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아름다워 -1부8장(워크샵의 밤.)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본문 바로가기

꽃보다 아름다워 -1부8장(워크샵의 밤.)

💬 0 👁 4,179
책갈피와 음성 읽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와아아..."

 

통보에 따라 평상복으로 출근한 지훈은 입을 쩍 벌렸다.
워크샵을 위해 대절된 버스가 호텔앞에 파킹되어 있었고 사

복을 입은 1층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웃고 떠들고 있었다.
1층직원들이 비는 바람에 휴일이었던 다른층 직원들이1

층근무를 인수인계받고 있었다.그렇다.오늘은 1층직원 워크샵 날이었다.

 

"이렇게 직원이 많았나.."

 

지훈은 솔직히 말해 근무한지 2주가 가까워진 지금도 1층직원이라고 하면 자신과 수연 유진 그리고 차윤정만이 떠올

랐다.막말로 그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띄기 때문이었다.하지만 벨보이와 발렛파킹직원들을 비롯, 1층 직원들은 생각외

로 꽤 많았다.게다가 대부분은 여자직원들이었다.

 

'쳇 누군 입사하자마자 꽃밭에서 근무를 하고..'

 

첫 입사해서 휴게실에서 인사를 할때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떠올랐다.
그때 당시엔 그 말이 실감나지 않았지만 이젠

확실히 알거같았다.자신을 비롯한 몇몇을 제외하고는 전부 여자였고 싱그러운 봄 옷차림의 그녀들은 지훈의 눈을 흐

뭇하게 해주었다.그리고 유독 눈에 띄는 한명.

 

"어?이제왔어?"

 

어깨선이 드러난 티셔츠에 하늘하늘한 흰색스커트를 입은 유진의 모습에 지훈은 밝게 웃음을 지었다.모두가 보는앞

이라 손을 잡을순 없었지만 지훈이 유진을 바라보는 눈빛안에는 하트가 가득차 있었다.

 

"지훈씨왔네요."

 

"안녕하세요."

 

평소에 잘 모르고 지냈던 직원들도 친절히 인사를 했다.그녀들에게 있어서도 뉴페이스 신입인 지훈이 흥미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자자 늦었으니 어서 차례대로 차에 타요.들어가는 순서대로 한명씩 앉도록 하세요."

 

역시나 평상복을 입은 차윤정이 인원들을 통솔하여 차로 인도했다.
한명씩 들어가는 순서대로 앉는다면 유진과 함께

줄을서야 같이 앉을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유진은 음료당번이라 아이스박스를 싣고 나서 가장마지막에 차윤정과 같

이 차에타야만 했다.

 

'쳇...별수 없군.'

 

지훈은 버스에 들어가 자리가 비어있는 창문쪽에 자리를 잡았다.
뒷편에 여직원들이 잔뜩 앉아 있었고 수근수근대고

있어 약간은 신경쓰였지만 원체 남자비율이 적다보니 감수해야 겠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누가 내옆에 앉으려나...남자만 아니었음 좋겠다.'

 

덩치가 약간있는 지훈인지라 둘이 앉는 자리에 남자와 함께 앉으면 엄청나게 불편했다.지훈은 유진이 아니라면 차라

리 날씬한 여사원이 앉기를 간절히 바라며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저기...."

 

너무나 귀여운 목소리에 지훈은 살짝 눈을 떳다.갑자기 눈을 떠서 알아보기는 힘들었지만 분명 여자의 형상이었다.

 

"수..수연씨?"

 

"앉아도 될까요?차례대로 앉으라고 해서.."

 

지훈의 바로 뒤에서 버스를 탄사람은 다름아닌 수연이었다.지훈은 살짝 웃으며 엉덩이를 창쪽으로 바짝 붙어 수연이

앉기 편하게 해주었다.

 

'휴..수연씨라 그나마 다행이다.몸이 작으니까 내자리도 여유가 있네..'

 

"자자..다들 탔죠?버스 출발합니다!"

 

오늘 수연은 과감하게도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평소 이미지와는 약간은 안맞는 옷차림이었지만 귀여운 그녀의 얼

굴과 묘하게 잘어울렸다.워낙 조용한 성격의 수연인지라 버스가 출발할때 까지 둘의 대화는 전혀 없었다.

 

띵동.

 

문자가 울리는 소리에 지훈은 핸드폰을 꺼내 메세지를 확인했다.

 

-어라라..수연이 옆에 앉았네? 50센티 이상 안떨어지면 죽을줄 알어.-

 

유진다운 애교가 섞인 문자에 지훈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마지막에 탄 유진인지라 맨 앞자리에 앉았을 터였다.

살짝 고개를 빼고 보니 차윤정팀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문득 차팀장과의 일이 생각나며 꺼

림직했지만 별 도리가 없었다.게다가 이유없이 그이야기를 유진에게 할 여자도 아니었다.

 

"음..저기..근데 도착지가 어디에요?"

 

버스안은 직원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로 가득했다.유독 자기가 앉은 자리만 조용한것이 답답해진 지훈은 용기를 

내어 수연에게 말을 걸었다.

 

"아...속초에요."

 

".....아예."

 

단답형을 말해버리고는 말이 없는 수연.
지훈은 자기도 모르게 더워지는게 느껴졌다.이 여자는 내가 맘에 안

드는 것일까? 그래도 자기가 앞으로 계속 일해야하 할 회사인데...이 기회에 친해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연씨는 남자친구 있어요?"

 

"아뇨..."

 

"....아예."

 

확실히 차갑거나 그런것이 아니었다.부끄러운 건지 아니면 남자를 싫어하는 건지 계속 단답형이니 대화의 발전이 전

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수연씨 어디사신다고 했죠?"

 

"혜화요."

 

".....아..네.."

 

보통 이런 질문을 받으면 "지훈씨는요?"내지는 "왜 물어보시나요?"라도 대답이 와야 하는데 수연은 그저 대답에만 

충실할 뿐이었다.

 

"우리 말 놓을까요?"

 

"네????"

 

'빙고..드디어 다음 말을 할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군.'

 

지훈은 살짝 멋적은 듯 웃었다.

 

"아..동갑이잖아요.물론 호텔내에서는 그러면 안되겠지만, 워크샵이나 이럴때는 말놔도 되지 않을까요?"

 

"그..그건..."

 

수연은 자신의 치마를 만지작 거리며 생각에 잠겼다.지훈은 그제서야 수연이 자신을 싫어하는게 아니라 단순히 수줍

음이 많은 여자라는걸 알수 있었다.

 

"아..뭐 싫으시면 할수 없지만..."

 

"아니에요...좋아요..말 놔도.."

 

"음...그럴까?"

 

"네...아니...으응.."

 

뭘 한것도 없는데 수연의 얼굴은 벌게져 있었다.
지훈이 말놓자고 한것때문에 열이 받은건가?라고 오해할 정도였다.

 

"근데 왜 남자친구가 없어?"

 

"아....그냥...수줍음이 많아서.."

 

확실히 수연은 수줍음이 많았다.
휴게실에서도 동료 남직원들과 친구처럼 웃으며 이야기 하는 유진에 비해 수연은

늘 여사원들과 웃으며 이야기 했다.
남자직원이 끼기라도 하면 말수는 부쩍 줄어들었다.
회식을 할때도 지훈은 수

연이 이야기하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었다.

 

"원래 있잖아...부끄러움은 부족한 사람들이 많이 타는 거래."

 

"..."

 

"근데 수연이 넌 하나도 부족하지 않잖아.얼굴도 귀엽고...호텔에서 근무하는 거니까 당연히 똑똑할 거고.."

 

수연은 고개를 들어 지훈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보는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훈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나도 말이야.예전엔 약간 내성적이었어.
근데 아버지가 그러더라고.
부끄러움은 부족한 애들이나 타는 거라고..

부끄러움을 탄다는건 니가 부족하다는걸 인정하는 거라고...사실 그 이후로 많이 바뀌었어."

 

지훈을 바라보는 수연의 눈빛이 약간은 떨리기 시작했다.그리고 그녀의 입에도 조금씩 미소가 번졌다.

 

"노력할게.
부족한거 인정하기 싫어."

 

수연이 처음으로 자연스레 말을 하자 지훈도 놀라며 살짝 웃었다.

 

"그럼.
넌 충분히 이쁜 아이니까...부끄러워 하지 않아도 돼."

 

그말을 들은 수연은 이제 환하게 웃었다.약간의 홍조는 남아 잇었지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고마워!"

 

 

 

 

서울의 도심부.

신기루처럼 늘어서 있는 빌딩숲 가운데에 유독 높고 빛나는 건물이 하나 있었다.
마치 건물주의 꼼꼼하고 깐깐한 성

격을 반영하는듯, 어떤 허점도 드러나지 않는 완벽한 디자인의 빌딩이었다.
대한호텔,대한무역,대한미디어 등의 쟁

쟁한 계열사를 두고 있는 대한커머셜의 총 본사 건물이었다.

 

"회장님.김부장입니다."

 

"어.들어오게."

 

김부장이 문을열고 들어왔는데도 유한백회장은 서류철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적수공권으로 시작해 이제는 대한

민국의 대기업반열에 오른 신화적인존재.
몇십년째 그를 보필하는 김부장역시 가끔은 그가 뿜는 카리스마에 움찔했

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유한백회장은 자신이 부른 김부장을 앞에 두고도 눈길한번 주지않고 서류를 정독했다.

의례있는 일이었기에 김부장역시 불평이나 재촉없이 조용히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거기 앉지."

 

한참후에서야 유한백회장은 책상에서 일어나 쇼파에 몸을 묻었다.김부장이 옆에 앉자, 서류를 읽을때만 쓰는 안경을

벗어 탁자에 올려놓았다.

 

"지훈이 녀석 잘하고 있나?"

 

역시나 아들의 일로 불렀구나...예상이 맞구나..하고 김부장은 속으로 생각했다.
철혈의 CEO인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하나뿐인 외아들 유지훈이었기 때문이다.

 

"아...네.며칠 되진 않았지만,평판도 좋다고 합니다.솔직히 워낙 유복하게 자라서 적응을 못하지 않을까..싶었는데

불평불만 없이 웃으면서 일을 잘 배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호텔쪽에는? 내 아들이라는거 아는사람없겠지?"

 

"아..물론입니다.명동지점에는 그 사실을 말할만한 사람도 없구요."

 

유회장은 피로가 몰려오는듯 미간을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여러개의 기업체를 운영하는 그에게는 주말이나 휴식이란

개념은 이미 먼 예전의 것이 된지 오래였다.

 

"그런데 무슨일로.."

 

지훈의 일만 묻기위해서 불렀을 리가 없었다.1분1초를 아깝게 보내지 않는 습관이 벤 유회장을 김부장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훈이 녀석말이야.
장가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네?"

 

농담을 하는 성격이 아니라는것을 알기에 김부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할수 밖에 없었다.

 

"자네도 알겠지만.
나는 이제 나이를 꽤 먹었어.
언제까지 회사를 할 수 있을지...솔직히 잘 모르네.
아무래도 가정

이 있으면 그 녀석이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빨리 성장할 수 있을거고..회사를 받아도 될 만큼 좋은 인재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

 

"하..하지만 이제 겨우 24인데요..이르지 않을지.."

 

"한 집안을 이끌어 봐야 회사를 이끌수 있는 사람이 되지.
그리고...내가 죽을때까지 그 녀석이 좋은 재목이 되어있

지 않다면...난 회사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야."

 

김부장은 마음속으로 적잖이 놀라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끔찍하게 아끼는 아들이 재능이 없으면 회사를

주지 않겠다니...정말 속을 알수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유회장이 나이를 먹으면서 조급해 하고 있다는것을 김부

장은 충분히 짐작할수 있었다.

 

"그래도 결혼이라는게....지훈이 입장도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무작정 시키자는게 아니지.
자네 한강건설 서 사장 알고 있나?"

 

"아....네..알고 있습니다."

 

김부장의 머릿속에 중년의 한 사내가 떠올랐다.서 사장 역시 맨손으로 시작해 이제는 한국 굴지의 건축회사로 발돋

움한 인물이었다.유회장과 가깝게 지내는 사이라 김부장이 모를리 만무했다.게다가 대한호텔의 국내외 모든 지점은 

한강건설의 건축물이었다.

 

"서 사장 딸이 있어.
나이도 스물둘이니까 지훈이랑 어느정도 맞는 부분도 있고...그쪽에서도 사돈되기를 상당히 원

하고있기도 하고...그래서 두 녀석만 좋다면 약혼을 시키고 싶은데 말이야."

 

김부장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유회장이 한강건설과 사돈을 맺고 싶은것은 단순한 부모로써의 욕심도 있겠지만

지훈에게 더 큰 힘을 심어주고 싶어하는 그의 바램이 엿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된다면야 분명 좋은 일이겠지만....정작 본인들이 좋아할까가 의문이군요."

 

"나역시 그래.
나나 그쪽 내외는 대찬성인데 말이지...그래서 말이야..조만간에 두 녀석 선좀 보일까 생각중이야.

다음주 화요일쯤으로 할까 하니..명동지점에 전화걸어서 지훈이 휴가로 하루정도 뺄수 있도록 하게,핑계는 자네가

적당히 둘러대고."

 

"알겠습니다."

 

"혹시 또 모르는 일이니까, 한강건설 하고 연락 취해서 확실히 약속도 잡아놓고."

 

"네.염려마십시오."

 

김부장은 꾸벅 인사를 하고는 회장실을 나갔다.유회장의 테이블유리 안에는 해맑게 웃고 있는 어린시절의 지훈의 사

진이 끼워져 있었다.
유회장은 또다시 찾아온 두통에 머리를 감싸쥐며 자신의 아들 사진을 바라보았다.

 

'조금더...시간이 있으면 좋겠는데...'

 

 

 

 

"지훈씨! 그 아이스박스는 저쪽으로!아! 그전에 이거 부터 옮겨주시구요."

 

"네..네!!"

 

지훈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원체 남자들이 부족했기에 지훈을 비롯한 몇안되는 남직원들은 짐을 나르는 일에 모두

혹사당하고 있었다.
여직원들이 콘도 테라스에서 수다를 떨고 여기저기를 구경하는 그 와중에도 지훈은 아이스박스

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큭...누나마져..'

 

유진도 멀리서 낑낑거리는 지훈을 보며 혀를 삐죽 내밀고 있었다.같이 버스를 타고 와서 그나마 많이 말해서 조금

가까워진 수연만이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지훈을 보고 있었지만 '여자들은 무조건 쉰다'는 차팀장의 지시아래 도와

줄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자자..빨리빨리들 움직이자구요.."

 

몇 안되는 남자들끼리 인지라 단합이 되어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지훈은 처음에 음료 당번,안주당번을 정해서 

여자들이 버스에서 짐을 실을때도 왜그리 즐겁게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들은 준비하고 싣는것을 끝으로 아예

손을 놓기로 한 것이었다.
그래도 아예 터무니 없을 정도의 양은 아니었기에 금방 끝날 수 있었다.

 

"오는데 하루구나,..."

 

아무리 강원도가 가깝다 하더라도, 휴게소를 들르고 와서 짐을 꾸리고 식사를 하니 시간은 어느덧 훌쩍 지나가 7시

가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콘도의 1층에는 워크샵온 직원들을 위한 넓은 강당이 있었고, 그곳에서 술판이 벌어졌다.

 

"언제나 그렇지만...고객을 가장먼저 맞이하는 층이 1층입니다.그 말은 다른 층 직원들보다 더 많이 웃고,더 먼저

일을 시작한다는 말이 되기도 하지요.늘 고생하는 여러분께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오늘부터 내일까지만.업무를 잊고

마음껏 즐기다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술자리에 앞서 차윤정팀장의 말이 끝나자 모두 박수를 쳤다.
원래의 워크샵은 업무의 연장으로,도착해서 업무회의를

하는것이 원칙이었기에, 차윤정의 연설로 식순을 대신했다.당연히 직원들은 불만이 없었다.

 

"위하여!"

 

사람을 상대하느라 늘상 스트레스와 씨름해야 하는 직원들도 술잔을 기울이며 떠들기 시작했다.아쉽게도 지훈의 자

리와 유진의 자리는 떨어져 있었다.그렇다고 주위 이목도 있는데 티나게 옆자리로 갈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유진은

차윤정팀장과 수연등과 함께 술을 마시며 웃고 있었다.
하지만 간간히 지훈쪽을 바라보며 눈빛을 주는것을 잊지 않

았다.

 

"자자..지훈씨..한잔 받아야지."

 

"아..넵!"

 

지훈은 선배 남직원이 주는 술을 넙죽 받아마셨다.지훈의 자리에는 남선배 둘.그리고 여직원 두명이 앉아 있었다.

입사때부터 관심을 끈 지훈인지라 여직원들은 앞다투어 지훈의 옆자리에 앉아 달라붙기 시작했다.

 

"지훈씨이~~일할땐 많이 말 못해서 서운했는데...오늘 같이 많이 마셔봐요!"

 

"어머 얘는..내가 먼저 줄거야.지훈씨.
내잔부터.."

 

"아..네..하하.."

 

지훈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자신의 옆에 앉은 두명은 호텔 제과부에 근무하는 은미와

수진이었다.남자가 양옆에 여자가 앉아 서로 술을 따라주겠다는게 싫을리는 없지만, 지훈의 신경은 온통 유진에게

쏠려있었다.
그녀가 소주는 많이 약해서 금방취한다는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려와 예상은 현실로 다가왔다.

 

쿵!

 

"어머..유진언니!"

 

유진이 앞테이블에 머리를 박는 소리였다.겨우 네잔정도 마셨을 뿐이었을 텐데 유진은 완전히 뻗어버렸다.

 

"누...아니..유진씨!"

 

지훈은 엉겨붙는 두 사람을 억지로 떼어내고는 유진이 있는 테이블로 달려갔다.차팀장은 그런 지훈을 보며 의미심장

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수연은 뻗어버린 유진을 보며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괘,..괜찮은 거에요?"

 

"한잔더~~헤헤헤.."

 

맥주를 마시면 꽤 오래 마시는 유진이지만 소주는 쥐약이었다.
예전 회식때도 가장먼저 취한사람이 바로 유진이었다

 

"몇잔 안마셨는데 이러네요.지훈씨가 방으로 좀 업어다 줄래요?"

 

윤정이 지훈을 보며 말했다.
뭔가를 의미하는 듯한 그 눈빛에 지훈은 약간 소름이 돋았지만, 연인인 유진을 여기다

방치할 수는 없었다. 

 

"네,.좀 도와주시겠어요?"

 

유진을 업는 지훈을 보며 여직원들은 지훈의 과잉된 행동에 모두들 수근거렸다.허나 지훈이 워낙 단기간 일했기 때

문에 같이 근무하는 유진과 그나마 친해져서 인가보다 하고 지레짐작하고 있었다.

 

"으쌰.."

 

수연의 도움으로 지훈은 가볍게 유진을 업어 올렸다.자연스레 유진의 허벅지를 감싸게되었고 축 늘어진 유진의 머리

탓에 지훈의 볼에 그녀의 볼이 닿았다.
숨막힐듯이 아찔한 그녀의 향기.지훈은 몇잔 마신 술기운마져 싹 없어진 듯

한 느낌이 들었다.

 

띵동.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고 묵고있는 객실의 방이 보였다.

이번 워크샵은 두개의 객실을 빌려 사용하고 있었다.지훈은 빈방의 침대에 유진을 눕혔다.

 

"으음..."

 

유진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몸을 뒤척였다.

 

'헉!'

 

지훈의 눈이 삽시간에 커졌다.치마를 입고 온 유진인지라 침대에 아무렇게나 눕자마자 스커트가 올라가며 팬티와

하얀 허벅지를 훤히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이쁘긴하네..'

 

처음에 야근할때 유진이 잠을었을때에 자신이 몰래 더듬었던 일이 생각났다.그때는 정말 참을수 없었는데...아니 

어쩌면 그 사건 이후로 그녀가 좋아졌는지도 몰랐다.

지훈은 유진을 살짝 들어 침대머리쪽으로 옮겨주고는 치마를 잘 내려 안보이게 했다.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아 이불

을 꺼내 유진에게 덮어주었다.

 

'오자마자 옷이나 좀 갈아입지..'

 

몇몇은 트레이닝 복으로 갈아입고 술자리에 임하고 있었는데 유진은 온 복장 그대로 마신 모양이었다.

 

'왜 소주를 못먹으면서 입에 덴거지?설마...'

 

차윤정의 의미심장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녀가 일부로 먹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엄습하자 소름이 돋았다.

 

'그럴리가 없지...나도 참...'

 

지훈은 피식웃으며 유진을 볼을 살며시 쓰다듬었다.눈을 감고 잠든 그녀는 지훈의 눈에 세상누구보다 귀여운 천사

였다.

 

'차라리 잘됐다.술판에 막 끼긴 싫으니까 이참에 바람좀 쐬야지.'

 

지훈은 유진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춰 주고는 밖으로 나왔다.바로 1층 강당이 술판이었기에 지훈은 아예 콘도 밖으

로 나와버렸다.지금가봐야 들어가는건 술일거고..지훈은 조금시간을 때우다가 들어가기로 마음먹고는 벤치에 앉았다

 

'지금가봐야...노래나 시키겠지뭐..'

 

강당 한편에 놓인 노래방기계가 떠올랐다.분명 신입이니 한곡해 라고 하면서 술취한 목소리로 한마디씩 던질것이 뻔

했다.
차라리 유진을 데려다 준다는 핑계로 조금 늦게 들어갈 심산이었다.어차피 유진때문에 온 워크샵인지라 그닥

열의도 없는 지훈이었다.

 

"잠깐...앉아도..."

 

갑자기 등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깜짝놀라 뒤를 돌아보니 수연이 서있었다.버스안에서 말을 놓기로 했지만 완전히 놓

기엔 어색한지 말끝을 흐리고 있었다.

 

"아...응..."

 

"여기서 뭐하고 있어?"

 

"사실...사람들이랑 어울리는건 좋지만 너무 마셔대는 분위기가 별로라서..하하..넌?"

 

지훈의 생각대로 자신이 편하게 말을 놓자 수연도 이제 익숙해졌는지 살짝 웃었다.술을 마셔서 인지 양볼이 빨간상

태인 수연이지만 원체 귀염상이라 그다지 튀거나 밉거나 하지 않았다.
유진보다 키도 작은 편이어서 귀여움이 한결

고조되는 분위기였다.

 

"난..사실 너무 많이 마신거 같아."

 

술기운이 있어서 인지 더이상 수연은 지훈의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아니 오히려 지훈의 얼굴을 보고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난 사실 니가 날 별로 안좋아하는 줄알았어."

 

"응?왜?"

 

"매일 내 얼굴을 잘 안보려고 하는거 같아서..하하"

 

지훈은 그저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꺼낸 말이었지만 오히려 그말은 수연의 얼굴을 부끄러움에 더욱 빨갛게 만들었다.

 

'나...사실.....'

 

수연은 목까지 걸려나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처음 지훈을 봤을때의 두근거림.일할때마다 보이는 지훈의 모습

에 더욱더 빠르게 맥박이 뛰었었다.하지만 그녀는 그런말을 할수 없었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그런가봐.."

 

이내 다른말을 해버리고는 고개를 숙이는 수연을 지훈은 묵묵히 바라보았다.

 

"남자친구 사귄적 없어?"

 

지훈의 물음에 수연은 한참을 망설이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사실 한번도."

 

"뭐?말도안돼.."

 

"지....진짜야!"

 

"너처럼 귀여운애가..?"

 

지훈의 마지막말에 수연의 얼굴은 더더욱 빨개졌다,하지만 지훈의 말은 진심이었다.수연은 유진이나 윤정처럼 미인

상은 아니었지만 눈이크고 입술이 작은 전형적인 귀염상이었다.맘만 먹으면 꽤 많이 사귈수 있을거 같은데..하는생

각이 들었다.

 

"그...그만 가볼게..안에서 찾을거 같아."

 

수연은 계속 지훈의 옆에 있다간 심장이 터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어리둥절하게 바라보는 지훈을 뒤로 하고 수연

은 도망치듯 콘도안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러고보니...오늘은 안자네."

 

술만 마시면 잠들어 버린다고 했던 수연인데...왠일인지 오늘은 잠이 들지 않고 자신과 이야기했다.게다가 소주를 

못마시는 유진이 소주를 마시고는 뻗어버렸다....오늘은 왠지 이상하다고 지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으헉!"

 

한참을 앉아있는 누군가 자신을 뒤에서 껴안는다.등뒤로 느껴지는 뭉클한 가슴의 감촉.술냄새와 어우러진 약간은성

숙한 여인의 향기.

 

"티...팀장님..."

 

"여기서 뭐하고 있나요?"

 

술을 왠간히 마신듯 차윤정은 지훈의 볼을 쓰다듬기 까지 하고 있었다.
지훈이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윤정이

뒤에서 목을 감싸안고 있어 마음대로 되지도 않았다.혹여나 수연이나 다른 직원들이 보면 어쩌나 싶어 지훈은 식은

땀이 흐르기 까지 했다.

 

"아무도 없어요.다들 술먹느라 바쁘죠...놀라긴..후훗.."

 

"저기..여긴 워크샵...읍!"

 

지훈은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차윤정의 입술이 순식간에 자신을 덮쳐왔기 때문이었다.지훈의 눈이 크게 흡떠졌지

만 차윤정은 지훈의 입술을 마음껏 탐하더니 입술을 떼었다.

 

'뭐...뭐이런....!'

 

지훈의 마음에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아무리 이쁘고,게다가 상관이라지만 이렇게 까지 막무가내인 여성은 본 적

이 없었다.게다가 자신을 장난감처럼 부리는 행동에 화가나는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화났나요?"

 

"도대체....왜이러시는 거죠?"

 

"뭐가요?"

 

"뭐..뭐라뇨...지금 하시는 행동이죠."

 

"어머...지훈씨는 이게 싫은가요?"

 

차팀장의 질문에 지훈은 말문이 턱하고 막혔다.막바로 싫어요 라고 왜 말하지 못하는 것일까?역시 남자이기 때문일

까?

 

"만약 싫다면...첫날은 왜 나와 잔거죠?"

 

윤정은 생글생글 웃으며 지훈의 가슴언저리를 쓰다듬었다.지훈은 차윤정의 말에 한마디도 대답할수 없었다.그녀는 

이미 지훈의 머리위에 있었다.당혹스러움에 아무말도 못하는 지훈의 앞으로 다가간 윤정은 그의 옆에 앉았다.

치마를 입은탓에 하얀허벅지가 훤히 드러났다.지훈은 재빨리 고개를 돌려 외면해 버렸다.

 

"참 특이하네요..지훈씨는..보통 남자들은 애인이 있어도 섹스파트너는 원하는법 아닌가요?"

 

윤정의 속삭임이 지훈의 귓가에 뱅뱅 울리고 있었다.나는 원하지 않아..라는 생각이 들지만 아니라고 대답은 할 수

없었다.유진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니 지훈에게 여자는 유진만 있어도 바랄것이 없었다.
허나 이상하게도 윤정을 

거부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윤정이 자신의 약점을 쥐고 있다는것도 있지만 그녀의 유혹은 원초적으로 제지할수 

없는 자신이 너무도 싫었다.

 

"오늘따라 말이 너무 없네요.왜그러죠?"

 

윤정은 지훈의 허벅지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지훈을 완벽하게 조종하는 그녀였지만 윤정본인도 이런적은 처음이었

다.그녀도 사랑을 아는 여자지만 섹스에 있어서는 프리를 표방하는 여성이었다.그녀가 단순히 섹스자체로 자고나서

계속해서 유혹한 것은 지훈이 처음이었다.
지훈은 윤정에게 있어서 너무도 쉬운 먹잇감이었지만,반대로 정복하기

어려운 사냥감이기도 했다.지훈과 잠을 자고 날때마다 항상 윤정은 지훈이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유진때문에 자신의 유혹을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그 사실에 그녀는 몹시 자존심이 상해있었다.

 

"따라와요."

 

"어디로...요?"

 

멍하니 되묻는 지훈의 질문에 윤정은 지훈의 귀에 대고 나즈막히 속삭였다.

 

"아무도 없는 곳." 

 

 

비슷한 내용

8 개 추천
읽음
[펌] 아내의 야노
“몰라.”“솔직히 말해봐. 듣고 싶어.”“응 좋아.”“핥아 줄까?”“여기서?”“응. 잠시만.”나는 아내의 다리를 내려놓고 일어나 다시 한번 주위를 살폈다. 역시 근처에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아내에...
💬 0 👁 438
내용보기
읽음
숙의 하루 -8부
- 술자리, 접대, 성희롱 ① 숙에게 있어서 그날 하루는 분명 치욕적인 날이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겪은 당혹한 사건이야 자기 혼자만의 수치심이었다고 해도, 학생들과 교무 실에서 공개적으로 당해버린...
💬 0 👁 2,003
내용보기
읽음
첫사랑 -5부
그의 손이 내 볼을 만진다. 분명 내 볼을 만지고 있는데 왜 반응은 밑에서 올까. 그의 손이 내 볼을 쓰다듬는다. 부드럽다. 다시 입술이 다가온다. 그리고 촉촉한 무언가가 내 입술 사이를 갈라놓으려...
💬 0 👁 5,101
내용보기
읽음
수원오는 버스에서 만난 그녀 -하편
재훈이 강하게 나가자 하나는 재훈의 얼굴을 바라보다 고개를 숙이고 몸을 웅크렸다. \"제길 내가 이게 뭐야!\" 재훈은 자신이 그녀에게 한 말이 미안했지만, 그녀의 몸을 만지는 흥분이 그의 온몸을 ...
💬 0 👁 7,167
내용보기
읽음
수원오는 버스에서 만난 그녀 -상편
어느 청명한 가을날 직원들과 사장님과 함께 명정 산 등반을 가기로 했다. 30대 중반에 미혼인 그는 나이 또래 보다 빠른 진급을 해서 임원의 위치에까지 올라가 있는 상태다. 일요일에 산에 가는 게 ...
💬 0 👁 5,441
내용보기
읽음
여인의 추억, 섹스의 추억 -단편
대충 어떻해든지 불러내서 번섹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채팅을 하던 시절의 이야기 한토막. 사실 이것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여자는 기본적으로 밤에 모르는 남자를 만나러 나온다는 것이 일단 겁부터 ...
💬 0 👁 1,693
내용보기
읽음
폰팅 -(상편)
당시는 제가 25살이었어요.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 3학년이었죠. 정하는 제가 사는 아파트의 아래층에 살았는데 저보다 10살 많은 35살이었고요. 우리는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마주쳤어요. 그녀는 남편과...
💬 0 👁 1,911
내용보기
읽음
직장 동료..그녀 -단편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여자를 만났지만,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몇 사람이 있다. 나뿐만 아니라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아마 그러한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어떤 이유로 내...
💬 0 👁 785
내용보기

Copyright © webstoryboard.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