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나 혹시 모 르니 제가 그 앞부분의 구결을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어, 백리운은 줄줄 중원어로 번역을 해서 읽어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현비대사의 입을 점점 크게 벌어졌다. 그러다가 그는 문득 탄식하듯 말했다. [아미타불,틀림이없네!설마하니 이곳에 역근경이 새겨져 있었을 줄이야...... 자네가 아니었으면 몰랐을뻔 했네.] 현비대사는 이미 역근경을 몸소 연성하고 살아온 사람이므로 한자라도 구결에 대해 착오를 일으킬 리가 없었다. 백리운은 그 후로도 한참동안이나 계속 구결을 읽어주다가 현비대사의 표정에 변화가 없음을 보고는 내심 생각했다. (이 역근경의 구결은 이상이 없는 것인가 보군!) 백리운은 사실 자신이 역근경에 회의를 느끼고 있어서 그 진위여부를 가려보 고 싶었던 것이다. 그가 읽은 구결은 매우 긴 내용으로 그 정도가 맞다면 이것은 틀림이 없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백리운이 입을 다물자 현비대사는 만면에 감회어린 표정을 하고 다시 입을 열 었다. [자네같은 사람이 천축어를 그토록 능통하다니,이는 실로 부처님의 은덕일세] 백리운은 공손히 허리를 굽혔다. [고맙습니다.] 이어, 백리운은 현비대사를 주시하며 물었다. [헌데,대사님께서 저를 찾으신 것은 무슨 일 때문입니까?] 현비대사는 잠시 백리운을 내려다보며 다소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문득 다소 안색을 붉히며 대답했다. [실은......자네도 이미 들었는지 모르지만, 자네의 저번의 도움으로 우리는 백팔신마를 모조리 제거하고 강호의 위업을 이루었네.그래서......] 현비대사는 아주 양심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한순간이나마 백리운을 의심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고있는 모양 이었다. [그 대가라기는 좀 뭣하지만 지금 자네의 소원을 있다면 가능한 들어주고 싶 은 생각이네.] 그 말은 아마 현비대사의 단독적인 의견이 아니라 현자방장의 뜻인 것 같았 다. 허나, 백리운은 즉시 고개를 저었다. [저는 바라는 바가 달리 없습니다.] 아마 그 무명승을 만나지 않았다면 백리운의 심경에 지금쯤 다소의 변화가 생 겼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지금의 백리운의 마음은 지극히 고요하고 굳건했다. 그는 이미 그동안에도 많은 수련의 성취를 이룬 것이었다. 하지만, 상대인 현비대사는 그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정말인가?] 현비대사의 다시 묻는 표정은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백리운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처음에도 말씀드렸지만 다만 불법에만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그러다가 피로를 덜어준다고 적혀 있기에 역근경을 조금 배우는 것이지만......혹시 제 가 이것을 배우는 것은 잘못된 것은 아닙니까?] 현비대사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는 않네.원래가 불문의 무학이란 제자들의 심신이 허약해지지 않도록 보조적으로 가르치는 것이었는데 자네가 마침 배운다니 이는 매우 다행스런 일이거늘 왜 배우지 못하게 하겠는가,자네는 장경각 내부의 무공은 모두 배워 도 상관이 없네 그리고 원한다면 내가 다른 것을 몇가지 더 가져다줄 수도 있 지.그보다......] 사실, 현비대사로서는 백리운이 수상쩍은 짓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 던 것뿐이지 역근경 자체에는 별로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백리운은 아직 무공의 입문도 하지 않은 사람인데 역근경을 배워보았자 얼마 나 배우겠는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그가 다른 무공들을 배울수 있게 하는 것도 역시 그것을 모두 연성하기에 시 일이 많이 걸리는 불문의 무공들이기 때문이었다. 역근경은 처음에는 시작을 쉽게 할 수가 있지만, 소위 칠십이종의 절예라는 무공들은 대부분이 무공이 어떤 경지에 이르지 않 고는 배울 엄두조차 낼 수가 없는 것들이었다. 현비대사는 말을 길게 끌며 다시 말을 이어 물었다. [다시 한 번 묻겠는데,자네는 보다 좋은 대우를 받기를 바라지는 않는가?] 백리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저는 다만 지금의 생활이 무너지지 않기만 바랄 뿐 더 이상 바라는 바는 없 습니다.대사님의 성의는 고마울 뿐입니다.] 현비대사는 그 말에 나직한 불호성을 발했다. [아미타불,선재로고!무릇 탐욕이 없음은 불법의 기본인 것을......] 현비대사는 잠시 뭐라고 중얼거리며 불경을 외우더니,이윽고 다시 백리운을 향해 입을 열어 말했다. [앞으로 자네는 본각의 밖으로 나가고 싶으면 얼마든지 나가서 산책을 해도 좋네.다만,본사의 밖으로 나가려면 반드시 나나 장문사형의 허락을 받아야만 하네.] 이것은 백리운의 환경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음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사실, 소림사에서는 백리운을 그간 의심하고 있다가 이제 말끔히 그 의심이 가시자 그를 자연스럽게 풀어주려는 것이다. 백리운은 현비대사를 향해 공손히 답례했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그의 내심은 달랐다. 전이었으면 그는 산책을 하고 싶었겠지만,지금의 그의 심정은 오로지 이 안에 틀어박혀 책을 읽고 싶을 뿐 더 이상 하고 싶은 일은 없었다. 말하자면,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을 때에는 밖으로 나가고 싶었으나 정작 풀어주니 나가 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셈이었다. 현비대사는 잠시 그를 보다가 곧 몸을 날려 사라져 갔다. * * * 그 후로 백리운이 머물고 있는 장경각에는 더욱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현비대사도 한 번 다시 다녀간 이후에는 거의 찾지 않았고,가끔씩 불경책을 찾으러 올라오는 제자들을 제외하고는 백리운은 사람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한때 말이 많아지고 어수선해졌던 허경도 그 일이 지나고 나자 다시 무뚝뚝한 표정으로 변해서 그야말로 매일매일이 판에 박은 듯이 똑같아졌다. 백리운은 며칠에 한 번씩 서고를 전체적으로 청소하는 이외에는 거의 모든 시 간을 불경책을 읽는데에 소모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지극히 단조롭고 따분한 생활이었지만,백리운은 그야말로 독 서삼매경 가운데 시간의 흐름을 잊었다. 그런데, 대략 그로부터 한달쯤 지났을까? 느닷없이 그 무렵 외난은 없었지만 백리운의 내부로부터 일종의 기이한 재난 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가 연마하고 있는 심심풀이의 역근경 때문이었다. 원래, 소림사에서는 일단 그에 대한 의심을 풀게되자 굳이 다시 그를 거론하여 일을 귀찮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와 가까이 하지 않았고, 백리운은 나름대로 독서에 몰두하여 사실 문제가 일어나고 사건이 발생할 일 은 전혀 없어 보였는데 마는 느닷없이 들이닥친 것이었다. 백리운은 기실 처음에는 역근경을 다만 피로를 덜기 위해서 배워두려고 한 것 뿐이었다. 요즈음몰두하고 있는 불경서적들에 비하면 그러한 구결들은 그야말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거의 한달쯤 되는 때부터 백리운은 느닷없이 전신의 진기가 들끓어 오히려 독 서에 방해를 받게 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것은 아주 어처구니가 없는 사건이었다. 원래, 백리운은 제 일층의 구결대로 얼마를 하다가 이상하게도 진전이 매우 빨라서 불과 한달만에 제일층이 성취된 듯한 느낌이 들자 당황해졌다. 이것이 혹시 주화입마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소위 심마라고 하는 것은 그와 비슷한 증상을 수반하기 마련이었다. 어떤 때는 지나치게 빠른 성취의 모습을 보이기도하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으 며 지금은 정신이 분산되어 전신에 열기가 들끓는 등의 초기 증상이 보이는 것이다. 백리운의 증상은 바로 이와 아주 비슷했다. 그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내공의 연성을 중지했는데, 그 이후로는 체내의 진기가 급격하게 빨라지고 마음이 울렁거리며 전신이 뜨 거워져서 도무지 주체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백리운은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도무지 그 까닭을 알아낼 수가 없었다. 따라서, 혹시 이것은 그가 연공을 중단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증상이 아닐까 하고 생각 하여 마침내 제 이층의 수련을 시작했더니, 기이하게도 그 괴이한 증상은 즉시 가라앉았다. 백리운의 몸은 더욱 가벼워지고 정신력은 맑아졌으며 며칠밤을 새워도 거의 피로에 지치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너무나도 순조롭게 풀리자 백리운은 오히려 더욱 불안한 마음이 되었다. 정말 이런 식이라면 그는 계속 어쩔 수 없이 역근경의 내공을 빠르게 익혀가 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그것이 정상적으로 연성되는 것이라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하지만 이것이 결코 정상적인 것일 리가 없다는 데에 심각한 고민이 있었다. 대체 역근경을 익히다가 중단하면 잘못된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백리운은 자신이 이미 주화입마에 걸린 상태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것은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안개속을 끌려가다가 마침내는 독사의 굴 속으 로 빠져들게 되는 형상일 것이니 어찌 불안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다행히, 백리운은 이미 마음이 깊게 수습이 되어 거의 생사조차 마음에 두지않고 있었 기 때문에 그런대로 계속 불경을 읽어나갈 수가 있었다. 그는 자신이 이제 얼마살지 못한다고 생각을 하고는 거의 잠을 자지도 않고 책을 읽었으며 계속해서 깊은 명상속에서 살았다. 따라서, 그가 책을 읽어가는 속도는 과거보다도 거의 두배에 달해서 일년이 지나 이미 절반 가까이를 독파했으며, 책의 분량이 문제가 아니라,그의 마음도 깊은 깨달음의 가까이에 이르고 있었 다. 허나 그와 보조를 같이해서, 당시 그의 역근공의 내공도 이미 무려 칠팔층의 경지에 도달하여 맹위를 떨치 고 그의 내부에서 마치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었으며, 다시 일년이 지나자 백리운의 내부는 마치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역근경의 수련단계로는 벌써 십일층을 돌파한 것이었는데,이제 마지막 십이층 을 연마하려고 하니 왠지 전혀 되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바야흐로 주화입마의 증상이 나타나려는 조짐이 분명했다. 비록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백리운의 전신은 마치 용암처럼 뜨거운 기운이 터져나올 듯이 몸부림치고 사 방으로 돌아다니며 발작을 일으키기 일보직전이었다. 이때는 백리운이 겨우 장경각 안에 있는 불경들을 모두 완전히 독파해낸 이후 였다. 백리운은 그런 서적들을 보고 자신의 마음에 의문이 없어지자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사라져 마음은 매우 평온했다. 다만, 역근경의 잘못된 기운은 항상 그의 전신을 터뜨려 버릴 듯이 마구 무시무시한 고통속으로 그를 몰아넣으며 요동쳤기 때문에, 백리운은 내심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 이년여의 세월동안 몸도 많이 자랐지만 마음은 이미 어느 경지에 도달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 장경각의 내부는 그야말로 계절이 오가는 것이나 밤낮을 잊을 수 있게 했 고,극한으로 치달은 그의 체력은 모든 건강을 뒷받침했다. 백리운은 그런 세월을 보냈었다는 사실에 만족을 하며 자신의 이러한 최후를 달갑게 맞이하려고 결심했다. 그런데, 백리운이 마지막으로 모든 서적들을 정리하기 위해 책자들을 매만지던 중,갑 자기 그의 뇌리에 이러한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나의 이 병은 사실 무공으로 인해 비롯된 것이다.그렇다면 내가 무공에 대해 서 알게된다면 혹시 이러한 병을 고칠수가 있게 되지 않을까?) 그렇다! 백리운은 사실 그러한 생각을 좀더 일찍 했어야만 정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워낙에 불법에 대한 집념이 강하여 다른 것을 도외시하다 보니 전혀 그러한 생각을 떠올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불경서적들을 모두 독파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러한 생각을 하게된 것은 그에 게는 실로 당연한 일이었다. 그 이후로부터의 세월은 그야말로 지옥과도 같은 고통의 순간들이었다. 백리운은 스스로 자신이 빨리 그 엄청난 기운에 의해 터져버리지 않는 것이 매우 신기할 정도였다. 허나 기이하게도, 그가 서고내의 무공비급을 읽고 무공의 흐름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하자 그의 내부에서 요동치던 그 뜨거운 기운은 조금 잠잠해지는 것이었다. 아니, 그로부터 육개월이 지나자 백리운의 몸은 다시 전처럼 원상을 되찾게 되었다. 이는 대체 어찌된 일이었을까? 백리운 본인으로서는 생각하면 아찔하고도 우스운 일이었지만,이미 그는 그 이유에 대해서 훤하게 알아가고 있었다. 원래, 백리운은 무공에 대해서도 그야말로 문외한으로,그가 이러한 최상승의 내공심 법을 배운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그는 최소한 무공의 기초라도 알았거나 아니면 무공의 기본이 되어 있는 누군 가의 조언이라도 받아야만 했었다. 전혀 무공을 모르는 상황에서 단순히 어려운구결만을 따라서 연공을 진행시 키다보니 그와같은 부작용이 생긴 것은 당연했다. 만일 그가 그처럼 총명하지 않았고,또한 그의 신체가 매우 특별한 것이 아니 었다면 그는 십일층의 단계에 오르기도 전에 이미 요절났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죽지 않았기 때문에 소림사의 무공비급들을 볼 수가 있었고,이내 그 잘 못된 점들을 보완하게 되어 위기를 모면했던 것이다. 사실, 그가 탐독한 소림사의 무공비급들은 하나같이 불문최고의 정통을 자랑하는 정 종으로,그 기초에서 상승의 무예에 이르기까지, 천하에서 그 내용이 가장 완벽하게 갖추어진 곳이라고 볼 수가 있었다. 소림무예는 원래가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단계적으로 배워올라가는 특징을 지 니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 무예에 입문하는 백리운에게는 매우 적절한 것이었 다. 그러나, 과연 역근경의 성취속도가 그처럼 빨랐던 이유가 백리운이 무지했었기 때문이 었을까? 단연코 그것은 아니었다. 사실, 백리운은 나중에야 점차 그 원인을 알게 되었다. 원래 그는 전신에 무극신화의 기운이 잠재되어 있는 사람이었는데,역근경의 연공을 하게 되자 그 기운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발동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일반의 내공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는 것이었고,역근경의 최상승의 내 공으로만이 겨우 수습이 가능했던 것이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백리운은 자신의 잠재된 기운을 수습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역근 경을 모두 연성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주된 첫 번째의 이유였다. 두 번째의 이유라면 바로 백리운의 불법에 대해 깊은 깨달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역근경의 내공을 익히는데 거의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았고, 그리고 점차적으로 배가되는 시간적인 장애에 묶이지 않을 수가 있었다는 사 실이었다. 이어, 마지막으로 일조를 한 것은 그의 연공하는 마음자세였다. 그가 만일 내공을 연성하는일에 조금이라도 욕심을 품었었다면 결코 그토록 빠른 시간내에 성취할 수가 없었을 것이었지만, 다행히도 그는 불법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 연공에는 전혀 욕심이 없어서 그것 은 바로 역근경의 본래의 취지에 가장 잘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이렇게, 백리운은 불가사의할 정도로 전무후무한 속도로 역근경의 내공을 빠르게 십일 층까지 성취하였으며, 사상 유래가 없었을지도 모르는 십이층의 성취는 그가 무예에 대한 모든 이치 를 통달했을 때에야 가능했다. 원래, 역근경의 내공은 천하무예의 가장 핵심을 꿰뚫는 것이었는지라, 보통 사람은 평생을 걸려도 이루지 못하는 무예통달을 그는 불과 일년도 되지 않아서 단숨에 이룰수가 있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그로서는 생사와 관련된 문제라도 전심전력을 다했던 이유도 있었지만, 이것은 마치 어느날 갑자기 날개가 돋혀서 하늘을 날아갈 수가 있게 된 사람 이 그 날개의 도움으로 걷는 연습도 더욱 쉬워진 것이나 다름이 없어서, 겉으로 보기에는 불가사의하지만, 실상 내면을 따져서 볼 때에는 아주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결과라고 말할 수가 있는 것이었다. 초인적인 신체와 초인적인 총명함으로 무지로 인해 비롯된 주화입마를 완전히 치유하고 나서 다시 육개월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백리운은 소림사 역대에 걸쳐서 아직 칠층 이상을 터득한 사람이 없다고 했던 역근경을 십이층으로 완전히 대성했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도 그에 따르는 소림사의 칠십이종절예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통달 하게 되었다. 흔히 강호에 알려지고 있는 탄지신통이나 일지선,백보신권 따위의 칠십이종절 예는, 사실 지극히 난해하고 기일을 요하는 것이어서 역대의 기재들 중에서도 역시 열개 이상을 터득한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역근경에 통달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자연 그에 연결된 실용무 예인 칠십이종절예를 터득하기 어려웠을 뿐이었지, 이미 불문무예의 극한에 올라 있는 백리운에게는 아무런 장애가 없어서 연성 하기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아직 펼쳐보지는 못했지만 소림의 이러한 절정의 무예들은 이미 새로운 차원 의 알려지지 않은 무한한힘을 극도로 발휘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러 있었다. 하지만, 원래가 무예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백리운은 일단 자신의 역근경에 대해 안전 하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자, 무예를 펼쳐볼 생각은 하지 않고 이어 다시 불법의 공부에 방향을 돌리기 시 작했다. 일단 무예가 극한에 이르게 되자 그가 평소에 생활하는 능력 역시 크게 향상 되어 놀라운 진척을 나타냈다. 장경각내의 어마어마한 분량의 무공서적을 이미 독파한 백리운은 이어 불경들 도 모조리 독파하였고, 뒤이어 그 가운데에 끼어있는 잡학서적들에까지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바닷물이 강물들을 무수히 끌어들이는 것과 흡사한 광경 이었다. 백리운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서적들을 독파해내고 이어,마침내 본격적인 불도수행의 참선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때가 백리운이 소림사로 들어온지 삼년이 훨씬 지나서 계절은 울긋불긋한 단풍이 물드는 가을철의 일이었다. 전의 왜소하던 백리운의 신체는 극한의 무예로 인해 완전히 벌모세수가 되어 서 이미 헌칠하고 건장한 칠척장부가 되어 있었다. 비록 어린시절 심하게 화상을 입어서 일그러졌던 그 추악한 얼굴의 형상은 아 직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아마도, 느닷없이 일어난 이 기이한 사건이 없었다면 이 백리운이란 젊은 기재는 일생 동안 소림사의 장경각 안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았을런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 * 삼년여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 허경이라는 젊은 승려의 모습 역시 다소 변했으나,불도에 정진했기 때문인 지 그의 태도는 전날보다 더욱 무뚝뚝하게 변해있었다. 그는 거의 말이 없다가도 때로 할 말이 있으면 간단하게 몇마디를 늘어놓고 가곤 했었는데,왠지 오늘은 조금 달라보였다. 백리운은 이미 역근경의 내공이 정점에 이르러 계속 운기하지 않아도 체내의 진기가 필요한만큼 스스로 움직이는 단계에 있었기 때문에, 오늘도 며칠 전부터 시작한 참선을 계속하고 있던 상태였다. 그리고, 또한 이 허경은 다른 날보다도 오늘은 더욱 빨리 왔다. 그는 아침식사를 바닥에 늘어놓으면서 잠시 백리운의 표정을 살피더니 다소 비웃는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대는 정말 천하태평이군.아마 모르긴 몰라도 오늘쯤은 보따리를 싸야 할 걸?] #6225 안두헌 (myyaj ) [백상] 소림화상 제3권 제20장 07/14 06:22 265 line 제 20 장. 파문축출. 백리운은 느닷없는 그의 말에 가부좌를 풀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이 허경은 비록 간혹 쓸데없는 말을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거짓말은 별로 하 지 않는 사람이었다. 백리운이 다소 의아해진 것은 당연했다. 허경은 문득 야릇한 표정으로 웃더니 대답했다. [흐흐,난 자네와 같이 못생긴 사람이 그런 여자들과 한패가 되었을 줄은 정말 로 짐작도 하지 못했어!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런 마음이었을걸?] 갈수록 종잡을 수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백리운은 더 이상 묻지 않고 그저 묵묵히 허경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이런 경우에는 묻지 않고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허경의 대답을 유도해내는 데 있어서 주효하다는 것을 백리운은 이미 알고 있었다. 과연, 허경은 힐끗 백리운의 표정을 살피다가 싸늘하게 웃으며 다시 말했다. [자네는 아마 만화교라는 이름을 들어보았을 테지?] [......] -만화교, 백리운이 이 이름을 이미 잊어버렸을 리가 없는 일이었다. 허경의 말을 들어보건대 백리운은 직감적으로 그 만화교에서 오늘 아침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하고는 눈살을 가볍게 찌푸렸다. 애초에 그는 만화교의 도움을 받았으니 전혀 모른다고 잡아뗄수는 없는 일이 었다. 백리운은 물었다. [만화교가 어쨌다는 말이오?] 허경은 싸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난 뭐 만화교가 어떻다는 말이 아니라 거기에 소속되어 있는 일곱명의 말만한 아가씨들을 두고 하는 말이네.자네는 잡아떼지 않겠지?] 일곱명의 말만한 아가씨, 그것은 틀림없이 전날 백리운을 소림사에까지 배웅했던 칠선녀를 가리키는 것 이라고 백리운은 순간 알아차렸다. 그당시 모두 십사세였으니 지금은 십칠세의 어엿한 숙녀들이 되어 있을 것이 다. 백리운은 자신도 모르게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이 어떻게 되었다는 말이오?] 백리운이 묻자, 허경은 두 팔을 벌려 보이며 뒤로 물러났다. [내가 뭐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아마 자네를 처분할 사람은 바로 본사 의 장로들이지.나야 뭐 먼저 와서 알려주는 것 뿐이라구!] 이 허경은 삼년동안 식사를 날라주면서 어딘가 모르게 백리운에 대한 유감이 있었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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