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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사 -40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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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걸음으로 복도를 걷던 지연의 걸음이 멈췄다.
의자에 앉아 머리를 벽에 가댄 채 눈을 감고 앉아있는 형지의 모습이 보였다.
지연은 천천히 형진에게 다가갔다.
형진 앞에 섰지만 형진은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듯 눈을 감고 있었고, 지연은 피가 묻어있는 형진의 상체와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 형진씨... -

- ........ -

지연이 조용한 목소리로 형진을 불렀고 형진이 천천히 눈을 떴다.
하지만 형진은 말없이 초점을 잃은 눈으로 지연을 응시했고, 그런 형진의 눈을 바라보던 지연이 형진의 옆에 천천히 앉았다.
형진은 계속 허공을 응시했고, 지연은 말없이 형진을 잠시 응시했다.

- 수영씨는? -

- 모르겠어, 아직......... -

지연의 물음에 형진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지연은 보았다.
형진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드는 것을 말이다.
지연은 조용히 형진의 손을 잡았고 형진이 그제야 시선을 천천히 돌려 지연을 응시했다.

- 괜찮을 거야, 수영씨 아무 일도 없을 거야 -

위로하는 지연의 말에 형진이 그저 말없이 바라보기만 하자 지연이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 내 앞에서..
그냥 뛰어 들었어..., 미안하다고...., 그냥 예전 자기 모습으로 기대해 달라고.... -

- 형진씨 -

- 내가 그랬거든, 더 이상 하찮은 짓 하지 말라고...
하찮은 여자로 기억하게 하지 말아 달라고....
그래서 그랬나 봐...
내가 그런 말해서...
내가 미워서...
나한테 벌을 주려고, 그랬나 봐...
수영이가..
벌을 주려고... -

- 아냐, 그런 거 아닐 거야,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 분명 다른 이유가... -

형진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 아냐, 내 말이 맞아, 수영이는 내 말에 화가 난거야...
내 말에... -

- ......... -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형진을 지연이 다가가 가만히 안았다.

- 형진씨, 그런 생각하지 마, 지금은 수영씨가 괜찮기만 바라자, 나머지 이야기는 나중에 해, 알았지? -

형진에게 차분하고 부드럽게 말을 한 지연의 시선이 수술 중이라는 불이 켜져 있는 팻말을 가만히 응시했고 지연에게 안긴 형진은 다시 눈을 내려 감고 있었다.

- 우리 둘이 있는 걸 보고 화가 났다더라, 내가 자기를 속였다는 생각이 들어서... -

- ......... -

의자에 나란히 앉아 지루한 침묵을 이어가던 순간 형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이미 들은 이야기였지만 지연은 형진의 말을 끊지 않고 가만히 듣기만 하고 있었다.

- 그래서 배신감에 남편하고 불륜을 저지르던 여자의 남편하고 잤데 -

- ........ -

수영에게 미처 듣지 못했던 말에 지연이 놀란 표정으로 형진을 응시했다.

- 그게 나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했나 봐, 하지만 나중에 그 날 나랑 있었던 여자가 지연씨 란 걸 알고, 너무 미안했데, 나랑 했던 약속을 깨버려서...
그래서 그 말이 하고 싶었데, 미안하다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걸 용서해 달라고.... -

- ........ -

-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러더라, 사랑했던 자기 모습으로 기억해 달라고.... -

말을 마친 형진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지연을 응시했다.

- 지연아 -

- 응 -

- 내가 잘못한 거지? 내가 좀 더 천천히 알아듣게 설득했어야 했던 거지, 그랬으면 수영이가 저런 짓을 하지는 않았겠지, 그렇지? -

- 형진씨... -

- 만약에, 만약에..
수영이가 이대로 깨어나지 않으면 그땐 어떡하지, 난...
난...
어떡하지...
지연아... -

지연은 형진의 얼굴을 잡아 끌어안았다.

- 왜 자꾸만 그런 생각을 해, 수영씨 분명히 일어 날 거야, 형진씨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거 알면 일어 날 거야, 그러니까, 우리 기다리자...
조금만 더...
응.... -

- ......... -

지연은 형진을 다독이며 가슴으로 생각했다.

[ 수영씨, 일어나야 해요, 이 사람....
수영씨 그렇게 떠나버리면 죄책감에 빠져 스스로를 망가뜨릴 거예요, 수영씨도 그걸 바라지는 않잖아요, 그러니까..
일어나야 해요, 형진씨를 위해서도, 수영씨를 위해서도...
그리고 나를 위해서도...
꼭..
일어나야 해요, 부탁 할게요, 수영씨.... ]

- 일단 한 고비는 넘겼습니다 -

의사의 말에 언니 주영이 눈을 감은 채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고, 형진은 계속 의사를 바라보았다.

- 문제는 사고 후유증이 심할 것 같다는 겁니다, 차량과 부딪칠 때 입은 다발성 복합 골절로 인해 간이 손상됐고, 다행히 폐와 장의 손상은 크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고 후 지면에 얼굴이 먼저 떨어지면서 오른쪽 광대뼈가 함몰 됐고, 코뼈, 그리고 치아 6개가 손실 됐습니다.
그리고 얼굴이 쓸리면서 오른쪽 얼굴 피부 손상이 심한테 이건 경과를 지켜보고 피부 이식 수술을 별도로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

- 그 말씀은 얼굴에 흉터가 남는다는 말씀입니까? -

- 어느 정도는 남을 겁니다.
하지만 의학도 발달 됐고, 여성들의 화장으로도 충분히 커버가 됩니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

- 그럼, 의식은 언제 돌아올까요? -

- 사고와 피해를 돌아볼 때 그마나 천만 다행인 게 머리에 손상을 입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상처를 입어 출혈이 있던 것 말고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아마 며칠 안에 의식은 돌아 올 것으로 보입니다 -

- 네 -

주영이 다시 눈을 감으며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 저기, 지우 과외 선생님이셨다고요? -

- 네 -

주영의 물음에 형진이 대답을 했다.

-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운전자 말이랑, 블랙박스를 보니 수영이가 갑자기 뛰어 들었던 게 맞던데... -

- 자세 한 건, 지우 어머니가 깨어나시면 말씀 드리겠습니다.
개인적인 일이라서... -

- ......... -

- 죄송합니다 -

자신을 의아한 표정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던 주영에게 사과를 한 형진이 천천히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고, 주영도 그런 형진을 말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

- ....... -

병원 로비 의자에 앉은 형진이 멍한 시선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그리고 어제 있었던 사고 장면이 떠오르자 눈을 감고는 뒤에 있는 벽에 머리를 기댔다.

[ 미안해...
정말...
미안해...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자기 기억 속에 남아있던 내 모습 지우지 말아 줘...
나..
자기한테 사랑받던 여자로 남고 싶어...
내가 이렇게 빌게...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

[ 행복해야 해...
나 같은 여자는 잊고..
행복해야..
돼...
그리고...
사랑해..
정말 사랑해.... ]

형진이 수영이 차에 뛰어들기 전 마지막으로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이제 자신의 곁에는 지연이 있고, 수영은 잊어가던 여자였다.
그런데 그 여자가 자신 앞에서 사랑하다는 말을 남기고 죽음의 길에 뛰어 들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건 자신이 아는 수영의 모습이 아니었다.
늘 씩씩하고, 모든 것에 적극적이었던 수영이 그런 행동을 하리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 .......... -

형진은 결국 그 모든 것이 자신이 신중하지 못했던 탓이라고 생각했다.
좀 더 수영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좀 더 수영의 입장을 이해했어야 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랬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나, 형진은 알지 못했다.
자신의 사랑 앞에서 늘 밝고, 환했던 수영이 자신을 만나기 바로 전에는 전혀 그런 모습이 아니었음을 말이다.
형진이 알고 있던 모습은 수영 스스로가 써버린 가면의 모습이었다.
수줍고 나약했던, 그래서 남편의 외도에서 당당히 맞서지 못했던 수영이 자신을 책망하며 썼던 가면 말이다.
수영은 그 가면을 쓰고 나서야 당당해졌던 것이다.
그 가면을 쓰면 늘 웃는 모습이었고, 그 가면을 쓰면 정숙하고, 차분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적극적이고, 뜨거운 여자로 변 할 수 있었다.
왜냐면 그 가면은 형진이 만들어준 사랑이란 단어로 불리던 가면이었다.
그랬기에 수영은 자신에게 그 가면을 만들어 준 형진에 모든 걸 보여 줄 수 있었다, 여자로서 부끄러웠던 모습도 당당하게 말이다.

그랬던 수영에게 자신을 가리던 가면이 사라지자 당황했던 것이다.
자신의 기억 속에 당당하고 부끄럼 없던 자신에 모습은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었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가면이 없었던 것이다.
그건 어쩌면 절망 같은 상황이었을지 모른다.
자신을 당당하게 기억하고 있는 세상 앞에서 실은 자신은 한없이 초라하고 겁 많은 사람이었다는 걸 다시 드러내는 건 수영에게 죽기보다 싫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이미 늦어버렸음을 수영도 알고 있었다.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말이다.
언제든지 쉽게 다시 벗어버릴 수 있다고 믿었던 그 가면이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진짜 자신의 모습임을 말이다.
그리고 그 후회감에 젖어있던 순간 본 것이다.
자신에게 만들어주었던 그 가면을 형진이 다른 여자의 얼굴에 씌워줬음을 말이다.

[ 똑...
똑... ]

- 네 -

노크 소리에 책을 들여다보던 미진이 대답을 했고, 지연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 바빠? -

- 아니, 왜? -

대답을 한 미진이 책상 옆 침대로 다가와 앉는 엄마를 응시했다.

- 미진아 -

- 응 -

- 엄마,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

- 뭐? -

미진이 지연을 향해 돌아앉았고, 지연은 잠시 머뭇거리고 있었다.

- 네가 전에 그랬지, 엄마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말해 달라고.. -

- 음 -

미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가 할 이야기가 무엇인지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 엄마,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

- 정말, 누군데, 누군데? -

미진은 엄마의 말에 내심 아무것도 모르는 척 물었다.

- 근데, 미진이 네가 싫어할까봐, 걱정 돼 -

- 왜? 많이 늙었어? -

- 미진아 -

- 히, 농담이야, 누군데 그래 -

- 선생님 -

- 선생님, 학교 선생님이야 -

- 아니, 너 가르치는 선생님 -

- 누구....., 혹시......
쌤............ -

미진이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크게 말하자 지연이 살짝 당황했다.

- 미진아 -

- 됐어, 알았어, 난 오케이..... -

미진이 갑자기 표정을 바꾸고 생글거리며 말을 하자 지연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 미진아, 엄마 농담 아니야 -

- 누가 농담이랬어, 그럴 줄 알았어, 두 사람 눈빛이 심상치 않더라 -

- 뭐? -

- 대충 짐작했어, 내 새 아빠로 쌤이 간택을 받은 건 아닌가 하고.. -

- ...... -

생글거리며 말을 하는 딸을 바라보던 지연이 조금은 딸이 눈치를 챘다는 말에 조금 민망한 생각이 들었다.
혹여 딸이 여행을 간 사이 형진과 자신이 이 집에서 뜨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도 이미 알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지연은 이내 그런 기우를 떨치고 미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 미진아 -

- 응 -

엄마에게 손을 내민 미진이 자신의 손을 잡는 엄마를 응시했다.

- 미안해 -

- 뭐가? -

- 너, 시집 갈 때까지 혼자 있으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

- 에구, 됐어...
엄마 혼자 있으면 내가 시집 못 간다고 했지 -

- 그리고, 엄마가 선택한 사람 네 마음에 혹시 안 들어도 조금만 이해해 줘 -

- 왜 내가 쌤을 마음에 안 들어 하는데, 그리고 엄마가 좋으면 그만이라고 내가 그랬잖아 -

- 그래도, 그게... -

- 난 쌤 좋아, 착하고, 잘 생겼고, 무엇보다 나랑 차이 많이 안 나니까 다른 애들 아빠보다는 날 잘 이해해줄 거고 괜찮을 것 같은데... -

- 정말 그렇게 생각해 -

- 근데, 뭐 하나 물어봐도 돼? -

- 뭐 -

- 쌤은 어디가고, 이런 중요한 일을 엄마 혼자 이야기하는데? -

딸의 말에 지연이 엷은 미소를 지었다.

- 선생님은 내가 이야기 하는 거 몰라 -

- 왜? -

- 선생님이 혹시 네가 상처 받을지 모르니까 시험이 끝나고 이야기 하자고 했어, 네 인생에 중요한 시점이니까 신중을 기하자고.... -

- 암튼.
쌤은 나이에 비해 너무 고루해, 그리고 이런 일은 남자가 딱 나서서, 미진아..
너희 엄마를 사랑해, 그러니까 허락해 줘, 이래야 하는 거 아냐? -

- ....... -

지연이 미소만을 짓고 있었다.

- 근데, 엄마 -

- 음 -

- 그런데 엄마는 왜 오늘 갑자기 나한테 이야기 하는 거야, 쌤이 기다리자고 했다며? -

딸의 물음에 지연이 살짝 긴장을 했지만 이내 미소를 지었다.
형진이 지금 의식을 찾지 못하는 수영을 위해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 할 수는 없었다.

- 엄마가 조급해서...
선생님이 자꾸만 기다리자고 하는 게 싫어서 그랬어 -

- 뭐? 엄마 미쳤어 -

- 왜 -

- 여자가 그렇게 조급해 하면 남자들은 도망가, 적당히 거리를 두고 새침한 척 해야 돼, 그런데 엄마가 먼저 안달이 나서 이러면 어떡해 -

- 걱정하지 마, 선생님 그런 사람 아니야 -

- 어, 뭐야.
벌써 편드는 거야? -

- 미진아 -

- 어유, 농담이야, 암튼 엄마보다 쌤이 엄마 더 좋아하는 거지, 남자가 여자를 더 좋아해야 서로 행복하데, 그런 거지? -

- ....... -

딸의 말에 미소를 짓던 지연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을 본 미진이 두 주먹을 쥐고 당기는 행동을 했다.

- 됐어, 모든 게 내 뜻대로 됐어 -

- 그게 무슨 소리야 -

- 이제 엄마 곁에 쌤이 있으니까.
맘 놓고 돌아다녀도 되겠어, 나중에 가고 싶은 유학도 필히 가고..
신난다 -

- ........ -

딸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던 지연이 근엄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 꿈도 꾸지 마, 엄마는 절대 너 어디 안 보내, 시집 갈 때까지 내 옆에 끼고 살 거야 -

- 아이, 됐어, 쌤이나 옆에 끼고 살아, 이제 난 잊어줘 -

- 어림없는 소리 하지 마, 아무리 쌤이라고 해도 나한테는 네가 최우선이야, 알았어? -

- 피, 글쎄요....
과연 그럴까요 -

미진이 입술을 내밀며 능글거리자 지연이 입술을 물고 손을 뻗어 미진의 등을 때렸다.

- 아파... -

- 암튼, 조심해 -

- 됐어, 나 공부해야 돼, 나가... -

- ....... -

지연의 손이 다시 올라갔지만 미진이 황급히 지연의 손을 잡으며 생글거리자 미진을 살짝 흘겨보던 지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엄마 나갈 테니까, 공부해 -

- 음, 근데 쌤은 왜 안 들어와? -

- 어, 오늘 못 들어온다고 했어, 시골에 잠깐 갔어 -

- 그래, 알았어 -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리는 딸을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던 지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서려 했다.

- 엄마 -

문을 열려던 지연이 딸의 부름에 돌아섰다.

- 왜? -

- 행복한 거지? -

딸의 물음에 잠시 딸을 응시하던 지연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됐어, 그럼... -

- 미진아 -

- 응 -

- 고마워, 엄마 이해해줘서... -

- ........ -

엄마의 말에 미진이 두 손을 들어 브이 자를 만들어 얼굴에 붙이고 귀여운 표정을 짓자 지연이 한한 미소를 짓고는 미진의 방을 나서고 있었다.

[ 고마워, 우리 딸....
우리 딸 때문에 엄마가 큰 걱정 덜었다...
선생님도 이 소식 들으면 기뻐 할 거야, 고마워... ]

너무도 순순히 자신의 행복을 빌어주는 딸에게 고마움을 표하던 지연이 어두워지고 있는 창밖을 응시하다 벽에 걸린 시계를 응시했다.

- ........ -

시간을 벌서 여덟시를 넘어가고 있었지만 형진에게 아무 연락이 없자 지연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이 층 계단을 응시하다 방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 ........ ]

- ....... -

침대에 앉아 손에 들려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지연이 핸드폰 소리에 핸드폰을 들었고 형진의 이름이 보이자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

- 응, 나야 -

- 수영씨는? -

- 조금 전에 의식이 돌아왔데... -

수영의 소식을 누군가에게 들은 듯 말하는 형진의 말에 지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자기 어디야, 병원 아니야? -

- 병원 맞아, 로비에 있어 -

- 그럼, 수영씨 소식은 어떻게 들었어? -

- 아니, 간호사에게 들었어, 내가 부탁했거든.... -

- 그랬구나 -

- 지연아 -

- 응 -

아주 천천히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형진의 목소리에 지연이 살짝 긴장하는 표정을 지었다.

- 미안해 -

- 뭐가 자꾸 미안해, 그런 소리 하지 말랬잖아 -

- 그래도 미안해, 너한테 이런 일 겪게 해서는 안 되는 건데, 내가 못나서.. -

- 됐어, 자기가 못나긴 뭐가 못나, 자기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 다 이해 한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그런 말 그만해, 알았지? -

- 그래, 고마워.... -

고맙다는 말을 마치고 잠시 침묵이 흐르자 살짝 시선을 떨구던 지연이 얼굴을 들고 숨을 들여 마셨다.

- 자기야 -

- 응 -

- 집에 올 거야? -

- ........ -

형진이 대답을 하지 않자 지연이 다시 굳은 표정을 지었다.

- 그럼, 내가 거기로 갈게, 기다릴래... -

- 그래 줄래 -

뜻밖에도 형진이 승낙의 말을 하자 지연의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 응, 갈게, 금방 갈게, 기다려.... -

- 지연아 -

- 응 -

이름을 부르는 형진의 낮은 목소리에 금세 지연의 얼굴이 굳어졌다.
혹여 형진이 다시 오지 말라고 할 것 같았다.

- 보고 싶어.... -

형진의 말에 지연의 눈가가 급격하게 젖어 들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형진의 말이 고맙고, 또 고마웠다.
지연은 살짝 떨리는 입술을 지그시 물었다가 놓고 있었다.

- 나도, 자기 보고 싶어..
너무.... -

- 사랑해..
지연아.... -

- ....... -

다시 한 번 입술을 문 지연이 손을 들어 눈가를 훔쳐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내가 너무 보고 싶은가 보네, 알았어..
얼른 갈게, 기다려 -

- .......... -

- 형진씨 -

- 대답을 해야지, 나 갈 테니까, 거기서 기다려, 알았지 -

- 그래, 기다릴게 -

- 착해...
우리 자기....
금방 갈게 -

- 음 -

형진의 대답을 들은 지연이 옷장으로 가서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 ......... ]

- ........ -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은 지연이 방안을 둘러보다 몸을 돌려 자신 앞에 서있는 형진을 응시했다.
이틀 만에 수척해진 듯 한 형진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해 보였다.
지연은 그런 형진을 데리고 집으로 갈 수 없었다.
형진의 곁에서 형진을 위로하며 함께 있고 싶었다.
그랬기에 지연은 미진에게 초상집에를 다녀온다고 말하고는 이렇게 형진과 함께 모텔에 올 수 밖에 없었다.

- 괜찮아? -

- ....... -

형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엷은 미소를 지었고, 지연은 형진의 미소가 안쓰럽게만 보였다.

- 샤워부터 할래? -

- ....... -

지연의 물음에 대답 없이 지연을 응시하던 형진이 지연을 당겨 가슴에 안자 지연도 순순히 형진의 가슴에 안기며 허리를 안았다.
두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고, 형진이 그저 지연의 등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 형진씨 -

- 응 -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지연이 형진을 불렀다.

- 피곤할 텐데, 샤워하고 어서 쉬어, 내가 재워줄게 -

- 그래 줄래? -

- 응, 재워줄게 -

말을 마친 지연이 형진의 가슴에서 떨어졌고 형진을 응시하던 지연이 다가가 입술을 포개자 형진이 조용히 지연의 입술을 받아 들였다.

- 씻자 -

입맞춤이 끝나자 형진에게 말을 건네 지연이 형진의 옷을 하나씩 벗기기 시작했고, 마지막 팬티를 벗긴 지연이 다시 형진을 보았다.
지연은 미소를 지으며 형진에게 말을 했다.

- 내가 씻겨줄까? -

- 아냐, 자기 힘들어, 내가 할게 -

형진의 말에 괜찮다며 씻겨주겠다고 말을 하려던 지연이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 말을 삼켰다.

- 그래, 그럼 씻고 나와, 기다릴게 -

- ........ -

지연의 말에 형진이 천천히 욕실로 향했고 , 잠시 후 욕실에서 물줄기 소리가 들리자 그때까지 욕실을 응시하던 지연이 자신이 벗긴 형진의 옷을 하나씩 집어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끗이 정리한 옷을 탁자 위에 내려놓은 지연이 정리되어 있는 형진의 옷을 손끝으로 천천히 만져갔다.

- ........ -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지연은 형진의 옷을 만지던 손을 거두고는 이번에는 자신의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된 지연이 이번에는 자신의 옷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지연은 정리 된 자신의 옷을 형진의 옷 바로 옆에 놓았다.
그리고 옷들을 천천히 바라보다 엷은 미소를 머금었다.
특히 정리된 옷들 맨 위에 놓여있던 형진과 자신의 속옷을 동시에 어루만지기 시작한 지연은 형진과 함께 잠자리에 들 수 있다는 것이 기쁜 듯 다시 미소를 머금기 시작했다.

- ......... -

형진의 팔을 베고 옆으로 누워 형진에게 안겨있던 지연이 가슴을 어루만지던 손을 점점 밑으로 내려 형진의 자지를 살며시 거머쥐기 시작했고, 거머쥔 자지를 주무르기 시작하자 시트로 가려진 형진의 하체가 들썩이고 있었다.
형진은 그렇게 자신에게 아무 말도 시키지 않은 채 자신을 위로하려는 듯 자지를 만져주는 지연에게 고개를 돌려 이마에 입맞춤을 했다.
형진의 입술이 물러나나 살짝 고개를 든 지연이 형진을 응시했다.

- 형진씨 -

- 응 -

형진이 지연의 눈을 바라보며 대답을 했다.

- 여행 갔다 올래? -

- 여행, 왜 여행 가고 싶어? -

- 아니, 우리 둘 말고, 혼자.... -

지연의 말에 형진이 잠시 지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나 혼자 여행을 다녀오라고? -

- 음, 남자들 머리 복잡하면 혼자 여행하고 싶다고 하던데, 자기도 그러고 싶으면 다녀와 -

- ....... -

지연의 말에 형진이 엷은 미소를 짓고는 입술을 살짝 내밀자 얼굴을 살짝 든 지연이 입맞춤을 해주고 물러났다.
그러자 형진이 몸을 돌려 지연을 마주보며 옆으로 누웠고 지연은 자연스레 만지고 있던 형진의 자지를 놓치고 말았다.

- ......... -

형진은 지연을 보며 미소를 지었고, 지연이 미소를 지어주자 뺨에 손을 얹고는 엄지로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 지연아 -

- 응 -

- 나, 가끔 지연씨가 무서워 -

- 내가 무섭다고? -

- 응 -

- 왜? -

지연의 물음에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형진이 사랑스런 시선으로 지연을 응시했다.

-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 지연씨 같은 완벽한 여자가 내 여자가 됐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아, 얼굴도 예쁘지, 마음도 착하지, 그리고 이렇게 자기 남자를 위해 마음 씀씀이도 고운 여자가 왜 내 곁에 있는지 궁금해, 혹시 이게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

- ........ -

형진의 눈동자가 자신의 얼굴을 천천히 훑어가는 것을 보며 지연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 자기야 -

- 응 -

-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자기 같이 근사한 남자가 왜 나 같이 나이 많은 여자에 남자가 됐을까, 궁금해..
자기라면 얼마든지 젊고 아름다운 여자 만날 수 있을 텐데, 자기 말대로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 -

- 아니, 자기만큼 아름답고 착한 여자는 이제껏 본 적이 없어, 그리고 지연씨는 젊은 여자들은 따라오지 못하는 원숙미도 가지고 있잖아, 난 그게 너무 좋아 -

- 그 말 조금 이상하다 -

- 뭐가? -

형진의 물음에 지연이 미소를 짓다가 아직도 자신의 뺨을 손끝으로 더듬고 있는 형진의 손등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 그 원숙미란 거, 섹시하다는 말이지? -

- ....... -

지연의 말에 살짝 당황하던 형진이 크게 미소를 짓자 지연은 너무 행복했다.
수영의 사고 이후 형진이 보여준 가장 밝은 모습이었다.
지연은 마음으로 형진에게 이야기 했다.
그렇게 밝은 모습을 보여 달라고, 그래만 준다면 자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이다.

- 지연씨, 요새 가만히 보면 되게 용감해졌어, 예전에는 매번 얼굴 빨개지고 그랬는데.. -

- 당연하지, 이제 난 자기 여자잖아, 내 남자 앞에서는 이제 아무것도 부끄럽지 않아, 창피하지도 않고.. -

- 정말, 그래? -

- ....... -

지연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고, 형진이 다시 한 번 크게 미소를 짓자 지연의 눈동자가 일렁거렸다.
너무 행복했다.
자신의 남자가 자신에게 보여주는 미소만으로도 이렇게 행복 할 수 있다는 게 지연은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미소를 자신에게 보여주는 남자에게 자신이 사랑 받는 여자란 게 너무 기뻤다.

- 자기야 -

- 응 -

그렇게 행복해 하던 지연이 문득 무언가 떠오르자 형진을 불렀다.

- 나, 미진이한테 우리 이야기 했어 -

- .......... -

자신의 말에 형진이 살짝 당황하자 지연이 미소를 지었다.

- 괜찮아, 미진이가 축하해줬어 -

- 정말이야? -

형진이 살짝 놀라며 물었고, 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 내가 뭐랬어, 미진이는 우리를 이해해 줄 거라고 했지 -

- 그러게 말이야, 난 그 자식이 순순히 받아들일 줄 몰랐는데, 자식이 엄마 닮아서 착하긴 하네, 그렇지? -

형진의 말에 지연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한 번 형진이 기쁜 듯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자 지연은 행복한 마음에 형진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 고마워, 형진씨.. -

- 뭐가? -

- 미진이까지 있는 나 같은 여자 사랑해줘서 -

지연의 말에 형진이 지연의 얼굴에 손을 가져가 자신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 그런 말이 어디 있어, 나야말로 행운이지, 당신 같은 여자에다 미진이 같은 이쁜 아이까지, 나야 말로 고마워... -

- 형진씨 -

지연이 고마운 표정을 짓자 형진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지연의 뺨을 어루만졌다.

- 나, 정말 착한 여자 될게, 자기한테 좋은 여자 될게 -

- 지금도 충분히 착하고 좋은 여자야 -

- 아냐, 더 착해질게, 자기가 원하면 뭐든지 하는 그런 여자 될게 -

- 그런 소리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닌데, 그러다가 내가 이상한 거라도 시키면 어쩌려고 -

- 할 거야, 자기가 시키는 거라면 뭐든지.. -

지연의 다짐에 형진이 다시 미소를 짓자 지연이 입술을 내밀며 형진을 응시했다.

- 왜 웃어, 내 말 못 믿겠다는 거야? -

- 아니, 믿어 -

형진이 다시 미소를 짓자 지연이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 거짓말, 못 믿겠다는 표정인데 -

- 믿는다니까 -

- 됐어, 그럼, 지금 당장 나한테 뭐 시켜봐, 뭐든지 들어 줄게 -

- ........ -

- 빨리... -

형진이 말없이 웃고만 있자 지연이 형진을 재촉했다.
형진은 알고 있었다.
지금 지연이 왜 이렇게 지연과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하는지를 말이다.
그건 수영의 사고로 인해 어두워진 자신을 위한 지연의 눈물겨운 배려임을 말이다.
형진은 그런 지연을 보며 너무 고마웠고, 한편으로는 미안했다.
바보 같은 자신을 위해 애쓰는 지연이 애잔하게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형진은 계속 자신에게 말을 거는 지연의 배려를 가슴으로 받았다.

- 정말 뭐든지 들어 줄 거야? 내가 저기서 알몸으로 춤을 추라고 해도 춰줄 수 있어? -

- 어...
춤.... -

전혀 생각지 못했던 형진의 말에 지연이 순간 당황했다.
지연은 말을 더듬었고 형진은 그런 지연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운 듯 입가에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 그것 봐, 그러니까 그런 약속은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

- ........ -

형진의 말에 살짝 굳은 표정을 짓던 지연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고 형진이 미처 말리기도 전 침대에서 내려와 침대 끝에 형진을 보며 섰다.

- 자기가 추라면 출게 -

- 지연아 -

형진은 지연의 말에 놀란 표정으로 침대에서 내려 오려했다.
그런데 그 순간 지연이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알몸 그대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형진은 순간 그대로 얼어붙었고, 지연은 자연스럽지는 않았지만 팔을 몸에 붙인 채 두 손을 살짝 들고는 잘록한 허리와 골반을 살짝 흔들었다.

- ....... -

지연이 몸을 흔들 때마다 탐스런 두 개의 젖가슴이 살짝 출렁거렸고, 골반이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거뭇한 둔덕의 숲도 좌우로 움직이며 형진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하지만 형진의 시선을 마주하지 못한 채 지연의 얼굴을 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형진은 그런 지연의 모습을 일렁이는 시선으로 응시했다.

- ........ -

형진은 가슴이 먹먹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세상에 어느 여자가 저토록 자신의 남자를 위해 창피함과 부끄러움, 그리고 민망함을 참아내며 저토록 아름다운 몸짓을 보여줄 수 있을지 묻고 싶었다.
형진은 너무 고마웠고, 너무 미안했다.
저토록 아름답고 착한 지연에게 잠시나마 지난간 자신의 과거로 불안하게 했던 것이 너무 미안했다.

그렇게 지연을 바라보던 형진의 눈가가 서서히 붉어지고 있었고, 기어이 눈물 줄기 하나가 형진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지만 민망함에 형진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던 지연은 그런 형진의 눈물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 ........ -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알몸으로 몸을 흔들던 지연이 아직도 벌게진 얼굴로 서서히 움직임을 멈췄고, 완전히 움직임을 멈춘 지연이 밀려오는 쑥스러움에 두 주먹을 살짝 쥐고 있었다.

- 봤지, 자기가 시키면 난 뭐든지 해, 알았어 -

천천히 말을 한 지연이 형진에게서 아무 말이 들리지 않자 천천히 시선을 형진에게 향했고, 형진과 시선이 마주하는 순간 지연의 얼굴이 그대로 굳어졌다.
지연은 그제야 발견을 했다.
형진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을 말이다.
지연은 당황하며 침대로 올라가 형진 앞에 무릎을 꿇은 자세로 앉아서는 형진을 바라보았다.

- 왜 그래, 형진씨 -

- ........ -

지연의 물음에 형진이 미소를 머금었지만 지연은 처음으로 보는 형진의 눈물에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져 옴을 느꼈다.
그런 지연을 보던 형진이 두 손을 들어 지연의 두 뺨을 감쌌다.

- 고마워, 지연아...
너무 고마워.....
너무 고마워서.... -

형진의 눈가에서 다시 눈물이 솟아올랐고 이내 뺨을 타고 흘러내리자 지연도 눈가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 형진씨, 왜 이래요 -

지연은 자신도 모르게 말을 높였다.

- 사랑해, 지연아....
정말...
사랑해....
그리고..
너무 미안해... -

- ........ -

살짝 울먹이며 말을 한 형진이 지연을 끌어안았고, 그런 형진을 마주 안던 지연이 눈을 내려 감던 순간 지연의 눈가에서도 가느다란 눈물 줄기가 눈가를 벗어나고 있었다.
지연은 알 수 있었다.
형진이 자신에게 보여주는 눈물이 어떤 의미인지를 말이다.

- 고마워요...
형진씨... -

다시 존대를 하는 지연은 느낄 수 있었다.
형진을 향한 자신의 노력을 형진이 느꼈음을 말이다.
그리고 그런 자신에게 고마움의 눈물을 보여주는 형진이 오히려 고마웠다.

[ 당신 모르죠, 자신의 여자에게 고마움을 눈물로 보여주는 당신 같은 남자가 많지 않다는 걸, 난 그런 당신의 여자란 게 너무 행복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그런 당신이 내 남자라서... ]

지연은 천천히 얼굴을 들었고, 형진과 시선이 마주치자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주기 시작했고, 형진도 지연과 같이 지연의 얼굴에 묻은 눈물을 닦아냈다.
그리고 다시 서로를 잠시 마주하던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워졌고, 입술이 서서히 포개지고 있었다.
그렇게 입술이 밀착되던 순간 눈을 감아버린 두 사람의 눈가에 다시 가느다란 눈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그 눈물은 서로의 사랑을 느끼며 흘리는 행복의 눈물이었다.

- ....... -

- ....... -

입맞춤이 끝나자 다시 눈물로 얼룩진 상대방의 얼굴을 닦아주던 두 사람의 입술이 잠시 포개졌다 떨어졌고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머금어지고 있었고, 그 미소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러던 순간 지연이 손을 들어 형진의 뺨을 덮었다.

- 형진씨 -

- 응 -

- 나, 안아 줘, 형진씨 여자라는 걸 느끼고 싶어 -

- ........ -

지연의 말에 형진이 미소를 지었고 지연이 다시 입술을 포개자 지연을 끌어안고 입맞춤을 하던 형진이 천천히 지연의 몸을 침대에 눕혔고 입술이 떨어지자 자연스럽게 다리를 벌려주는 지연의 다리 사이로 몸을 집어넣고 있었다.

- ....... -

형진을 올려보며 지연은 손을 내려 형진의 자지를 자신의 보지에 가져다 대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연의 모습에 형진은 천천히 허리를 밀었고, 형진의 자지가 보지 안으로 천천히 들어오기 시작하자 형진을 올려보던 지연의 표정이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지가 보지 안에 거의 들어오자 자지에서 손을 거둔 지연이 형지의 허리를 두 손으로 잡았다.

- ....... -

마침내 자지가 보지에 완전히 들어오자 지연은 형진을 보며 미소를 지었고, 형진도 지연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 형진씨 -

- 응 -

- 잊지 말아, 자기거야..
내 모든 건.... -

- 그래, 나도 마찬가지야 -

- 사랑해 -

- 나도 사랑해... -

두 사람의 입술이 다시 포개졌고 입맞춤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마치 하나로 결합된 자신들의 소중한 곳만으로 부족한 듯 두 사람의 입술은 하나가 되어 떨어질 줄 몰랐다.
그리고 부여안은 두 사람의 알몸도 점점 밀착되어 지고 있었다.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듯이 말이다.

[ .......... ]

다시 하나가 되어버리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운명은 시기하고 있었다.
자신이 둘러놓은 굴레 속에서 변하지 않는 사랑을 보여주는 지연에게 질투를 느껴갔다.
운명은 마지막으로 결심을 했다.
자신의 사랑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지연에게 마지막 질문을 하고 싶었다.
정말 자신의 사랑에 절대적일 수 있는지, 정말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을 수 있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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