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댁을 달래는 아낙들의 위로에 깊은 숨을 토해낸 영주댁은 못내 안타까운지 현우를 내려다보며 측은한 눈빛으로
“그려….이자는…아무것도…걱정..말아라…인자…다 나을거여… “
현우는 자신을 걱정하는 영주댁을 보며 영주댁의 슬퍼하는게 보기 힘든 듯 희미한 웃음을 띄워간다.
영주댁을 바라보는 현우는 자신 때문에 심적고통이 컷을 영주댁에게 미안한 감정과 죄스러움을 느꼈다.
자신을 분신처럼 생각하며 마지막 남은 자신의 핏줄때문인지 영주댁의 남다른 애정은 죽움의 고비를 맞은 현우에게 영적인 힘까지 발휘하며 자신의 영혼을 이끌어내기까지 했다고 생각이 드는지 현우는 마음속에서 찡한 울림이 느껴지며 자신의 손에 올려진 영주댁의 팔뚝으로 힘없는 움직임을 보여간다.
손주가 몇몇 아낙에 업혀 자신의 집으로 들어섰을 때 영주댁은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에 얼마나 혼이 나갔는지 숨이 막혀오는 느낌에 마루에 쓰러지다시피 넘어지고
다행히 따라 들어온 마을 사람들의 정성으로 제정신을 찾을 수 있었다.
현우가 사경을 헤매는 사흘내내 영주댁은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한 채 현우의 곁을 지켜냈고
정성이 하늘을 감동시켰는지 영주댁의 소원은 이루어 졌다.
피로 범벅이 된 현우를 밤새워 치료하며 정성을 쏟은 탓인지 영주댁의 혈색은 파리하게 보여졌고 많이 여윈 듯한 모습은 현우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아직도 현우의 이마와 볼을 쓰다듬는 영주댁의 얼굴엔 불안한 그림자가 걷히지 않은 채 보여지고 혜숙은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눈물에 옅은 한숨을 내리 쉰다.
현우가 의식을 차리자 마을 사람들의 눈속엔 희미하나마 기쁨의 안도감이 흐르고 조용히 조손을 바라보는 입가엔 미소들이 어려가기 시작했다.
왈패사건은 마을을 다시한번 소용돌이 치는 분위기로 만들어 갔다.
외간남자를 끌어들여 남사스러운 일을 벌이는 것도 모자라 감나무집 손자가 흉상을 입는 험한 일까지 당한 상태라 마을 사람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 험해졌다.
화난 몇몇 아낙이 재섭네의 집으로 몰려가 재섭네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내동댕이 치며 집안을 풍비박산을 만들었고
마을 노인들과 몇몇 아낙들은 마을밖으로 쫒아내야 한다며 한동안을 재섭네의 집앞을 지키며 야단법석을 떨어대기까지 했다.
화냥년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으며 재섭네 가족은 따돌림을 당했고 마을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러서야 몇몇 노인들과 영주댁의 선처로 수그러 지는 듯 보여졌다.
이번일로 현우에게 쏟아지는 칭송은 조금이라도 영주댁의 충격을 덜어주었고 마을 사람들의 현우에 대한 믿음은 더욱 단단해져가고 있었다.
다행히 현우가 의식을 차렸다는 소식에 마을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하나 둘 감나무집으로 모여 들었고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싶었던 현우는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고난의 시간을 겪어야만 했다.
혜숙은 자신의 조카인 현우가 왈패들과 피를 뛰기는 혈전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을 졸이며 무서움에 떨었는지 가끔씩 떠 오르는 그때의 상황에 치가 떨린 듯 소름이 돋곤 했다.
차츰 나아지는 현우를 바라보며 가끔씩 웃음을 보여주는 혜숙은 깊어진 눈으로 현우를 바라보고는 애정어린 눈빛을 보내온다.
그래도 다행인 듯 생각이 드는지 잔잔한 미소를 띄우고는 혜숙이 방을 나서서 밖으로 나가는 대문을 벗어난다.
원래 건강해서인지 현우의 몸은 회복이 빠르게 진행되었고 몇날 며칠을 영주댁과 혜숙의 틈사이에서 손가락 하나 움직일 필요없이 몸을 추스려가며 편안한 휴식을 취하던 현우는 누워있는게 답답한 듯 점점 지루해지는 일상에 따분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직은 혈기 왕성해서인지 꽤 긴 시간을 누워있었던 현우는 조금씩 몸을 움직이며 거동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마비되어 진듯 등과 허리가 매우 불편했다.
긴 시간을 움직임 없이 상처를 치유하느라 몸이 굳어진 탓 인것도 같았다.
손으로 바닥을 짚고 천천히 일어서는 현우의 이마로 굵은 땀방울이 흐르고 벽을 타 듯 움직여가며 겨우 일어선 현우가 천천히 몸을 움직여 보고는 맑은 미소를 띄워 올리며
“후후후…그래도 이만 하기가 다행인 것 같군…”
현우는 혼자 중얼거리며 방밖으로 한걸음식 걸음을 옮기며 굳어진 몸을 풀어 나간다.
등으로 깊게 패여진 상처가 깊게 보여지고 아직은 덜 아문 듯 벌겋게 돋아나는 새살주위로
시커멓게 멍울진 모습이 남아 있었다.
한동안을 서성이는 사이 언제 잡으로 돌아왔는지 마루끝에 두눈을 크게 뜨고 영주댁이 멍한 듯 현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이….이눔이…뭐…뭐하는 것이냐…??…”
놀란 듯 멈춰지는 현우의 행동뒤로 영주댁이 고함소리가 울려퍼지고 현우는 영주댁을 바라보고는 머리를 긁적이며
“헤헤…좀이 쑤셔서 …운동…좀…”
“이눔아…아적…새살도 안돋았구만…이눔이…병신이라도 될라고 그러나…이눔이….”
주먹을 말아쥔 영주댁이 현우를 패기라도 할 듯이 팔을 저어오고 식식거리는 표정으로
“얼른…들어가…이눔아…이 할미…쓰러지는 골 안볼려면…얼른…”
현우가 방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아가자
마루에 올라서서 열려진 방안을 바라보며 아직도 화가 안풀린 듯 식식이던 영주댁이
대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가고는 환한 얼굴로 바뀌어 간다.
“아이구….성님….성님이….어쩐일이유….”
대문이 열려진 사이로 구부정하게 허리가 굽혀진 노파와 성수엄마가 성수의 손을 잡은 채 안으로 들어섰다.
“흘흘…오랜만일세…영주댁…….”
마당으로 내려선 영주댁이 반가운 듯 노파의 손을 잡아가며 마루로 잡아당겨가고
아직도 웃음을 짓는 노파는 걷는게 힘든 듯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마루끝에 앉아간다.
“이녁이 이번에 고생했네…말만 들었어…..”
노파의 얼굴위로 영주댁의 안위를 걱정하며 고통받았을 영주댁의 마음을 달래주고 있었다.
성수엄마가 성수의 손을 잡고는 마루를 지나 열려진 방으로 들어오며 현우의 얼굴을 바라본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초롱하게 빛나는 눈방울위로 다행인 듯 싶은 안도의 빛이 흐르고 한동안을 현우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고는
“좀….괜찮아요…??..”
“후후후…이젠 멀쩡해요…”
아마도 걱정을 많이한 듯 성수엄마는 현우의 구석구석을 보면서 혹시나 큰 상처는 없는지 살피는 행동을 한다.
영주댁의 부축을 받으며 노파가 열려진 방문으로 얼굴을 들이밀고는 현우의 얼굴을 쳐다보다
“고생혔다…..”
한마디의 말을 하고는 고개를 끄떡이며 그래도 다행이라는 듯 미약한 숨을 몰아쉰다.
바람이 들어오는 마루가 좋은 듯 두 노인이 마루로 앉아가고 성수엄마와 신기한 듯 방을 둘러보는 성수가 미죽거리며 방안으로 들어섰다.
어른들이 있어서인지 성수엄마의 행동은 조심스러웠고 한동안 현우를 지켜보던 성수도 재미없는지 마루로 나서고는 우물가에 놓여진 진우의 장난감을 보고는 호기심어린 눈으로 쳐다만 보다 신발을 신으며 다가가기 시작한다.
현우를 조심스럽게 바라보던 성수엄마가 나직한 목소리로
“간..떨어지는 줄 알았어요…그래도…그렇지….어떻게….”
“후후후…이렇게 살아 있잖아요……”
미소를 지으며 웃음을 지어 올리는 현우의 입가로 장난기 어린 미소가 어려진다.
눈을 흘기며 미소를 떠올리는 성수엄마가
“미워 죽겠어……”
정감어린 목소리로 나직한 질타를 해본다.
오랜만에 만난 때문인지 오늘따라 그녀의 얼굴에는 애정어린 미소가 아름답게 보여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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