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소설) 하얀 짬뽕 - 24편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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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소설) 하얀 짬뽕 - 2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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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면 잊혀지나!~ 사랑하면 사랑받나!~
돈 많으면 성공하나!~ 차있으면 빨리 가지!

닥쳐!!!!!~
닥쳐!~ 닥쳐~! 닥쳐~! 닥치고 내말 들어!!!~

우리는 달려야해!~ 바보 놈이 될 순 없어!~

말~달~리~자아!!!!!!!!!~~

말 달리자!~ 말달리자!~ 말 달리자! 말달리자!~

이러다가 늙는 거지!~ 그땔 위해 일해 야해!~
모든 것은 막혀있어!~ 우리에겐 힘이 없지!~

닥쳐!!!~~

사랑은 어려운거야!~ 복잡하고 예쁜 거지!~
잊으려면 잊혀질까!~ 상처받기 쉬운 거야!~

닥쳐!~~

닥쳐!~ 닥쳐!~ 닥쳐!~
닥치고 내말들어!~~~~

우리는 달려야해!~ 거짓에 싸워야해!~

말~달~리~자!!!!~~~~~~~~

말 달리자!~ 말 달리자!~라고 외쳐대는 한국의 목소리가 노래방안을 울렸고, 어설프지만 따라 부르는 내 소리도 섞였다.
우리는 미친 말처럼 뛰면서 탬버린을 부러뜨릴 것처럼 쳐대며 소리를 지르고 또 질러댔다.
28년을 살면서 이렇게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선 적이 없었고, 내 모든 것을 열고 함께 어울려본 적이 없었다.
한국도 답답했겠지만 나도 답답했었다.
나는 물에 뜬 기름처럼 둥둥 뜬 채로 표류하는 삶을 살아서 답답했고, 한국은 거대한 물줄기를 거스를 힘이 없어서 답답했다.

능력과는 상관없이 표류하는 삶이긴 나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너무나 달리고 싶었다.
비록, 노래방에서였지만 나와 한국은 그 어떤 명마 못지않게 달리고 또 달려가고 있었다.

필름이 끊겨버렸다.
노래방에서 나온 내가 한국을 잡아끌고 삼겹살 집에서 다시, 소주를 마신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다음엔 어떻게 된 것인지 기억이 없었다.
머리가 아픈 것은 아니었지만 몽롱한 느낌과 함께 입이 타들어가는 것 같은 심한 갈증이 느껴져 눈을 떠보니 내 방이 아니었다.

방 안이 어두워 한 동안 주변을 둘러보다가 조금씩 어둠에 익숙해지면서 한국의 원룸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창문이 열려있었지만 방 안은 너무나 더웠고, 갈증과 함께 온몸으로 열기가 올라왔다.
팬티만 입고 있는 내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너무나 끈적끈적했고, 입안은 프라그가 잔뜩 낀 채로 텁텁해서 미칠 것 같았다.

상체를 일으켜 세우는데 내 옆에서는 한국이 역시, 팬티만 입은 채로 대자로 누워서 코를 골고 있었고, 그 옆 싱크대 앞쪽에는 누군가 쪼그려 앉은 채로 고개를 묻고 있었다.
사랑이었다.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분간할 수는 없었지만 사랑을 보자 너무나 미안해서 몸 둘 바를 몰랐다.
황망한 마음에 나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펴서 내 티와 트레이닝복을 찾았다.
밖에서 들어오는 빛에 의지해서 옷을 찾으려니 쉽지 않았는데, 다행스럽게도 바로 내가 베고 있던 베개 밑에 깔려 있었다.
되도록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조심하면서 옷을 입고 있는데, 쪼그리고 자고 있던 사랑이 그만 깨어나고 말았다.

“이, 일어나셨어요?...”

몸을 일으켜 세우는 사랑을 보자 너무나 미안해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불을 끄고 있는 것이 다행스럽게 생각될 정도로 미안했지만 그녀는 피곤한 얼굴에도 전혀 싫은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내가 걱정스러운지 냉장고에서 냉수를 꺼내 컵에다 따라주기까지 했다.

“천천히 드세요, 태복씨...”

황망한 마음이었지만 타는 듯한 갈증이 먼저라 나는 염치없이 벌컥 벌컥 들이키고는 한 잔을 더 달라고 했다.
밖에서 들어오는 은은한 빛으로 들어난 사랑의 얼굴은 많이 피곤해 보였지만 그렇다고 짜증스런 얼굴은 아니었다.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어보이며 다시, 물을 따라주었고, 난 그것마저도 모두 마셔버렸다.
시원한 물이 몸속으로 들어가자 정신을 차릴 수 있었지만 사랑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죄책감은 더욱 커지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형수님...제가 너무 큰 실례를 저질렀네요...”

“아이~ 아니에요...호호...이이가 이런 것도 너무 오랜만이어서...다행이에요...태복씨가 있어서...”

술에 떡이 된 채로 자신의 공간을 침해한 나에게 오히려 고맙다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궐 같은 집에서 이런 짓을 해도 여자들이 싫어할 텐데 이 좁은 원룸에 찾아와 피곤한 몸을 쉬지도 못하게 했음에도 사랑은 다행이라고 했다.
고기 집에서 일한다고 하더니 사랑의 몸에서는 고기 냄새가 풍겨왔다.
나 때문에 제대로 씻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 숨고 싶을 정도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형수님...”

나는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미안해서 그렇게 말하고 인사를 한 뒤 문으로 향했다.

“방이 좁아서 너무 불편했죠?...많이 뒤척이시던데...”

“아, 아닙니다...괜찮습니다, 형수님...”

신발을 신으며 나는 뒤따라오는 사랑에게 그렇게 말했다.
이 와중에도 한국은 코를 골면서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북북 긁어대고 있었다.
사랑에게 미안한 마음에 나는 서둘러서 나가려고 문을 열려는데, 좀 채로 열리지가 않았다.
구조는 내 원룸하고 비슷했는데 웬 일인지 문을 열수가 없었다.
요즘 들어서 내가 왜 이렇게 고문관 짓을 하는 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잠금장치 이것저것을 만졌지만 문은 열리지 않고 있었다.
사랑은 나를 보고 피식 웃으면서 다가와 잠금장치를 돌리고, 문을 열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문이 열렸고, 나는 머쓱함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끼면서 얼굴이 더욱 붉어지고 말았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태복씨는 의외로 빈틈이 많은 것 같아요...호호...!...”

“그, 그런가요?...하하...!...”

사랑의 말에 내가 머리를 긁적이면 대답했다.
나도 모르던 나의 또 다른 모습이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점점 들어나고 있었다.
어떤 것이 진짜로 나인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한국도 그랬고, 상인도 그랬고, 경숙도 그랬다.
좀 더 가까워지게 되니 의외의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이런 의외의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들과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형수님...조금 만 참으세요.
형이 금방 자리를 잡을 겁니다...”

쓸데없는 말을 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머리가 어지러워서 평상시처럼 내 입을 통제하기가 어려운 것 같았다.

“그래요, 고마워요 태복씨.
오늘은 이렇게 보내서 미안해요.
다음엔 꼭 해장국을 끓여드릴 테니 꼭 드시고 가야 해요, 알았죠?”

사랑은 차분한 인상과 큰 덩치만큼이나 배려심이 많은 것 같았다.
확실히 한국은 여자를 잘 만났다.
방송에서는 한국의 여자들 모두가 된장녀인 듯 그려대지만 현실에서는 이렇게 사랑 같은 여자들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사랑에게 몇 번이고 인사를 하고는 도망치듯 그곳을 나왔다.
주머니엔 핸드폰도 없었고 오직, 지갑뿐이었다.
기억이 가물가물 했지만 어제 집에서 나올 때 핸드폰을 갖고 오지 않은 것 같았다.
핸드폰이 없으니 시간을 확인할 수 가 없어서 답답했지만 그런 것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아직 어두운 길을 걸어서 도로 쪽으로 나왔지만 개미새끼 한 마리보이지 않았다.

걸어가기엔 너무 멀었고, 택시는커녕 사람조차 보이지 않아서 너무나 적막했다.
아무래도 가장 애매한 시간인 새벽 4시쯤 인 것 같았다.
고민하던 내 시야에 건너편에 있는 공중전화 박스가 들어왔다.
그것을 보자 나는 며칠 전에 여자운전기사에게 명함을 받은 것이 떠올라 지갑을 뒤져보니 아직도 그것이 있었다.

전화박스로 달려가며 주머니를 뒤져보니 다행스럽게도 동전이 있었다.
술에 취해 발버둥을 쳤을 텐데 어떻게 동전이 그대로 트레이닝 주머니에 있었는지 너무나 신기했다.
하지만 지금 그런 것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박스 안으로 들어간 나는 동전을 넣은 뒤 명함에 찍힌 번호를 눌렀다.
몇 번 시간이 가기도 전에 여자 운전기사가 전화를 받았다.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올 수 있다고 했다.
전화박스...동전...여기사...우연처럼 한 치에 오차도 없이 착착 들어맞는 모든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끊은 나는 밖으로 나와 길바닥에 앉아 숨을 고르며 택시를 기다렸다.
어느 순간부터는 공중전화박스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었는데 상황이 다급해지자 비로소 아직까지 공중전화박스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필요하면 필요한 만큼 존재의 가치는 올라간다.
사람도 그럴 것이었다.
그래서 내 또래 친구들은 자신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스펙 쌓기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자기 존재 자체를 부정한 채로 새 옷을 장만하듯이 쌓고 또 쌓는다.

하지만 그런다고 가치가 올라갈까? 한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쌓기만 하는 스펙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더 나은 스펙을 갖은 사람들에 의해 또 다시 부정당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인간으로 태어나 존재하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어떤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사람이란 존재의 가치는 길가에 우두커니 서서 누군가 자신을 찾아주기를 기다리는 공중전화박스와 같은 것일 뿐이었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니 머리도 어지럽고,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도대체 술을 얼마나 먹었기에 이렇게 몸을 가누기가 어려운 것일까? 지금까지 살면서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을 마셔 본적은 없었는데, 본의 아니게 한국과는 그렇게 되고 말았다.
더군다나 놀라운 것은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 볼 때, 한국이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더 마시자고 떼를 썼다는 것이었다.

“아이고!~ 어제 심하게 달리신 모양이네요, 하하하!~~ 괜찮으세요? 어디, 해장국 집으로라도 모셔드릴까요, 손님?”

“아, 아닙니다...그냥 집으로 가겠습니다. %%동으로 가주세요...”

여자운전기사는 환한 얼굴로 나를 보다가 차를 몰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오늘도 옷을 거꾸로 입고 계시네요?...”

거짓말처럼 난 또 티를 거꾸로 입고 있었다.
아무래도 서둘러서 옷을 입다보니 그런 것 같았다.
정말 희한한 일이었다.
이 아줌마와 내가 무슨 운명이기에 만날 때마다 이렇게 옷을 거꾸로 입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것이 우연일까, 아니면 필연일까?

“요즘 유행하는 옷차림입니다...”

“어머나? 정말이었군요...와!~ 참, 젊은 사람들은 신기해요! 호호호!~”

나의 거짓말에 여기사는 정말이라고 믿고 말았다.
머리도 어지럽고, 뱃속도 허했지만 갑자기 웃음이 밀려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이런 시간에도 일을 하시나요? ...”

“아니요.
새벽엔 일을 하지 않아요.
무섭거든요, 호호...!...
오늘은 어쩌다보니 장거리 손님이 계셔서 이렇게 된 거에요.”

“흐음...제가 운이 좋았군요...”

여기사는 약간 피곤한 얼굴에도 기분 좋게 웃으면서 익숙하게 차를 몰고 내 원룸 쪽으로 달려갔다.
나는 요금보다 만원을 더 주려했지만 그녀가 또 거절을 했고, 어쩔 수 없이 나는 그때처럼 창문으로 돈을 주고 줄행랑을 쳐버렸다.
사실, 지금 내 심정으론 만원도 모자란 액수였다.
그녀는 문을 열고 나와서 나를 불렀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나는 달려서 원룸으로 들어가 버렸다.

원룸으로 들어온 나는 옷을 모두 벗고 욕실로 들어갔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이를 닦는 일이었다.
입안이 너무 텁텁해서 미칠 것 같았다.
요란하게 이를 닦고 샤워기에 물을 틀었다.
끈적거리던 몸에 따듯한 물이 떨어져 내리자 기분이 나아졌고, 텁텁한 입을 헹구자 한결 개운해졌다.
하지만 사랑에게 미안한 마음은 좀처럼 가시지가 않았다.

노래방에서 한국은 활기를 찾는 것 같았지만 그 좁은 원룸에서 깨어나게 되면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지독스런 벽들에 또 다시 막막할 것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도와 줄 수 있는 일도 없었다.
미술학원에서 한국이 할 일은 경비나 운전기사 밖에는 없었다.
더군다나 박기사처럼 봉고차를 갖고 있지도 않았다.

어른들은 대학에만 가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고 말했지만, 소위 말하는 일류대에 갈 학생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소수의 학생들은 현재 이 사회의 모든 것을 움켜쥐고 있는 자들에게 빌붙어서, 그들과 이익을 나눌 것이었다.
그런 파워게임에서 떨어져 나간 자들은 나처럼 독점 세력들이 던져준 부스러기를 차지하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갈 것이었고, 한국 같은 자들과 그 보다 더 못한 계층의 사람들은 패배자라는 딱지를 평생 안고 자식들에게까지 대물림 한 채로 세상을 저주하면서 살아갈 것이었다.

운이 좋게도 난 좋은 양부모를 만나서 좋은 교육을 받고, 돈 걱정 없이 지내면서 좋은 대학을 나왔다.
하지만 나와 정반대로 똥구멍이 찢어져라 가난한 집구석에서 태어나 어렵게 지방대학을 졸업한 한국과 내가 다른 것이 뭔지 그 차이를 알 수가 없었다.
사람의 인생이 운에 달려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인가?

빌게이츠의 말대로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많은 것을 가진 나는 한국보다 행복해야 하는데 왜 그렇지 못한 것인가? 적게 가진 한국이나, 많이 가진 나나 인생의 파도에 휩쓸려서 표류하는 삶을 살아가긴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벽들 앞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한국과 사랑은 얼마나 견뎌낼 수 있을까?

밥벌이는 철저하게 개인적인 일이어야 했고, 그래서 처절할 수밖엔 없었다.

샤워를 하고 나온 나는 나른한 몸을 침대에 뉘였다.
침대에 누운 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나는 또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니가 그렇게 잘났냐!]

꿈은 언제나 비현실적이었고, 엉뚱했다.
내 주변의 여자들과 광란의 섹스를 하는 꿈을 꾸더니 오늘은 뜬금없이 정 원장이 꿈속에 등장해서 험악한 얼굴로 내게 외쳐대 너무나 황당했다.
나는 정 원장에게 무슨 일인가에 대해 물어보려 했지만 내 의지대로 몸은 움직이지 않았고, 오직 그가 내게 하는 말만을 들어야 했다.
내 몸은 자유로웠지만 입술조차, 손가락조차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난 비로소 꿈이라는 것을 느끼고 정 원장이 하는 말을 계속 듣기만 했다.

[어린 노무 새끼가...!...
니가 살면 얼마나 살았다고 그렇게 잘난 척이야!]

아무리 꿈이라고 해도 이해할 수 없이 내게 따지고 드는 정 원장의 말을 더 이상 듣고만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꿈에서 깨어나야 하는 지 알 수가 없었다.
꿈을 지속하고 싶을 때는 저절로 깨어나더니, 꿈에서 깨어나려 하니까 그게 뜻대로 되지가 않았다.
정 원장은 계속 내게 뭐라고 욕을 해댔고, 난 꿈에서 깨어날 생각만 하다가 어떤 행동을 했더니 드디어 꿈에서 깨어나고 말았다.

눈을 뜨고 숨을 몰아쉬면서 혼란스런 머리를 정리하다가 또 다시 심한 갈증이 밀려와서 난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내들고 벌컥 벌컥 마셔버렸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게도 내가 꿈에서 깨어나게 된 어떠한 행동은 거짓말처럼 기억에 없었다.

시계를 보니 오후 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머리는 무거웠고, 뱃속은 쓰리진 않았지만 무척이나 허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대변이 밖으로 밀려 나오려고 해서 엉덩이 근육을 조였다.
하지만 엉덩이 근육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그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후다닥 알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변기에 앉자마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대변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나오는 양을 봐서는 보통이 아니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이 먹었기에 이렇게 밀려 나오는 것인가?

똥을 싸면서 이렇게 땀을 뻘뻘 흘려보긴 처음이었지만, 몽롱한 느낌 속에서도 진한 배설의 쾌감이 밀려왔다.
겨우 겨우 대변을 다 보고 물을 내리니 똥 덩어리들이 빙글빙글 돌다가 밑으로 사라져 버렸다.
빠져나간 것만큼 뱃속은 허했지만 불편한 느낌은 더 이상 들지 않았다.
샤워기 물을 틀고 대충 샤워를 했다.
그리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거울속의 내 얼굴을 보니 많이 부어있었다.
이런 몰골로 밖으로 나간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지금은 그딴 것이 신경 쓰이지 않았다.
남에게 내가 어떻게 보여 지건, 그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던 이제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핸드폰을 열어보니 누구도 나를 찾은 흔적이 없었다.
상인에게 연락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상인은 내 생각처럼 자신의 일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서운한 감정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인영과 수많은 시간을 함께했지만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되었었다.
상인과도 특별한 관계를 맺으면서 애틋함까지 느꼈었지만 거짓말처럼 되어버렸다.
그동안 일어났던 상인과의 일은 꿈이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꿈에서 깨어난 것인가, 아니면 아직도 꿈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인가? 뱃속이 허한 만큼 머릿속도 허했다.
뭔가를 채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그런 허한 감정이 나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었다.

어제 입었던 반팔 티와 트레이닝복을 다시 입고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광호가 가게를 옮겨서 하얀 짬뽕을 먹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지만 다행스럽게도 원룸 근처엔 꽤 유명한 선짓국 집이 있었다.
걸어가면서 내리쬐는 햇빛에 조금 어찔한 기분이 들었다.
어제 술을 엄청나게 마신 모양인지 머리가 흔들거렸고, 또 다시 갈증이 밀려왔다.

10분 정도를 걸어 선짓국 집, 안으로 들어가니 점심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손님이 거의 없었다.
나는 아줌마의 인사를 받으며 홀 안으로 올라가 창 문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메뉴판과 함께 물통을 내려놓는 아줌마에게 선짓국을 시키고 나는 물을 따라 조금씩 마셨다.
그러다가 ‘어서 오세요’라는 아줌마의 소리를 듣고 무심코 입구 쪽을 바라보니 선 그라스를 낀 여자가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제법 육감적인 몸매의 그녀는 흰색 줄무늬 셔츠에 검은색 스커트를 입고 있었는데 더운 날임에도 흰색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도도한 걸음걸이로 내 앞쪽의 테이블에 앉은 그녀는 역시, 아줌마에게 선짓국을 시키고는 선 그라스를 벗었다.
체형도 그렇고 얼굴 윤곽도 그렇고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여자 같았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물을 따라 마시며 나와 시선이 마주친 그녀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돌려버렸다.
저 여자...나를 아나? 모르는 여자와 시선을 주고받는 짓 따위는 한 적이 없었지만 이상할 정도로 여자에게 집중하고 말았다.
어차피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을 꿈이라고 생각한 나는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행동들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계속 그녀를 쳐다봤고, 결국 여자도 내 시선을 받고 말았다.
분명히 그녀는 나를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한 것 같았다.
한동안 그렇게 시선을 주고받던 그녀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내 쪽으로 걸어와 앉았다.
우아한 걸음걸이로 내 앞에 앉은 여자는 아줌마에게 이쪽으로 달라고 했다.

[이건...꿈이다...꿈이 분명해...!...]

인영도 그렇고, 상인도 그렇고, 경숙도 그렇고, 모든 것은 꿈이었다.
현실에서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일이 요 며칠 사이에 벌어졌다.
그리고 이렇게 또 알지도 못하는 여자가 나의 시선을 받고는 과감하게 내 앞으로 걸어와 앉았다.
이런 일 따위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가 없는 일이었는데 이렇게 쉽게 일어나는 것을 보니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나는 지금은 꿈에서 깨어나고 싶지가 않았다.
이 여자의 몸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마음을 품으면 꿈에서 깼기 때문에 신경이 쓰였지만 모 아니면 도였다.

“흐음...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의외네요...”

여자의 말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원수라니? 나는 짐짓 모른 척 하면서 물을 따라 마시며 창밖을 살폈다.
그런데 옆으로 주차된 차중에 눈에 익은 차가 보였다.
렉서스였다.
차를 보자 그녀가 누군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의외의 모습은 당신이 더한 것 같은데요?”

내 말에 그녀가 쌍꺼풀이 없는 눈으로 내게 물으려다가 아줌마가 선짓국을 들고 와서 우리의 얘기는 일단 중단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선짓국을 받아들고는 약속이나 한 듯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먹었다.
그리고 동시에 시원함을 표현하고는 피식 웃고 말았다.

“선짓국 같은 음식은...안 먹을 것 같은데 의외네요...”

여자는 내 말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제가요? ...제가 선짓국, 안 먹을 것 같이 생겼다고요?”

“이런 음식, 안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내 말에 그녀가 웃으며 보란 듯이 선짓국을 먹기 시작했고, 처음 봤을 때의 그 도도한 몸짓과는 다르게 세상의 모든 풍파를 다 겪은 여자들의 모습을 보여서 신기했다.

“그럼, 제가 뭘 좋아할 것 같은데요?”

“아침은 채소위주의 간단한 식사를 하고...점심엔 까르보나라와 스타벅스 커피 한 잔...그리고 저녁엔 ...”

“저녁엔?...”

“...이를 악물고 쫄쫄 굶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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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도 그렇고, 또 이제 얼마 안 있으면 광호의 가족이 이사를 가니 겸사겸사 술자리를 마련한 것이었다. “하이고!~ 말도 마소!~ 젊은 놈이 으찌나 싸가지가 바가지 맹키로 해 쌌는지!...내사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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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소설) 하얀 짬뽕 - 8편
내 그림을 보면서 문제의 그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주인여자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방금 전에 상인과 뼈와 살이 타들어가는 것 같은 섹스를 했음에도 난 또다시 발기하고 말았다. 내가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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