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소설) 하얀 짬뽕 - 6편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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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소설) 하얀 짬뽕 - 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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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요!~ 더러워서, 참 내!~”

고개를 돌려보니 204호 앞에 주인아줌마가 서있었고, 그 집 남자가 문을 손으로 잡고 반쯤 연 채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주인아줌마는 그 남자의 고함소리에도 묵묵히 듣기만 하고 있었다.

“그 까짓것 얼마나 된다고!~ 주면되잖아요!~ 원 룸이 여기밖에 없는 줄 알아!~~”

덩지도 크고 꼭 산 도적같이 생긴 남자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문을 쾅!~ 닫아버렸고, 아줌마는 한 참을 가만히 서 있다가 몸을 돌려서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러다가 나를 본 그녀가 조금 당황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아, 안녕하세요...”

상황이 묘해서 난 멋쩍게 인사를 했고, 그녀도 상기된 얼굴로 내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한 뒤 밑으로 내려갔다.
처음 계약하러 왔을 때부터 느낀 것이지만 주인여자는 곱게 나이를 먹은 것이 기품 있고 조신해보였다.
아담한 키에 동글동글한 얼굴이 탤런트 고두심을 꼭 빼닮았고, 분위기도 비슷했다.

근 3년을 살면서 한 번도 이런 상황을 본 적은 없었는데, 살다보니 별 꼴을 다보고 말았다.
나이 먹어서 이렇게 원룸 두 채를 갖고 사는 것도 편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빨래를 꺼내 들고 와 방 안에 널고 보니 좁은 방이 더 좁아보였다.
아무래도 다시, 빨래방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으로 출근해 원장실로 들어가니 정 원장이 유정 옆에 서서 컴퓨터를 보면서 대화를 나누다가 나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내가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소파에 앉자, 정 원장이 내 앞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장 선생, 커피?...”

유정은 나만 보면 커피를 타주고 싶은 모양인지 항상 물어봤다.
난 사실 원두커피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 집에서도 그냥 국산커피를 타서 마시는 정도였다.

“예, 좋죠...”

“나도 한 잔 마시자...!”

나와 정 원장이 말하자, 유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유정은 어제는 은색의 정장이었는데, 오늘은 검은 색 원피스를 입고, 허리에 굵은 혁대 같은 것을 해서 몸 매가 타이트하게 들어났고, 스타킹은 엷게 살이 비치는 흰색이었다.

“장 선생이 만든 주임들 휴가기획안 말이야, 그거 이달 내로 실행하기로 했네.
그동안 학교장이다, 의원들이다 뭐다 만나러 다니면서 강사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역시, 장 선생은 빈틈이 없구만...”

“강사들이 좋아하겠네요.
다행입니다, 원장님...참, 길 원장님은 잘 계시죠?”

유정이 커피 잔을 들고 와 정 원장과 내 앞에 내려 주었다.
그녀의 몸에선 묘한 향수냄새가 났는데, 그것 때문인지 다시 돌아서서 걸어가는 유정의 뒷모습이 너무나 섹시해보였다.
유정은 자기 잔에 커피를 담아 들고는 다시 걸어와 정 원장 옆에 앉았다.

“여보!~ 나랑 장 선생도 휴가 좀 주라...!...우리는 뭐 기계야?”

“허허, 이 사람도 참!~~”

“안 그래요, 장 선생?”

그러고 보니 난 지난 3년 간 한번도 학원을 벗어나본 적이 없었다.
금요일 까지만 일하고 주말에는 쉬었기 때문에 특별히 학원에 얽매여서 지낸 것이란 느낌은 없었지만 막상, 학원과 이 지역에서만 맴 돌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유정과 정 원장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정 원장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기존 주임들의 반란 사건도 겪었고, 또 홍대 근처의 어떤 대형미술학원의 원장부부가 외국여행을 나갔을 때, 그 학원의 강사가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 40여명을 데리고 나가 근처에다가 학원을 차린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일은 전국의 미술학원들도 모두 알았고, 각 학원의 원장들은 심한 충격을 받았다.
정 원장이야 내 덕분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만, 아직도 기존 주임들이 학원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정 원장은 학원에 자신이나 나, 둘 중 하나는 꼭 남기를 바랄 정도로 트라우마가 심했다.
유정도 그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체계를 잡은 지금은 조금 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장 선생도 휴가가고 싶어요?...”

“허이구!~ 이이도 참나!~ 아니 그럼 젊은 사람이 이런 시골에 처박혀 사는 게 답답하지 않겠어?”

잘 못하면 부부싸움이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기가 곤란했다.
정 원장은 유정을 살짝 흘겨보다가 한숨을 내 쉬고는 소파에 기대 팔짱을 꼈다.

“좋아, 이 달 안으로 장 선생과 당신 휴가도 해결하는 것으로 하자...
됐지?”

정 원장의 말에 유정이 보조개를 만들며 귀엽게 웃었고, 나도 미소를 지었다.
그런 유정을 보던 정 원장이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고 말았다.

주임강사들과의 회의 시간에 휴가 안건을 발표하자, 환호성을 지르며 난리가 벌어졌다.
그들은 이제 각자의 스케줄을 잡아 다음주부터 한 사람씩 3박 4일의 여행을 다녀올 것이었다.
물론, 장소는 각자가 정했고 모든 경비는 학원에서 부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장 먼저 휴가를 가야하는 것은 나로 결정되고 말았다.
강사들이 장소를 결정하는 시간이 짧다고 불평을 해서, 휴가에 대한 특별한 의식이 없는 내가 먼저 떠나는 것으로 강사들의 시간을 벌어 준 것이었다.

그나저나 오늘은 금요일이었다.
월요일부터 휴가니까 주말까지 합해서 근 일주일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지만 딱히 뭘 해야 좋을지 몰랐다.
외국 여행에 대한 동경도 없었기 때문에 긴 휴가기간 동안 뭘 해야 할지 막막했다.

8시부터 20분간의 휴식시간이 되자, 학원생들이 모두 개미떼처럼 학원을 몰려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녀석들은 한창때라 그런지 끊임없이 먹어댔다.
2년 전만해도 학원 근처엔 변변한 식당조차 없었고, 10층짜리 학원 빌딩 안에도 빈곳이 태반이어서 너무나 썰렁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학원빌딩엔 분식코너와 마트까지 들어와 있었고, 화방과 함께 서점도 있었다.
확실한 것은 잘 몰랐지만 정 원장은 지역유지들과 친분을 쌓더니 제 작년에 이 빌딩을 인수했고, 이런 식으로 학원을 꾸몄다.

나도 내 사무실에서 주임들이 올린 학생들의 상황을 체크하다가, 잠시 의자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이것저것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인터폰이 울렸다.

<장 선생님, 원장님 호출입니다.
학부형 상담이요!~>

“네, 알겠습니다!~”

정 원장이 혼자서 상담을 하면 되는데도 그는 상담할 때마다 자꾸 나를 자리에 끼게 했다.
유정이 학부형 상담을 질색해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자신이 없을 때 내가 이곳에 원장이라는 사실을 각인 기키기 위해서 그런 것 같았다.
원장실로가 그 안에 있는 상담실로 들어가니, 차림새가 고급스럽고 우아해 보이는 부부가 앉아서 정 원장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 부부의 옆에는 교복을 입고 있는 여자애가 앉아있었다.

난 인사를 하고 정 원장 옆에 앉았다.
정 원장에게 얘기를 듣고 보니 조금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상담 온 여학생은 현재 고3으로 자연계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생각만큼 점수가 잘 나오지 않자 미대 입시로 튼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목표대학은 서울대였고 최하가 홍대라고 했다.
입시 미술학원에서는 이런 어이없는 일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었다.

인문계나 자연계에서는 부족한 점수지만 예, 체능 계에서는 어마어마한 점수이기 때문에 합격하는 것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단순하게 결정을 하고 오는 학생들은 거의 백 프로 죽도 밥도 안 되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해보지 않던 것을 다른 학생들보다 늦었다는 생각에 ?기면서 준비해야하니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었고, 그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수능점수의 추락으로 이어졌다.

그러면 이런 학생들은 또 조급한 마음에 그림을 등한시하고 공부에 매달리면서 그림에 손을 놓는다.
그렇게 되면 그림은 진도가 나가지 않고 학생 스스로가 다른 학생들의 그림을 보면서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그러면 이런 학생은 학교에서는 그림 걱정을 하고, 미술학원에서는 수능 걱정을 하는 상황으로 진행되는데, 이렇게 되면 그림과 수능 모두 놓치게 되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림을 좋아해서 시작하는 학생들도 그 단순한 기술을 익히고, 수능까지 함께 준비해야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10년 전만해도 미대 입시생들의 성적이 평균적으로 나빴었지만, 요즘은 공부를 잘 하는 친구들도 고1때부터 미대입시를 준비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수능 성적이 높아졌고, 이런 식으로 입시를 치른다고 유리할 것이 없었다.

정 원장이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해하지 못해서 나는 그 동안 서울대를 간 학생들의 성적 데이터를 모니터에 띄웠다.
사실, 지금 이 여학생의 성적은 작년에 서울대 미대에 합격한 학생들보다도 나을 것이 없었다.
여학생의 학부형은 합격생들의 성적을 확인하고는 표정이 굳어져 버렸다.

“그럼...우리 애는 미대에 갈 수가 없는 건가요?”

참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4년 제 대학을 나온 부부였지만 자식의 문제여서 그런지 이성적인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미대에 갈 수 있느냐, 갈 수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여학생이 과연 그림을 좋아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대한 문제였다.
특히나 정 원장은 다른 원장들과는 다르게 이런 식으로 미대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싫어했고, 유정은 이런 학부형들 때문에 상담이라면 질색을 하고 있었다.
사실, 정 원장과 유정의 이런 면 때문에 난 두 사람을 좋아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미대에 갈 수 있느냐, 없느냐 보다는 우선, 자녀분이 왜 미대에 가야하는지를 먼저 생각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애가요...어려서부터 미술에 소질이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초등학교 때 실기대회에서 상도 많이 타고 했거든요.”

정 원장이 안타까운 마음에 말하자, 여학생의 엄마가 반박하듯 대답했다.
정말, 착각도 이런 착각이 없었다.
현재, 초등학교 중학교를 필두로 한 미술대회란 것은 미대입시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더군다나 그런 대회엔 학생이 다니는 학원의 강사들이 총 출동해서 거의 90프로 이상 손을 대주는 허접한 대회 아닌가? 한마디로 동네 축구와 월드컵 축구를 비교하는 것이었고, 초등학교 때 축구를 잘하다가 그만둔 학생이 월드컵 대표에 뽑힐 수 있다고 믿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정 원장이 난처한 얼굴로 나를 바라봐서 어쩔 수 없이 나도 한 마디를 했다.

“안타깝네요.
어릴 때의 재능을 좀 더 꾸준히 발전시켜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저기...다른 학원에서는 우리 애가 갈 수 있다던데요...?”

아무래도 이 부부는 우리학원에 오기 전에 다른 학원에서 상담을 받은 모양이었다.

“홍대하고...서울대를 보낼 수 있다고 했나요?”

정 원장이 당황해서 물었다.

“예...서울대, 홍대도 가능하고...이대는 충분하다고 했어요...”

기가 막혔다.
아무리 돈이 궁해도 해야 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이 있었다.
아무리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막장, 입시공화국이어도 어찌 이럴 수가 있는지 답답했다.
현재, 이 여학생은 홍대와 서울대는 불가능했고, 국민대나 건대등의 발상과 표현이라는 실기전형을 보는 디자인과는 가능성이 50프로 정도는 있었다.
발상과 표현이란 과목의 특성상 얻어걸리는 경우가 많아서 의외로 경력이 짧은 학생들이 합격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곤 했기 때문이었다.

“혹시...홍대 비 실기 전형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 예, 예...맞습니다.
우리 애는 성적이 높아서 그 쪽이 훨씬 유리하다더군요...예술학관과 뭔가...”

갈수록 첩첩산중이었다.

“2010학년도부터 홍대에서는 500명 정원 중, 17프로의 학생을 실기 없이 선발합니다.
물론, 말씀하신 예술학과는 비실기로 뽑고요...헌데, 죄송하지만 자녀분의 점수는 생각하시는 것보다 높지 않습니다.”

나는 서울 본원에서 비실기로 홍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성적과 지금 우리학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의 성적 데이터도 보여주었다.
부부는 내가 보여준 데이터를 보고 입을 다물었고, 여학생은 고개를 숙였다.
이런 상담을 할 때가 가장 기분이 더러웠다.
그렇다고 동종업계의 사람들을 욕 할 수도 없고, 학부형들은 이해시키기가 어렵고 해서 너무나 난처했다.

“죄송하지만 왜 서울대, 홍대, 이대만을 고집하시는 거죠? 요즘은 국민대를 필두로 해서 새롭게 디자인이 강한 건대 등의 학교도...”

“개나 소나 다 가는 대학에 가봐야 누가 알아주겠습니까?”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편이 말했다.
이제는 더 이상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이 부부는 그림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미술대학에 대한 아무 지식도 없는데다가 딸의 장래에 대해 너무 간섭하고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 사회는 부모들이 자식을 기다려 줄 수 없게끔 만들고 있었고, 교육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손쉽게 이용하면서 착취에 가까운 돈을 긁어 들이고 있었다.

사실, 보통의 학원에서는 무조건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 학생이 5월부터 다닌다면, 10월까지 5개월...200만원의 수강료를 낼 것이었고, 겨울 특강 비까지 하면 이 학생 한명으로 500만원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학생들의 비율도 꽤 높았기 때문에 이익집단인 학원이 포기할 필요가 없었다.
더군다나 이런 학생들은 떨어져봐야 스스로가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아쉬움에서 재수를 하며 그 학원에 또 다닐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학원으로서는 이중으로 좋은 일이니 이런 식으로 상담할 필요는 전혀 없는 일이었다.

나도 운영을 하는 입장에서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정 원장은 고지식한 사람이어서 그런 식으로 애들을 받지 않았다.
난 너무나 답답했지만 그런 정 원장과 유정이 좋았다.
그래서 이들과 함께 그렇게 고락을 마다하지 않았을 지도 몰랐다.

“갑시다...!”

여자가 남편의 큰소리에 당황해, 나와 정 원장을 번갈아 바라봤고, 딸을 보며 안절부절 했다.

“아니, 보낼 실력이 안 되면 안 된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되는 거지, 뭘 그리 구구절절 말이 많습니까? 학원이 여기밖에 없어요? 참 나, 그래봐야 시골 촌 동네에서 학원이나 하는 주제에...!”

“아니, 이이가 갑자기 왜 그래요?!...”

“내 말이 틀렸어?! 결국, 자기들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잖아! 당신들이 그러고도 선생이야!? 쓰레기 같은 자식들! 탈세나 해쳐먹고 사는 것들이...!”

남편이 인상을 구기며 말하다가 딸의 손을 잡아끌고 상담실을 나가버렸다.
여자는 그런 남편을 보다가 황망한 듯 정 원장과 나를 보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하더니 죄인처럼 상담실을 나갔다.

탈세를 해먹다니...
무슨 소리지? 나는 이곳에 내려올 때 정 원장과 유정에게 조건을 내세운 것이 탈세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서울 길 원장도 내 말 안 듣다가 걸려서 오히려 엄청난 세금을 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흔쾌히 승낙했고, 나도 매 달 장부를 확인했지만 탈세의 흔적은 없었다.
아무래도 이 학원에서 나간 황선생의 학원에서 저 부부가 상담을 받았고, 황선생이 상한 소리를 한 모양이었다.

오늘따라 이상한 꼴을 많이 보고 있었다.
낮에는 주인아줌마가 이런 비슷한 상황을 겪더니 밤에는 내가 당하고 있었다.

"씨발...! ...이 놈의 짓을 때려 치든가 해야지 원...!“

정 원장과 유정은 학원 일을 좋아하지 않았다.
디자인 회사를 하면서 빚진 돈을 갚느라 억지로 했던 것이 여기까지 온 것이었는데, 이제는 빚도 없고 또 이 빌딩도 자신들의 소유였기 때문인지, 두 사람 모두 전과 다르게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모양이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세상 참 만만한 일이 없었다.

정 원장과 나는 학원 옥상으로 올라가 담배를 피워 물었다.
나와 정 원장은 4개월 정도 담배를 끊었었는데, 요즘 들어 다시 피우고 있었다.

“자네 방법을 썼어야 하는 건가?...후우!~~ 이런 상담을 할 때마다 헛갈려...뭐가 옳은 일인지 말이야...”

상담한 학생을 대학에 보낼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각 미술 대학에서 어떠한 실기전형을 만들더라도 빈틈이 나기 마련이었다.
애초에 학생들의 재능을 보자는 시험이 아니라, 그냥 모두 형식적인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빈틈이 적어서 강사들이 틈새를 공략하기 어려운 실기전형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학교는 서울대와 한예종 뿐이었다.
바로 이런 문제 때문에 홍대에서 실기를 없앤다는 말이 나온 것이었지만 이것도 그렇게 좋아보이진 않았다.

실기비중을 없애면 학생부나 수능의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미대입시는 사라지고, 인문계나 자연계 입시 같은 흐름이 형성 될 것이었고, 미술학원에서 가져가던 이익이 수능 학원으로 옮겨가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만약, 홍대에서 미술 실기대회 입상실적까지 요구한다면 홍대를 지원하는 학생들은 3중고에 빠질 것이었다.

내게 합리적인 대안이 있는가라고 물어본다면 난 없다고 말 할 수밖에는 없었다.
한번도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해본적도 없고, 기존방식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은 더더군다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학교에서도 그렇고, 교수들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내가 왜 신경 써야 하는가? 난 그저 일개 미술학원의 강사일 뿐인데 말이다.

“장 선생...후우!~~~ 나 때문에 힘들지?...”

“아닙니다, 원장님.
별말씀을 요...”

“자네 맘 다 아네...내가 고지식해서 말이야...후우!~~”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 나도 담배 연기만 길게 빨아들였다.

“하하하!~ 나도 한 대만 주라!~”

유정이 옥상으로 올라오며 말했고, 정 원장은 그런 유정을 보다가 담배를 꺼내 주었다.
담배를 피워 문 유정이 연기를 빨아들였다가, 길게 내 뿜었다.
우리가 내 뿜는 연기는 위로 올라가 하늘거리다가 이내 사라져 버렸다.

“햐~! 옛날 생각난다...
자기, 그거 기억나?~”

“뭘?...”

“우리 처음 만난 날 말이야...1학년 때였지? 영원한 미소 조각상 앞에서 담배 피우고 있던 당신에게 내가 한대만 좀 달라니까, 놀라서 당신이 피우던 담배를 떨어뜨린 거 말이야, 하하하!~”

“당연하지!~ 웬 중딩 꼬마가 담배를 달라는 줄 알았으니까!”

“미모의 여자가 달라고 해서 그런 거라더니?...”

“야, 꼬시려면 무슨 말을 못하냐?”

여전히 두 사람은 부부이면서도 친구 같았다.
갑자기 이들도 광호와 상인처럼 그런 것을 느끼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더군다나 아직까지 아이도 없으니 훨씬 더 자유로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유정의 몸으로 시선이 옮겨졌다.

수업을 끝내고 정 원장이 술을 마시자고 했지만, 난 상인이 보고 싶어서 거절하고 집으로 달려갔다.
안으로 들어가 불을 켜보니 내 방엔 아무도 없었다.
난 이상하게 조급한 마음이 들어서 문을 열고 광호의 문 앞에 다가가 노크를 하려다가 말았다.
그렇게 몇 번을 두드리려다가 말기를 반복하고는 이내 포기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설마...애들 있는 대서 섹스를 하지는 않겠지?...아니면...이미, 내 방에서 하고 ...잠이 들었나?...]

왜 그런지 모르게 자꾸만 그것이 궁금하고 신경이 쓰였고, 상인을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다.
침대에 누워 몇 번이나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 반복하고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려서 깜짝 놀라 침대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어, 이제 들왔나?...니, 이리 좀 온 나.
여기 주인집이데이!...>

갑자기 주인집에서 광호가 전화를 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주인집으로 가보니 두 부부가 거실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난 내게 안기는 상인의 큰 딸을 안아들고는 주인부부에게 인사를 하고 상인 옆에 앉았다.
그녀의 막내딸은 옆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손과 발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 괜찮은 모양이었다.

주인여자가 부엌 쪽에서 생굴을 들고 오며 내게 인사를 했고, 나도 인사를 했다.

“어서 오게 태복이 총각! 옆에 살면서 가끔씩 이렇게 한 잔도 하고 지내야 하는데 말이야, 하하하!~”

주인남자는 시원스럽게 말하고는 내가 앉자마자 소주를 따라주었다.
난 얼른 그것을 받아 마시고는 다시 주인남자에게 잔을 주고 소주를 따라주었다.
주인여자는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은 채 두 다리를 옆으로 놓고 앉는 여성 특유의 자세로 앉아있었다.
50대의 나이에도 저렇게 우아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얼굴엔 주름이 있었지만 그 주름조차도 예뻐 보였고, 나를 보고 웃는 그녀의 눈웃음은 어찌나 예쁜지 내 몸이 녹을 것 같은 섹시미를 내 뿜고 있었다.

상황을 들어보니 낮에 주인여자에게 폭언을 하던 남자가 저녁에 주인남자가 다시 찾아가자, 심하게 행패를 부리는 것을 광호가 막아 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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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소설) 하얀 짬뽕 - 15편
대형학원이다 보니 그런 학생들은 떨어져도 그만이었고, 그러다보니 나에 대한 어떤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잘 생기고 어린 강사 놈이 개념 없는 애들과 잘 놀아주기 바라는 그런 생각에서 나를 입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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