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객행(김용) - 41편 (41/82)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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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객행(김용) - 41편 (4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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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한동안 먹기 시작한 후 다시 한모금의 술을 마시고 칭찬 을 아끼지 않았다.
[정말 맛 좋은 술이야!] 그들은 병마개를 막고 호로를 다시 허리에 찼다.
석파천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두 사람은 어째서 이토록 째째할까? 두 모금의 술을 마시고는 더 마시지 않다니, 정말 저 술은 그토록 귀한 것일까?] 그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뚱보에게 물었다.
[나으리, 그 호로의 술맛이 어떻소이까? 나도 몇 모금 맛을 보고 싶 구료.] 이 말은 술을 달라고 사정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얻어 먹겠다는 수작 이 분명했다.
뚱보는 고개를 흔들었다.
[안 돼, 안 돼.
이것은 술이 아니니 마실 수가 없다네.
우리들은 자 네의 멧돼지 다리를 먹었으니 잠시 후에 예물을 드리겠네.] 석파천은 웃으며 말했다.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방금 술이라고 말하지 않으셨소? 그리고 나 도 술향기를 맡았소.] 그는 이번에는 홀쭉이에게 물었다.
[이 분 나으리께서 차고 다니는 호로에 든 것은 틀림없이 술이 겠지 요?] 홀쭉이는 두 눈을 희번뜩거렸다.
[이것은 독약이야.
자네가 담이 있다면 마셔보게나.] 그는 호로를 풀어 땅바닥에 놓았다.
석파천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독약이라면 어째서 당신은 중독되지 않나요?] 그는 호로의 병마개를 뽑았다.
코에 향긋하기 그지없는 술향기가 스 며들었다.
뚱보는 안색이 약간 변해서 말했다.
[아니, 우리가 왜 멀쩡한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겠는가? 빨리 내려 놓게.] 그는 다섯 손가락을 뻗쳐 그의 오른손목을 움켜잡았다.
그의 손에 들린 호로를 빼앗으려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손가락이 석파천의 손목에 닿는 순간 갑자기 엄청난 힘이 되퉁겨오는 것을 느 꼈다.
그의 손가락이 어느덧 석파천의 손목에서 퉁겨나는 것이 아닌가.
그는 깜짝 놀라 탄성을 토했다.
[어, 알고보니 우리가 잘못 보았군.
그렇다면 어디 한번 마셔보게 나.] 석파천은 호로를 들고 꿀꺽하니 크게 한모금을 들이켰다.
(저 홀쭉이는 이 술을 매우 아껴서 많이 마시지도 못하는데, 내가 많이 마실 수야 없겠지.) 이와 같은 생각과 더불어 그는 병마개를 막고 말했다.
[감사하오이다.]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줄기 얼음과 같은 한기가 단전에서 끓어 올라왔다.
한기는 마치 한조각 얼음으로 이루어진 줄기처럼 삽시간에 그의 온 몸을 얼어붙일 듯이 퍼졌다.
그는 전신을 몇 번 부르르 떨었으며 이를 딱딱 마주치게 되었다.
정 말 불알이 오그라들 정도로 온몸이 떨려왔다.
그는 재빨리 내력을 돋우고 항거했다.
그제서야 그 얼음과 같은 한 줄기 차거운 기운이 점차 녹아났다.
그 기운이 녹게 되자 사지백해에 말할 수 없는 쾌적한 감이 찾아들 었다.
조금도 한기를 느낄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몸이 나른한 것이 두 둥실 허공으로 떠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는 큰소리로 칭찬을 했다.
[정말 좋은 술이군요!] 그는 참을 수 없어서 호로를 들고 병마개를 뽑고서 다시 한모금의 술을 들이켰다.
그리고 내력으로 그 얼음과 같이 차거운 한 줄기 기 운을 녹이자 취기가 더욱 도도해지면서 술기운에 의식마저 몽롱해졌 다.
[아, 정말 한번도 마셔본 적이 없는 맛 좋은 술이군요.
그러나 애석 하게도 이 술은 나무나 값비싼 것이라서 다 마시질 못하는 것이 유감 인데요.] 뚱보와 홀쭉이 두 사람은 똑같은 얼굴에 매우 의아한 표정을 지었 다.
뚱보가 입을 열었다.
[소형제, 정말 주량이 크다면 그 호로의 술을 다 마셔도 상관이 없 네.] 석파천은 웃으면서 말했다.
[정말인가요? 나으리께서 아까워하시지 않는다 하더라도 제가 미안 해서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홀쭉이가 뚱보를 바라보며 냉랭히 말했다.
[이 분 나으리의 호로에 든 독주는 맛이 더욱 좋지.
어디 시험해 보 시지 않겠는가?] 석파천은 뚱보를 바라보았다.
그 술을 맛볼 의도가 있음을 여실히 눈빛에 드러나 있었다.
뚱보는 한숨을 내쉬었다.
[젊은 나이에 그와 같이 훌륭한 내공을 지니고 무단히 목숨을 잃어 야 하다니 정말 애석한 노릇이군, 애석한 노릇이야.] 그러면서 그는 붉은 호로를 풀어서는 땅바닥에 놓았다.
석파천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두 사람은 정말 농담하기를 좋아하는군.
정말 독주라면 그들은 왜 마셔?)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는 붉은 호로를 들고 병마개를 뽑았다.
기이한 향기가 코에 스몄다.
그는 두 모금을 마셔보았다.
이번에는 한 뭉치의 뜨거운 불기운이 아랫쪽에서 타오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는 깜짝 놀라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아!] 그는 펄쩍 뛸 듯이 몸을 한 번 훌쩍 일으켰다가 공력을 끌어 올려서 는 그 한 무더기 뜨거운 불길과 같은 기운을 꺼버렸다.
[히야! 정말 대단히 독한 술이네요.] 이상하게도 뱃속이 열기가 가셔지자 전신이 다시 상쾌하기 이를 데 없는 느낌에 휩싸이는 것이 아닌가? 뚱보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자네는 내력이 그토록 강맹하니 이 두 호로병의 술을 일제히 마셔 보면 어떨까?] 석파천은 웃으며 말했다.
[나 혼자서 마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외다.
우리 세 사람이 오늘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고 하니, 서로 친구가 되어서 한 모금 의 술을 마시고 한 조각의 고기를 집어 먹어가면서 호로의 술을 돌려 마신다면 더욱 재미있지 않겠습니까?] 그는 뚱보에게 호로를 건네주며 말했다.
[나으리, 나으리 먼저 드시구료.] 뚱보는 웃으며 말했다.
[소형제가 나의 주량을 시험해 보려고 하다니, 목숨을 걸고서 대작 을 하지 않을 수 없군.] 그는 호로를 받아 한 모금의 술을 마시고는 다시 그 호로를 석파천 에게 건네주었다.
[자, 다시 마시게!] 석파천은 다시 한 모금의 술을 마시고 호로를 이번에는 비쩍 마른 사내에게 내밀었다.
[이 분 나으리께서도 한 모금 마셔 보시구료.] 비쩍 마른 사내는 안색이 변해서 말했다.
[나는 나의 술을 마시겠네.] 그는 남색 호로를 들고 한 모금의 술을 마셨다.
그리고 그는 그 호 로를 쓱 하니 석파천에게 내밀었다.
석파천은 서슴치 않고 그 호로를 받아 크게 한 모금을 마셨다.
그런 데 한 모금의 화끈한 술을 마시고 다시 얼음과 같이 차가운 술을 마 시게 되자 차거운 기운과 뜨거운 기운이 서로 교차되는 것이 기분이 퍽이나 좋았다.
그리고 보니 뚱보와 홀쭉이 두 사내가 두 눈을 커다 랗게 뜨고 자기를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대뜸 그들의 뜻을 짐작한 그는 겸연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미안합니다.
이번의 한 모금의 술은 너무 많이 마셨군요.] 홀쭉이는 냉랭히 말했다.
[자네가 호걸이 되고 싶다면 더욱더 많이 마시는 것이 좋지.] 석파천은 웃으면서 말했다.
[만약 이 술로써 흥을 돋우기에 모자란다면 우리들이 함께 저 고을 쪽으로 가서 술을 사 먹도록 하는 것이 어떻소이까? 나에게 은자도 있고 하니 한 항아리의 술을 사서 통쾌히 퍼마실 수 있을 것이외다.
하지만 이와 같은 맛좋은 술은 아마 가게에서는 살 수가 없을 겁니 다.] 그는 붉은 호로의 술을 다시 한 모금 마시고 뚱보에게 건네주었다.
뚱보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암암리에 공력을 운기하고서 다시 한 모금의 술을 마셨다.
석파천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꿀꺽꿀꺽 술을 들이키는 것을 보고 뚱 보는 더욱 놀라마지 않았다.
뚱보와 홀쭉이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으며 얼굴에 놀람과 의혹의 빛을 띄웠다.
두 사람은 절정의 무공을 지닌 고수들이었다.
그들 두 사람이 연마한 무공은 그 성향에 있어서 완전히 정반대였 다.
뚱보가 연마하는 무공은 강맹한 성질을 띠우는 것이고, 말라깽이는 음유한 성질을 띠우는 것이었다.
두 사람의 호로병에 담겨져 있는 것은 내공을 돋우는 약주였다.
붉은 호로병에 담겨져 있는 것은 창자를 화끈 달아오르게 하는, 아 주 독한 약주가 들어 있었는데 열화단(熱火丹)을 그 독한 술에 넣어 녹여 만든 술이었다.
남색 호로병에는 차가운 기운을 띠고 있는 약주를 담고 있었는데 구 구환(九九丸)을 타서 만든 술이었다.
열화단과 구구환에는 각기 적지 않은 영단(靈丹)과 묘약(妙藥)의 성 분이 들어 있었다.
구구환에는 구천구백 팔십일 종의 독초(毒草)가 들어 있었고, 열화 단에는 독물의 종류는 비교적 적었으나 학정홍(鶴頂紅), 공작담(孔雀 膽) 등의 극독이 들어 있었다.
이 약주를 만들기 위해 두 사람은 몇 해 동안 정성을 들여 약초를 채집했던 것이었다.
약성(藥性)이 너무나 맹렬해서 여느 사람들은 혓바닥에 몇 방울만 떨어뜨려도 목숨을 잃었다.
두 사람은 내공이 높은 데다가 독을 억누르는 약물을 복용했기 때문 에 잇달아 몇 모금을 마셔도 중독 현상을 일으키지 않았다.
만약에 뚱보가 잘못하여 파란 호로에 든 약주를 마시게 되거나 홀쭉 이가 붉은 호로에 든 약주를 마시게 된다면 즉시 절명케 되어 있었 다.
그러니 석파천이 그와 같이 마시고도 아무렇지 않은 것을 보고 어찌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두 사람은 견문이 넓었다.
천하의 무학 가운데 십의 칠팔을 터득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 다.
하지만 그들은 석파천이 순음(純陰)의 내공을 먼저 연마하고 그 이 후에 순양(純陽)의 내공을 연마한 사실을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는 데 이 음유하고도 강맹한 두 가지 내공은 본래 상극이었기 때문에 그 로 하여금 주화입마케 되어 죽을 뻔했던 상태까지 몰아 넣었던 것이 다.
공교로운 기연으로 두 가지 내공은 서로 상부상조하게 되어 한 덩어 리로 녹아나게 되었고, 그 결과 그의 공력을 크게 증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었다.
그후에 그는 대비노인에게서 얻은 나한복마공을 연마하게 되었고, 거기다가 정불삼의 약주로 음양의 두 가지 내공이 하나로 뭉칠 수 있 었다.
체내에서 음양이 서로 얽혀 돌아가니 자연히 사람을 화끈 달아오르 게 하거나 얼음처럼 얼어붙게 하는 독약에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었 다.
이때, 석파천은 두 사람이 가져온 맛좋은 술을 얻어마시기로 했으나 너무 마신 것 같아서 미안했다.
그는 다시 멧돼지 고기를 구워서 가장 맛좋은 부분을 두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는 연신 술마시기를 권했다.
두 사람은 석파천이 독주를 많이 마셔도 끄덕하지 않는 것을 보자 누구의 내공이 훌륭한지 대결해보자고 도전해 오는 것이라고 판단했 다.
두 사람은 패배를 시인하고 싶지 않아 억지로 한 모금씩 한 모금씩 술을 마시게 되었다.
그들은 석파천이 모르게 술 안에 든 독약을 억누를 수 있는 알약을 입안에 넣곤 했다.
두 사람은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석파천을 주시했다.
확실히 석파 천이 해약 같은 것을 먹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었다.
그들은 석파천이 훌륭한 신공을 지니고 있는 것이 틀림없는 것 같은 데 도대체 어느 문파에서 이와 같은 젊은 영웅이 나타난 것일까 하고 궁금하게 여겼다.
뚱보는 석파천이 한 모금의 술을 마시고 다시 붉은 호로를 자기에게 내밀자 손으로 받고서 입을 열었다.
[소형제, 내력이 그토록 훌륭하다니 탄복했네.
그런데 소형제의 존 성대명은 어떻게 되는가?] 석파천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는 정말 제가 가장 머리를 아파하는 일이외다.
사람들은 나를 보 고 석가라고 하지 않으면 이름을 묻곤 하는데 저는 석가도 아니고 이 름도 성도 없소이다......] 그는 슬쩍 뚱보를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뚱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젊은 녀석은 시치미를 떼고 있구나.
자기 이름을 대지 않으려는 것이 분명하다.) 그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소형제의 사부님은 어느 분이시며, 자네는 어느 문파의 제자인가?] 석파천은 담담하게 말했다.
[저의 사부님의 성이 사씨인데 노파이지요.
혹시 보셨을지도 모르겠 는데 그 어르신이 바로 금오파의 개산조사이시며 나는 바로 그녀의 큰제자이지요.] 뚱보와 홀쭉이는 그 말을 곧이 듣지 않았다.
(터무니 없는 소리! 천하 문파 가운데 우리들이 모르는 문파가 없는 데 어디서 금오파가 생겨? 사 노파라는 사람은 또 누구란 말인가? 저 녀석은 자기 기분내키는대로 얼버무리고 있구나.) 뚱보는 석파천이 그와 같은 말을 하는 동안에, 술을 마시지 않고 있 다가 석파천이 말을 끝내자 다시 호로를 디밀었다.
[알고보니 소형제는 금오파의 개산(開山) 대제자이셨군.
그러니까 그토록 훌륭한 내공을 지니고 있지.
자, 술을 마시게.] 석파천은 그가 술을 안 마시는 것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아마 말을 하느라고 잊은 모양이지.) 그는 재빨리 깨우쳐 주었다.
[당신은 아직도 술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뚱보는 얼굴을 붉혔다.
[그런가?] 그는 자기가 한 모금이라도 덜 먹으려고 했던 것이 들통이 나게 되 자 약간 성도 났지만 양심의 가책을 받았다.
사실 석파천은 호의로서 그가 한방울이라도 맛 좋은 술을 덜 마시게 될까봐 깨우쳐준 것에 불과했다.
뚱보는 먼저 마신 두 모금과 모두 여덟 모금의 약주를 마셨기 때문 에 이미 그 양이 지나쳐 있었다.
다시 먹었다가는 약물에 의해서 독이 제압된다 하더라도 몸에 큰 해 를 입을 판이었다.
그는 호로를 입가에 가져가 목을 젖히고 마시는 시늉을 했으나 입술 을 깨물고 호로의 술이 목안으로 흘러 넘어가지 않도록 했다.
뚱보의 그와 같은 수작을 홀쭉이가 어찌 모르겠는가? 그 역시 똑같 은 수법으로 호로의 술을 마신 척하고 자기의 남색 칠을 한 호로를 석파천에게 내밀었다.
이와 같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이에 팔할 정도 채워져 있던 약주 가운데 십중팔구는 석파천의 뱃속으로 흘러 들어가게 되었다.
원래 그의 주량은 큰 편이 못되었다.
다만 내력이 심후해서 견디어 내고 있는 것이었다.
이 독약은 그를 해쳐 죽일 수는 없었으나 술기운에 못이겨 점차 많 은 말을 하게 되었다.
수아니, 정당이니 하는 소리를 지껄이게 되었는데 뚱보와 홀쭉이는 전혀 알아듣지를 못했다.
홀쭉이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젊은이는 아마도 기이한 무공을 익히고서 우리 두 사람을 상대 하러 온 모양이다.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고 터무니없는 소리만 지껄 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정말 음흉하기 짝이 없다.
나중에 손을 쓰게 된다면 아마 우리 두 사람이 이 녀석의 손에 죽고 말 것이다.) 뚱보는 뚱보대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늘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이 녀석을 상대해도 이길 수 없으니 이 녀석의 내공은 정말 보기 드문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구나.
약기운 을 좀더 가해서 견디어내는지 알아 보아야겠다.) 그는 홀쭉이에게 눈짓을 했다.
홀쭉이는 그 뜻을 짐작하고 품속에서 한 알의 구구환을 꺼내 손바닥 에 숨겼다.
그는 석파천이 호로를 다시 디밀게 되었을 때 그는 술을 마시는 척 하고 또 그 호로에 묻은 침을 닦는 척하면서 살짝 하 알의 구구환을 넣었다.
그런 후에 호로를 흔들고 나서 찬탄을 아끼지 않았다.
[정말 맛좋은 술이군, 맛좋은 술이야!] 홀쭉이가 이렇게 수작을 부리고 있을 때 뚱보 역시 품속의 열화단을 한 알 꺼내 몰래 술에 타고 녹아나도록 흔들었다.
석파천은 호방한 두 친구를 만났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혼자 서 술과 고기를 먹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는 강호의 경험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술기운이 거나해진 나머 지 두 사람이 술에 약을 타는 짓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홀쭉이가 입을 열었다.
[소형제, 호로에 술이 얼마 남지 않았고, 또 소형제의 주량이 뛰어 나니 한숨에 마셔버리는 것이 어떤가?] 석파천은 웃으며 응했다.
[두 분이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행동을 하시니 저도 더 사양하지 않 겠소이다.] 그는 곧 호로를 들고 마시려 했다.
문득 그는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서 호로를 든 채 입을 열었다.
[한 가지 여쭈어볼 것이 있는데 괜찮겠습니까?] 뚱뚱이는 물었다.
[뭔가? 어서 말을 해보게.] 석파천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양자강 배에서 띵땅이 그러는데 남자와 여자가 서로 좋아하면 부부 로 맺어지고, 남자끼리 의기투합하게 되면 의형제를 맺는다고 합디 다......] 그는 술에 취해 몽롱한 눈을 떠서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두 분이 이렇게 나를 어여삐 보신 덕택으로 이 자리에서 두 병의 술을 우리 세 사람이 함께 다 마셨으니 우리 세 사람이 의형제를 맺 는 것이 어떻겠소이까?] 평소 같으면 엄두도 못낼 말을 술에 취한 김에 의형제를 맺자고 내 뱉은 것이었다.
뚱뚱이는 석파천이 반대의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손을 써오리라고 생각하고 먼저 약물로 그의 내공을 없앤 후 상대하려고 작정했다.
물론 광명정대하지 못한 행동이었지만 상대방 의 공력이 하도 심후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석파천이 술을 마시지 않을까봐 걱정이 되어 재빨리 대답을 했 다.
[좋구 말구.
다시 없이 좋은 일이지.
먼저 그 호로의 술이나 비우도 록 하게.] 석파천은 홀쭉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으리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홀쭉이는 기침을 했다.
[흥, 좋은 의견일세.
소형제가 그와 같은 생각을 했다니 하는 말인 데 사실 우리도 바라던 바일세.
어흠, 어흠!] 석파천은 정신이 몽롱하기만 했다.
승낙을 받은 그는 기분이 매우 좋아서 남색 호로의 술을 단숨에 들 이겼다.
이번에는 마셔도 먼저번처럼 그렇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춥지가 않았다.
뚱뚱이는 손벽을 치며 좋아했다.
[어, 훌륭한 주량이군.
정말 대단해! 자, 나의 호로에도 두어 모금 의 술이 남았으니 마저 마시게.
그리고 의형제를 맺잔 말일세.] 석파천은 호로를 받아들고 생각도 해보지 않고 그 호로의 술도 단숨 에 들이켰다.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본 후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술을 빚을 때 구구환이나 열화단 한 알로 여섯 호로의 술을 만들었고, 한 호로의 술을 한 달간 마셔야 할 뿐만 아니라 매일같이 운기행공하여 약기운을 서서히 해소시켜야만 별탈이 없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우리 두 사람의 일 년 분을 단숨에 들이키고 말았으 니......) 그들은 사람이라면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한 자리에 앉아서 일 년 분의 술을 다 마셨으니 아무리 내공이 고강 하다 해도 어떻게 견디겠느냐고 그들은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석파천은 갑자기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아이구! 배야! 야단났다......굉장히 아파오는데!] 그는 배를 얼싸안고 허리를 구부렸다.
뚱뚱이와 홀쭉이는 서로 쳐다 보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뚱뚱이는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배가 아프다고? 멧돼지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 체했나?] 석파천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게 아니외다......아이구, 야단났다!] 그는 벌떡 일 장이나 뛰어올랐다.
뚱뚱이와 홀쭉이도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석파천이 죽기 직전에 사력을 다한 일격을 가해 올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데 뜻밖에도 석파천은 휙, 하니 한 그루 커다란 나무를 향해 일 장을 후려치며 부르짖었다.
[아이구, 배가 아파 죽겠다!]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아 내력을 돋우어 뱃속의 약물을 해소시키려 고 했다.
그 구구환과 열화단의 독성은 엄청난 것이었다.
약기운이 퍼지기 시 작하자 고통에 의해 까무러칠 지경이었다.
전신이 부들부들 떨려왔 고, 손과 발에 경련이 일었다.
너무나 극심한 고통에 그는 다시 왼손 으로 일 장을 들어 그 나무를 격타했다.
그리고 나니 복통이 좀 나은 것 같았다.
이번에는 오른손으로 다시 일 장을 갈겼다.
그 커다란 나무가 마구 흔들거리며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석파천은 복통이 좀 나아진 것을 느꼈는데 그것도 잠시 뿐 이번에는 수많은 칼이 마구 뱃속을 후벼파는 것 같았다.
그는 버럭버럭 악을 쓰며 손과 발을 닥치는대로 휘둘렀다.
자연히 그 전에 배운 무공을 모조리 펼치게 되었다.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데다가 지금 창자가 찢어지는 듯한 아픔에 초 식이고 뭐고 띠질 겨를이 있을 턱이 없었다.
그저 후려치고 때리고 지랄발광하듯 손발을 마구 휘저은 것이다.
하지만 손짓 발짓에 공력 이 실려 있어 그 위력은 엄청난 것이었다.
차츰 그는 빨리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일 권, 일 장을 내지를 때마다 복통이 조금씩 가셔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뚱뚱이와 홀쭉이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한 걸음 두 걸 음 뒤로 물러섰다.
자기들이 갖고 다니던 술에 중독이 되어 죽게 되었을 때 공력이 흩 이지는데 그때엔 그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서 누구나 미친 호랑이처럼 날뛰다가 자연히 죽을 힘을 다하여 옆의 사람에게 덤벼들 게 마련이라는 것쯤은 그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석파천같이 공력이 심후한 고수가 죽을 힘을 다해 덤벼든다면 자기 들이 무슨 수로 감당하겠는가 하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이때 석파천이 펼치는 무공이 어떻게 보면 설산파 무공 같고, 어떻 게 보면 정씨 집안의 무공 같기도 해서 아리송하게 느껴졌다.
그들의 무공으로는 석파천의 그와 같은 초식은 전혀 눈에도 차지 않 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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