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객행(김용) - 38편 (38/82)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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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객행(김용) - 38편 (3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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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검은 그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 항시 한 걸음 양보하고 맞 서지 않았다.
그는 승산이 있는 듯 여유만만했다.
두 사람의 진짜 실력을 두고 논할 때 역시 정불사가 한수 뛰어난 편 이었다.
그러나 그는 너무나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 기 허리에 금빛이 찬연한 구절연편을 두르고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았 다.
그렇기 때문에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 무기를 쳐들 수가 없는 것이 었다.
다시 이십여 초를 싸우게 되었을 때 백만검이 입을 열었다.
[정 사숙(師叔), 구절연편을 사용하십시오.
맨손으로 저를 이길 수 는 없을 것이외다.] 정불사는 노해 부르짖었다.
[개수작하지 마라.
어째서 내가 너를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냐? 어디 이 일 초를 시험해 보아라!] 그러면서 그는 왼손으로 원을 그리더니 오른손을 그 원의 한가운데 로 뻗쳐 냈다.
이 일 초는 매우 날카로웠다.
백만검은 그 일 초를 해소할 방법을 몰라 한 걸음 물러섰다.
정불사는 껄껄 소리내어 웃으면서 오른발로 땅바닥을 차고 몸을 왼 쪽으로 퉁기듯하면서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마치 그의 발밑에 용수철 같은 쇠붙이가 달린 듯 벼락같이 몸을 솟 구치더니 두 발로 허공에서 재빠르게 백만검을 걷어차 왔다.
백만검은 다시 한 걸음 물러서면서 검을 휘둘러 자기 안면을 보호했 다.
정불사는 별안간 외쪽에서 공격을 하는가 하면 또 오른쪽에서 공격 을 했다.
그러니까 절묘한 신법을 써서 전후 좌우에서 공격을 하는 것이었다.
석파천은 그와 같은 광경에 눈이 부실지경이었다.
별안간 찍, 하는 소리가 나면서 정불사의 왼쪽 바짓가랑이가 검에 찔려 구멍이 뚫렸다.
상처를 입힌 것은 아니었으나 상대방의 옷을 찢게 된 백만검은 검을 거두고 물러서며 말했다.
[양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고수의 대결에 있어서 이 일 초로 승패가 났다고 할 수 있었다.
정불사는 수치가 분노로 변하게 되어 호통을 내질렀다.
[누가 너에게 양보를 했단 말이냐? 이 일 초는 일시 너의 운이 좋았 기 때문이지 내가 양보한 것은 아니다.] 그는 역수행주(逆水行走)라는 일 초를 펼쳐 백만검에게 다시 달려들 어 공격했다.
백만검은 부득이 검으로 그를 맞아 싸우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방금 상대방의 바짓가랑이를 찢어 놓은 것은 운이 좋았던 것이 다.
백만검이 검을 뻗쳐내게 되었을 때 정불사가 발길질하게 되었는데 그 광경은 마치 자기의 바짓가랑이를 백만검의 검날에 갖다 대주는 꼴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되자 정불사의 기세가 약간 누그러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 고, 초식을 쓰면서 좀더 신중함을 기하게 되었다.
하지만 싸우면 싸 울수록 그는 열세에 몰리곤 했다.
설산파의 제자들은 이같은 광경을 보고 매우 득의양양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칭찬의 말을 던졌다.
[백 사형의 월색혼황(月色昏黃)이라는 아스라이 잡힐 듯하면서도 잡 히지 않는 일 초는 정말 설산검법의 진수를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 군.] 다른 한 사람이 말했다.
[정 나으리의 손발이 어지러운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데 백 사형이 만약 검에 사정을 두지 않았더라면 아마 상처를 입었을걸?] 한데 별안간 호통치는 소리가 들렸다.
[개수작 마라!] [개방귀 같은 소리!] 동시에 두 마디 호통소리가 떨어져 나온 것이었다.
한 마디는 정불사의 입에서 나온 것인데 그것은 예상할 수 있는 일 이라 별로 이상할 데가 없었다.
그런데 다른 한마디는 동북쪽에서 들 려온 것이었다.
뭇사람들은 의아하여 얼른 고개를 돌리게 되었다.
그 순간, 석파천이 가장 크게 놀라고 말았다.
동북쪽에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었는데 바로 정불삼과 정당이었던 것이다.
정불사는 부르짖었다.
[간섭하지 마오! 내가 남과 다투고 있는 이때 형이 왜 간섭을 하 오?] 그는 온 정신을 돋워 백만검과 손을 쓰고 있었으나 형제지간이라 정 불삼의 음성을 곧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정불삼은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아우의 무공이 최근 얼마나 증진되었는지 보고 있는 것이다.] 정불사는 크게 초조해진 듯했다.
지금 형세로써는 자기가 도저히 이길 수 없는데 어릴 적부터 내가 잘났느니 네가 잘났느니 다투어 왔던 형이 공교롭게 나타났으니 그로 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옆에 서 있으면 나의 심신만 흐트러 놓게 되오! 형과 이야기하느라 고 무슨 정신이 있어 남과 제대로 싸울 수 있겠소?] 정불삼은 웃으며 말했다.
[나와 이야기할 것 없다.
너는 싸움이나 하면 될 것이 아니냐?] 그는 정당에게 말했다.
[넷째 할아버지는 항시 자기의 무공이 천하무적이랍시고 거들먹거리 지만 이제 너는 크게 눈을 뜨고 자세히 보아라.
너의 넷째 할아버지 는 맨손으로 상대방의 검을 떨어뜨리고 무릎을 꿇고 빌게 하려는 것 이다.
으핫하하......] 그 웃음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고막이 윙윙거렸고 거북한 감을 느꼈 다.
정불사는 싸우면서 호통을 내질렀다.
[셋째 형, 무슨 도깨비 같은 웃음을 터뜨리고 있는 거요?] 정불삼은 말했다.
[너를 보고 웃는 것이다.] 정불사는 노해 부르짖었다.
[왜 나를 보고 웃소? 뭐가 우습단 말이오?] 정불삼은 태연하게 말했다.
[너는 한평생 호승심이 강하기로 유명하나 위험을 당하게 되었을 때 향상 이 형이 한번씩 도와주어야 했으니까 하는 말이다.] 정불사는 싸늘한 음성으로 부르짖었다.
[이 백가는 나의 후배외다.
그의 부친의 체면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일 장으로 쳐죽여 버리고 말았을 것인데 내가 무엇이 위급하다는 것 이오? 누가 형더러 도와달라고 했소? 형은 역시 술주전자나 들고 술 이나 마시는 것이 좋아......] 그는 갑자기 하던 말을 중단하고 부르짖었다.
[엇! 이 녀석 봐라.
사람이 한눈을 파는 순간을 이용해서 공격하다 니!] 그가 정신을 팔면서 정불삼과 이야기 하는 순간에 빈틈이 드러나게 되었고, 백만검은 대뜸 그의 외쪽 어깨에 시뻘건 피가 흘러내리는 상 처를 입히고 말았던 것이다.
정불삼과 정불사는 어릴 적부터 서로 다투어온 터이라 형이 형 같지 않고 동생이 동생 같지 않았다.
그러나 이때, 정불삼은 아우가 상처 입은 것을 보자.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이 녀석 봐라.
감히 이 정 셋째의 아우에게 상처를 입히다 니!] 그는 몸을 약간 낮추더니 휙, 하니 앞으로 쏘아지듯 나아가면서 손 을 뻗쳐 백만검의 등줄기를 움켜잡으려 들었다.
백만검은 전후에서 협공을 당하게 되었으나 조금도 마음을 흐트러뜨 리지 않았다.
그는 장검으로 정불사를 먼저 찔러 한 걸음 물러나게 한 이후 슬쩍 검을 그대로 돌려서는 정불삼을 비스듬히 베어갔다.
정불사는 놀라 부르짖었다.
[셋째 형 물러나! 누가 도와달랬소?] 정불삼은 태연히 말했다.
[누가 너를 도와? 이 정 셋째는 불공평한 싸움을 가장 못 보는 성미 이다.
나는 먼저 그의 검을 떨어뜨리고 그의 몸에서 피를 약간 쏟게 한 후 너와 공평한 대결을 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설산파의 제자들은 사형이 두 사람의 협공을 받게 되고, 정불삼이 바로 자기 동문을 죽인 원수인지라 함성을 지르며 우르르 달려들었 다.
정불삼은 호통을 내질렀다.
[이 녀석들이 돌았나! 살기가 싫어진 모양이군, 모조리 꺼져!] 그러나 그 순간, 검광이 번쩍이는 가운데 몇 자루 장검이 그의 앞으 로 디밀어졌다.
정불삼은 요리조리 피하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그래도 물러나지 않는다면 이 늙은이는 피를 보고 말테다!] 백만검은 자기의 사제들이 정불삼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사람을 죽이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사정을 두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는지라 재빨리 부르짖었다.
[모두 물러나게!] 설산파의 제자들은 사형의 호령에 거역할 수 없어 마지못해 뒤로 물 러났다.
정불삼은 몸이 땅딸막한 이만산(李萬山)이라는 설산파 제자에게 말 했다.
[너의 검을 이리 가져오너라.] 이만산은 노해 부르짖었다.
[좋소! 드리지요.]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으면서 그는 검을 휘둘러 정불삼의 아랫배를 찔러갔다.
정불삼은 왼손으로 질풍과 같이 앞으로 뻗쳐내더니 그의 오른쪽 손 목을 움켜잡고 가볍게 비틀었다.
그 순간, 그는 이미 이만산의 수중에서 장검을 빼앗게 되었다.
이만산이 그에게 순순히 장검을 건네어 준 것 같았다.
그런데 그와 같이 손을 살짝 비트는 바람에 이만산의 오른쪽 손목이 탈골이 되고 말았다.
곧이어 정불삼은 발길질을 하게 되었고, 이만산은 곤두박질치면서 저쪽으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나머지 설산파 제자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도우려 했으나 정불삼은 이미 손에 장검을 들고 검의 끝을 땅바닥에 대고 백만검과 정불사 두 사람의 주위를 빙글 돌았다.
그는 약 이 장 둘레의 원을 그리더니 몸을 바로 세우고 설산파의 제 자들에게 담담히 말했다.
[그 어느 누구든지 이 테두리 안으로 들어서기만 한다면 지옥에 떨 어질 줄 알아라.] 백만검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있었으나 마음속으로 여간 초조하지 않았다.
정불삼과 정불사 두 형제는 사람을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죽이는 사람들인데 두 사람이 만약 손을 합하게 된다면 자기들로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며칠 전 토지묘에서 석청 부부와 싸웠을 때보다 더욱더 위험한 고비 를 맞게 된 셈이었다.
정씨 형제는 석청 부부처럼 강호 도의를 지키지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렇게 때문에 설산파의 열 예닐곱 명이나 되는 제자들은 오늘 모조 리 이곳에서 죽게 될지고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같은 생각에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절묘한 검세를 펼쳐내지 않 을 수 없었다.
서둘러 정불사 한 사람이라도 먼저 죽여야겠다고 생각 한 것이다.
설산파의 십칠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목숨이 먼저 정불삼을 죽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정불사는 일 검을 찔리긴 했으나 요혈을 찔린 것이 아니어서 몸을 지탱해 낼 수 있었다.
백만검은 속전속결을 하려하자 검초가 매섭긴 했으나 정확함과 예리 함을 잃게 되고 오히려 전보다 더 못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정불사는 두 손을 빠르게 휘두르며 그 장검이 번뜩이고 있는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민첩하고 매섭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의 상처에서는 여전히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정불삼은 앞으로 나서며 부르짖었다.
[넷째, 잠깐 물러나라.
검상을 치료한 후에 다시 싸워도 늦지 않 다!] 정불사는 큰소리로 말했다.
[무슨 검상? 내가 언제 검상을 입었다고 그러는 것이오? 저 녀석의 무딘 검에 내가 상처를 입어?] 정불삼은 짖궂게 말했다.
[아니, 지금 피를 흘리고 있는 상처는 무엇이냐?] 정불사는 겸연쩍게 말했다.
[내가 기분내키는 대로 가려운 곳을 좀 심하게 긁었더니 피가 나는 것이오.
그런데 그게 뭐가 대단하다는 거요?] 정불삼은 그만 소리내어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백만검을 찔러 가며 외쳤다.
[백가야, 잘 들어가.
지금 나는 너와 일대 일로 싸우겠다.
우리 넷 째도 역시 너와 일대 일로 싸우는 것이다.
결코 우리 형제 두 사람이 손을 합해 너에게 협공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넷째는 나더러 손을 쓰지 말라는데 나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고, 내가 넷째에게 물러나라고 했는데도 역시 나의 말을 듣지 않았다.
너 는 나의 눈에 거슬리기 때문에 너의 버릇을 가르쳐 놓으려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너의 애비가 못마땅해서 너의 따귀를 몇 대 갈리려고 하 는 것이니 각기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는 껄껄 소리내어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남들에게 정씨 쌍웅 두 사람이 한 사람을 공격했다는 말 을 하지 말란 말이다.] 입으로 잔소리를 늘어 놓으면서 손은 조금도 여유를 두지 않고 움직 이고 있었다.
매섭기 이를 데 없는 초식들을 펼쳐내는 것이었다.
백만검은 혼자서 두 사람을 상대로 싸우게 된 데다가 말도 되지 않 는 정불삼의 억지에 대답할 겨를도 없었다.
본래 성격이 깐깐한 그는 남과 언쟁을 벌이거나 농담하기를 싫어했 다.
더군다나 지금 정씨 두 형제가 억지를 쓰고 있는 판이고, 천하에 보기드문 두 고수의 협공에 말할 여유도 없었다.
그는 오로지 정신을 엄밀한 수비에만 내쏟다가 간혹 틈을 보아서 반 격했을 뿐 한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다.
싸움이 고비에 이르게 되었을 때 정불삼의 장검과 그의 장검이 교차 했다.
그 순간 상대방의 내력이 맹렬한 기세로 뻗어 들어왔다.
그는 급히 내력을 돋우고 바깥쪽으로 검을 밀어냈다.
바로 이때, 그는 오른쪽 다리에 왼손으로 내려치는 정불사의 일격을 얻어맞게 되었다.
대뜸 뒤로 물러서며 두어 번 걸음을 휘청거렸다.
이때 설산파의 한 제자가 부르짖었다.
[우리 사형을 해치지 마시오!] 그는 검을 뻗쳐내어 도우려 들었다.
한데 그의 왼발이 정불삼이 그려놓은 테두리 안으로 한 걸음 내딛는 그 순간, 하얀 광채가 번쩍하고 빛났다.
[으아악!] 다음 순간, 장검이 그의 가슴팍을 꿰뚫고 있었다.
정불삼의 일검에 가슴이 꿰뚫려 죽음을 당한 것이었다.
두 명의 설산파 제자가 그와 같은 광경에 분노를 느끼고 장검을 휘 두르며 달려들었다.
정불삼은 한마디 크게 외치더니 허공으로 몸을 솟구쳤다.
그는 허공 에서 쏜살처럼 장검을 내려쳤다.
동시에 왼손도 밑으로 뻗쳐냈다.
검날이 이르는 곳에 한 명의 설산파 제자가 오른쪽에서부터 왼쪽 허 리께로 비스듬히 베어져 두 토막이 나고 말았고, 왼손으로 후려친 일 장에 다른 한 명의 설산파 제자는 골통이 빠개져서 죽었다.
삽시간에 그는 세 사람을 죽인 것이다.
석파천은 나무 뒤에서 이와 같은 광경을 보고 가슴이 서늘해졌으며 그만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별안간, 창창 하는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두 자루의 장검이 동시에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두 사람은 동시에 반토막이 난 단검을 상대방에게 던졌으며 제각기 고개를 숙이면서 몸을 움츠렸다.
두 토막의 단검이 두 사람의 머리를 스칠 듯하면서 지나쳐갔다.
두 사람의 행동은 번개같이 신속했고, 똑같이 구사일생으로 아슬아 슬한 순간을 맞았다가 벗어난 것이었다.
백만검은 오른쪽 다리에 상처를 입어 걸음이 불편하게 되었고, 거기 다가 무기마저 잃게 되자 그만 위기를 맞았다.
두 명의 설산파의 제자들은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죽음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사형이 두 마두에게 공격을 받아 죽는 것을 그냥 보고 있을 수만 없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검을 들고 테두리 안으로 뛰어들려고 했다.
이때, 정불삼은 부르짖었다.
[넷째, 네가 저자들을 물리쳐라.
오늘 나는 이미 세 사람을 죽였 다.] 정불사는 웃으며 말했다.
[핫하하......형도 나에게 부탁할 때가 있구료.] 그러면서 그는 몸을 돌리지도 않고 왼발을 뒤로 퉁기듯 걷어찼다.
당나귀가 사람에게 발길질을 하는 것과 흡사했다.
팍팍, 하는 소리 가 나자 달려오는 두 사람은 가슴팍에 발길질을 당하게 되어 일 장 밖으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비명소리 한마디 없이 꼼짝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대로 갈비뼈가 박살이 나서 죽어버린 모양이었다.
정씨 형제가 흉악한 기세로 손과 발을 함께 써서 맹렬한 공세를 백 만검에게 퍼붓고 있었으나 백만검은 한쪽 다리를 절면서 침착하게 응 수하고 있었다.
그는 한 걸음 두 걸음 그 이 장의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별안간 그는 나직이 신음소리를 뱉아냈다.
오른쪽 어깨를 다시 정불사의 일 장에 얻어맞게 되어 오른팔을 거의 쳐들 수가 없었다.
백만검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판국이었다.
석파천은 그와 같은 광경에 뜨거운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고 앞 뒤를 가리지 않고 크게 외쳤다.
[멈추시오.
당신네들은 백 대협을 죽여서는 안 되오!] 그는 수아를 땅바닥에 내려놓고 허리에 차고 있던 그 녹슬은 칼을 들고 큰소리로 다시 부르짖었다.
[더 이상 사람을 죽이지 마시오!] 수아는 땅에 놓여지다 대경실색하여 비명을 질렀다.
[앗!] 석파천은 총망 중에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수아! 미안해요.
미안해.] 다음 순간, 그는 자기의 실력을 가늠하지도 않고 몸을 날려 싸움의 테두리 안으로 뛰어들었다.
정불사는 여전히 고개도 돌리지 않고 뒤로 발길질을 해왔다.
석파천 은 오른발로 가볍게 땅을 차고 날렵하게 그의 머리 위를 건너 뛰어 그의 앞으로 내려섰다.
그가 펼친 것은 바로 조금전에 수아가 그에게 가르쳐준 경공신법이 었다.
정불사는 발길질이 빗나가게 되고 눈앞에 한 사람이 나타나자 어리 둥절해졌으나 곧 부르짖었다.
[송편, 알고보니 네 녀석이었구나!] 석파천은 공손히 말했다.
[예, 접니다.
할아버지, 넷째 할아버지, 그들은 이미......다섯 사 람이나 죽었으니 이만 손을 멈추시죠.] 그는 간절한 눈빛으로 정불삼을 바라보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정불삼은 세 명의 설산파의 제자를 죽였고, 그 시체들이 아직도 땅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의 발끝에는 그들의 피로 물들 여져 있어서 더욱 더 겁이 났다.
정불삼은 입을 열었다.
[이 어린 꼬마 백치야, 그날 배에서 도망을 치더니 겨우 이곳에와 숨어 있었느냐? 그런데 왜 또 이렇게 나서는 것이지?] 석파천은 말했다.
[나는 두 분 할아버지에게 원한을 적게 맺을수록 좋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자 나온 것이지요.
두 분이 이겼으니 저 사람들을 용서해 줄 때는 용서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용서하시지요.] 정불삼과 정불사는 서로 마주보며 껄껄 웃었다.
[하하하......] 정불사가 입을 열었다.
[셋째 형, 이 녀석은 어디서 몇 마디 개방귀 같은 소리를 듣고와서 우리들에게 충고를 한답시고 지껄이는지 참으로 가소롭기 짝이 없습 니다.] 석파천은 녹슨 칼을 살짝 움직여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어느 한 자 루의 장검을 백만검 쪽으로 튕겨주며 말했다.
[백 대협, 당신네 설산파의 사람들은 반드시 검을 사용해야 되지 않 소?] 백만검은 정씨 형제의 손아래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을 때 뜻 밖 에도 자기들이 잡으려고 벼르던 석중옥이 나타나서 자기를 도와 주리 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터라 마음이 여간 착잡하지 않았다.
그가 던져보낸 장검은 정불삼이 후려쳐 죽인 그의 사제의 검이었다.
백만검은 즉시 그 장검을 받았으며 우뚝 버티고 서서 정씨 형제를 노려 보았다.
검을 손에 들게 되자 새삼 기운이 솟아나게 된것이다.
정불삼은 그 광경을 보고 욕설을 퍼부었다.
[이 백치야, 저 백가로 말하면 바로 네 녀석을 잡아서 죽이려고 했 던 사람이 아니냐? 그 날 노부가 네 녀석을 도와 구해주지 않았더라 면 네 녀석의 목숨이 지금까지 붙어 있겠느냐?] 석파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할아버지, 저는 매우 고맙게 생각하지만, 그렇기 때문 에 저 역시 백 대협에게 사람을 용서할 수 있을 때 용서해 주라는 말 을 하려던 참입니다.] 정불사는 석파천이 배에서 자기를 엉덩방아 찧게 했던 사실을 들춰 내게 될까봐 일 장으로 그를 쳐 죽이고 싶었다.
그는 호통을 내질렀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네 녀석이 왜 나서서 간섭을 한단 말이냐?] 그러면서 일 장을 격출했다.
이번에 사 노파가 옆에 없으니까 그는 조금도 꺼릴 것이 없었다.
흑 운만천(黑雲滿天)이라는 이 일 초는 그가 석파천에게 가르쳐 주지 않 은 무공이었다.
백만검은 석중옥이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정불사의 날카로운 일 초에 격살당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는 검을 뻗쳐 노지횡사(老枝橫斜)라는 일 초를 펼쳐 비스듬히 찔 러갔다.
석파천은 녹슨 칼을 휘둘러 장자절지(長者折枝)라는 일 초를 펼쳐 정불사의 손을 내려치려고 했다.
정말 이상한 노릇이었다.
두 사람의 일 도 일 검의 초식은 본래 서로 상극하는 것이었으나 함 께 펼쳐지자 지극히 엄청난 위력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삽시간에 칼과 검은 정불사를 검영(劍影)과 도광(刀光)으로 뒤덮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정불삼은 다급한 소리로 부르짖었다.
[조심해!] 도광과 검세는 날카롭기 이를 데 없었다.
그가 도와주려고 했으나 맨손인지라 도검(刀劍)으로 이루어진 광망 (光芒) 안으로 뛰어들 수가 없었다.
정불사 역시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는 다급한 김에 그만 땅바닥에 몸을 데굴데굴 굴러 도광의 테두리 밖으로 간신히 물러나서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보니 상대방이 휘 두른 칼과 검의 옆으로 무수히 많은 하얀 털이 펄펄날리고 있었다.
그는 자기의 아랫턱을 만져 보았다.
아랫턱 턱수염이 한웅큼 잘려나 가고 없었다.
정불사는 놀람과 분노에 휩싸이게 되었고, 정불삼 역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백만검 역시 천만뜻밖이 아닐 수 없었다.
다만 석파천만이 자기의 그 일 초에 실린 내력의 웅후함과 도법의 절묘함이 당금 삼대 고수로 하여금 깜짝 놀라게 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었다.
정불삼은 아직도 얼떨떨한지 놀란 음성으로 외쳤다.
[좋다! 우리들도 무기를 사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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