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리운은 한참을 둘러봐도 대체 이곳이 어디인지 알수가 없자,마음이나 달랠 겸 길가에 보이는 연못으로 다가가서 앉았다. 때는 아침해가 중천으로 치솟아 가는 오전무렵이요,하늘은 맑아서 햇살이 눈 부시게 연못 물위를 비추고 산들바람에 수양버들이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백리운은 연못 가운데의 수초들과 그 아래의 헤엄치며 왔다갔다하는 고기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지도 못한 곤경에 처했다. 갑자기 심하게 배가 고파왔던 것이다. 그것은 마치 전에는 심한 부상을 입고 사흘동안 누워있다가 일어났던 당시의 상황과 비슷한 것이었다. 따라서, 백리운은 문득 아까 방안에서 들었던 소녀들의 얘기속에서 사흘이 지났다는 말을 떠올렸다. (정말 그날 이후로 사흘이나 지난 것일까?그리고 대체 여기는 어디일까?) 백리운은 구름같은 의문이 치솟았지만 일단은 참기로 했다. 그러한 것은 서두른다고 쉽게 풀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사실, 다소 화가 나기도 했지만,백리운이 방금전에 그토록 화를 내고 방을 뛰쳐나온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실로 이러한 방법을 쓰지 않고는 쉽게 모든 사실을 알 수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보보가 만일 그녀들에게 뭔가 비밀스런 지시를 내렸다면 그녀들은 결코 백리 운에게 말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 뻔했기 때문에 이런 충격요법을 쓰게된 것이 었다. 때문에, 백리운은 심하게 배가 고픈 것도 참고 느긋한 마음으로 연못가에앉아서 물고 기들이 노니는 것을 구경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의 시간이 지난 후에,문득 그의 뒷전에 두명의 백의소년이 나타났다. 바로 일곱명의 소녀들 가운데 둘이었는데,그들은 바로 아적이라고 불리운 첫 번째 소녀와 아자였다. 백리운이 사실 뒷쪽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으면서도 모른 척하고 있으려니, 과연 그 두명의 소녀는 다소 불안한 기색으로 그의 뒤에 다가왔다. 그리고는, 다소 주저하다가 아자가 겨우 입을 열었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의 죄가 너무나도 깊다고 생각되어 자청하여 백리운에게 용서를 구하러 온 것 같았다. [저어 공자님......] 떨리는 어조의 음성을 듣고 백리운은 짐짓 무슨 일이냐는 듯이 고개를 돌렸 다. 아적은 아주 공손한 자세였고 아자는 마치 금방이라도 죽을듯한 겁먹은 태도 였다. 백리운은 그녀의 모습이 안쓰럽게 그지 없었지만 그래도 무심한 표정을 지었 다. [당신들과 나 사이는 이미 끝난 것 같은 어째서 다시 나를 찾은 것이오?] 두 소녀의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백리운의 그와같은 말은 실로 불에 기름 을 부은 격이 되고 말았다. 아적과 아자는 즉시 전신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며 그 자리에 오체복지하며 울 며 소리치는 것이었다. [공자님,부디 저희들을 굽어살피시어 용서를 해주세요!부디 저희들을 버리지 마시고 살려주세요.살려만 주신다면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어요.] 지금 길거리에는 몇 명의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고 훤한 대낮이었는데도 이 두명의 소녀는 소리치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백리운이 보아하니 그녀들의 이러한 행동은 결코 거짓이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기왕에 내친 걸음이라 역시 냉랭하게 대꾸했다. [나와 그대들과는 이제 겨우 처음 만나는 것인데 어째서 나에게 살려달라고 하는 것이오?] 아자가 눈물을 줄줄 흘리며 창피한 것도 모르는지 급히 대답했다. [공자님께서 저희들을 버리시면 저희는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를바가 없어요. 그러니......그러니 제발 저희들을 살려주세요!] 아자의 음성은 처절하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에 족했다. 그러나, 백리운은 냉랭하게 대꾸했다. [흥!내가 그걸 어떻게 믿을 수가 있단 말이오?금방 깨어난 사람에게 느닷없이 여자들이 나타나서는 갑자기 용서하라고 하지 않나,아니면 책벌을 내리라 고?......내가 대체 이런 상황에서 제정신으로 당신들을 대할 수가 있겠소?] 아자는 백리운이 조금 태도가 돌아선 듯 하자 공손히 대답했다. [예,예!그것은 전적으로 우리들의 잘못이옵니다.잘모르고 그랬사오니 부디 용 서를 해주세요!그리고 이제는 책벌을 달라는 소리도 하지 않을께요.] 백리운은 아자의 나중말을 듣고는 내심 저절로 웃음이 터져나올뻔 했다. 그녀들은 비록 오랫동안 고된 수련과 통제를 받아와서 겉으로는 강하고 세련된 것 같아 보이지만 실은 아직 어린 소녀들인 것이다. 허나, 백리운은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용서를 해달라고?그것만으로 부족하오.] 아자는 그말에 급히 애절하게 말했다. [그럼 또 뭐가 필요하신지,원하시는 바가 있다면 해드릴 테니 어서 저희를 용 서해주세요!] 백리운은 그 말에 몸을 돌려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원하는 것은 없소.다만,내가 이제부터 몇가지의 질문을 하는데 당신들이 바른 대로 대답하지 않는다면 그때부터 당신들과 나 사이는 끝난 것으로 하겠소.] 두명의 소녀는 뜻밖에도 질문을 하겠다고 하자 다소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아적이 대답했다. [예,공자님이 말씀하시면 뭐든지 대답하겠어요.] 백리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두명의 소녀를 주시하며 일을 열었다. [우선 첫째,내가 알고 있는 보보 그녀의 정체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오.] [......] 그말에, 아적과 아자는 일순 안색이 크게 변해서 전신을 떨며 안절부절한 태도를 보였 다. 아마 보보에게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자신의 신분을 말하지 말라는 엄명이 있었 던 것 같았다. 백리운은 그녀들의 표정을 보자 이래서는 결코 얘기를 들을 수가 없다고 생각 하고는 즉시 안색을 차갑게 굳히며 몸을 돌렸다. [나의 첫 번째의 질문에도 대답을 하지 않다니,더이상 말할 필요도 없겠지.] 백리운이 그토록 화난 태도를 보이자 두명의 소녀는 안색이 흑빛으로 변해 몸 을 떨었다. 아적이 급히 말했다. [그분이 저희의 작은 주인이세요.] 백리운은 내심 생각했던 대로의 대답을 듣고 과연 그렇군 하고 했지만 역시 냉랭하게 대꾸했다. [내가 원한 대답은 그녀가 누구의 무엇인가가 아니라,그녀 자체가 누구인가 하 는 것이오.그런 대답은 하나마나요.] 아자가 울먹이며 말했다. [공자님,그말은 저희들로선 감히 말씀 드릴수가 없사오니,부디......부디 다른 것을 물어주세요.아니면 다른 책벌을......] 백리운은 고개를 내저었다. [겨우 첫 번째의 질문에도 대답을 하지 않는데 다른 질문을 해봐야 무슨 소용 이 있겠소?그리고 책벌이라니 가당치도 않는 일이오.] 백리운은 이어 정말로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다급했는지 아적이 급히 입을 열었다. [마 말씀드릴께요,제발 가지 마세요!] 이에, 아자가 놀란 표정으로 아적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적,너 정말?......] 아적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말해도 죽도 말하지 않아도 죽을텐데,그렇다면 말하는 쪽이낫지 않겠 어?] [......] 아자는 잠시 넋을 잃은 듯 하더니 잠자코 있었다. 그것을 보고 아적은 백리운을 향해 말했다. [그분은 바로 본교의 소군주님이세요.] 백리운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본교란 어디를 말하는 것이오?] 아적은 이미 모든 것을 말하기로 작정을 한 탓인지 술술 대답했다. [본교는 세상사람들에게 만화교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어요.] 순간, 백리운은 실로 어이가 없는 기분이 되었다. -만화교, 보보가 그곳의 소군주였다면 그녀는 원래 가마속에서부터 계속해서 그에게 연 극을해왔었다는 말이 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모르긴 몰라도 그녀는 무공이 고강하여 결코 홍의인에게 피해를 입을 사람이 아니었고,또한 백리운을 혼절시킨 사람도 그녀일 것이다. 백리운은 이순간 혼절하기 전에 느꼈던 의문들이 모조리 가시는 것을 느꼈다. 실로 어처구니가 없는 느낌과 함께 백리운은 내심 매우 씁쓸한 기분을 느꼈 다. 이미 출가하기로 결심한 이상은 그녀가 사파집단에 소속되어 있었다는 점 따 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다만 그가 씁쓸하게 생각하는 것은 보보는 처음부터 그를 속였고,그는 그녀의 속임수에 넘어가 줄곧 어릿광대와 같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었다. 심원등은 그 때문에 그녀를 놓치게 되었고,백리운은 마치 자신이 정의의 협객 이라도 되는 양 그녀를 안고 평원을 가로질렀다. 보보가 줄곳 그의 품속에 안겨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심원등이 따라올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번성에서 수하들과 충분히 연락이 닿을 수 있는 곳이 있었을 테니,그녀는 번 성으로 가자고 했을 것이다. (어쩐지,지리를 잘 아는 점도 이상하기는 했어......) 백리운은 그간의 이상했던 의문이 한꺼번에 풀리며 더욱 어이없는 심정이 되 는 것을 어쩔수가 없었다. 허나, 번성의 주루에서 기이한 경험을 하고난 이후부터는 그의 심경은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었다. 백리운은 비록 자신이 철저하게 속기는 했어도 그것이 결코 악의적인 일이 아 니었으며,보보로서도 어쩔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에 두지 않기 로 했다. 백리운의 마음은 실로 허공처럼 넓어져 있는 것이다. 이때, 두명의 소녀들은 급변하는 백리운의 표정을 보고는 전전긍긍하며 장차 그의 태도가 어떻게 변할까를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백리운은 그녀들에게 다시 물었다. [방금 말한 소군주라는 직위는 무엇을 뜻하는 것이오?] 아적과 아자는 백리운의 표정이 정상대로 평온하게 돌아오자 내심 크게 안도 의 숨을 내쉬었다. 아적은 급히 대답했다. [소군주는 직위가 아니라 바로 소교주님의 한분 계신 따님을 말하는 거예요.그 밖에는 저도 잘 모르니 더 이상 묻지 말아주세요.] 백리운은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보보가 만화교에서 소교주의 외딸이라면 가히 그러한 능력을 발휘할 수가 있었 을 것이다. 말하자면 전날 심원등은 거물급 인물을 하나 잡을뻔 했었는데 백리운의 만류로 그만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소교주가 있다면 분명히 그 위에 교주가 따로 있을 것이 분명했지만,백리운은 그런 내용에 대해서는 별로 알고 싶지가 않아서 질문을 그만 두었다. 게다가 아적등이 만화교의 내밀한 사정에 대해서는 별로 알 것 같지도 않았 다. #6220 안두헌 (myyaj ) [백상] 소림화상 제3권 제15장 07/12 06:04 412 line 제 15 장. 소림사. 백리운은 두명의 소녀에게 다시 말했다. [좋소.그럼 이제부터,대체 내가 어째서 이런 곳에 오게 되었고 또한 이곳은 어 디인지 소상하게 말해주시오.] 아적에게서 이미 결정적인 내용을 들었기 때문에 백리운의 딱딱하던 태도는 은 연중 많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또한, 기왕에 비밀을 발설했기 때문에 그녀들도 더이상의 사실을 감추려고 하지도 않 는 것 같았다. 아적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아자가 먼저 입을 열어 말했다. [원래,저희 소군주님은 공자님께 자신의 신분을 말씀드리기가 난처하셨고또한 그런 가운데 공자님을 돕고 싶으셨어요.따라서,소군주님은 번성에 오셔서 은밀 하게 저희들을 만나 지시를 내리셨던 것이예요.......] 아마도 보보는 자신의 수하들에게 자신이 심원등에게 잡혔었던 얘기는 하지 않 았었던 모양이었다. 헌데, 그녀는 항상 자신과 거의 함께 있었는데 도대체 어떠한 수법을 사용하여 수하 들에게 연락을 취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백리운도 가끔은 강호에 그와 같은 신비로운 전달수법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었 지만 이렇게 자신이 직접 겪게되자 자연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만 그는 그일이 이미 지나간 일이고 또한 그가 강호사에 별로 관심을 두지않 고 있는 상황이라 그 내막을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다. 아자는 묵묵히 듣고 있는 그를 향해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저희들은 바로 소군주님의 직속으로 배정되어 있는 칠선녀로,처음에는 소군주님과 번성에서 합류하여 그분을 따르도록 되어 있었는데 소군주님께서는 저희들을 만나자마자 따로 두가지의 지시를 내리셨죠.그중 하나는,바로 소군주 님의 신분을 결코 공자님께 노출시키지 말라는 것이었고......] 아자는 말을 하다가 말고 역시 대단히 근심이 되는지 안색을 파랗게 물들이며 백리운의 얼굴을 슬쩍 돌아보았다. 백리운은 이에 웃으며 말했다. [난 그 일을 절대 발설하지 않을 테니까 여러분은 그 점에 관해서는 안심해도 좋소.] ...... 아자는 백리운의 그 말에 은근히 한숨을 토하며 다시 말을 이었다. [두번째 지시는,바로 저희들에게 빠른 시간내에 공자님을 호송하여 소림사로 갈 것이며 앞으로도 특별한 지시가 없는 한은 계속해서 공자님의 신변을 지켜 드리라는 것이었어요.소군주님께서는 손수 공자님의 혈도를 짚으시고 앞으로 닷새후면 공자님께서 깨어나실 것이니 필시 그안에 등봉현에 당도하라고 하셨 지요.그런데 우리는 일단 이 임무를 맡고 나자 너무도 신이나서 그만 사흘낮 과 밤을 달려서 지난 밤에 비로소 이곳에 당도하게 되었던것이예요.헌데,공자 님께서 설마하니 닷새가 아닌 불과 사흘만에 깨어나실 줄은 정말 몰랐어요 ......] ...... 백리운은 너무도 놀랍고 점입가경을 치닫고 있는 것 같아서 일순 할말이 막히 고 절로 눈이 휘둥그래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잠시 입을 벌리고 멍하니 있다가 문득 물었다. [그럼 여기가 바로 등봉현......소림사가 있다는 숭산의 아래에 있는 그 등봉 현이란 말이오?] 믿을 수 없다는 백리운의 질문에 아자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 다. [예.사실,우리는 여기에서 공자님께서 깨어나기를 기다리며 잠시 쉬다가 공자 님이 깨어나시면 그때 다시 소림사로 모셔드리려고 했어요.] [......] 백리운은 잠시 아연하여 고개를 들어 주위의 경치를 둘러보며 넋을 잃었다. 실로 방금전에 객점에서 나올때까지만 해도 이곳이 설마 소림사의 아래인 등봉 현인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원래, 이곳 등봉현과 전날의 번성까지의 거리는 무려 수천리에 달해서 그의 걸음걸 이로는 아무리 빨라도 한달은 걸릴 것이었는데, 어이없게도 한숨 자다가 일어난 것 같은데 이곳이 벌써 등봉현이라니 이는 마 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백리운으로서는 험난한 여정을 밟지않고 이렇게 빠르고 손쉽게 소림사의 근처 에 도착했으니 자연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말이야 쉽게 했지만, 아자 등의 칠선녀가 그를 마차에 태워가지고 사흘밤낮을 쉬지않고 말을 교체 하며 달려왔었다면 아무리 무림인이라고 하더라도 그 고생은말할 수가 없었 을 것이다. 백리운은 자연 그녀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어서 아자와 아적을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외에 다른 지시는 없었소?] 이순간 이미 위장하고 있는 그의 굳은 표정은 말끔히 가셔버린 후였다. 아자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공손히 대답했다. [소군주님께서는 저희들이 공자님께서 소림사에 계시는 동안 반드시 잘 모시고 위험한 일을 겪지 않도록 하라고 말씀하셨어요.나중에 소군주님께서 직접 오시 기 전까지는......그때까지는 다른 교내의 일도 일절 하지말라고 하셨어요.] 백리운은 그말을 듣는 순간 이미 보보의 의도와 깊은 정의를 느낄수가 있었다. 백리운이 무공이 없는 점을 감안하여 그녀는 빨리 소림사로 데려다주고 또한 경호원까지 붙여주려고 하는 것이었다. 칠선녀가 아까 그를 만나자마자 이상하게 행동했던 모든 점들이 전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허나, 백리운은 내심 고개를 가로저었다. (보보!굳이 이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 이어, 백리운은 그녀들에게 말했다. [내가 일단 소림사에서 출가를 하게되면 당신들의 도움은 일절 필요가 없게 될 것이오.그러니 나를 보호하겠다는 생각은 그만두고 이만 그대들은 돌아가는 것이 어떻겠소?] 아자와 아적은 그 말에 다시 안색이 급변했다. 아자가 황급히 울상을 지으며 소리쳤다. [공자님,저희들을 살려주세요!소군님께서는 절대로 저희들에게 돌아오지 말라 고 하셨으니 만일...... 만일 저희들이 이대로 돌아간다면 저희들은,저희들은 모두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예요.그러니 부디 저희들을 거두어주세요!] 아적도 눈물을 뚝뚝 떨구며 애원했다. [공자님께서 저희들을 돌아가라고 하시는 것은 저희들에게는 바로 죽음을 내리 시는 것이나 다름이 없사옵니다.그리고 소군주님께서는 공자님이 원하지 않는 다면 저희들은 따로 소림사부근의 민가에 거처를 마련하고 살아도 된다고 하셨 어요.] [......] 백리운은 다소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비록 속세의 일에 집착이 없기는 했지만,소림사에 들어가는 마당에 그녀 들로 인해서 자신이 불문에 입문하는 데 방해를 받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자신이 그녀들을 쫓지 않는다는 미끼를 사용하여 일일이 위와같은 사실을 알아내었는데 어떻게 다시 말을 번복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백리운은 비록 말은 해보았지만 이렇듯 그녀들이 애원하고 나서자 강제로 그 녀들을 쫓아버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보보는 칠선녀에게 소림사의 근처에서 살아도 좋다고 했으니 이 방법을 잘 이 용하면 그가 별로 장애를 받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또한, 이 칠선녀들이 모두가 이곳에 남기를 적극적으로 희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 지하고는,백리운은 잠시 생각한 후에 말했다. [좋소!단,그대들은 이곳에서 지내되 앞으로 절대로 내가 소림사에서 지내는데 있어서 일체의 어떠한 방해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해야만 하오.] 아적과 아자는 그 말에 다함께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즉시 대답했다. [예,공자님!지시대로 거행하겠어요!] 그녀들이 이렇게 빨리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원래가 보보가 그녀들에게 지시를 내릴 때에 백리운에게는 절대 방해를 주지 말라는 단서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 었다. 게다가, 백리운에게 이미 보보의 정체까지 가르쳐준 상황이라 어찌될지 전전긍긍하고 있었으므로 이런 승낙을 받고나자 그녀들로서는 자연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 다. 이어, 백리운은 고개를 돌려 먼 산을 바라보자, 아적과 아자등은 이미 자신들의 볼일이 끝났다고 생각하고는 즉시 몸을 일으 켜서 객점안으로 달려들어가기 시작했다. ...... 백리운은 잠시 그런 광경을 돌아보다가 이어 천천히 주위를 걷기 시작했다. 우연히 고개를 돌리다가 북쪽을 바라보니 실로 어마어마한 장관을 이루고있는 거대한 산악이 눈에 들어왔다. (저곳이 바로 숭산이란 말인가?) 사실 백리운은 숭산이나 중원오악이나 하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다만 그것이 앞으로 그가 지내려고 하는 소림사와 연관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성큼 어떤 감회로 다가왔을 뿐이었다. 동시에, 문득 백리운의 뇌리에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황종의의 편지! 백리운은 무의식중에 손으로 편지를 갈무리한 허리춤을 만져보았다. (이 편지는 보아하니 아주 중요한 것인 것 같던데,이것이 생각보다도 한달이 나 빠르게 전해지게 되었군!그것이 장차 강호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대략 한식경 정도 산책하고 있으려니까, 아까 아적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던 아자가 나는 듯이 달려와서 백리운을 향해 귀여운 음성으로 말했다. [공자님!안에 음식을 차려놓았으니 어서 들어오세요!] 백리운은 천천히 아자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 * * 백리운이 객방으로 들어서자, 칠선녀는 어느새 중앙의 탁자위에 온갖 이름난 음식들을 가득히 차려놓고 한 쪽에 다소곳이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어, 백리운을 대한 그녀들은 일제히 고운 음성으로 예를 올렸다. [삼가 공자님을 뵈어요!] 백리운은 마주 고개를 끄덕여 답례한 다음에 의자위에 앉으며 말했다. [이렇게 여러분을 만나게되어서 반갑소!자,나는 지금 시장한데 여러분은 함께 식사를 들지 않겠소?] 아적이 얼른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희들은 이미 식사를 마쳤으니 그점에 관해서는 상관하지 마세요.그보다도 먼저 저희들 각자를 한 사람씩 소개해 드리겠어요!] 아적은 이어 주위에 있는 소녀들을 하나씩 소개해주었다. 그녀가 일단 소개를 하면 그 소녀들은 앞으로 나와서 공손하고 차분하게 다시 자기소개를 하는 것이었다. 백리운은 천천히 식사를 하면서 그녀들의 이름과 특징,고향이나 나이 신세등에 관해서 묵묵히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칠선녀의 이름은 아주 알기쉽게 각자의 소매 끝에 수놓아져 있는 꽃의 빛깔 그대로 무지개의 이름을 닮고 있었다. 즉, 적주황록청남자를 따라서 아적,아주,아황등인 것이다. 예상대로 그녀들의 나이는 똑같이 열네살이었고,모두의 공통점은 어렸을 때부 터 부모를 잃은 고아라는 사실이었다. 이 중원대륙은 워낙 지역이 방대하고 사람들도 많아서 자연 나이어린 고아들 도 많기 마련이었다. 만화교에서는 그러한 여자 아이들만을 골라서 입문을 시켰고,특별히 그 중에 서 자질이 우수하고 용모가 뛰어난 일곱명의 소녀를 뽑아 소군주를 보필하는 칠선녀로 삼은 것이었다. 자연, 소군주의 힘이 될 수 있도록 만화교에서 심혈을 기울여 가르쳐낸 그녀들의 무 공이나 기타의 능력은 백면서생에 불과한 백리운이 보기에도 놀라운 것이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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