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객행(김용) - 15편 (15/82)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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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객행(김용) - 15편 (1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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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기와 뜨거운 기운이 서로 번갈아가면서 공격해 오는 고통을 그는 여러 차례에 걸쳐 겪은 바 있었다.
매번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그 기세가 엄청나고 지극히 고통스러워 정신을 잃곤 했던 것이다.
과거 몇번은 정신이 희미한 상태에서 그와 같은 한열기운(寒熱氣運) 이 발작을 일으키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정신이 맑은 상태에서 갑자기 발작을 일으킨 것이었다.
그는 그만 간담이 서늘해지고 말았다.
한 줄기의 뜨거운 기운과 한 줄기의 한기가 좌우 양쪽 아래 위에서 심장부위쪽으로 몰려들고 있었 다.
소년은 속으로 암담하게 부르짖었다. '이제 나는 죽었구나!' 과거 한열, 두 줄기의 기운은 아랫배에 모이지 않으면 등골에 모였었 다.
이번에는 심장이 있는 요해(要害)쪽으로 모여들고 있으니 감당할 길 이 없는 것이었다.
그러니 그로서는 도저히 살아날 가망이 없다고 속 으로 생각했다.
그는 사태가 매우 험악하다는 것을 느끼고 억지로 바둥거리며 몸을 일으켜 앉았다.
단정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는 운기조식을 하려고 했으나 아무리 해 도 두 발을 움츠릴 수가 없었다.
난감하기 이를 데 없을 때 갑자기 그의 뇌리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 다. '백부님도 과거에 이와같은 무공을 연마할 때 이런 고생을 겪었을까? 두 마리 참새를 손바닥에 놓고 날아가지 못하게하는 것은 사실 크게 재미있는 일은 못되었다.
진작 이럴 줄 알았더라면 이 재간을 익히지 않는 것인데.' 이 때 문밖에서 나직한 남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방주님께 알립니다.
속하 표첩당(豹捷堂)의 전비(展飛)가 기밀대사 (機密大事)를 알려드릴 것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소년은 뼈를 에이는 듯한 고통으로 인해 아무런 소리도 할 수 없었 다.
대답소리가 들리지 않자 잠시 후 창문이 가볍게 열리면서 사람의 그 림자가 번쩍했다.
곧이어 몸에 얼룩덜룩한 옷을 입은 사내가 소년은 앞에 모습을 드러 냈다.
그 사람은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러나 눈앞에 벌어진 일이 너무나 뜻밖이라 급히 두 걸음을 물러섰다.
지금 소년은 몸안으로는 한기와 열기가 교차하면서 심장과 폐 속으로 몰려들어 파동을 치고 있었다.
따라서 심장이 격렬하게 뛰고 있었으며 금방이라도 심장이 멈춰지면서 죽을 것 같은 느낌이 소년을 압도했다.
온몸은 고통으로 인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으나 정신은 이상 하리만큼 말짱했다.
그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표첩당 전비라고 밝힌 사내를 바라보았다.
전비는 소년이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나직이 말했다. "방주, 방주께서는 무공을 연마하다가 주화입마되어 몸을 제대로 움 직이지 못한다는데 지금은 좀 나았습니까?" 소년은 몸을 조금 움직여 보았으나 말은 하지 못했다.
전비는 얼굴에 기쁜 빛을 띄우고 다시 말했다. "방주, 아직 몸이 완쾌되지 않으셔서 제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군 요." 매우 나직한 말이었으나 옆방에 있던 시검은 그 소리를 듣고 소년의 방으로 들어왔다.
전비가 얼굴에 흉칙한 표정을 띄우고있는 것을 보고 시검은 놀라 부 르짖었다. "무엇하려는 거예요? 부르지도 않았는데 함부로 방주님의 방안에 뛰 어들다니! 어떤 죄를 지었는가를 알고나 있어요?" 전비는 몸을 흔들하더니 갑자기 시검의 곁으로 다가왔다.
오른 팔굽 으로 그녀의 허리깨를 툭 치면서 오른손 손가락으로 그녀의 어깻죽지 에 일지를 가했다.
시검은 대뜸 혈도가 짚혀 비스듬히 의자 위에 쓰러져 꼼짝을 못했다.
전비는 외공(外功)의 조예가 깊었으며 폐혈법(閉穴法)에는 별로 조예 가 없었다.
따라서 그는 상대방의 수족을 못쓰게 할 수는 있어도 말을 못하게 할 만한 재간은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즉시 수건을 꺼내 그녀의 입을 틀 어막았다.
시검은 그만 초조해지고 말았다.
전비가 방주에게 불리한 행동을 하 려는 것을 깨달았으나 사람을 불러들일 수가 없는 형편이었던 것이다.
전비는 방주에 대해 꺼리는 바가 있어서 번쩍 손을 쳐들고 시검을 후 려칠 시늉을 해보이면서 시검에게 나직이 말했다. "나의 이 철사장(鐵沙掌)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일 장에 너와 같은 계 집애의 머리통을 박살낼 수 있다!" 그러면서 그는 휙, 하니 시검의 정수리를 후려치려는 시늉을 했다. '방주 녀석이 무공을 상실하지 않았다면 손을 쓸것이 뻔한 일이다.' 그런데 그의 손이 시검의 머리 위 반자쯤 되는 곳에 이르었을 때도 방주가 여전히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전비는 그것을 보고 속으로 기뻐하며 즉시 손을 거둬들이고 몸을 돌 려 소년을 향해 흉칙한 미소를 던졌다. "이 간악하고 음탕한 녀석같으니! 너는 한평생 너무나 많은 악행을 저질렀다.
오늘 나의 손에 죽어봐라!" 그는 두 걸음 침대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그는 다시 나직이 말했 다. "너는 지금 항거할 힘이 없다.
내가 손을 써서 너를 죽이는 것은 영 웅호걸의 행동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사실 나는 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
따라서 강호의 규칙이고 뭐고 따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는 소년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재차 말을 이었다. "네가 만약에 강호의 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더라면 나의 처를 유혹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년과 시검을 몸을 움직일 수는 없었으나 그의 말만은 똑똑히 들을 수가 있었다.
소년은 속으로 생각했다. '무엇 때문에 그는 나와 깊은 원한을 맺게 된 것일까? 그리고 내가 그의 처를 유혹했다니 무슨 말일까?' 시검은 시검대로 생각하는 바가 있었다. '도련님은 얼마나 많은 풍류의 빚을 졌는지 모른다.
그런데 오늘 결 국 그 보답을 받게 되는구나.
정말 저 사람은 도련님을 죽이고 말 것 같군.' 그만 당황하고 황급해진 그녀는 바둥거려 보았으나 손발이 시큰거릴 뿐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그녀가 몸을 약간 기울이는 바람에 그만 의자에서 쿵, 하니 땅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전비는 매섭게 말했다. "나의 처가 너에게 몸을 빼앗겼다! 너는 내가 알면서도 모른 척 눈을 감는 비겁한 놈인 줄 알고 있었겠지만 너를 어찌할 수 없어서 모른 척 하고 끓어오르는 화를 참았을뿐이었다.
그런데 하늘이 무심치 않아 너 와 같이 음탕한 도적이 오늘 끝내 나의 손아귀에 들어오게 만드셨구 나." 그러면서 그는 두 발을 약간 벌리고 서서는 공력을 오른팔에 돋우었 다.
그의 오른팔에서는 우두둑, 하는 소리가 났다.
그와 동시에 휙 하니 일장을 들어 소년의 가슴팍을 후려쳤다.
전비는 장락방 외오당(外五堂) 가운데 하나인 표첩당의 향주(香主)였 다.
그는 이십여 년간 철사장을 연마하였는지라 대단한 실력의 소유자였 다.
이 일장에 그는 십성(十成)의 공력을 돋우게 되었고 바로 소년의 두 젖가슴 사이에 있는 전중혈을 후려치게 되었다.
한데 그 순간 뚝, 하는 소리와 함께 전비의 오른팔이 부러지면서 그 의 몸뚱어리가 붕 떠서 곧장 뒤로 날아가 창틀을 부수고 밖으로 나가 떨어졌다.
동시에 그는 그만 숨이 꽉 막혀 정신을 잃고 말았다.
창문 밖은 화원이었다.
화원에는 순찰을 돌고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날밤 표첩당의 제자들 이 당직이 되어 순라를 돌고 있었다.
전비가 방주의 내실로 들어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의 부하들이 순 찰을 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가 창문을 꿰뚫고 밖으로 나 가떨어지는 바람에 순찰을 돌던 졸개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어 많은 제자들이 횃불을 켜들고 달려왔다.
그들은 전비가 꼼짝하 지 않고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강적이 방주의 방안으로 뛰 어든 것이라 생각한 나머지 급히 피리를 불어 위협을 알렸다.
동시에 그들 가운데 우두머리격인 한 사내가 칼을 뽑아 들고 창문으 로 고개를 들이밀고 방안을 살펴보았다.
방안은 칠흑과 같이 어두웠을뿐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재빨리 왼손의 횃불을 들어 비춰보았다.
그는 오른손의 칼로 자기의 앞을 보호한 채 방안을 들여다 보았다.
방주는 단정히 침대 위에 앉아 있고 침대 앞에는 한 여인이 쓰러져 있었는데 아마도 방주의 시녀인 것 같았다.
그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 다.
바로 이때 피리소리를 듣고 다른 제자들도 달려왔다.
호맹당(虎猛堂)의 향주 구산풍(邱山風)은 손에 철간(鐵杆)을 들고 큰 소리로 외쳤다. "방주, 별일 없으십니까?" 방주는 전신을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그러다가 별안간 확, 하니 선 혈을 구역구역 토해내었다.
그 선혈에는 자색 핏덩이가 섞여 있었는데 토해낸 피가 두어 대접은 될 것 같았다.
구산풍은 재빨리 한옆으로 몸을 날려서야 겨우 토해진 자색의 피를 피할 수 있었다.
그는 놀람과 의혹이 충만한 눈빛으로 방주를 쳐다보 았다.
이때 방주는 침대에서 내려서더니 땅바닥에 쓰러진 시녀를 일으켰다. "시검 누나, 혹시 그 자가 상처를 입히지 않았소?" 그는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 수건을 풀어주었다.
시검은 급히 숨 을 내쉬고는 말했다. "도련님, 혹시 상처를 입지는 않았어요? 지금 좀 어때요?" 그녀는 너무 놀란 나머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소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가 나에게 일 장을 후려친 덕분에 오히려 나는 온몸이 날아갈 것 같이 상쾌해졌소." 이때 문밖에서 요란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면서 다시 몇사람이 달려 들어왔다.
패해석과 미횡야 등이 재빠른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섰다.
어떤 신분이 낮은 사람들은 문밖에서 지키고 있었다.
패해석이 앞으 로 달려나와 소년에게 물었다. "방주, 자객이 방주님을 놀라게 하지는 않았습니까?" 소년은 망연히 말했다. "자객이라니? 무슨 자객? 나는 보지 못했는데?" 이때 방의 고수들이 전비를 깨워서는 방안으로 부축해 들어왔다.
전비는 장락방의 방규를 어겼을 뿐만 아니라 그야말로 가장 큰 죄를 저지른 반역자가 되었으니 혹독한 벌을 받게되리라고 생각했다.
종종 방규를 배반한 자에게는 옷을 발가벗기고 뒷산의 형태석(刑台 石)이라는 곳에 묶어 땅바닥의 벌레와 개미들이 물어뜯도록 만들고 하 늘 위의 독수리들이 쪼아먹도록 하곤 했다.
조금전 그는 전력을 기울려 방주를 일격에 죽이려고 했으나 오히려 그의 심후한 내력에 되퉁기어 오른팔이 부러졌을 뿐 아니라 내상까지 입게 된 것이었다.
그는 극심한 고통을 당하느니 한시 빨리 죽기만을 바랐다.
그는 암암리에 한 가닥 진기를 끌어올리고 형태석에 묶어 장 락천형(長樂天刑)을 받게 만들라는 방주의 명령이 떨어지기만 하면 즉 시 스스로 머리를 벽에 부딪쳐 죽을 각오를 하고 있었다.
이때 패해석이 다시 물었다. "자객은 창문으로 뛰어든 것이었습니까?" 소년은 망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모든 것이 아리송하기만 하오.
몸이 여간 괴롭지 않았고 심장 이 무척 세차게 뛰길래 이번에는 죽는구나 생각하고 있었을뿐이지 누 가 들어오는 기척도 듣지 못했소." 전비는 크게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는 정말 정신이 흐릿해서 내가 자기를 때린 것도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그러나 저 하녀는 내가 손을 쓴 것을 알고 있으니 모든 진상 을 털어놓겠지?' 아니나 다를까, 패해석은 시검의 허리깨와 어깻죽지를 주물러 주었 다.
운기행공해서 그녀의 혈도를 풀어준 것이다.
그런 연후에 패해석은 그녀에게 물었다. "누가 너의 혈도를 짚었지?" 시검은 전비를 가르키며 말했다. "바로 저 사람이예요." 패해석은 전비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전비는 냉소하며 몇마디 욕지거리를 한 후에 죽으려고했다.그런데 방 주가 갑자기 말했다. "내가, 내가 그렇게 하도록 시킨 것이오." 시검과 전비는 자기의 귀를 의심할 지경이었다.
두 사람은 멍하니 소 년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어떤 의도에서 그와 같은 말을 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소년은 모든 일에 대해서 깜깜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사태가 심각하 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에게 지극히 공손하게 구는 이 마당에 만약 전비 가 시검을 제압하고 자기에게 일장을 후려쳤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된 다면 전비에게 크게 불리하리라 생각하고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그는 물론 그에게 한번 도움을 주자는 생각이었지만 그 이유는 자기 로서도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는 속으로 어렴풋이 전비가 자기를 죽이려고 한 것은 어떤 원한과 분노에서 비롯된 행동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 당시 그의 체내에 한기와 열기가 서로 교차하여 그를 괴롭히고 있 을 때 마침 전비가 일장으로 전중혈을 후려쳐줌으로써 온몸이 시원해 진 것이었다.
원래 전비의 일장은 공교롭게도 전중혈을 후려치게 되었는데 전중혈 은 사람 몸에 있어서 기(氣)의 바다였다.
전비의 장력은 세찼을 뿐아니라 시각 또한 공교로워 그 일 장을 후려 침으로써 그의 팔음경맥과 팔양경맥으로 엄습하던 음양의 내공을 하나 로 뭉치게하고 수화(水火)가 융화하여 한기와 열기를 나룰 수 없게 한 것이었다.
따라서 그 당시 그의 내력은 갑자기 증강하게 되어 전비로 하여금 창 밖으로 퉁겨 나가도록 만들었던 것인데 소년은 그와 같은 사정을 전혀 모르고 다만 체내의 한기가 청량한 기운으로 변하고 사람을 불태울 것 같은 뜨거운 기운이 따사로운 기운으로 화해서 사지백해로 퍼지는 것 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곧이어 그는 온몸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꼈고 다시 잠시 후에는 청량 함과 온화함 감마저 느낄 수 있게 되면서 전신에 정력이 충만하게 되 어 소리를 지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호맹당의 향주 구산풍이 방안으로 들어서게 되었을 때 그는 체내에 쌓이고 쌓인 응어리진 피를 왁, 하니 토하게 되었고 대뜸 정신이 맑아 지게 되었는데 비단 체력이 왕성하게 되었을뿐만 아니라 머리의 반응 도 몇 배로 더 영민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패해석 등은 시검의 옷차림이 단정하지 못하고 머리카락이 흩뜨러졌 을 뿐 아니라 표정이 황급한 것을 보고 나름대로 짐작을 하고 있었다.
방주가 호색한인만큼 병이 약간 차도가 있자 사악한 생각을 품고 그 녀에게 못된 짓을 하려 했는데 마침 전비가 밖으로부터 순찰을 돌다가 방주의 부름을 받고 들어와 시검의 혈도를 짚은 것이라 생각한 것이었 다.
그러다가 전비가 어떻게 잘못하여 방주의 비위를 거슬리게 되고 그만 방주에 의해 창밖으로 내동댕이쳐졌는데 이는 십중팔구 전비가 시검의 옷자락을 벗기라는 명을 받고 우물쭈물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지레 짐작을 하였다.
전비의 무공이 방주보다 높은데 어째서 대뜸 창밖으로 나가떨어졌을 까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비가 일부러 그의 노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연극을 한 것이라 판단을 내렸다.
뭇사람들은 전비의 상처가 가볍지 않고 머리와 얼굴, 그리고 팔도 화 원에 있는 가시나무에 찔려 피로 물든 것을 보고 하나같이 동료의식에 서 동정을 금할 수가 없었다.
다만 방주의 앞이라 전비에게 위로의 말을 던지지 못했을 뿐이었다.
윗사람이 이와 같이 생각하니 다른 사람들이야 더욱 더 자객에 대해 서 물어볼 사람이 없게되었다.
호맹당 향주 구산풍은 자기가 방주의 흥취를 깨뜨리게 되었다고 판단 하자 전비가 당한 예도 있기 때문에 방주가 어쩌면 자기에게 즉시 얼 굴을 붉히고 꾸중을 내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즉시 허리를 굽히고 말했다. "방주님은 좀 쉬도록 하십시오.
속하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러자 나머지 사람들도 다투어 인사를 하며 물러갔다.
패해석은 방주의 안색이 이상한 것을 보고 그의 몸이 걱정되어서는 손을 내밀었다. "어디 방주의 맥박을 다시 한번 짚어보기로 합시다." 소년은 손을 내밀어 그가 자기의 맥을 짚는 것을 가만 내버려 두었 다.
패해석은 두개의 손가락을 소년의 완맥에 갖다대었다.
별안간 그는 팔이 흠칫해지면서 반쪽 몸뚱아리가 마비되었고 두 손가락도 튕기듯 소년의 완맥에서 떨어져 나왔다.
패해석은 깜짝 놀라고 말았으며 얼굴에 기쁜 빛을 띄우고 큰소리로 말했다. "방주,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절세의 신공을 끝내 연마하는데 성 공했군요." 소년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무슨 절세신공이란 말이오?" 패해석은 방주가 그와 같은 사실을 남이 알기를 원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고 더이상 그일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 "아! 속하가 터무니 없는 소리를 지껄였습니다.
방주님은 속하를 탓 하지 마십시오." 그는 약간 허리를 굽혀보이고 밖으로 나갔다.
삽시간에 군웅들이 물 러가게 되고 방안에는 소년을 제외하고 다시 전비와 시검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전비는 중상을 입고 있었으나 뭇사람들은 방주가 그를 어떻게 처치할 지 모르고 또한 방주의 명령이 없기 때문에 데려나가 치료해 줄 생각 을 못하고 그대로 그를 남겨둔 채 물러가고 만 것이었다.
전비는 고통에 이마에서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뭇사람들이 멀리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는 입술을 깨물며 부르짖었다. "나를 괴롭히고 싶다면 빨리 손을 쓰시오! 이 전가가 한마디라도 용 서를 비는 말을 한다면 사내가 아니오!" 소년은 의아하여 물었다. "내가 무엇때문에 당신을 괴롭히지? 음, 당신의 팔이 부러졌으니 이 어놓아야 되겠구료.
옛날 아황이 산기슭에서 구덩이로 떨어져 다리를 분지른 적이 었었는데 바로 내가 이어준 적이 있었소.
정말 그 아황은 가련했지." 소년은 어머니와 함께 황량한 산속에서 살면서 모든 일을 스스로 해 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어렸지만 채소를 가꾸고 사냥을 하며 밥짓는 것을 말할 것도 없고 집안을 청소하고 또 수리하고 하는 일에 환했다.
개, 아황이 다리가 부러지게 되었을 때 그는 나무토막을 주워다가 갖 다대고 묶어준 적이 있었는데 그결과 열흘도 되지 않아 아황의 다리가 낫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소년은 그와 같은 말을 하고 사방을 두리 번거렸다.
적당한 나무토막이 있는가 찾아보려는 것이었다.
시검은 의아스러운 음성으로 물었다. "도련님, 무엇을 찾으세요?" 소년은 여전히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폈다. "나무토막을 찾는 것이오." 시검은 갑자기 두 걸음 다가서며 무릎을 꿇고 말했따. "도련님, 제발 부탁이예요.
그를 용서해주세요.
도련님이 그의 처를 가로챘으니 그가 분노를 터뜨릴만도 하지 않겠어요? 그렇다고 해서 방 주님에게 해를 입힌 것도 아니니 죽이시려면 단 한칼에 죽여주시고 몽 둥이로 마구 때려서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죽도록 만들지는 마세요." 그녀는 원래 방주가 나무토막을 주어와 산 채로 전비를 쳐서 죽이려 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소년은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내가 그의 처를 속여서 가로채다니? 도대체 무슨 말이오? 그리고 또 내가 왜 그를 죽여야 하는 것이오? 사람이 사람을 죽일 수가 있소?" 그러다가 그는 침실에 나무막대기가 없는 것을 보고는 의자를 집어 들었다.
그는 힘주어 의자다리를 잡자 우지끈, 뚝, 하는 소리와 함께 의자다 리가 부리지고 말았다.
소년은 자기의 힘이 엄청나게 세어진 것은 모르고 중얼거렸다. "이 의자는 튼튼하지가 못한가 보구나.
이래가지고서야 사람이 앉았 다가 벌렁 나자빠지지 않겠나? 시검 누나, 왜 꿇어 앉아있으시오? 어 서 일어나시오." 그는 전비의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 "움직이지 마시오." 전비는 입으로 큰소리 치고 있었으나 방주가 단 한번에 의자다리를 분지르는 것을 보고, 또 자기가 일장을 후려쳤다가 퉁겨 창문밖으로 나가떨어진 것을 상기하고 방주의 공력이 웅후하기 이를 데 없다는 것 을 깨달았다.
그는 그만 전신을 와들와들 떨며 그의 손에 들린 의자다리를 바라보 며 생각했다. '그는 의자 다리로 나를 때리려는 것이 아닐 것이다.
어이쿠! 틀림 없이 저 의자다리를 입으로 집어넣겠지.
그리하여 목구멍에서 밥통에 이르도록 쑤셔 넣어서 나로 하여금 죽을 수도 없고 살 수도 없게 만들 겠지?' 장락방에는 본래 혹형(酷刑)이 무척 많았다.
그 가운데 한가지 형벌은 나무 막대기를 죄인의 입 속으로 집어 넣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목구멍으로부터 위장에 이르기까지 못을 박듯 해두는데 이 와 같은 벌을 받은 사람은 금방 죽는 것이 아니라 온갖 고초를 겪게 되는 것이다.
이 형벌은 개구소(開口笑)라고 하는데 전비는 바로 그와같은 혹형을 방주가 자기에게 내리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만 혼비백산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는 방주가 몸 가까이 이르자 돌연 죽을 각오를 하고 좌장(左掌)을 맹렬히 휘둘러 방주를 후려쳤다.
소년은 그가 자기를 해치려고 그러는 것인지도 모르고 황급히 말했 다. "움직이지 마시오." 소년은 전비의 왼쪽 손목을 잡았다.
전비는 그 순간, 자기의 반신이 시큰해지는 것을 느끼고 반항할 수조 차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소년은 부러진 의자 다리를 그의 팔 옆에 대고는 시검에게 말했다. "시감 누나, 띠 같은 것이 있으면 좀 묶어주도록 하시오." 시검은 크게 의아하여 물었다. "정말 그의 뼈를 이어주려고 그러는 거예요?" 소년은 웃으면서 말했다. "내 말이 거짓으로 들리오? 이렇게 아파서 고통을 참지 못하고 끙끙 거리는데 내가 장난을 치겠소?" 시검은 반신반의하면서 띠를 가지고 왔다.
그녀는 아무래도 이해가 가지않는지 소년을 힐끔 쳐다보고 전비의 부러진 팔에다 감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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