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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소설) 하얀 짬뽕 - 1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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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숙의 엄마가 이 건물에서 서점을 하는 것을 난 3년 만에 알고 말았다.
유정의 말대로 난 정말 주변에 대해 무관심했던 것이었다.
지난 3년간의 기억을 더듬어 봐도 내 머릿속엔 학원에 관계된 일 외엔 입력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었지만 부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상인과 광호로 인해 난 이제야 주변사람들이 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들과의 사이에 이야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상인과는 연인이 되었고, 광호와는 한 여자를 두고 경쟁관계가 되었다.
베르디움 여자들의 알몸을 보았고, 주인여자가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이 생긴 것과는 다르게 경우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의 아내인 사랑이 일본 여자 같은 목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오늘 학원 동료인 경숙과 키스를 했다.
이 모든 일이 불과 일주일 사이에 벌어졌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고, 불안감과 함께 뭔가 알 수 없는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기분 좋은 떨림을 느꼈던 순간이 있었다.
그림을 처음 배울 때, 그리고 인영과 첫 키스를 했을 때였다.
그녀와 헤어진 뒤로 다시는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할 줄 알았는데, 상인과 광호로 인해 다시 그런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난 지난 3년간 죽었었던 것인가? 분명히 밥을 먹고, 술도 마시고, 똥도 쌌고, 테니스도 배웠지만 기계적인 반응일 뿐이었다는 것이 놀랍고도 신기했다.

정 원장의 트레이닝복이라도 빌려 입으려고 나는 7층에서 내렸다.
그러자 휴식 시간인지 예비 반 학생들과 입시 반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는데, 나를 보고 키득거리며 걸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내 모습을 보고 희정, 경화, 유림이 피식 웃었고, 학생들은 ‘아빠!~’라고 외치고 도망가 버렸다.

“수오 그 놈이 총각을 같다가 졸지에 유부남을 만들어 버렸네!...하하하!~~”

원장실 안으로 들어가니 유정이 정 원장의 트레이닝복을 건네주면서 깔깔대고 웃었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그것을 받아들고 상담실 안으로 들어가 일단 바지를 벗어 내렸다.
팬티 바람으로 바지를 한 쪽에 두려는데, 갑자기 웃음이 밀려와 난 그만 크게 웃고 말았다.
어이가 없어도 너무나 없어서 헛웃음이 계속 밀려나왔는데, 그때, 벌컥 문이 열려서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경숙이었다.
그녀는 비닐봉투를 든 채로 나를 보고는 또 다시 얼굴을 붉혔고, 난 너무 놀라 가만히 서있어야 했다.
그러자 밖에서 또, 유정의 깔깔대는 소리가 들렸고, 경숙은 봉투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밖으로 뛰어나가 버렸다.
아무래도 내 바지를 사들고 온 경숙을 놀려주려고, 유정이 장난을 친 모양이었다.
아무튼 오늘은 너무나 정신이 없었다.
난 경숙이 사온 바지를 입고 밖으로 나가는데, 유정은 너무 잘 어울린다며 깔깔대고 놀려댔다.

이 일로 이제는 모든 학생들이 나를 ‘아빠 샘’이라고 부를 것이었다.
처음엔 ‘장 샘’이었고, 그 다음엔 ‘몸 짱 샘’이었다가, 작년부터는‘작은 원 장 샘’이었다.
희한한 일이었지만 1년 주기로 내 호칭이 변하고 있었다.
하도 정신이 없어서 난 내 사무실로 들어가 마음을 정리했다.
하지만 휴식 시간이 끝나도록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고, 수업이 시작됐는데도 계속 심장이 떨려왔다.
난 어쩔 수 없이 담배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은 강사들과 학원 관계자들만이 사용하는 곳으로 나무도 심어져있었고, 비를 피할 수 있는 곳도 있어서 편하게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올 해 들어서 이렇게 담배를 피울 일이 많이 생겼다.

담배를 피워 물고 무심코 난간 쪽으로 걸어가는데, 한쪽에서 경숙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녀도 꽤나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막상,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는 경숙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나와 경숙의 시선이 마주쳤고, 한 동안 그렇게 나를 바라보던 그녀가 담배를 끄고 몸을 일으켰다.

경숙은 내 눈을 더 이상 바라보지 못하고, 나를 지나쳐 가려했는데, 내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러자, 경숙이 우뚝 멈춰서며 살짝 몸을 떨었다.
막상, 그녀가 돌아서 나를 보자 내 심장이 터질 듯이 움직였고, 뭘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그녀의 손목을 놓고 말았다.

“저...아까는...제가...”

“아니에요, 장 선생님...모두 제 잘못이에요...신경 쓰지 마세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경숙은 그렇게 말하고는 후다닥 빌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녀가 그렇게 사라져버리자 뭔가 확하고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 내 심장을 파고 들어왔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했고, 경숙의 반응이 뭘 의미하는 것인지 몰라서 두려웠다.
나를 짐승 같은 놈이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
그랬다.
내가 생각해도 난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인을 내 여자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면서도 나리엄마와 유정의 몸을 탐했다.
그리고는 경숙의 몸에 취해 그녀의 입에 키스를 했다.

머릿속이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혼란스러워 미칠 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상인이었다.
난 그녀의 전화번호를 보고는 경숙의 일이 정리되면서 상인이 미친 듯이 보고 싶어졌다.
들뜬 마음에 난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받았다.

“자..자기...!”

<어머!~ 이젠 자기란 말이 바로 나오네? 하하!>

“보, 보고 싶어요...!”

<나도 그래, 자기야...하하...근데, 우리 오늘은 좀 쉬자, 응? 가게도 그렇고, 집 정리 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후우!~~>

나는 보고 싶어서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상인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머리로는 상인의 말을 이해하지만 내 심장은 강하게 거부하고 있었다.

<자기야?...자기야, 삐졌어?...>

“아...아니요...그래요...
많이 피곤 할 텐데 좀 쉬세요...네...네...”

상인은 내가 가깝다고 느낄 때마다 멀어졌다.
인영과는 달랐지만 상황은 비슷했다.
어쩌면 상인과 나의 한계를 인정해야 할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계속 상처를 받을 것이었다.
인영에게 받았던 것 보다 더 큰 상처를 받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는 것인가? 머리로는 그렇게 인정하고, 이해했지만 나의 심장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수업이 어떻게 끝이 났는지도 모르게 끝나버렸다.
학생들은 물이 빠져나가듯이 우르르 몰려나갔고, 어느새 나와 유정, 경숙만이 남고 말았다.
늘 이렇게 마지막 까지 남아서 정리를 했지만 오늘은 아빠 사건 때문에 쉽사리 집중할 수가 없었다.

“자, 오늘은 그만 나갑시다!~~”

“예?...”

나와 경숙이 어리둥절해서 바라보자, 유정이 억지로 회의를 끝내버리고 우리를 내 보냈다.
학원을 나가자 복도엔 희정, 경화, 유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경숙은 그녀들에게 이끌려서 저번에 갔던 ‘닥터피쉬’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유정과 세 여자는 나와 경숙을 풀어주기 위해서 작전을 짠 모양이었다.
창 문 옆 테이블로 자리를 잡은 뒤 데킬라를 마시기 시작했다.
술이 들어가자 기분이 조금 진정되었고, 상인의 일도 누그러졌는데, 그것은 경숙도 마찬가지 인 듯 했다.

희정, 경화, 유림이 나와 경숙, 유정을 끌고나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어린 친구들, 그리고 외국인들 틈에 섞여서 우리는 미친 듯이 몸을 흔들어댔다.
나는 기타는 제법 잘 쳤지만 이상하게 춤과 노래는 젬병이어서 모두들 나를 보고 키득거렸다.
하지만 술에 취한 나는 되는대로 몸을 흔들었고, 내 동작이 크면 클수록 내 일행들 뿐 아니라 다른 손님들까지 즐거워해서 난 더욱 오버를 하고 말았다.
이것도 처음이었다.
대학생 때나 군인일 때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태어나서 이렇게 미친 척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유림은 내 춤이 민망했는지 내 앞으로 다가와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희정과 경화도 익숙한 몸동작으로 나를 감싸고 에워싸듯이 한 채로 춤을 추기 시작했는데 세 여자의 모습이 티브이에서 보는 것처럼 섹시했다.
유정과 경숙은 조금 지치는지 얼굴에서 땀을 흘리며 자리로 돌아가 맥주를 들이켰다.

정장차림에 하이힐을 신은 경화, 유림, 희정과 몸을 비비며 춤을 추는 것은 정말로 놀라운 일이었다.
세 여자는 나의 새로운 모습이 재밌는지 서로 경쟁하듯 엉덩이를 밀어왔고, 점점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되는대로 몸을 움직였다.
춤 실력이 형편없는 내가 미녀 세 명과 춤을 추는 것이 못 마땅했는지 다른 남자들이 점점 우리 쪽으로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하고 키가 비슷한 백인 녀석이 유림과 접촉하더니 뭐라고 중얼거렸고, 유림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엉덩이를 부딪쳤다.

상황이 희한하게 흐르면서 어느 새 경화와 희정까지 내 앞에서 사라져 버린 채 다른 녀석들과 춤을 추기 시작했다.
머쓱해진 나는 힘도 들고 해서 테이블로 가 앉았고, 유정이 내 등을 때리며 데킬라를 따라주었다.
경숙도 술이 들어가고 분위기가 흥겨워서 그런지 좀 전보다는 표정이 밝아보았다.

나는 내 잔을 들었고, 경숙과 유정이 잔을 부딪치고는 건배를 외쳤다.
그리고 우리 세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이 데킬라를 원 샷 해버렸다.
나와 유정은 술을 먹을 때 안주에 연연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게 끝이었지만, 경숙은 인상을 찌푸리며 손등에 소금을 핥아먹는데 그녀의 모습이 또한 묘하게 섹시했다.

한 참을 그렇게 유정, 경숙과 함께 대화도 없이 술을 마시는데 세 여자가 얼굴에 땀을 흘리며 자리로 돌아왔다.

“야아!~~하하하!~~장 샘이 이런 면도 있는지 몰랐네!~~오늘, 장 샘의 날이에요, 날! 아시죠? 새로운 별명 생긴 거?”

“아빠 샘!~~~~~”

경화가 맥주를 마시며 말하자 희정과 유림이 합창하듯 새로운 나의 별명을 외쳤다.
그리고는 깔깔대며 자기들끼리 건배를 하고는 맥주를 마셨다.

“경숙이 언니도 이런 거 처음 봐요, 부원장님!~~ 화아!~~”

“근데, 장 샘은 ...아니, 우리 아빠 샘은 춤이 너무 엉망이다!~~ 정말, 춤 잘 추게 생겨서 어떻게 그런 움직임이 나오는 거야? 난 바람인형인 줄 알았다니까?...하하하!~~”

젠장!~ 참!~ 노래 잘 부르게 생겨서, 노래 정말 못 부른다는 말 이후에 가장 치욕스럽게 들린 말이었다.
차라리 테니스 말고 춤을 배울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대학에 입학해서 친구가 된 종석은 정말 가수 싸이를 많이 닮았는데, 개그맨 뺨치는 유머에 춤과 노래 등 못하는 것이 없는 남자로 여자들에게 인기가 무척이나 많았다.
그런 종석은 내게 춤과 노래를 가르치다가 두 손 두발 다 들고 말았다.
살면서 나 같은 특수한 체질의 인간은 본적이 없다면서 종석은 꼭 나보고 사후인체기증을 하라고 했었다.

전공이 다른 종석과 친해지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녀석도 조기 입학을 했고, 나도 조기 입학을 해서 나이가 같았기 때문이었다.
보통의 대학에선 나이가 아니라 학번으로 모든 것이 통했기 때문에 동기들이 나이가 많더라도 말을 놓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종석은 그럴 수가 없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동기 중에 자기 친형의 불알친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졸지에 종석은 과에서 막내가 되었고, 어린 애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녀석이 내 지갑을 줍고는 자기처럼 내가 조기 입학한 것을 알고 내게 접근해 온 것이었다.

오랜만에 이성을 놓고 그녀들과 술을 마시고 놀다가 밖으로 나왔다.
경숙과 희정은 택시를 잡아타고 먼저 돌아갔고, 유정은 나와 경화, 유림을 데리고 바로 앞의 자기 집으로 끌고 올라갔다.
세 사람은 엘리베이터에 올라서도 끊이지 않고 주절거렸다.
얘기의 주제는 일정하지 않았고, 10초안에 여덟 가지 종류에 대한 얘기를 했다.
결론은 없었고, 그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방식으로 유정의 집으로 들어갈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정 원장은 들이닥친 불청객들을 보고는 잠에 취한 얼굴로 피식 웃어버렸다.
그동안 나는 이런 식의 만남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유정은 이렇게 여자들과 함께 술을 먹다가 집으로 끌고 들어가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특별한 일은 아니었고, 정 원장도 싫어하지 않았다.

세 여자는 거실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정 원장은 유정의 고함소리에 굽실거리며 주방으로 가 맥주를 준비했다.
난 화장실에 들어가 오줌을 누고 세수를 하기 시작했다.
거울에 비친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밖에서 정 원장의 웃음소리와 여자들의 깔깔대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데 다들 저렇게 즐거울 까 싶었다.
찬물에 세수를 마자하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니 조금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아빠!~~ 여기 앉아효~~”

내가 화장실에서 나오자 유림이 풀린 눈으로 나를 보고 웃으며 외쳤고, 정 원장과 유정, 경화가 또 다시 깔깔대고 웃었다.
세수를 하는 동안 정 원장에게 오늘 있었던 수오 사건에 대한 전말을 들려준 모양이었다.
정 원장은 이제 잠이 깬 얼굴이었고, 내게 시원한 하이네켄을 건네주었다.
나는 술병을 받아들고 한 모금 마시는데 건너편에 있는 유정과 경화의 맨 다리가 시선을 끌었다.
양 옆에는 정 원장과 유림이 있었는데 자꾸 유림이 내 몸에 부딪쳐서 상황은 점점 곤란해져갔다.

“그러고 보니 장 선생이 좀 변한 것 같다...응?...무슨 일 있나?...”

정 원장이 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고, 난 멋쩍게 웃어버렸다.
상인과의 일을 말 할 수는 없는 문제였고, 경숙에게 뽀뽀를 했다는 말을 할 수는 더더욱 없는 일 아닌가?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내가 얘기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나의 변화가 보이는 모양인지 자꾸, 나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다.

“당신도 그렇게 느꼈어? ...나도 그렇게 느꼈는데...확실히 조금 유해진 것 같아...”

“어머, 어머!~ 맞아요, 언니!~~ 장 샘은 그동안 꼭 로봇이나 인조인간 같았는데 오늘은 ...사람 같더라고요!~~하하하!~”

유림은 호들갑스럽게 말했고, 경화도 맞장구를 치며 또 깔깔거렸다.
그러면서 경화는 묘하게 다리를 움직였고, 발톱에 푸른색이 발라져 있는 발가락들이 꼼지락거리는 것이 너무나 섹시했다.
난 여자들이 나를 두고 얘기를 하거나 말거나 맥주를 마시며 그녀들의 몸을 더듬었고, 그럴수록 상인이 더욱 보고 싶어졌다.

[지금...형과 하고 있겠지...?...새로운 집에서...새로운 기분을 만끽할거야...내 앞에서 흐느낄 때처럼 형에게 안겨서 뜨거운 신음을 내 뱉겠지...젠장...!]

여자들의 몸을 보면 볼수록 상인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왔고, 쉽사리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비합리적인 남자인 줄은 지금까지 몰랐다.
지극히 이성적이고, 보편타당한 성격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인영과 상인을 겪으면서 내게도 어이없을 정도로 비합리적인 면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말았다.

난 맥주 두 병을 더 마신 뒤, 초희 핑계를 대고 술자리를 빠져나왔다.
답답하기도 했고, 이상하게 상인의 대한 갈증이 더 밀려왔기 때문이었다.
정 원장의 집을 빠져나와 내 원룸 쪽으로 걸어갔다.
달려가는 자동차들이 빵빵대고 난리를 쳤지만 이상하게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터덜터덜 걷다보니 드디어 내 원룸이 보였다.
난 일단 원룸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고, 머리를 정리하려 애를 썼다.
시끄러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조용한 곳이어서 그런지 오히려 상인에 대한 생각이 더욱 밀려오기 시작했다.
차라리 유정과 함께 집으로 가서 술을 더 마실 걸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갑자기 초희 생각이 났기 때문이었다.

“젠장!...그래, 돈을 받아먹었으니...받아먹은 값은 해야지...젠장 할!”

비틀대며 원룸으로 들어간 나는 천천히 계단을 오르고 올라서 4층까지 다다랐다.
이제 코너를 돌아 끝까지 가면 내 방과 이미 떠나버린 상인의 방이 나올 것이었다.
항상, 걸을 때마다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애쓰지만 그럴 수록 내 구두소리는 더욱 크게 나는 것 같아서 신경이 쓰였다.
내 방 앞에 도착한 나는 열쇠를 꺼내다가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머릿속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욕들이 떠올랐지만 입 밖으로 내 뱉지는 못했다.
겨우, 열쇠를 집어 들고 구멍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손잡이를 돌리려다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상인의 집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떠나고 없는 상인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보고 싶었고, 안고 싶었다.

무엇엔가 홀린 것처럼 상인의 지난 흔적이라도 보기위해 그녀가 살던 방의 문을 열어버리고 말았다.
원룸의 빈집은 이렇게 문을 잠그지 않고 연락이 오는 사람들이 수시로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불이 켜져 있었고, 놀랍게도 주인여자가 밀대로 허리를 숙인 채 방을 닦고 있었다.
얇은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있어서 그녀의 통통한 몸이 그대로 들어나 보였고, 허리를 숙이고 있어서 주인여자의 튼실한 엉덩이와 함께 종아리와 앙증맞은 맨 발이 내 눈 가득 들어와 버렸다.

주인여자는 놀랐는지 나를 보고 가만히 있었고, 나는 왜 이 시간에 주인여자가 방을 치우고 있는지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미, 내 눈은 뒤집혀 버렸고, 머릿속에는 베르디움 여자들의 알몸과 함께 상인과의 섹스가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짐승처럼 달려들어 주인여자를 껴안자 그녀가 놀란 듯 헉!~ 하고 신음소리를 냈다.
하지만 뭔가가 내 머리를 마비시켰는지 오직 쑤시고 싶다는 본능밖에 없었다.
이젠 모든 것이 다 귀찮았고, 어떻게 되든지 아무 상관도 없었다.
이 여자가 칼로 날 찔러도 난 이 여자의 보지에 자지를 찔러 넣고 싶단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태, 태복씨!~~~허엌!~~”

침대에 쓰러지며 또 다시 주인여자가 소리를 질렀고, 난 그녀의 원피스 속으로 손을 넣어 젖가슴을 주무르며 내 하체를 비벼댔다.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주인여자가 지금 반항을 하는 움직임인지 아닌지를 알 수는 없었다.
그저, 본능이 시키는 대로 내 왼손은 위로 넣어 그녀의 젖가슴을 주물렀고, 내 오른 손은 밑으로 해 원피스를 잡고 위로 올린 뒤, 주인여자의 맨 다리 살과 튼실한 엉덩이를 주물렀다.
말랑말랑한 느낌이 내 몸을 폭발 시킬 것처럼 황홀하게 만들어 그녀의 입에 내 입을 들이댔다.
발기한 자지를 축으로 하체를 비비며 혀를 집어넣으려 할 때였다.

요란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왁자지껄한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새벽에 저런 식으로 술에 취한 남자들이 떠들면서 우르르 올라오는 소리가 들릴 때가 있었다.
성격이 예민한 나는 그때마다 잠에서 깨곤 했는데, 잔뜩 흥분한 지금 하필이면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난 그만 이성을 되찾고 말았다.

분명히 지금 이 방의 문은 닫혀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사실, 신경 쓰는 사람들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밖의 사람들이 내가 저지르는 이 끔찍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화들짝 놀란 나는 주인여자의 입에서 내 입을 떼고는 머리를 들어올리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주인여자는 벌개 진 얼굴로 숨을 헐떡이며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도대체 이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생각할 겨를이 없던 나는 그녀의 눈빛에 압도되어서 온 몸에 소름이 돋아 올라, 머리카락이 쭈뼛거렸고 등골이 오싹했다.

불에 댄 것처럼 상체를 일으킨 나는 하복부도 벌떡 일으켜 세우고, 침대 앞에 선 채로 다시 주인여자를 바라보았다.
내 심장은 곧 터질 것처럼 뛰었고, 머리는 프레스기에 눌리는 것 같은 압박감을 느꼈다.
그녀를 본다고 봤지만 도저히 주인여자의 눈을 볼 수는 없던 나는 그저 그녀의 들썩이는 가슴만을 쳐다보다가 이내, 도망치듯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내가 나오자, 컴컴하던 복도에 불이 켜지며 환해졌다.
그러자 또 다시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위에서 내 머리를 당기는 것처럼 머리가 쭈뼛거렸다.
누군가 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에 고개를 돌려 올라오는 계단이 있는 복도 끝을 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없다는 안도감에 내 문 손잡이에 걸려있는 열쇠를 돌려서 문을 열었다.
그러다가 무심코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는데, 바로 앞 창문에서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있어서 그만 심장이 덜컥 내려앉고 말았다.
겨우 문손잡이를 잡고 숨을 헐떡이는데, 창문에서 나를 보고 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바보같이 창문에 비친 나를 보고 놀란 것이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 나는 그만 바닥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한 참 동안 숨을 몰아쉬고 나서야 나는 신발을 벗고 엉금엉금 기어서 겨우, 침대에 올라가 모로 누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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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왕(火龍王)] 와룡강 - 29편 (29/36)
아무리 기분 좋은 일야였지만, 괜스레 그의 이마에서 비지땀이 솟고 있었다. 게다가, "으으음…!" 한술 더 떠 여인은 그의 몸으로 기어 오르며 볼비빔을 했다. (으…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하후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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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왕(火龍王)] 와룡강 - 33편 (33/36)
사자왕의 포효를 들었는가? 철사자가 울부짖는 듯한 천하최강의 무공이 작렬한 것이었으니! 여전사들의 얼굴에는 일제히 두려움이 떠올랐다. 그 때였다. 끼익! 여황전의 대전 문이 좌우로 활짝 열렸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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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왕(火龍王)] 와룡강 - 34편 (34/36)
"…!" "당신이 진다면 호화진존이 되어 여인천하의 선봉이 되어야 해요!" 여황천후는 아찔한 요기를 발하며 말을 맺었다. 허나, 털썩! 하후미린은 아무렇게나 침상 위로 몸을 던졌다. "좋아! 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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