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객행(김용) - 37편 (37/82)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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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객행(김용) - 37편 (3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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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을대로 하시오! 내가 어째서 화를 내겠소?] 수아는 간드러진 음성으로 불렀다.
[커다란 송편!] 석파천은 대답했다.
[왜 그러오? 수아!] 수아는 크게 기뻐서 대답을 했다.
[저를 부르셨나요?]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고 웃었다.
마음속에 무어라고 형용할 수 없 는 흐뭇한 감정이 밀려왔다.
석파천은 다정히 제의했다.
[서 있기 피곤할테니 우리 앉아서 이야기하도록 합시다.] 두 사람은 나무 아래 나란히 앉았다.
어깨로 드리워진 수아의 길다 란 머리카락이 햇빛을 받고 반짝반짝 빛났다.
그녀의 오른쪽 머리카락은 바람결에 석파천의 가슴팍에서 살랑거리 고 있었다.
석파천은 그 머리카락을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었다.
수아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사 오라버니, 만약 제가 오라버니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저와 할머 니는 양자강의 물고기 밥이 되었을 거예요.
지금 이 시각의 행복도 누릴 수 없을 거예요.] 석파천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
[만약 수아를 태운 배가 마침 내가 탄 배를 스치고 지나가지 않았더 라면 나는 아마 이미 양자강의 강물속에 빠져 죽었을 것이오......] 그는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을 피력했다.
[이렇게 조용히 세월을 보내면 즐겁지 않겠소? 그런데 어째서 무공 을 배워 서로 죽고 죽이고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구료.] 수아는 차분하게 대꾸했다.
[무공은 반드시 배워야 해요.
이 세상에는 나쁜 사람이 너무나 많으 니까요.
오라버니가 그들을 때리지 않는다면 그들이 오라버니를 때리 려 할 거예요.
몇 대 맞는 것쯤은 상관이 없겠지만 죽음을 당하게 된 다면 너무나 억울한 노릇이 아니겠어요......] 이어 그녀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다시 말했다.
[사 오라버니,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들어 주시겠어요?] 석파천은 말했다.
[물론이오.
무슨 부탁인지 이야기만 하시오.
그럼 내 들어주리다.] 수아는 잠시 망서리다 말했다.
[할머니의 금오도법은 정말 무서워요.
내력이 고강한 사람이 그 도 법을 수련하게 된다면 당금 무림에서 좀처럼 적수를 찾아보기 힘들 거예요......] 그녀는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하지만 제가 걱정하는 것은 오라버니가 너무나 순진하다는 것이에 요.
강호의 사람들은 마음이 매우 간사하기 때문에 그들과 쓸데없는 원한을 맺게 되면 나쁜 사람들이 간계를 써서 오라버니를 해치려고 들 때 오라버니는 반드시 낭패한 꼴을 당하게 될 거예요.
따라서 사 오라버니는 될 수 있으면 원한을 사지 않도록 하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어요.] 석파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나를 위해 하는 말인데 내 어찌 당신의 말을 듣지 않겠소?] 수아는 얼굴에 발그레한 빛을 띄우고 말했다.
[이후 나의 말을 반드시 듣겠다고 하지 마세요.
그리고 사 오라버니 가 하는 말이라면 저 역시 반드시 따르겠지만 남의 앞에서는 비웃음 을 사지 않도록 해야 될 거예요.
그렇게 말했다가는 사내대장부의 기 개가 없다고 비웃음을 받게 될 거예요.] 그녀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천천히 말했다.
[할머니가 오라버니에게 가르쳐준 금오도법은 매우 악랄한 살수들인 데 앞으로 사람들과 손을 쓰게 될 때 반드시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고 살인을 하게 될 거예요.
그때 원한을 맺지 않으려한다 해도 부득이한 일이 될 거예요.] 석파천은 섬칫한 얼굴로 말했다.
[당신의 말이 옳소! 차라리 나는 이 도법을 배우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구료.
아무래도 할머니에게 다른 것으로 가르쳐 달라고 해야겠 소.] 수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금오파의 무공은 도법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어떠한 무공이든 반드 시 사람을 해치게 되고 살인을 하게 되는데 사람을 해치지 못하고 살 인을 할 수 없는 것이라면 무공이라 할 수도 없어요.] 그녀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석파천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오라버니가 남과 싸우게 되었을 때 용서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는 용서하는 아량을 베풀어 주었으면 해요.] 석파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은 용서하라는 그 말은 정말 훌륭하오.
수아, 당신은 정말 총명하구료.
그와 같이 좋은 말을 할 줄 알다니.] 수아는 미소를 지었다.
[제가 어찌 그토록 총명할 수 있겠어요? 그 말은 어느 시인이 쓴 시 구에요.] 석파천은 마른 침을 삼키며 물었다.
[그런 시가 있소?] 글을 모르는 그인지라 어리벙벙하기만 했다.
수아는 그를 한번 바라보았다.
그녀는 두 눈에 의아한 빛을 띄웠다.
그가 정말 모르는지 아니면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알 수 없 었다.
그녀는 일시 대답하지 못하고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기다가 천천히 입 을 열었다.
[상대방을 용서하려면 천하무적이 되어야 해요.
그렇지 않을 때는 상대방에게 목숨을 구해달라고 빌 수밖에 없는 것인데 비겁하게 빌 수는 없잖아요? 사 오라버니......사람을 용서해 주라는 것은 좋은 사람을 용서해 주라는 것이지 나쁜 사람을 용서해 주라는 것은 아니 에요.
오라버니가 마음이 착해서 살수를 펼치지 않는다면 상대방은 그 기회를 이용하여 암수를 써올지도 몰라요.
그렇게 된다면 오라버 니가 해를 입게 되는걸요.
오라버니, 저는 옛날에 어떤 사람이 절초 를 펼치는 것을 보았는데 매우 절묘했어요.
제가 한번 펼쳐 보이겠어 요.] 그녀는 석파천의 곁에 놓인 그 녹슨 칼을 들고 천천히 자세를 가다 듬었다.
그녀는 칼을 수평으로 들더니 앞으로 하 발짝 전진하며 칼날을 왼쪽 으로 베어냈다.
칼날이 왼쪽의 끝까지 가자 즉시 오른쪽으로 비스듬 히 올려 찍더니 홀연 위에서 밑으로 내리찍었다.
그 칼날이 지나가는 곳은 바로 그녀의 미간과 일치하고 있었다.
석파천은 그녀의 옷깃이 나풀거리고 자세가 아름다운데 정신이 팔렸 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 오는 동안 이처럼 아름다운 여인을 본 적이 없 어서 그녀의 도법을 보지 않고 멍하니 그녀의 멋들어진 자태를 바라 보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펼치는 도법의 순서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었 다.
수아는 녹슨 칼을 거둬들이고 뒤로 두 걸음 물러선 뒤 말했다.
[칼을 거둬들인 후 반드시 내력을 돋우고 좌우를 지켜서 적이 암습 을 가하지 못하도록 해야 해요.] 이때 석파천은 넋을 잃고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본 그녀는 자 기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하고 슬쩍 물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저의 그 일 초가 좋아요? 좋지 않아요?] 석파천은 더듬거렸다.
[그......그건......] 수아는 짐짓 화를 내며 말했다.
[알았어요.
오라버니는 금오파의 큰제자가 되더니 저의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초식은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있군요.] 석파천은 당황했다.
[미안하게 됐소.
나는 당신이 너무나 예뻐서 도법을 구경하는 것을 잊어버렸소.
수아 소저, 어디 한번 다시 펼쳐보시오.] 수아는 일부러 앙칼지게 말했다.
[펼치지 않겠어요.
왜 또 수아 소저라고 부르는 거예요?] 석파천은 자기의 손바닥으로 이마를 툭 치며 말했다.
[이것 정말 자꾸 까먹기만 하는군! 수아, 다시 한번 펼쳐보여주시 오.] 수아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좋아요.
다시 한번 펼치겠어요.
그러나 세 번까지 펼칠 기운이 없 으니 잘 기억하세요.] 그녀는 자세를 가다듬고 칼을 옆으로 밀면서 왼쪽으로 날았고 오른 쪽을 찌르는 것처럼 하면서 위로 쳐내어 아래로 내려찍고 칼을 안을 듯하면서 일 초를 다 펼쳤다.
이번에 석파천은 정신을 가다듬고 그녀의 손놀림과 보법(步法), 그 리고 칼이 휘둘러진 위치를 일일이 기억했다.
수아는 재차 그가 칼을 거둬들였을 때 적의 암습을 방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그는 녹슬은 칼을 받아 수아가 펼친대로 해보였다.
수아는 그가 정확하게 배운 것을 보고 속으로 매우 기뻐했다.
[오라버니, 정말 훌륭해요.
정말 총명해요.
이 일 초의 도법은 방고 측격(旁鼓側擊)이란 것인데 칼날이 이르는 곳에다가 내력을 쏟아내야 해요.] 석파천은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이 일 초는 정말 훌륭하오.
갑자기 왼쪽으로 뻗쳤다가 갑자기 오른 쪽으로 뻗치는가 하면 위로 뻗쳤다가 아래로 떨어지니 적이 반격할래 야 반격할 수가 없겠소.] 수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이 일 초의 오묘한 점은 사람을 용서하는데 있어요.
일단 무공을 겨루게 되었을 때 쌍방이 위태롭게 되고 패하게 되면 죽거나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이 상례예요.] 그녀는 빤히 석파천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오라버니가 상대방보다 실력 많이 뒤진다면 어쩔 수 없지만 상대방 과 실력이 비슷할 때면 막상 막하로 싸울 수가 있을 거예요.
이때 이 일 초 방고측격은 자기 몸을 보호하고 상대방에게 상처도 입히지 않 는 수법이에요.] 석파천은 그녀가 나무에 기대선 채 매우 힘겨워 하는 것을 보고 말 했다.
[피곤한가 보구료.
앉아서 쉬도록 하시오.] 수아는 천천히 무릎을 꿇고 앉아서는 물었다.
[저의 말을 들었어요?] 석파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었소.
이 일 초는 방고 뭐라 하더라......] 이번에 그는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것이 아니라 방고측격이라는 네 글 자가 운을 따진 숙어인지라 그 뜻을 몰라 제대로 설명하지를 못한 것 이었다.
수아는 그가 쩔쩔해며 초식의 이름을 대지 못하자 말했다.
[흥, 또 정신을 딴곳에 팔았군요.
고개를 돌리고 나를 바라보지도 말아요!] 이 한마디 말은 농담삼아 한 것인데 석파천은 정말 고개를 돌리고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수아는 웃으며 말했다.
[이것은 방고측격이라는 거예요.
오라버니, 무림인사들은 모두다 지 는 것을 싫어해요.
명성을 떨친 사람이 만약 오라버니에게 상처를 입 게 되었을 때는 별문제이지만 패하게 되었을 때는 자기 자신이 죽음 을 당한 것보다 더 괴로워하게 돼요.
따라서 무공을 겨루게 되었을 때 될 수 있는 한 상대방에게 여유를 남겨주어야해요......] 그녀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오라버니가 이기게 되었을 때 이와 같은 일 초를 펼쳐 보이세요.
동쪽으로 쳤다가 서쪽으로 찌르는 수법에 구경꾼은 눈이 부셔서 제대 로 칼날이 어디로 뻗쳤는지 갈피를 잡지 못할 거예요.
그러다가 오라 버니가 뒤로 두 걸음 물러서서 무기를 거둔다면 다른 사람이 볼 때 누가 이기고 졌는지 분간하지 못할 것이며 적에게 체면을 세워주는 결과를 낳게 되고 원한도 적게 맺게 되는 거예요......] 이어 그녀는 궁리를 하며 천천히 말했다.
[거기다가 오라버니가 (귀하의 검법이 절묘하니 불초가 탄복해마지 않소이다.
오늘 승부를 내지 못했으니 이로써 그만 덮어두기로 하고 서로 친구가 되어 사귀는 것이 어떻소이까?) 하는 식의 한마디를 하 게 된다면 상대방에서 오라버니가 일부러 양보한 것이고 또한 자기의 체면을 깎지 않았다는 데 감격하여 십중팔구 친구가 될 거예요.] 석파천은 그녀의 조리 있는 말에 탄복해 마지 않았다.
[수아는 나이도 어린데 어떻게 그토록 잘 알고 있소? 정말 그 방법 은 멋있을 것 같은데?] 수아는 웃으며 말했다.
[저의 이야기는 끝났어요.
이제 고개를 돌려 보세요.] 석파천은 고개를 돌려보니 그녀의 얼굴에 봄바람이 부는 듯 화사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석파천은 그 순간 자기의 가슴이 출렁이며 파동치는 것을 느꼈다.
수아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제가 알면 얼마나 알겠어요.
어른들이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또 말하는 것을 듣고 하니까 자연 알게 된 것 뿐이에요.] 석파천은 말했다.
[내가 다시 한번 펼쳐 보이겠소.
그러면 다시는 잊어먹지 않을 것이 오.] 그는 몸을 날리더니 녹슬은 칼을 쳐들고 방고측격을 두 번이나 펼쳐 보였다.
수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매우 훌륭해요.
조금도 잊지 않았군요.] 석파천은 싱글벙글하면서 그녀의 곁으로 가 앉았다.
[참, 제가 이 방고측격을 가르쳐주었다고 절대로 할머니께 말씀하지 마세요.] 석파천은 말했다.
[그렇게 하겠소.
할머니가 아시게 된다면 결코 기뻐하지는 않테니 까.] 수아는 정색을 하며 물었다.
[오라버니는 어째서 할머니가 기뻐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나 요?] 석파천은 말했다.
[그거야 금오파의 제자가 다른 문파의 무공을 배웠으니까 할머니가 좋아하지 않는 것도 당연하지 않겠소?] 수아는 빙그레 웃었다.
[호호호......금오파니? 할머니도 정말 어린애 같으시단 말이에요!] 석파천은 빙긋이 웃었다.
[정말 할머니는 어린애 같은 데가 있소.
정불사 할아버지가 벽라도 에 가서 쉬시라고 할 때 갔다오면 되는 것을 왜 하필이면 강물 속으 로 빠져 자살을 해야 하는지 그것이 바로......]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기껏해야 벽라도가 놀기 좋은 곳이 아니라는 것 뿐이지 큰 상관이 있는 일은 아니잖소? 내가 보기에 정불사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퍽 잘 대해주고 있는 것 같았소.
할머니가 계속 그에게 욕지거리를 퍼붓 는데도 그는 성질을 내지 않았소.
오히려 할머니가 그에게 매우 거칠 게 대들곤 했지요.] 수아는 미소지었다.
[제자가 사부님을 비난하다니, 제가 할머니에게 일러바치겠어요.
할 머니가 크게 화내실 거예요.] 석파천은 그녀가 하는 말을 듣고 약간 당황해서는 말했다.
[아니오.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않겠소.] 수아는 그가 당황해 하는 것을 보고 이렇게 얌전한 사람을 골리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석파천에게 방고측격이라는 일 초를 가르쳐 준 데는 그녀 나 름대로의 고충이 있었다.
그녀는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오라버니, 나에게 한 가지 약속해주세요.
다른 사람과 손을 쓸때 살인을 하지 않고 사람을 해치지도 않으며 상대방의 체면도 깍지 않 겠다고 말이에요.
오라버니가 약속을 해 주시면 고맙게 생각하겠어 요.
그리고 저는 보답할 길이 없어 먼저 이곳에서 큰절을 하여 사의 를 표하겠어요.] 그녀는 즉시 몸을 굽히고 큰절을 하려고 했다.
석파천은 깜짝 놀라 말했다.
[아니, 어째서 나에게 큰절을 하시는 게요?] 그는 다급한 김에 자기 자신 역시 큰절로써 반례했다.
이때 십 장 밖에서 여자의 노기 어린 음성이 들려왔다.
[쳇! 염체없는 것들! 당신은 다른 여자와 또 다시 천지교배(天地交 拜)의 예식을 올리는군요.] 바로 정당의 음성이 아닌가! 석파천은 깜짝 놀라고서 일어서며 부르짖었다.
[아이구, 띵땅이다!] 아니나 다를까, 정당이 숲 저쪽에서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고, 그 녀의 뒤로 정불삼이 따르고 있었다.
석파천은 두 사람을 발견하자 그만 혼비백산하고 말았다.
재빨리 그 는 허리를 굽히고 수아를 팔에 안고서 꽁지가 빠져라 하고 달아났다.
정불삼의 신법은 번개같이 빨랐다.
몇 번 몸을 날리지 않아 이미 석파천을 추월해 그의 앞길을 가로막 았다.
석파천은 어이쿠, 하는 비명을 지르면서 비스듬히 왼쪽으로 몸을 날 렸다.
그는 경공신법이 정불삼에 비하면 훨씬 뒤떨어지는 데다가 한 사람 을 안고 있으니 삽시간에 길이 막히곤 했다.
이 무렵 정당 역시 그의 등뒤로 쫓아오게 되었는데 석파천은 그녀의 손에 유엽도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을 보고 속으로 더욱 놀라마지 않 았다.
이때 정당이 노해 부르짖었다.
[그 계집년을 내려놓아! 내가 단칼에 그녀를 찔러 죽이고 말겠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두 사람은 끝장이니 그리 알아라!] 석파천은 깜짝 놀라 말했다.
[안 돼! 안 돼!] 정당은 휙, 하니 칼을 들어 수아의 머리통을 내려치려고 했다.
석파천은 깜짝 놀라 두 발로 땅을 차며 몸을 옆으로 날렸다.
그는 정당이 혹시나 수아를 죽이게 될까봐 자기도 모르게 기운을 쓰게 되 었는데 기운(氣運)은 신(神)과 융화되고, 그리하여 기운은 뜻(意)에 따라 생겨나게 되었다.
한 줄기 웅후한 내력이 발바닥에서부터 뻗어나오자 휙, 하니 그의 몸뚱이는 허공을 떠올랐다.
그의 몸은 제일 키가 큰 나무의 높이보다 더 높이 솟아올랐다.
그와 같이 높이 치솟게 되자 정불삼과 정당은 깜짝 놀라게 되었으며 석파천은 허공에서 큰소리로 비명을 내질렀다.
[어이쿠!] 이와 같은 상태에서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면 발목이 부러질 것이고 정당의 손에 수아가 죽음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 것이었 다.
이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때 그는 한 소나무 가지 위에 내려서 게 되었다.
당황한 그는 힘주어 그 나뭇가지를 발로 차려고 했다.
좀더 멀리 피 하자는 생각에서였다.
그 순간, 뚝 하는 소리와 함께 나뭇가지가 부러지면서 그의 몸뚱아 리는 앞으로 수 장을 퉁기듯 날아갔다.
나무를 스치는 바람소리가 휙휙 일며 그의 몸을 쏜살처럼 빠른 속도 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이때 품속의 수아는 말했다.
[아래로 떨어질 때 기운을 가볍게 쓰세요.
그리고 좀더 탄력있게 발 로 차도록......] 그녀의 한마디가 끝나기도 전에 석파천의 두 발이 다시 한 그루 소 나무가지 위로 떨어지게 되었다.
석파천은 그녀의 말대로 무릎을 슬쩍 구부려서는 약간의 공력을 거 두어들였다.
그 순간 그 나뭇가지가 출렁이면서 아래로 약간 굽혀졌으나 부러지 지는 않았고 오히려 그는 비스듬히 앞쪽으로 퉁겨날 수 있었다.
이번에 그는 더욱 더 멀리 그리고 더 높이 퉁겨지게 되었다.
정당의 욕지거리가 여전히 들려오기는 했으나 점차 그 소리가 멀어 져 가고 있었다.
석파천은 몸을 날렸다.
뛰어내렸다 하는 것이 매우 재미 있었다.
수아는 그의 품속에서 끊임없이 그에게 어떻게 기운을 쓸 것인가를 계속 일러주고 있었다.
원래 그는 내력이 심후한 사람인지라 경공신 법의 요령을 터득하게 되자 나뭇가지 위에서 마음대로 몸을 움직이게 되었다.
그야말로 다람쥐보다 더 날렵하게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석파천은 여간 기뻐하지 않았다.
[이 방법은 매우 좋구료.
이렇게 된다면 그들이 뒤쫓아 올 수 없을 것이오.] 숲이 거의 끝나려 하고 있었다.
갑자기 호통소리가 들려왔고 앞쪽에서 햇살을 받아 무엇이 번쩍하고 빛났다.
아마도 무기가 햇빛에 반사된 것 같았다.
석파천은 혀를 끌끌찼다.
[야단났군! 이쪽에도 사람이 있으니 이쪽으로 도망칠 수도 없겠군.] 그는 왼발로 나뭇가지를 가볍게 딛고는 사뿐히 뛰어내렸다.
수아가 말한 방법으로 진기를 돋우고 발끝을 아래로 해서는 뛰어내 렸더니 손에 사람을 안고 있는데도 가볍게 땅 위에 내려설 수 있었 다.
그는 한 그루의 커다란 소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살그머니 바깥쪽을 살폈다.
그 순간,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나무들이 드문드문 서 있는 곳 에 넓다란 빈터가 있었다.
그곳에서 두 사람이 한참 격렬히 싸우고 있는게 아닌가? 한 사람은 손에 장검을 든 백만검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맨손인 정 불사였다.
십여 명의 설산파 제자들이 각기 장검을 들고 주위에 드문드문서서 싸움을 관전하고 있었다.
정불사는 손에 무기를 들고 있지 않았으나 금(擒), 나(拿), 벽(劈), 타(打), 점(點), 착(搾), 구(勾), 조(操) 등 금나수법의 오묘한 비결 을 여지없이 구사하고 있어서 두 손이 한 쌍의 무서운 무기 못지 않 았다.
그는 백만검의 검이 찔러오는 것을 피하지 않고 종종 달려들어 맞섰 다.
석파천은 그들의 싸움에 온 정신을 쏟게 되었고 품안에 한 사람을 안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는 설산검법을 배운 적이 있었고, 정불사가 펼치고 있는 초식의 일 부분은 정불사가 그에게 가르쳐준 바가 있었다.
가르쳐주지 않은 부분도 이치는 마찬가지여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가 있었다.
두 사람의 고수가 격렬한 싸움을 하면서 펼치는 무공은 대부분 그가 배운 것이라 그는 자연 흥미있게 보게 되었던 것이다.
정불사는 서둘 러 공세를 가하고 있었다.
두 손은 칼날같이 날카로웠다.
이에 백만검은 수세에 몰리는 경향이 있었으나 그의 검법 역시 여간 아니었다.
그는 매우 침착하게 싸움을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간혹 가다가 그의 날카로운 검광이 번쩍였으나 곧 거두어지곤 했다.
그가 보기에 정불사가 이긴다는 것은 결코 수월한 노릇이 아니었고, 오히려 시간을 끌면은 백만검이 역전시킬 가능성이 없지 않아 있을 것 같이 생각되었다.
석파천이 이와 같은 상황을 헤아려 볼 때 정불사와 백만검은 이미 자기네들 마음속으로 짐작하는 바가 있었다.
정불사는 백만검의 부친인 위덕선생과 같은 배분의 사람이라 어른이 어찌 후배와 똑같이 병기를 사용하겠는가 하는 생각에서 맨손으로 그 의 장검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막상 싸우게 되었을 때 정불사는 속으로 그만 야단났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대방 초식의 신속함과 변화의 절묘함, 그리고 내력의 웅후함은 무 림의 일류고수의 일면을 엿보이게 했던 것이다.
과거 위덕 선생 백자재가 강호에서 명성을 크게 떨치게 되었을 때도 검법의 절묘함은 지금 백만검이 보여주는 정도에 불과할 것 같았다.
정불사는 내심 정신을 돋우고 날렵한 신법을 펼쳐서 검광속에서 이 리저리 몸을 날리고 있었다.
부득이한 경우에는 요행수를 써서 쌍방이 상처를 입는 방법을 취함 으로써 백만검의 매서운 검초를 움츠리게 만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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