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즐거운 여자 - 엘리스 피터스 - 3편 (3/23)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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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즐거운 여자 - 엘리스 피터스 - 3편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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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그는 사업이나 인생, 열광적인 관심사, 라이벌, 거추장스러운 인물 등, 그의 안주머니나 자존심에 대해 일시적이든 항구적이든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에 대해 황소와도 같은 돌진을 서슴지 않는 사람이었다.
얼굴은 거무죽죽하고, 햇빛에 탄 반(半) 대머리에, 숱이 적은 머리칼을 옆에서 길게 빗어 붙였고, 윗입술 위에 돋은 짧고 검은 콧수염은 발산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여 안테나처럼 빳빳했다.
턱의 깨끗이 민 푸른 수염 자국과 벽돌색 볼은 그가 아무리 점잖은 옷차림을 해도 감추기 어려운 무엇인가를 느끼게 했다.
오늘밤의 -- 장삿속이기는 하지만 -- 멋진 선심쓰기도 그의 그러한 성격의 일면을 엿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아니면, 새로운 도락에 큰 보람이랄까 마음이 들떠서 수지를 무시하고 어른 노릇을 하고 싶은 마음이라도 생긴 것인지 모른다.
어쨌든 그는 옛날만 해도 그런 선심에는 인색했기에, 자신이 직접 나서서 부하들을 오랫동안 자기 식으로 훈련시켜 놓고, 지금에 와서는 방임하고 있는 것일 거라는 소문은 진짜 같지가 않았다.
그는 흥분과 자기만족으로 얼굴이 훤했고, 교활한 눈이 수시로 빛을 발했다. "그래, 이 술집 분위기 어떻소?" "예, 근사합니다." 조지는 정중히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시내에서 외진 곳에 가게를 차려 과연 수지가 맞을까 모르겠습니다.
가게 유지비만도 상당할 텐데 말입니다." "천만에.
나는 벌 만한 확신이 서지 않으면 투자하는 사람이 아니지.
걱정 마시오.
벌어들일 테니까." 그는 자못 자신에 찬 미소를 띄우고는 다시 한 번 조지의 어깨를 툭 치고는, 인파 속을 머리부터 내밀고 우람한 어깨를 흔들고 지나가면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아는 척하고 악수도 나누었다.
그가 발산하는 에너지는 주위를 제압하고, 거울로 만든 벽에 반사되고, 머리 위의 샹들리에를 진동시켰다.
자수성가한 거물 앨프리드 아마이저......그의 성공을 향한 일념 앞에 얼마나 많은 약자가 압도당하고 허물어져 갔던가.
상처를 입은 패자들 중 몇 사람이 오늘밤 여기에 와 있었다.
튜더 왕조풍의 복도를 당당히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시선 중 얼마는 가능하다면 그를 죽이고 싶은 원한을 담고 있을 것이다. "그는 언제나 남의 머리를 짓밟고 나갈 때는 꽤나 의기양양하단 말야." 그렇게 속삭이는 소리가 조지의 귓전에 들렸다.
그것은 건설국의 버니 윌슨이었다.
그는 조지와 나란히 소파에 앉아, 팔꿈치를 테이블에 고이고 있었다.
키가 후리후리하고 음산한 느낌이 드는 청년인데, 언제나 환멸에 찬 눈을 하고 있었다. "아니, 내가 하는 말을 일일이 귀담아 들으면 곤란합니다 -- " 그는 조지의 의아한 시선과 마주치자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편견을 갖기 일쑤랍니다.
실은 나는 그전부터 이 집을 사서 낡은 부분은 손을 보아 우리 가족을 위해 집을 개조할 생각이었답니다.
그런데 그가 선수를 쳐서 좀 배알이 꼬인다 이 말입니다.
도대체 새로운 술집을 또 만들 필요가 어디 있습니까? 그는 이미 수많은 술집을 거느리고 있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집에 손을 대서 이만한 가게를 꾸미는 일도 보통 사람으로는 흉내내기 어려운 일이 아니겠소?" 조지는 생각이 깊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야 그렇지만......나라고 해서 필요한 부분만 개축해서 아내와 아이를 살게 하고 나서, 천천히 시간을 두고 나머지 부분을 개조하면 못할 것도 없었지요.
더구나 최근의 주택 매매 경향을 보면, 우리로서는 이 집처럼 덩치가 크고 낡은 집이 아니고서는 손을 내밀 수가 없답니다.
모두가 현대적인 설비가 된, 작지도 크지도 않은 집이나 방갈로를 원하기 때문에 그 시세가 엄청나요.
하지만 이런 헌 집은 값이 자꾸 내려가서 거저나 다름없는 헐값이 되지요.
하인이나 식모를 두지 않고서는 꾸려나가지 못할 것 같다 -- 적어도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 더구나 유지비만도 엄청나게 들고.
하지만 나로서는 집수리는 본업인데다가, 집사람인 넬은 웰시에 있는 농장에서 자란 여자니까 많은 방을 최소한도의 노력으로 관리하는 일에는 전문가이거든요.
그래서 나는 정말로 이 집을 살 생각이었고, 또 개조에 필요한 설계도까지 작성을 했는데 말입니다.
경매가 있었던 날, 나는 그의 부하를 한번 본 순간 이 집은 내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밖에는 응찰할 사람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놈이 후려치는 가격에 조금만 올려 값을 내도 내게 떨어질 것으로 생각한 거지요." 그는 침울한 눈으로 맥주잔을 들여다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그가 거기에 직접 나타나 내 코앞에서 이 집을 사들여 이런 해괴한 모습으로 바꾸어놓은 겁니다. '즐거운 여자'를 '즐거운 술집 하녀'로 바꾸어 버리는 작자니까 무리도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허, 그런 명칭이 있었던가요? 전혀 몰랐었는걸." 조지는 처음 들어보는 말에 놀란 듯 말했다. "나는 이 집의 내력을 살펴보았지요.
이 집을 살 생각이 들자 여러 가지 문헌을 뒤적거린 겁니다.
이 집은 개인 주택으로 쓰이기 전에는 몇 세기에 걸쳐 술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간판이 '즐거운 여자'였답니다.
멋진 이름 아닙니까? 1600년대의 이야기이지요.
그리고 그전에는 개인주택이었고, 또 그 이전은 봉건제도가 무너질 때까지 채노크 수도원의 농장 건물이었지요.
그런 것이 지금은 '즐거운 술집 하녀'이니 많이도 변한 거지요." "장사는 장사니만큼 할 수 없는 일이지." 조지가 못을 박듯 말했다. "장사라고요? 천만에! 그는 이 집을 아들 녀석이 쓸까 봐 손해를 무릅쓰고 사들여서 술집을 낸 거라고요.
처음부터 목적이 다르지." "아들이 여기를 쓰다니?" "그의 아들이 나와 함께 이 집을 살 예정이었거든요.
함께 돈을 투자해서 사들인 뒤 그는 진을 위해 별채를 개조해서 아틀리에를 만들고, 넬과 나와 아이는 안채에서 살 생각이었답니다.
별채를 아십니까? 지금은 주차장이 된 가운데 마당 저쪽에 있지요.
단단한 석조건물이어서, 그걸 손보면 이상적인 아틀리에가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가 사랑하는 애비라는 자가 그런 냄새를 용케도 맡고, 아들의 일을 방해하기 위해 수천 파운드의 돈을 내던진 거라고요." 아마이저 가문의 내분에 관해서는 조지도 소문으로 들어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아마도 코마번의 주민들 태반은 그런 낌새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고집스럽게 재물 모으기에만 몰두한 정력적인 야심가 아마이저가, 아들에게 사업을 물려주면서 동시에 맥주회사 사장의 외동딸과 결혼을 시켜 자신의 세력범위를 넓히고 더욱 견고히 하려 했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동시에 그의 아들이 아버지의 인품에 반발하고, 아버지의 계획에 반항하여 맥주왕이 되는 것을 거절했다는 것 또한 당연한 이야기인지 모른다.
소문에 의하면, 아들인 레슬리는 화가 지망생이었기에, 비록 그의 아버지가 골라준 결혼상대를 물리치고 아버지 회사의 가난한 여직원과 약혼을 하는 파란을 불러 일으키지 않았다고 해도 부자지간의 결렬은 피하기 어려웠을 것라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소문은 여러 갈래로 가지를 쳐서 황당무계한 소문까지 진실인 양 떠들어대기에 이르렀지만 확실한 것만은 -- 레슬리는 돈 한푼 없이 집을 뛰쳐나왔고, 여자는 회사를 그만두었다든가 해고를 당했다든가 한 뒤, 곧 두 남녀는 어느 등기소에서 결혼수속을 밟았다.
결혼을 한 그들은 곧 자취를 감추었고, 그들의 뉴스 가치도 없어지고 말았다.
굳이 그 뒤를 캐보자면, 아마이저가 집요하게 그들을 추적하여 평온한 가정을 가지지 못하게 한다는 정도였다. "그가 그런 일에 고집을 피워 돈을 쓰는 데도 한도가 있겠지.
그는 돈벌레니까." 조지가 차분히 말했다.
그러나 윌슨은 고개를 내저었다. "우리 쪽이 먼저 한계에 달했답니다.
그는 아직 여유만만한데 말입니다.
그야 그가 돈벌레일지는 모르나, 그게 하도 엄청나고, 또 뚝심까지 세서 말이지요." "하지만, 레슬리가 어디서 돈을 빌릴 마음만 먹는다면 쉬운 일이 아니겠소? 막대한 재산의 상속자니까." "그게 그렇지가 않아요.
그에게는 이제 아버지가 없는 겁니다.
부자(夫子) 관계를 끊겼고, 소문은 퍼질 대로 퍼진걸요.
세상 사람들은 아마이저가 어떤 인간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레슬리에게 돈을 빌려 줄 사람이 있겠습니까? 레슬리에게는 어머니의 유산 1,000파운드 가량과, 나머지는 자기가 벌 수 있는 돈이 전부지요.
아마이저가 선전포고를 한 상대와 자진해서 동맹을 맺을 얼간이는 이 근처에는 아마 한 사람도 없을 겁니다." 조지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세상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그가 지닌 재력이나 권력이 아니라, 냉혹하기 짝이 없는 성격에서 오는 위협이었다.
세상에는 영웅이 아니고서는 손을 댈 수 없는 인간이 있는 법이다.
하지만 그 영웅은 드물게 나타난다. "그럼, 레슬리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답디까?" 조지가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레슬리 청년은 영웅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커다란 핸디캡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말든 상회에서 상품 포장과 배달일을 하고, 주급 8파운드를 받고 있지요." 윌슨이 쓰디쓴 얼굴이 되어 말했다. "불쌍하게도 그는 스스로 생활비를 벌 수 있게끔 교육을 받지도 못했고, 그림을 팔아 봐야 우유배달만큼의 돈도 생기지가 않는 겁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이가 생길 것 같아 진은 곧 맞벌이에서 손을 떼야 할 것 같고." 아마이저가 급히 살롱 바로 모습을 나타내더니, 목에 힘을 주고 새로 온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고는 앞장서서 안내를 했다.
새 손님들은 그가 대포알과도 같은 머리를 내밀어 낸 길을 뒤따라가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그는 그들과 한잔할 모양이었다.
이윽고 그는 이 큰 방의 가장 구석진 곳에 그들을 끌고 가 자리를 권했다. "아무리 사이가 벌어졌다고 해도, 아버지는 결국은 자식에게 꺾이는 법이 아니겠소?" 조지가 확신없는 말을 했다. "대개의 사람들은 그렇겠지요.
하지만 목석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하기야 레슬리는 편모 슬하나 다름없이 컸지요.
그런데 그 어머니가 3년 전에 돌아가셨으니 -- 어머니만 살아 계셨다 해도 그의 편을 들어주었을 겁니다.
물론 그녀 자신도 무력했지만." 윌슨은 사람들이 물결치는 어깨너머로 저쪽 구석에 자리잡은 새 손님들을 살펴보았다.
마실 것을 담은 쟁반을 받쳐든 보이가 사람들 틈을 헤집고 그리로 다가갔다.
둘레의 사람들도 그쪽에 흥미가 있는 모양이었다.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빈정대듯 말했다. "귀빈들이구먼." 거기에 남자의 목소리가 중얼거렸다. "역시 내가 지금 본 주차장의 빨간 차가 키티의 것이었군.
그런 차가 이 부근에 또 있지는 않을 테니까." 아마이저와 함께 테이블을 둘러싼 손님은 세 사람이었다.
여성이 둘, 남성이 하나.
그 남성은 아마이저에게 결여된 모든 것을 구비하고 있었으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아마이저에게는 귀중한 존재였다.
조지는 두 대조적인 인물과 그 관계에 대해 상당히 자세하게 알고 있었다.
아마이저의 저돌적인 공격법이 환영받지 못하는 상대에게는 레이몬드 셸레이의 우아한 풍채와 품위있는 예의범절이 통했다.
또한, 거래의 교섭에서 아마이저로서는 흉내내기 어려운 미묘한 절충이 필요할 때는 셸레이가 그의 장점을 살려 그 교섭에 임하는 것이다.
명목상으로는 그의 회사의 전속 법률고문이었으나, 실질적으로는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 나타나는 그림자 같은 존재, 아니 아마이저의 또 하나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이는 지긋한 편이고, 몸놀림이 점잖고 인상이 좋으며, 유별나게 정력적이거나 활동적이지도 않으나, 그만의 특징을 살려 아마이저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고, 셸레이가 필요로 하는 것 -- 돈을 제공받는다.
셸레이는 또한 키티 노리스의 아버지와는 옛친구였기에, 그녀의 후견인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그의 곁에 앉아 있는 것은 그 키티였다.
아래쪽이 풍성한 검은 드레스가 22살의 그녀를 그 이상으로 젊어 보이게 하고, 어깨를 감은 주홍빛 스카프가 그 젊음을 더욱 두드러지게 했다.
손에 든 잔에는 맥주가 반쯤 담겨져 있었다.
조지는 차분한 장미빛 조명에 드러나 보이는 그녀의 흰 옆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 저 아가씨가 지난번에 도미니크를 집까지 태워다 주었단 말이지? 도미니크는 그녀의 차에 관해서만 이야기했어! 아직 어린 나이라 철이 덜 든 것도 무리는 아니야 ! 세 번째 인물은 아름답고 솔직한 얼굴의 45~46세 가량 된 영리해 보이는 여자인데, 검은 양장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마침 짤막한 검은 파이프에 담배를 끼우는 참이었다.
긴 손가락의 움직임은 검소한 디자인의 양장에 감싸인 그녀 몸의 윤곽과 마찬가지로 우아하고 민첩했다.
그녀는 남자들에게만 이야기를 시키고 자기는 거의 입을 열지 않았다.
이지적인 눈이 얼굴에서 얼굴로 소리도 없이 움직였다.
그녀는 키티를 바라보았을 때만 키티와 결탁한 남자들과의 사이에 얼마간 거리를 두려는 것처럼 의미있는 미소를 눈가에 살짝 띠었다.
루스 해밀턴만큼 유능하고 고용주의 비밀에 정통한 여성이라면, 고용주가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사원(寺院)이나 거기에 모셔지는 우상들을 가끔은 경멸할 수도 있는 법이다. "저 여비서는 20년이나 근무를 했다는군.
사장의 편지를 타자치는 것만이 아니고, 좀 껄끄러운 일도 돌봐 준다는 거야." 등뒤에서 누군가가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건 뭐 새삼스러운 소문도 아니었다.
조지는 적어도 10년 전부터 그런 풍문이 나도는 것을 들어 왔다.
믿건 말건 그 소문에는 곰팡이가 슬어 더 이상은 소문이랄 것도 없게 되었거니와, 새삼스럽게 그런 이야기를 입에 올리는 사람이 오히려 쑥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하여간 해밀턴 양은 아마이저의 아내가 오래 전에 병석에 누운 이래, 그의 비서로 일하는 것 외에도 실질적으로 아마이저 집안의 가사까지 돌보게 되었으니 그런 전설 같은 소문은 피하기 어려웠다.
윌슨은 큼직한 조끼(손잡이가 달린 맥주잔)를 말끔히 비우고 그것을 저쪽으로 밀어냈다. "진도 보통 여자는 아니지만, 레슬리에게는 저 키티 노리스가 있는데도 왜 그녀에게 빠졌을까요? 나는 가끔 그걸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그 녀석이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 하지만 키티를 보시라고요." 조지는 진이라는 여자를 모르고 있었지만, 윌슨과 거의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젊은이란 아버지에게서 지나친 강요를 받으면, 그것이 비록 절세의 미인이라고 해도 흔히 반발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특히 아마이저는 무슨 일이든 일단 마음만 먹으면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사람이다.
하지만 -- 그녀를 보라고.
10시쯤 조지가 살롱 바를 나왔을 때 마지막으로 뒤돌아본 사람은 키티였다.
그녀는 자리를 지킨 채 말이 없었다.
반쯤 남은 맥주잔을 만지작거리고는 있었으나, 마실 기색은 없었다.
그냥 만지작거리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아마이저가 무슨 급한 일로 자리를 뜬 뒤, 해밀턴 양이 장갑과 핸드백을 챙기고 돌아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는데도 키티는 조용히 앉은 채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눈부시게 빛을 발하는 스카프의 진홍빛이 그 언저리에 떠도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는 스윙 도어의 육중한 문이 그녀의 갸름한 얼굴을 가려 버리자, 조지는 코트의 옷깃을 여미고는 9월의 선선한 밤을 향하여 홀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마르기는 했지만 제법 단단한 체구의 베니 블록사이드 영감이 빈 쟁반을 들고 지나가다 그와 마주쳤다.
천장의 샹들리에가 붉은 기를 띤 그의 대머리에 눈부시게 반사되었다.
그는 조지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걸음을 멈추고, 가운데 마당으로 통하는 문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우리 보스는 오늘밤 대단히 신이 나서 가만히 못 있겠나 봅니다." 보스란 물론 아마이저를 가리킨다. "아까 어디론가 급히 가더니만, 이제부터 또 다른 행사가 있는 모양이군.
이만큼 성대한 개업축하라면 양이 찰 만도 한데 말이오." 조지가 말했다. "어느 분에겐가 새로운 댄스 홀을 보여 드린다고 하더군요.
샴페인 병을 갖고 가셨지요.
댄스 홀이라는 곳은 가운데 마당 저쪽의 별채를 개조한 것인데, 이번 주 중에 개장할 예정었습니다만, 지금 막 실내장식이 끝난 참입니다.
보스는 거기에 무척 힘을 쏟으셨지요 -- 뭐, 무리도 아닙니다 -- 상당한 돈을 발랐으니까요." 그곳이 아들 레슬리의 아틀리에가 될 뻔한 곳이어서 그랬을까? 조지는 곧 뒤이어 살롱 바에서 나온 두 손님에게 길을 비켜 주기 위해 옆으로 몸을 뺐다.
그래서 해밀턴 양과 레이몬드 셸레이가 함께 홀을 가로질러 현관문을 거쳐 밤의 장막 속으로 걸어나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곧 주차장 쪽에서 자동차의 시동 소리가 들리고, 정문으로 향한 길을 따라 코마번 쪽으로 미끄러져 나가는 셸레이의 오스틴 차체가 얼핏 보였다. "보스는 일이 끝나면 곧 돌아올 테니 성가시게 굴지 말라고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보스의 차는 10시에 오도록 되어 있기에, 곧 10시가 된다고 말씀드렸더니 보스는, '내가 돌아올 때까지 비록 12시가 돼도 상관없으니 기다리라고 해.' 라고 하시더군요.
운전사인 클레이턴은 벤틀리 속에서 불평이 많겠지만 별 수 없는 일이지요.
벌어놓은 것이 많지 않고서야 보스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할 테니." "그래, 영감도 벌어놓은 게 없어 이 직장이 좋아졌소?" "내가요?" 베니는 쓴웃음을 짓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난 이제 산전수전 다 겪어, 흐름을 거스를 생각이 없습니다.
세상에는 훨씬 나쁜 보스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래서 이왕 그 양반 아래에서 일하기로 한 이상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답니다.
하기야 젊은 층에서는 그렇지도 않은 모양입디다만." "아마이저가 빨리 샴페인을 마시고서 클레이턴의 일이나 빨리 끝내게 해주십사고 바랄 수밖에 없겠군." "그런데 그 샴페인 병이 엄청나게 큰 겁니다.
보스는 뭐든지 크고 우람한 것이 아니면 직성이 풀리지 않거든요." "하기야!" 그렇게 생각하니 '즐거은 술집 하녀'는 아마이저의 통 큰 성격에서 나온 소산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자, 수고하시오, 베니 영감." "안녕히 가십시오, 펠스 씨." 조지는 걸어서 코마퍼드의 집으로 돌아와, 개업 축하 파티에 관해서 아내와 아들에게 대충 이야기해 주었다. "네 여자친구도 왔더라, 돔." 그는 방 한구석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도미니크에 장난기 어린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도미니크가 그 시간까지 공부를 하고 있었던 것은 의무감보다는 학업이 뒤떨어졌다는 초조감에서였다.
그는 볼이 붉어진 것을 감추기 위하여 전기 스탠드를 끄고, 궁지에 몰린 짐승의 교묘한 보호색으로 몸을 감싸며 진지하게 되물었다. "네, 그 여자가요? 아버지도 그 차를 보셨나요? 어때요, 굉장한 차죠?" "차 같은 건 눈에 띄지도 않았다." "체! 이야기가 되질 않네." 도미니크는 투덜거리며 휑하니 자기 침실로 올라가 버렸다.
그가 그날 밤 커먼 기어를 타고 집에 돌아온 것을 부모에게 실토한 것은, 비록 그들이 그걸 목격하지 않았다 해도 틀림없이 이웃의 누군가가 보고, 거기에 부풀린 억측을 가미해서 소문을 퍼뜨릴 게 뻔해서였다.
그렇다면 미리 부모에게 적당한 설명을 해두는 것이 상책이다.
그리고 그 차가 그럴듯한 방패막이가 되어주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오늘밤 그 여자를 보고 그 일을 미심쩍게 생각하고는 이상한 촉각을 곤두세운 것이라면, 도미니크로서는 그 예봉을 피하기 위해서도 부모에게 등을 돌리거나 자기 방으로 꽁무니를 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밴디 펠스는 한밤중이 지나 뭔가 묘한 의혹을 느끼고 문득 선잠을 깨고는, 조용히 남편인 조지를 흔들어 깨웠다.
남편이 그녀의 붉은 머리칼에 불만스러운 숨을 내쉬자 그녀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봐요, 조지.
지난해 여름 웨스턴 해안에서 돔을 무대로 끌어낸 그 여자가수를 기억하시죠?" "뭘?" 조지는 아내의 난데없는 질문에 잠이 달아났다. "그래, 그 여자가 뭐가 어떻다는 거요?" "돔은 그 여자를 빤히 쳐다보았죠, 아마?" "그야 보지 말라는 것이 무리겠지.
곁에서 이리저리 맴돌았으니까.
그런데 그 여자가 어떻게 해서 돔을 스테이지로 끌어올렸더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걸 -- 뭔가 속임수가 있었던 것 같던데.
덕분에 쑥스러운 생각이 들었지." "그래요.
당신 얼굴도 빨개졌고." 밴디는 자못 진지하게 말했다. "그런데 그 애는 아무렇지도 않았으니 말예요.
그러고 나서 얼마 동안은 그걸 자랑삼고 다녔잖아요.
아주 멋진 여자라고 말이에요!" "그거야 그 녀석이 요즘에 읽는 페이퍼백 북 탓일 거요." "그게 아니라, 유행가의 레코드가 나쁜 게 아닐지 몰라요.
하여간 문제는 이번의 노리스라는 여자가 아주 잘생긴 여자라는 데 있어요.
그런데도 돔은 그녀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도 없잖아요.
왜 그럴까요?" "그 녀석 취미에 맞지 않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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