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의 등에 하얀색의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현지를 인질로 후카츠는 치우를 잡아버렸다.
그리고 그 등에 부적같은 곳에서나 볼법한 이상한 문양을 그려넣고 있었다.
『이걸로 되었군... 』
치우의 말에 후카츠는 비릿한 미소를 흘려보내며 대답했다.
『네가 복종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을지 모르니까.. 』
그 말과 함께 후카츠는 자신의 검지를 깨물어 피가흐르는 손으로 노란색의 종이에 또다시 무엇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마친 후카츠는 물이 담겨있는 접시를 가지고와 그 위에 조금 전에 피로 그려냈던 종이를 불태웠다.
노란색의 종이가 불에타 시꺼먼 재가 되어 접시물위로 내려앉았다.
『이걸 마셔..
이걸 마시게되면 여기에 깃든 피를 가진 사람이 내린 명령을 거부하면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되지..
크크크 그걸 마시는 순간 넌 내게 종속되는거야.. 』
손과 발을 묶인채 지후가 들고있는 칼에의해 위협을 받고 있던 현지가 후카츠의 말을 듣고 미친듯이 소리쳤다.
퍼억~!!
발버둥치며 하지말라고 소리치는 현지를 지후의 손이 그대로 내리치자 현지는 낮은 비명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서 쓰러지듯 엎어져버렸다.
『나때문에..
흐윽..
미안해...
하지마...
하지마..
치우야.. 』
현지가 엎드린 상태에서도 낮은 목소리로 울먹이며 말하고 있었다.
발가벗겨져 손과 발을 묶인채 엎드려 자신때문이라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니 안스러운 생각과 미안한 생각도 들어왔다.
어떻게 보면...
세아도....
현지도...
순수한 아이일 뿐인데...
언제나 그런걸 이용하고 악용하려는 인간들 때문에...
"어차피 지켜주기로 약속했다.."
치우 역시 분한 생각이 들어왔지만 지켜주기로 한 아이였고 지아와의 약속도 있었다.
현지를 살리려면 지금은 후카츠라고 불리는 이 놈의 뜻에 따르는 수 밖에 없었다.
『나로..
만족해라..
현지는 놓아줘.. 』
그러도록 하지..
순음지체보다는 네가 더 중요하니까 』
하지마!! 』
후카츠가 건넨 접시를 받아드는 모습에 현지가 지후의 손아귀안에서 발버둥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치우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치우가 후카츠가 건넨 접시를 입에 대려는 순간...
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에게 깃든자에게 말하노라....
그대와의 신성한 계약에 의해 명하노니.. 』
"이건...?"
치우가 고개를 들어 현지를 바라보았다.
지금 현지가 외우고 있는 주문..
봉인의 주문이었다.
떨어져있는 대상을 자신의 몸에 불러들일때 사용하는 봉인의 주문이었다.
『무..
무슨 짓이야!! 』
갑작스럽게 주문을 중얼거리는 현지의 행동에 후카츠가 놀라며 현지의 입을 막으려 들었지만 이미 주문의 마지막까지 현지의 입에서 나와버리고 말았다.
『모든 것을 멈추고 지금..
나에게 돌아오라!! 』
현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모래로 만든 석상이 바람에의해 흩날리듯 치우의 몸이 붉은기운의 안개와도 같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쨍그랑....!!
치우가 들고있던 접시가 그것을 받쳐들던 힘이 사라지자 바닥으로 떨어지며 나뒹굴기 시작하고 붉은 색의 연기처럼 기체화 되어버린것만 같은 치우의 기운이 순식간에 치우의 문양이 새겨져있는 현지의 팔쪽으로 스며들어갔다.
『미안해..
미안해..
이..
이것밖에 생각나는게 없어서...
미안해 치우야.. 』
『아냐아냐..
잘했어 현지야.. 』
이건 치우로서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후카츠의 주술에 걸리기 직전에 현지가 치우의 몸을 봉인으로 회수해 버렸다.
이렇게 되면 후카츠로서도 어쩔 방법이 없을 것이었다.
치우를 붙잡기위한 인질이 곧 치우 자신이 되어버렸으니까..
『현지야..
봉인을 다시 풀어..!! 』
『나의 의지로..
봉인된 네게 자유를 허락하노라..
네 거대한 힘을 빌어 사악한 자를 멸하려 함이니..
깨어나라!!! 』
이번에는 기숙사때와 달리 현지도 봉인해제의 주문을 똑똑히 외워두고 있었다.
봉인이 해제되자 치우의 기운이 현지의 몸으로 스며들어가기 시작했다.
『현지야..
내가 느껴져? 』
『좋아..
그럼 날 믿고 내 기운이 흐르는대로 이끄는대로 몸을 움직여봐 』
현지가 치우의 말대로 느껴지는 치우의 기운의 흐름대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등뒤로 길게 늘어진 현지의 머리가 바람에 휘날리듯 휘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치 무게중심의 법칙에서 벗어난듯이 웅크리고 있던 현지의 몸이 그대로 일으켜 세워졌다.
현지가 묶여있는 손쪽에 힘을 주자 더 많은 치우의 기운이 현지의 손쪽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이 느껴짐과 동시에 어이가 없을정도로 쉽게 현지의 손을 구속하고 있는 끈이 잘려져나가버렸다.
발에 묶여있는 끈도 손과 마찬가지로 끊어져버렸다.
구속에서 자유로워진 현지가 고개를 들었다.
『자~ 그럼 한바탕 해볼까? 』
치우의 말에 현지가 망설이듯 무슨 말을 하려했다.
『왜? 』
안하면... 』
현지의 말에 치우가 잠시 생각에 잠기는듯 했다.
아까 지후를 죽이려했을때와 같이 현지는 사람을 죽이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다만..
아까의 일로 미안한 마음에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듯 보였다.
하지만 치우도 지금 현지의 말이 아까와는 다른 의미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현지는 단지 누군가 죽는 것이 싫은 것일 것이었다.
분명 그런 의미라는 것을 치우는 느낄 수 있었다.
『지아와 똑같은 말을 하는구나 넌.. 』
『지아..? 』
현지가 무슨 뜻인지 몰라 되물었지만 치우는 그에 대한 답은 하지 않았다.
『알았어..
현지 니 뜻대로 힘은 최대한 조절해 볼게..
됐지? 』
고마워.. 』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
이미 후카츠와 지후는 현지에게서 멀리 물러나 있었다.
후카츠는 입술을 꽉 깨문채로 현지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지후는 훨씬 더 멀리 떨어진채로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는듯 보였다.
『제기랄..
망할 계집년..!! 별수 없지..
이렇게 된 이상... 』
입술을 깨물며 현지쪽을 바라보던 후카츠가 주머니에서 작은 리모콘 같은 것을 꺼내 들었다.
『이걸..
사용하지 않기를 바랬는데..
이렇게 된 이상.. 』
후카츠는 아쉬운듯 화가난듯 묘한 표정으로 현지쪽을 바라보다 꺼내든 리모콘을 눌렀다.
『아아악..!! 』
후카츠가 리모콘의 버튼을 누르는 순간 현지가 괴로운듯이 머리를 움켜쥐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무언가 이상한 힘이 치우를 현지의 몸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치우는 현지의 몸밖으로 튕겨져 나가지 않기위해 이상한 힘에 최대한 저항하기 시작했다.
『아악..!! 머리가..
깨..깨질것만 같아..
아아악..!! 』
그 모습을 보고 있는 후카츠가 말을 시작했다.
『도깨비도..
순음지체도 아깝지만..
내것이 될 수 없다면..
그대로 없애주지.. 』
『무..
무슨 짓을 한거냐!! 』
치우의 외침에 후카츠가 피식 웃어보이며 대답했다.
『만약을 위해서 준비해놓은 것이지..
아까는 미처 그럴 사이도 없었지만 만에하나 널 제압하거나 복종시킬수 없을 경우를 위해 준비해 놓은 것이지..
지금까지 나도 한번도 써본적은 없어.. 』
현지가 괴로워하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바닥으로부터 보라색의 기운이 솟아오르는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치우가 지금까지 세상에서 살아오면서 이런 것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이 정도로 강력한 것이 존재하다니...
『이것도 고대문헌에서 발견한 것이지...
문헌에 의하면 이 결계는 모든 것을 무(無)로 만들어 버린다.
인간이 결계안에 있다면 그 인간의 육체와 영혼은 분리된다.
그리고 육체도 영혼도 모두 흔적도 남기지 않고 소멸되어 버린다.. 』
후카츠는 미친듯이 웃고 있었다.
후카츠의 말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이대로는 견디기 어렵다.
더구나 현지가 너무도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 결계에서 벗어나야겠어.."
『현지야..
정신차려!! 여기서 벗어나자!! 』
모..
몸이...
우..움직이질..
아..않아... 』
치우가 현지의 움직임에 힘을 보태주고 싶어도 결계에의해 생긴 힘인지 이상한 힘이 치우를 현지의 몸에게서 분리해내려 하는것에 저항하느라 현지에게 기운을 실어주기가 여의치 않았다.
『의..의식이..
흐..흐릿해져...
저..정신을 잃을것만 같아.. 』
치..
치우..
너..
너만이라도 빠..
빠져나가... 』
빨리..
나가...
나가란 말이야!!! 』
현지가 소리치듯 말하며 치우의 기운을 받아들이지 않고 밀어내버렸다.
이런 것에 관해서는 거의 지식이 없는 현지가 마치 튕겨내듯이 자신을 밀어내버렸다.
안그래도 이상한 힘에의해 튕겨져나가려는걸 겨우 버티고 있는 치우였던지라 현지가 힘껏 치우를 밀쳐내버리자 치우는 현지의 밀어내는 힘과 이상한 힘에의해 현지의 몸 밖으로 튕겨져나왔고 그로인해 결계의 범위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
이것 밖에 내가 하..
할 수 있는게..
아악..!! 』
치우는 결계밖으로 튕겨지듯 나왔지만 현지는 여전히 결계내에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보라빛의 기운은 조금씩 더욱 강해지고 있는듯 그 색이 확연히 짙어지고 있었다.
『혀..현지야!! 』
『크크크크크... 』
치우가 튕겨져나온것을 못보았는지 후카츠는 웅장하게 보라빛을 내고 있는 결계를 바라보며 미친듯이 웃고 있었고 치우는 후카츠에게로 달려가 후카츠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당장 멈춰!! 그러지 않으면 죽여버리겠어!! 』
마음대로 해.. 』
멈추는 방법은 나도 몰라... 』
뭐라고? 』
만들어보긴 했지만..
이런게 정말 가능할지는 나도 장담하지 못했거든..
거기다 이런 엄청난 것일 거라고는...
나도 상상하지 못했어..
정 그렇게 저 아일 구하고 싶으면 다시 뛰어들어가 보던가...
크크크크 』
영혼이 분리되기 시작하나보군... 』
후카츠의 말에 치우가 다시 결계안쪽을 바라보았다.
이미 정신을 잃은듯...
거의 움직임이 없는 현지의 몸속에서 무엇인가가 튀어나오려고 하는것 같은 모습이 보였다.
『저건... 』
현지의 몸에서 분리되어 나오는듯한 영혼..
그 영혼의 모습에서 치우는 예전 기숙사에서 한번 본적이 있는 또다른 현지의 영혼을 떠올렸다.
그렇게 현지의 몸에서 분리되어 나오는듯하던 영혼이 치우와 후카츠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갑자기 그쪽으로 손을 뻗쳐내었다.
『으아아아악..!! 』
손을 뻗쳐내는 모습에 현지의 다른 영혼이 오래전 자신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치우가 자신도 모르게 몸을 피하자 치우의 옆에있던 후카츠가 비명을 지르며 결계내로 빨려들어갔다.
『케엑..
으아아악..!! 』
후카츠의 비명이 들려왔다.
하지만 치우는 후카츠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이미 거세질대로 거세진 보라빛의 기운이 결계안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듯 강렬해져서 결계내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순간..
태양을 직접 바라보는듯 눈부시고 강렬한 빛과 함께 보라색의 기운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현지도..
현지의 영혼의 모습도..
후카츠도 보이지 않았다.
『아..안돼..!!! 』
치우가 결계안쪽으로 들어가 여기저기 헤집으며 현지의 흔적이라도 찿아보려했지만 후카츠의 말이 사실인듯 타오르는듯한 문양만이 바닥에 새겨져있을뿐 그 어떤 흔적도 찿을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