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이사의 손가락 명령에 복종한다. 엎드리고 목줄차고 기어 다닌다. 차츰 두려움과 무서움이 존경
심과 복종심으로 변해간다. 수치와 굴욕에 흥분하고 봉사를 하면서 쾌감을 느끼게 된다. 암캐 정애
는 주사를 셋방 맞았으니 사흘 걸렸다고 했다. 이미 서약서를 쓰고 들어간 감옥이라 사흘 걸렸지만,
보통 여자들은 일주일 정도 수감되어 있어야 암캐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암캐 정애의
지론이었다. 암캐들은 한 달에 하루씩 지하 감옥에 가서 정신 단련을 받는다. 차츰 익숙해지면
빈 주사기만 봐도 공포에 질리고 몸이 마비된다. 가면 쓴 사육사는 누군지 영원히 알지 못한다.
암캐 정애는 변 이사가 괴롭힐수록 쾌감을 느꼈고 고통에 흥분을 했다. 변 이사 앞에서는 항상 젖어
있었고 갈증과 욕구에 몸이 녹았다했다. 그 이후 암캐 정애는 변 이사뿐 아니라 남자만 보면 두렵
고 무서웠다 했다. 그래서 남들에게 자기를 감추기 위해, 본성을 들키지 않기 위해 거만하고 이기적
이며 표독스럽게 자신을 포장해야 했다고 변론을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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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애야.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함정에서 빠져 나오고 싶어.”
“어려울 겁니다. 이사님과 동생분이 치밀하게 판 함정이에요. 몸부림칠수록 올가미는 조여들죠.”
“너도 한패냐? 너도 이용당하고 있어. 그걸 왜 몰라?”
“저는 미션 수행 중입니다.”
“미치겠네.”
“남의 것은 맛있게 먹고 자기 것은 아깝다는 얘기죠? 역시 인간은 개보다 못해요.”
“뭐야?”
“나중에 고맙다고 절 할 거예요. 사람 사는 거 별거 아니에여.”
“이런 18. 가. 당장 가. 앞으로 내가 부르지 않으면 화요일도 금요일도 오지 마.”
나는 소리를 꽥꽥 지르며 암캐 정애를 겨드랑이 잡고 번쩍 들어 엉덩이를 걷어찼다.
“고정하세여. 주인님. 좋은 것이 좋은 거에여.”
“내가 왜 너의 주인이야. 너는 미끼고 나는 낚시에 걸린 고기지.”
나는 암캐 정애를 반짝 들어 건넌방 앞으로 옮겨 놓았다. 방문을 열고 등을 밀어 넣었다.
“짐 싸들고 가. 에스엠 도구도 가져가.”
나는 문을 닫으며 소리쳤다. 암캐 정애는 양장을 챙겨 입고 건넌방에서 나와 거실로 걸어왔다.
“조 대리님 과장으로서 말씀 드립니다.”
소파에 앉은 내 앞에 와서 암캐 정애는 예의 표독스런 말투로 나를 윽박질렀다.
나는 움찔했다. 어떻게 대해야하나? 암캐 정애는 차갑게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인생 즐기는 겁니다. 나쁜 짓 하자는 것이 아니고 섹따르게 즐기자는 겁니다.”
나는 정애를 올려다보았다. 그 서슬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애가 갑자기 내 앞에 무릎을 꿇더니 내 무릎을 손으로 짚고 속삭이듯 말했다.
“지금도 우리 얘기가 녹음되고 있을지도 몰라여. 이사님 동생이 이 아파트에 살거든요. 동 호수는 모르지만, 가까이 산다고 들었어요. 카메라도 동생이 설치했고 편집도 동생분이 했다고 들었어요. 잘 생각해서 결정하세여. 어쩌겠어여? 엎질러진 물인데. 아주 달라는 것도 아니고 한 번 맡겨 보시는 것도 크게 손해는 아닐 것 같아여. 그럼 안녕히 계세여.”
함정애 과장은 일어나 나에게 고개만 까딱하고 현관문을 향해 나갔다.
나는 침대에 누웠다. 머리가 복잡했다. 생각이 많았다. 누구와 의논을 해야 하나?
아내 보라에게 이야기하면 절망을 할 것이다. 아내 보라가 알면 혀 깨물고 죽을지도 모른다.
남편 잘못으로 수렁에 빠진다면 더 쉽게 개조 될지도 모른다. 진짜 체념이고 포기가 될 것이다.
내 아내는 내가 지켜야 한다. 내 목숨을 걸고 내가 지켜야 한다. 방법이 없다.
변 이사 몰래 짐 싸들고 외국으로 줄행랑을 쳐버리는 방법도 생각했다.
아주 안 올 곳이라면 정리할 것도 많았고 포기해야 할 것도 많았고 미련도 많을 것이다.
나 하나 죽으면 끝날까? 변 이사를 죽이면 끝날까? 변 이사 동생도 죽여야 하나?
암캐 정애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도 죽여야 하나? 불쌍한 여자. 나이도 먹고 똑똑한 여자가
왜 시궁창에 빠져서 거기가 시궁창인 줄도 모를 까?
정애는 행복해 보였다. 암캐로, 과장으로, 집에 가서는 엄마로 팔색조처럼 화려하게 살고 있었다.
한 번 맡겨 봐? 이왕에 엎어진 거 내 아내 보라를 암캐 만들어 달라고 줘봐?
혹시 그게 내 아내 보라를 더 행복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켜야한다는
생각을 밀치고 들어왔다. 지하 감옥에서 밑 빠진 의자에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고
사지가 묶여 허벅지에 주사를 맞는 보라의 모습이 자꾸 머릴 어지럽힌다.
우울하고 기분 더럽고 환장할 밤이 자꾸만 깊어가고 있었다.
변 이사가 동생과 함께 내 아파트로 찾아왔다.
변 이사의 동생은 키가 팔 척이 넘고 덩치가 산 만 하고 포악하게 생겼다.
그들은 내 아내 이보라를, 아니 자기들의 먹잇감 이뽀라를 내 놓으라고 나를 윽박질렀다.
나는 겁에 질려 꽁지를 빼다가 찬스를 잡았다. 내 멱살을 잡고 흔들던
이사의 동생이 베란다까지 따라 나왔다. 나는 변 이사 동생의 허리를 팔로 감았다.
번개처럼 손가락을 깍지 끼고 창문 밖으로 논개처럼 몸을 던졌다.
두 몸이 하나 되어 허공을 날았다. 10층 아래 까마득한 바닥이 아귀처럼 입을 벌리고
둘을 한꺼번에 삼키려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무서워졌다. 깍지를 풀었다.
쿵하고 떨어졌다. 깨어보니 꿈이었다. 아침이었다. 내 몸이 침대 아래로 떨어져 있었다. 혼자.
아내를 지켜야 하는데. 당당한 남편이 되어야하는데. 객지 땅에선 의논할 상대도 없다.
나는 기숙사 식구들을 떠 올렸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다.
머리를 맞대고 꾀를 짜내면 묘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소문만 크게 나고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없지는 않았다.
그래서 일단, 철이만 불러냈다. 사람이 있는 곳은 누가 들을까봐 소주를 사들고
호젓한 공원구석으로 자리를 잡았다. 철이가 나보다 더 분노하고 있었다.
철이를 통해 나는 많은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함께 화라도 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철이는 경찰에 알리자고 했다. 언론에 터트리자고도 했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변 이사가 두렵다. 내가 함정에 빠져있다. 내 아내 이보라의 명예가 걸려 있다.
변 이사 일당을 세상에 공개해 내 아내 이름에 똥 칠 할 수는 없었다.
철이는 자기 친구들 동원해서 변 이사의 저택을 습격해서 모든 근거를 없애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의견을 내 놓았다. 많은 사람이 알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대책 없이 술병만 비워갔다. 방법도 못 찾고 시간만 죽였다.
철이가 무릎을 탁치며 의견을 말했다.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변 이사를 납치하자. 지하 감옥에 가두어 놓고 변 이사를 수캐로 만들어 버리는 거야.”
달리 묘안이 없다. 이에는 이, 힘에는 힘으로 붙을 수밖에.
결국, 철이와 나는 변 이사가 귀가하는 것을 보고 저택에 침입해 변 이사를 지하 감옥에 가두고
모든 사건을 제자리로 돌리는 것에 합의 했다. 철이가 고마웠다. 짖지 못하는 개들도 고마웠다.
실수가 있었다. 나는 철이에게 저택의 구조를 잘 아는 것처럼 큰소리쳤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저택 거실에서 술 마신 기억밖에 없었다.
수영장을 한 바퀴 돌아온 기억밖에 없었다. 암캐 정애에게 들은 지하 감옥은 입구도 모른다.
암캐 정애를 아니, 함정애 과장에게 조용히 면담을 신청했다. 회의실에서 업무 얘기를 잠시 하다가
저택 이야기로 옮겨갔다. 저택의 구조에 대해 물었다. 정애는 의심 없이 답변해 주었다.
변 이사는 항상 암캐를 데리고 잔디밭에서 골프도 치고 야외 풀에서 수영도 한다.
밤에는 주로 거실과 2층 서재에 있으며 암캐 한 마리를 대동한다.
밤 11시가 되면 2층 세 번째 방에서 취침한다. 암캐를 데리고 잘 때도 있고 혼자 잘 때도 있다.
변 이사에게 암캐가 도대체 몇 마리냐고 내가 물었다. 정애는 모른다고 답했다.
자기 빼고도 최소한 세 마리는 그 집에 기거한다고 추측으로 답했다.
지하 감옥은 항상 눈을 가리고 들어가기 때문에 입구를 모른다고 했다.
지하실의 구조도 모른다고 했다. 밑 빠진 의자와 창살만 기억난다고 했다.
나는 암캐 정애에게 들은 이야기를 내가 본 것처럼 철이에게 설명했다.
철이는 포승줄과 곤봉 두 개, 손전등 두 개를 준비 하겠다고 했다.
이틀 후를 D - 데이로 잡았다. 밤 11시 이후에 들어가기로 했다.
현장을 답사한 철이가 저택에서 배출되는 배수구를 찾아 놓았단다.
냄새는 나지만 배수구를 거슬러 들어가면 방범장치에도 걸리지 않는다고 철이가 말했다.
고마운 친구였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데 저 친구는 나에게 도 무엇을 원할까?
은근히 걱정이 되기는 했다. 하지만 우선 발등에 불부터 끄고 볼 일이었다.
D - 데이. 우리는 배수구를 통해 침투를 시도했다. 잔디밭을 거쳐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에 들어가 손전등을 켰다. 거실이었다. 내가 술 먹으며 본 거실 그대로였다.
주방 쪽을 비춰 보았다. 암캐 정애만 없을 뿐 그대로였다. 우리는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올랐다.
집안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철이와 나의 숨소리만 들렸다.
하나, 둘, 셋. 세 번째 방 앞에서 우리는 멈췄다. 숨소리도 멈췄다.
열쇠 수리공을 했다던 철이가 방문 손잡이를 돌렸다. 다행히 잠기지 않았다.
문을 밀고 소리 없이 들어갔다. 문을 닫고 손전등으로 방안을 휘둘러보았다.
침실이 아니었다. 침대도 없고 이불도 없었다. 쇠창살이 보였다.
방안은 깨끗했지만 텅 비어 있었다. 우리는 순간 몸을 돌렸다.
방문이 밖에서 철컥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방안에 이상한, 역겨운 냄새가 우리의
코를 쑤셨다. 우리는 오래지않아 정신을 잃고 말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와 철이가 발가벗겨진 채 밑 빠진 의자에 결박되어 있었다.
천장엔 흐릿한 전등불이 비추고 쇠창살이 보였다. 입에는 재갈이 채워져 소리도
지를 수가 없었다. 몸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순간, 지하 감옥이라는 낱말이 떠올랐다.
가면 쓴 남자가 가지 만 한 좆 몽둥이를 덜렁거리며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남자의 손에 주사기가 들려 있었다. 철이는 나와 마주 앉혀져 있었다. 무릎을 맞대고.
철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렸다. 나도 고개를 돌렸다.
가면 쓴 남자가 주사기에 약을 잔뜩 넣고 다가왔다. 천천히.
마음은 마구 달아났지만, 몸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주사 바늘이 닿지도 않았는데 허벅지가 근질거린다. 피가 머리로 솟구쳐 오르고
온 몸에 기운이 스르르 빠져 나갔다. 절망이었다. 점점 깊어지는 함정이었다.
"보라는 안된다. 내가 운명을 짊어지고 가리라." 이를 악물었다. <끄으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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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작을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저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글이지만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 했습니다.
댓글 주시고 추천 주신님들 복 받으시와요. 착한 마음에 꼭 복이 갈 것입니다.
세상엔 공짜가 없으니까요. ㅎ ~
작가에게 용기를. 그리고 더 나은 작품 창작을 위하여 격려와 질책을 아끼지 마시기 바랍니다.
비판과 의견은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비난은 사양합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끝까지 함께하신 분들께 다시 한 번 인사를 드리며 글을 맺을 까 합니다.
무더운 여름을 슬기롭게 보내시고 건강 잘 챙기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착한 지희 드림.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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