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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소설) 하얀 짬뽕 - 3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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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난 최씨 아저씨에게 바둑과 장기를 배웠고 고스톱도 배웠다.

“와!~ 경치가 너무 좋아요!~ 뭔가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 정말 특별한 곳이네요...하하!...이곳에 대한 추억이 있는 것 같은데요?...”

글을 써서 그런가? 확실히 주인여자는 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나와 섹스를 하지 않은 관계라면 그야말로 난 밀착취재를 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도대체 이 여자가 어떤 소설을 구상하고 있는지는 짐작조차 되지 않았지만 또 다시 한국 문단에 벼락같은 충격을 던질 것이 분명해 보였다.

“저에게는 특별한 곳입니다...그 동안 이곳을 잊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네요...”

정말로 특별한 곳이었다.
어릴 적 광주에서의 경험이 흑백사진이었다면 이곳에서의 일은 고화질의 영상이었다.

“태복씨는 정말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어요...엄마란 분...혹시 제가 알고 있는 그 분인가요?”

“... ...”

“곤란한 질문인가요?”

“...아닙니다...인영씨가 알고계신 그 분 맞습니다...한국 최초에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분이죠...”

“엄청나군요...저에 대해선 묻지 않던가요?”

“...제 마누라라고 했습니다...”

“네에?...맙소사!...엄청나게 놀라셨겠네요, 하하하!~”

“남산에 끌려 가실지도 모릅니다, 조심하세요...!”

내 말에 주인여자는 더욱 크게 웃었고 나도 피식 웃어버렸다.

“태복씨의 말과는 다르게 아버지란 분도 그렇고...엄마란 분도 그렇고...태복씨를 많이 필요로 하시는 것 같은데...아닌가요?...”

이 여자 불안할 정도로 나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었다.
혹시 엄마가 내게 원하는 것 까지도 알고 있는 것인가? 표정을 보니 그런 것 같았다.

“이런 이런...!...또, 또...또 저를 읽으려고 하는군요...”

“인영씨도 그런 것 같은데요?...저에 대해 많은 것을 읽고 계시고...”

“흐음...!...저와 태복씨는 비슷한 부류인 듯해요...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근데 우리보다 더한 애가 있어요.”

“애요?...제가 아는 앤가요?”

“음...이런 건 엄청난 정보라 공짜로는 안 되는데...”

무슨 얘기를 하려고 나에게 딜을 하는 것인가? 주인여자의 스타일상 별 볼일 없는 얘기는 아닌 것이 분명했고 그것은 또한 나와 관계된 어떤 사람임이 확실했다.

“말씀해 주시면 원하시는 부분에 대해 저도 실토하겠습니다...”

“좋아요, 그럼 태복씨 먼저 제 질문에 답해주세요.
괜찮죠?”

이 여자는 분명히 엄마에 대한 얘기를 물어올 것 이 뻔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난 이미 주인여자의 얘기가 너무나 궁금해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어머님이 태복씨에게 원하는 것이 뭐죠?”

예상했던 질문이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나는 엄마가 네게 원하는 것을 주인여자에게 말 해주었다.
어떤 일인지 모르겠지만 주인여자에게는 내 얘기를 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고 또 내가 먼저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내가 겪은 모든 것 그리고 내가 느끼는 모든 것을 얘기해 주고 싶어서 미칠 정도였다.

“흐음...전 태복씨 어머님 생각을 알 것 같은데 태복씨는 정말로 모르고 있는 것 같군요...”

내가 모르는 것을 주인여자는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난 숲 속에 있었고 주인여자는 숲 밖에서 전체를 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제가 알고 있는 어떤 애와 같군요...”

누구를 말하고 있는 것일까?

“...초희요...초희 그 녀석도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부정하고 있더군요...태복씨처럼 말이에요...”

초희?...도대체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주인여자는 초희에 대한 어떤 것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도대체 그것이 무엇일까? 그것이 무엇이기에 나와 동일시하고 있는 것일까?

주인여자는 내가 무척이나 궁금해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잔뜩 뜸을 들였다.
그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그네에 몸을 싣고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와아!~ 이거 꽤 튼튼한데요? 제가 꽤나 무거운데...하하하!~”

약간 짜증이 밀려왔지만 주인여자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서 참았다.
나는 평상에서 일어나 주인여자에게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네를 잡고 천천히 앞으로 밀어주기를 반복했고 그녀는 어린애처럼 즐거워했다.
도대체가 저승길로 떠나는 아버지를 보내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누가 보더라도 우리는 소풍을 온 불륜 커플일 뿐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초희의 소설을 찾아보세요...아마 깜짝 놀랄걸요?”

초희가 소설적인 재능이 있다는 말인가? 그래봐야 이제 19살의 소녀일 뿐이었고 남 앞에서는 부끄러워서 말도 제대로 잘 못하는 여자 아이일 뿐이었다.
그런 애에게 그런 재능이 있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왜 초희를 도와주지 않았죠? ...”

“... ...”

내 물음에 주인여자의 얼굴이 굳어져 버렸다.
순간적인 일이었지만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어떤 면에서 주인여자의 벽을 깰 수 있는 가장 빨랐던 길은 내가 아니라 초희였기 때문이었고 주인여자를 치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치료제였다.
그런데...그런데 왜 주인여자는 모른 척 했을까?

“...그 아이의 글을 보고 질투를 느끼고 말았어요...하하...내가...아직까지도 베스트셀러에서 빠지지 않는 글을 쓴 내가 말이죠...”

소름이 돋았다.
주인여자는 붓을 꺾었다고 했지만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던 것이다.
지난 시간동안 동생의 일 때문에 작업을 못 한 것이 아니라 그 작품보다 더 나은 글을 쓸 자신이 없었던 것이 분명했다.

“꽉 잡아요, 인영씨!”

내 말에 주인여자가 당황해 줄을 꽉 움켜잡았다.
나는 있는 힘껏 앞으로 밀었고 그녀는 놀라 당황한 목소리로 ‘잠깐만요!’를 외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하늘을 날듯이 앞으로 나갔던 주인여자가 다시 내 앞으로 다가와 나는 더욱 큰 힘으로 밀어주었다.
그러자 주인여자가 비명을 내지르면서 두 손으로 더욱 줄을 꽉 움켜잡았다.
그렇게 몇 번을 계속 하자 주인여자는 어느새 크게 웃었고 그녀의 웃음소리와 내 웃음소리가 산속에 울려 퍼졌다.

아버지는 땅 속에 묻힐 때도 편하지 못했다.
장례식장에서 볼 수 없었던 고모와 삼촌부부가 따로 도착해서는 이런 저런 참견을 해서 새엄마와 신경전을 벌였다.
인부들은 작업이 중단 될 때마다 인상을 구기며 한쪽으로 가 담배를 피워댔다.

나는 위에서 아버지를 보내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어려서도 그랬고 성장한 지금에서도 난 이 집안의 객일 뿐이었다.
주인여자는 어이없는 광경을 흥미롭다는 얼굴로 바라보고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3시가 조금 넘어서 주인여자의 차를 타고 출발을 했다.
오늘은 학원에 나가야 하는 날인데 시간을 계산해 보면 얼추 7시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버지가 죽었음에도 난 잘나빠진 일에 대한 책임감을 먼저 느끼고 있었다.
친 아버지였어도 그랬을까?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난 그 섬에 가고 싶다...”

주인여자는 국도를 달리면서 갑자기 짧은 시를 읊었다.
단 2행밖에 안 되는 짧은 시에 어쩌면 그렇게도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 것인지 정말이지 저 놈의 시를 볼 때마다 등짝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마치 억지로 발가벗겨진 채 나의 고독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들어나는 것 같아 너무나도 당황스럽게 만드는 그런 시였다.

“모두들 많이 외로워 보이네요.
친척 분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어제 그 분도 그렇고...저도 그렇고...태복씨도 그래요...왜 그럴까요?”

“ ... ...”

왜 그런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나의 주변을 인식할 때부터 난 무섭고 외로웠으니까.
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풍족한 가정에서 태어나 부족할 것 없이 살 수 있었던 아버지와 형제들은 왜 그렇게 외로움에 치를 떨었을까? 그리고 상위 1프로 안에 들 정도의 능력과 미모를 타고 태어난 엄마는 또 왜 그랬을까?

“...그런 것을 밝혀줘야 하는 것이 작가들이 할 일 아닌가요?...저 같은 범인들의 몫이 아닙니다...”

내 말에 주인여자가 미소를 지어보였다.

“부담감 작렬이네요...후후...!”

장난스럽게 말하는 주인여자를 보면서 말처럼 부담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변했다.
이 여자는 이제 변했다.

“뭘 그렇게 쳐다봐요? 또 절 분석하려는 건가요?”

“인영씨가 달라 보여서요...십대 소녀처럼 들떠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흐음...그렇군요...그러네요...제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긴 참 오랜 만이에요...”

심장 뛰는 소리를 들은 적이 나도 있었다.
처음으로 인영이 내 자지를 자기 손으로 잡았을 때였다.
하지만 주인여자가 말하는 것 하고는 다른 것 같았다.
동기 중에 4수를 하고 들어온 효정이 누나가 있었다.
보통은 합격의 기쁨에 취해서 한 학기를 보내기 마련이었는데, 그 누나는 그렇지 못했다.
그러더니 어느 날 술을 마시면서 이상한 소리를 했었다.

[...도대체 내가 지금 뭘 하는 건지...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입시를 준비하고 또 시험을 치르면서는 내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기분 좋은 긴장감에 빠졌었는데...
막상 합격을 하니 모든 것이 엉망이 돼버렸어...난 어디로 가버린 거지?]

난 학생시절을 보내면서 시험이란 것에 치여 본 적이 없었다.
어떤 과목이든 출제자들이 원하는 지점은 너무나 명확하고 뻔했기 때문이었지만 그것은 운이 좋게도 내가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이었지 일반적인 학생들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그리고 대학입시 4년을 그렇게 보낸 효정이 누나는 이미 시험을 보는 기계가 되어 있었고 오직 입시란 것에서만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효정이 누나는 지금 서울 본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고, 유명 강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서울에 있을 때는 가끔씩 어울려 놀았는데 유명한 만큼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돈을 많이 버니 탐닉하는 쪽으로 생활이 굳어져 가고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그 누나의 잘 못이었다.
절대로 대학에 가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는데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잘 나빠진 서울대에 입학하는 정도였으니 애초부터 목표가 잘 못된 것이었다.

대학에 합격한 친구들 모두가 그렇게 새로운 목표를 정하지 못한 채로 방황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자신의 삶의 목표를 새로 정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뭘 하고 싶고 또 뭘 가장 잘 하는지를 확인하기 보다는 돈을 많이 버는 쪽으로 노선을 결정해 버렸다.
한 창 삶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시기에 습관대로 또 다른 입시체제에 편승해 버렸다.

광호도 그렇고 정 원장도 그렇고 요즘 20대들이 사회에 대해 무관심한 것을 질타했었지만 난 동의하지 않았다.
종석이처럼 부모 잘 만난 녀석들은 삶에 치일 일이 없기 때문에 사회 부조리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고, 한국처럼 어려운 가정에 태어난 사람들은 불합리한 사회 구조에 대해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중산층 부모 밑에서 자란 친구들은 여유가 있을까? 절대로 그럴 수가 없었다.
당연히 그들은 자신의 위에 있는 종석이 같은 친구들의 삶을 동경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과연 지금 20대들만의 잘 못일까?

“아무튼 고마워요 태복씨.
덕분에 은사님 말씀이 뭔지 알 수 있게 됐어요.
좀 더 빨리 이럴 수 있었으면...좋았을 텐데...정말 신기해요.
28살짜리 남자를 통해서 내 존재이유를 알았다니 말이에요...”

주인여자의 말엔 많은 아쉬움과 함께 기대감이 담겨있었다.
과연 나를 통해 무엇을 느꼈다는 말인가?

“전 특별히 한 것이 없는 것 같은데요?”

“그런가요?...후후...작가란 집을 짓는 다는 뜻이죠.
혼자서 집을 짓는 정도의 고통이 스며든 단어지만 전 그래서 그 한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요.
창작을 하는 사람들은 그보다 더 중요한 사람들이니까요.”

“... ...”

“...세상 모든 부조리를 먹고 ...그것을 삭여내고 또 삭여서 세상에 조금이라도 이로운 물질을 배설해줘야 하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어야 하는데 집을 짓는다니 너무나 단순한 선택인 것 같아요.”

“그럼 뭐라고 부르죠?...지렁이?...”

내 말에 주인여자가 크게 웃었고 나도 웃었다.
주인여자의 말대로 작가란 단어가 단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작가 스스로가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명확하다면 작가란 단어가 그렇게 편협하지만은 않은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인영씨는 야설이란 거 본적 있어요?”

“흐음...네.
남편 때문에 소라란 곳을 알게 됐죠.
처음엔 거부감이 들었는데 나중엔 즐겨찾기를 해 놓고 들어가게 되더군요, 하하하!~”

“야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국가에서는 좋지 않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말이죠.
미성년들도 그곳에 들어오고...그들도 지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어떤 것이든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양쪽이 공존하기 마련이죠.
그런 면에서 야설이 일정부분을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상상은 상상일 뿐이니까...애초에 있는 자지, 있는 보지를 없다고 하라고 강요하는 것 자체가 잘 못 된 거죠.
후후...”

주인여자의 말에 놀랐지만 웃음이 나왔다.

“인영씨 입에서 그런 단어가 나오니까 놀라운데요?”

“그곳의 소설을 모두 다 본 것은 아니지만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바라는 것을 알 수 있겠더군요.”

나는 주인여자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궁금했다.
사실, 난 그동안 섹스에 대한 생각이 없었기 때문인지 야설이나 야동에도 특별하게 관심이 없었다.
희한한 것은 종석이었다.
원하기만 하면 어떤 여자들과도 침대에서든 차에서든 아니면 길바닥에서든 섹스를 할 수 있는 녀석이 야사, 야동, 야설에 빠져있었다.
내가 알기로 녀석이 섹파와 찍은 야사와 야동만 해도 1테라 바이트가 넘을 것이었다.

“섹스...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원하는 것은 섹스란 결론이죠.
야설을 남성학 교재로 사용해서 여학생들에게 가르친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남자가 여자를 모르는 측면이 많지만 사실, 여자들이 남자들에 대해 너무 무지하죠.
특히, 한국 여성들은 말이에요.”

“요즘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한국 여자들도 많이 변했죠.”

“흐음...그렇군요.
나도 변했으니까...하하!...”

갑작스런 일로 피곤할 법도 한데 주인여자는 전혀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혈색도 좋아보였고 편안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향기...그랬다.
이것은 여자의 향기, 여자의 냄새였다.
그동안 미처 느끼지 못했던 여자의 냄새였다.

“야설이 일정부분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한국에선 다른 부분의 문제처럼 심각한 상황이 있습니다.”

주인여자는 내 말에 호기심을 느꼈는지 나를 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전방을 주시했다.

“어떤 ...문제죠?”

“야설도 그렇고 야동, 야사도 그렇고 모두 젊은이들에게만 국한되어 있습니다.
이건 마치 가요에서 십대를 위한 음악만이 판을 치는 상황과 비슷한 거죠.
분명히 노인들도 장애자들도 성욕이 존재 할 텐데 말입니다.”

“어차피 자율적이란 측면에서 볼 때 차별 한다고 보기 보다는 그들이 참여하지 않기 때문 아닐까요?”

“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게 만드는 이유가 있겠죠.
십대들 콘서트에 나이 먹은 사람이 간다면 어떨까요? 클럽에 노인들이나 장애자들이 간 다 면요?...”

“하하하! 꼴리라고 올린 건데 태복씨는 참 여러 가지를 생각했네요...네...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런 곳에서 조차 한국 사회의 불평등한 모습을 본다는 것은 별로 기분 좋은 일은 아니겠죠.
흐음!~ 태복씨는 작업을 시작하려면 저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네요...”

“...예?”

“...친부모의 일로 태복씨는 자신을 들어내지 못하고 있어요.
스스로 만든 연좌제에 갇혀있는 거죠.
제 친구들과 2pm 콘서트에 가도 누구도 뭐라 하는 애들이 없어요.
클럽에 가는 친구들도 있고...놀랍죠?”

사실, 정말로 놀라운 얘기였다.
내 문제를 직접적으로 얘기한 것도 그렇고 주인여자의 나이에 십대들 콘서트에 가거나 클럽에 갔다는 것은 정말로 놀라웠다.
나는 아직도 벽에 갇혀서 옴쭉 달싹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쩌면 첫사랑이었던 인영 때문은 아닌 것 같았다.
애초에 존재하고 있던 문제가 인영의 일이 촉매제로 작용한 것뿐이었다.

“노인들의 섹스문제...장애자들의 섹스문제...모두 그들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문제에요.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니까...”

어떤 상처든 치유하기 위해서는 상처를 감추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것을 들어내야 했다.
곪아터진 것은 짜내고 움푹 파인 상처는 약을 바르고 스스로의 치유능력에 맞게 기다려야했다.
그래야만 다른 사람들이 아픔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었다.

“남편은 저와의 섹스가 원만하지 않아서 많이 힘들어 했어요.
하지만 저도 어쩔 수가 없었죠.
서로를 사랑하지만 소유하지 않은 채로 살았죠.
조카들이 커가는 재미를 느끼면서...각자가 알아서 해결했죠.
저야 뭐 특별히 성욕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어려운 일은 아니었어요.”

“... ...”

“조카들이 서울로 올라간 후부터 남편이 변하기 시작했죠.
어떡해서든 자신이 나를 흥분시키고 싶어 하는 것 같았어요.
그것이 쉽지 않으니까 자신이 사귀고 있는 여자까지 집으로 데려왔죠.
그 여자...정말 매력적인 여자였어요.
그 나이에 그런 몸을 하고...”

나도 그렇지만 주인여자의 일도 알면 알수록 놀라운 일에 연속이었다.
결혼이란 것을 해 보지 않은 나로서는 두 사람의 상황이 어떤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일인데 거기다가 아내가 있는 집에 다른 여자를 데려오는 일은 정말로 파격적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주인남자는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이 여자를 흥분하게 만들고 싶었단 말인가?

“그 여자...나를 보고도 전혀 위축되거나 당황하지 않았어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남편에게서 상황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아무튼 대범한 여자였어요...
남편과 여자는 섹스를 했고 난 옆에서 지켜봤는데도 흥분이 되지 않았어요...흐음...”

“...실망을 많이 하셨겠네요...”

“...
남편은 그래도 오히려 절 위로했죠.
대단한 남자죠? 어떡해든 남편이 바라는 것을 들어주고 싶긴 하지만...그게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이젠 가능하지 않을 까요?...”

나와의 섹스 얘기를 하려다가 나는 그만 두었다.
두 사람의 사이에 끼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럴까요?...저도 사실 그게 궁금해요.
남편과 내가 과연 가능할지 말이에요...”

섹스는 복잡했다.
구구단처럼 쉽다고 느끼다가도 어느 순간 미분, 적분처럼 까다롭고 난해하게 다가왔다.
거의 모든 나라가 일부일처제라는 결혼제도를 택하고 있지만 왜 한 여자, 한 남자에는 만족할 수 없는 것일까? 우주선을 달나라에 보내고 화성에 보내고 외계인과의 교신을 시도하는 것보다 인간들이 좀 더 행복한 성생활을 누리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으로 보였다.

“하하하!~ 후후...”

주인여자가 갑자기 크게 웃어서 조금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 미안해요.
후후...갑자기 나와 태복씨가 야설 속 주인공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한 달도 안 된 사이에 나는 벌써 세 여자와 섹스를 했다.
두 여자는 남의 여자였고 한 여자는 이혼을 한 여자였다.
더군다나 그녀들과의 섹스는 아주 쉽게 너무나도 쉽게 시작되었다.
내게서 벌어진 일들이 과연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저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상인씨와는 ...어때요?”

‘어때요’라는 말의 의미가 구체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관계를 하고 있냐는 말인지 아니면 느낌이 어땠냐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서 주인여자를 쳐다보았다.

“저와는 다른가요? ...느낌이?...”

솔직히 상인과의 섹스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부지불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내 의지로 시작한 것이 아니어서 그런지 경숙이나 주인여자처럼 기억나지가 않았다.
하지만 주인여자에게 상인의 얘기를 듣자 내 자기가 발기가 되었다.
그리곤 상인을 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우리가 야설 속 주인공이 맞는 다는 생각이 드네요...세 들어 사는 집의 주인여자와 이런 대화를 하는 젊은 남자는 없을 테니까요.”

주인여자가 웃었고 나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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