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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화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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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화 2화

 

 "이 얼굴을 누가 본다고...
조금 늙어 보인다고 그것이 대수냐? 네 녀석 생사 현관이 뚫리면..."

 "싫다고 해도 그래! 내 공력을 사부에게 주어서, 사부가 더 젊고 예뻐진다면 그렇게 할 마당에, 사부의 공력을 빼 먹는다니 될 법이나 한 소리야?!"

 "이 녀석아! 너는 피어나는 꽃이고 나는 시들어 가는 꽃이란 말이다"

 "그런 것 나는 몰라! 사부가 다치는 일이라면, 사내가 되지 않아도 좋아! 언제까지나 소년으로 남아 있을래"

 "아니다! 가을이 되어 나무 잎이 떨어지기 전에 붉은 단풍으로 물드는 것을 보지 못했니?! 이 사부도 언젠가는 떨어져야 할 낙엽이라면, 너를 통해서 내 몸을 불 태워, 붉은 단풍잎처럼 마지막 내 인생을 불태워 보고 싶구나"

 "??...그렇단 말이지...언제 죽어도 죽어야 할 몸...
처녀 귀신으로 죽기 보다는 인생을 불태우고 활짝 피어나는 붉은 단풍 옷으로 인생을 갈아 입겠다는 말이지? 그 낙엽은 져도, 내년 가을이면 그 붉게 타 오르는 낙엽이 내 마음을 밟겠지? 평생 나는 사부를 가슴 속에 안고 살 꺼야"

 "고맙구나! 일 년! 일 년 동안만 내 몸을 불 사르면, 빨갛고 곱게 물든 단풍 잎이 될 것이다"

 "나도, 나도 그런 불타 오르는 단풍 잎이 될 것이야"

 

 "망할 녀석! 그 녀석은 눈도 없는 녀석이, 나를 보기만 하면 번쩍 고개를 쳐들고 난리를 치니, 어떻게 된 놈이 그 모양이냐?"    "사부!..."

 "사부라고 부르지 말라고 해도 그러는 구나!...
누님! 그냥 누님이라고 부르란 말이다"

 사부라는 30대로 보이던 아름다운 부인이, 해를 넘기고 이듬해 3월이 되자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이제는 누가 보아도 60대의 늙은이로 보일 수 밖에는 없는데, 열 아홉 살이 된 소년에게 누나라고 부르란다.
60세 쭈그렁바가지가 된 노파 앞에 서있는 소년의 사타구니가 불룩한 것으로 보아서는 양물이 또 고개를 쳐들고 있는 것이 분명 하였다.

 "열 달! 그 동안 네 녀석 때문에 내 마음이 빨간 단풍으로 물들었다...3월! 꽃이 피어야 할 계절에 단풍잎이 물 든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싫어 싫어! 일 년이라고 약속을 했잖아!"

 "늙어 가는 내 추한 모습을 더 이상 너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다.
언제까지나 아름다운 사부, 예뻤던 누나로 네 기억에 남아 있고 싶구나" 

 "지금도 아름답고 예쁜 누나란 말이야!"

 "누나라고 했니?! 마지막 선물 치고는 가장 기쁜 선물이로구나...끝나지 않는 잔치란 없는 법이다.
두 달 뒤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느니라"

 시들어 가려는 양물을 두 손으로 움켜 쥐고 시들지 못하게 하였다.
꿈을 꾸는 것 같은 소년의 두 눈에서 줄줄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여인의 얼굴이 피어나는 꽃처럼 활짝 밝아졌다.

 "이 누나를 위해서 네가 울어 주다니...
평생을 네 놈 눈물을 보지 못할 줄 알았는데, 너처럼 독한 놈이 나를 위해서 슬퍼 하다니...
지금의 내 얼굴이 진짜 내 얼굴 모습이다.
소안독심(笑顔毒心)! 웃는 얼굴에 야차같이 독한 나의 손속 때문에 무림에서는 사갈처럼 나를 무서워 하고 모두가 나를 피했느니라...
그만 눈물을 흘리거라! 내가 사랑하였고 나를 사랑해 주던 파안섭영(破顔攝影)만이 오직 한 사람 나의 지기였느니라"

 "그렇게 서로 사랑을 했다면...그까짓 동자공이 무엇이라고..."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었단다! 석양부와 여명부가 만나면 두 도끼가 하나로 합쳐지고, 그래야만 도끼의 주인도 합쳐 질 수가 있단다.
그런데 우리는 두 도끼가 합쳐지지를 않았을뿐더러, 도끼에 피를 묻혀도 도끼가 피를 빨아들이지 않고 도끼가 울음소리를 내지 않아서..."

 "그런 꿈 같은 전설을 믿는 거야?!"

 "전설은 전설로만 끝나지 않는 것이란다.
음양부(陰陽斧)가 우리 두 사람 손에 들어 왔다는 것이 인연이라면, 두 사람이 서로 맺어지게 하는 것이 이치에 합당 하지 않겠느냐? 그래서 우리는 운명을 거역 하기로 작심을 하고, 파안섭영은 계집애를, 나는 사내 아이를 제자로 거두어 들여, 후일을 기약 했던 것이란다"

 "그럼 그 계집애를 만나서, 그 때도 음양부가 합쳐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너희들 마음대로가 아니겠느냐? 도끼를 버리던, 아니면 두 동강을 내던, 그도 저도 아니라면 전설을 무시하고 두 사람이 하나가 되던...죽어 땅에 묻힌 내가 간섭할 일이 못 되지 않겠느냐?"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데?"

 "전설이란 허황된 것이 아니란다.
도끼를 손에 쥐어 보면 알겠지만...
글쎄다...
양부(陽斧)를 손에 쥐어야 할 네가 음부(陰斧)인 석양부를 손에 쥐면 어찌 될지 나도 궁금 하구나"

 "줘 봐! 그럼 어디 한 번 손에 쥐어 보게"

 "너라는 놈은...그렇게 내게서 배우고도...언제나 철이 들려느냐? 도끼라고 해서 한낱 쇠붙이로만 보이느냐? 왜 보부(寶斧)라고 하는데?...
부심(斧心)! 도끼에게도 마음은 있느니라.
주인이 바뀌었다는 것은 옛 주인이 죽었을 때 뿐이다.
내가 죽고 나거든 그 때 도끼를 쥐어 보아라!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그 것은 쓰레기나 마찬가지다.
전설이고 뭐고 다 집어 던지고 도끼를 부러트려서 내 묘 속에 함께 묻도록 하여라"    "?...."

 "또 하나 당부를 할 것은, 내가 네게 전수한 폐안공(閉眼功)은 그 계집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섭안공(攝眼功)을 방어 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다만 나도 그 계집 아이의 섭영공(攝影功)만은 막을 막을 방도를 알 수가 없구나"

 "섭영공? 그 위력이 그리도 대단해?"

 "섭영공의 섭(攝)자는 다스릴 섭 이라고 하고, 잡을 섭 이라고도 한다는 것을 너는 알지를 않느냐?"

 "섭안공은, 눈 빛으로 상대의 마음을 다스리거나 잡는다는 것은 알 수 있는데, 그림자가..."

 "어느 수준까지 연공을 했는지 모르겠다만, 가장 위험할 때는 계집 아이의 그림자가 없을 때이니라.
섭영공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만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햇빛과는 상관 없이 아무 방향으로나 그림자가 지게 되면 그 때는 피하는 것이 최선이니라"

 "도망치라는 말이야?"

 "그럼 앉아서 그냥 죽던지!...
사람들이란 그림자에 무관심 하단다.
해를 마주보고 서 있는데, 등 뒤로 그림자가 져야 할 것이 앞으로 뻗어 나가, 자기 그림자와 겹치는데도 모르고 무관심인 것이다"

 "그 그림자가 공격을 해 온단 말이야?"

 "너는 그림자나 바람을 도끼나 검으로 벨 수 있겠느냐?! 네 놈 장끼인 독(毒)도 그림자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명심 하여라"

 "그림자를 만들어 내는 실체도 있을 것 아냐?"

 "내가 어떤 녀석을 제자로 거두어 들였지 모르는 마당에, 파안섭영이 그 계집애에게 주의를 주지 않았을 것 같으냐?"

 "흐흐흐...사부가 은퇴한 뒤에 이 산속 동굴 안에서 얻은 천면신공(千面神功)과 유가신공(瑜伽神功)이나 환희천(歡喜天)은, 모르고 있을 것 아냐?"

 "그것만이 유일한 너의 강점이다.
상대를 열 번 백 번 확인하고, 정말 믿을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절대로 내 보여서는 안 되는 신공이라는 것을 명심 하거라"

 "흐흐흐...나는 나를 나도 잘 모르는데, 누나는 나를 다 안다고 생각을 해?! 후후후..."

 "그래! 네 놈 속을 어느 누가 다 알겠느냐? 무림에 나가면, 도끼만 보고도 석양부와 여명부를 금방 알아 차릴 수 있을 만큼 유명한 도끼다.
그만큼 소문도 빨리 퍼질 것이니, 그 계집 아이가 무림에 나왔다면 금방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계집애인지는 모르지만, 누님이 이루지 못한 사랑을 내가 이루어 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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