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멀지않은 곳에 움직여지는 물체가 보여지고 커다란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서는 것을 보며 두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는 듯 커지며 몸을 떨어대기 시작했다.
극도의 공포감이 그녀의 머리속을 하얗게 비워가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모습의 그림자를 보아가던 윤지는 흐려지는 의식을 느끼고는 자리로 쓰러져갔다.
현우는 자신을 쳐다보던 윤초시댁 며느리가 한동안을 자신을 응시하다 옆으로 쓰려져가는 모습에 재빠르게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쓰러지는 그녀를 받아 안는다.
가녀린 체구에 축 처져버린 그녀를 무릎에 기대게 한 채 그녀의 발목을 바라보던 현우는 나무덩쿨사이에 끼여있는 발목을 보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왜 움직이지를 못했는지 상황을 판단한 현우가 덩쿵을 손에쥐고는 나무덩쿨사이의 그녀의 가녀린 발목을 빼내고 그녀를 자신의 무릎에 눞혀 놓는다.
편안한 듯 눞여진 그녀를 바라보던 현우는 기절까지 해버린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난감한 고민에 빠지고 한동안을 고심하던 끝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할 수 없다는 듯
누워있는 흔들어 깨워간다.
“여보세요…..정신 차리세요…여보세요….”
윤지는 환청처럼 들려오는 소리에 잠을 깨어가는 듯 서서히 눈을 떠가고 몽롱한 느낌뒤로
보여지는 모습에 서서히 눈이 커지기 시작한다.
그녀의 눈으로 어두워진 숲의 모습과 싸늘해진 공기가 느껴지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인영을 보고는 몸을 떨어댄다.
“누…누….누구세요…??”
초점이 잡히지 않는 듯 현우를 바라보는 눈이 풀려있음을 알 수 있었고
“진정하세요….저…알아 보시겠어요…??..”
떨리는 가슴으로 손을 올린 채 윤지는 시선을 모아가며 사내의 얼굴을 쳐다본다.
어둠속이였지만 사내가 누구인지 기억이 났다.
얼마전 냇가에서 고기를 잡으며 즐거워하던 사내다.
감나무집 손자이며 시아버지인 윤초시의 장례에도 도움을 받았던 그 사내라는 생각에
윤지는 안도의 한숨과 ‘왜..여기에…이사내가..’하는 의혹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어떻게..??..”
자신이 걱정하던 일이 현실이 된게 난처한 듯 현우는 한숨을 내쉬며
“일단 진정을 하시고…그 얘기는 나중에 하죠….??….좀..괜찮아요…?”
“어맛….”
현우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느낀 윤지는 당혹스러운 듯 자세를 바로하고는 일어서려고 다리를 짚는 순간
“악…..”
발목을 잡으며 자리로 주저앉고 만다.
멀쩡할 줄 알았는지 힘을 실아가던 발목으로 끊어지는 듯한 통증에 윤지는 고통을 호소하며
자리에 앉고는 발목을 감아 쥐었고 현우는 윤지가 발목을 잡으며 앉아가자 다시 그녀를 부축하려 하지만 윤지의 손사래에 동작을 멈춘다.
“발목이 삐었는가 보네요…걸을 수 있을지 ….”
현우는 산너머 산이라는 생각이 들어간다.
“어떻게든 걸어 볼께요….”
그녀가 아픔을 참으며 다시 일어서는 자세를 해보지만 발목의 통증은 여간해서는 걸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난처한 듯 현우가 윤지를 바라보다 앉으며 등을 그녀에게 내밀어가고 윤지는 등을 내밀고 업히라는 현우의 행동에 거부감을 표시하지만
“그럼..이렇게 계속 있을 거예요..??…날이 밝을때까지…??..”
강한톤으로 얘기하는 현우를 바라보며 윤지가 갈등에 쌓여간다.
대가집의 며느리로서 보여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평소에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자신의 현실앞에 놓여 있다는게 윤지로서는 믿을 수가 없는 듯했다.
화가 나는 듯 현우가 윤지를 바라보며 얘기를 한다.
“마을에서 귀신처럼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다고 해괴한 소문이 나돌고 있어요..누군지 아주머니도 알겠지만 나 역시 해괴한 소문을 안믿었는데 오늘은 그 진실을 보게 됐네요. 해괴한 일을 밝혀내려고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됐지만 더 이상은 저도 그 이상한 일에 관여를 하고싶지 않습니다….아주머니가 업히지 않는다면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그럼…”
현우는 굳어진 듯한 얼굴로 한꺼번에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고는 등을 돌리고 숲을 걸어나갔다.
“저…저기요…잠깐만요….”
윤지가 당황한 듯 현우를 불러간다.
현우가 걸음을 멈추어 서고 윤지를 등을 보인 채 서있는 현우에게 떨리는 음성으로
“가…갈께요….”
현우가 윤지의 앞으로 다가와 말없이 등을 내밀고 윤지는 어색한 몸짓으로 현우의 등으로 몸을 업혀가고 현우는 업혀지는 그녀를 두손으로 감싸며 일어서서 앞으로 걸어나간다.
현우는 이외로 윤초시 며느리가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부드러운 깃털을 지고있는 듯 그녀의 몸은 가벼우면서도 매우 부드러운 느낌에 현우는 마른침을 삼키며 알수없는 야릇한 감정이 느껴졌다.
청초해 보이기도 하고 때론 갸냘픈 인상때문인지 보호본능을 느끼게 만드는 그녀에게 이상하게도 마음이 끌리는 느낌이 들어간다.
등으로 느껴지는 포근한 감촉도 여간 좋은게 아니었다.
현우의 감정과는 다르게 윤지는 좀전에 현우가 얘기한 귀신얘기에 충격을 받은 듯 머리속이 복잡한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상태였다.
자신을 누가 보았는지, 그리고 마을에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등 갖가지 생각으로 복잡해져 간다.
읍내에서도 인정받는 대가댁인데 자신으로 인해 집안에 안좋은 얘기가 들리지 않을지 걱정도 되기 시작했다.
좁은 마을이다보니 소문은 금새 다 퍼질것이고 자신을 업고있는 사내가 소문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자신을 따라 왔다면 벌써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거란 생각에 윤지는 깊은 한숨을 삼키며 걱정스런 눈길을 흘려내기 시작한다.
숲속을 벗어나며 밝은 달빛이 마을로 향하는 길을 환하게 비추어 간다.
어두웠던 곳을 벗어나자 윤지는 자신을 업고있는 현우의 뒷모습을 보면서 무슨말이라도 하려는 듯 입을 벌렸지만 차마 얘기를 못하겠는지 입을 다물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우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판단이 되었다.
아마도 자신에 대한 소문이리라 생각이 들면서 현우는 갈등에 싸이기 시작한다.
모른척 할수도 있겠지만 마음의 상처를 오랫동안 그녀가 안고 있을거란 생각에 마음이 찡해져 가고 마을로 들어가기 전 풀밭사이의 나무가 보이자 걸음을 멈추고는
“잠시 쉬었다가도 괜찮겠지요..??…”
“예..??….아..예…”
다른생각을 하고 있었던 듯 그녀가 깜작 놀란 듯 대답을 한다.
풀밭사이의 나무밑으로 그녀를 내려놓으며 부드러운 그녀를 떼어놓은게 현우로서는 매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힘들어서 쉬자고 한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그녀와 있고 싶다는 현우의 생각에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다소곳이 다리를 모으고 그녀가 풀밭에 앉았고 현우는 그녀와 어느정도 거리를 둔 채 앉고는 자신이 빠져나온 숲속을 바라본다.
힐끔거리며 윤지가 현우를 바라보다 두팔로 다리를 끌어앉고는 고개를 숙인 채 밑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동안의 정적이 흐른다.
깊어가는 밤만큼이나 포근한 것은 없겠지만 포근함속에 현우는 가슴 떨리는 이상한 감정에 마음속이 심란하다.
멀리서만 바라보던 윤초시 며느리의 자태가 자신을 마치 자석처럼 끌어 들인다.
느낌만큼이나 마음씨도 좋은 것 같았고 놀란 듯 커져있던 눈은 아직도 현우의 마음속에 각인되어 커다란 인상을 남겨 놓았다.
“후…우….”
한숨을 내쉰 현우가
“언제까지 새벽이슬을 맞으시며 다니실 껀가요..?? “
“……….??……..”
“어차피 죽은 사람은 마음에 뭍고서 살아가는게 아닌가요…??…그렇게 계속 끄집어내면 돌아가신 분이 좋아 하실까요….??…”
“무슨….??…”
“제가 강원도 이름모를 곳에서 전투를 벌일 때………”
“…………………”
“귀한집 독자가 저와 같이 동고동락을 한적이 있었어요…..아마도 이름만 대어도 알만한 대가집 자손이었고……..학벌과 재력도 큰 집안이었다고 알고있어요……”
“…………..”
“결국은 고혼이 되버린 사람이지만 그 사람이 그러더라구요….어차피 …죽을 목숨들이고..살아서 돌아가면….다행이겠지만…죽었다고 해도…아직 안태어난 것 처럼…잊혀져서..산 사람을 ..괴롭히지 말았으면 하고…”
“………..”
“비록 전쟁이라는…살육의 장 때문에….아픔이 생겨나기는 하겠지만…누군가가 죽는다면..산사람은 살아남아서…다시는..이런 전쟁이 없도록…후세들에게…전해야한다고요…”
“아……”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곳이….전쟁터에요….나 역시도…나를 지켜준…전우들이 있었기에..여기에 있지만 살아남아서…내가 겪은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해야한다는 소명이 남아있는 상태 랍니다…”
조용한 어조로 현우가 얘기를 하고는 일어서서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윤지에게 등을 내밀어 간다.
등에 업힌 윤지는 머리속을 맴도는 현우의 말을 곰곰히 되세기며 생각에 잠겨가고 현우는 마을안으로 접어들고는 어둠속으로 살아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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