡은 흑의대한이 무슨 뜻인지 알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 가 다시 흉흉하게 소리쳤다. [너는 죽고 싶으냐,아니면 살고 싶으냐?죽고싶지 않다면 어서 저 계집을 우리 에게 내놓아라!] 그런데, 그말을 듣고 있던 다른 흑의대한이 칼을 휘두르며 백리운의 면전으로 다가들 었다. [멍청한,길게 끌것 없이 빨리 이자를 죽여버리자!] 소리침과 동시에, 흑의대한은 날이 시퍼런 칼을 백리운의 가슴을 향해 휘둘러갔다. 그의 목을 후려쳤다가는 자칫 동료의 손이 다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헌데 바로 그 순간, 그 흑의대한은 갑자기 칼을 휘둘러가다 말고 멈칫 칼을 세우고는 뒤를 돌아보 았다. 그것은 마치 그가 칼을 휘둘러가던 도중 느닷없이 암습이라도 받은듯한 태도 요 표정이었다. 허나, 뒤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흑의대한은 일순 알수 없다는 듯 흉흉한 눈 초리로 좌중을 천천히 돌아본 후, 다시 칼을 휘두르려고 했다. 헌데 그때, 문득 좌중에서 한줄기 음침한 음성이 터져나왔다. [잠깐만,] ...... 그렇지 않아도 주위를 의식하고 있던 흑의대한은 그 음성을 듣는 순간 발작적 으로 그쪽으로 흉흉한 시선을 돌렸다. -홍의인, 장내의 중앙에는 이순간 한명의 다소 준수하게 생긴 음침한 인상의 홍의중년인 이 한손에 술잔을 든채 서 있었다. 아마도 그는 조금전까지만 해도 구석에서 술을 마시던 사람인 것 같았다. 나이는 대략 서른이 조금 넘은 것 같았는데,허리에는 한자루의 장검을 차고 있 었고 역시 보보를 건너다보는 시선이 음탕함으로 가득차 있었다. 칼을 들고 있던 흑의대한은 홍의인을 바라보며 즉시 물었다. [네놈이 나에게 암습을 가했느냐?] 홍의인은 고개를 저었다. [암습이라니,그게 무슨 말이오.나는 이렇게 광명정대한데......그보다 나는 당 신들에게 한가지 보여드리려고 하는 것이오.] 홍의인이 암습을 하지 않았다고 하자 흑의대한의 눈빛에 의혹이 떠올랐다. 다른 흑의대한은 곧 상대가 만만치 않음을 알고는 즉시 다른 주먹을 휘둘러 백리운의 가슴을 한 번 쥐어박고는 바닥에 내동댕이 쳐버렸다. 그리고, 앞으로 나서서 물었다. [그게 뭐냐?] 홍의인은 그쪽을 한차례 바라보고는 음침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바로 이것이오.] [.....] 홍의인은 말을 끝내자마자 일순 술잔을 들고 있던 좌수를 가볍게 위로 휘저었 다. 그에 따라 그의 손에 들려있던 술잔은 허공으로 둥실 떠오르게 되었는데,바로 그 순간 다시 그의 우수가 허리춤에 비쾌하게 움직이는 것이었다. ...... 소리는 거의 일지 않았다. 사람들은 술잔이 허공에서 떨어져 내려오고,다시 그의 우수가 빠르게 움직이 며 허리춤의 장검을 발출하여 술잔을 갈랐는데도 전혀 소리가 나지않는 것을 기이하게 생각했다. 헌데 다음 순간, 실로 놀라운 장면이 눈앞에 벌어졌다. 마치 환각처럼 홍의인의 장검은 허공에서 멈춰섰는데,느닷없이 그 검신위에 는 술잔이 여러조각으로 잘려진채 나란히 놓여있는 것이 아닌가? 술잔을 소리없이 일순간에 여러조각으로 자를 수 있다는 것도 놀랐지만,그 술 잔의 잘린 조각들을 한순간에 검신으로 받아낸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자연, 좌중에는 싸늘하고 살벌한 침묵이 흘렀고,두명의 흑의대한은 이것을 보고 안 색이 흑빛으로 변해갔다. 그러다가, 홍의인의 시선이 다시 그들에게 향하자,그들은 일순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홍의인을 향해 꿇어 엎드리는 것이었다. [죄,죄송합니다요 어르신!감히 대인을 몰라보고 함부로 굴었으니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만일 이 개같은 목숨만이라도 살려만 주신다면,나중에 반드시 은혜를 갚겠습니다요.] 방금전까지만 해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던 이 흑의대한들의 돌변한 태도 는 실로 비굴하고 치사스럽기 그지 없었다. 이에 반해, 홍의인은 다소 득의만면한 태도가 되어 음탕한 시선으로 보보를 돌아보는 것 이었다. [흐흐,이리와서 나와 한잔 하지 않겠는가?] 보보는 이때 다소 두려운 표정으로 간신히 서 있었는데,홍의인의 질문을 받자 떨리는 어조로 대답했다. [나는 가지 않겠어요.] 홍의인의 눈이 더욱 음탕하게 변했다. 그는 보보의 아름다운 음성을 듣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는 듯 마침내 천천 히 걸음을 옮겨 보보의 앞에 이르렀다. 백리운은 이때 두번씩이나 주먹을 맞아서 그 고통으로 인해 정신이 하나도 없 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는 보보가 저 음탕한 홍의인에게 유린을 당하는 것을 볼 수가 없었으므로 억지로 몸을 일으키며 그자의 앞을 막아섰다. 홍의인은 백리운이 비틀거리면서도 앞을 막아서자 다소 의외인 표정이었다. 그는 눈살을 다소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네놈은 살고 싶지 않단 말이냐?] 백리운은 내심 복받치는 울분을 느끼며 소리쳤다. [나 역시 지금의 이 현실을 증오하고 있다!] 백리운은 소리침과 동시에 주먹으로 홍의인의 면상을 후려쳐갔다. 그의 이 한수는 비단 무공도 깃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아주 느리고 약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백리운은 한순간의 울분이 지나쳐서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고 만것이었는데,그 것을 본 홍의인의 얼굴에는 가소로운 빛이 역력하게 떠올랐다. 그가 설령 이 주먹에 맞게 되어라도 전혀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을 것이 뻔했 기 때문이었다. 헌데 그때, 누구도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 이 순간에 벌어졌다. 두명의 흑의대한, 홍의인의 뒷쪽 바닥에 엎으려 있던 그들이 돌연 일시에 허리춤의 칼을 뽑아들 며 홍의인의 등줄기를 그대로 후려쳐오는 것이 아닌가? 그들의 그런 동작은 거대한 체구에 비해 기민하기 이를데 없었을 뿐만 아니라 거의 아무런 소리도 일지 않는 것이었다. 홍의인이 그러한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이미 그들의 칼날은 거의 홍의인의 등 줄기의 옷깃을 파고 들고 있는 순간이었다. 백리운은 그순간 비로소 강호의 험악함을 실감하는 기분이었다. 그는 두명의 흑의대한이 무릎을 꿇었을 때에는 목숨을 부지하려는 것으로만 알았지 이렇게 기습을 노리고 있었을 줄은 몰랐었다. 홍의인 역시 미처 그것을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의 두 눈에 다급한 빛이 떠오르는 순간,그의 신형은 발작적으로 오른쪽으로 빙글 돌아가며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우수의 장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 순간 거의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만, 뒤늦게 아직 장검위에 올려져 있던 술잔조각들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만이 예리하게 정적을 찢을 뿐이었다. 장내의 상황은 이미 거짓말처럼 멎어 있었다. 순간적으로 기습을 했던 두명의 흑의대한들은 칼을 앞으로 찌른 자세 그대로 굳어진 채 몸을 앞으로 엎어질 듯 가늘게 떨고 있었다. -홍의인, 그는 다소 창백해진 안색으로 자신의 우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우수에서는 이순간 붉은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 붉은 선혈이 툭툭툭 바닥에 떨어져 자국을 남길 때마다 그의 안색은 더욱 심 하게 일그러져가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 대결은 그가 패한 것이란 말인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았다. 홍의인은 천천히 좌수를 이용하여 우수의 상처를 지혈시킨 후,이어 우수의 장 검마저 받아서 검집에 넣었다. 금방 지혈이 되는 것으로 보아 그의 상처는 별로 대단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결국 패자는 흑의대한들이란 말인가? 이때, 그 두명의 흑의대한들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쿵쿵,바닥에 굴러떨어지기 시 작했다. 곧이어 그들의 목부위가 크게 벌어지며 그곳으로부터 시뻘건 피가 쏟아져 바 닥을 적시기 시작했다. [사,살인이닷!] 이것을 본 누군가의 놀란 음성이 절로 터져나왔다. 그렇다. 두명의 흑의대한들은 비록 홍의인의 헛점을 노리고 순간적으로 기습을 펼쳤지 만 끝내 홍의인의 쾌속한 살수에 의해 일순간 황천으로 떠나고 만 것이다. 백리운은 눈앞에서 보았기 때문에 그러한 사실을 더욱 확실하게 알았지만 문 득 한가지 알수 없는 점이 있었다. 대체 그 흑의대한들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목숨까지 희생해가면서 홍의인에게 달려 들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백리운은 그것이 바로 보보의 지나치게 아름다운 용모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 수가 있었지만 이해가 가지 않았다. 허나 사실, 백리운은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었으나 보보의 용모는 실로 뇌살적이어서 남 자로 하여금 숨막힐 것 같은 욕정을 불러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흑의대한들이 자신들의 목숨마저 돌보지 않고 홍의인에게 달려들지 않을 수 없게한 것은 바로 그 불타는 욕정이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것을 백리운 혼자만이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기이 한 노릇이나, 기실 그것은 역시 그의 신체적인 특징중의 하나였다. 전날 심원이 말했던 무극신화의 여러 가지 효능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홍의인은 아마도 자신이 불의의 일격을 당한 것을 매우 충격적으로,그리고 지 극히 불쾌하게 여기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는 한참동안이나 자신의 우수를 이리저리 움직여보면서 뭔가 생각에 잠기는 가 싶더니,이윽고 점원을 불러 돈을 주고 시체를 치우게 했다. 점원들은 홍의인의 그 무시무시한 손속을 보았던 터라 누구도 감히 시끄럽게 소리를 내거나 말을 거역하는 사람이 없었다. 홍의인은 그렇게 빠르게 장내를 정리하고 나자,다시 보보의 앞으로 다가들었 다. 이때 역시 백리운은 아까 주먹을 내지르다만 자세로 보보의 앞에 서 있었기 때문에 홍의인은 다시 그에게 물었다. [네놈은 정말 죽기를 바라느냐?] 백리운은 자신이 고집을 부리는 것이 매우 어리석은 짓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 었다. 보보를 취해보려고 달려드는 저들이나,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그 앞을 막아선 자신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하나같이 한낱 여자를 위해 죽고 죽이는 싸움인 것이다. 그러나, 백리운은 자신이 이대로 물러나자니 문득 매우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자신이 한낱 여자 때문에 목숨을 버린다는 사실도 괴롭지만,그러나 그것 을 피해 목숨을 구한다는 사실 역시 반발심이 일었다. 그리하여, 잠시 극심한 마음의 울분속에 가슴을 끓이던 백리운은 발작적으로 눈을 감아 버리고 말았다. 그것은 현실에 대한 무한한 분노와 반발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순간, 서늘한 검날의 감촉이 백리운의 목을 스쳐감을 느꼈다. 백리운은 터져나올 것 같은 분노속에서 몸을 떨고 있었는데,그 검날은 아주 잠깐 스치다가 다시 사라졌다. 이어, 홍의인의 음침한 조소하는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었다. [어리석은 놈이군!] [......] 백리운은 눈을 떴다. 홍의인은 장검을 다시 검집에 거두고 있었다. 그러고 난 다음에 홍의인은 보보를 향해 포권하며 말했다. [흐흐,내 실력을 보았다면 알 것이다.오늘 밤에 보자!] 음흉하게 한차례 웃음을 흘린 다음에,홍의인은 몸을 돌려 주루밖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백리운은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전신이 끓어오르는 분노로 인해 뻣뻣하게 굳 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그때, 문득 보보가 그의 앞으로 다가와서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 객방으로 가서 식사를 하도록 해요.] 백리운은 그 소리를 듣자 내심의 분노가 더욱 극렬해지는 것을 느꼈다. 겉으로는 나타나지 않았지만,마치 그의 전신이 극렬한 분노에 의해 핏빛으로 물들고,장내 전체마저 일시에 핏빛으로 불들며, 그것들이 한순간 거대한 파멸을 향해 무시무시한 대폭발을 이룰 것 같은 극도 로 팽창된 기분을 느꼈다. 그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극한의 분노였다. 헌데 그때, 기이하게도 백리운의 마음 한 구석에는 가벼운 웃음이 환상처럼 피어오르는 것이었다. 거짓말 같았으나 실로 사실이었다. 백리운의 미친 듯이 분노에 가득차 있었던 그 마음은 어느새 그 환상적인 웃 음에 가려져 멀리멀리 밀려나 버리고 말았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백리운의 뻣뻣하게 굳은 얼굴에도 가벼운 미소가 어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얼핏 보기에는 분노가 너무나도 극심한 나머지 생겨난 것과 흡사했지 만 기실 그 본질은 전혀 달랐다. 백리운의 웃음은 점차로 부드럽고 강인하고 허탈해지는 것이었다. 대체 사람의 마음이 한순간에 이렇게 극에서 극으로 변화할 수가 있는 것인가 는 불가사의한 일이지만, 백리운으로서는 직접 겪는 일이니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것은 말하자면 의식의 대전환과도 같은 것이었다. 백리운은 그 자리에서 굳어진 몸을 풀며 분노를 내뿜듯 긴 한숨을 연거푸 토 해냈다. 그의 입속에서는 순간 연기라도 솟아나올 것만 같았으나 그렇지는 않았다. 백리운은 허탈해진 눈빛으로 보보의 제의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허나......그가 오늘밤에 다시 찾겠다고 했는데,그보다는 여기를 떠 나는 것이 좋지 않겠소?] 이때, 보보는 순간적으로 변화하는 백리운의 표정과 그 눈빛을 보고 멍하니 넋을 잃 고 있었다. 이순간 백리운의 눈빛은 아주 맑고도 강인한 빛을 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빛은 아주 매혹적이면서도 장엄해보여서 한순간 그녀의 마음을 휘감기에 족했다. 보보는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대로 도망을 간다고 해도 그는 역시 저를 찾아올 거예요.] 그렇다! 백리운은 홍의인이 자신을 살려준 것은,그가 두려웠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의 상황이 좋지 않아서 다음으로 미루었던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홍의인에게 있어서 백리운과 같은 존재는 실로 지금 죽이지 않아도 다음에 얼 마든지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사람이라면 필시,능히 사람을 추격하는 일에 자신이 있을 것이다. 백리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객방으로 가도록 합시다.] 객방이라면 이곳에서처럼 심한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백리운은 점원을 부른 다음,보보와 함께 객방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두 사람은 객방의 탁자를 마주하고 앉았다. 이 커다란 객방은 매우 화려하게 꾸며져 있고,눈앞에 놓여있는 탁자들도 역시 상당히 고급품으로 만들어져 있었지만 그런 것들은 두 사람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윽고, 점원들이 분주히 드나들며 탁자위에 음식을 가득 차려놓고 물러가자,문득 보 보가 백리운을 향해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어 물었다. [당신은 저를 원망하고 있나요?] 이때의 백리운의 표정은 다소 딱딱하게 굳은 채였다. 보보의 질문에 백리운은 안색을 다소 풀며 대답했다. [그렇지는 않소.] 보보는 그를 보며 가볍게 웃었다. [그런,당신은 저를 구한 것을 후회하고 계시는군요.] 백리운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랬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소.] 보보는 아름다운 봉목을 동그랗게 뜨고 다시 물었다. [그건 어째서죠?] 백리운은 문득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화가 나서 몸이 터져나갈 것만 같은데,순간 정작 나 자신은 멀리있는 듯한 느 낌이 드는 것이었소.즉,나는 현실에 대해 너무나도 집착이 많았던 것이오.] 보보는 문득 재미있다는 듯 재차 물었다. [당신은 그래서 아까 웃었나요?] 백리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그 일로 인해 나는 평소에 가지고 있던 많은 의문을 풀수가 있었소.사 실......나는 그전까지만 해도 당신과 만난 것을 악연이라고 생각하고 또 화가 났었는데,그 뒤로는 그런 생각이 바뀌고 말았소.] 보보는 신기하다는 듯 파뿌리같은 두 개의 흰손으로 하얀턱을 깍지끼고 떠받치 며 백리운을 그윽하게 주시하더니 물었다.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죠?] 백리운은 웃으며 대답했다. [만일 다시한번 더 당신을 구할 기회가 생기더라도 역시 주저없이 구할 것이라 는 생각......그러나 지금은 하루빨리 당신과 멀어지고 싶은 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오.] 보보는 그 말에 일순 눈이 휘둥그래졌다. [왜요?제가 다시 미워졌나요?] 백리운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는 않소.그것은 오히려 당신이 지나치게 아름다워서 내가 보살필 능력 이 없기 때문이오.게다가,나는 또한 달리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보보는 그의 말을 듣다가 말을 자르며 물었다. [중이 되는 일이 그렇게 하고 싶은가요?] 그녀는 백리운이 해야할 일이라는 것이 바로 승려가 되는 일이라는 사실을직 감적으로 눈치챈 것이다. 백리운은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머리를 깎고 중이 된다는 것은,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고 또한 불쌍하 게 여기기도 하지만,기실은 거기에는 그야말로 진지한 길이 있는 것이오.] 보보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당신에게 있어서 저라는 사람은 아마 그 진지한 길보다는 못한 것이겠죠?] 백리운은 웃으며 대답했다. [당신과 나는 서로 길이 다르고,또한 설혹 길을 같이한다고 해도 서로간의 불 균형 때문에 결국 결과가 좋게되지는 못할 것이오.그러니 굳이 비교할 필요가 어디에 있겠소?] 보보는 아미를 가볍게 찌푸렸다. [만일 비교를 할 수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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