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무공은 다른 사람들이 가까이 오는 것을 알 수 있음은 물론이고 이 마장 밖에서 나는 인기척도 그는 알 수 있었다. 그는 조금전에 내 공을 끌어올리고 온정성을 쏟아서 벽침청장(碧針淸掌)을 펼치느라고 다른데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보면서도 보지 않고 들으면서도 듣지 않는 상태에 놓여 다른 사람이 곁에 오는 것은 물론 산이 무너지고 해일이 인다고 해도 알아차릴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마천애에는 한번도 외부의 사람이 온 적이 없었다. 그는 갑자기 사람들이 나타난 것을 보자 결코 호의로 찾아온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자세히 보니 그들 가운데 비쩍 마른 한 사람과 한 명의 도인, 그리고 추악한 사내가 끼여 있었 다. 이들 세사람은 변량성 교외에서 대비노인을 포위 공격하던 자들이었 다. 그들 스스로 장락방의 인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들을 발견한 순간, 사연객은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어찌 되었든 간에 기척도 없이 이 마천애에 오른 것은 나를 무시하 는 것이며 나와 적이 돼도 좋다는 뜻일 게다. 그런데 나와 장락방은 아무 원한이 없다. 그들이 떼를 지어 이곳에 온 적은 무엇때문일까? 혹시 대비노인에게 대하듯 무력으로 나를 방에 가입시키려는 것일까?' 이와 같이 생각하면서 그는 그 세사람의 무공을 다시 한번 기억해 보 았다. '이들 세 사람의 무공은 이미 내가 본 바 있다. 나 혼자서도 그들 세 사람과 막상막하의 싸움을 벌일 수 있으니 그들이 두렵지 않다. 다만 다른 여섯 명의 재간이 어떤지 모르겠구나.' 다른 여섯 명은 하나같이 사십 세 이상의 사내들이었다. 보기에 적어 도 두 사람은 내공이 상당히 심후할 것 같았다. 사연객은 그들을 한번 살펴본 후 냉랭히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은 장락방의 친구들이 아니시오? 갑자기 이 마천애까지 찾 아온 데 대해서 이 사 아무개가 영접을 나가지 못했음을 양해하시오." 그는 고개를 똑바로 쳐들고 물었다. "그런데 이곳까지 찾아온 것은 무슨 분분할 일이 있어서인가요?" 그는 손을 마주잡아 보였다. 그들 아홉 사람은 일제히 포권을 하고 반례했다. 그들은 조금전 그가 벽침청장을 펼쳤을 때 그 놀라운 위력을 보았다. 그들은 그가 온 정성을 쏟고 있어서 자기들 아홉 사람이 이곳에 온 것을 보고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하고 사연객이 자기의 무공이 고강한 것을 믿고 여러 사람들을 안중에 두고 있지 않 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가 두 손을 맞잡고 포권을 하는 것을 보자 내공을 내쏟아 자기들을 해칠까봐 각자 암암리에 운기행공해서 전신의 요혈을 보호했 다. 운기행공을 하자 그들 중의 두 사람은 태양혈(太陽穴)이 불룩하게 솟 아 나왔고 어떤 사람은 옷자락이 풍선처럼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사연객은 단지 포권의 예를 차렸을 뿐이고 내공을 끌어올리지 는 않고 있었다. 사실 그는 조금전에 벽침청장을 펼치느라고 내공을 모두 소모해 버렸다. 따라서 악전고투를 치룬 직후의 사람처럼 기진맥 진해 있었다. 그의 내공은 이미 태반이 소멸되어 버리고 없었다. 이때 몸에 황삼(黃衫)을 걸친 노인이 입을 열었다. "불초 등 뭇형제들이 너무 당돌하게 찾아온 점을 부디 용서하십시 오." 사연객은 그 사람이 안색이 창백하고 말투에 전혀 힘이 없는 것을 보 고 마치 큰병을 앓고 난 사람같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그는 문득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어 놀라 부르짖듯 물었다. "귀하는 혹시 착수회춘(着手回春) 패(貝) 의원이 아니시오?" 그 사람은 바로 착수회춘 패해석(貝海石)이라는 사람이었다. 사연객 이 자기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을 보자 그는 약간 의기양양해져서 두 어 번 기침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과분하신 말씀입니다. 불초의 이름이야 귀하께서 입에 담을 만한 가 치가 없지요. 착수회춘이라는 별명도 사실 건방지기 짝이 없는 것이며 점잖은 분들은 속으로 비웃곤 하지요." 사연객은 정색을 하고 물었다. "평소 패 의원은 홀로 강호에서 활약을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언제부 터 장락방에 가입하시게 되었소?" 패해석은 말했다. "한 사람의 힘으로는 한정된 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폐방의 뭇형제들과 힘을 합하고 지략을 모아 함께 일을 하기로 했소이다. 그 렇게 하면 좀 더 수월하니까요." 그는 기침을 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사 선생, 우리들이 경박하게도 예고없이 찾아온 것을 큰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구려. 일이 없으면 삼보전(三寶殿)에 오르지 않는다고 우 리들은 급한 볼 일로 찾아 왔습니다. 사 선생께서는 수고스럽지만 저 희들이 폐방의 방주를 만날 수 있도록 그 분에게 인도해주시기 바랍니 다." 사연객은 의아하여 물었다. "귀방주는 어느 분이시오? 불초는 좀처럼 강호에 발걸음을 하지 않아 견문이 좁소. 귀방 방주의 대명도 모르고 있어 실례된 점이 많구려. 그러니 어떻게 그 분이 있는 곳으로 당신들을 인도한단 말이오?" 그 말이 떨어지자 아홉 명의 사람들은 얼굴에 불쾌한 빛을 드러냈다. 패해석은 왼손으로 코밑의 짧은 수염을 어루만지며 기침을 하더니 말 했다. "사 선생, 폐방의 석(石) 방주께서 귀하와 교분을 가지시고 동행하신 점을 볼 때 폐방의 아래위 모든 사람들은 사 선생을 귀빈처럼 받들어 야 하며 추후도 무례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되겠죠. 석 방주의 행위를 우리들 부하된 몸으로 감히 이러쿵 저러쿵 물어볼 수 없지만 사실은 폐방주께서 총타에서 떠나신지 너무 오래 되셨기 때문에 찾아뵙지 않 을 수 없었소이다." 그는 변명하듯 말을 이었다. "사실 폐방에서는 많은 처리할 일이 있습니다. 지금 눈 앞에 닥친 일 만 해도 두가지나 있습니다. 에헴!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소문을 듣 자마자 석방주를 찾아 이 마천애로 총총히 달려온 것입니다. 본래는 배첩을 올려 사 선생의 허락을 받고서 이 위로 오르려고 했지만 사태 가 긴박해서 여러 모로 실례된 점이 많았으니 널리 용서해 주십시오." 그는 다시 허리를 굽혔다. 사연객은 그의 말하는 어조가 매우 간곡한 것을 보고 이 아홉 명의 사람들이 무기를 가지고 있으나 별로 악의를 품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마도 무슨 오해를 하고 있나 보구나.' 이와 같은 생각에 그는 씨익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마천애에는 탁자와 의자도 없으니 귀빈을 소홀히 대접할 수밖에 없 구려. 이해하시고 편히들 앉으시오. 그런데 패 의원께서는 불초가 석 방주와 동행했다는 말을 누구에게 들으셨소?" 그는 여러 사람들을 돌아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귀방은 인재가 많고 호걸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는 만큼 석 방주는 매우 훌륭한 영웅 호걸임에 틀림이 없을 것 같구료. 불초와 같이 천하 를 떠돌아 다니는 사람이 어찌 석 방주와 교분을 가질 수 있었겠소? 허허허! 정말 웃습군." 패해석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형제들, 모두 앉아서 이야기합시다!" 그는 이 일행의 우두머리인 모양이었다. 그 말이 떨어지자 여덟 명은 사방에 주저앉았다. 어떤 사람은 바위 위에, 어떤 사람은 나무등걸에 앉았다. 패해석은 한 바위 위에 걸터 앉았는데 아홉 명은 여전히 사연객을 가 운데 두고 앉았다. 사연객은 속으로 화가 치밀었다. '너희들이 나를 포위하다니 정말 무례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나는 너희들의 석방주를 모를 뿐만 아니라 설사 알고 있다해도 이와 같이 위협을 한다면 절대로 말할 수 없다.' 그는 냉랭하게 웃으면서 하늘을 쳐다보며 뭇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 았다. 패해석은 속으로 생각했다. '나의 무림에서의 신분과 직위를 생각한다면 당신이 나에게 이와 같 이 오만하게 구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 그러나 이 사람의 무공이 뛰어 나고 수단이 악랄하다는 소문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장락방 은 이와 같은 사람에게 원한을 살 필요가 없고 방주의 얼굴을 보아서 한번 양보를 해야지.' 그는 겸손한 어조로 말했다. "사 선생, 이 일은 본래 폐방의 집안일이지만 어쩔 수 없이 귀하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외다. 사 선생께서 석 방주를 만나게 해준다면 우리 형제들은 다시 사 선생에게 사과를 드리겠소." 따라온 여덟 명은 한결같이 속으로 생각했다. '패 의원이 저토록 겸손한 태도를 짓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사연 객의 무공이 아무리 높다 해도 우리 아홉 사람이 힘을 합친다면 그를 두려워 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가 방주의 친구라면 감정 을 사서는 안되겠지?' 사연객은 냉랭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패 의원. 당신이 강호에서 명성을 떨친 호걸임을 알고 있소. 군자 일언은 중천금이라는 말이 있소. 당신은 내 말을 곧이 듣지 못하겠다 는 것이오?" 패해석은 그의 말투에 노기가 서려 있는 것을 느끼고 속으로 경각심 을 돋우었다. "황송하신 말씀이오." 사연객은 다시 말했다. "패 의원이 하는 말만 말이고 이 사연객의 말은 개가 짖는 소리로 들 리는 것이오? 나는 당신네들에게 석 방주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소. 그런데도 귀하는 믿지 않는군. 설마하니 당신은 성실한 군자이고 이 사 아무개는 거짓말만 하는 소인배란 말이오? 그렇지는 않겠지?" 패해석은 연신 기침을 하며 말했다. "에햄, 사 선생, 너무 지나친 말씀이외다. 이 형제는 사 선생을 평소 앙모해 온 터이외다. 그리고 폐방의 형제들도 사 선생을 존경하고 있 는데 어찌 그와 같은 말씀을 하시오?"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조금전 사 선생이 신공을 익히고 있는 것을 보았쏘. 지금은 한창 바 쁘니 우리들에게 폐방의 방주를 만나보게 할 여가가 없는 것 같군요. 뭇형제들이 각기 헤어져 찾아보도록 하겠소이다. 이 점을 사 선생은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연객은 대뜸 안색이 푸르락 붉으락해졌다. "패 의원은 이 사 아무개의 말을 믿지 않고 마천애에서 마음대로 행 동하겠다는 것이오?" 패해석은 고개를 흔들었다. "지나치신 말씀이외다. 말씀드리기 부끄럽습니다만 장락방의 방주님 이 실종되어 남에게 만나 뵙게 해달라고 간청을 했다는 소문이 강호에 퍼지면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게 될 것이외다. 우리들은 다만 찾아보려 는 것 뿐이니 사 선생께서는 너무 의심하지 마십시오."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마천애는 산이 험준하고 숲이 우거져 매우 고즈넉하고 조용한 곳이 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십중팔구 폐방의 석 방주가 모르고 이 마 천애로 올라온 모양입니다. 사 선생께서는 수도에 전념하시어 미처 유 의하지 못한 모양이지요."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그는 자기네들을 석방주에게 데려가지 않는 것 을 매우 무례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연객은 자기 나름대로 다시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마천애에 그들의 무슨 개떡같은 방주가 있을 턱이 없다. 이 작자 들은 무례하게도 방주를 찾는다는 구실을 내세워 기세등등하게 올라와 서 소란을 피우려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사아무개가 이 자들의 건방진 행동을 내버려 둔다면 강호에서 체면이 서지 않을 것이다.' 그는 지금 형세가 매우 불리하다고 생각했다. 패해석의 오행육합장 (五行六合掌)은 무림에서도 명성이 대단했다. 그 혼자라면 물론 마음에 둘 것이 없겠으나 다른 여덟 명의 고수를 합친다면 좀처럼 상대하기 어려웠다. 더군다나 장락방의 고수들 상당 수가 이미 마천애로 올라와 사방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기회를 보아 손을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그는 서북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놀란 빛을 띄웠다. 동시에 그는 입으로 어, 하는 소리를 냈다. 아홉 명의 장락방의 고수들도 그의 시선을 따라 눈길을 옮겼다. 사연객은 갑자기 몸을 움직여 미 향주의 곁으로 다가서더니 그의 허 리에 찬 장검을 뽑아 들려고 했다. 미 향주는 서북쪽으로 눈길을 돌렸다가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을 보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을 때 갑자기 바람이 휙, 이는 것을 느꼈다. 그는 즉시 사연객이 자기 앞으로 다가선 것을 알아차리고 오른 손을 재빨리 검자루로 가져갔다. 그의 솜씨는 사연객의 솜씨보다 빠른 것 같았다. 어느덧 미 향주는 검자루를 쥐게 되었고 쉭, 하는 소리와 함께 장검 을 뽑았다. 그러나 눈앞에 푸른 광채가 번쩍이는 순간, 미 향주는 옆 구리가 살짝 마비되는 것을 느끼고 곧이어 등뒤에 작렬하는 고통을 느 꼈다. 사연객의 왼손 식지가 이미 그의 혈도를 짚어버린 것이었으며 오른손 다섯 손가락으로 그의 등뒤를 움켜잡은 것이다. 원래 사연객이 서북쪽을 바라본 것이 바로 그들을 유인하려는 계책이 었던 것이다. 또 미향주의 검을 뽑으려는 것도 적을 유인하는 계획에 불과했다. 미 향주는 오로지 한마음으로 검자루를 쥐려고 했던 것이라 옆구리와 뒷등을 자연히 노출했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무공이 상대방보다 못하 다 해도 일초에 제압을 당하지는 않았으리라. 사연객은 과거 미 향주가 대비노인을 상대로 싸우던 것과 귀두도로 그 어린 거지의 머리칼을 자르던 광경을 보고 그의 검법이 매우 신랄 하다는 것을 알았다. 평소 검법이 빠른 사람들은 방어에 빈틈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그는 모험 삼아 한번 손을 썼던 것인데 아니나 다를까 성공을 하게 된 것이다. 이때 사연객은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미 향주. 실례하오." 미 향주는 노기를 얼굴에 가득 띄웠으나 몸을 꼼짝할 수가 없었다. 패해석은 아연해져 물었다. "사 선생,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오? 정말 우리들에게 폐방의 방주를 찾도록 허락하지 않겠다는 것이오?" 사연객은 싸늘히 말했다. "당신네들이 이 사 아무개를 죽이기는 그렇게 쉽지 않을걸? 적어도 몇 사람의 목숨을 바쳐야 할 것이오." 패해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들은 사 선생과 아무런 원한이 없는데 어찌 해를 입힐 마음을 품고 있겠소? 더군다나 사 선생의 탁월하신 무공을 잘 알고 있는 우리 들이 감히 어떻게 사 선생께 해를 입힐 마음을 품을 수 있겠소? 고통 을 자초할 뿐이 아니겠소?"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우리 미 형제를 놓아주시오." 사연객이 일 초에 미향주를 사로잡아 버리는 것을 보고 그는 속으로 여간 탄복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연객은 오른손으로 미 향주의 등뒤에 있는 대추혈(大椎穴)을 쥐고 있었다. 장력을 약간 내뻗기만 한다면 대뜸 그의 심맥을 끊어놓을 수 있는 상 태였다. 이와같은 상태에서 그는 넌즈시 말했다. "여러분들은 즉시 마천애에서 내려가 주시오. 그러면 이 사 아무개는 미 향주를 놓아주겠소!" 패해석은 말했다.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뭐 그리 어렵겠소? 오시에 내려간다면 신시에 다시 올라올 수 있을 것이오." 사연객은 안색을 굳히며 말했다. "패 의원, 당신이 굳이 이 사모를 귀찮게 하는 이유는 무엇이오?" 패해석은 말했다. "이유가 뭐냐구요?" 그와 같이 반문을 한 그는 자기네 사람을 한번 돌아본 후 다시 물었 다. "여러 형제들, 우리들은 왜 여기까지 왔소?" 그를 따라 산을 올라온 나머지 일곱 명은 일제히 대답했다. "우리들은 방주님을 뵙고자 하는 것이며 방주님을 맞아 총타로 데리 고 돌아가려는 것이지요!" 사연객은 노해 부르짖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당신네들의 방주를 내가 숨겼다는 것이오?" 패해석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그 가운데 사정은 우리로서는 방주님을 만나보기 전에는 그 누구도 함부로 추측할 수 없을 것이오." 그는 한 우람한 체구를 가진 중년의 사내를 향해 다시 말했다. "운(雲) 향주, 당신은 뭇형제들과 사방을 돌아보시오. 그리고 방주님 을 뵈옵거든 즉시 나에게 연락해 주시오." 그 운 향주는 오른손에 한쌍의 난은단극(爛銀短戟)을 쥐고 있었는데 패해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는 큰소리로 외쳤다. "여러분, 패선생께서는 명을 내리셨습니다. 우리들은 모두 방주님을 뵈러 갑시다!" 그러자 다른 여섯명이 일제히 외쳤다. "예!" 그들 일곱 명은 뒤로 몇걸음을 물러 서더니 몸을 돌려 숲에서 빠져 나갔다. 사연객은 상대방 한 사람을 제압했으나 장락방 뭇사람들이 조금도 미 향주의 안위를 마음에 두지 않고 자기들 마음대로 행동을 취할 뿐 아 니라 전혀 꺼리는 눈치가 없고 또 패해석 한사람은 옆에 놔두어 자기 를 감시 하는 것을 보고 재빨리 궁리를 했다. '그 소년이 현철령을 나에게 넘겨준 것이 강호를 발칵 뒤집어 놓았 다. 장락방에서 이 자들을 내보내 방주를 찾겠다는 구실로 그 소년을 사로잡아 가려는 것이 아닐까? 내가 기선을 제압당하면 그 소년은 반 드시 이 자들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장락방에 서는 나를 제압할 무서운 무기를 갖게 되는 셈이다. 흥! 이 사연객이 어떤 사람인데 너희들이 내 집까지 와서 소란피우는 것을 용납하겠는 가?' 일곱 명의 사람이 이 자리를 떠나갔으니 손을 써서 사람을 죽일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그는 왼손을 미향주의 허리 뒷쪽으로 가져가 내공을 내쏟았다. 이 일 초는 문승무위(文丞武尉)라는 것이었다. 즉, 미 향주의 몸뚱이를 무기 로 삼아 패해석에게 던진 것이었다. 그는 패해석의 내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패해석 이 중년 시절에 내상을 입고 몸에 삼 푼쯤 병을 지니게 된 후에 무공 이 크게 약화된 상태에 있었다. 이 사람은 오랫동안 병을 앓던 나머지 의원이 되다시피 했고, 그래서 패 의원이라는 아호를 얻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기실 그는 의원이 아 니었다. 하지만 무공은 여전히 매서웠다. 구년 전 기중삼살(冀中三煞)이 하룻밤 사이에 이백 리를 격하고 있는 세곳에서 각기 그에게 격살당하고 말았는데 이는 무림에서 커다란 소 동을 일으켰다. 사연객은 그가 연신 기침을 하는 소리를 듣고 그의 중기가 허약한 듯 싶었으나 추호도 소홀히 생각하지 않았으며 대뜸 가장 음흉하고 독랄 한 초식을 펼쳤던 것이었다. 패해석은 갑자기 그가 손을 쓰자 기침을 하며 말했다. "사 선생, 에헴! 에헴! 서로 얼굴을 붉힐 필요는 없지 않소?" 그는 두 손을 미 향주의 가슴을 향해 뻗쳐냈다. 그런데 별안간 그는 왼족 무릎을 꿇으면서 앞으로 내밀어 미향주의 아랫배를 슬쩍 걷어찼 다. 미 향주의 몸뚱아리는 그 힘에 패해석의 머리 위를 날아 패해석의 등 뒤로 떨어지게 되었고, 그의 두손은 사연객의 가슴팍을 후려치는 결과 가 되었다. 이 일초의 기묘한 변화는 견문이 넓은 사연객도 어떤 수법인지 알아 차리지 못했다. 깜짝 놀란 그는 손을 뻗쳐서 그의 장력을 맞받았다. 별안간 그는 자기의 두 손 손가락에 수천개의 가시와 같은 바늘이 찔 러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연객은 급히 내력을 돋우고 그의 장력과 맞서려고 했다. 그순간, 그는 가슴팍이 텅빈 듯한 느낌이 들었으며 전신의 내력을 끌어올릴 수 가 없었다. 뇌리에 전광석화와 같이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아차! 조금전 장법을 연마하느라고 내력을 거의 팔구 성이나 소모하 고 말았다. 그런데 어떻게 그와 진력을 겨룰 수 있겠는가?' 즉시 그는 두 손을 내려뜨리며 패해석의 아랫배를 후려치려고 했다. 패해석은 오른손을 내려뜨려 그의 초식을 막았다. 사연객은 두 소맷 자락을 벼락같이 휘둘렀다. 철수공(鐵手功)으로 그의 안면을 후려치려 고 한 것이다. 패해석은 속으로 생각했다. '기세가 등등하기는 하나 내력을 소모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아마도 속임수를 써서 나를 속이려 하는가 보다.'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는 비스듬히 몸을 날려 그의 소맷자락을 피하고 말았다. 마천거사는 무림에서 정말 쟁쟁한 인물이었다. 패해석은 조금전 그가 벽침청장이라는 장법을 연마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 장법이 절묘하기 이를 데 없었고 내력이 심후한 것이 결코 자기가 미칠 수 없다는 사실 을 깨달았던 것이다. 단지 방주가 실종되었기 때문에 꼭 찾아서 돌아 가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부득이 사연객과 손을 쓰게 되었지만 맞서 보니 생각보다 그의 내력이 평범하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는 상대방이 자기를 유인하려는 계책이라고 생각하며 조금도 상대방을 경시하지 않았다. 사연객은 두 소맷자락을 거두어들이더니 휙, 하는 소리와 더불어 소 맷자락이 부풀어서 되돌아오는 그 힘을 이용해서는 일 장 남짓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 바람을 몸을 돌린 그는 두 손을 마주 잡고 말했다. "이만 실례하오. 다음에 만납시다!" 그는 급히 몸을 날려 달려갔다. 그 기세는 빠르다 하겠으나 역시 여유가 있었으며 급히 설치는 기미 를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사연객은 잇달아 삼 초를 공격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자 오늘 운수 사납게도 강적이 엄습해 올 무렵에 자기의 내력이 쇠잔하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즉시 몸을 빼서 물러나기로 작정을 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는 패해석의 손아래 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부득이 마천애에서 물러서기는 했으나 상대방 아홉 사람이 포위공격 을 하는 마당에 열세를 무릅쓰고 상대방의 고수인 미 향주를 사로잡아 장락방의 기세를 꺾었으니 크게 자부할 만한 일이라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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