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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사 -4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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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은, 그 사람 만났어 -

- ....... -

언니의 말에 고개를 돌리고 있던 수영이 놀란 표정으로 황급히 언니를 바라보았다.

- 그 사람, 인간도 아니더라,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더라... -

- 언니..
언니..
지금... -

- 그 딴 놈 잊어, 그런 놈은... -

- 아아악............ -

갑자기 고함을 치는 수영의 모습에 주영이 너무도 놀라고 있었다.

- 수영아 -

- 나가...
나가............... -

주영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고 때문에 숨 쉬는 것도 불편해하던 수영이 큰 소리로 고함을 치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 수영아, 너 왜 그래? -

- 내가...
만나지 말라고 했지...
만나지 말라고 했잖아.... -

- 어떻게 안 만나..
그 놈 때문에 네가 이렇게 됐는데 -

- 아악...
아..아악.................
악............. -

수영은 다시 고함을 치기 시작했고, 다시 놀란 주영이 자기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서던 순간 목에 핏대가 일어나던 수영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 욱...
우욱...
푸웁..... -

그리고 뒤이어 고함을 멈춘 수영이 갑자기 토악질을 시작했고, 시뻘건 피를 토하듯 뿜어내자 주영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가고 있었다.

- 수영아...
수영아.... -

- 우욱.... -

너무도 놀란 주영이 수영의 어깨를 잡았지만 수영은 다시 한 번 피를 토했고, 놀란 주영이 침대 머리맡의 비상벨을 마구 누르기 시작했다.

[ 삐익...
삐익.... ]

위급함을 알리는 소리가 울렸고, 수영은 다시 수영의 어깨를 잡았지만, 토해낸 피가 턱 전체를 적시며 수영의 눈이 감기며 흰자위가 드러나자 주영이 다급하게 고개를 돌려 악을 쓰듯 외치고 있었다.

- 누구 없어요.....
누구 없어요........
빨리요......
수영아, 수영아..
정신 차려..
수영아........ -

주영이 큰소리로 수영을 부르던 순간 간호사와 인턴이 병실로 황급히 들어섰고, 주영을 밀치며 수영에게 다가갔다.

- 이 수영씨, 이 수영씨..
눈 떠보세요..
이 수영씨... -

의사가 다급하게 외쳤지만 수영의 검은 눈동자 점점 뒤로 넘어가고 있었고 의사가 간호사에게 무언가를 다급하게 외치고 있었지만 한 걸음 뒤로 물러난 주영은 너무도 놀란 나머지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피를 토하고 의식을 잃어가는 동생을 글썽이며 바라보고 있었다.

[ 똑..
똑... ]

- 네 -

노크 소리에 대답을 하던 형진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지연을 발견하자 의자에서 일어났다.

- 그냥 들어오지 무슨 노크야 -

- 그래도... -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한 지연이 침대에 앉았다.

- 아주머니는 나가셨어? -

- 응, 방금... -

술 때문에 어제는 하루 종일 침대에만 누워있던 형진을 바라보며 대답을 한 지연이 잠시 형진을 응시했다.

- 왜, 하고 싶은 말 있어? -

- 아니, 그냥... -

- ........ -

듣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지연은 아니라고 대답을 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형진이 손을 내밀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지연은 형진의 손을 잡았고, 손을 당기는 형진에게 다가간 지연이 형진의 인도로 다리 위에 걸터앉았다.
형진은 손을 뻗어 지연의 허리를 감았고.
지연은 헝클어져 있는 형진의 머리칼을 한쪽으로 넘겨주고 있었다.

- 나한테 듣고 싶은 말 있지? -

- ....... -

형진의 물음에 지연이 말없이 형진을 응시했다.
그제 밤 형진이 왜 그토록 스스로를 책망하고 있었는지 지연은 솔직히 듣고 싶었다.
수영의 언니에게서 형진이 어떤 말을 들었기에 형진이 그토록 괴로워했는지 너무 궁금했던 것이다.

-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괜찮아 -

- ......... -

이번에는 형진이 말없이 지연을 올려보았고, 그런 형진을 응시하던 지연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 입술을 포개고 물러났다.

- 지연씨...
나, 실은... -

[ ............... ]

말을 하려던 순간 형진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고, 두 사람의 시선이 책상 위의 핸드폰으로 향했다.
형진은 핸드폰을 집어 들었고, 번호를 확인하는 순간 표정이 굳어지고 있었다.
그런 형진을 바라보던 지연이 형진이 응시하고 있는 핸드폰으로 향했고, 번호를 확인하는 순간 며칠 전 수영의 언니가 걸어왔던 번호와 같은 번호 같다는 생각을 했다.

- 여보세요 -

망설이던 형진이 핸드폰을 받았고, 지연은 긴장한 얼굴로 형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 나에요, 수영이 언니... -

- 네, 알고 있습니다 -

- 병원으로 빨리 좀 와 줘요, 수영이가..
수영이가 위독해요... -

- 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수영이가 위독하다니요 -

- 그쪽 만나고 왔다고 했더니...
아무튼 빨리 좀 와 줘요..
부탁해요... -

- 알겠습니다.
곧 가겠습니다 -

- 빨리요 -

- 네 -

대답을 한 형진이 핸드폰을 끊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지연이 황급히 다리에서 내려왔다.
다급한 형진은 자신의 옷을 찾았고, 그 순간 지연과 시선이 마주치자 난감한 표정으로 지연을 응시했다.

- 괜찮아, 어서 가 봐... -

핸드폰 너머로 다급하게 들려오는 수영의 언니 목소리를 통해 상황을 알고 있던 지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고, 그런 지연을 보며 형진은 계속 난감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 ....... -

그러자 지연이 미소와 함께 눈을 감았다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형진이 미안한 얼굴로 지연의 손을 잡았다.

- 미안해, 갔다 와서 자세히 이야기 해 줄게 -

- 알았어, 어서 가 봐 -

- 그래, 알았어 -

대답을 마친 형진이 황급히 외투를 들고 방을 나서자 그 모습을 보던 지연의 눈에 쓸쓸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 ........ -

지연은 마치 운명이 일부러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형진과 다정한 시간을 가지려던 순간 수영에 대한 전화가 걸려왔고, 오늘은 이렇게 자신만이 홀로 남아있다는 것이 조금은 씁쓸했다.
수영은 천천히 시선을 돌려 형진의 방을 응시했다.
그리고 이 넓은 집에 자신만이 홀로 남아 있음이 쓸쓸한 듯, 형진의 침대로 다가가 천천히 엎드려 누웠다.

- ........... -

지연은 손을 들어 침대 시트를 만지려했다.
하지만 가느다란 손끝이 시트 위에서 잠시 멈칫했다.
지연은 자신의 손끝을 가만히 응시하며 무언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멈춰져있던 가느다란 지연의 손끝이 시트에 닿자 손을 내린 지연이 손바닥으로 침대를 천천히 쓸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형진의 가슴을 만지듯 시트를 손바닥으로 쓸어가던 지연이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는 천천히 눈을 내려 감았다.

- ......... -

마치 형진의 체취를 느끼려는 듯 지연은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있었고, 낯익은 향취가 코끝으로 스며들자 행복한 미소를 머금었다.
하지만 잠시 후 다시 눈을 뜬 지연이 자신의 옆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조용한 침묵만이 흐르자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다시 손바닥으로 시트를 아주 천천히 쓸어가고 있었다.

- 사랑해.................. -

지연의 나지막한 외마디가 그렇게 지연 혼자 누워있는 쓸쓸한 침대 위를 포근히 덮어가고 있었다.
마치 지연 스스로를 위로 하듯이 말이다.

- 어떻게 된 겁니까? -

형진이 초조한 얼굴로 주영에게 물었다.

- 모르겠어요, 그 쪽을 만나고 왔다고 했더니 갑자기 소리를 지르다가 피를 토하며 정신을 잃었어요 -

- 피를 토해요? -

- ....... -

주영이 고개를 끄덕였고 형진이 굳은 표정으로 주영을 응시했다.

- 도대체 수영이하고 그쪽하고 어떤 관계였어요? 그리고 사고가 나던 날은 또 무슨 일이 있었고요 -

- ........ -

주영이 답답한 듯 물었지만 형진은 말없이 시선을 돌렸고 주영도 시선을 밑으로 한 채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고 있었다.

- 분명한 건 수영이가 저러는 건, 그쪽을 아직 못 잊어 그런 것 같네요, 그쪽은 아니겠지만.. -

잠시의 침묵을 뒤로 하고 다시 이어진 주영의 한 마디에 형진은 천천히 눈을 내려 감았고, 어금니를 굳게 무는 듯 턱 근육이 씰룩거리고 있었다.

[ ........... ]

형진은 주영의 말에 아무 부인도, 긍정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이어가고 있었다.
형진은 이렇게 벌어진 이 상황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영에게는 미안했지만 자신의 지나간 일로 지연이 힘들어하는 것이 형진에게는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었다.

- 여보세요 -

지연의 목소리가 들리자 형진이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 나야 -

- 음, 수영씨는... -

지연이 먼저 수영의 안부를 묻자 입가에 지어졌던 미소가 사라지고 있었다.

- 어, 괜찮데, 다행히 큰일은 없을 것 같아 -

- 그래, 다행이네, 그런데 무슨 일로 그런 건데... -

조심스레 묻는 지연의 목소리에 잠시 고개를 떨어뜨리던 형진이 다시 얼굴을 들었다.
지연에게 그냥 숨김없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 수영이 언니가 날 만만 이야기를 했나 봐, 그 이야기를 듣고 소리를 지르다 피를 토하고 정신을 잃었데... -

- 그럼, 그 날 만나 걸 수영씨가 모르고 있었단 말이야? -

- 그런 것 같아, 수영이가 날 만나지 말라고 당부했었데 -

- 그런데 왜 언니 분은.. -

- 잘은 모르겠지만, 궁금했나 봐, 나랑 수영이 관계가, 그리고 그 날 있었던 사고도.... -

- 만난 날 그 이야기 안 했어? -

- 할 틈이 없었어, 화를 내고 먼저 나가는 바람에.... -

- ....... -

지연이 침묵을 지키자 형진이 굳은 표정으로 역시 침묵을 지켰다.

- 수영씨는 만나봤어 -

침묵을 깨고 지연이 물어왔다.

- 아니, 아직.... -

- 의식 아직 안 돌아왔어? -

- 돌아왔어 -

- 그런데, 왜? -

- 그냥, 일단은 언니 분이 먼저 들어갔어 -

- 형진씨.. -

- 응 -

- 내 이야기 오해하지 말고 들어, 난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니까 -

- 그래 -

- 수영씨 한 번 만나 봐, 만나서 얼굴 보고 직접 이야기 해봐 -

- 무슨 이야기를 해? -

- 아무 이야기든 해, 이렇게 주위만 서성거려서는 아무것도 해결 안 돼, 일단 수영씨를 만나서 이야기를 해 봐, 그러면 수영씨도, 자기도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나올 거야 -

- 뭘 어떻게 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난 그냥......... -

형진이 말끝을 흐리며 입을 다물었고, 두 사람 사이에 다시 침묵이 흘렀다.

- 형진씨 -

- ....... -

- 형진씨 -

- 응 -

- 그래도 한때는 자기가 아꼈던 사람이야, 이렇게 된 게 자기 잘못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기가 먼저 다가가, 그게 최선이야 -

- 지연아 -

- 그냥 내 말대로 해, 솔직히 나도 모른 척 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잖아, 내 말대로 해, 알았지 -

- ........ -

형진은 대답을 하지 않고 있었다.

- 형진씨 -

- 그래, 알았어, 하라는 대로 할게 -

- 그래, 고마워, 대신 한 가지만 약속해 줘 -

- 뭐 -

- 돌아오면 숨김없이 이야기 해 줘, 더하지도 덜지도 말고, 수영씨랑 나눴던 이야기 모두, 그리고 언니분이랑 있었던 이야기도...
해 줄 수 있지? -

- 알았어 -

- 그럼, 수영씨부터 만나 봐 -

- 음 -

- 오늘 들어 올 거지? -

- 당연하지 -

- 그럼, 이따가 봐 -

- 그래 -

지연과 통화가 끝나자 형진이 난감한 얼굴로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수영을 만날 자신이 없었지만 형진은 지연의 부탁을 거절 할 수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을 저렇게 배려하는 지연에게 단 하나라도 숨기고 싶지 않았다.

- .......... -

한참을 자리에 앉아있던 형진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몸을 돌린 형진이 어딘가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 똑..똑.. ]

- 네 -

노크 소리에 주영이 대답을 했고 다음 순간 문이 열리며 형진이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수영은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고, 들어서는 사람이 형진임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대신 주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목례를 했고, 답례를 한 형진이 좀 더 옆으로 다가왔지만 그때까지도 수영은 아무것도 모른 체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 나 좀 나갔다 올게 -

- ........ -

언니의 목소리를 듣고 난 후 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하자, 천천히 고개를 돌리던 수영의 눈이 형진에게 멈춰지며 너무도 놀란 표정으로 바뀌고 있었다.
수영은 황급히 언니에게로 시선을 향했지만 주영은 이미 밖으로 나간 채 병실 문을 닫고 있었다.

- ........ -

형진의 침대 옆으로 다가갔고, 그때까지도 병실 문을 바라보고 있던 수영이 갑자기 고개를 옆으로 돌려 벽을 응시했다.

- 몸은 좀 괜찮아? -

- ........ -

다정히 묻는 형진의 말에 수영의 눈은 금방 젖어왔고, 굳게 물은 입술도 살짝 떨리고 있었다.

- 그래도 무사히 깨어나서 다행이다, 걱정했어 -

- ........ -

이어진 형진의 한마디에 눈을 감은 수영의 눈가에서 밀려나온 눈물이 한쪽 뺨을 향해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흐르는 내내 눈가에서는 눈물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 ......... ]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소리 없이 흐느끼던 수영이 눈을 떴고, 눈물을 참으려는 듯 눈을 계속 깜빡였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답답한 듯 입술을 더욱 세게 물었다.

- 수영아 -

- 가...... -

형진이 이름을 부르던 순간 수영이 울먹이며 짧게 말을 했다.
형진은 그런 수영의 목소리에 굳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다물고 있었고, 두 사람 사이에 다시 침묵이 흘렀다.

- 언니 일은 미안해 -

울음이 어느 정도 멈춰지자 수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 괜찮아 -

- 우리 언니 성격에 아마 자기한테 좋은 소리는 안 했을 거야 -

- ......... -

형진이 아무 말을 하지 않자 다시 눈을 내려 감던 수영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다시 눈을 떴다.

- ...... -

그리고 형진의 얼굴에 시선이 가던 순간 자신을 향해 엷은 미소를 지어주는 형진의 얼굴을 보자 수영이 참았던 눈물을 다시 쏟아내고 있었다.
그런 수영을 보자 형진의 눈도 붉어졌다.

- 미안해....
정말 미안해..... -

수영이 다시 울먹이며 말을 했고, 형진은 그런 수영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내가 잘못했어...
정말..
미안해... -

- 수영아 -

- 정말 잘못했어...
미안해...
자기야.........
흐흑.... -

- ......... -

다시 눈을 감아버린 수영이 흐느끼며 울자 고개를 옆으로 돌린 형진도 붉어진 눈으로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가 원하지 않은 모습으로 서로의 곁에서 말없이 울고 있었고, 그 울음소리를 들으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 이제 그만 가... -

너무도 조용한 병실의 적막을 깨며 수영이 조용히 말을 건넸다.

- 알았어 -

- 그리고, 다시는 오지 마 -

- ......... -

다시는 오지 말라는 수영의 말에 형진이 말없이 수영을 응시했다.

- 언니한테도 다시는 연락하지 못하게 당부해 놀게 -

- 수영아 -

- 그리고.... -

형진이 무언가 말을 하려하자 수영이 황급히 형진의 말을 가로챘다.

- 지연씨에게 전해 줘, 미안하다고, 자기 잘 부탁한다고...... -

- ....... -

- 이제 그만 가 봐 -

수영의 말에 형진이 말없이 계속 자신을 응시하자 수영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 어서 가, 나 쉬고 싶어 -

- 그래, 알았어, 몸 조리 잘 해, 다른 생각하지 말고... -

- ........... -

수영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수영에게 엷은 미소를 지어보인 형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갈 게 -

- 음 -

수영의 대답에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어보인 형진이 천천히 몸을 돌렸고, 그 순간 수영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려던 형진이 걸음을 멈추고 다시 돌아서려 하자 수영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 제발, 그냥 그렇게 가, 돌아보지 말고...
부탁이야 -

- ........ -

수영의 부탁에 형진은 돌아서지 않았다.
다만 마지막 부탁을 하는 수영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것만을 느낄 수 있었다.
형진은 그렇게 잠시 멈췄던 걸음을 다시 내딛었고, 형진의 걸음이 한 걸음, 두 걸음 내딛어지며 문으로 향하는 순간, 형진의 걸음만큼 수영의 눈가도 점점 젖어 들고 있었다.

[ 자기야....
자기야........ ]

병실 문을 연 형진이 다시 걸음을 멈췄지만 이내 문을 잡고 밖으로 나갔고, 병실 문이 천천히 닫히자 입술을 깨문 수영이 한가득 눈물을 머금은 채 울먹이고 있었다.

[ 잘 가..
형진씨....
안녕...... ]

수영은 마지막 인사를 하고 눈을 감았고, 기다란 눈물 줄기가 수영의 뺨을 적셔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물 줄기는 점점 굵어지고 있었고, 굵어지는 눈물 줄기만큼 수영의 흐느끼는 울음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었다.

- 흐흑...
흐흐흑...
흑....
으흐흑.... -

그렇게 수영이 점점 크게 울음을 울던 순간 병실 문 앞에 서있던 형진이 눈을 감은 채 문에 이마를 기대가고 있었다.

[ ............. ]

점점 커져가는 수영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형진이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린 형진이 밀려나오려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천천히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 ........... -

점점 멀어지는 수영의 울음소리만큼 형진의 걸음도 점점 크게 내딛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걸음과 달리 형진의 얼굴은 점점 굳어지고 있었고, 눈시울도 붉어져 있었다.

- 그게 다야? 수영씨가 다른 이야기는 없었어? -

형진의 이야기를 듣던 지연이 조용히 물었다.

- 음, 그게 다야, 자기한테 미안하고, 날 잘 부탁한다고 전해 달랬어 -

- ........ -

마지막 이야기를 듣던 지연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형진을 부탁한다는 수영의 말이 너무 무겁게 들렸기 때문이다.

- 알았어, 미진이 올 시간 됐어, 씻어 -

- 지연아 -

소파에서 일어나는 지연을 형진이 불렀다.

- 왜? -

- 미안해 -

형진의 말에 지연이 잠시 형진을 응시했다.

- 씻어 -

- ........ -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넨 지연이 주방으로 향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형진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이층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주방에서 이층으로 올라가는 형진의 발소리를 듣던 지연이 고개를 돌려 주방 입구를 응시했다.

[ 형진씨..
마지막 말은 하지 말지 그랬어, 바보 같이.... ]

형진을 부탁한다는 수영의 말을 되뇌던 지연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 수영씨...
아직 저 사람 사랑하는 거죠..
저 사람에게 하찮은 여자로 기억되는 게 죽는 것보다 싫을 만큼....
그렇죠.. ]

[ ............ ]

- ........ -

세상 모든 것이 지친 삶을 잠재우는 새벽 방문이 열리며 지연이 천천히 방을 나서고 있었다.
그리고 방을 나온 지연이 딸 미진의 방문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몸을 돌려 이 층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 미진아..
미안해...
이래서는 안 되는 거 알지만, 그 사람 엄마가 힘내라고 도와주고 싶어, 이해해줘.... ]

- ......... -

이 층에 도달한 지연이 소리가 나지 않게 형진의 방문을 열었고, 안으로 들어서 지연이 어둠으로 인해 잘 보이지 않는 침대 위 형진에게로 다가갔다.
지연은 조심스레 침대에 앉았고 잠들어 있는 형진을 어둠속에서 내려 보고 있었다.

[ 밝은 곳에서 자기 얼굴 보고 싶은데, 지금은 이렇게 어둠이 살짝 가려주는 것도 좋은 것 같아... ]

- 어...
으..음... -

그런데 그 순간 형진의 입에서 신음이 흘렀고, 살짝 놀란 지연이 형진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 수...
수영아...
안 돼...
수영아.... -

형진의 입에서 수영의 이름이 튀어나오자 지연의 얼굴이 굳어졌다.
비록 잠꼬대이기는 했지만 지연은 현재 형진이 수영으로 인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알 수 있었다.

[ 당신, 힘든 거지...
수영씨 때문에..... ]

지연은 이내 근심어린 시선으로 손을 뻗어 형진의 얼굴을 쓰다듬었고, 형진이 흠칫거리며 얼굴을 피하자 얼굴을 숙여 형진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 ...... -

그 순간 잠에서 깬 형진이 누군가 자신의 입술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라고 있었다.

- 나야.... -

형진이 입술을 피하자 지연이 나지막이 말을 건넸고 형진은 그것이 지연임을 단박에 알았다.

- 지연아 -

- 미안, 놀랬어? -

지연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고, 한숨을 내쉰 형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지연이 형진의 가슴을 누르며 다시 자리에 눕혔다.

- 그냥 누워있어 -

- 안 잤어? -

- 자다 깼어 -

- 여기는 어떻게 올라왔어? -

- 자기 보고 싶어서 올라왔어 -

- 미진이는? -

- 자... -

대답을 한 지연이 다시 입술을 포갰고 형진은 그대로 지연의 입술을 받아 들였다.
입맞춤이 끝나자 지연이 형진의 가슴에 얼굴을 기댔다.

-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

- 없어, 그냥 자기도 보고 싶어서 왔어 -

- ........ -

미진이 있는 집에서 야심한 밤에 한 번도 자신의 방으로 찾아 온 적이 없었던 지연이었기에 형진은 조금 의아했지만 지연의 손이 밑으로 내려가 팬티 안으로 들어가서는 자지를 잡아 부드럽게 주무르기 시작하자 이내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 자기야 -

- 응 -

형진이 대답을 했지만 지연이 잠시 말을 잇지 않고 있었다.

- 나..
하고 싶어 -

- 뭘? -

- 섹스 -

- 지금? -

- ........ -

고개를 끄덕인 지연이 얼굴을 들고 형진의 코앞으로 다가왔다.

- 여자가 이런 말해서 이상하지? -

- 아니, 뭐가 이상해, 난 오히려 좋아 -

- 좋아? -

지연의 물음에 미소를 지은 형진이 손을 들어 지연의 코를 손끝으로 만지자 살짝 눈을 감았다 뜬 지연이 코를 만지는 손가락을 잡고는 손가락에 입맞춤을 했다.

- 그럼, 안아 줘, 당신 여자란 거 확인시켜줘 -

- ........ -

지연의 말에 형진이 지연을 당겨 안으며 입술을 포갰고, 밀착된 몸을 돌려 지연을 침대에 누이고 있었다.
자세를 바꾼 형진은 다시 입술을 포갰고 그 순간 지연이 먼저 치마 안으로 손을 넣어 자신의 팬티를 벗으려하자 입술을 거둔 형진이 무릎까지 내려온 팬티를 잡아 대신 벗겨 주었다.

- ........ -

팬티를 침대 밑으로 던져버린 형진이 다시 지연에게 다가가 입술을 포갰고, 형진의 입술을 받던 지연은 형진의 손이 사타구니로 들어와 보지를 만지려 하자 허벅지를 활짝 열어주었고, 형진은 거침없이 지연의 보지를 만지기 시작했고, 지연의 보지는 금세 젖어 들고 있었다.

- 자기 거 빨고 싶어 -

형진에 손의 움직임에 맞춰 한껏 벌어진 사타구니를 아래위로 움직이던 지연이 형진의 바지를 당기며 말을 했고, 자리에서 일어난 형진이 바지를 벗는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은 자세를 한 지연이 팬티를 내리자마자 퉁기듯 튀어나온 형진의 자지를 손으로 거머쥐고는 입을 벌린 채 다가가고 있었다.

지연은 단숨에 자지를 입에 넣었고, 얼굴을 움직이며 자지를 빨기 시작했다, 평소와 달리 조금은 조급하게 자지를 빠는 지연을 내려 보던 형진은 이제는 너무나 능숙하게 자신의 자지를 빠는 지연의 모습이 흡족한 듯 엷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고, 그런 형진의 미소를 안다는 듯 지연은 손으로 자지를 들어 올리고는 고개를 옆으로 틀어 숙이며 고환을 입에 물고 안으로 당기고 있었다.
그런 지연의 모습엔 이제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소중한 그곳을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 자극하려하는 모습만이 보이고 있었다.

- 지연아.... -

그렇게 자지를 빨아가는 지연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을 한 형진이 지연을 자리에 눕혔고, 스스로 다리를 열어주는 지연의 다리 사이에 자세를 잡고는 지연을 끌어안으며 입술을 포갰다.
형진의 애무가 아직 제대로 시작되지 않았지만 지연은 다리 사이로 손을 넣어 보지에 닿아있는 자지를 잡아 그대로 보지에 밀어 넣었고, 삽입이 이루어지자 형진도 할 수 없다는 듯 자지를 깊숙이 밀어 넣었다.

- 하...
자기야.... -

점점 밀려들어오던 자지가 보지 안에 모두 들어오자 지연은 형진을 부르며 등을 안았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형진의 얼굴이 살짝 굳어지고 있었지만 지연은 그걸 느끼지 못했고, 형진도 이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삽입 운동을 시작했다.

- 하아..
하..... -

보지 안의 자지가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지연은 형진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형진을 응시하며 입술을 떨었다.
마치 자신이 당신의 여자라는 걸 확인시켜주려는 듯 지연은 비록 어둠이 얼굴을 살짝 가리고 있었지만 형진을 바라보며 자신이 느끼는 감흥을 얼굴 표정을 통해 형진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 ....... -

하지만 지연은 오래 형진을 응시하지 못했다.
지연은 천천히 눈을 내려 감았고, 바로 그 순간 지연을 응시하던 형진의 표정이 다시 굳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형진은 갑자기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제 막 시작한 섹스였지만 벌써 사정의 기운이 느껴진 것이다.
형진은 자신도 모르게 삽입 운동을 멈춰버렸다.
그러자 감흥에 젖어 들던 지연이 천천히 눈을 떴고, 당혹해하는 형진을 발견했다.

- 왜? -

- 어, 아냐...
아무것도.... -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형진의 말에 역시 미소를 짓던 지연은 다시 형진의 목을 끌어안고는 다리마저 들어 형진의 허리를 감고 있었다.

- 어서 해 줘, 자기야 -

- ........ -

지연의 말에 형진이 입술을 굳게 물고 천천히 다시 자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형진은 속도를 높이지 못하고 있었다.
속도를 높이면 그대로 사정을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순간 지연의 보지가 너무나 부드럽게 움직이는 자지를 확연하게 느끼고 싶은 듯 자지를 죄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연의 사타구니마저 형진의 움직임에 맞춰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지연아.... -

당황한 형진이 지연을 불렀고, 형진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오자 지연은 보지에 더욱 힘을 주기 시작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형진이 이제 본격적인 공격을 해 올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 안 돼...
잠깐...
아.. -

형진이 다급하게 외치던 순간 자지가 움찔거리기 시작했고, 당황한 형진이 눈을 질끈 내려 감고 있었다.
형진이 어쩌지도 못한 채 사정이 시작 된 것이다.
당황한 형진은 자신도 모르게 보지에서 자지를 빼냈고, 역시 당황한 지연이 눈을 뜨는 순간 자신의 허벅지 안쪽에 따뜻한 무언가가 쏟아지는 걸 느꼈다.
지연은 얼굴을 살짝 들었고, 그 순간 그것이 형진의 정액임을 알았다.
지연은 시선을 들어 형진을 응시했고, 당황한 형진이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것을 느꼈다.

[ ......... ]

조용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고, 지연은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누워있는 형진을 응시하다 조심스레 손을 들어 형진의 등을 만졌다.

- 형진씨 -

지연은 조심스레 형진을 불렀다.
이제껏 단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던 형진이었다.
늘 자신을 절정의 늪으로 힘차게 밀어 넣던 형진이었고, 그 늪에 빠진 자신은 절정의 쾌락에 허우적거려야만 했다.
그랬던 형진이 오늘은 제대로 섹스를 시작도 하기 전에 사정을 해 버린 것이다.
물론 지연은 그런 것이 아무렇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위축된 형진의 모습이 지연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연도 형진도 모두 알고 있었다.
이런 변화의 밑바탕에 자신들을 힘들게 하던 존재가 있었음을 말이다.
그건 수영이었다.
수영으로 인해 지연에게 미안함을 느껴야 했던 형진은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지연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점점 위축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사랑하는 연인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자신의 과거를 숨김없이 모두 드러내야 했던 형진의 허탈감은 지연이 아무리 의연한 모습을 보일지라도 스스로 위축되어 질 수 밖에 없는 냉엄한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더욱이 그것이 그저 지나간 추억의 편린이라면 그나마 죄책감이 덜 하겠지만, 자신들의 현실에 깊숙이 들어와 함께 부딪치고 있다는 사실은 그런 형진의 죄책감을 더욱 크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 ......... -

그리고 그런 형진의 등을 바라보는 지연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바라보는 형진의 시선에 사랑 말고 다른 눈빛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건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었고, 당당함을 잃어가는 위축된 눈빛이었다.
그런 형진을 보며 지연은 자신의 사랑이 부족해서라고 느꼈고, 형진을 위해 자신이 먼저 가감 없이 다가갔다.
바로 오늘처럼 말이다.
하지만 오늘 형진의 보여준 반응은 그것이 자신의 사랑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 미안해 -

생각에 잠겨있던 지연이 형진의 말에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 왜 그런 말을 해, 뭐가 미안한데.... -

지연은 안타까운 음성으로 말을 했다.
마치 자신에게 큰 잘못을 한 듯 힘없이 누워있는 형진의 모습이 너무 속상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자신이 이 층으로 올라오지 않았던 것이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저 형진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려 했던 자신의 행동이 형진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는 것이 지연은 오히려 속상했다.

- 나 좀 봐, 형진씨...
어서.... -

지연의 말에 멈칫거리던 형진이 천천히 몸을 돌렸고, 형진의 얼굴이 보이자 지연이 형진의 가슴에 그대로 안겼다.

-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자는 사람 깨워서..
그래서 그런 거야, 그러니까 내가 미안해 -

- 그렇게 말하지 마, 자기는 잘못한 거 없어, 그냥 내가...
바보 같아서... -

- 그러지 마, 제발... -

지연이 형진의 말을 가로막으며 더욱 힘차게 안겼다.

-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거야, 그러니까 자꾸 그러지 마, 내가 미안해지잖아 -

- .......... -

안타까운 음성으로 말을 한 지연이 품을 더욱 파고들자 형진이 천천히 손을 들어 지연의 어깨를 안았다.

[ 미안해..
지연아..
점점 너에게 미안해진다, 이렇게라도 널 행복하게 해줘야 하는데, 그것마저 마음대로 되지가 않는다...
정말...
미안해... ]

[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그냥 힘들어서 그런 거야, 그리고 이게 뭐 어때서..
그동안 충분히 날 행복하게 해줬잖아, 내가 감당하기 힘들만큼...
그러니까 그런 표정 하지 마... ]

그렇게 가슴으로 상대방을 향해 이야기 하던 두 사람이 입을 다문 채 서로를 가만히 끌어안고만 있었다.

- ........ -

침묵의 시간이 점점 길어지던 순간 형진의 가슴에 안겨있던 지연이 천천히 눈을 떴고,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눈빛을 하던 지연이 다시 눈을 내려 감고 있었다.

- 쌤 -

- 응 -

주말을 맞아 아침 식사를 하던 형진이 미진의 부름에 대답을 했다.

- 결혼 언제해요? -

- 뭐.... -

미진의 물음에 형진이 놀라며 물었고, 지연도 역시 놀라고 있었다.

- 우리 엄마랑 결혼식 언제 할 거냐고요? -

- 야..
갑자기 무슨 소리야 -

- 그보다 시골에 계신 할머니는 우리 엄마 좋아하실 것 같아요? -

- ....... -

갑자기 어머니에 관해 묻자 형진이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미진 같이 큰 딸이 있는 지연을 어머니가 반갑게 맞아 줄지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살짝 당황하는 형진을 바라보던 지연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밥을 먹었고, 미진은 아랑곳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 혹시 할머니가 반대하면 우리 엄마랑 안 되는 거죠? -

이어진 미진의 질문에 형진은 물론이고 지연도 당황하며 미진을 응시했다.
아직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현실적인 문제를 미진이 들고 나와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생각보다 형진은 물론이고 특히 지연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옛날 분인 형진의 어머니가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된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염려스러웠다.
더군다나 미진이까지 있는 자신이 흡족한 며느리 감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 ........ -

미진을 바라보던 지연이 천천히 형진에게 시선을 돌리다가 형진과 시선이 마주하자 조금 씁쓸해 보이는 미소를 짓고는 시선을 돌리자 형진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미진은 그제야 자신의 질문이 뜻하지 않게 이런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걸 비로써 느꼈다.

- 죄송해요, 난 두 분이 이런 이야기 끝냈는지 알았어요 -

무거워진 분위기에 미진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고, 그 모습을 보던 형진이 미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 자식은, 걱정 말아..
우리 엄마, 너랑, 엄마랑 좋아하실 거야 -

- 그건 쌤 생각이고요 -

- 날 믿어, 우리 엄마..
네가 그랬듯이 이 쌤 선택도 존중해 줄 거야 -

- ........ -

형진의 말에 미진이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고, 지연도 피부로 다가와 버린 현실의 무게감에 살짝 주눅이 들어버린 표정을 지었다.

- 아이..
두 모녀가 아침부터 날 괴롭히기로 작정을 하셨나...
날 믿으라고요, 내가 그런 생각도 없이 이런 결심을 한 줄 아나 -

형진이 너스레를 떨었지만 괜히 아침 분위기를 망쳤다는 생각이 든 미진이 말없이 밥을 먹기 시작했고, 지연도 현실의 무거움에 무표정한 모습으로 밥을 먹자 형진이 굳은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 좋아, 미진이 방학 끝나기 전에 다 같이 시골에 가자, 내 말이 거짓말인지 아닌지 증명 해 줄 테니까 -

호기로운 형진의 말에 미진과 지연이 동시에 형진을 바라보았고, 형진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지연은 알고 있었다.
형진의 저 모습이 불안해하는 자신을 위한 호기로움이라는 것과 수영의 일로 자신에게 미안해하던 형진이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일부러 큰소리를 치고 있음을 말이다.
그럼에도 지연은 그런 형진의 모습이 밉거나 싫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위해 애를 쓰는 형진이 오히려 안타깝게 보이고 있었다.

- 형진씨 -

- 응 -

미진이 공부를 하러 방에 들어간 사이 소파에 앉아있던 지연이 형진을 불렀다.

- 아까 그 말 진심이야? 시골에 나하고 미진이 데리고 간다는 말.. -

- 그럼, 진심이지 -

대답을 하는 형진의 눈빛 너머로 초조해하는 모습이 느껴지자 지연이 잠시 입을 다문 채 형진을 응시하다 입을 열었다.

- 그럼, 이번 주에 형진씨 시골 내려갔다 와 -

- 이번 주에? -

- 응, 우리가 갑자기 가면 어머니 놀라시니까, 자기가 먼저 내려가서 말씀 드려, 나도 같이 가고 싶은데 미진이 혼자 두고 갈 수 는 없잖아, 해야 할 일도 있고... -

- 해야 할 일이 뭔데? -

- 나중에 이야기 해 줄게, 암튼 내려가서 어머니 만나 뵙고, 한 일주일만 있다가 와 -

- 일주일, 됐어, 말씀 드리고 바로 오면 돼 -

- 아니, 일주일 있다가 와, 꼭..... -

- 왜 그러는데? -

형진의 물음에 지연이 잠시 입을 다물다 말을 이어갔다.

- 나, 미진이랑 여행 다녀오고 싶어, 둘이서만... -

- 둘이서만? -

- 응, 이제 미진이 곧 고3 되면 일 년 내내 아무것도 못 할 테고, 자기랑 문제가 잘 풀리면 늘 셋이 붙어 다닐 텐데, 마지막으로 둘이 다녀오고 싶어, 괜찮지? -

지연의 말에 이번에는 형진이 말없이 지연을 응시했다.

- 혹시, 수영이 문제로 화 난거야? -

- 아니야 -

- 그럼, 그제 밤 일 때문이야? -

- 아이,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래... -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지연은 남자에게 있어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지연은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지연은 그 날 이후 더욱 위축 되어있는 형진을 보며 마음이 상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 자리하고 있는 수영의 문제를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 내 말대로 이번 주에 어머니에게 다녀와, 알았지 -

- ......... -

- 응? -

형진이 대답을 하지 않자 지연이 대답을 재촉했고, 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지연이 미소를 지으며 형진의 손을 잡았고.
지연의 손을 잡으며 미소를 짓던 형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하는 미진을 응시하다 표정이 점점 굳어지고 있었다.

[ .......... ]

호기롭게 말은 했지만 형진은 걱정스러웠다.
만에 하나 어머니가 반대를 한다면 가뜩이나 수영이 문제로 마음이 복잡한 지연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형진은 그렇게 자신 앞에 다가온 현실의 무게감에 조금은 버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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